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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188_a_01L동계집東溪集동계집東溪集 서序내가 어렸을 때 문예를 좋아하여 가끔씩 당시 문인들과 노닐었는데 사모하고 기뻐함이 심하였다. 명공名工이라 하는 자는 채색을 화려하게 하고 노랫가락을 옥 소리처럼 내어 눈과 귀를 사로잡는 데만 마음을 쓴다. 번잡하고 화려하며 아름다운 미소를 순풍에 소리를 얹듯이 하여 아침에는 천금을 자랑하더라도 저녁때가 되면 마음이 매우 불편해진다. 산림의 우두머리 중에는 반드시 큰선비들이 있었으니, 세상 사람들의 입맛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그 말은 담박하였다. 이때에 서방의 가르침을 구하였는데…(결락)…태허자太虛子 경일敬一은 법문의 뛰어난 인재로 원래부터 선을 익히고 장삼과 지팡이를 구름과 솔 사이에 두었는데, 세상에는 전하는 자취가 없다. 그러나 영탄하고 유양揄揚1)하는 것에 이르면 정감이 있어 천뢰天籟2)를 드러내는즉 다 씻어 내지 못한 것을 텅 비우게 하니, 당시 여러 명사로서 사모하고 사귀고자 하는 이들이 뒤꿈치가 닳도록 모여들었다. 대사는 또한 붓끝의 구름과 안개로서 우화지장雨花之場3)에 뛰어들어 갔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나는 대사가 여러 도를 섭렵하였다고 들었다. 대사는 다른 산에서 돌아가신 지 십수 년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지은 것들이 감추어져 전해지지 않았으니 심히 개탄스러웠다. 올봄에 익상益祥 상인이 사문의 의발衣鉢로서 유언을 두루 갖추어 판각하기로 하고, 내 방을 찾아와 상자를 내놓으며 무릎 꿇고 말하길 “제 스승의 이름이 유소有素인데 어찌 감히 현안玄晏의 칭송4)을 바라시겠습니까. 오직 몇 가지 시문에 그치지만 이것들은 군자의 기호에 맞아서 감히 덮어 둘 수 없는 것입니다.”라면서 대사의 불후함을 전해 주기를 나에게 청하니 사양할 수 없었다. 또한 익상의 무리들이 애쓰는 것을 갸륵하게 여겼다. -
012_0188_a_01L[東溪集]
012_0188_a_02L1)東溪集序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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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188_a_04L余少而好談藝。徃徃與當世修詞者游。
012_0188_a_05L卽其沾沾慕悅。號爲名工者。采色爛如
012_0188_a_06L也。節族琅如也。要其耳目。心思托之。
012_0188_a_07L紛華倩笑。而沽之於順風加聲之地。朝
012_0188_a_08L立肆而千金者。夕徃私心甚狹之。以爲
012_0188_a_09L山林之畏隹。必有碩大之士。不艶情於
012_0188_a_10L世味。而澹乎其言者。於是復求之西方
012_0188_a_11L之敎。▣▣▣▣▣▣▣州之▣▣▣。有
012_0188_a_12L太虛子敬一。法門翹楚也。旣習于禪衲
012_0188_a_13L錫在雲松間。世無能跡之者。然乃至泳
012_0188_a_14L歎揄揚。情有所感。而發之於天籟。則
012_0188_a_15L不得盡洗而空之。一時諸名士。慕而交
012_0188_a_16L者。踵相磨也。師亦以筆下雲烟。闌入
012_0188_a_17L雨花之場。甚奇也。蓋余聞諸道蹃師之。
012_0188_a_18L示寂於它山十數年。于今而所撰述。秘
012_0188_a_19L而不傳。又甚慨也。是歲春。有上人益
012_0188_a_20L祥。以師門衣鉢。網羅遺言。將事剞劂
012_0188_a_21L氏。乃庚造余室。發篋而跽曰。吾先師
012_0188_a_22L之諱名也有素。豈敢望玄晏之賜。唯是
012_0188_a_23L瑣篇零句。寔中君子之嗜。不敢終閟。
012_0188_a_24L以先師不朽請余。旣未獲辭。且喜祥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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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188_b_01L그리하여 대사를 드러낼 것들을 거두어들여 일을 마무리하였는데, 바야흐로 낮에는 판각하고 저녁에는 편집하니 네 권이 되었다. 시는 한 권인데, 오언절구는 유연하면서 맑으며 칠언율시는 질박하면서도 아름답다. 많지 않은 서序는 너그러우며, 비명碑銘과 잡기雜記는 거칠면서도 넉넉하고, 설說과 녹錄은 풍성하여 차라리 미천함을 건너뛸지언정 공교로움에 머물려 하지 않았으며, 차라리 말이 고졸할지언정 진실이 훼손되지 않았다. 깊고도 넓도다. 그 이치를 알 수 없으나 자연으로 돌아와 세상의 색채·소리와 더불어 같이한 것은 연영燕郢5)의 끌채가 된 것과 같다. 앞서 대사는 세상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거니와 말의 담박함이야말로 대사에게 찾아야 한다. 비록 그러하나 세상 사람들은 바야흐로 갖가지 색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주현朱絃6)의 음악을 느릿하게 연주하며 외물과 접하여 이익을 다툰다. 그 기질에서 벗어난 자들이 떼 지어 일어나 왁자지껄하게 “어찌하여 이 어지러운 것으로 말을 지어 오래도록 백성을 젖게 하는가. 밝은 기세가 고목膏沐7)을 부질없게 하고 중매를 하려고 하면 무염無鹽8)이 될 터이니 장차 이런 사람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라고 하였다. 장자는 “오성이 어지러워지지 않고서야 어느 누가 육률에 맞출 수 있으며, 오색을 어지럽히지 않고서야 누가 아름다운 임금의 예복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하였다. 나는 무릇 공교한 소리와 아름다운 색채로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도랑에 버려진 것을 영원히 전해질 것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후세 군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병통이다. 내가 미치광이 같은 말을 늘어놓았노라.신묘년 여름 한복판의 음력 초하루에 예주 사람 신주백申周伯9)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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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188_b_01L徒汲汲。然以其師顯因。受而卒業。稍
012_0188_b_02L稍日删而夕次之。卷凡四。詩得其一。
012_0188_b_03L五言絕之。油然而澹也。七言律之。樸
012_0188_b_04L也文。而爲小序之涵也。碑銘雜記之麁
012_0188_b_05L而衍也。說錄之富也。寧涉於野。而不
012_0188_b_06L欲居于巧。寧拙於言。而不欲病其眞。
012_0188_b_07L冲乎漠乎。莫知其所爲。而乃返自然與
012_0188_b_08L世之爛如琅如者。燕郢之轅矣。日余
012_0188_b_09L所謂不艶情於世味。而澹乎其言者。果
012_0188_b_10L在師乎。果在師乎。雖然世之人。方且
012_0188_b_11L靑黃而藻梲。方且朱絃而疏越。方且與
012_0188_b_12L物交而爭利。彼其於質中而匏外者。羣
012_0188_b_13L起而呶之曰。惡用是貿貿爲斯言也。漸
012_0188_b_14L民久矣。彜光廢膏沐。而當蹇修。卽化
012_0188_b_15L爲無鹽。將斯集之謂何。莊生有言。五
012_0188_b_16L聲不亂。孰應六律。五色不亂。孰爲黼
012_0188_b_17L黻。余惡夫巧聲婾色亂天下矣。故以溝
012_0188_b_18L中之斷。而並存於不朽。後之君子。殆
012_0188_b_19L亦移病。我狂言㢤。
012_0188_b_20L辛卯仲夏初吉。禮州人申周伯書。
012_0188_b_21L{底}康熙五十年密陽載岳山靈井寺開刊本(南權
012_0188_b_22L熙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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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유양揄揚 : 임금의 덕을 드러내어 칭송함.
- 2)천뢰天籟 : 자연현상에서 나는 소리. 여기서는 아름다운 시문을 말한다.
- 3)우화지장雨花之場 : 옛날에 부처가 설법說法할 때 하늘에서 꽃들이 내려 공중에 가득하였다는 고사가 있는데, 우화지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함으로써 시승으로서 동계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 4)현안玄晏의 칭송 : 현안은 진晉나라 황보밀皇甫謐의 호이다. 황보밀이 일찍이 좌사左思를 위해 삼도부三都賦의 서문序文을 써서 명성을 얻었다는 고사가 있는데, 여기서는 다른 사람에 의해 시문이 훌륭하게 평가되는 것을 말한다.
- 5)연영燕郢 : 연燕은 북쪽에, 영郢은 남쪽에 있는 나라로, 상호 먼 관계를 비유하고 있다. 여기서는 동계의 시문이 승속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으며, 높은 문학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 6)주현朱絃 : 『禮記』 「樂記」에 “청묘의 거문고는 붉은 줄로 되어 있고 소리가 느릿해서 한 사람이 선창하면 세 사람이 화답하여 여음餘音이 있다.(淸廟之瑟。 朱絃而疏越。 壹倡而三嘆。 有遺音者矣。)”라는 대목에서 나온 말로, 여기서는 동계의 글을 칭송하기 위해서 쓰이고 있다.
- 7)고목膏沐 : 머리 감은 후 기름을 바르고 꾸미는 것을 말한다. 『詩經』 「衛風」 ≺伯兮≻에 “남편이 동으로 간 이후로 내 머리는 쑥대강이 되었노라. 어찌 감고 기름칠 못할까마는, 누구를 위해 모양을 낸단 말인가.(自伯之東。 首如飛蓬。 豈無膏沐。 誰適爲容。)”라는 대목이 보인다.
- 8)무염無鹽 : 전국 시대의 추녀醜女를 말한다.
- 9)신주백申周伯 : 주백周伯은 신유한申維翰(1681~1752)의 자이다. 호는 청천靑泉이며, 1713년(숙종 39)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저술로 『海遊錄』이 있으며 사명당四溟堂 유정惟政의 『奮忠紓難錄』을 편찬하였다.
- 1){底}康熙五十年密陽載岳山靈井寺開刊本(南權熙所藏)。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김승호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