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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허집暎虛集영허 해일暎虛海日정환국 (역)
008_0034_a_02L영허대사시집서暎虛大師詩集序나는 운산雲山1)에 대해 생각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 어느 날 저녁, 시골집으로 한 스님이 시고詩藁를 들고 찾아와 나에게 보여주면서, “이것은 우리 스승님의 시입니다. 나으리께서 우리 대사님의 시를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감히 찾아와 드리는 것입니다. 이 시를 간행하려고 하는데 나으리께서 서문을 써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받아서 펼쳐보니, 시가 원명평담圓明平淡하여 그리 한초寒峭하지도 않고 총령葱嶺2)을 넘어온 자취도 적었다. 요컨대 시는 성정에 근본을 둔다는 것에도 크게 어긋남이 없고, 유가儒家의 ‘덕이 있는 자에게는 좋은 말이 있다’는 말에도 합치하는 것이 실로 많았다. 대사여! 대사여! 선정禪定으로부터 지혜가 생기지 않았다면 어떻게 혼예昏翳를 모두 정화시킬 수 있었겠으며, 다름을 물리치고 같음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혼융渾融함을 말로 드러낼 수 있었겠는가. 도가 같지 않으면 서로 함께 도모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말할 바가 못 된다.대사의 본가는 두릉杜陵3)이며 영주산瀛洲山4)에서 삭발하였다. 나는 세속의 사람으로 대사와는 산 시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데, 비록 도연명과 혜원의 결사結社한 일5)은 없었지만, 언제나 허순과 지도림의 방외의 교류6)를 바랐다. 신심神心에서 느껴 깨달은 것은 아득하여 알기 어렵거늘, 지금 무료한 때에 그 시고를 얻어 보고 여산廬山과 회계會稽의 노닒을 혹시라도 아침저녁으로 그 자취를 따를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내가 말로써 발휘할 것은 없지만, 이 시들이 흩어져 없어질까 염려되는바, 마침내 권면卷面에 써서 준다.아! 나는 대사의 몸이 과연 어디로 돌아갔는지를 알지 못하지만, -
008_0034_a_02L1)暎虛大師詩集序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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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034_a_04L舊聞師能詩。然詩本性情。浮屠不識性
008_0034_a_05L又割情爲戒律。寧有於詩耶。設有之
008_0034_a_06L謂若渠家所稱話頭之類。是不足觀也
008_0034_a_07L已。或意山中人正㝎解脫。造語自然成
008_0034_a_08L響。蹊逕不由。直至好境。而我猶未之
008_0034_a_09L見耶。雲山之想。歲月已深。一夕於郊
008_0034_a_10L扉。僧有執一詩藁。授余而言曰。此吾
008_0034_a_11L師詩也。聞公欲見吾師詩。敢來相授
008_0034_a_12L將詩入梓。願公之序之也。余受而披閱
008_0034_a_13L之。則詩圓明平淡。未甚寒峭小。葱嶺
008_0034_a_14L來氣。習要之性情。亦無大誖。其合於
008_0034_a_15L儒之有本有言者實多。師乎師乎。不
008_0034_a_16L能從㝎生慧。則安得以淨盡昏翳。不能
008_0034_a_17L黜異求同。則安得以言出渾融。不同不
008_0034_a_18L相謀。非今日所言也。師本家杜陵。上
008_0034_a_19L瀛洲山落髮。余爲山下人。與師生世早
008_0034_a_20L晩。雖無陶慧修社之事。每希許支方外
008_0034_a_21L之交。神心感會。渺渺難了。何幸于今
008_0034_a_22L無聊。獲見其詩什。廬山會稽之遊。倘
008_0034_a_23L可朝暮追之無語發揮。恐詩零落。遂書
008_0034_a_24L卷面相贈。噫。余未知師身果歸何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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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034_b_01L시와 명성만은 아직도 이 세상에 그대로 남았다고 본다.숭정崇禎 을해년乙亥年(1635년) 3월에 천태산인天台山人이 쓰다. -
008_0034_b_01L獨詩與名尙在也。
008_0034_b_02L崇禎乙亥。三月。日。天台山人書。
008_0034_b_03L{底}崇禎八年乙亥。新坡居士書跋本(東國大學
008_0034_b_04L校所藏)ㆍ同覆刻本(東國大學校所藏)。但覆
008_0034_b_05L刻本編次稍異「普應堂暎虛大師行蹟」在一卷
008_0034_b_06L序頭「新坡跋文」在一卷末「暎虛大師詩集序」
008_0034_b_07L在二卷末也。
- 1)운산雲山 : 세속과 떨어진 곳이란 의미로 주로 은자나 출가한 이의 거처를 일컫는다.
- 2)총령葱嶺 : 즉 파미르 고원高原. 북으로 뻗은 줄기가 중국과 서역西域 지방을 동서로 나누면서 천산 산맥과 이어져 있다. 불교가 바로 이 지역에서 왔으므로 곧 불교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
- 3)두릉杜陵 : 만경현萬頃縣의 옛 이름으로 ‘두산杜山’이라고도 하였다. 지금 전라북도 김제시 지역.
- 4)영주산瀛洲山 : 전라북도 부안군 소속의 변산반도 내변산으로 ‘능가산楞伽山’으로도 불린다. 이 산의 남쪽에 내소사來蘇寺가 있다.
- 5)도연명과~결사結社한 일 : 즉 ‘호계삼소虎溪三笑’의 고사를 말한다. 진나라 때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혜원법사慧遠法師와 도연명陶淵明, 육수정陸修靜은 유불의 구분을 떠나 함께 도를 논의한 바 있다.
- 6)허순과~교류 : 허지許支는 진晉나라 때 명사名士였던 허순許詢과 당시 고승이던 지도림支道林으로, 이들은 비록 유자와 불자의 관계였지만 회계산會稽山에서 교유하면서 종유하였다.
- 1){底}崇禎八年乙亥。新坡居士書跋本(東國大學校所藏)ㆍ同覆刻本(東國大學校所藏)。但覆刻本編次稍異「普應堂暎虛大師行蹟」在一卷序頭「新坡跋文」在一卷末「暎虛大師詩集序」在二卷末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