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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등계집大覺登階集
백곡집서白谷集序
대사大師는 나이 17, 18세 즈음에 속리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서 여러 이름난 대신과 학식 있는 선비들의 문을 방문하면서 자신이 지은 시문詩文을 폐백 삼아 바쳤다. 당시 선배인 큰 선비들이 대사의 총명함과 영특함을 크게 아껴서 칭찬하고 발전하도록 도와주었으며 영교휴묵靈皎休默1)영교휴묵靈皎休默 : 김석주金錫冑의 『식암선생유고息庵先生遺稿』 권8의 「백곡집서白谷集序」에서는 “奬而進之。 以爲靈皎默休之徒。 不是過也。”라고 하여 ‘靈皎默休’로 되어 있다. 신정申晸의 『분애유고汾厓遺稿』 권10의 「백곡처능사비명병서白谷處能師碑銘幷序」에서는 “遺外迹。 托詩鳴。 悅靈皎休默之名者耶。”라 하여 ‘靈皎休默’으로 되어 있다. 영靈은 영관靈觀, 교皎는 미상, 휴休는 휴정休靜, 묵默은 진묵震默 스님을 말한다고 한다. 『백곡집ㆍ월저당집』(김달진 옮김, 동국역경원, 2002) 참고. 과 같은 이들도 대사보다는 뛰어나다고 여기지 않았다.
당시 나의 외조부 낙전당樂全堂 신 공申公2)신 공申公 : 신익성申翊聖(1588∼1644)을 가리킨다. 본관은 평산平山이고 자는 군석君奭, 호는 낙전당樂全堂ㆍ동회 거사東淮居士이다. 선조의 사위로 12세에 선조의 딸 정숙 옹주貞淑翁主와 결혼하여 동양위東陽尉에 봉해졌다. 아버지가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이다. 은 조정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회상淮上3)회상淮上 : 경기도 광주廣州 주위의 두강斗江으로 추정된다. 처능이 지은 「제동회선생문祭東淮先生文」에 “廣陵之東。 斗江之傍。”이란 말이 있다. 경기도 광주의 동쪽, 두강의 옆이란 의미이다. 두강은 광주 주위를 흐르는 강임을 알 수 있다. 에서 은거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대사는 곧바로 경전經典을 가지고 스님임에도 불구하고 신 공의 넷째 아들인 춘소공春沼公4)춘소공春沼公 : 신최申最(1619∼1658)를 가리킨다. 본관은 평산平山이고 자는 계량季良, 호는 춘소春沼이다. 신익성의 넷째 아들로 낭천 현감狼川縣監을 역임하였으며, 저서로 『예가부설禮家附說』이 있다. 식암息庵 김석주金錫冑의 스승이다. 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곁에서 신 공을 모셨다. 붓이나 벼루 등을 준비하는 잔일을 하면서 4년을 지냈지만 여전히 게을리하지 않았다. 신 공은 경서經書와 역사서, 『논어』ㆍ『맹자』 같은 우리 유가의 말씀을 가르쳤으며, 한유韓愈와 소동파蘇東坡의 저서까지 두루 언급하였다. 대사는 매일 밤낮으로 열심히 읽고 공부하였으며 독송한 지 오래되어서야 드러내었다. 대사의 문장은 자못 광대무변하였는데 마치 계곡의 물이 쏟아져 나오는 듯하였고, 강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듯하였다. 동명東溟 정두경鄭斗卿5)정두경鄭斗卿(1597∼1673) : 본관은 온양溫陽이고 자는 군평君平, 호는 동명東溟이다. 문장에 뛰어났으며 저서로 『동명집東溟集』이 있다. 이 더욱 감탄하고 칭찬을 하면서 기재奇才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대사는 자신의 본분사를 아직 철저히 밝히지 못했다고 여겨 지리산 쌍계사에 있는 벽암碧岩 선사6)벽암碧岩 선사(1575∼1660) : 각성覺性 대사를 말한다. 호가 벽암碧岩이다. 벽암碧嵓으로도 쓴다. 병자호란 때 전국 승병 총사령관인 팔도도총섭八道都摠攝을 맡아 큰 공로를 세웠다. 제자로 수초守初, 처능이 있으며, 저서로 『도중결의圖中決疑』, 『간화결의看話決疑』가 있다. 를 찾아뵈었다. 대사는 학식이 풍부한 선사에게 의지해 참구하여 참된 가르침을 널리 퍼뜨리고 편안히 깨달음의 세상에 머물렀다.
대사는 중년中年이 되어서 서울 주변에 산 적이 있었는데 동명 정두경이 대사에게 시를 보냈다.
徃哭東陽尉 지난번엔 동양위를 곡哭하였더니
今逢白谷師 오늘은 백곡 대사를 만났네.
鳳凰終不返 봉황鳳凰7)봉황鳳凰 : 뛰어난 인물을 말한다. 여기서는 작고한 신익성을 비유한다. 은 끝내 돌아오지 않고
龍象亦含悲 용상龍象8)용상龍象 : 학덕學德이 높은 스님을 말한다. 여기서는 백곡 대사를 비유한다. 또한 슬픔을 머금었구나.
대사가 세상에서 존경을 받음이 또한 이와 같았다. 그 뒤에 춘소공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외가의 여러 사촌들도 연이어 집안이 쇠락하였다. 내가 스님을 만날 때마다 문득 나에게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고 매번 마음 아파하였다. 구양수歐陽脩9)구양수歐陽脩(1007~1072) : 송宋의 문장가이다. 가 세상을 떠나자 혜근惠勤10)혜근惠勤(?~1117) : 송의 고승이다. 이 눈물을 흘렸고, 만경曼卿11)만경曼卿 : 송의 문장가인 석연년石延年(994∼1041)의 자이다. 저서로 『석만경집石曼卿集』이 있다. 이 죽자 비연秘演12)비연秘演 : 송의 고승으로 석만경과 교우가 깊었다. 구양수의 작품 중에 「석비연시집서釋秘演詩集序」, 「제석만경문祭石曼卿文」이 있다. 또한 늙어 버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