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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893_b_01L선학입문禪學入門선학입문 서『선바라밀禪波羅蜜1)은 천태 지자天台智者2) 선사께서 설하신 것이다. 그 제자 법신法愼이 이를 기록해 10권으로 만들었는데, 그 법은 지관止觀3)으로 종지를 삼고 호흡(息)과 색色으로 문을 삼아 유위有爲4)로부터 무위無爲5)에 이르고 범부에서 최고 성인의 지위에 오르는 것이다.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차제에 순서가 있고, 명칭을 조사하고 뜻을 탐구해 그 이치가 허황되지 않았으니, 세상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천태종天台宗이라 하였다.당唐·송宋 이래로 교외별전敎外別傳6)이 세상에 성행하자 근기가 수승해 경절문徑截門을 좋아하는 자들은 이것을 상相에 집착한 것이라 여겨 깊이 궁구하지 않았고, 근기가 하열해 염불과 독송을 배우는 자들은 이것을 깊고 넓은 것이라 여겨 감히 엿보려 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천태종은 외로운 처지가 되어 전하는 사람이 드물었다.나는 여러 책에서 종종 천태지관天台止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자못 희열을 느껴 그 책을 구한 지 오래였으나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금년 여름 혜월慧月 거사 유劉 군이 그 책을 가지고 와서 내게 이렇게 말하였다.“이 책은 글의 짜임새가 광대하게 얽혀 있고 과목이 번쇄하게 중복되어 있어 읽어도 갈피를 잡을 수 없고 생각해 보아도 아찔하기만 합니다. 이런 탓에 이것을 보는 자들이 적고, 보는 자들이 적기 때문에 널리 전파되지 않으며, 널리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얻기가 어렵고, 이 책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그 교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습니다. 만일 이 가운데서 중요한 것만 추려 내어, 글은 간결하게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하고 뜻은 요점만 취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면, 읽기 쉽기 때문에 익히는 자가 많아질 것이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좋아하는 자가 많아질 것입니다. 좋아하고 익히는 자가 많으면 널리 전파될 것이고, 널리 전파되면 이를 따라서 도에 들어가는 자들도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후학들에게 유익할 뿐만 아니라 장차 이 종宗에도 보탬이 될 것입니다. 옛날 천태 선사께서 여러 경전을 종합하여 -
010_0893_b_01L[禪學入門]
010_0893_b_02L1)禪學入門序 [1] [1]
010_0893_b_03L
010_0893_b_04L禪波羅蜜。天台智者禪師所說也。弟子
010_0893_b_05L法愼。記之爲十卷。其法以止觀爲宗。
010_0893_b_06L以息色爲門。自有爲至無爲。從凡夫
010_0893_b_07L躋極聖。從淺入深。則次第有序。尋名
010_0893_b_08L求義。則其理不虛。世人指爲天台宗。
010_0893_b_09L唐宋以來。敎外別傳。盛行於世。根勝
010_0893_b_10L而樂徑截者。以此爲著相。而不深究焉。
010_0893_b_11L機劣而學念誦者。以此爲深廣。而不敢
010_0893_b_12L窺焉。由是此宗。孑然少傳矣。余於諸
010_0893_b_13L書。往往見說天台止觀。而心頗悅之。
010_0893_b_14L求其書久未得。今夏慧月居士劉君。持
010_0893_b_15L其書來語余。曰是書。文勢浩蔓。科目
010_0893_b_16L繁重。讀之則支離。考之則眩怳。坐是
010_0893_b_17L而覽之者少。以覽之者少故。傳播不廣。
010_0893_b_18L傳播不廣故。其書難得。其書難得故。
010_0893_b_19L其敎莫由得聞。若就其中。取其要略。
010_0893_b_20L文從簡而令人易讀。義取要而令人易
010_0893_b_21L曉。以易讀故。習之者衆。以易曉故。好
010_0893_b_22L之者多。好習者多。則傳播廣。傳播廣
010_0893_b_23L則因是入道者衆。非惟有益於後學。亦
010_0893_b_24L將有助於此宗。昔天台禪師。收諸佛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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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893_c_01L이 종을 세우고 널리 후학들에게 베푸셨으니 그 공덕이 크다 할 것입니다. 지금 만약 그 종지에 입각해 그 문을 가리키고 막힌 곳을 뚫어 그 길을 넓힌다면, 천태의 공덕은 나날이 더욱 빛날 것이며 문을 열고 길을 가리킨 사람 역시 이 인연으로 올바른 견해를 얻어 영원히 물러서지 않게 될 것이니,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내가 이에 그의 뜻에 감동하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읽어 보니, 법문이 해박하며 명칭과 뜻이 종합적이고 정확한 것이 이 책만큼 잘 갖춰진 것도 없었다. 이 도에 뜻을 둔 자라면 몰라서는 안 될 책이었다. 그리하여 장章에 따라 내용을 발췌하고, 그 순서에 따라 요점을 취하여 번쇄한 곳을 잘라 내 요약하고는 한 질의 책으로 만들어 『선학입문禪學入門』이라 제목을 붙였으니, 선바라밀을 익히려는 자는 이 책을 따라 들어가야만 한다는 의미이다.원컨대 여러 동지들은 먼저 이 책을 읽어 그 대강大綱을 알고 조목條目을 이해하기 바란다. 그런 뒤에 본서本書7)를 읽으면 계곡의 작은 길도 분명히 드러나고 드나드는 문을 착각하지 않을 것이니, 마치 길을 가는데 길잡이가 있고 문에 들어가 나침반을 든 것과 같을 것이다. 그때 비로소 그 글의 풍부함을 기뻐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고, 그 뜻의 상세하고 정확함을 좋아하여,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따르는 것은 그 문門에 들어가는 것이고 본서로 나아가는 것은 그 당堂에 오르는 것이니, 그때 비로소 천태종문天台宗門을 몰라서는 절대 안 되고 이 한 권의 입문서 또한 읽지 않아서는 안 됨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 책을 만들어 계몽에 도움을 주고자 할 따름이다.을묘년(1855) 가을 8월 일 월창月窓 거사8) 만월滿月 화남和南9) -
010_0893_c_01L而立此宗。普施後學。其功德大矣。今
010_0893_c_02L若即其宗而指其門。通其塞而廣其路。
010_0893_c_03L則天台功德。日益彰大。而開門指路者。
010_0893_c_04L亦當以此因緣。得獲正見。永不退轉。
010_0893_c_05L豈不爲美事乎。余於是感其意。潜心閱
010_0893_c_06L覽。法門之該博。名義之綜覈。無如此
010_0893_c_07L書之備。有志斯道者。不可不知也。因
010_0893_c_08L隨章抄出。循其序而取要。删其繁而從
010_0893_c_09L畧。成出一帙。名之曰禪學入門。言欲
010_0893_c_10L習禪波羅蜜者。當從此入。願諸同志。
010_0893_c_11L先讀此書。知其大綱。解其條目。然後
010_0893_c_12L取覽本書。則谿逕分明。門戶不錯。如
010_0893_c_13L行路之有前導。入門而秉指南。始乃喜
010_0893_c_14L其文之富贍。而無支離想。悅其義之詳
010_0893_c_15L悉。而無眩亂想。然則從是書入其門。
010_0893_c_16L就本書升其堂。方知天台宗門。不可不
010_0893_c_17L知。入門一書。亦不可不覽。是故存之。
010_0893_c_18L以爲啓蒙之助云爾。
010_0893_c_19L上之乙卯秋。八月日。月窓居士。滿
010_0893_c_20L月和南。
010_0893_c_21L{底}新文館刊鉛印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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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선바라밀禪波羅蜜』 : 천태 지자 대사가 설하고 그의 제자 법신法愼이 기록한 『釋禪波羅蜜次第法門』을 말한다. 줄여서 『禪波羅蜜』 또는 『次第法門』이라 하며, 『禪門修證』이라고도 한다.(T46, 475~548).
- 2)천태 지자天台智者 : 법명은 지의智顗(538~597)이며, 지자 대사는 진왕陳王 양광楊廣이 하사한 호이다. 속성은 진陳씨이고 자는 덕안德安이며 형주 화용현 사람이다. 18세에 과원사에서 법서法緖에게 출가하고, 혜광惠曠에게 율학과 대승교를 배웠으며, 진陳 천가天嘉 1년(560) 광주 대소산의 혜사慧思를 찾아가 심관心觀을 전수받았다. 30세에 혜사의 명으로 금릉에서 전도를 시작하고, 32세에 와관사에서 『법화경』을 강하였으며, 38세에 천태산에 들어가 수선사를 창건하였다. 이후 『법화경』을 중심으로 교학의 체계를 세워 천태종을 수립하고 널리 교화를 펴다가 수隋 개황開皇 17년 천태산 석성사에서 60세로 입적하였다. 저서로 『法華玄義』·『法華文句』·『摩訶止觀』·『觀音玄義』·『觀音義疏』·『金光明玄義』·『金光明文句』·『觀無量壽經䟽』 등 30여 부가 있다.
- 3)지관止觀 : 지止(ⓢśamatha)는 정지停止의 뜻으로 망념을 쉬고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며, 관觀(ⓢvipaśyanā)은 달관觀達의 뜻으로 지혜로 관조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둘은 선정(定)과 지혜(慧)를 닦는 방법으로서 한 쌍을 이루며, 바른 깨달음을 얻게 하는 불교의 주요한 수행법이다.
- 4)유위有爲 : 위爲는 위작爲作·조작造作의 뜻. 인연으로 말미암아 조작되는 모든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이런 현상에는 반드시 생生·주住·이異·멸滅의 과정이 있다. 구사俱舍의 칠십오법 중 72법, 유식唯識의 백법 중 94법이 유위법이다. 생멸하는 온갖 법의 총칭이다.
- 5)무위無爲 : 인연인 위작·조작을 여의고, 생·주·이·멸 사상四相의 변천이 없는 진리를 말한다. 열반涅槃·법성法性·실상實相 등은 무위의 다른 이름이다. 구사에서는 3무위를 세우고, 유식에서는 6무위를 세운다.
- 6)교외별전敎外別傳 : 말이나 문자를 쓰지 않고 따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했다는 달마선達磨禪을 가리킨다.
- 7)본서本書 : 천태 지자 대사가 설하고 그의 제자 법신法愼이 기록한 『禪波羅蜜』, 즉 『釋禪波羅蜜次第法門』을 말한다.
- 8)월창月窓 거사 : 조선 말기 거사인 김대현金大鉉(?~1870)의 호. 한성漢城 사람으로 공리貢吏를 지냈으며 유가·도가에 능통하였고, 40세를 넘어 『능엄경』을 열람한 뒤에는 그때까지의 학문을 모두 버리고 불교연구에 전념하였다. 철종 11년(1860) 안동으로 이주하여 살다가 고종 7년에 입적하였다. 저서로는 『禪學入門』 2권·『述夢瑣言』 1권·『字學正典』 1부가 있다.
- 9)화남和南(ⓢvandana) : 반담伴談·반제伴題·번담煩淡·반담槃淡·반다미盤茶味·반나매槃那寐·반탄남畔彈南·파남婆南으로도 음역하고, 아례我禮·계수稽首라고 의역한다. 공경히 예배드린다(敬禮)는 뜻이다.
- 1){底}新文館刊鉛印本。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성재헌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