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묵암대사시초(黙庵大師詩抄) / 默庵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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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암대사시초默奄大師詩抄
최눌㝡吶
하혜정 (역)
묵암집서默庵集序
하늘은 묵묵히 있다가 무슨 말을 하려면 천둥으로 말하고, 땅은 묵묵히 말하지 않다가 바람으로 말하며, 사람은 묵묵히 말이 없다가 마음으로 말한다. 말이란 것은 마음의 소리이니, 이 마음은 곧 하늘의 천둥이고 땅의 바람이다. 하늘이 천둥으로 말하는 것을 ‘무망无妄’이라 하고 땅이 바람으로 말하는 것을 ‘관觀’이라 하며 사람이 마음으로 말하는 것을 ‘이頥’라고 한다.
하늘이 천둥으로써 온갖 열매의 싹을 트게 하므로 ‘무망无妄’의 괘상에 말하기를 “때를 맞아 만물을 기른다.(對時育物)”1)고 하였고, 땅이 바람으로써 모든 구멍을 호령하므로 ‘관觀’의 괘상에 말하기를 “각 지방을 살펴서 가르침을 베푼다.(省方設敎)”2)고 하였으며, 사람이 마음으로 모든 물건을 다스리므로(陶甄) ‘이頥’의 괘상에 이르기를 “말을 삼가고 음식을 절제한다.(愼言節食)”3)고 하였다.
이 마음의 소리가 허파의 ‘금金’으로 말미암아 나와서 만상萬象을 고무하는 것은 마치 천둥이 울어 흔들고 바람이 불어 쓰러뜨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하늘의 천둥과 땅의 바람은 항상 있지 않고 어쩌다 일어나는 것이니, 하늘과 땅의 말은 대개 드물고 적어서 묵묵한 것이 곧 그 본바탕의 광경이다.
우리 사람도 또한 하나의 하늘이고 땅이니, 천둥을 본뜨고 바람을 본받은 연후에 말한다면 그 드물고도 적은 것을 귀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만 마디 말의 만 마디가 다 마땅하다고 하여도 한 번의 침묵만 같지 못하니, 하늘과 땅의 묵묵함도 또한 우리의 본색인 것이다.
지금 묵암默庵 눌吶 스님은 말한다.
“마음은 어떤 물건인가? 말할 때는 말이 그것이고 침묵할 때는 침묵이 그것이다.”
또 이렇게 말한다.
“말 없는 하늘이 적적하여 혹 말하거나 혹 침묵하거나 모두 다 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니, 현묘한 하늘의 적적함이 곧 상승上乘의 공부로서 그것은 대개 성문聖門의 정법에서만 얻어질 뿐이다.”
시詩가 큰 소리가 되지 못하는 것과 중용中庸에 소리도 냄새도 없는 것은 다 구사九思4)의 언충言忠과 구용九容5)의 성정聲靜에서 나오는 것이다.
군자가 도움에 있어서 맞지 않고 어그러지면 침묵하며 말하지 않지만, 믿는 것이면 가히 천지를 움직일 수 있다.

010_0001_a_01L[默奄大師詩抄]

010_0001_a_02L1)默庵集序 [1]

010_0001_a_03L
010_0001_a_04L
天默默何言而以雷語地默默不言
010_0001_a_05L而以風語人默默無言而以心語
010_0001_a_06L也者心之聲是心即天之雷地之風
010_0001_a_07L天語以雷曰无妄地語以風曰觀
010_0001_a_08L人語以心曰頥天以雷甲坼百果故无
010_0001_a_09L妄象曰對時育物地以風號令萬竅
010_0001_a_10L故觀之象曰省方設敎人以心陶甄萬
010_0001_a_11L故頥之象曰愼言節食是心之聲
010_0001_a_12L由肺金出鼓儛萬象者如雷鳴而動
010_0001_a_13L風行而偃也然天雷地風不賞有而有
010_0001_a_14L時作天地之語盖罕而寡默默乃其
010_0001_a_15L本地光景吾人亦一天地法雷體風
010_0001_a_16L然後言貴其罕且寡也故萬言萬當
010_0001_a_17L不如一默天地之默默亦我之本色也
010_0001_a_18L今默庵吶釋曰心是何物語時語是
010_0001_a_19L默時默是又曰無言天寂寂言或語或
010_0001_a_20L都是一心做出而玄天寂寂乃是
010_0001_a_21L上乘工夫盖有得乎聖門正法耳詩之
010_0001_a_22L不大聲庸之無聲臭皆從九思言忠
010_0001_a_23L九容聲靜中來君子於輔不咸而艮默
010_0001_a_24L以成不言信者可以動天地也瑞巖

010_0001_b_01L승려 서암瑞巖의 성성惺惺함6)은 눌吶의 묵묵함에는 도무지 미치지 못하는 것인데, 어찌하여 시문詩文을 숭상하여 앵무새와 성성이처럼 말을 잘한다는 조롱을 받겠는가?

대통大統 여윤餘閏 3년 신유辛酉(1801) 맹하孟夏 상한에 용성龍城 무극수无極叟 양주익梁周翊7)은 능성綾城 봉서루鳳棲樓에서 쓴다.

010_0001_b_01L僧惺惺都不如吶之默默何用詩文爲
010_0001_b_02L招鸚猩能言之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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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統餘閏三辛酉孟夏上澣龍城无
010_0001_b_04L極叟梁周翊題于綾城鳳棲樓中

010_0001_b_05L{底}嘉慶六年知足居士跋文本(全南順天松廣
010_0001_b_06L寺所藏)
  1. 1)『주역』「천뢰무망괘天雷无妄卦」에서는, “무茂는 성대함이다. 사물이 모두 감히 망령되지 않은 뒤에 만물이 각기 타고난 본성을 온전히 하니, 때맞춰 사물을 기름이 이보다 성함이 없다.(茂, 盛也. 物皆不敢妄, 然後萬物乃得各全其性, 對時育物, 莫盛於斯也.)”라고 하였다.
  2. 2)『주역』「풍지관風地觀」에서는, “상왈, 바람이 땅 위를 감도는 상이 관이니, 선왕이 이를 보고 만방을 순행하여 민속을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교화 정치를 베푼다.(象曰, 風行地上, 觀, 先王以省方觀民設敎.)”고 하였다.
  3. 3)『주역』「산뢰이山雷頤」괘에서는, “군자는 언어를 삼가고 음식을 절제해야 한다.(君子以愼言語, 節飮食.)”라고 하였다.
  4. 4)구사九思 : 유학에서 말하는 군자로서 가지고 있어야 할 아홉 가지 생각으로, 『논어』에 나온다. 볼 때는 밝게 볼 것을 생각하고(視思明), 말을 들을 때에는 총명할 것을 생각하고(聽思聰), 안색은 온순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色思溫), 모양은 공손히 할 것을 생각하고(貌思恭), 말할 때는 정성껏 할 것을 생각하고(言思忠), 일할 때는 경건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事思敬), 의심날 때는 질문할 것을 생각하고(疑思問), 화가 날 때는 일이 어려워질 것을 생각하고(忿思難), 재물을 얻을 때는 의리에 합당한가를 생각할 것(見得思義) 등이다.
  5. 5)구용九容 : 군자가 그 몸가짐을 단정히 함에 있어 취해야 할 아홉 가지 자세를 말하는 것으로,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격몽요결擊蒙要訣』에 나온다. 경거輕擧하지 않고(足容重), 단정하여 망동妄動하지 않으며(手容恭), 정면을 바로 보고 곁눈질을 하지 않고(目容端), 필요하지 않을 때는 입을 다물고(口容止), 목소리를 가다듬고 기침·재채기 등 잡소리를 내지 않으며(聲容靜), 고개를 똑바로 하여 한편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며(頭容直), 호흡을 조절하여 엄숙한 태도를 견지하며(氣容肅), 중립불의中立不倚하여 점잖은 태도를 갖고(立容德), 안색을 정제하고 태만한 기색을 나타내지 않는다(色容莊) 등이다.
  6. 6)서암승성성瑞巖僧惺惺 : 마음을 수양하는 것을 뜻한다. 주희朱熹가 이르기를, “서암瑞巖 승려는 매일 항상 스스로 자신에게 묻기를 ‘주인옹主人翁은 성성惺惺한가?’하고, 또 스스로 ‘성성하노라.’라고 대답한다”라고 하였다. 『심경心經』 권1에 나온다.
  7. 7)양주익梁周翊(1722-1802) :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자는 군한君翰이고 호는 무극无極이며, 본관은 남원으로, 춘추관기주관春秋館記注官ㆍ칠원현감漆原縣監ㆍ병조참의를 역임하였고, 저서로 『무극집』 16권이 있다.
  1. 1){底}嘉慶六年知足居士跋文本(全南順天松廣寺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