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대원집(大圓集) / 大圓大師文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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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圓集
대원大圓
김갑기 (역)
대원 대사 문집大圓大師文集 서序
지난 임술년 봄, 내가 아버님(先君子)1)을 곁에서 모실 때 마침 일암日庵2) 장로長老께서 젊은 스님(苾蒭)3)과 함께 지도재志道齋를 찾아와 절을 하였다. 그가 돌아갈 무렵 젊은 스님이 한 편의 게송偈頌을 써 올리기를 “지도재의 이름을 들은 지 오래더니 이제야 노사老師와 함께 왔네. 잠시 찾아왔다가 곧 다시 돌아갈 적 그저 오언시五言詩 한 수를 올리네.”라고 하였다. 아버님께서 보시고 크게 칭찬하셔서 나 또한 곁에서 기록하였는데 진실로 기이한 기풍이 없고 소순蔬荀4)의 기운이 적으며, 시어詩語는 연하煙霞의 경관을 담고 있어5) 비록 그와 함께 노닐고자 했으나 할 수 없었다.
대사께서는 산에서 내려오시는 일이 드물었다. 그런데 천후암天吼巖과 비선대飛仙臺의 사잇길에서 꽃을 감상하고 단풍 구경을 한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가서 그 절을 방문하였다. 일암 노사老師께서 말씀하기를 “이 사람은 『능엄경楞嚴經』 읽기를 좋아하여 천 번 넘게 읽었을 것이야.”라고 하였다. 들은 말에 의하면 이 경은 안으로 심성心性을 분석함에 그 정미함을 다하였고 밖으로 천지를 헤아림에 광대함을 극진히 하였는데, 경의 뜻을 잘 이해하여 향기에 젖으면 그 나머지 어려운 곳(盤節)6)은 칼만 대면 내려간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그 사람을 살펴보니 모습은 더욱 정수하고 마음은 더욱 맑게 느껴졌다. 대사께서 절하고 나도 또한 절을 하였으니, 이는 그 얼굴만 뵌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교제한 것이었다.
그 뒤에 대사께서 열반涅槃에 드시고 사리舍利가 나왔다. 가서 읍하고 자세히 보니 수정처럼 맑고 단단해 아, 진정 공경하고 사랑할 만하였다. 스님 문하의 제자 도원道圓이 돌을 깎아 사리를 보관하고 비를 세워 기록하였다. 또 손제자 포엄抱儼이 장차 그의 향기로운 시(咳唾)7)를 인쇄에 부치고자 하여, 어느 날 그의 유고遺稿를 가지고 와서 서문 써 주기를 청하였다. 나는 지금 늙어 생각을 풀어내는 능력이 고갈되었으니,

009_0791_b_01L[大圓集]

009_0791_b_02L1)大圓大師文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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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91_b_04L
徃在壬戌春余侍立先君子之側
009_0791_b_05L日庵長老與少苾蒭來拜於志道齋
009_0791_b_06L及其歸也苾蒭書呈一偈曰志道聞
009_0791_b_07L名久今行共老師暫來還即去
009_0791_b_08L奉五言詩至蒙先君子稱賞余亦從
009_0791_b_09L旁記之固已奇氣少蔬荀語帶烟霞
009_0791_b_10L雖欲從游而不可得師罕下山聞因賞
009_0791_b_11L花看楓於天吼巖飛仙臺之路徃輒躬
009_0791_b_12L造其廬而訪焉日菴老言此人喜讀
009_0791_b_13L楞嚴經殆過千遍盖聞此經
009_0791_b_14L之則剖析心性極其精微外之則錙
009_0791_b_15L銖天地極其廣大融會經旨沈浸
009_0791_b_16L醲郁則其他盤節皆可迎刃而下
009_0791_b_17L是乎諦視其人則貌益粹而心益淡
009_0791_b_18L師拜而余亦拜此不但見其面乃交
009_0791_b_19L以心也其後師示寂湼槃靈珠出焉
009_0791_b_20L余徃揖而見之瀅晶堅硜吁可敬
009_0791_b_21L同門高足道圓伐石而藏弆立碑
009_0791_b_22L而誌之又有孫資抱儼將欲榟其咳
009_0791_b_23L唾餘芳一日袖其遺藁而來請弁卷
009_0791_b_24L文字余今耄矣筆路枯渴顧安能

009_0791_c_01L어찌 부처님 전에 더러운 것을 던질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대사를 안지 오래되어 드러난 행적을 찾아 탑명塔銘을 썼고 또 행장을 썼으니 이제 와 나의 글이 졸렬하다 하여 사양할 수는 없었다.
대사께서는 15세에 무신난戊申亂8)을 만나 군에 지원하여 남한산성에서 성을 지키다가, 난이 진압되자 공로의 상을 받았다. 대사께서 등과登科 하자 어떤 부자가 자기의 딸로 사위 삼기를 원하였다. 하지만 대사는 모두 버리고 머리를 깎았으니9), 이것은 인간 세상에서 출가한 스님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대개 이 시어들은 애써 율을 맞추지 않았어도 선지禪旨의 삼매三昧10)에서 정법안장正法眼藏을 깊이 얻었도다. 생각건대 그의 가슴속이 시원하게 막힌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일삼은 것이 이와 같고, 얻은 바가 이와 같았던 것이리라. 다소 오류를 바로잡고, 아울러 그의 행적을 적어 서문에 가름한다.
신유년(1801) 동짓달 하순 취송翠松 거사居士는 쓰다.

009_0791_c_01L拋凂佛頭然余之知師甚熟于其求
009_0791_c_02L顯者銘也余亦狀之今不可以蕪拙
009_0791_c_03L且師生十五値戊申亂應募
009_0791_c_04L南漢守城至其難已賞勞師登科
009_0791_c_05L又有富人願嫁以女師皆棄去而祝髮
009_0791_c_06L此非人世出家者流之所能辦盖其韻
009_0791_c_07L雖不必强以律法而於禪旨三昧
009_0791_c_08L得正法眼藏惟其胸中爽然無滯礙故
009_0791_c_09L所事如是而所得又如是也少加删
009_0791_c_10L并記其跡以爲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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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酉復月下澣翠松居士書

009_0791_c_12L{底}辛酉翠松書記本(李仁哉所藏)卷頭有符
009_0791_c_13L印板畫編者除之
  1. 1)선군자先君子 : 돌아가신 아버지를 말한다. 선군先君. 선고先考.
  2. 2)일암日庵 : 조선 후기 승려 정이精頤(1674~1765)의 호이다. 1689년(숙종 15) 16세에 설우雪祐에게 출가하여 선ㆍ교를 함께 닦았으며 금강산 건봉사와 설악산 내원암內院庵에서 후학을 지도하였다. 15권의 문집이 있었다고 현재는 전하지 않는다.
  3. 3)필추苾蒭 : 향이 좋고 부드러운 풀이름. 불가佛家에서 스님을 비유한다. 『尊勝陀羅尼經』에 “苾蒭生不背日 冬夏常靑 體性柔韌 香氣遠騰 引蔓旁布 故比丘曰苾蒭”라고 나온다.
  4. 4)소순蔬荀 : 채소나 죽순을 위주로 하는 소박한 승려의 식사이다. 혹은 ‘소순기蔬荀氣’라 하여 승려의 시문이나 언사에 나타나는 세련되지 못한 표현에 빗대기도 한다.
  5. 5)어대연하語帶烟霞 : 말이 연하의 경관을 띄다. 소식蘇軾의 「贈詩僧道通詩」에 “語帶煙霞從古少 氣含蔬荀到公無”라는 말이 있다.
  6. 6)반절盤節 : 어려운 곳. 백정이 소를 잡는데 뼈를 바르다가 관절이 뭉친 곳은 잘 드는 칼이나 자귀로 찍어 내려간다(『莊子』 「養生主」). 여기서는 『능엄경』을 읽으면서 어려운 곳은 심혈을 더 기울여 해석하여 내려간다는 말이다.
  7. 7)해타咳唾 : 전하여 어른의 말씀을 경칭敬稱해 쓰는 말 혹은 좋은 시문詩文을 일컫는다.
  8. 8)무신난戊申亂 : 무신년(영조 4, 1728년) 3월에 일어난 반란. 이인좌李隣佐의 난 혹은 정희량의 난이라 한다. 당시 임금인 영조가 형 경종景宗을 독살했다는 의혹이 전국에 퍼져 소론과 남인의 급진파가 제휴하여 일어났으며 중간층 및 하층민의 적극적 참여로 확대되었다.
  9. 9)축발祝髮 : 길렀던 머리를 깎음. 승려가 됨을 뜻한다.
  10. 10)삼매三昧 : 잡념이 없고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한곳으로 집중된 상태를 말한다.
  1. 1){底}辛酉翠松書記本(李仁哉所藏)。卷頭有符印板畫。編者除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