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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암유집兒菴遺集
아암유집 서문
우리 선사先師인 공자의 가르침에 이르기를, “『시경詩經』 3백 편을 한마디 말로 하면, ‘생각에는 간사함이 없다(思無邪)’ 하리라.”라고 하였다. 저 ‘간사하다’ 함은 ‘올바르다(正)’라는 말의 반대말이니, 옛날 유생儒生들은 15개 나라의 풍속을 논함에, “선善으로써 선심善心을 느껴 분발하게 하고, 악으로써 악함을 징계하기도 하였다.”라고 하였으니, 대부분 모두가 꼭 바른 데에서만 나온 것이 아님에도 어찌하여 공자는 가르침에 이르기를, “간사함이 없다.”라고 하였는가?
대개 ‘간사함이 없다’라는 말은, 한결같아서 잡됨이 없는 것을 말한다. 한결같아서 잡됨이 없으면 도道에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공자는 간사함이 없다는 말로 가르치신 것이다.
혹은 말하기를, “한결같이 악하기만 해서 하나의 선함도 없이 잡스럽기만 하다면, 그 또한 도에 나아갈 수 있겠는가?” 하고 묻기에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다. 악하면 잡스러워서 한결같아질 수가 없다. 천하에 악이 없으면 한결같아질 수가 있어서 잡스러움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육경六經1)육경六經 : 『易經』·『書經』·『詩經』·『春秋』·『禮記』·『樂記』 등 유가의 경서이다. 에서 예禮를 가르침에, “음陰으로는 악樂을 만들고, 양陽으로는 시詩를 펴는 것이 악樂의 한결같은 도이다.”라고 하였다. 마을(閭巷)의 남녀들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읊는 것이 도학道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모두 도학으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이르기를, “시로써 가르친다.”라고 한 것이다. 진실로 『서경書經』·『주역周易』·『예기禮記』·『춘추春秋』의 한결같은 관례로 법칙을 삼는다면 그것은 시와 악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뜻은 시에 깊은 사람이 아니면 분별해낼 능력이 없다. 그런 까닭에 공자가 시를 다듬고 정리할 때에 투과投瓜2)투과投瓜 : 『시경』 「衛風」 〈木瓜〉라는 시에 “나에게 모과를 보내 주시기에 아름다운 패옥으로 보답하옵니다. 답례로 그런 것이 아니라, 영원히 좋은 짝이라 생각해서라오.(投我以木瓜。 報之以瓊琚。 匪報也。 永以爲好也。)”라 한 데서 인용한 말이다. 와 증작贈芍3)증작贈芍 : 작약芍藥을 선물로 바친다는 뜻으로 남녀의 사랑을 표시한다. 『시경』 「鄭風」 〈溱洧〉라는 시의 내용을 이르는 말이다. 의 시에 이르기까지 함께 나열하여 수록한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아암兒菴 상인上人4)상인上人 : 승려를 높이어 일컫는 말이다. 은 머리를 깎고 계를 받은 뒤로부터 경전을 널리 섭렵하고 아울러 선과 교를 다 통달하였으며, 우뚝하게 치문緇門의 종장宗匠이 되었다. 그는 시를 짓는 데 있어서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으나, 지나간 것은 생각을 두지 않았으므로 방금 지은 시조차 금방 잃어버려서 떨어진 비단과 조각난 명주처럼 세간에 흩어지게 되었다. 그가 시적示寂한 이후에 그의 문도들이 찾아 모은 것이 몇 수에 지나지 않지만, 소사小詞·사륙문四六文·사기私記·편지(尺牘)를 함께 묶어 1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스님의 시를 살펴보면 곧 시인으로서의 시의 격식을 갖추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