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상월대사시집(霜月大師詩集) / 霜月大師詩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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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대사시집霜月大師詩集
상월 대사 시집 서문
초楚나라의 산은 기이하고 빼어나며, 바위는 진기한 것이 많다. 여기서 태어나는 사람 중에 때때로 청고한 자들이 있었으니, 노담老聃·노래자老萊子·장저長沮·걸닉桀溺1)·접여接輿2)·장주莊周 같은 이들이다. 이들은 무위無爲의 도를 닦으면서 현묘한 도를 지켜 세상을 떠났고, 마침내는 세상을 잊어버렸다. 혹은 수레를 타고 무리 밖으로 유세를 다녔는데, 아득하여 그 끝을 찾을 수 없다. 그 도는 대개 선禪과 가까우나 그 마음을 논하는 것은 선이 더욱 정미하다. 가령 이 부류가 선법이 동쪽으로 온 후에 태어났더라면 불문에 귀의하지 않을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랬다면 이들은 모두 청고함을 넘어섰을 것이다. 뒤에 와서 도사道士와 선의 종장이 남쪽 기운이 모인 곳에 많은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우리나라 호남은 바로 중국의 초 땅에 해당된다. 방장산3)·서석산·내장산·추월산·조계산·백양산·월출산·달마산·천관산·팔영산, 이 산들은 모두 암석뿐으로 뛰어나게 맑고 우뚝 빼어났으며, 그윽하고 기이하여 보면 즐겁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러나 초나라 산도 이와 같은지는 알 수 없다. 동방의 훌륭한 선승이 여기서 많이 배출되어 깃들었으며, 또한 여기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은 마땅히 그 얻은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월 대사는 승평昇平 사람이며, 근세의 용상龍象4)으로서 사방의 사문들이 모두 그를 따랐다. 을축년(1745, 영조 21)에 스님이 순창淳昌의 산사山舍에 있는 나를 찾아왔는데, 그 모습은 크고 걸출하였고, 눈빛은 사람을 쏘아보았으며, 그와 더불어 말을 하면 가슴속이 시원해졌다. 만약 머리에 유자儒者의 관을 썼더라면 세상의 쓰임을 받을 만하였다. 그러나 공자가 갔을 때 장저와 걸닉, 접여도 오히려 따르려 하지 않았거늘 또한 누가 그를 이끌어 낼 수 있었겠는가? 명산 운수雲水5)의 뛰어난 소임은 그 홀로 제 맘대로 하는 일인지라, 내가 속으로 이것을 탄식하였다.
지금 들으니, 스님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제자 비은 근원費隱謹遠이

009_0591_b_01L[霜月大師詩集]

009_0591_b_02L1)霜月大師詩集序 [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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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591_b_04L
椘之山奇秀石多瓌異出人徃徃淸
009_0591_b_05L有若老聃老萊子長沮桀溺接輿莊
009_0591_b_06L周者無爲守玄離世果忘或駕說衆
009_0591_b_07L杳不見其涯其道盖與禪近而其
009_0591_b_08L論心處禪尤精微使此類生於禪法
009_0591_b_09L東來之後則幾何不歸於空門乎
009_0591_b_10L皆過於高者也後來道士禪宗多在
009_0591_b_11L南氣之所鐘者然歟我國湖南即中
009_0591_b_12L國之椘分也方丈瑞石內藏秋月曺溪
009_0591_b_13L白羊月出達摩天冠八影諸山皆石耳
009_0591_b_14L淸絕逈拔幽夐詭奇見之可怡可
009_0591_b_15L未知椘山亦如此乎否東方高禪
009_0591_b_16L多出於此而其所棲息又長在於此
009_0591_b_17L宜其有所得乎霜月大師昇平人
009_0591_b_18L近世龍象也四方沙門皆宗之
009_0591_b_19L乙丑師訪余于淳昌山舍其形魁傑
009_0591_b_20L光射人與之語胸中豁然冠其顚
009_0591_b_21L則可以需世用而孔子臨之沮溺接
009_0591_b_22L輿猶不肯從將孰能挽之乎名山
009_0591_b_23L雲水之勝任其獨擅可也余窃以是
009_0591_b_24L歎焉今聞師已殁師之弟子費隱謹

009_0591_c_01L스님의 시집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글을 구한다. 아! 시는 진실로 스님의 해타咳唾6)일 뿐이나, 후인들이 무엇으로 스님을 알겠는가? 여러 산중에서 스님을 이을 작자作者7)가 있다면, 그 또한 이 글에 감동함이 있을 것이다.
상월 선사가 교와 선의 종주宗主가 되신 지 30여 년이 되었다. 그 육신은 이미 입적했으나 그 도는 더욱 높이 받들어지고 있으며, 그 미묘한 뜻의 참된 해설은 널리 팔방에 두루 퍼졌다. 그러나 두더지가 황하 물을 마시듯9) 작은 분수에 매인 자들은 각자 그들의 이목으로 듣고 본 바와 계파를 받들어 믿기 때문에 그 폭이 찢어지는 것을 괴로워한다. 현비玄篦와 묘건妙鍵10)이 필경 누구에게 돌아갈지 알지 못하겠으나, 요컨대 상월 대사의 마음을 얻어서 마음으로 삼은 자가 마땅히 상월 대사의 법인을 차게 될 것이다.
대개 불씨의 말은 본래 매우 미묘하고 심오하나 범문梵文은 너무 간결하다. 그러나 진秦나라 때의 번역11)은 매우 번잡한데, 그것을 답습하여 부르짖는 자들이 대부분 장황하고 현란하며 각기 기이함을 자랑한다. 그 거친 것은 이미 어리석은 자가 미쳐 내달리는 것과 같고, 그 정밀한 것도 또한 현묘한 법문을 수수께끼 내어 꿈꾸게 하는 것과 같다. 그 능히 스스로 풀 단지(膠盆)를 뽑아내 버리고 현묘한 구슬을 끈적거리지 않게 할 수 있는 자는, 시대에 드물게 그러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상월 대사는 그 마음이 공정하고 그 언어가 진실되며 그 솜씨는 정밀하다. 그의 책을 얻어 대략 요약해서 보면, 마음으로 증득하여 언어로 표현한 것이 모두 평이하게 설명하고 곧바로 풀이해 주어 현란한 말에 구속되지 않았다. 먼저 번뇌의 장애를 활짝 열어서 현미한 세계로 나아갔으니, 마땅히 그 진실된 마음과 진실된 행은 승려들 중에서 용상龍象으로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009_0591_c_01L以師詩集求余言詩固師
009_0591_c_02L之咳唾耳後之人其何以知師乎
009_0591_c_03L山中有繼師而作者其亦有感於斯
009_0591_c_04L文矣

009_0591_c_05L
戊子仲夏大伽山人申舜民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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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591_c_07L
霜月禪師之宗主敎禪凡三十有餘年
009_0591_c_08L其身旣寂其道彌尊其微旨眞解
009_0591_c_09L遍八方然其河飮雲分者各自尊信
009_0591_c_10L其耳目其源派苦其幅裂矣吾不知
009_0591_c_11L玄篦妙鍵竟歸何人而要之得霜
009_0591_c_12L月心爲心者當佩霜月之法印矣
009_0591_c_13L佛氏之語本甚微奧梵文旣簡
009_0591_c_14L譯多絮襲而倡之者率多張皇眩耀
009_0591_c_15L以奇衒其粗者已狂走愚人其精
009_0591_c_16L又謎夢玄門其能自拔膠盆
009_0591_c_17L黏玄珠者僅代有其人而已若霜月
009_0591_c_18L師者其心公其言誠其工精
009_0591_c_19L凡其得之書而證之心發之言者
009_0591_c_20L切平說直解不桎梏於詃說而先豁
009_0591_c_21L煩惱之障以造玄微之壺宜其實心
009_0591_c_22L實行衣被緇流辨于龍象矣其徒
009_0591_c_23L{底}崇禎紀元後百五十三年庚子憕窹書跋本
009_0591_c_24L(東國大學校所藏)

009_0592_a_01L그 문도門徒가 ‘평진平眞’이란 호를 가한 것은, 그 또한 그의 덕행을 알았던 것이었다.
내가 영은 징오靈隱憕旿와 더불어 낙천樂天12)하기로 결의하고 유비의 사귐과 같이 한 지 20년이 되었다. 편지로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매번 그 스승이 대략 훑어보시었다. 비록 그가 바위문을 등지고 앉아 보고 듣는 것을 모두 물리쳤으나 일단의 지혜로운 생각은 이따금 열어 비추는 것이 있었다. 일찍이 징오에게 말하기를, “나의 본말을 바라건대 이 사람에게 알려서 내가 죽었을 때 다행히 자네 덕분으로 이 사람에게서 한마디를 얻는다면 이 또한 적멸寂滅13) 가운데의 풍류이리라.” 하였다. 내가 이 말을 듣고 희롱하여 말하기를, “이 늙은 오랑캐가 염치도 없구나.” 하였더니, 스님도 듣고서 빙그레 웃으며 “이 서생이 괴각乖覺14)이로다.” 하였다.
다비를 하고 나서 징오 스님이 편지를 급히 보내 알려 주었다. 그가 비문碑文을 구하기 위해 재차 서울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시의 원고를 가려내고 채우는 일을 부탁하였다. 앞서 속세의 그림자 같은 일을 돌이켜 생각하건대 내가 어찌 감히 알겠는가? 애석하게도 온전한 원고는 엉터리 선비에게 도둑맞았고, 겨우 약간의 시편이 남아 있었는데, 마침내 약간 남은 것들을 또 아낌없이 삭제하여 간추렸다. 그리하여 그 남기신 뜻을 따라 율시와 절구 합해서 85수를 얻어 책으로 엮어 간행하게 하였다.
대개 그의 시는 충담순결冲淡淳潔하여 당나라의 영철靈澈15)과 교연皎然16) 등의 풍미와 흡사함이 있었다. 그 기미가 고요하므로 그 생각이 미세하고, 그 정신이 맑으므로 그 말이 정교하다. 선게禪偈에 근본을 두고 달과 이슬에서 재제를 취하여 자연의 일들을 펴 서술하였으므로 시를 지으면 자연의 성률聲律이 있었다. 이것은 바로 천성이니, 소위 다생多生의 지혜로운 말이 다 없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들은 상월 대사가 직접 내뱉은 해타咳唾의 말단이지만 오히려 족히 그 기미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니, 이것으로 인해 문득 은미한 경지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계사년(1773) 9월 9일 현천 거사玄川居士 원성原城 원중거元重擧17)가 서문을 쓰다.


009_0592_a_01L之加號平眞者其亦知德也已矣
009_0592_a_02L與靈隱憕旿結爲樂天如備之交者
009_0592_a_03L二十年于玆矣筆札論談每被其師
009_0592_a_04L之領略雖其背坐巖扃視聽俱屛
009_0592_a_05L一段慧思 ▼(辶*(山/主))▼(辶*(山/主))有披照者嘗語旿曰
009_0592_a_06L惟我本末幸而見知於斯人我死
009_0592_a_07L又幸賴君而得一言於斯人則斯亦
009_0592_a_08L寂滅中風流余聞而謔之曰底老胡
009_0592_a_09L不廉師亦聽之微哂曰是措大乖
009_0592_a_10L旣茶毘旿師走書相報爲丐碑文
009_0592_a_11L再至京師終以删充詩藁爲託追想
009_0592_a_12L前塵影事余烏敢解也惜其全藁
009_0592_a_13L假學究胠去餘存僅略干篇遂因其
009_0592_a_14L略存者而又删去不吝以從其遺志
009_0592_a_15L得律絕合八十五首俾繕書入刊
009_0592_a_16L其冲淡淳潔恰有唐家靈皎等風味
009_0592_a_17L機靜故其思微其神湛故其辭精
009_0592_a_18L本之禪偈而取材於月露鋪叙石林
009_0592_a_19L物事而動有自然之聲律此正性翁
009_0592_a_20L所謂多生慧語磨不盡者耶此在霜
009_0592_a_21L月直咳唾之末尙足以窺見其機
009_0592_a_22L入微之一段云爾

009_0592_a_23L
昭陽大荒落重九日玄川居士原城
009_0592_a_24L元重峯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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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장저長沮·걸닉桀溺 : 『논어論語』 「미자微子」에 나오는 은사隱士이다. 공자孔子가 초楚나라로 가면서 제자인 자로子路를 시켜 밭을 갈고 있던 이들에게 나루를 묻자, 무도無道한 세상에 뜻을 펴려고 다니는 공자를 비웃으며 나루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한다.
  2. 2)접여接輿 :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은사 육통陸通의 자이다. 『논어』 「미자」에, 초나라의 광인狂人 접여가 공자 앞을 지나며 노래하기를, “봉鳳이여, 봉이여! 어찌 덕이 쇠하였는가. 지나간 것을 간諫할 수 없지만 오는 것은 오히려 따를 수 있으니,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오늘날 정치에 종사하는 자는 위험하다.”라고 하였다. 초광楚狂으로도 불렸다.
  3. 3)방장산方丈山 : 지리산의 이칭이다.
  4. 4)용상龍象 : 뛰어난 식견과 역량을 갖춘 선승禪僧을 말한다.
  5. 5)운수雲水 : 운수납자雲水衲子, 즉 승려를 말한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유유히 자연에 맡겨 나그네로 사는 모양을 행운유수行雲流水에 비유한 것이다.
  6. 6)해타咳唾 : 기침과 침이다. 옛사람이 남긴 아름다운 말이나 글을 가리키거나 스승의 가르침을 입음을 의미한다.
  7. 7)작자作者 : 작가作家와 같다. 선종에서 대기대용을 쓸 줄 아는 종사를 일컫는 말로, 선도에 능란한 종장을 말한다.
  8. 9)두더지가 황하 물을 마시듯 : 언서음하偃鼠飮河를 말한다. 두더지가 황하 물을 마셔 봤자 자기 배를 채울 만큼밖에 못 마신다는 뜻으로 각자 타고난 분수가 있다는 뜻이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있다.
  9. 10)현비玄篦와 묘건妙鍵 : 현묘한 금비金篦와 오묘한 열쇠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상월 대사의 심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비는 고대 인도에서 의사가 맹인의 안막眼膜을 제거할 때 사용하던 도구로서 『열반경』에 나오는데, 중생의 눈을 밝혀 주는 것을 뜻한다. 오묘한 열쇠는 중생의 마음의 문을 열어 줄 도구를 뜻한다.
  10. 11)진秦나라 때의 번역 : 구마라집鳩摩羅什(344~413)의 번역을 가리킨다.
  11. 12)낙천樂天 : 낙천지명樂天知命. 하늘의 뜻에 순응하여 자신의 처지를 만족해하는 것을 말한다.
  12. 13)적멸寂滅 : 열반涅槃·입적入寂. 승려의 죽음을 말한다.
  13. 14)괴각乖覺 : 일반적으로 총명하고 재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사찰에서는 성질이 괴팍스러운 사람을 일컫는다.
  14. 15)영철靈澈(746~816) : 당나라의 시승으로 속성은 탕湯, 자는 원징源澄이다. 동진 출가하여 어려서부터 엄우嚴維에게 시를 배웠다. 시승 교연과 교유하였으며, 사대부인 오흥吳興·포길包佶·이서李紓 등과 사귀면서 명성을 날렸다. 덕종 연간에 장안에 머물렀는데, 모함을 받아 정주汀州로 유배되었으나 후에 사면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의 시는 널리 전파되어 백거이白居易·유우석劉禹錫의 추앙을 받았다. 『전당시全唐詩』에 16수가 전한다.
  15. 16)교연皎然(?~799) : 당나라 중기의 시승으로 성은 사謝, 이름은 주晝 또는 청주淸晝이며, 절강浙江 오흥吳興 출생으로 진晉나라 시인 사령운謝靈運의 10대손이다. 당나라 현종玄宗 때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출가 후에도 시를 좋아하고 고전에 관한 조예가 깊어 안진경顔眞卿을 비롯한 당시의 명사들과도 교제하면서 이름을 떨쳤다. 제기齊己·관휴貫休와 함께 당나라의 3대 시승으로 꼽힌다. 저서에는 시문집 10권과 시론 『시식詩式』·『시평詩評』 등이 있다.
  16. 17)원중거元重擧(1719~1790) : 본관은 원주原州, 즉 원성原城이며, 자는 자재子才, 호는 현천玄川·손암遜菴·물천勿川이다. 1763년(영조 39)에 계미통신사의 서기로 일본 사행을 다녀온 후 『화국지和國志』와 『승사록乘槎錄』을 저술하여 큰 영향을 미쳤다. 1776년(영조 52) 무렵에 장원서주부掌苑暑主簿로 있으면서 『해동읍지海東邑誌』의 편찬에 연암 그룹의 인물들과 함께 참여하였다. 이덕무·박제가·유득공 등의 인물들과 교유하였다.
  1. 1){底}崇禎紀元後百五十三年庚子憕窹書跋本(東國大學校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