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승기신론소기회본(大乘起信論[疏] 記會本)
    대승기신론소기회본 제1권


    마명보살(馬鳴菩薩) 지음

    양(梁) 천축삼장 진제(眞諦) 한역

    해동(海東) 사문 원효(元曉)가 소(疏)와 별기(別記) 추가

    조한석 번역




    [疏] 앞으로 이 『대승기신론』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해석한다. 첫째 부분은 종체(宗體)를 표방하는 부분[標宗體]이고, 둘째는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이라는 논의 제목을 해석하는 부분[釋題名]이며, 셋째는 본문의 내용을 근간으로 그 의미를 드러내는 부분[依文顯義]이다.
    첫째 종체를 표방함[標宗體]이란, 대승의 체(體)됨[진리, 근본바탕]은 아무런 자취도 없이 공적(空寂)하고 아무런 조짐(기미)도 없이 충허(沖虛)하여 현묘하고 현묘하지만 어찌 만상의 밖에 벗어나 있겠는가? 그리고 고요하고 고요하지만 오히려 백가의 담론(談論) 속에 있도다. 형상(形像)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지라 5안(眼)으로는 그 몸뚱이를 볼 수 없으며, 말 속에 있지만 4변으로도 그 형상(形狀)을 표현할 수 없다.
    크다고 말하자니 안이 없을 정도로 작은 곳에 들어가고도 남음이 없고, 작다고 말하자니 바깥 경계가 없을 정도로 큰 것을 머금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다. 유(有)의 영역에 끌어넣자니 일여(一如)가 이것을 써서 텅 비게 되고, 무(無)의 영역에 귀속시키려 하니 만물이 이것을 타고 일어난다. 이렇게 상대적인 개념으로 그 바탕을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이름하여 ‘대승(大乘)’이라고 한다.
    [別記] 대승의 체여!


  • 탁 트여 있도다! 그것은 마치 태허(太虛)와 같아서 사사로움이 없도다.
    드넓도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바다와 같아서 지극히 공평하도다.
    지극히 공평하기 때문에 동(動)과 정(靜)이 이것을 따라서 일어나고,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에 염(染)과 정(淨)이 여기서 녹아버린다. 염과 정이 녹아버리기 때문에 진과 속이 평등하고, 동과 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승(昇)과 강(降)이 제자리를 지킨다. 승과 강이 한 데 어우러지기 때문에 감응(感應)의 통로가 소통되며, 진과 속이 평등하기 때문에 사의(思議)의 길이 끊어진다. 사의의 길이 끊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체득한 사람은 그림자와 메아리를 올라 타는 듯하여서 방소(方所)에 걸림이 없고, 감응이 소통되기 때문에 바라는 사람은 명상(名相)을 초월하여 돌아가게 된다. 그림자와 메아리를 올라타는 듯하다는 말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대상이 아니며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미 명상을 초월했다면 다시 무엇을 초월하고 어디로 돌아가겠는가? 그러므로 이런 대승의 체를 이치 아닌 지극한 이치[無理之至理]라고 하며 그렇지 않은 듯하면서 크게 그러한 것[不然之大然]이 라고 부른다.
    [疏] 제 스스로 두구대사(杜口大士)1)와 목격장부(目擊丈夫)2)가 아닌 이상 뉘라서 말을 여읜 자리에서 대승을 논의할 수 있겠으며, 사려(思慮)가 끊어진 자리에서 깊은 믿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마명보살께서 인연 없는 중생에게까지 미치는 위대한 자비심[無緣大悲]을 일으켜서, 저 바람과 같이 허망한 무명(無明)이 마음의 바다를 요동쳐서 쉽사리 표류(漂流)함을 가엾게 여기시고 이 본각진성(本覺 眞性)이 꿈속에 깊이 잠들어 있어 쉽사리 깨어나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기셨다. 그래서 마명보살께서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지력(智力)으로 이 『대승기신론』을 지으셔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의미심장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전의 오묘한 이치를 찬술(贊述)하여, 배우는 이들이 이 『대승기신론』만 보고도 3장의 요지(要旨)를 골고루 궁구할 수 있게 하시고, 도를 닦는 이들이 경계에 끄달리는 마음을 영원히 쉬어버리고 마침내는 일심(一心)이라는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셨다.




    1) 유마거사(維摩居士)를 지칭함.
    2) 『장자(莊子)』 「전자방(田子方)」 “약부인자 목격이도존의 역불가이용성의(若夫人者 目擊而道存矣 亦不可以容聲矣)”에서 유래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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