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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40_a_01L역산집櫟山集영허당유집 서문暎虛堂遺集序文영허 스님의 시를 읽고 영허 스님의 글을 읽으면 영허 스님이라는 사람을 알 수 있다. 영허 스님은 순후하고 담박하며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힘쓰지 않아서 청정하고 현허玄虛한 경계에 몸을 편안히 두고, 텅 비어 넉넉하고 고요한 경지에 뜻을 정하여 질박하되 거칠지 않고, 조화롭되 속되지 않았다. 그리고 법에 대해 들은 것을 받들고 배운 것을 행하여 스스로 일가一家의 말을 이루어 『화엄경華嚴經』의 법을 오롯이 체현한 사람이 되었으니, 참으로 법문法門의 대종사大宗師이다. 그리고 명산대찰을 두루 편력하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 무릇 유람하고 완상한 것들은 곧 시문詩文으로 발현해 내었다. 그 격률格律의 기이하고 고아함은 수려하고 진기한 바위산 같고 문체의 기세가 광대한 것은 드넓은 안개 물결 같았다. 풍월風月은 스님의 정회情懷요, 호산湖山은 스님의 기운이었으니, 이것들이 영허 스님의 시문이 된 것이다. 그러니 영허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진실로 그 시문 가운데에서 구해야 하지 않겠는가.스님은 보현普賢의 보좌에 배석陪席하고 가섭迦葉의 반열을 뒤좇아 무량無量한 경계에 들어가고, 초제招提1)의 문에 바짝 다가가 애당초 사물에 이끌리지 않고 유유히 고원高遠한 경지에 노닐면서 흉중에 한 점의 걸림도 없었다. 태평한 세상 속에 자유자재하였고, 맑고 조화로운 기운을 호흡하여 도가 완성되고 법이 완전해지자 도법을 지킴에 의혹됨이 없었다. 그리하여 부들방석 위에서 꼼짝하지 않고 좌선하면서 마음을 청정하게 하였으니, 진실로 정법삼매定法三昧요, 단박에 깨쳐 원각圓覺을 이룬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 가슴속에 온축된 것들을 발휘하고 정묘한 광채를 수련한 것들이 진실로 스님의 시문과 필묵 사이에 있을 터이니, 길이 보존하여 썩지 않게 함이 마땅하다. 용암庸庵과 철요鐵鷂2)는 모두 스님의 의발을 전수받은 사람들로, 스님의 남은 풍광을 추모하여 유문遺文을 수습하여 장차 간행하려고 하면서 나에게 교정을 부탁하였다. 나는 본디 유학자이나 불가의 서적에 대해서도 평소 등한시하지 않고 대략 섭렵하였다. -
010_0940_a_01L[櫟山集]
010_0940_a_02L暎虛堂遺集 [1] 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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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40_a_04L誦暎師詩。讀暎師書。可以知暎師之人
010_0940_a_05L矣。淳古澹泊。不務華飾。安身乎淸淨
010_0940_a_06L玄虛之域。宅志乎衷裕恬靜之鄕。質而
010_0940_a_07L不野。和而不俗。尊所聞。行所學。自成
010_0940_a_08L一家之言。而不失爲華嚴經卷中人。儘
010_0940_a_09L法家之大宗師也。名山巨刹。足跡無有
010_0940_a_10L不徧。凡所遊覽賞玩。乃能發之爲詩文。
010_0940_a_11L格律之奇古。巖巒之秀異也。體勢之
010_0940_a_12L汪洋。烟波之浩漫也。風月其情懷。湖
010_0940_a_13L山其性氣。則此其爲暎虛之詩若文。而
010_0940_a_14L求暎虛之人者。固不在其中耶。陪普贒
010_0940_a_15L之座。追飮光之列。入無量之界。逼招
010_0940_a_16L提之門。未始爲事物之牽引。而悠悠然
010_0940_a_17L高鞱遠擧。𦚾中無一點滯介。康莊昇平。
010_0940_a_18L呼吸淸和。道成法全。守之不惑。塑坐
010_0940_a_19L蒲團。心珠瀅澈。眞箇是定法三昧頓
010_0940_a_20L悟而圓覺者也。然則其攄發蘊奧。修鍊
010_0940_a_21L精光。亶在乎藻繪翰墨之間。而宜其長
010_0940_a_22L存而不朽也。庸庵鐵鷂。俱以衣鉢之托。
010_0940_a_23L追慕餘光。抄輯遺文。將付剞劂。而請
010_0940_a_24L余讎校之。余固儒學人也。於法家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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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40_b_01L지금 이 문집을 보니, 조금만 보아도 그 전체의 맛을 알 수 있다. 이에 마침내 그 시말을 차례대로 서술하여 영허 스님의 유집遺集의 서문으로 삼는다.계미년(1883, 고종 20) 12월 하순에 성환惺寰 김조영金祖永3)이 짓다. -
010_0940_b_01L素不閑而略爲之涉獵矣。今見此集。
010_0940_b_02L則一臠可知全鼎之味。遂次肇卒。以爲
010_0940_b_03L映虛師遺集序。
010_0940_b_04L癸未臈月下澣。惺寰金祖永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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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초제招提 : ⓢ caturdeŚa의 음역音譯으로, 사원寺院의 별칭이다.
- 2)용암庸庵과 철요鐵鷂 : 자세한 사항은 미상이나, 『역산집』 권말의 문도 명단에 있는 용암 전우庸庵典愚와 철요 사문鐵鷂師文 두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 3)성환惺寰 김조영金祖永 : 자세한 사항은 미상이나, 안창렬安昌烈의 『동려문집東旅文集』 권4 「송김공선철원서送金公善澈元序」의 내용에 따르면, 1881년(고종 18)에 조정의 개화 정책에 반대하면서 영남 유생들이 올린 「만인소萬人疏」의 소두疏頭가 되었다는 죄명으로 평안도 안변安邊으로 유배를 간 것으로 되어 있다. 『역산집』이 안변의 석왕사釋王寺에서 간행된 점을 미루어 보면, 김조영이 유배 시절에 용암과 철요 등의 청을 받고 서문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공근식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