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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60_b_01L백우수필百愚隨筆백우집百愚集 서문일찍이 듣건대, 불가에 선禪과 교敎의 이종二宗이 있는데, 근세에 선종을 말할 때면 으레 상승上乘의 불법佛法을 얻은 적전嫡傳으로 백암栢庵과 설암雪巖을 거론하기에, 내가 본시 이 말을 귀담아듣고는 마음속에 간직해 두었다.임인년(1722, 경종2) 여름에 산인山人 단숙端肅이 자신의 은사인 설암의 행장行狀을 짓고 그의 유고遺稿 약간 편을 수집한 뒤에, 확계䨥溪에서 문도 본정本淨을 나의 집에 보내어 첫머리를 장식할 글을 지어달라고 나에게 청하였다. 이에 내가 본정에게 말하였다.“처음에 내가 대원大源에서 설암을 보고 그 사람됨을 알았었는데, 지금 내가 설암의 행적을 보고는 또 그 의발衣鉢을 서로 전한 사정을 알게 되었다.대개 백암은 시를 잘 짓기로 한 세상에 소문이 났었다. 그리하여 방외方外 원근의 치도緇徒와 석자釋子가 음영吟咏하고 풍송諷誦하였음은 물론이요, 도비都鄙 향려鄕閭의 진신縉紳과 봉액逢掖에 이르기까지 모두 칭찬하고 찬탄하였으니, 그 훈도薰陶를 직접 받은 자 또한 단丹에 적赤하고 칠漆에 흑黑할 것1)은 이치로 볼 때 필연적인 사실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지금 단숙 스님으로 말하면 묘령妙齡에 수계受戒하고 전등傳燈한 위에 박문강기博聞强記를 자랑하는데, 그런 그가 장차 사문師門을 크게 넓히려 하니, 스승에게서 감화를 받은 것이 없다면 그렇게 할 수가 있겠는가!적수赤水에 노니는 자는 현주玄珠를 찾게 마련이고,2) 곤강崑崗에 오르는 자는 미옥美玉을 캐기 마련이다.3) 지금 의발을 전한 것을 가지고 살펴보건대, 설암이 백암을 잇고 숙사肅師에게 전해 준 것이야말로, 어찌 현주를 찾고 미옥을 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상승의 불법을 얻은 적전이라고 말해도 잘못된 말은 아닐 것이다. 내가 설암의 행적을 아름답게 여기고 있었는데, 스승과 제자가 문장에 능한 것이 또 기쁘기만 하다.”
이 말을 글로 써서 그에게 주었다.임인년 구월姤月(5월) 하순에 진양晋陽 하세응河世應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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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60_b_01L[百愚隨筆]
009_0160_b_02L1)百愚集序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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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60_b_04L甞聞佛家。有禪敎二宗。而近世說禪宗
009_0160_b_05L者。必以栢庵雪嵒。爲得上乘之嫡傳。
009_0160_b_06L余固耳剽而心存之矣。歲壬寅夏。山人
009_0160_b_07L端肅。狀其師雪嵒之行。且裒其遺稿若
009_0160_b_08L干篇。自䨥溪。遣其徒本淨。踵門而請
009_0160_b_09L余文。題其首。余謂淨曰。始吾見雪岩
009_0160_b_10L於大源。識其爲人。今吾見雪巖之行
009_0160_b_11L蹟。又識其衣鉢之相傳。蓋栢庵以能詩
009_0160_b_12L聞一世。無論方外。遠近緇徒釋子。吟
009_0160_b_13L咏諷誦。而以至都鄙鄕閭縉紳。逢掖
009_0160_b_14L之流。莫不艶稱贊歎。則其薰而炙之者
009_0160_b_15L赤于丹。黑于漆。因其理之必然。而今
009_0160_b_16L肅師以妙齡受戒傳燈。博聞强記。殆將
009_0160_b_17L張大其師門者。非爲得於觀感而能然
009_0160_b_18L乎。游赤水者。必探玄珠。陟崑峀者。能
009_0160_b_19L採美玉。今以衣鉢之傳。觀之則雪嵒之
009_0160_b_20L繼栢庵而開。肅師豈非探玄珠。採美玉
009_0160_b_21L者耶。然則雖謂得上乘之嫡傳。不爲虛
009_0160_b_22L語矣。余旣嘉雪巖之行。又悅其師弟子
009_0160_b_23L之能文章。於是乎書以歸之。
009_0160_b_24L壬寅姤月下澣。晋陽河世應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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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60_c_01L{底}景宗元年申命耉後書本(東國大學校所藏)。
- 1)단丹에 적赤하고~黑할 것 : 감화感化의 위대한 작용을 비유한 말이다. 『孔子家語』 육본六本에 “단사丹砂 속에 놔두면 붉어지고, 옻칠 속에 놔두면 까매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가 함께하는 바를 반드시 신중히 하는 것이다.(丹之所藏者赤, 漆之所藏者黑. 是以君子必愼其所與處者焉.)”라는 말이 나온다.
- 2)적수赤水에 노니는~찾게 마련이고 : 황제黃帝가 적수에서 노닐고 돌아오는 도중에 현주를 잃어버렸는데 무심無心한 상망象罔이 찾아내었다는 이야기가 『莊子』 「天地」에 나온다.
- 3)곤강崑崗에 오르는~캐기 마련이다 : 곤강은 곤륜산崑崙山을 말하는데, 옥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곤강崑岡이라고도 한다. 『書經』 「胤征」에 “곤강에 불길이 치솟으면, 아름다운 옥과 돌멩이가 다 같이 타 버린다.(火炎崑岡, 玉石俱焚.)”라는 말이 나온다.
- 1){底}景宗元年申命耉後書本(東國大學校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