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설담집(雪潭集) / 雪潭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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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담집雪潭集
설담집雪潭集 서문
1. 설담집 서
그 사람에 대해 알지는 못한다 하여도, 그 사람의 글을 살피고 그 사람이 머무는 곳을 관찰하며 그 사람과 직접 사귀어 보면, 그 사람됨을 반드시 알 수가 있다. 불교에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하였으니, 사람과 글이 그대로 공空이요 그대로 색色이라, 내 어찌 싫어하겠는가. 공도 아니고 색도 아닌 것을 밝히고 밝힐 뿐이로다. 설담雪潭 대사께서 남기신 시문詩文은 비록 많진 않지만, 그 글은 선정(禪)을 여의지 않고 계율(律)에 얽매이지도 않아서 세속을 벗어나 씻어낸 듯 깨끗하고 맑으며 막힘이 없이 확 트였으니, 이는 바로 한자韓子1)가 말한 “마음속에 조금의 막힘도 없는 자(胷中無滯芥者)”라 할 것이다.
대사께서 이미 입적하심에 제문을 지어 올리고, 또한 그 문집에 서문을 쓰는데도, 나는 대사께서 어떤 분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말은 간결하면서도 그 뜻은 광대하고, 그 정신은 범속함을 멀리 뛰어넘었으니, 세속의 때에 물든 사람이 아니다. 그리하여 근세近世의 승려(緇流)들은 거칠게나마 몇 권의 경문經文을 외우고는, 대사의 명성을 빌려 권세가나 요직에 있는 자를 알현하고서 총림叢林에서 유세를 부릴 수 있었으니, 대사께서 방외方外(佛家)에서 얻은 명성이 이와 같았다. 이는 실로 공문空門의 상승上乘이라 할 수 있으니, 소요逍遙 선사의 적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대사의 문도인 찰인察忍 상인上人이 대사께서 남기신 글을 끌어안고 천 리나 되는 먼 길을 달려와서 나에게 서문을 부탁하였다. 아, 선가의 도량(拈槌竪拂之場)에 또한 어찌 대사의 도道를 믿고 대사의 말씀을 외워서 능히 그 깊은 뜻을 밝게 드러낼 수 있는 자가 없었겠는가. 그런데 반드시 유교에 몸을 담고 있는 우리에게 서문을 부탁한 것은 아마도 대사의 당부에 의한 것이니, 그 전하는 뜻이 후자에 있는 것이요, 전자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 또한 평소에 대사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니나, 대사의 글이 담긴 이 책이 어찌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겠는가.
성상聖上(正祖) 8년(1784) 갑진년 4월 여와 도인餘窩道人 목만중睦萬中2) 쓰다.

009_0728_c_01L[雪潭集]

009_0728_c_02L1)雪潭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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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識其人考其書觀其所與交品
009_0728_c_05L斯定矣佛者言色則空空則色
009_0728_c_06L與書是空是色吾將惡乎證亦證
009_0728_c_07L之於非空非色而已雪潭師詩文
009_0728_c_08L不多不離禪不縛律脫灑淸曠
009_0728_c_09L是韓子所云胷中無滯芥者旣示寂
009_0728_c_10L祭以文又序其卷者吾不知其何人
009_0728_c_11L而辭簡而意博神識超邁類非埃壒
009_0728_c_12L中人近世緇流粗誦幾卷經文
009_0728_c_13L借大師之名干謁權要以眩夸叢林
009_0728_c_14L而師之所得於方之外者如斯斯實空
009_0728_c_15L門上乘而不愧爲逍遙嫡傳也師之
009_0728_c_16L徒察忍上人抱遺文走千里乞言
009_0728_c_17L於余拈搥竪拂之塲亦豈無信
009_0728_c_18L師道誦師言能爲師闡揚玄旨者
009_0728_c_19L必求之於吾黨抑以爲師之託以爲
009_0728_c_20L傳在此而不在於彼歟余亦非素識
009_0728_c_21L師者然是卷也在何患乎不見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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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上八年甲辰孟夏餘窩道人書
009_0728_c_23L萬中

009_0728_c_24L{底}正祖人年蔡濟恭序文本(서울大學校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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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한자韓子 : 당나라의 문인이며 정치가인 한유韓愈(768~824)를 말한다. 자는 퇴지退之, 호는 창려昌黎이다.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변려문을 비판하고, 고문古文을 주장하였다.
  2. 2)목만중睦萬中 : 조선 후기 때의 문신(1727~?)이다. 신유박해 때 대사간으로, 영의정 심환지와 함께 남인 시파 계열의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를 주도했다. 관직은 판서까지 올랐다. 저서로는 『餘窩集』이 있다.
  1. 1){底}正祖人年蔡濟恭序文本(서울大學校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