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구자무불성화간병론(狗子無佛性話揀病論) / 狗子無佛性話揀病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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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무불성화간병론狗子無佛性話揀病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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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무불성화간병론1)狗子無佛性話揀病論
무의자2) 지음(無衣子述)
김영욱 (역)
1. 무자無字 공안을 제기함
천동天童1)이 다음의 공안을 제기했다.2) 어떤 학인이 조주에게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있다.” “어째서 (불성이) 바로 이 가죽 포대 속에 들어가 있습니까?” “그놈이 알면서도 고의로 범했다.” 또 어떤 학인이 조주에게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 “모든 중생에게 다 불성이 있는데, 어째서 개에게는 없습니까?” “그놈은 업식業識이 있기 때문이다.”3)
2. 천동 정각天童正覺의 해설
천동이 이 공안에 대하여 평가한다. “조주가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한 결과로 개의 불성에 대하여 세상 사람들이 갖가지로 분별하여 말한다. 그러나 모르는 것을 알은체하여 부끄러운 표정을 짓느니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 조주의 마음은 진실하였으니 말을 두 가지로 거칠게 나눈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마라.4) 7백 갑자甲子5)를 산 선禪의 달인(禪伯)6)이 나귀 똥7)을 가지고 있다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경우를 마주칠 때마다 보는 안목을 바꾸어 주었다.8)
3. 무의자의 해설
근본을 모르고 대충 공부하는 출가자(道)와 재가자(俗)의 무리들은 이 화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시되는 문답을 보고 표면적인 말에 얽매여 뜻을 확정하고, 유ㆍ무 양단 중 하나인 무(有無之無)라고 결정지어 이해한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뜻을 전혀 모르고 있다.9) 오조 법연五祖法演은 “조주가 드러낸 칼날이여! 서릿발같이 싸늘한 빛이 번득이는구나.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면, 몸을 갈라 두 토막을 내리라.”10)라고 읊었으며, 진정 극문眞淨克文 화상은 “업식이 있기 때문이라 말하니, 누가 그 뜻이 깊지 않다고 하는가? 바다가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내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 수 없느니라.”11)라고 읊었다. 이 공안에 대한 이러한 취지의 게송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12)
1) 첫 번째 병통1 : 유와 상대적인 무라는 분별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잘못 생각한다. “(조주에게 질문한) 그 학인은 스스로 ‘마치 어린아이가 사람을 보면 공연히 웃으며 물건을 가지고 놀면서도 그 이름을 모르는 것과 같고, 또한 마치 개가 의식은 흐리멍덩하고13) 네 다리를 힘없이 절름거리며14) 오로지 먹을 것15)만 생각하고 다른 것에 대한 분별은 전혀 없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라 생각하고, 이것을 좋은 소식으로 여긴 것이다. 그러나 작가作家16)인 조주의 마음은 이와 같은지 달리 어떤 것인지17) 아직 몰랐으므로 개를 빙자하여 질문을 만들어 자신의 견해를 보인 것이다.18)” 그런 까닭에 조주가 ‘설령 그러한 상태라 하더라도 아직 철저하게 깨달은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여 ‘없다.’라고 대답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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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069_b_02L1)狗子無佛性話揀病論 [1]

006_0069_b_03L

006_0069_b_04L2)無衣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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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童擧僧問趙州狗子還有佛性也無
006_0069_b_06L州云有僧云爲什麽撞入這箇皮帒
006_0069_b_07L州云他知而故犯又僧問趙州狗子還
006_0069_b_08L有佛性也無州云無僧云一切衆生
006_0069_b_09L皆有佛性爲什麽狗子却無州云爲
006_0069_b_10L他有業識在
師云趙州道有趙州道無
006_0069_b_11L狗子佛性天下分疎面赤不如語直
006_0069_b_12L心眞莫恠言麁七百甲子老禪伯驢糞
006_0069_b_13L逢人換眼珠
汎叅道俗看此話始終問
006_0069_b_14L隨言定旨決定作有無之無殊不
006_0069_b_15L知五祖演和尙頌云趙州露刄3)
006_0069_b_16L霜光焰焰擬欲問如何分身作兩段
006_0069_b_17L眞淨和尙頌云言有業識在誰云意不
006_0069_b_18L海枯終見底人死不知心如是等
006_0069_b_19L不可勝數
或云這僧自謂得似孩
006_0069_b_20L見人空解笑弄物不知名又如狗
006_0069_b_21L子蒙蒙4)曈曈跛跛挈挈但念水草
006_0069_b_22L無分別以此爲好消息然未知作家之
006_0069_b_23L可不如何故借狗子設問呈似
006_0069_b_24L以趙州謂直饒伊麽未徹在答云無者

006_0069_c_01L마치 경전에서 “유정有情에게는 불성이 없고, 무정無情에게는 불성이 있다.”19)라고 한 것이나, 황벽黃檗이 “부처님이 체험한 단계를 몸소 밟고 나서야 분별이 사라진 경지이니(無情) 불성이 있다고 하며, 부처님이 체험한 단계를 몸소 밟기 이전에는 분별이 남아 있는 상태이므로(有情) 불성이 없다고 한다.”20)라고 한 것, 그리고 “혜랑惠郞 선사가 석두石頭에게 ‘불성이란 어떤 것입니까?’라고 묻자21) 석두가 ‘그대는 불성이 없다.’라 대답하고,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벌레와 같은 중생은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벌레와 같은 중생들은 오히려 불성이 있다.’라고 대답했으며, ‘저는 어째서 없습니까?’라 묻자 ‘그대는 그러한 진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22)라고 한 것과 같다.”라는 등의 뜻으로 오해한다.
무의자의 비판1
질문한 학인은 비록 본래의 생각은 아니었지만 개의 입장을 들어 다시 “모든 중생에게 누구나 불성이 있는데, 어째서 개에게는 없습니까?”라고 물었고, 조주 역시 개를 들어서 “그놈은 업식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표면적인 대답은 학인의 질문을 따라 준 듯하지만 속뜻은 이렇게 대답한 말과 상관이 없다.23)
2) 첫 번째 병통2
또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착각한다. “완벽한 개에다가 불성이라는 두 글자로 더럽게 물들이면 안 된다. 왜 그런가? 서시西施와 같은 절세의 미인은 화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산을 보고 산이라 하고, 물을 보고 물이라 하며, 주장자를 보고 단지 주장자라 하고,24) 집을 보고 집이라 할 뿐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개를 보고 단지 개라고 한들 어떤 거리낌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조주가 ‘없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무의자의 비판2
이와 같이 삿된 견해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므로 대혜는 그러한 병통을 가려내어 “유ㆍ무 양단 중 하나인 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 것이다.
3) 두 번째 병통 : 참된 무로서의 무라는 분별
이미 이와 같이 확정짓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거늘 다시 잘못 분별하여 ‘(조주가 없다고 한 말은) 유나 무 그 어느 편에도 떨어지지 않는 참된 무로서의 무25)’라고 생각한다. 가령 『금강삼매경』에서 “만일 무를 여의고 유를 취하거나 유를 버리고 공空을 따르면 참된 무가 아니다. 비록

006_0069_c_01L如經云有情無佛性無情有佛性
006_0069_c_02L5)檗云始踏佛階梯無情有佛性未踏
006_0069_c_03L佛階梯有情無佛性第一張 又如惠
006_0069_c_04L朗禪師問石頭如何是佛性頭云汝無
006_0069_c_05L佛性云蠢動含靈又作麽生曰蠢動
006_0069_c_06L含靈却有佛性云某甲爲什麽却無
006_0069_c_07L爲汝不肯承當等之意也
這僧雖非本
006_0069_c_08L且擧狗子分上更問云一切衆生
006_0069_c_09L皆有佛性爲什麽狗子却無趙州亦擧
006_0069_c_10L狗子答云爲他有業識在言似隨他
006_0069_c_11L意不在此
或云好箇狗子上不可用佛
006_0069_c_12L性二字染汚何故西施不用添脂粉也
006_0069_c_13L如云見山是山見水是水見柱杖
006_0069_c_14L喚作柱杖見屋6)喚作屋何妨見狗子
006_0069_c_15L但喚作狗子故州云無
如此等邪解
006_0069_c_16L不可勝數故大惠揀云不得作有無
006_0069_c_17L之無
旣不許伊麽定又錯計云不落有
006_0069_c_18L是眞無之無如金剛三昧經云
006_0069_c_19L離無取有捨有從空而非眞無今雖
006_0069_c_20L{底}康熙二十五年四月開刊本(國立圖書舘所
006_0069_c_21L法集別行錄節要并入私記合綴本) {甲}萬曆
006_0069_c_22L四十四年丙辰季冬黃延道松和修曾留板本(國
006_0069_c_23L立圖書舘所藏圓頓成佛論合綴本) {乙}平安道
006_0069_c_24L成川府境白蓮山靈泉寺開刊本(國立圖書舘所
006_0069_c_25L大慧普覺國師語錄合綴本)
撰者名無有
006_0069_c_26L{甲}{乙}
「釰」作「劒」{甲}{乙}「曈曈」作「瞳瞳」
006_0069_c_27L{甲}{乙}
「檗」作「蘖」{甲}「喚」上有「但」{甲}{乙}

006_0070_a_01L유에 대한 집착을 떠나더라도 공을 보존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한다면 모든 법의 참된 무를 얻을 것이다.”26)라고 한 것을 예로 든다. 이와 같이 가지런한 논리로 정리할까 염려하여 “참된 무로서의 무라고 헤아려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것이다.
4) 세 번째 병통 : 특정한 도리라고 이해함
이미 이와 같이 확정짓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거늘 다시 (무자無字가) 깊고 미묘한 도리라고 이해한다. 그러므로 이 병통을 가려내어 “특정한 도리라고 이해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5) 네 번째 병통 : 의근意根에서 사량 분별하며 헤아림
이미 이와 같이 뜻을 확정짓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거늘 또 머리를 숙이고 고요히 앉아 생각에 골몰하며 의미를 찾는다. 그러므로 이 병통을 가려내어 “의근意根에서 사량 분별하며 헤아려서도 안 된다.”라고 말한다.
6) 다섯 번째 병통 : 눈썹을 움직이고 눈을 깜박이며 생각하는 작용에 뿌리내리고 궁구함
앞에서 이미 유ㆍ무의 무와 참된 무로 이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또한 특정한 도리라고 사량 분별하며 확정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눈을 깜박이며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태가 바로 그것인 줄로 오인한 끝에, 곧바로 옛사람이 “눈을 깜박이고 눈썹을 치켜뜨고 생각하는 작용에 분명하게 불조의 기틀이 드러난다.”라고 한 말과 “선종의 근본 취지(西來意)27)를 묻자 ‘마땅히 빈틈없는 작용을 관찰해야 한다.’라 대답하고, ‘빈틈없는 작용이란 어떤 것입니까?’라 묻자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그 뜻을 보여 주었다.”28)라는 등의 말과 문답을 근거로 삼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병통을 가려내어 “눈썹을 움직이고 눈을 깜박이며 생각하는 작용에 뿌리를 내리고 화두를 궁구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7) 여섯 번째 병통 : 말 길(語路)에서 살 길을 모색함
앞서 도리로 모색하는 길과 특정한 의미로 모색하는 길을 허용하지 않았고, 또한 작용을 (무자無字의 진실이라) 확정하여 인정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음을 잘 알고 나서 아무런 맛도 없는 언구 상에서 의심을 일으키며 궁구하다가 이번에는 “언구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병이다.”29)라고 한 원오圜悟의 말을 근거로 끌어들여 분별30)한다. 그러므로 이 병통을 간별하여 “말 길에서 살 길을 모색해서도 안 된다.”라고 한 것이다.
8) 일곱 번째 병통 : 아무 일도 없는 경계 속에 갇힘
이미 이와 같이 확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자 다시 분별하여 “도리로 모색하는 길과 특정한 의미로 모색하는 길이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곳에서 마음을 쓸 바에는 차라리 아무 일도 없느니만 못하겠다.”라 생각하고, 가령 “일에 마음을 두지 않고 마음에 일이 없으니, 마음이 허하면서도 신령한 분별이 있고 비었으면서도 묘한 작용이 있다.”31)라고 한 덕산德山의 말 등을 근거로 삼아 공부한다. 그러므로 이 병통을 간별하여 “모든 것을 날려 버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경계 속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32)라고 한 것이다.
9) 여덟 번째 병통 : 화두를 제기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차리려 함
이미 말 길에서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또한 모든 것을 날려 버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경계 속에 갇혀 있는 것도 허용하지 않자 이번에는 “(화두를) 들려고 해도 들려지지 않을 때가 바로 좋은 소식이다.”라 생각하고, 가령 “사량 분별하고자 하면 어느 세월에 깨닫겠으며, 반대로 사량 분별하지 않으면 결국은 모호하게 되니, 사량 분별하는 것과 하지 않는 두 가지를 모두 짓밟아 버렸을 때, 만 리에 구름 한 점도 없이 본래의 모습이 항상 눈앞에 드러난다.”33)라고 한 불안佛眼의 말을 근거로 삼아 견고하게 집착하고 버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착각에서 생기는 병통을

006_0070_a_01L離有而不存空如是乃得諸法眞無
006_0070_a_02L如此差排故云不得作眞無之無卜度

006_0070_a_03L
旣不許伊麽定又作玄妙道理會
006_0070_a_04L揀云不得作道理會
旣不許伊麽定
006_0070_a_05L低頭冷坐着意搜尋故揀云不得向
006_0070_a_06L意根下思量卜度
前旣不許有無眞無
006_0070_a_07L又不許作道理思量定又認着眼眨
006_0070_a_08L第二張 理會不得底爲是便引古
006_0070_a_09L德云瞬目1)揚眉處2)明明佛祖機
006_0070_a_10L有問西來意答云當觀密作用云如何
006_0070_a_11L是密作用以目開合視之等爲據
006_0070_a_12L揀云不得*揚眉3)𣊬目處4)桗根
審前不
006_0070_a_13L許理路義路又不許認取作用定向沒
006_0070_a_14L滋味底言句上起疑便引圓悟云不疑
006_0070_a_15L言句是爲大病故揀云不得向語路上
006_0070_a_16L作活計
旣不許伊麽定又計云理路義
006_0070_a_17L旣不揔許却向伊麽處用心不如
006_0070_a_18L無事如德山云無心於事無事於心
006_0070_a_19L虛而靈空而妙等爲據故揀云不得颺
006_0070_a_20L在無事匣裏
旣不許語路上作活計
006_0070_a_21L不許颺在無事匣裏定謂欲擧未擧時
006_0070_a_22L正是好消息也如佛眼云擬思量
006_0070_a_23L劫悟不思量終莾鹵欲思不思踏破
006_0070_a_24L時萬里無雲常現露爲據堅執不捨

006_0070_b_01L간별하여 “화두를 제기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차리려 해서는 안 된다.”34)라고 한 것이다.
10) 아홉 번째 병통 : 문자를 끌어들여 입증함
또한 문자를 끌어들여 입증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위의 모든 병통에 빠짐없이 통한다.35)
11) 열 번째 병통 : 미혹한 상태에서 깨달음을 기다림
이미 이와 같이 확정하는 것들을 모두 허용하지 않아서 어떻게도 해 볼 도리가 없게 되자 스스로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켜 ‘지금 미혹한 상태로 있는데 언제 깨닫게 될까?’라고 하며 현재의 미혹에 집착하면서 깨달음을 기다린다. 그러므로 이 병통을 가려내어 “미혹한 상태에서 깨달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라고 한다.36)
12) 십종병十種病 요약
이상의 여러 병통 중에서 ‘눈썹을 치켜뜨고 눈을 깜박이는’ 다섯 번째 병통부터 ‘미혹된 상태에서 깨닫기를 기리는’ 열 번째 병통까지는 요즘 사람들이 떠나기 어려운 병통이다. 넓게 말하면 십종병이 있지만 간략하게 말하면 유심有心과 무심無心, 언어와 침묵이라는 양단에서 생기는 병통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유심으로 구할 수 없고 무심으로도 얻을 수 없으며, 언어로 이를 수 없고 침묵으로도 통할 수 없다.”37)라고 한 것이다. 또 다시 요점만 간략하게 말하면 사의思議38)와 부사의不思議라는 양단에서 생기는 병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좌측으로 와도 옳지 않고, 우측으로 와도 옳지 않다.”39)라고 말하며, 또한 “이렇다고 해도 안 되고, 이렇지 않다고 해도 안 되며, 이렇다거나 이렇지 않다거나 모두 안 된다.”40)라고 말하여 분명하게 병통을 간별하고 그 핵심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던 것이다. 만약 영리한 자라면 이와 같이 해 주는 말을 듣자마자 눈썹을 치켜올리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지 결코 먼 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병통이 있거나 병통이 없거나 상관하지 말고, 맛이 있거나 맛이 없거나 상관하지도 말며, 힘을 얻었거나 힘을 얻지 못했거나 상관하지도 말고, 다만 화두를 들고 놓치지 말고 언제나 ‘이것은 어떤 도리인가?’ 하고 살펴보라.
간기刊記
 강희康熙 25년(1686) 병인丙寅 4월 모일 개간. 판은 전라도 낙안樂安의 금화산金華山 징광사澄光寺에 있다.

 갑본의 간기는 다음과 같다. “상입실上入室41) 심당心幢의 청에 따라 무의자가 짓고 처희處熙가 간행하다. 만력 44년 병진 음력 섣달

006_0070_b_01L揀云不得向擧起處承當
又不得向文
006_0070_b_02L字引證引證通上諸病
旣不許伊
006_0070_b_03L麽決定無可奈何自生難想謂即今
006_0070_b_04L幾時悟得執迷待悟故揀云不得將
006_0070_b_05L迷待悟
如上諸病中從揚眉瞬目
006_0070_b_06L將迷待悟是時人難離之病廣而言之
006_0070_b_07L則有十種病略而言之則不出有心
006_0070_b_08L第三張無心語言寂默故古人云
006_0070_b_09L可以有心求不可以無心得不可以語
006_0070_b_10L言造不可以寂默通略而言之則不
006_0070_b_11L出思議不思議所以道左來也不是
006_0070_b_12L右來也不是又道伊麽也不得不伊
006_0070_b_13L麽也不得伊麽不伊麽揔不得則*明
006_0070_b_14L明地楝破*明明地現示5)是靈利漢
006_0070_b_15L聊聞擧着剔起眉毛便行終不打之
006_0070_b_16L其或未然莫管有病無病莫管有滋
006_0070_b_17L味無滋味莫管得力不得力但提撕看
006_0070_b_18L是箇什麽道理第四張

006_0070_b_19L
006_0070_b_20L
6)康熙二五年丙寅四月日開刊板在全
006_0070_b_21L羅道樂安金華山澄光寺

006_0070_b_22L「揚」作「楊」{乙}次同「明明」作「朙朙」{甲}次
006_0070_b_23L
「𣊬」作「瞬」{甲}{乙}「桗」作「挅」{甲}
006_0070_b_24L「是」無有{甲}
甲本刊記如下「上入室心幢請
006_0070_b_25L無衣子述處熙刊萬曆四十四年丙辰季冬日

006_0070_c_01L황연도 송화수증유판본黃延道松和修曾留板”
 을본의 간기는 다음과 같다. “상입실上入室 심당心幢의 청에 따라 무의자가 짓다. 숭정崇禎 3년(1630) 경오 겨울, 국일도대선사선교도총섭부종수교보제등계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42) 청허대사淸虛大師의 수문首門43) 완허당玩虛堂44)의 미제微弟45)인 허백당虛白堂 청휘선자淸輝禪子 명조明照46)는 나이 열셋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은 뒤 송운대사松雲大師47) 법석에서 매일 『서장書狀』과 『고봉선요高峯禪要』 두 저술의 강설을 듣고는 낱낱의 말마다 구절마다 모두 뼈를 바꾸고 창자를 깨끗이 씻어내는 듯한 말이라 여기고 판각하여 유포하였으니, 이렇게 선행을 할 뜻이 마음속에서 일어난 지는 오래전이었다. 병인년(1626) 가을에 어명을 받고 의승대장이 된 다음 의병을 이끌고 안주에 들어가 군진軍陣을 크게 펼치고 호병胡兵과 전투를 벌이다가48) 국운이 막히는 지경에 이르자 승군僧軍이 갈가리 찢어지는 피해를 당했지만 그 자신은 천은을 입어 홀몸으로 탈출하였다. 깊은 산에 숨어들어 심오한 도리를 탐구하다가 향을 사르고 축성祝聖하는 틈에 다시 이전의 소원이 마음에 떠올라 두 책을 널리 전함으로써 후학들에게 베풀고자 모연하여 목판에 새기고 교열까지 본 뒤에 만대에 유포하였으니 어찌 선조의 가풍을 흠모하는 마음이 깊었다고 하지 않겠는가! 후대에 뜻을 품고 배우는 사람들이 이들 선禪 관계 해설서를 보고 마음의 꽃이 단번에 핀다면 목판에 새겨서 생기는 그 무수한 공덕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이렇게 쌓은 공덕을 돌려 위로 무위無爲의 교화를 도우리니 엎드려 바라건대 주상과 삼전三殿이 만세의 수명을 이어가고 전쟁은 영원히 그쳐 천하가 태평하고 모든 백성이 항상 배를 두드리며 노래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온갖 중생(群靈)이 함께 용화龍華49)의 대중이 되도록 해 달라고 하리라. 재물을 보시한 사람이나 판板을 보시한 경우, 이름을 올리는 명록名錄의 줄이 불어나 이곳에 온전히 다 적지 못한다.
 절충장군중추부첨지시평안도총섭 회기

 대시주질50):윤일, 박백운, 이성걸
 선덕 겸 시질51):보영, 도희이하 19인 명단 생략
 글자를 새기는 소임(雕字):전주지 숭우, 전주지 일현, 묘안, 혜쌍, 학경
 판을 다듬는 소임(鍊板): 수영
 채소를 조리하는 소임(熟頭):신찬
 음식을 만드는 소임(飯頭):묘희
 정처 없이 오가는 객승(往來):경순
 창고나 부엌 등의 살림을 총괄하는 소임(別座):영지
 평안도 성천부 경계 백련산白蓮山 영천사靈泉寺 개간본
 순안 땅 법홍산法弘山 법흥사法興寺로 옮겨 소장할 예정이다.
 화사化士52) : 전주지 보준

006_0070_c_01L延道松和修曾留板
006_0070_c_02L乙本刊記如下「上入室心幢請無衣子述
006_0070_c_03L禎三年庚午之冬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
006_0070_c_04L宗樹敎普濟登階淸虛大師首門玩虛堂微弟虛
006_0070_c_05L白堂淸輝禪子明照年甫十有三而出家受具於
006_0070_c_06L松雲大師法席每日聽講書狀高峯二傳則言言
006_0070_c_07L句句皆爲換骨流膓之語刊板流布爲善之志
006_0070_c_08L發於中心久矣旣當丙寅之秋被旨爲義僧大將
006_0070_c_09L領義兵入安州大陣與胡兵接戰忽値國運之否
006_0070_c_10L軍爲魚肉之裂其蒙天恩獨身脫出罙入深山
006_0070_c_11L探究奧理焚香祝聖之暇再思前願欲廣二錄
006_0070_c_12L之傳以惠後學募緣鋟梓兼校而流布萬代
006_0070_c_13L非深有慕於先祖之風耶後之有志學者覽斯禪
006_0070_c_14L詮而頓發心華則其鋟梓之功何可勝數哉
006_0070_c_15L玆有作之功上助無爲之化伏願主上三殿壽
006_0070_c_16L萬歲干戈永息天下泰平萬民常爲扣腹之樂
006_0070_c_17L群靈共作龍華之衆云爾施財之人板施則名錄
006_0070_c_18L谷張故於此全不俱書也折衝將軍中樞府僉知
006_0070_c_19L時平安都摠攝誨機大施主秩尹日朴白雲
006_0070_c_20L性乞禪德兼施秩普英道熙(以下十九人名單
006_0070_c_21L省略) 雕字前住持崇祐前住持日玄妙安
006_0070_c_22L學冏鍊板守英熟頭信賛飯頭妙熙來往
006_0070_c_23L敬淳別座靈芝平安道成川府境白蓮山靈泉寺
006_0070_c_24L開刊將移鎭於順安地法弘山法興寺化士前
006_0070_c_25L住持寶俊」
  1. 1)조주 종심趙州從諗이 제시한 ‘개에게 불성이 없다(狗子無佛性)’라는 화두를 공부할 때 생기는 병통을 가려내어 밝힌 글.
  2. 2)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1178~1233)의 자호自號.
  3. 1)천동天童 : 굉지 정각宏智正覺(1091∼1157). 천동은 굉지 정각이 주석하던 산 이름.
  4. 2)『宏智廣錄』 권1(T48, 17b13) 및 『從容錄』 18則(T48, 238b22) 등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
  5. 3)답은 원래 조주에게는 없었던 것이며 천동의 창안이다. 『趙州語錄』(古尊宿語錄13, 卍118, 314a8)에는 “없다.”라고 한 문답만 나온다. 또한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라고 한 부분이 『趙州語錄』에는 “위로는 모든 부처님과 아래로는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성이 있다.(上至諸佛, 下至螘子, 皆有佛性.)”라고 되어 있다. ‘업식’에도 ‘성性’ 자를 붙여 불성과 업식성을 대비시켰다. 천동이 있다ㆍ없다를 동시에 제시한 의도는 양편 그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도록 은산철벽銀山鐵壁의 화두를 설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6. 4)조주의 마음은~여기지 마라 : 있다ㆍ없다라는 두 가지로 나누어 어느 편에도 의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이 화두의 비결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禪文手鏡』 「無字揀病論科解」(H10, 524c11), “마음은 진실하였다고 한 것은 (비록 있다ㆍ없다 양단으로 갈라서 말했지만 사실은) 잡을 여지가 없는 둥글둥글한 철퇴(無孔鎚)를 주려 한 조주의 뜻을 가리키므로 ‘거칠다’고 말한 것이다. (있다거나 없다거나 어느 편에서도) 종적을 잃도록(迷蹤訣) 만드는 조주의 비결은 희롱하는 말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진실한 것이기 때문이다.(心眞, 意在無孔鎚, 故言麤. 迷蹤訣, 似是戱談故.)” 무공추無孔鎚는 보통 무공철추無孔鐵鎚라고 하며 분별할 틈이 전혀 없는 화두를 비유하는 말이다.
  7. 5)7백 갑자甲子 : 조주는 약 120세를 살았고(778~897), 1년에 60갑자가 6번 있으므로 약 720번의 60갑자를 보낸 것이다.
  8. 6)선禪의 달인(禪伯): 『祖庭事苑』 권2(X64, p.333a2)에 따르면, ‘백伯’은 존칭이며 후백侯伯의 백과 같다고 한다. 마치 시詩에 능한 자를 시백詩伯이라 하듯이 선에 능통한 달인을 일컫는다. ‘노선백老禪伯’의 ‘노老’도 존칭어이다.
  9. 7)나귀 똥 : 『禪文手鏡』 「無字揀病論科解」(H10, 524c12), “나귀의 똥은 쓸모없고 지극히 천한 물건인 까닭에 이것으로써 쓸모없는 무공철추無孔鐵鎚에 비유한다. 열 가지 잘못된 이해(看話十種病)는 (무자無字가) 비록 궁극적인 구절을 담은 소식이기는 하지만 10가지 이해 모두 의근意根에서 홀연히 세운 알음알이를 벗어나지 못한 착각이므로 무공철추로써 하나하나 바꾸어 주는 것이다. 조사가 이미 ‘무공철추에 대해서는 결코 이러니저러니 말할 여지가 없다.’라고 하였으니 공부하는 자들은 절대로 궁극적인 구절에서 10가지 삿된 이해로 분별하려 들지 말고, 모름지기 정신을 차리고서 있는 힘을 다하여 화두를 들고 ‘이것은 무엇인가?’라고 살펴야 한다. 이것이 무자無字만을 드는 공부이다.(驢糞是無用至賤物故, 以比無用之無孔鐵鎚也. 以十種錯解, 雖是末後句消息, 皆未脫意根撞立之識情故, 以無孔鎚, 一一換却也. 祖師旣云, 無孔鎚則必無揷觜分, 學者切勿以末後句中十種邪解, 擬議計較, 直須抖擻精神, 盡力提撕, 看‘是箇什麽?’ 此單提無字.)”
  10. 8)나귀 똥을~바꾸어 주었다 : 사람들이 화두를 궁구할 때 십종병十種病에 걸려 분별할 경우, 그 분별을 대신하여 어떤 수단도 통하지 않는 나귀 똥 또는 무공철추로 바꾸어 공부의 방향을 잡아 주었다는 뜻이다.
  11. 9)수부지殊不知 : ‘~을 전혀 모른다’, ‘~을 전혀 모르는 탓이라 하겠다’ 정도의 뜻. 주로 앞의 글을 반박하는 역접의 관계를 드러내면서 그 이유를 제시할 때 쓰인다. 여기서는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 수 없느니라.(人死不知心.)’까지 걸린다. 즉 이 화두를 놓고 유有인지 무無인지를 결정적으로 단정 짓는 사람들은 ‘오조 법연이 ~라고 한 게송과 진정 극문 화상이 ~라고 한 게송의 뜻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뜻이다.
  12. 10)『五祖法演語錄』(古尊宿語錄22, X68, p.147c21).
  13. 11)『禪門拈頌說話』 417則(H5, 347c21).
  14. 12)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대충 공부하는 자들은 유ㆍ무 중 어느 한 편도 허용하지 않는 이러한 유의 게송이 전하는 뜻을 모른다는 무의자의 비판이다.
  15. 13)몽몽동동蒙蒙瞳瞳 : 어리석은 모양. 몽동懞憧ㆍ몽동朦瞳ㆍ몽동矇瞳과 같은 말.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고 멍청한 것.
  16. 14)파파설설跛跛挈挈 : 개가 네 다리에 힘이 없이 절름거리는 모양.
  17. 15)단념수초但念水草 : 화두 이외에 다른 생각이 없는 일념一念.
  18. 16)작가作家 : 종사宗師 또는 종장宗匠과 같은 말로 마치 대장장이가 쇠를 담금질하여 물건을 만들어 내는(作) 솜씨가 뛰어나듯이 ‘범부를 성인의 경지에 이르도록 잘 단련시켜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19. 17)가불여하可不如何 : 가불可不은 기불豈不, 여하如何는 여하약하如何若何, 곧 이런지 저런지의 뜻이다.
  20. 18)정사呈似 : 사似는 시示와 같은 말로 정呈과 호응하여 생각을 ‘드러내어 보이다’로 해석된다.
  21. 19)문구 자체의 경전적 근거는 없다. 여기서 유정과 무정은 중생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분별이 남아 있는 사람(有情)과 분별이 사라진 사람(無情)을 가리키는 말로 변용된 것이다. 백장 회해百丈懷海의 다음 문답에 보인다. 『百丈語錄』(古尊宿語錄1, X68, p.9b17), “어떤 학인이 물었다. ‘유정에게는 불성이 없고, 무정에게는 불성이 있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범부로부터 부처의 지위에 이르는 것은 성인이라는 분별(情)에 집착하는 것이며, 범부로부터 지옥에 떨어지는 것은 범부라는 분별에 집착하는 것이다. 가령 지금 단지 범부와 성인이라는 두 가지 경계에 대하여 물들어 애착하는 마음이 있기만 하면 이것을 두고 유정(집착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불성이 없다고 한다. 가령 지금 단지 범부와 성인이라는 두 가지 경계와 모든 유무有無의 법에 대하여 전혀 취사取捨하는 마음이 없고 또한 취사하는 마음이 없다는 알음알이도 없다면 이것을 두고 무정은 불성이 있다고 한다. 단지 분별(情)에 얽매임이 없으므로 무정이라 하는 것이지, 목석과 허공 그리고 노란 국화와 쪽빛 대나무 등 의식이 없는 존재를 가리키는 무정과는 다르다. …… 만일 부처님이 체험한 단계를 몸소 밟았다면 분별이 사라졌기에(無情) 불성이 있으며, 만일 부처님이 체험한 단계를 몸소 밟지 못했다면 분별이 남아 있기에(有情) 불성이 없다.(問, ‘如何是有情無佛性, 無情有佛性?’ 師云, ‘從人至佛, 是聖情執;從人至地獄, 是凡情執. 祇如今, 但於凡聖二境, 有染愛心, 是名有情無佛性. 祇如今, 但於凡聖二境, 及一切有無諸法, 都無取捨心, 亦無無取捨知解, 是名無情有佛性. 祇是無其情繫, 故名無情, 不同木石太虛黃華翠竹之無情. …… 若踏佛階梯, 無情有佛性 ; 若未踏佛階梯, 有情無佛性.)”
  22. 20)이 역시 황벽의 말이 아니라 주석19 전거 말미에 나오는 백장의 말이다.
  23. 21)이하의 문답은 『景德傳燈錄』 권14(T51, 311b5)에 나온다.
  24. 22)이 대목 역시 질문에 대하여 그 이유를 들어 보인 응답이지만 결정적인 해답으로 제시한 말은 아니다.
  25. 23)불성을 가지고 물은 것에 대하여 업식성의 개념으로 대응한 것이지만 사실은 학인이 애초에 있다느니 없다느니 하고 던진 질문에 묻어 있는 모든 분별을 막아 버리려고 동일한 질문에 대하여 상이한 대답을 한 것일 뿐 그것을 단서로 삼아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26. 24)주장자를 보고~주장자라 하고 : 운문 문언雲門文偃의 법어에 보인다. 『雲門廣錄』 권중(T47, 555c5), “납승은 주장자를 보고 단지 주장자라 하고, 갈 때는 다만 가기만 할 뿐이고 앉아 있을 때는 다만 앉아 있기만 해야 하니, 어떤 경우에도 마음을 움직여 분별하면 안 된다.(衲僧, 見拄杖, 但喚作拄杖, 行但行坐但坐, 總不得動著.)”
  27. 25)참된 무로서의 무 : 유와 상대적인 무가 아니라 유ㆍ무를 모두 초월하는 불변의 실체로서 존재하는 무를 가리킨다.
  28. 26)위의 『金剛三昧經』은 『金剛三昧經論』을 가리킨다. 경의 다음 대목을 논에서 해설하는 중에 나오는 문장이다. 여기서 진무眞無란 유견有見과 무견無見 등의 그릇된 견해를 소멸하는 무화無化의 작용을 가리킨다. 『金剛三昧經』(T9, 366c2), “해탈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존자시여! 어떤 중생이 법이 발생하는 것을 보았을 경우, 어떤 견해를 소멸해야 하는지요? 또한 법이 소멸하는 것을 보았을 경우, 어떤 견해를 소멸해야 하는지요?’ ‘보살이여! 어떤 중생이 법이 발생하는 것을 보았을 경우 없다는 견해를 소멸토록 하고, 법이 소멸하는 것을 보았을 경우 있다는 견해를 소멸토록 하라. 만약 이들 견해를 소멸토록 한다면 법의 참된 무를 얻을 것이며, 확고한 법의 본성과 확고한 무생無生의 이치를 깨달으리라.’(解脫菩薩而白佛言, ‘尊者! 若有衆生, 見法生時, 令滅何見? 見法滅時, 令滅何見?’ 佛言, ‘菩薩! 若有衆生, 見法生時, 令滅無見;見法滅時, 令滅有見. 若滅是見, 得法眞無, 入決定性, 決定無生.’)”;『金剛三昧經論』 권3(T34, 967a28), “아래 게송과 같이 말씀하셨다. ‘인연으로 발생한 뜻, 이는 소멸의 뜻이지 발생의 뜻 아니라네. 발생과 소멸에 관한 모든 뜻 소멸하는 그것, 이는 발생의 뜻이지 소멸의 뜻 아니라네.’ 이런 까닭에 이 양극단을 떠나는 동시에 그 중도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만약 무無를 떠나서 유有를 취하거나 유를 무너뜨리고 공空을 취한다면, 이는 거짓 공이면서 참된 무는 아니라 한다. 비록 유를 떠나더라도 공을 보존하지 않으니, 이와 같이해야 비로소 모든 법의 참된 무이기 때문에 법의 참된 무가 무엇인지 터득할 수 있다.(如下頌曰, ‘因緣所生義, 是義滅非生. 滅諸生滅義, 是義生非滅.’ 所以能離二邊而不著中. 如其離無取有, 破有取空, 此爲妄空而非眞無. 今雖離有而不存空, 如是乃得諸法眞無故, 言得法眞無.)”
  29. 27)선종의 근본 취지(西來意) : 달마대사가 인도로부터 온 뜻, 곧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의 줄임말로 선의 종지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30. 28)숭악 혜안嵩岳慧安이 회양懷讓ㆍ탄연坦然의 질문에 대답한 문답. 『景德傳燈錄』 권4 「嵩岳慧安傳」(T51, 231c10).
  31. 29)『大慧語錄』 권17(T47, 883a22)
  32. 30)문자를 끌어들여 입증하는 아홉 번째 병통도 들어 있다.
  33. 31)『祖堂集』 「德山章」(K45, 269a6); 『景德傳燈錄』 권15 「德山傳」(T51, 317c11).
  34. 32)별도로 고요한 환경을 만들어야 화두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일상의 어느 곳에서나 한 찰나도 무자無字를 놓치지 않고 의심하는 방법이 핵심이다. 『書狀』 「答張舍人狀」(T47, 941c19), “단지 조주가 제시한 무자 하나를 일상생활의 인연에 응하는 곳마다 놓치지 말고 들 일이니 빈틈이나 끊어짐이 있어서는 안 된다.(只以趙州一箇無字, 日用應緣處提撕, 不要間斷.)”
  35. 33)『佛眼語錄』(古尊宿語錄28, X68, p.180b22).
  36. 34)이 병통에 관한 대혜 종고大慧宗杲의 견해에 따르면, 화두를 ‘의심’하지 않고 단지 화두를 의식 속에 들고 있기만 하는 잘못을 가리킨다. 또는 어떤 화두를 스스로 제기하거나 누군가 제기하는 그 순간에 바로 알아차리려 하는 병통을 가리킨다. 곧 아무 의심 없이 제기된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해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말한다. 의근에서 사량 분별하며 요모조모 헤아리는 네 번째 병통과 달리 단번에 활로를 찾으려는 욕구에서 생기는 병통이다. 『書狀』 「答張舍人狀」(T47, 931c23), “마른 똥막대기 화두는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요? 의지할 수단이 전혀 없고 아무 맛도 없어서 배 속이 어둡고 답답한 바로 그때가 화두가 타파되기 직전의 좋은 소식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화두를 제기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차리려 해서는 안 되고, 또한 모든 것을 날려 버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경계 속에 갇혀 있어서도 안 됩니다. 화두를 드는 때에는 화두가 있다가 들지 않을 때는 바로 없어지게 해서도 안 됩니다.(乾屎橛如何. 覺得沒巴鼻, 無滋味, 肚裏悶時, 便是好底消息也. 第一, 不得向擧起處承當, 又不得颺在無事匣裏. 不得擧時便有, 不擧時便無也.)”
  37. 35)무의자는 위의 병통들을 언급할 때 아무개의 말에 근거하여 착각하는 예를 들고 있다. 어록이나 경전의 문자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간화선看話禪 이전에도 일반적으로 강조되어 온 사안이다. 남전 보원南泉普願의 다음 말도 이 뜻을 전한다. 『南泉語要』(古尊宿語錄12, X68, p.73a9), “경전을 끌어들여 그 뜻을 설명하는 것은 모두 남이 분별하는 말에 얽매이거나 남의 집 안에서 살림살이를 하는 것과 같아서 결코 자유로운 구석이 없다. 마치 해파리가 새우의 눈을 빌려 자기의 눈을 삼는 것과 같으니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引經說義, 皆是與他分疏, 向他屋裏作活計, 終無自由分. 恰如水母得蝦爲眼, 如何得自由!)”
  38. 36)대혜가 이 병통에 대하여 자세히 제시한다. 『大慧語錄』 권19(T47, 891b27), “조주가 제시한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는 화두를 기쁘거나 노여울 때와 고요하거나 시끄러운 곳에서도 항상 붙들고 놓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의식적으로 깨달음이 오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만일 의식적으로 깨달음이 오기를 기다린다면 스스로 ‘나는 지금 미혹한 상태로 있다.’라고 생각하여 현재의 미혹에 집착하면서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이니 설령 무수한 겁의 세월을 경과하면서 수행하더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趙州狗子無佛性話, 喜怒靜鬧處, 亦須提撕. 第一不得用意等悟. 若用意等悟, 則自謂我卽今迷, 執迷待悟, 縱經麈劫, 亦不能得悟.)”
  39. 37)『大慧語錄』 권5(T47, 829c1) 등에 나오는 구절.
  40. 38)사의思議 : 생각으로 포착하고(思) 말로 표현함(議).
  41. 39)무자 화두에 대한 대혜의 평가 중 하나. 화두에 대한 어떤 접근 수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書狀』 「答張舍人狀」(T47, 941b10), “다만 무자를 놓치지 않고 들고서 알아차리고 있기만 하십시오. 좌측으로 와도 옳지 않고, 우측으로 와도 옳지 않습니다.(只管提撕擧覺. 左來也不是, 右來也不是.)”
  42. 40)석두 희천石頭希遷의 말. 화두에 대하여 어떤 방식의 분별도 허용하지 않는 간화선看話禪의 맥락에서 인용한 것이다. 『五祖法演語錄』 권상(T47, 651a23), 『大慧語錄』 권10(T48, 852c24) 등에도 인용되어 있다.
  43. 41)상입실上入室 : 방장方丈에서 법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입실제자入室弟子 중 상수上首의 지위.
  44. 42)국일도대선사선교도총섭부종수교보제등계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 : 청허당淸虛堂 휴정休靜(1520~1604)이 선조宣祖에게 받은 존호尊號.
  45. 43)수문首門 : 상수문인上首門人의 줄임말.
  46. 44)완허당玩虛堂 : 원준圓俊(1530~1619)의 호. 사명 유정四溟惟政(1544~1610) 문하에서 지내다가 태백산太白山에서 휴정休靜의 법을 이었다.
  47. 45)미제微弟 : 말석의 제자.
  48. 46)명조明照 : 1593~1661. 정묘호란ㆍ병자호란 당시 의승도대장義僧都大將의 직책으로 참전하였다.
  49. 47)송운대사松雲大師 : 사명 유정의 호.
  50. 48)호병胡兵과 전투를 벌이다가 : 1627년 후금後金의 침입으로 벌어진 정묘호란丁卯胡亂을 가리킨다.
  51. 49)용화龍華 : 용화회龍華會의 줄임말. 이곳에서 제도되기를 바란다는 취지가 들어 있다. 용화회는 미래에 하생下生할 미륵彌勒이 화림원花林園의 용화수龍華樹 아래서 정등각正等覺을 이룬 다음 법회를 세 차례 개최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고 전한다.
  52. 50)대시주질大施主秩 : 크게 시주한 사람들의 명단.
  53. 51)선덕 겸 시질 : 선수행자이면서 시주자.
  54. 52)화사化士 : 화주化主의 다른 이름.
  1. 1){底}康熙二十五年四月開刊本(國立圖書舘所藏。法集別行錄節要并入私記合綴本) {甲}萬曆四十四年丙辰季冬黃延道松和修曾留板本。(國立圖書舘所藏圓。頓成佛論合綴本) {乙}平安道成川府境白蓮山靈泉寺開刊本(國立圖書舘所藏。大慧普覺國師語錄合綴本)。
  2. 2)撰者名無有{甲}{乙}。
  3. 3)「釰」作「劒」{甲}{乙}。
  4. 4)「曈曈」作「瞳瞳」{甲}{乙}。
  5. 5)「檗」作「蘖」{甲}。
  6. 6)「喚」上有「但」{甲}{乙}。
  7. 1)「揚」作「楊」{乙}次同。
  8. 2)「明明」作「朙朙」{甲}次同。
  9. 3)「𣊬」作「瞬」{甲}{乙}。
  10. 4)「桗」作「挅」{甲}。
  11. 5)「是」無有{甲}。
  12. 6)甲本刊記如下「上入室心幢請。無衣子述。處熙刊。萬曆四十四年丙辰季冬日。黃
  13. 6)延道松和修曾留板。」乙本刊記如下「上入室心幢請。無衣子述。崇禎三年庚午之冬。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淸虛大師首門玩虛堂。微弟虛白堂淸輝禪子明照。年甫十有三而出家。受具於松雲大師法席。每日聽講書狀高峯二傳。則言言句句。皆爲換骨流膓之語。刊板流布。爲善之志。發於中心久矣。旣當丙寅之秋。被旨爲義僧大將領義兵入安州大陣。與胡兵接戰。忽値國運之否。軍爲魚肉之裂。其蒙天恩。獨身脫出。罙入深山。探究奧理。焚香祝聖之暇。再思前願。欲廣二錄之傳。以惠後學。募緣鋟梓。兼校而流布萬代。烏非深有慕於先祖之風耶。後之有志學者。覽斯禪詮而頓發心華。則其鋟梓之功。何可勝數哉。廻玆有作之功。上助無爲之化。伏願主上三殿壽萬歲。干戈永息。天下泰平。萬民常爲扣腹之樂。群靈共作龍華之衆云爾。施財之人板施則名錄谷張故。於此全不俱書也。折衝將軍中樞府僉知時平安都摠攝誨機。大施主秩尹日。朴白雲。李性乞。禪德兼施秩普英。道熙(以下十九人名單省略) 雕字前住持崇祐。前住持日玄。妙安。惠雙。學冏。鍊板守英。熟頭信賛。飯頭妙熙。來往敬淳。別座靈芝。平安道成川府境白蓮山靈泉寺開刊。將移鎭於順安地法弘山法興寺。化士前住持寶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