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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_1195_a_01L라운인욕경(羅云忍辱經)
서진(西晉) 법거(法炬) 한역
권영대 번역
아난(阿難)은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으로부터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는데, 이때 추로자(鶖露子:舍利子)는 라운(羅云:羅睺羅)과 함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城)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이때 어떤 경박한 이가 두 현자를 만나보고 속으로 생각하기를, ‘구담(瞿曇) 사문의 첫째 제자가 라운과 함께 걸식하는구나’ 하고는 곧 독한 마음을 내어서 땅의 모래와 흙을 집어 추로자의 발우에 넣어서 라운의 머리를 쳤다. 추로자가 라운을 보니 피가 흘러서 얼굴을 더럽혔다. 그는 말하였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삼가서 독을 품지 말도록 하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을 가엾이 여겨야 한다. 세존께서 늘 이르시기를, ‘참는 것이 가장 유쾌하며, 오직 지혜로운 이만이 부처의 계율을 듣고 평생토록 범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참음으로써 보배를 삼자. 방자한 마음으로 악을 행함은 자신을 불에 던지는 것과 같다. 스스로 높은 체 하는 어리석은 이는 건전[健]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재앙이 도리어 몸을 해치는 것을 계산하지 못한 것이다. 방자한 마음이 저지른 화는 수미산보다 무거워서 수명을 마쳐도 그 죄악은 16분의 1도 줄지 아니한다. 어리석은 이가 청정하게 계를 지니는 사문을 향하여 악을 행함은 마치 횃불을 들고 바람을 안고 가면서 어리석어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반드시 자기의 몸을 태우는 것과 같다. 쓸모없는 사람[弊人]은 독을 품고 스스로 지혜롭다고 여기되, 마치 비구가 사문의 네 가지 도[四道]를 믿는 것과 같이 한다. 불제자는 항상 마음을 굴복시켜 악함이 생기면 곧 없애야 한다. 용맹함 가운데 우두머리인 천신이나 제왕이 비록 힘이 많다고 하지만 악함을 참는 것보다 못 하나니, 그 힘이 가장 위이다.”
라운은 피가 얼굴에 이리저리 흘러내림을 보고 물에 가서 피를 씻으면서 혼자 말했다.
‘나의 아픔은 잠깐이나 그의 오랜 괴로움은 어찌할꼬? 그 사람은 악하나 그 형편 또한 모질구나. 나는 성내는 마음이 없지만, 슬프다. 그는 어찌할꼬? 우리 세존 부처님께서 나에게 큰 자비를 가르치시기를 난폭한 사람이 흉악함을 지향하더라도 사문은 잠자코 참음으로써 높은 덕을 이루며, 사나운 이의 잔인함을 어리석은 이는 공경하더라도 사문은 지키어 참으므로 난폭하고 어리석음을 업신여기라 하셨다. 이 사람의 악함을 내 어찌 미워하랴. 바퀴가 돎은 끝없으니, 어찌 한 번뿐이랴. 내 부처님의 경전으로써 어리석고 미혹함을 가르쳐 일깨우려고 하나 마치 잘 드는 칼로 썩은 시체를 베어도 시체가 아픈 줄을 모르는 것은 칼이 날카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곧 시체가 느낌이 없기 때문이며, 천상의 감로를 돼지에게 주어도 돼지가 버리고 달아나는 것은 감로가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곧 돼지가 귀하게 여기지 않는 까닭이다.’
부처님의 참 말씀으로써 세간의 사납고 어리석음을 가르침이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추로자와 라운은 함께 돌아왔다.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씻고 손을 씻고 양치질하고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서 머리를 숙여 부처님 발에 절하였다.
추로자는 물러앉아 본말을 갖추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릇 악한 마음은 일어나면 반드시 쇠한다. 그 경박한 이는 죽으면 밤중에 무택지옥(無擇地獄)에 들어가리니, 지옥 귀신이 고통을 주어 그 독이 미치지 않는 데가 없으며, 8만 4천 세의 수명이 다하면 혼신은 다시 독한 뱀의 몸을 받아서 무거운 독이 도리어 그 몸을 해치되 끝나면 다시 시작되곤 하며, 곧이어 전갈의 몸을 받아 항상 모래와 흙을 먹기를 만 년이 되어야 마치리라. 성내는 마음으로 계를 지닌 이를 대했기 때문에 독한 몸을 받은 것이며, 모래와 흙을 발우 속에 넣은 까닭에 세상 마다 모래와 흙을 먹는 것이다. 죄가 끝나면 나와서 사람으로 태어나는데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엔 그 어머니는 늘 앓으며 집안이 날로 쇠하며, 아이로 태어나면 미련하고 둔하며, 도무지 손발이 없으므로 그의 부모와 친척들이 놀라서 ‘이 무슨 요물이 상서롭지 못하게 왔는가?’ 하고 곧 가져다 네거리에 버려두면 오가는 사람들이 다 놀라 기와나 돌멩이를 던지고, 칼이나 막대로 그의 머리를 쳐서 한껏 지치면 열흘이나 한 달 만에 죽으며, 죽은 뒤에 혼신은 다시 태어나는데 도무지 손발이 없으며, 미련하고 둔하기가 앞에서와 같으며, 5백 생을 지나야 그 무거운 죄는 끝나며, 나중에 사람으로 태어나면 늘 두통을 앓느니라.”
세존께서 거듭 말씀하셨다.
“추로자여, 무릇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참지 못한 이는 태어나는 곳마다 부처님 세상을 만나지 못하며, 법을 어기고 비구를 멀리하며, 항상 세 나쁜 갈래에서 끝나면 다시 시작하기를 겁(劫)을 넘기며, 혹 남은 복이 있으면 나와서 사람으로 태어나지만 천품이 항상 어리석고 사나움이 저절로 따르며, 마음으로 성인을 미워하고 부처님을 헐뜯으며, 생김새가 누추하여 남에게 미움을 받으며, 나자마자 가난하고 벼슬하지 못하며, 소원과 복이 서로 어그러져서 천신이나 성현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밤엔 늘 나쁜 꿈을 꾸고 요괴함이 잇따르며, 재앙이 판을 쳐서 사는 곳이 편안치 못하여 마음으로 늘 두려움에 떠나니, 이러한 까닭은 악한 마음을 참고 굴복하지 못한 때문이다.
악한 행을 참는 이는 나는 곳마다 늘 편안하며 온갖 재앙이 사라지며, 원하면 곧 뜻대로 되며, 얼굴이 훤히 빛나고 몸이 건강하고 병이 없으며, 부하고 영화롭고 높고 귀하나니, 다 인욕하고 자비와 은혜로 중생을 제도한 까닭이다. 참음은 곧 복이니, 몸이 편안하고 부모가 편안하며 친척이 화목하여 즐겁지 아니함이 없나니, 지혜로운 이는 깊이 관찰하여 그 마음을 조복하라. 마음이란 남을 그르치고 집을 무너뜨리고 자기를 위태롭게 하여 극형을 받으며, 지옥에서 삶아지고 타며 아귀가 되기도 하고 축생이 되기도 하나니, 다 마음의 허물이니라.
세존께서 또 말씀하셨다.
“차라리 잘 드는 칼로 배를 꿰고 살을 베며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들지언정 악을 행하지 않고 조심하라. 차라리 수미산을 이고 죽어 바다에 뛰어들어 고기밥이 될지언정 악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 뜻을 알지 못하고 함부로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부처님의 밝은 법은 세속과 다르다. 세속에서 귀히 여기는 것은 도에서는 천한 것이다. 맑음과 흐림은 흐름을 달리하며 밝음과 어리석음은 갈래가 다르다. 충실과 아첨은 서로 원수요, 삿됨은 항상 바름을 미워한다. 때문에 욕심을 즐기는 이는 나의 욕심 없는 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숯불을 삼킬지언정 삼존(三尊)을 헐뜯지 말라. 참음의 밝음은 해와 달보다 뛰어나며, 용과 코끼리의 힘이 사납다고 하지만 참음에 비하면 만만분의 1도 못하다. 7보가 번쩍이는 세속에서는 귀한 것이나, 그것이 불러온 근심으로 재앙을 이루며, 참음의 보배는 처음이나 끝이나 편안함을 얻는다. 시방에 보시함이 비록 큰 복이지마는 그 복은 참는 것만 못 하다. 참고 자비를 행하면 세상마다 근심이 없으며, 마음속이 든든하고 끝내 해독이 없다. 세상에서 믿을 것이 없으나 오직 참음만은 믿어도 좋다. 참음은 편안한 집이다. 재앙과 요괴가 생기지 않으며, 참음은 신비한 갑옷이다. 어떤 무기도 들어오지 못한다. 참음은 큰 배니 어려움을 건널 수 있고, 참음은 좋은 약이니 능히 뭇 생명을 건진다.
참는 자의 뜻은 어떤 원이든지 다 얻는다. 만약 비행황제(飛行皇帝)가 되어 사천하를 다스리기나 둘째 천제석(天帝釋)이거나 여섯째 하늘에 올라가 수명이 한없고 몸이 향기롭고 깨끗하기를 원하거나 소원이 저절로 성취되기를 마치 물건을 집듯하여 곧 뜻을 이룬다. 청정한 사문의 네 가지 도를 구하면 얻을 수 있음은 자기의 향함에 달려 있다. 내가 지금 부처가 되어서 모든 하늘에게 섬김을 받으며 홀로 삼계를 거니는 것도 다 참은 힘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인욕경을 외워서 잠깐이라도 지니고 기록하고 외우고 선포하며, 참음의 덕을 펴서 중생을 건져야 한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모든 사문들은 다 크게 환희하여 절하고 갔다.
- 020_1195_a_01L羅云忍辱經西晉沙門法炬譯阿難曰:吾從佛聞如是。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鶖露子與羅云俱,以平旦著衣法服,執持應器,入城求食。時,有輕薄者,逢見兩賢,意念曰:瞿曇沙門,第一弟子與羅云分衛,卽興毒意。取地沙土,著鶖露子鉢中,擊羅云首,師見羅云,血流污面。師曰:‘爲佛弟子,愼無含毒,當以慈心,愍傷衆生。’世尊常云,忍者最快,唯慧者能吾聞佛戒,終身不犯。吾自攝心,以忍爲寶,恣心履惡,猶自投火。貢高自見,愚者謂健,不計殃禍當還害已,恣心之禍重於須彌。畢已年壽,以當惡罪,十六分中未減其一。愚人作行惡,向淸淨持戒沙門,猶若逆風把炬火行。狂愚不捨,必自燒身,弊人懷毒,自以爲慧,如比丘怙沙門四道,爲佛弟子,常當伏心。惡生卽滅,勇中之上,天神帝王,雖謂多力,不如忍惡。其力無上,羅云見血流下交面,臨水澡血,而自說曰:‘我痛斯須,奈彼長苦斯人惡也。斯地亦惡余無慍心悲奈彼何?佛是吾尊,教吾大慈,狂悖之人,志趣凶虐,沙門默忍,以成高德。凶者狼殘,愚人敬焉。沙門守忍,狂愚是輕,斯人惡也。我焉能惡歟,輪轉無際,豈一向乎?吾欲以佛至眞之經喩誨愚惑,猶以利劍割彼臭屍,屍不知痛,非劍之不利,乃死屍之無知,以天甘露。食彼溷豬,豬捨之走,非甘露之不美,乃臭虫之所不珍矣。以佛眞言,訓世凶愚,不亦然乎?’師徒俱還,飯竟澡鉢,洗手漱口,俱到佛所,稽首佛足,鶖露子退坐,具以本末,向佛陳之。世尊告曰:‘夫惡心之興,興己之衰,輕薄者命終,至于夜半,當入無擇地獄之中。獄鬼加痛毒無不至,八萬四千歲,其壽乃終。魂神更受含毒蟒身,毒重還害其身,終而復始。續受蝮形,常食沙土,萬歲乃畢,以瞋恚意,向持戒人,故受毒身,以沙土投鉢中,故世世食沙土,而死罪畢乃出,得生爲人母懷之時,常有重病。家中日耗,生兒頑鈍,都無手足。其親驚怪,宗家皆然,曰斯何妖?來爲不祥,卽取捐之。著于四衢路,人往來無不愕然。或以瓦石擲。或以刀杖,皆擊其頭,蹈腦窮苦,旬月乃死,死後魂神卽復更生。輒無手足,頑鈍如前,經五百世,重罪乃畢,後乃爲人,常有頭痛之患。’世尊重曰:‘鶖露子,夫人處世,不惟忍者,所生之處,不値佛世。違法遠僧,常在三塗,終而復始。輒有劫數,若蒙餘福,得出爲人,稟操常愚。凶虐自隨,乃心嫉聖,謗毀至尊,爲人醜陋。衆所惡憎,生輒貧窮,仕不得官。願與意違,天神聖賢,所不祐助。夜常惡夢,妖怪首尾,飛禍縱撗,所處不寧,心常恐怖。斯之所由,由不忍伏,惡心故使然耳。忍惡行者,所生常安,衆禍消滅。願輒如志,顏貌煒曄,身强少病,財榮尊貴,皆由忍辱慈慧濟衆之所致也。忍之爲福,身安親寧,宗家和興,未嘗不歡,智者深見,迮伏其心。心者誤人破家危身王法所戮,地獄燒煮。或爲餓鬼,亦爲畜生,皆心之過也。’世尊又曰:‘寧以利劍貫腹截肌,自投火中,愼無履惡,寧戴須彌,迮毀其命,投于巨海,魚鼈所吞,愼無爲惡矣。不知其義,愼無妄言,佛之明法,與俗相背,俗之所珍,道之所賤。淸濁異流,明愚異趣,忠佞相讎,邪常嫉正。故嗜欲之人,不好我無慾之行也。寧吞然炭,無謗三尊,忍之爲明,踰於日月。龍象之力,可謂盛猛,比之於忍,萬萬不如一,七寶之燿。凡俗所貴,然其招憂,以致災患,忍之爲寶,終始獲安。布施十方,雖有大福,福不如忍,懷忍行慈。世世無怨,中心恬然,終無毒害,世無所怙。唯忍可恃,忍爲安宅,災怪不生,忍爲神鎧,衆兵不加,忍爲大舟,可以渡難。忍爲良藥,能濟衆命,忍者之志,何願不獲?若欲願爲飛行皇帝典四天下第二天帝釋,及上第六天,壽命無極身體香潔,所願自然。猶若家物取之,卽得志願,淸淨沙門四道求之可得,在己所向。吾今得佛,諸天所宗,獨步三界,忍力所致。’佛告諸沙門:‘當誦忍經無忘,須臾懷之識之誦之宣之,當宣忍德以濟衆生。’佛說經竟,諸沙門皆大歡喜,作禮而去。羅云忍辱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법거(法炬)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