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尼乾子問無我義經

ABC_IT_K1492_T_001
041_0611_a_01L니건자문무아의경(尼乾子問無我義經)


마명(馬鳴) 모음
일칭(日稱) 등 한역
조환기 번역


이때 니건자1) 등은 마음속으로 다른 견해[異見]를 품고, 의혹이 일어나서 대승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解大乘者]을 찾아가서 예를 갖추고 합장하여 공경을 표하고 무아(無我)의 의미를 물었다.
“마음속의 어둠을 없애버릴 수 있도록,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저를 위하여 진리의 가르침을 열어주십시오.
만약 이 몸에 나[我]가 없다면 저 최상의 자아(自我)도 있을 수 없을 터인데 무슨 까닭에 이 몸에는 현실적으로 울고, 웃고, 즐거워하고, 분노하고, 아만(我慢)에 사로잡히고, 질투하고, 이간질[兩舌]하는 등의 일이 있습니까?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 분명히 알 수 없으니 인자(仁者)시여, 바라옵건대 저를 위해서 의심을 없애주소서.”
대승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니건자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먼저부터 집착한 최상의 자아[最上我]란 완전히 허망한 것이다. 무엇을 있다 하며, 무엇을 없다 하는가? 이 둘 가운데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다. 만약 자신의 머리카락ㆍ피부ㆍ살ㆍ근육ㆍ뼈ㆍ지방ㆍ골수ㆍ창자ㆍ위장ㆍ손발의 모든 몸의 부분을 최상의 자아로 여긴다면 안팎에서 찾아보라. 어디에서 보겠는가?”
이때 니건자가 지자(智者)에게 말하였다.
“나는 육안이기에 볼 수 없거니와, 천안(天眼)이 있는 이는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자가 말하였다.
“천안(天眼)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는 현색(顯色)2)도 아니요, 형색(形色)3)도 아니어서, 자성이 공하거늘 어찌 볼 수가 있겠는가?”
니건자가 말하였다.
“그것은 결코 없는 것입니까?”
지자가 말하였다.
“만약 없다고 한다면 어찌 현전에 인연따라 울음과 웃음 등의 모습이 생기는 것을 보겠는가? 혹 있다거나 혹 없다거나 하는 것은 둘 다 삿된 망상이고 바른 진리가 아니다.”
니건자가 말하였다.
“만약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주장을 모두 말할 수 없다면 어찌하여 이 몸이 현전에 머무는 것[所住]이 있습니까?”
지자가 답하였다.
“머무는 것의 모습[所住相]이란 조금도 있지 않다.”
니건자가 말하였다.
“만약 머물러 있는 곳이 없다면 허공과 같지 않겠습니까?”
지자가 말하였다.
“그대가 말한 것과 같이 허공과 같기 때문이다.”
니건자가 말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울고 웃는 등의 모습을 어떻게 버릴 수 있겠나이까?”
지자가 말하였다.
“그 이치 가운데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세속(世俗)이고, 둘째는 승의(勝義)이다. 세속(世俗)의 말에 의지하면 나와 남, 생명이 있는 것[命者]ㆍ사부(士夫)4)ㆍ보특가라(補特伽羅)5)ㆍ작자(作者)6)ㆍ수자(受者)7)ㆍ재물ㆍ보석ㆍ처자ㆍ친척ㆍ친구 등과 같은 차별이 있다.
승의(勝義)에 의지하면 곧 나와 남, 생명이 있는 것 내지 친구 등의 일[事]이 없고, 또한 조그마한 차별 등의 모습[相]도 없다.
만약 세속의 말에 의지하면 생멸(生滅)과 선악(善惡)의 과보가 있거니와, 만약 승의의 말에 의지하면 생멸과 선악의 과보가 없다.
그 진여법(眞如法)의 자성(自性)은 본래 청정하여 번뇌도 없고, 더러움에 물듦도 없고, 깨달음[覺了]도 없어 본래 적정(寂靜)하니 이를 이름하여 진여의 자성[眞如自性]이라고 한다.”
이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속제(世俗諦)와 승의제(勝義諦)
이 둘을 이제 마땅히 말하리니
세속제는 곧 세상의 법이고,
승의제는 잘못이 없는 최상법이니

유정은 세속에 의지하여
번뇌를 더욱 일으키고,
윤회에 오래도록 빠져있어서
승의법을 알지 못하네.

세속법에 의지하는 까닭에
나와 남을 가르는 변계소집(遍計所執)을 일으켜
분별과 의혹을 낳아서
모든 고뇌를 받네.

저 어리석은 범부들은
긴긴 세월 핍박받아
번뇌를 벗어나는 출리(出離)의 인(因)을 닦지 못하였으니
어찌 해탈의 이치를 알겠는가?

어리석은 사람들은 항상 세간의
생멸법(生滅法)에만 의지하여
오취(五趣)8)의 흐름 속에서
상속이 끊이지 않네.

승의법에 통달하지 못한 까닭에
괴로움을 없애는 요체를 알지 못하고
전전(展轉)하여서 윤회를 받네.
누에가 스스로를 묶어두듯이.

또는 해와 달이
하늘을 돌며 쉼이 없는 것처럼
중생들이 삼유(三有)9) 가운데
왕래함도 이와 같네.

모든 행은 다 무상하여
찰나에 변해가니
세속법을 멀리 여의고
마땅히 승의제를 구해야 하리.

모든 천상에 사는 신이나
건달바 등에 이르기까지
저 무상한 이치를 벗어날 수 없으니
이는 모두 세속의 과보일 뿐.

야차와 귀신 등이
밝은 세계를 성취하여 얻었어도
악취를 면할 수 없으니
이는 모두 세속의 과보일 뿐.

제석천과 전륜왕이
복을 얻는 과보가 남과 같지 않더라도
짐승으로 태어남을 면할 수 없으니
이는 모두 세속의 과보일 뿐.

사람과 천상이 받는 오욕(五欲)의 즐거움도
결정코 마땅히 버려야 하니
저 보리심(菩提心)에서
지혜로써 항상 관찰하여

자성에 집착할 바가 없으니
일체가 다 공하여
희론(戱論)10)을 초월하니
이것이 보리심의 모습이라.

단단한 것도 유연한 것도 아니요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아니요
접촉도 집수(執受)11)도 아니니
이것이 보리심의 모습이라.

긴 것도 짧은 것도 아니요
둥글지도 모나지도 않고
미세하지도 거칠지도 않으니
이것이 보리심의 모습이라.

흰 것도 붉은 것도 아니요
검은 것도 누런 것도 아니요
형색(形色)도 현색(顯色)도 아니니
이것이 보리심의 모습이라.

색도 빛도 아니요
세간에 움직이나 속박되지 않고
허공처럼 머물지 않으니
이것이 보리심의 모습이라.

사유와 관찰을 떠나
외도들의 경계(境界)가 아니고
지혜와 연관되어 있으니
이것이 보리심의 모습이라.

서로 비슷한 것도 상반된 것도 아니고
비할 바 없고 항상 적정하며
진여의 자성은 본래 변하지 않으니
이것이 보리심의 모습이라.

마치 물거품 같고
환상으로 만든 것과 같고, 아지랑이 같고
무아(無我)이고 무상(無常)하여
모든 것은 견고하지 않아

이 몸은 마치 굽지 않은 질그릇 같고,
허깨비로 가득 차 있어
탐ㆍ진ㆍ치의 삼독(三毒)과 상응하여
필경에는 공(空)하여 있지 않네.

마치 달이 구름에 가리어지면
순식간에 나타나지 않듯이.
깊고 깊은 반야로써
유위(有爲)에 통달하니 환(幻)과 같고

중생과 기세간(器世間)12)
모든 것이 다 꿈과 같네.
자기 마음의 분별로 말미암으니
저 마음도 또한 꿈과 같도다.

만약 사람이 바른 이치에 의지하여
지혜로써 수행하면
모든 장애와 더러움을 버리고
속히 위없는 도를 얻으리라.

이 가장 뛰어난 지혜는
모든 부처님께서 칭찬하신 바이네.
지혜로운 사람은 잘 헤아려서
열심히 위없는 법을 구하여

유위의 잘못을 벗어나
진제(眞諦)의 항상하고 수승한 덕목을 증득하리니
이러한 해탈로 말미암아
일체에 대해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리.

이때 저 외도의 무리들이
듣고 환희심을 내어
잘 관찰하고 의심을 제거하여
대승의 지혜를 깨달았네.
041_0611_a_01L尼乾子問無我義經 馬鳴菩薩集西天譯經三藏朝散大夫試鴻臚少卿宣梵大師賜紫沙門臣日稱等奉 詔譯爾時尼乾子等心懷異見發起疑惑尋求往詣解大乘者所到已作禮掌恭敬無我義使除暗鈍如佛所說爲我開示若說此身無有我者彼最上我亦無所有何故身中現見啼笑嬉戲忿怒我慢嫉妒兩舌等事於有於無不能決了唯願仁者爲我除斷解大乘者謂尼乾子言汝先所執最上我者決定虛妄以何名有何名無於此二中都無所得若以自身髮皮肉筋骨脂髓手足一切身肢爲最上我內外尋求何有可見尼乾子白智者言我以肉眼不能見餘有天眼彼可得見者曰亦非天眼之所能見彼非顯色亦非形色自性空故何有可見乾子言彼定無耶智者曰若說無云何現見從因緣生啼笑等相或說爲有或說爲無二皆邪妄非其正理尼乾子言若有若無俱不應如何此身現有所住智者曰無有少分見所住相尼乾子言若無住著卽同虛空智者曰如汝所說如虛空尼乾子言若爾啼笑等相當云何遣智者曰於是義中而有二種者世俗二者勝義依世俗說則有自他命者士夫補特伽羅作者受者財妻子親眷朋屬如是差別依勝義說則無自他命者乃至朋屬等亦無少分差別等相若世俗說則有生滅善惡果報若勝義中無生滅善惡果報彼眞如法自性淸無有煩惱無有染污亦無覺了本來寂靜此說是名眞如自性重明此義以偈頌曰世俗勝義諦 二種今當說世俗卽世法 勝義無過上有情依世俗 增長於煩惱久處於輪回 不了勝義法由依世俗故 自他生遍計起分別疑惑 而受諸苦惱彼愚癡凡夫 長時受逼迫不修出離因 何知解脫理愚人常依止 世間生滅法馳流五趣中 相續而不斷由不達勝義 則無滅苦要展轉受輪回 如蠶自纏縛亦如於日月 旋轉無休息衆生三有中 來往亦如是諸行悉無常 剎那而遷變遠離世俗法 當求勝義諦乃至住諸天 及乾闥婆等不免彼無常 此皆世俗果夜叉鬼神等 得持明成就不免墮惡趣 此皆世俗果帝釋轉輪王 福報無與等不免墮傍生 此皆世俗果人天五欲樂 決定當棄捨於彼菩提心 以惠常觀察自性無所著 一切悉皆空超越諸戲論 是菩提心相非剛非柔軟 非熱亦非冷非觸非執受 是菩提心相非長及非短 非圓亦非方非微細非麤 是菩提心相非白及非紅 非黑亦非黃非形色顯色 是菩提心相非色非光明 非動非纏縛非住如虛空 是菩提心相離思惟觀察 非外道境界與般若相應 是菩提心相無似無對待 無等常寂靜自性本凝然 是菩提心相如聚沫浮泡 如幻化陽焰無我亦無常 一切非堅固是身如坏器 虛幻而充滿與三毒相應 畢竟空無有如月處雲中 剎那而不現以甚深般若 達有爲如幻衆生器世閒 一切皆如夢由自心分別 彼心亦如夢若人依正理 以惠而修習棄背諸障染 速得無上道此最勝般若 諸佛所稱讚智者善籌量 勤求無上法離有爲過失 證眞常勝德由此解脫故 一切無染著時彼外道衆 聞已生歡喜善觀察除疑 得悟大乘智尼乾子問無我義經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산스크리트어 Pāṇḍava를 말한다.
  2. 2)색깔로 구분되는 모습을 말한다.
  3. 3)형상으로 구분되는 모습을 말한다.
  4. 4)산스크리트어 puruṣa의 번역으로, 인도의 상키야학파에서 자아의 주체로 상정한 존재.
  5. 5)산스크리트어 pudgala의 음사로 부파불교에서 윤회의 주체로 인정한 것이다.
  6. 6)십육신아(十六神我)의 하나로 이교도들은 아(我)를 활동주체로 이해한다.
  7. 7)집착하는 주체.
  8. 8)천ㆍ인ㆍ지옥ㆍ아귀ㆍ축생의 세계를 말함.
  9. 9)삼계의 욕유(欲有)ㆍ색유(色有)ㆍ무색유(無色有)와 일생 동안의 생유(生有:태어나는 일찰나)ㆍ본유(本有:생으로부터 사에 이르는 동안의 금생의 존재)ㆍ사유(死有:죽을 때의 일찰나).
  10. 10)산스크리트어 prapañca로 진실하지 못한 말로 분별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나눔을 말함.
  11. 11)외계 대상을 접촉하여 그 접촉한 바를 잃어버리지 않고, 고락 등을 지각하는 것을 말함.
  12. 12)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주위환경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