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_0524_a_01L
열반종요涅槃宗要
✽
✽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脩大藏經』 제38권에 수록된 『열반종요涅槃宗要』를 저본底本으로 삼고, 『동문선東文選』 제83권에 기재된 「열반경종요서涅槃經宗要序」를 갑본甲本으로 삼는다.
열반종요涅槃宗要
원효 스님 지음
이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Mahāparinirvāṇasūtra)을 해석하는 데 두 부문이 있다. 첫 번째는 대체적 의의를 서술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분석적 전개를 하는 것이다.
제1편 대체적 의의1)대체적 의의, 곧 약술대의略述大意의 교감은 『東文選』 제83권의 「涅槃經宗要序」를 따른다.
대체적 의의를 서술하겠다. 본디 열반涅槃,2)열반涅槃 : ⓢ nirvāṇa. 열반涅槃, 열반나涅槃那, 니원泥洹이라고 음사하며, 멸滅, 적멸寂滅, 멸도滅度, 원적圓寂, 무위無爲, 무생無生, 무작無作 등으로 번역한다. nirvāṇa라는 용어를 분해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nir는 ~로부터, 밖으로, 사라진, 無, 離, vā는 (바람이) 불다, ṇa는 것, 일, 그러므로 nirvāṇa는 본디 사라져 버리는 것, 생명의 빛이 꺼져 버리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이 불교 사상을 드러내는 용어로 수용되면서 완전한 해탈을 의미하게 되었다. 탐욕(ⓢ rāga)·성냄(ⓢ dveṣa)·어리석음(ⓢ mohā)의 삼독(ⓢ tri-viṣaṃ)을 소멸하여 모든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리를 체득한 경지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것을 도道라고 할 경우, 도가 아니면서 도가 아닌 것이 없으며, 안주하지 않으면서 안주하지 않음이 없다. 이것은 그 도가 지극히 가깝고도 지극히 먼 것임을 알게 한다. 따라서 그 도를 깨달은 이는, 도가 아주 고요하기도 하고 아주 우렁차기도 하다는 것을 안다. 아주 우렁차기 때문에 두루 여덟 가지의 훌륭한 소리(八音)3)여덟 가지의 훌륭한 소리(八音) : 부처님의 음성에 여덟 가지의 훌륭한 특질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① 극호음極好音‒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도로 끌려들게 하는 미묘한 음성. ② 유여음柔軟音‒부드럽고 친절한 음성. ③ 화적음和適音‒조화가 있는 상냥하고 우아한 음성. ④ 존혜음尊慧音‒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혜를 체득하게 하는 음성. ⑤ 불녀음不女音‒남성적으로 외경畏敬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음성. ⑥ 불오음不誤音‒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바른 견해를 품게 하는 틀림이 없는 음성. ⑦ 심원음深遠音‒심원한 도리를 깨닫게 하는 음성. ⑧ 불갈음不竭音‒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짐없이 모든 것을 깨닫게 하는 명료한 음성.를 내어서 허공을 두루하여도 그치지 아니하며, 아주 고요하기 때문에 열 가지의 모습(十相)4)열 가지의 모습(十相) : 십계十界, 십법계十法界, 십법계상十法界相. 미혹과 깨달음의 세계를 열 가지로 나누어 놓은 모습. 지옥계地獄界·아귀계餓鬼界·축생계畜生界·아수라계阿修羅界·인간계人間界·천상계天上界·성문계聲聞界·연각계緣覺界·보살계菩薩界·불계佛界. 지옥계로부터 천상계까지의 여섯 개의 세계는 범부가 방황하는 미혹의 세계이며, 그 나머지의 네 개의 세계는 성자의 안온한 깨달음의 세계이다. 육범사성六凡四聖이라고도 한다.을 떨쳐 버려서 진제眞際5)진제眞際 : 실제實際, 진실제眞實際. 제는 구경을 의미하며, 진리의 경지, 절대적인 경지를 가리킨다. 와 합쳐 담연하다. 지극히 멀기 때문에 가르침을 따라서 그쪽으로 가면 천겁千劫6)천겁千劫 : 겁劫은 ⓢ kalpa를 음사하여 겁파劫波라고 하며, 줄여서 겁劫이라고 한다. 분별시분分別時分·분별시절分別時節·장시長時·대시大時라고 번역하며, 오랜 세월을 의미한다.이나 되는 긴 세월이 지나도 이르지 못하고, 지극히 가깝기 때문에 말을 버리고 그것을 찾으면 한 생각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스스로 알게 된다.
『대반열반경』은 불법의 큰 바다이고 방등方等7)방등方等 : ⓢ vaipulya. 비불략毘佛略이라고 음사하고, 방등方等, 방광方廣, 증광增廣, 발전發展 등으로 번역하며, 대승을 의미한다.의 비장이어서, 그 가르침을 헤아려 알기 어렵다. 그것은 참으로 너무나 넓고 넓어서 가가 없으며, 너무나 깊고 깊어서 밑바닥을 모른다. 밑바닥을 모르기 때문에 다하지 않음이 없고, 가가 없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여러 경전들의 부분들을 통합하여 온갖 흐름을 한맛으로 귀납시키고, 부처님이 지닌 뜻을 지극히 공정하게 전개하여 모든 사상가들(百家)8)모든 사상가들(百家) : 모든 사상가·종교가, 말하자면 불교 이외의 외도들의 모든 학설을 통칭하는 말이다.의 서로 다른 쟁론을 화합시킨다.
드디어는 아주 시끄러운 사생四生9)사생四生 : 생물이 태어나는 형식에 따라서 분류한 것으로,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을 가리킨다.으로 하여금 모두 ‘둘이 아닌 참된 성품’으로 돌아오게 하고, 꿈만 꾸는 긴 잠에서 깨어나 다 함께 ‘큰 깨달음의 극과極果’10)극과極果 : 최상의 깨달음. 대승에서는 부처님의 과위果位를 말하며, 소승에서는 아라한과를 말한다. 에 이르게 한다. ‘극과의 큰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은 참된 성품을 체험하면서도 체험한다는 마음조차 깨뜨려 버리는 것이요, ‘참된 성품은 둘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진실과 거짓이 혼융하여 하나로 되는 것이다. 벌써 진실과 거짓이 혼융하여 하나로 되어 둘이 아니라고 하니, 어찌 하나인들 있을 수 있으며, 진실과 거짓이 혼융하여 하나로 되니 무엇을 그 참된 성품이라 하겠는가.
이것은 이理11)이理 : ⓢ yoga, yukti, yukta. 이치, 조리條理. 사실을 사실이게 하는 이유. 사事의 반대. 진리, 근본 도리, 우주를 관통하는 진리.와 지智12)지智 : ⓢ jñāna. 이해, 지식. 깨달음, 완전히 아는 것. 근본지와 무분별지를 통하여 모든 인人과 법法의 의의를 분별하는 능력의 모든 것을 가리킨다.에 상즉하여 명칭(名)13)명칭(名) : ⓢ nāman. 사물의 이름으로, 단어를 가리킨다. 명名이 조합되어 구句가 된다. 문文은 음소이다. 예를 들어 단어를 모아 제행무상諸行無常과 같은 구를 만드는 것이다. 신身(ⓢ kāya)은 집합의 뜻이다.과 의의(義)14)의의(義) : ⓢ artha. 문장이 지니고 있는 사상의 내용.를 모두 끊었으므로, 이것을 ‘열반의 현묘한 종지’라고 이른다. 다만 모든 부처님은 이 열반의 현묘한 종지를 깨달아서 안주하지 아니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