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보살계본소(菩薩戒本疏) / 重刻菩薩戒本疏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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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계본소菩薩戒本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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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계본소』를 다시 간행하면서 쓰는 서문
『범망경보살계본』이라는 것은 대체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여 널리 가르치는 규범이고 일곱 부류의 제자(七衆)1)를 부처님의 지위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문이다. 따라서 주석을 달고 단락을 나누는 것을 거의 십여 명의 학자가 행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오직 법장法藏2)과 천태天台3)와 명광明曠4)과 태현太賢5)이 지은 것6)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없어졌다. 아, 몹시 애석하구나!
네 학자의 저술은 난초와 국화처럼 뛰어나게 아름다운데 세상에서 계를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태현 스님의 글에 의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소에서는 종종 법장과 의적의 소를 인용하여 뜻을 증명하고 문장을 풀이하였다. 두루 돌아다니며 책을 구하여 자세히 살펴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학자로서 일찍이 이것을 보지 않은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법장의 소는 비록 존재하지만 의적의 소는 이미 소실된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나는 일찍이 낙동洛東7)에 있는 선림사禪林寺8)의 경장經藏에서 우연히 잃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던 책을 찾았다. 대대로 오랫동안 전해 오면서 좀먹어서 없어진 부분이 적지 않고 전해 오면서 수차례 서사書寫한 탓에 빠진 글자도 많았다. 사방에 수소문하여 온전한 책을 찾았으나 그 존재를 알려 오는 이가 없었기에 탄식하며 세월을 보냈다. 이 성城의 북쪽에 굉원 법사宏源法師라는 분이 이 소를 오랫동안 전해 오면서 비밀리에 가보家寶로 간직하고 있었다. 단시간에 읽고 내가 소장한 좀먹은 책과 대조하여 유실된 문장을 보충하였다. 이렇게 하여 비로소 온전한 책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기궐씨剞劂氏9)가 좀먹은 책을 가지고 찾아와 말하였다. “그대가 다행스럽게 이것을 보충했으니 내가 그것을 판목에 새겼으면 한다.” 나는 그것을 널리 전할 수 있음을 기뻐하며 마침내 수정하고 보충하였고 밀엄변 율사密嚴辨律師가 좀 더 탐구하여 방훈旁訓10)을 달고 여러 책을 참조하면서 교정하여 기궐씨에게 주었다.
책이 완성되자 나에게 서문을 써 줄 것을 요청하였다. 나는 내 일처럼 기뻐한 나머지 식견이 좁은 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문득 이렇게 그 일의 전말을 써서 소의 첫머리에 덧붙이게 되었다. 막힘없이 유통되어 멀리 용화회龍華會11)가 열리는 날까지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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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_0251_a_02L1)重刻菩薩戒本疏序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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梵網經菩薩戒本者蓋三世出興之
002_0251_a_05L鴻規七衆入位之要門也以故註疏
002_0251_a_06L節分殆十有餘家今之存者唯法藏
002_0251_a_07L天台明曠太賢也已餘皆成廢典
002_0251_a_08L戲可惜矣四家之述作蘭菊擅美
002_0251_a_09L世戒子多附賢師也然彼疏中往往
002_0251_a_10L引法藏義寂兩疏證義解文不倦周
002_0251_a_11L覽之學士不往窺之者蓋鮮矣但恨
002_0251_a_12L藏疏雖存寂疏已亡也予嘗就洛東
002_0251_a_13L禪林經藏偶拜遺帙世淹蠹滅不少
002_0251_a_14L傳數寫脫亦夥焉訪全本於遐邇
002_0251_a_15L敢報之者歎息星霜于此城北有宏
002_0251_a_16L源法師者久傳此疏祕爲家寶一時
002_0251_a_17L予之蠹本爲補遺文於玆肇得全
002_0251_a_18L本矣他日剞劂氏袖彼蠹本來曰
002_0251_a_19L幸補之我其壽梓予喜廣厥傳遂加
002_0251_a_20L修補也密嚴辨律師尋播旁訓參訂
002_0251_a_21L諸本以與剞劂氏書成乞序予隨喜
002_0251_a_22L之餘忘揣鄙陋輒爾記其始末以贅
002_0251_a_23L疏首矣庶幾流通無壅遠傳龍華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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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향貞享 원년(1684) 용차龍次12) 갑자년 계하季夏(음력 6월) 포살布薩13)을 행하는 날14에 보살계를 받은 제자 사문 동공洞空이 삼가 적다.
쌍구雙丘15) 지족암知足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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貞享初元龍次甲子季夏布薩之日菩薩戒弟
002_0251_b_04L沙門洞空欽識雙丘知足庵

002_0251_b_05L{底}新修大藏經第四十卷此序缺於續藏經本
002_0251_b_06L(見下註)
  1. 1)일곱 부류의 제자(七衆) : 불교 교단의 구성원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 비구ㆍ비구니ㆍ식차마나ㆍ사미ㆍ사미니ㆍ우바새ㆍ우바이를 가리킨다.
  2. 2)법장法藏(643~712) : 당나라 때 스님. 화엄종의 제3조. 자는 현수賢首, 호는 국일법사國一法師이다. 화엄교학을 집대성하였다.
  3. 3)천태天台(538~597) : 수나라 때 스님. 천태종의 개조인 지의智顗를 가리킨다. 지자대사智者大師라고도 한다.
  4. 4)명광明曠 : 당나라 때 스님. 생몰연대 미상.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에서 형계 담연荊溪湛然의 처소에서 천태학을 배웠다.
  5. 5)태현太賢 : 신라 때 법상종 스님. 생몰연대 미상. 원측圓測(613~696)의 제자인 도증道證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호는 청구사문靑丘沙門이고 태현은 휘이다. 도증과 직접적 사승관계를 보여 주는 문헌은 전하지 않지만 도증이 692년 중국에서 신라로 귀국했고 태현이 그 무렵 활동하였으며 후대에 신라 유가종瑜伽宗의 개조로 추앙받았기 때문에 후대 일본 학자들이 태현이 도증의 제자라고 확정했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그 휘를 어떤 문헌에서는 대현大賢이라고 했는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6. 6)법장法藏과 천태天台와~지은 것 : 법장의 『梵網經菩薩戒本疏』ㆍ천태(지의智顗)가 설하고 관정灌頂이 기록한 『菩薩戒義疏』ㆍ명광의 『天台菩薩戒疏』ㆍ태현의 『梵網經古迹記』를 말한다.
  7. 7)낙동洛東 : 일본 경도시京都市의 동부東部를 통칭하는 말이다.
  8. 8)선림사禪林寺 : 일본 경도시京都市에 있는 절의 이름. 정토종 서산선림사파淨土宗西山禪林寺派의 총본산이다.
  9. 9)기궐씨剞劂氏 : 판목ㆍ돌 등에 글씨를 새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10. 10)방훈旁訓 : 본문 옆에 써넣은 본문에 대한 주석을 가리키는 말이다.
  11. 11)용화회龍華會 : 미륵보살이 미래세에 하생하여 용화수龍華樹 아래서 성불한 후 세 차례에 걸쳐 설법하는데 이 법회를 일컫는 말이다.
  12. 12)용차龍次 : 간지干支를 따라서 정한 해의 순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세차歲次라고도 한다.
  13. 13)포살布薩 : ⓢ poṣadha, upoṣadha의 음역어. 장정長淨ㆍ장양長養ㆍ증장增長ㆍ선숙善宿ㆍ정주淨住ㆍ재齋 등으로 의역한다. 현전승가現前僧伽의 구성원인 스님들이 보름마다 곧 매달 14일 혹은 15일 중의 하루와 29일 혹은 30일 중의 하루에 포살당에 모이고, 특정 비구가 바라제목차를 외우고 나머지 비구는 이것을 듣고 자신이 위범한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서 고백하고 참회함으로써 청정함을 회복하는 의식이다. 한 달이 30일인 경우는 15일과 30일에 행하고, 29일인 경우는 14일과 29일에 행한다. 포살에서 바라제목차를 외우는 것을 설계說戒라고 한다. 이 때문에 포살을 설계라고 의역하기도 한다. 현전승가라는 것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한정된 형태의 승가, 곧 지금 여기에 성립하고 있는 승가를 가리킨다. 상대어는 사방승가四方僧伽인데 시방승가十方僧伽라고도 하며 이상적 이념으로서의 승가, 곧 승가 전체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현전승가는 지역적인 경계인 계界에 의해 성립되고 최소 4인 이상으로 구성된다. 승가의 주처ㆍ토지ㆍ가구ㆍ수목 등의 재산은 시방승가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현전승가의 결의에 의해서 처분할 수 없다. 현전승가의 비구들은 이것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고 그 재산을 보존하고 수리하여 다음 세대에 전해 줄 의무가 있다.
  14. 15)쌍구雙丘 : 일본 경도시京都市 북서부에 위치한 지역의 이름이다.
  1. 1){底}新修大藏經。第四十卷。此序缺於續藏經本(見下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