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불조진심선격초(佛祖眞心禪格抄) / 佛祖眞心禪格抄

ABC_BJ_H0192_T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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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진심선격초佛祖眞心禪格抄
총목차總目次
제1. 심왕의 오묘한 모습
제2. 지위에 거처하여 도에 이름
제3. 지위도 없고 이름도 없음
제4. 없음 가운데서 지위를 이룸
제5. 관문을 열고 다스림을 물음
제6. 도장을 사용하는 지극한 이치
제7. 빛을 발하는 주인의 지혜
제8. 도장과 빛의 융통
제9. 주인과 손님이 설하고 들음
제10. 주인과 손님이 함께 불도를 이룸
제11. 주인과 손님의 설함과 들음이 함께 공하다
제12. 다른 땅에서 그를 만나다
제13. 여래선의 격식
제14. 조사선의 격식
제15. 불조융통선
제16. 세 가지 선을 융합하여 횡으로 상대하고 곧장 사용함
제17. 부처님의 뜻은 널리 흘러 통한다
제18. 조사의 뜻은 얻음이 없다
제19. 모두 융합하면 형상이 없다
자기 집안의 세 왕이 세 구슬을 길이 연마하는 격식
1) 제1위의 닦음과 다스림
2) 제2위의 닦음과 다스림
3) 제3위의 닦음과 다스림
세 지위는 서로를 비추고 서로 응한다
1) 세 왕은 서로 응한다
2) 세 구슬은 서로를 비춘다
3) 세 현신은 서로 응한다
4) 세 지위의 융통
(1) 이치로 모아 융통하다
(2) 도표로 모아 융통하다
① 근원을 표시해 오묘함을 천명하다
② 비밀궁 주인의 교화
③ 비담궁 주인의 교화
④ 비융궁 주인의 교화
(3) 모두 모아 융통하다
순당 두 글자의 격식
향벽 두 글자의 격식
옛날이나 지금이나 배우는 이들은 모두 창을 향하고 벽을 마주해야 한다
불조진심선격초佛祖眞心禪格抄
[문文]
제1. 심왕의 오묘한 모습
만고에 빛나는 금륜성왕金輪聖王1)의 아들이 이제 삼성반월三星半月2)의 형상을 얻어 항상 공왕空王의 도태道胎에서 노닐다가 영원히 깨달음의 자손이 되고 적자 가운데 맏아들이 되어 공경과 효심을 일으켜 그 뜻을 삼세에 계승하나니라. 이에 공왕이 법의 물로 관정하고는 그 시호를 최명극대신왕존귀인씨最明極大神王尊貴人氏라 명하였고, 다음으로 그 지위를 안양국대금륜존귀위安養國大金輪尊貴位에 봉하였다.

009_0442_b_01L[佛祖眞心禪格抄]

009_0442_b_02L1)佛祖眞心禪格抄

009_0442_b_03L
009_0442_b_04L
2)無竟子秀撰

009_0442_b_05L3)目次

009_0442_b_06L
心王妙相第一居位至道第二
009_0442_b_07L位無名第三無中成位第四開關
009_0442_b_08L問政第五用印至理第六發光主
009_0442_b_09L智第七印光融通第八主伴說聽
009_0442_b_10L第九主伴同成佛道第十主伴說
009_0442_b_11L聽俱空第十一別地逢渠第十二
009_0442_b_12L來禪格第十三祖師禪格第十四
009_0442_b_13L祖融通禪第十五會融三禪橫對直
009_0442_b_14L用第十六佛意流通第十七祖意
009_0442_b_15L無得第十八揔融無相第十九
009_0442_b_16L家三王長鍊三珠格第一位修治
009_0442_b_17L二位修治第三位修治三位互照互
009_0442_b_18L純堂二字格向壁二字格古今
009_0442_b_19L學者皆向壁

009_0442_b_20L

009_0442_b_21L心王妙相第一

009_0442_b_22L
粤以萬古金輪聖王之子今得三星半
009_0442_b_23L月之相常遊空王道胎之中永爲覺胤
009_0442_b_24L嫡子之長起敬起孝繼旨三世於是空
009_0442_b_25L將法水灌記已命諡曰最明極大神
009_0442_b_26L王尊貴人氏次以封位曰安養國大金

009_0442_c_01L이때 신왕神王이 명하신 그 이름을 받들고 그 지위에 나아가 직접 비밀스러운 도장을 전해 받아 하늘의 작위에 임명되니 천지 우주 가운데서 홀로 존귀하였다.
탕탕하구나, 그 기운이 천지를 뒤덮고 있도다. 우뚝하구나, 그 신령함이 법계에 가득하도다. 그 덕은 높고 밝으며 그 행은 만법을 구비하고, 그 빛은 해와 달을 뛰어넘고 그 교화는 사시에 펼쳐졌다. 주군이 정지하면 세 개의 별이 북쪽을 받들어 백천 가지 법문法門이 그 봉인을 닫아 감추고, 주군이 움직이면 반달이 하늘에 떠 팔만 가지 행문行門이 조목조목 분명하도다. 세 개의 별이 빛을 발해 달의 큰 밝음을 얻으면 달빛의 도장이 관문을 통과해 부딪치는 곳마다 훤하기에 문마다 도장의 빛이 전해지고, 반달이 밝음을 응결해 별의 세 관문을 비추면 본체(體)와 작용(用), 성품 (性)과 형상(相)이 지극히 은밀해 드러나지 않기에 시방이 온통 텅 빈 방이 되나니, 이것을 일러 신왕의 치평治平3)이요 나라에서 가장 편안한 자라 하느니라.

三點如星列    세 점은 별처럼 늘어서고
一句似月形    하나의 갈고리는 달의 형상
猶存大空裏    늘 커다란 허공 속에서
炳燭寒夜熒    서늘한 밤에 촛불처럼 빛나네
제2. 지위에 거처하여 도에 이름
위대한 신왕을 이미 밝혔으니, 다음으로 바른 지위에 거처하는 본체를 규명하리라.
무엇이 진면목인가? 방불하여라 눈을 부릅떠도 보기 어렵고, 미세하여라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나니, 형질質形의 단서조차 원래 없는데 어찌 소리와 냄새의 기미가 있으리오.
조금 있다가 옥동자玉童子가 맑은 밤하늘에서 춤추며 내려와 말하였다.

높은 누각에 밤은 고요하고
달님이 푸른 허공에 걸렸군요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동자木童子가 해 뜨는 동산으로 웃으며 올라와 말하였다.

하늘과 땅을 모조리 박살 내니
조짐조차 나뉘기 이전이로다
두 사람이 말한 면목이 하나는 아득하고 하나는 분명하니, 말해 보라. 아득한 것이 옳은가, 분명한 것이 옳은가?
쯧, 깊이 헤아려 보라. 이런 까닭에 움직이지 않음 이전에서는

009_0442_c_01L輪尊貴位中是時神王受命其諡乃即
009_0442_c_02L厥位親傳密印任受天爵天宇地宙
009_0442_c_03L獨尊其中蕩蕩乎氣盖天地嵬嵬乎神
009_0442_c_04L滿法界德造高明行備萬法光踰日月
009_0442_c_05L化邁四時主靜則三星共 [1] 百千法門
009_0442_c_06L閉封印藏主動則半月當天八萬行門
009_0442_c_07L擧目分明三星發光得月之大明
009_0442_c_08L月印通關觸處洞然門門傳施印光
009_0442_c_09L半月凝明照星之三關則體用性相
009_0442_c_10L至隱不露十方盡是空堂是謂神王之
009_0442_c_11L治平而大安於國者也

009_0442_c_12L三點如星列一句似月形

009_0442_c_13L猶存大空裏炳燭寒夜熒

009_0442_c_14L

009_0442_c_15L居位至道第二

009_0442_c_16L
偉哉神王旣明且哲正位居體如何是
009_0442_c_17L眞面目髣髴乎瞠目難見稍想乎傾耳
009_0442_c_18L未聞元無質形之端豈有聲臭之機
009_0442_c_19L焉間玉童子舞降淸宵曰高軒夜寂
009_0442_c_20L月掛靑空言未旣木童子笑登朝陽曰
009_0442_c_21L乾坤都撲落眹兆未分前二人所言面
009_0442_c_22L目者一玄一明且道玄者是歟明者
009_0442_c_23L是歟有甚商量是以不動之前
009_0442_c_24L{底}東國大學校所藏筆寫本撰者名補入
009_0442_c_25L{編}
目次編者作成補入

009_0443_a_01L형체가 없는 본체를 볼 수 있지만 이미 움직인 후에는 형체가 있는 본체를 볼 수 없느니라. 따라서 그것을 공空이라고 말하자니 홀연히 너무도 분명하게 스스로 드러나고, 그것을 유有라고 말하자니 도리어 묵묵해 스스로 공하나니, 공과 유 두 가지를 모두 버려야 하나의 참됨이 홀로 드러나느니라.
사량을 버리고 중도에 처하면 두두물물이 모조리 공왕께서 거처하는 전각이요, 보편하게 두루 기연에 응하면 두두물물이 모두 석가세존의 얼굴이로다. 크기로 치면 그 양이 태허와 같고 미세하기로 치면 사람을 마주해 웃고 떠드는 가운데 있나니, 바라볼 때는 있는 듯하지만 반조해 보면 모양이 없고, 반조해 보면 모양이 없지만 경계를 마주하면 다시 모양이 있느니라.
물었다. 모양이 있다는 건 무슨 면목이고, 모양이 없다는 건 무슨 면목입니까? 만약 모양이 있다고 말씀하신다면 하늘과 땅 사이에 이 몸이 나아가려 해도 문이 없고, 만약 모양이 없다고 말씀하신다면 흐리멍덩한 허공과 같아 이 몸이 물러나려 해도 길을 모르겠습니다. 양 극단에 떨어지지 않고 몸을 돌려 훌쩍 뛰어넘을 곳은 도대체 어디입니까?
만약 여기로 향하고자 한다면 지위에 거처하여 도에 이르라는 말이다. 또 말해 볼까. 하하, 산은 귀머거리이고 물은 벙어리니라. 게송으로 말하겠다.

天寂地寥人亦默  하늘과 땅 고요하고 사람 역시 침묵하는
三空二處踏一步  세 가지가 공한 두 자리에 한 걸음 내딛나니
是進身耶退步耶  이것이 나아가는 것인가 물러나는 것인가
擬議思量難得趣  이리저리 헤아려서는 다다르기 어렵지
欲知一步轉履處  한 걸음 발길 돌리는 자리를 알고 싶은가
看取妙高越峰昫  묘고산4) 봉우리를 뛰어넘는 태양을 보라
的的昭昭明宇宙  또렷하고 환하게 우주를 밝히나니
門門無處不染晤  문마다 그 밝음에 물들지 않는 곳 없느니라
轉身踏着如是地  몸을 돌려 이와 같은 자리를 밟는다면
步步無非自家路  걸음마다 내 집 가는 길 아닌 것 없으리니
有人若問眞面目  만약 진면목을 묻는 사람 있다면
笑指朝花含玉露  이슬 머금은 아침 꽃을 웃으며 가리키리라
제3. 지위도 없고 이름도 없음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이렇게 하지 않아도 안 되고, 이렇게 하건 이렇게 하지 않건 모두 안 되는 경지라면 어떻습니까?
쯧쯧,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지고 말한다면 그것은 공왕空王의 전각 속 일일 뿐이다. 그건 죽음의 강물 속이요 귀신 굴과 비슷한 것이니, 어찌 한 물건을 일컬은 것이겠는가. 여기에 이르면 천 개의 문이 단박에 공하고

009_0443_a_01L見無體之體旣動之後不見有體之體
009_0443_a_02L故欲言其空則忽若明明自露欲言其
009_0443_a_03L則反乃默默自空空有兩亡一眞
009_0443_a_04L獨露沒量在中則頭頭盡是空王寶殿
009_0443_a_05L周徧應機則物物皆爲釋迦尊顏大則
009_0443_a_06L量同太虛微則對人談笑看時似有而
009_0443_a_07L返照無狀返照無狀而對境還豕狀
009_0443_a_08L有狀什麽面目無狀什麽面目若言有
009_0443_a_09L天地間隔進身無門若言無狀
009_0443_a_10L同頑虛退身迷路還那是不落二邊
009_0443_a_11L轉身越步底處若向這裏居位至道
009_0443_a_12L之謂也且道山聾水啞頌曰

009_0443_a_13L天寂地寥人亦默三空二處踏一步

009_0443_a_14L是進身耶退步耶擬議思量難得趣

009_0443_a_15L欲知一步轉履處看取妙高越峰昫

009_0443_a_16L的的昭昭明宇宙門門無處不染晤

009_0443_a_17L轉身踏着如是地步步無非自家路

009_0443_a_18L有人若問眞面目笑指朝花含玉露

009_0443_a_19L

009_0443_a_20L無位無名第三

009_0443_a_21L
伊麽也不得不伊麽也不得伊麽不伊
009_0443_a_22L麽摠不得處如何若將是意云
009_0443_a_23L空王殿裡事已是死水裏鬼窟阿相似
009_0443_a_24L而況一物之謂乎到這裡千門頓空

009_0443_b_01L백비百非5)마저 함께 끊어진다. 공왕의 지위는 텅 비어 이름과 모양이 이미 사라지고, 하늘과 땅과 허공마저 완전히 소멸해 그림자조차 없다. 마땅히 다음과 같이 알아야 하나니, 형체가 없는 본체는 진정 여여하지만 여여함이 아니고, 작용이 아닌 작용은 원만하여 옳고 옳지만 옳음이 아니며, 오묘함이 아닌 오묘함은 너무도 오묘하고 오묘하지만 오묘함이 아니다. 이와 같은 여여, 이와 같은 작용, 이와 같은 오묘함은 모두 하나이지만 하나가 아닌 것이다. 이것이 진실로 지위가 없는 가운데에서의 진실로 오묘한 법이니, 이를 셋이라 할 수 없는 하나의 오묘함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도달한다면 그때는 세계에 관한 설명, 미진에 관한 설명, 법계에 관한 설명, 중생에 관한 설명, 여래에 관한 설명, 보살에 관한 설명, 삼세에 관한 설명이 모두 설명이 아니며 지옥의 마음, 아귀의 마음, 축생의 마음, 인간의 마음, 천상의 마음, 여래의 마음, 보살의 마음이 모두 마음이 아니다. 마음과 설명이 모두 진여인데 하물며 삼세간,6) 사법계,7) 가없는 세계의 경계와 이곳과 저곳의 시방과 옛날과 지금, 처음과 끝, 근본과 지말에 관한 논의이겠는가.
따라서 세존께서 한평생 진실로 말씀하신 것은 바로 ‘여시묘법如是妙法’ 네 글자뿐이다. 이와 같은 오묘한 법이 바로 하나의 오묘함이니, 따라서 “모든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것은 오직 하나의 일을 위함이니, 천 가지 경에서 연설하신 바에 다른 승이란 없다.”8)고 한 것이다. 바로 이로써 이 달의 참된 빛은 여러 강물에 떨어지지 않고, 부처와 조사의 선정의 마음은 온갖 경에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자탑多子塔 앞에서 자리를 반 내주시며 스승께서는 침묵하셨고,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이자 제자가 웃었던 것이다.9)
이렇게 침묵하고 웃었던 뜻은 무엇입니까?
쯧쯧, 니련하10) 언덕에서 관 밖으로 두 발바닥을 보이셨고, 웅이산11) 앞에서 신발 한 짝을 손에 드셨느니라.
신발 한 짝 들고 발바닥을 보였던 뜻은 무엇입니까?
쯧쯧, 그것이 문자를 세우지 않고 진실로 교설 밖에 따로 전하신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로 전한 이 마음은 같은 길을 가는 자라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심心이라는 한 글자를 나는 듣기 좋아하지 않으니, 무슨 말인가?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종승宗乘을 매몰시키기 때문이다. 만약 저쪽에 도달하고도 마음에 대해 설하는 자가 있다면 진실로 그는 흑산 아래 귀신 굴에서 사는 놈이다.

009_0443_b_01L百非俱絕王空位虛名相已泯天地
009_0443_b_02L虛空消殞絕影當如是知無體之體
009_0443_b_03L正如如而非如非用之用圓是是而非
009_0443_b_04L非妙之妙極妙妙而非妙如是如
009_0443_b_05L如是用如是妙摠一而非一者是眞無
009_0443_b_06L位中眞妙法是可謂三不得底一妙也
009_0443_b_07L到得于時刹說塵說法界說衆生說如
009_0443_b_08L來說菩薩說三世說摠是非說地獄心
009_0443_b_09L餓鬼心傍生心人道心天道心如來心
009_0443_b_10L菩薩心摠是非心心與說皆眞而況三
009_0443_b_11L世間四法界無邊刹境自他十方
009_0443_b_12L今始終本末之論乎是故世尊一生眞
009_0443_b_13L只是如是妙法四字而已如是妙法
009_0443_b_14L惟是一妙故曰諸佛出興惟爲一事
009_0443_b_15L千經所演無有餃乘直是知是月眞光
009_0443_b_16L不墮於衆水佛祖禪心不涉於衆經
009_0443_b_17L是故多子塔前分座兮師默靈山會上
009_0443_b_18L擧花兮資笑此默笑義旨如何咄咄
009_0443_b_19L泥蓮河畔槨示於雙趺熊耳山前
009_0443_b_20L傳於隻履隻示義旨如何叱叱是可
009_0443_b_21L謂不立文字眞敎外別傳底心也此別
009_0443_b_22L傳之心同道方知然心之一字吾不
009_0443_b_23L喜聞何謂也觸諱則埋沒宗乘故也
009_0443_b_24L若到那邊說心者眞是黑山下鬼窟子

009_0443_c_01L
옥동자가 목동자에게 물었다.
교설 밖에 따로 전했다는 그것은 무엇으로 으뜸을 삼고, 무엇으로부터 작용을 일으키며, 어디에다 이름을 붙인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그 우두머리를 범하지 않는 것으로 으뜸을 삼고, 방편을 제기해 곁에 거느린 사령들을 시켜 작용을 일으키고, 의지함이 없고 머묾이 없는 것에다 이름을 붙였다.
무엇이 방편으로 제기하는 것입니까?
하늘과 땅은 아득하고 누렇다.
왜 머묾이 없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이 지위 없는 참사람이 그 무엇도 없는 마을 광막한 벌판12)의 백 척이나 되는 거북이 털끝에다 경전을 숨기고서 드러내지 않은 것이 이제 구천 년이나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목동자가 한참을 묵묵히 있다가 돌이켜 살피고는 노래를 불렀다.

昨日龜火亡    어제는 거북이 털의 불이 꺼지더니
今朝灰飛颺    오늘 아침에는 재가 날리네
宛然無名子    완연하구나, 이름 없는 자여
堂堂無住方    당당하여라 머무는 곳이 없도다
勿謂相逢事    서로 만난 일 말하지 말라
謂得斷舌殃    말하면 혀가 잘리는 재앙을 당하리니
欲見眞住處    참사람이 머무는 곳 보고 싶다면
須到別峯障    별 봉이 막아서는 곳에 도달해야만 하리라
제4. 없음 가운데서 지위를 이룸
무릇 지위 없는 참사람은 없음 가운데의 허허로운 지위에 처하여 형상이 없는 오묘한 덕을 성취하나니, 형체가 없는 본체로 그 본체를 드러내면 본체가 시방허공을 덮어 참 본체를 이루며, 작용이 아닌 작용으로 그 작용을 일으키면 작용이 법계에 두루하여 참 작용을 이룬다. 본체와 작용을 모두 갖추고 오묘한 덕을 원만히 성취하여 동요하지 않는 허허로운 지위에서 눈이 아닌 눈으로 온갖 빛깔을 관하나니 빛깔마다 참으로 오묘한 빛깔이요, 귀가 아닌 귀로 온갖 소리를 듣나니 소리마다 참으로 오묘한 소리요, 코가 아닌 코로 온갖 향기를 맡나니 향기마다 참으로 오묘한 향기요, 혀가 아닌 혀로 온갖 말을 하나니 말마다 참으로 오묘한 말이요, 몸이 아닌 몸으로 온갖 감촉을 느끼나니 감촉마다 참으로 오묘한 감촉이요,

009_0443_c_01L玉童子問木童子曰此敎外別傳底
009_0443_c_02L樣子以何爲宗從何發用何所立夕也
009_0443_c_03L不犯當頭爲宗以傍提側令爲發用
009_0443_c_04L以無依無住爲立名也何爲當頭
009_0443_c_05L低聲低聲何爲傍提天地玄黃何爲
009_0443_c_06L無住此無外 [2] 眞人無何有之鄕
009_0443_c_07L漠之野百尺龜毛頭潜藏不露經
009_0443_c_08L九千年不知于今眞所在木童子良久
009_0443_c_09L反省而歌頌曰

009_0443_c_10L昨日龜火亡今朝灰飛颺

009_0443_c_11L宛然無名子堂堂無住方

009_0443_c_12L勿謂相逢事謂得斷舌殃

009_0443_c_13L欲見眞住處須到別峯障

009_0443_c_14L

009_0443_c_15L無中成位第四

009_0443_c_16L
夫無位眞人處無中之虛位成無相之
009_0443_c_17L妙德以無體之體發其體體覆十虛
009_0443_c_18L而成眞體以非用之用發其用用周
009_0443_c_19L法界而成眞用體用悉備妙德圓成
009_0443_c_20L不動虛位之上以非眼之眼觀諸色
009_0443_c_21L色色眞妙色以非耳之耳聽諸聲
009_0443_c_22L聲眞妙聲以非鼻之鼻聞諸香香香
009_0443_c_23L眞妙香以非舌之舌談諸說說說眞妙
009_0443_c_24L以非身之身覺諸觸觸觸眞妙觸

009_0444_a_01L의식이 아닌 의식으로 온갖 법을 아나니 법마다 참으로 오묘한 법이로다. 이것이 여섯 가지 오묘함이 이루는 덕이요, 응어리져 밝은 하나의 지혜이니라.
덕스러운 교화가 도장을 이루어 그 도장이 전하는 자리마다 색色을 출현시킴에 부딪치는 곳마다 전부 진여요, 지혜의 바다가 빛을 발해 그 빛이 만물과 나에게 전해짐에 비추는 곳마다 모두 그것이로다. 그 빛과 도장을 사용해 자신과 타인에게 명령을 내리면 두두물물이 모두 순응하고 두두물물이 함께 복종하느니라. 따라서 범부가 측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성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까닭에 진실로 전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반드시 범부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지위 없는 참사람이라야만 한다. 도장을 무정에게 전한다면 국토에서 어떤 물건이 나의 일꾼과 시종이 아니겠는가. 아, 덕도 그 자신에게 덕을 베푸는 것이요 교화도 그 자신을 교화하는 것이로다. 따라서 도장과 빛이 전해지는 곳마다 온갖 것들이 명령에 복종하느니라.
이에 석녀石女가 두 가지가 전하는 뜻을 재차 거론하고자 곧장 목인木人 앞에 이르러 묻지 않는 물음으로 물었다.
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고, 받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목인이 크게 웃으며 묻지 않는 물음에 두 눈으로 세 빛을 지목하고는 도장과 빛을 밟으며 고향으로 돌아가 이전의 일을 잊어버리고 오묘한 덕을 노래하였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無位眞人獨超群  지위 없는 참사람 홀로 무리에서 빼어나
天地三光眼裡陳  천지의 세 빛을 눈 속에서 펼치네
不見見處成妙色  보지 않고 보는 곳에서 오묘한 빛깔 이루고
無說說時印亦臻  설함 없이 설할 때 도장 역시 나타나며
不聞聞中通神境  듣지 않고 듣는 가운데 신령한 경계 통달하고
非知知處照機輪  알지 않고 아는 곳에서 기틀의 윤전을 관조하나니
智圓境靜亡物我  지혜는 원만하고 경계는 고요해 만물과 나를 잊고
光陽日月觸處眞  빛나고 따뜻한 해와 달에 부딪치는 곳마다 참이로다
故鄕路頭何煩問  고향 가는 길목을 어찌 번거롭게 묻는가
水碧風淸月明新  푸른 강 맑은 바람에 달빛마저 새롭나니
歸鄕步步忘前事  고향 가는 걸음마다 지난 일 잊어버리고
只見頭頭舊識人  그저 두두물물이 옛 친구임을 알아볼 뿐
제5. 관문을 열고 다스림을 물음
무릇 지위 없는 가운데의 존귀한 참사람은 그 덕이 극치에 이르러 너무도 고요하고 현묘한 관문과 같다. 그러나 신통이 작용하여 그 관문을 활짝 열면 천지가 진동하며 찢어지고 시방에 그를 사로잡을 자가 없나니, 천상천하에 유일하게 홀로 존귀한 자요 남쪽에서건 북쪽에서건 전체가 주인이고 손님이로다.

009_0444_a_01L以非意之意知諸法法法眞妙法
009_0444_a_02L六妙成德凝明一智德化成印印傳
009_0444_a_03L出色而觸處全眞智海發光光傳物我
009_0444_a_04L而照處皆渠用自光印自他施令物物
009_0444_a_05L皆順頭頭共從是以非凡所測非聖
009_0444_a_06L所得故誠難傳也是故非凡非聖
009_0444_a_07L位之眞人必也印傳無情而國土何物
009_0444_a_08L非吾僕從者乎德有其德化有其化
009_0444_a_09L故印光傳處百體從令於是石女
009_0444_a_10L擧二傳之義直到木人前將不問問
009_0444_a_11L問曰傳者什麽意受者什麽意木人大
009_0444_a_12L將不問問兩眼指三光踏印光歸
009_0444_a_13L故鄕忘前事歌妙德頌曰

009_0444_a_14L無位眞人獨超群天地三光眼裡陳

009_0444_a_15L不見見處成妙色無說說時印亦臻

009_0444_a_16L不聞聞中通神境非知知處照機輪

009_0444_a_17L智圓境靜亡物我光陽日月觸處眞

009_0444_a_18L故鄕路頭何煩問非碧風淸月明新

009_0444_a_19L歸鄕步步忘前事只見頭頭舊識人

009_0444_a_20L

009_0444_a_21L開關問政第五

009_0444_a_22L
夫無位中尊貴眞人德極乎大寂玄關
009_0444_a_23L神用乎蕩開關門天地震裂十方無擁
009_0444_a_24L於上於下惟一獨尊于南于北全是主

009_0444_b_01L
혹 묻지 않는 물음에 처해 시방을 머금고 혼연일체가 되어 주인이 고요하면 곧 지혜가 반연함이 없고 수동적 본체인 거울이 되어 만물 밖에 홀로 드러나고, 경계가 반연함이 있고 능동적으로 작용하는 형상이 되어 지혜의 거울에 밝게 드러난다. 따라서 갖가지 빛깔이 거울에게 ‘검다’고 알려 주고 ‘하얗다’고 알려 주면 지혜가 곧 이에 묵묵히 응하고, 갖가지 소리가 마음에게 ‘물소리’라고 알려 주고 ‘바람 소리’라고 알려 주면 마음이 곧 이에 잠잠히 통한다. 이것이 이른바 묻지 않는 물음으로 묻는 것이니, 사념 없이 스스로 묻는 것이다. 따라서 지혜가 본체가 되어 묻지 않는 질문으로 경계에게 물으면 경계가 이에 응하는 작용이 되어 ‘검다’고 알려 주고 ‘하얗다’고 알려 주면서 분명하게 대답이 있는 것이다.
혹 묻지만 묻지 않음에 처해 널리 시방에 변재하면서 찬연하게 주인이 밝으면 곧 경계가 반연함이 없고 수동적 본체인 형상이 되어 법계에서 스스로 고요하고, 지혜가 반연함이 있고 능동적으로 작용하는 거울이 되어 만물을 비추고 분별한다. 따라서 마음마음의 빛이 경계를 비추며 만물에게 읍을 하면 풀마다 묵묵하고, 생각생각의 관찰이 만물에게 따지고 그 기틀을 물으면 꽃마다 잠잠하다. 이것이 이른바 묻지만 묻지 않는 것이니, 작위作爲 없이 스스로 묻는 것이다. 따라서 지혜가 응하는 작용이 되어 묻지 않는 물음을 일으켜 경계에게 읍을 하면 경계가 본체가 되어 잠잠한 침묵을 나타내면서 묵묵히 대답이 없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질문과 대답의 상응은 입으로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있고 없음을 다스리는 것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관문을 열어 이치를 통달하는 지혜가 이미 원만해지고 도장을 사용해 빛을 일으키는 공력이 이미 드러났다면, 진실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덕을 갖춘 재목이라 할 수 있으리라. 게송으로 말하겠다.

智爲體則境爲用  지혜가 본체가 되면 경계가 작용이 되나니
體是無緣用有情  본체는 반연함이 없으나 작용은 정식이 있네
智若明鏡當臺淨  지혜가 밝은 거울처럼 경대에 걸려 깨끗하면
千般妙用自呈明  천만 가지 오묘한 작용 스스로 밝음을 드러내리라
明來明現暗來暗  밝음이 오면 밝음이 나타나고 어둠이 오면 어둠이 나타나며
色來色現聲來聲  빛깔이 오면 빛깔이 나타나고 소리가 오면 소리가 나타나네
無緣鏡裡有情現  반연함이 없는 거울 속에서 온갖 정식이 나타나니
猶若答有能應成  마치 능동적으로 응하는 대답이 있는 것 같네
境爲體則智爲用  경계가 본체가 되면 지혜가 작용이 되나니
體自無緣用自周  본체는 반연함이 없으나 작용은 스스로 두루하네

009_0444_b_01L或處不問問中含容十方而渾然主
009_0444_b_02L則智爲無緣所體之鑑而獨露於
009_0444_b_03L物表境爲有緣能用之相而昭著於智
009_0444_b_04L故頭頭色報於鑑而曰黑曰白
009_0444_b_05L智即默應物物聲報於心而曰渱曰
009_0444_b_06L則心即潜通 [3] 是所謂不問問之所
009_0444_b_07L無思自問故智爲本體將不問問
009_0444_b_08L而問境境爲應用報黑白而昭然答有
009_0444_b_09L或處問不問中廓徧十方而粲然主
009_0444_b_10L則境爲無緣所用 [4] 之相而自寂於法
009_0444_b_11L智爲有緣能用之鑑而照了於物上
009_0444_b_12L故心心光照於境而揖物則草草默默
009_0444_b_13L念念觀卞於物問機則花花潜潜是所
009_0444_b_14L謂問不之問無作自問故智爲應用
009_0444_b_15L發不問問而揖境然境爲本體現潜默
009_0444_b_16L而默然答無也是以問答之應非口之
009_0444_b_17L所能宣有無之政非心之所能解
009_0444_b_18L此開關通理之智旣圓而用印發光之
009_0444_b_19L功已著眞可謂命世至德之材矣頌曰

009_0444_b_20L智爲體則境爲用體是無緣用有情

009_0444_b_21L智若明鏡當臺淨千般妙用自呈明

009_0444_b_22L明來明現暗來暗色來色現聲來聲

009_0444_b_23L無緣鏡裡有情現猶若答有能應成

009_0444_b_24L境爲體則智爲用體自無緣用自周

009_0444_c_01L境像森森虛自靜  경계의 형상 수없이 많지만 텅 비어 스스로 고요하면
智乃昭昭照四洲  지혜가 이에 밝아져 사대주를 비추리라
聞聲問妙聲聲嘿  소리를 듣고 오묘함을 물으니 소리소리가 고요하고
觀色卞機色色休  빛깔을 관하고 기틀을 논하니 빛깔빛깔이 사라지네
能緣照處無情嘿  능동적으로 반연해 비추는 곳마다 정식이 없어 고요하니
猶若答無所應酬  마치 수동적으로 응하는 대답이 없는 것 같네
有無不曾心口致  있음과 없음에 마음이나 입이 도달한 적 없나니
擬議以何千里謬  궁리한들 방법 있을까, 천 리나 어긋나리라
欲知此處端的意  이 경지의 올바른 뜻 알고 싶은가
回看石女歌屋漏  옥루13)를 노래하는 석녀14)를 돌아보라
제6. 도장을 사용하는 지극한 이치
묻지 않는 물음 가운데 도장이 전해지는 이치가 있다. 그 이치란 본래 스스로 공적하고 온갖 법이 텅 비고 융합해 어떤 차별도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세 개 도장을 봉인하고 관문을 닫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면 이에 나무 개가 하늘을 보고 짖으며 돌 용이 고개를 돌리나니, 빛나는 붉은 얼굴에 화목한 용모로다. 세 개의 도장이 텅 빈 자리에 드디어 원만한 이 자(圓伊)15)가 다다르면 이 자와 이 자의 도장이 여기에 나타나 도장을 사용한 경계가 스스로 성립하나니, 이에 반연의 주체가 찾아가 물으면 대답이 있다.

空印印空體無蹤  허공 도장을 허공에 찍으면 그 실체 종적이 없고
泥印印泥用全彰  진흙 도장을 진흙에 찍으면 그 작용 완전히 드러나며
水印印水影不留  물 도장을 물에 찍으면 그 그림자 머물지 않나니
伊印印三三印忘  이 자 도장을 세 곳에 찍지만 세 개의 도장 잊어버리네
如何伊印轉踏處  이 자 도장이 이리저리 찍고 다닌 자리는 어딜까?
兎角藏巢鐵鶴翔  토끼 뿔 숨긴 둥지에서 무쇠 학이 날개를 펴고
龜毛隱穴石龍頭  거북이 털 숨긴 굴에서 돌 용이 고개를 내미나니
鳶飛魚躍二中央  솔개가 날고 물고기 뛰는 것16) 이 둘 가운데로다
三印踏處今見摩  세 개의 도장이 찍힌 자리를 이제 보았는가?
佛佛相傳祖家堂  부처가 부처에게 조사의 집을 서로 전하는구나
時時印傳千差立  시시각각 도장이 전해져 온갖 차별이 성립하나니
物物來叅答有忙  만물이 찾아와 물으면 대답하느라 바쁘다
제7. 빛을 발하는 주인의 지혜
묻지만 묻지 않음 가운데 빛이 전해지는 지혜가 있다. 그 지혜란 본체가 항상 원만해 빛이 시방에 가득하고, 작용이 항상 빛을 발해 온갖 기연을 비춰 분별하는 것이다. 이미 세 가지 빛을 꿰뚫어 관문을 열고 주렴을 말아 올렸다면 저녁엔 돼지가 꿈꾸느라 혼몽하고 아침이면 닭이 새벽을 알리나니, 이류異類17)에게 찾아가 자취를 지우고 숨는다. 세 가지 빛이 나타난 자리에서

009_0444_c_01L境像森森虛自靜智乃昭昭照四洲

009_0444_c_02L聞聲問妙聲聲嘿觀色卞機色色休

009_0444_c_03L能緣照處無情嘿猶若答無所應酬

009_0444_c_04L有無不曾心口致擬議如何千里謬

009_0444_c_05L欲知此處端的意回看石女歌屋漏

009_0444_c_06L

009_0444_c_07L用印至理第六

009_0444_c_08L
不問問中有印傳之理其爲理也
009_0444_c_09L自空寂萬法虛融千差不立旣封三
009_0444_c_10L閉關不露於是木犬吠天石龍回
009_0444_c_11L赫赫朱顏穆穆有容三印空處
009_0444_c_12L致圓伊伊伊之印斯現用印之境自立
009_0444_c_13L於是能緣者來叅答有

009_0444_c_14L空印印空體無蹤泥印印泥用全彰

009_0444_c_15L水印印水影不留伊印印三三印忘

009_0444_c_16L如何伊印轉踏處兎角藏巢鐵鶴翔

009_0444_c_17L龜毛隱穴石龍頭鳶飛魚躍二中央

009_0444_c_18L三印踏處今見摩佛佛相傳祖家堂

009_0444_c_19L時時印傳千差立物物來叅答有忙

009_0444_c_20L

009_0444_c_21L發光主智第七

009_0444_c_22L
問不問中有光傳之智其爲智也
009_0444_c_23L常圓滿光充十方用常發光照了萬
009_0444_c_24L旣徹三光開關捲簾夕猪夢闌
009_0444_c_25L鷄唱曉來向異類藏於泯迹三光現

009_0445_a_01L드디어 원통圓通을 일으키면 원통의 빛이 여기에 나타나고 빛을 발하는 지혜가 스스로 성립하나니, 이에 반연의 대상이 감응하며 대답이 없다.

寂光照有有非有  고요한 빛으로 있음을 비추면 있음은 있음이 아니고
明光照空空非空  밝은 빛으로 공을 비추면 공은 공이 아니며
二光照中中非中  그 두 빛으로 중도를 비추면 중도도 중도가 아니니
三光歸一一圓通  세 가지 빛은 하나로 돌아가고 그 하나는 원만히 통하네
如何圓通光現處  어디가 원통의 빛이 드러난 자리일까?
寶陀千眼大相容  천 개의 눈을 갖춘 보타18) 대인상19)의 용모요
獅子長騎童子面  늘 사자를 타고 다니는 동자20)의 얼굴이니
日明月照兩輝中  해가 밝은 것 달이 비추는 것 두 빛 가운데로다
三光發處今見摩  세 가지 빛이 일어나는 자리를 이제 보았는가?
祖祖常開佛家風  조사조사가 부처의 가풍을 항상 펼치는구나
旹旹光照無情界  끊임없는 빛이 무정계를 비추니
物物嘿感答無融  만물이 묵묵히 감응하고 대답 없이 융합한다
제8. 도장과 빛의 융통
지극한 현묘함은 작위가 없으며 담담하고 사려가 없다. 말이 담담하고 도가 사라져 묵묵히 드러나는 까닭에 지혜에서 경계가 밝아 꿰뚫지 못하는 기틀이 없고 부딪치는 곳마다 훤히 통하나니, 이를 도장이라 한다. 눈길이 부딪치는 곳마다 도가 있어 분명하게 드러나는 까닭에 경계에서 지혜가 원만해 그 밝음이 비추지 못하는 것이 없고 통하는 곳마다 막히지 않나니, 이를 빛이라 한다.
도장은 융합하여 자취가 없고 빛은 통하여 걸림이 없다. 따라서 융통에 즉해 지혜가 원만하면 시방허공을 원만히 채우고 하늘과 땅을 모두 들이마신다. 그러므로 경계가 그 가운데 있으면서 만물이 빛을 발해 각기 반연하는 주체의 참된 지혜를 얻나니, 이것이 바로 자기自己가 산하山河로 바뀌어 경계를 머금는 것이다. 따라서 온 세계와 모든 티끌이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의 천 개의 눈이라 모두 밝고 또렷하나니, 이를 원융圓融에 즉해 만물이 항포行布하는21) 참된 지혜라 한다.
또한 융통에 즉해 경계가 고요하면 본체가 시방을 덮고 온 우주를 모두 포괄한다. 그러므로 지혜가 그 가운데 있으면서 곳곳마다 빛을 감춰 홀로 반연하는 대상의 참된 경계를 얻나니, 이것이 바로 산하가 자기로 바뀌어 지혜를 머금는 것이다. 따라서 걸음마다 움직임마다 나가那伽22)의 면목이라 실오라기만 한 티끌도 존립하지 않나니, 이를 항포에 즉해 원융한 참된 경계라 한다.
이렇게 경계와 지혜가 쌍으로 융합한 것을

009_0445_a_01L遂發圓通圓通之光斯現發光之
009_0445_a_02L智自立於是所緣者感應答無

009_0445_a_03L寂光照有有非有明光照空空非空

009_0445_a_04L二光照中中非中三光歸一一圓通

009_0445_a_05L如何圓通光現處寶陀千眼大相容

009_0445_a_06L獅子長騎童子面日明月照兩輝中

009_0445_a_07L三光發處今見摩祖祖常開佛家風

009_0445_a_08L旹旹光照無情界物物嘿感答無融

009_0445_a_09L

009_0445_a_10L印光融通第八

009_0445_a_11L
至玄無作淡淡無思言淡道沒嘿嘿
009_0445_a_12L而章故境明於智而機無不徹觸處
009_0445_a_13L洞然謂之印也目擊道存昭昭而箸 [5]
009_0445_a_14L智圓於境而明無不照通處勿滯
009_0445_a_15L之光也印融無迹光通無碍故即融
009_0445_a_16L通智圓則圓滿十虛包吸乾坤故境
009_0445_a_17L在其中而物物發光各得能緣之眞智
009_0445_a_18L是乃自己轉山河含境故刹刹塵塵
009_0445_a_19L悲千眼皆明了是謂即圓融而物物行
009_0445_a_20L布眞智也又復即融通而境寂則體覆
009_0445_a_21L十方該括宇宙故智在其中而處處藏
009_0445_a_22L獨得所緣之眞境是乃山河轉自己
009_0445_a_23L而含智故步步行行那伽面目纎塵不
009_0445_a_24L是謂即行布而圓融眞境也此境智

009_0445_b_01L반연함이 없는 대법신大法身이라 하고, 경계와 지혜가 쌍으로 통하는 것을 자비로 비추는 대반야大般若라 하며, 통함과 융합함이 다르지 않은 것을 순수하고 참된 대해탈大解脫이라 한다. 이 세 가지 덕23)은 극도로 원만한 까닭에 문수文殊와 보현普賢과 비로자나 법신이 참된 세계에서 한자리에 모여 너무도 고요하고 현묘한 관문과 오묘하게 장엄한 바다를 함께 마주한다. 그렇게 같은 눈으로 함께 관찰하고 같은 마음으로 함께 응하면서 방편의 문을 크게 열고 신통의 힘을 널리 나타내면 두두물물이 도장과 빛을 전하고 두두물물이 대법륜을 굴린다. 이런 까닭에 도장은 무정無情의 법수에서 나와 법성法性을 나타내 경계를 성립시키고, 빛은 유정有情의 법수에서 일어나 불성佛性을 펼치고 지혜를 성립시킨다.
그러므로 불성이란 법성에서 비롯되었지만 기운이 통한 것이다. 따라서 물고기에게 노닐던 못을 그리워하는 정이 있고, 새에게 깃들 나무를 가리는 성품이 있고, 사람에게 경계를 통하는 지혜가 있는 것이다. 법성이란 불성에서 비롯되었지만 기운이 막힌 것이다. 따라서 나무에게 뿌리를 튼튼히 하려는 정이 있고, 산에게 기운이 그치는 성품이 있고, 허공에게 만물을 건립하는 이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혜가 법성을 머금고 경계를 일으키면 바람이 쓸쓸하고, 물이 잔잔하고, 꽃이 울긋불긋하고, 새가 재잘거리고, 해가 쨍쨍하고, 달이 교교하고, 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나니, 이 모두가 반연함이 없는 지혜의 본체가 전해지는 것이다. 경계가 불성을 머금고 지혜를 일으키면 머리가 하늘에 닿고, 발로 땅을 밟고, 마음이 담담하고, 기운이 맑고, 신령이 밝고, 지혜가 원만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나니, 이 모두가 반연함이 없는 경계의 작용이 전해지는 것이다. 경계와 지혜가 서로 응하고 도장과 빛이 서로 전하여 원융과 항포를 크게 얻고 순수하고 참된 보배 관문에 발을 디디면 두두물물이 조사의 가풍을 항상 전하고 두두물물이 여래의 선을 항상 일으키리라.

光含十虛頭頭露  빛이 시방허공을 머금자 만물이 드러나고
印空法界處處玄  도장이 법계를 텅 비우자 곳곳마다 아득해라
三德妙性會圓融  삼덕의 오묘한 성품이 원융에 모이자
三身圓現徧大千  삼신이 원만히 나타나 대천세계에 보편하네
印傳法性眞境立  도장이 법성을 전함에 참된 경계가 성립하고
光傳佛性眞智圓  빛이 불성을 전함에 참된 지혜가 원만하나니

009_0445_b_01L雙融名曰無緣大法身也境智雙通
009_0445_b_02L名曰慈鑑大般若也通融不二名曰純
009_0445_b_03L眞大解脫也三德極圓故文殊普賢
009_0445_b_04L毘盧法身一會眞際同對大寂玄關
009_0445_b_05L妙藏嚴海同眼同觀同心同應大開
009_0445_b_06L方便之門廣現神通之力物物傳授印
009_0445_b_07L頭頭轉大法輪是故印出無情數中
009_0445_b_08L現法性而立境光起有情數中布佛性
009_0445_b_09L而成智是以佛性者因法性而氣通
009_0445_b_10L魚有慕潭之情鳥有擇木之性人有通
009_0445_b_11L境之智法性者因佛性而氣塞故木
009_0445_b_12L有根固之情山有氣止之性空有建立
009_0445_b_13L之理故智含法性而發境則風瑟瑟水
009_0445_b_14L潺潺花灼灼鳥喃喃日晶晶月皎皎
009_0445_b_15L雲濃濃雨滴滴盡是無緣智體之傳也
009_0445_b_16L境含佛性而發智則頭至天足踏地
009_0445_b_17L淡淡氣淸淸神昭昭智圓圓眼見見耳
009_0445_b_18L聞聞並是無緣境用之傳也境智互應
009_0445_b_19L印光相傳大得圓融行布踏着純眞寶
009_0445_b_20L頭頭常傳祖家之風物物恒發如來
009_0445_b_21L之禪

009_0445_b_22L光含十虛頭頭露印空法界處處玄

009_0445_b_23L三德妙性會圓融三身圓現徧大千

009_0445_b_24L印傳法性眞境立光傳佛性眞智圓

009_0445_c_01L魚慕鳥擇人知全  물고기의 그리움, 새의 가림, 사람의 앎, 그대로 온전하고
花紅樹綠智體傳  꽃이 붉음, 나무의 푸름이 지혜의 본체가 전해진 것
佛祖風景何煩問  부처와 조사의 풍모를 왜 번거롭게 묻는가
木人額上題眞詮  목인 이마에다 진리의 말씀 써 놓았나니
山嘿嘿兮談祖道  산은 묵묵하구나, 조사의 도를 이야기하고
鳥喃喃兮說佛禪  새는 재잘거리는구나, 부처의 선을 설한다
제9. 주인과 손님이 설하고 들음
존귀한 지위는 텅 빔의 극치이고 참사람은 드러나지 않는다. 아득하고 아득하며 오묘하고 오묘해 텅 비고 응연하며 지극히 고요하나 미묘한 바람이 스스로 어울리면 석녀가 거문고를 탄다. 조짐을 끊은 주인은 화목한 용모가 있으나 그 입은 말로 해설하는 법이 없고 그 마음은 분별해 앎이 없나니, 사람에게 설해 줄 수도 없고 사람에게 전해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길이 사라졌지만 눈길 부딪치는 곳마다 도가 있고, 주인과 손님이 서로 자리를 바꾸지만 각기 서로를 저촉하지 않기에 방편을 제기하고 측근에게 명령해 현묘한 가풍을 마음대로 노래하고, 멋대로 집어 들고 거꾸로 사용하면서 도장과 빛을 서로 전한다. 이런 까닭에 조짐을 끊은 주인은 묵묵히 텅 비고 탁 트인 마음을 가지고 주인과 손님이 되어 서로 응하고 오묘한 해설을 설하고 들으며 공여래장空如來藏의 가르침을 항상 논한다.
왜 그런가? 이 마음이 탁 트여 크게 밝으면, 경계가 주체인 지혜의 본체와 주인이 되어 지혜의 거울에 묵묵히 스스로 비치고, 지혜가 대상인 경계의 작용과 손님이 되어 경계의 형상을 분명하게 비추고 분별하나니, 경계는 곧 묵묵할 따름이다. 이 마음이 텅 비어 크게 고요하면, 지혜가 대상인 경계의 본체와 주인이 되어 경계의 형상에서 텅 비고 텅 빔이 홀로 원만하고, 경계가 주체인 지혜의 작용과 손님이 되어 지혜의 거울에 분명하게 드러나니, 지혜는 이에 묵묵히 감응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경계가 주인이면 지혜는 손님이 되는 까닭에 반연의 대상은 나날이 때때로 능명能明과 소명所明 가운데서 능설能說·소설所說·권설權說·실설實說로 참된 경계인 비로자나의 법신을 항상 설하고, 반연의 주체는 귀 기울여 듣는다. 지혜가 주인이면 경계는 손님이 되는 까닭에 반연의 주체는 나날이 때때로 능명과 소명 가운데서 능설能說·소설所說·횡설橫說·수설竪說로 참된 지혜인 사나舍那24)의 반야를 항상 설하고, 반연의 대상은 귀 기울여 듣는다.

009_0445_c_01L魚慕鳥擇人知全花紅樹綠智體傳

009_0445_c_02L佛祖風景何煩問木人額上題眞詮

009_0445_c_03L山嘿嘿兮談祖道鳥喃喃兮說佛禪

009_0445_c_04L

009_0445_c_05L主伴說聽第九

009_0445_c_06L
貴位虛極眞人不露玄玄妙妙虛凝
009_0445_c_07L至寂微風自和石女彈琴絕朕之主
009_0445_c_08L穆穆有容口無言解心無了知說與
009_0445_c_09L人不得傳與人不得故言談道沒
009_0445_c_10L擊道存主伴互換各不相觸傍提側
009_0445_c_11L任唱玄風橫拈倒用印光相傳矣
009_0445_c_12L是以絕朕之主默將虛廓之心主伴相
009_0445_c_13L妙解說聽常論空如來藏敎何則
009_0445_c_14L此心虛然大寂則智爲所境之體主
009_0445_c_15L空獨圓於境像境爲能智之用伴昭昭
009_0445_c_16L [6] 現於智鑑智乃默應而已此心廓然
009_0445_c_17L大明則境爲能智之體主嘿嘿自暎於
009_0445_c_18L智鑑智爲所境之用伴明明照了於境
009_0445_c_19L境即嘿嘿而已是故境主則智伴故
009_0445_c_20L所緣者日日時時能明所明中能說所
009_0445_c_21L權說實說常說毘盧法身眞境
009_0445_c_22L緣者諦聽智主則境伴故能緣者
009_0445_c_23L日時時能明所明中能說所說橫說
009_0445_c_24L竪說恒說舍那般若眞智所緣者諦聽

009_0446_a_01L
왜 그런가? 반딧불의 빛, 진주의 밝음, 무지개의 채색, 무소뿔의 문양은 경계의 능명能明이다. 해가 쨍쨍하고, 달이 교교하며, 번개가 번쩍이고, 불이 찬란한 것은 경계의 소명所明이다. 벌레가 울고, 새가 재잘거리고, 호랑이가 울부짖고, 원숭이가 떠드는 것은 경계의 능설能說이다. 꽃이 울긋불긋하고, 풀이 푸르고, 바람이 쓸쓸하고, 물이 잔잔한 것은 경계의 소설所說이다. (따라서) 능명과 소명이 시방에 가득하고, 능설과 소설이 법계에 가득하나니 낱낱의 만물은 선을 설하는 법왕이 되고, 모든 마음은 선을 듣는 손님이 된다.
또한 마음 거울이 하늘을 비추고, 밝고 신령한 빛이 환하며, 기운과 뜻이 통하는 것은 지혜의 능명이다. 마음이 성품에 은밀히 응하고, 묵묵히 통해 신통을 감추고, 엄숙히 운용되는 기운을 이해하는 것은 지혜의 소명이다. 눈으로 빛깔을 해석하고, 귀로 소리를 해석하고, 코로 냄새를 해석하고, 입으로 말을 해석하는 것은 지혜의 능설이다. 마음이 묵묵하고, 성품이 여여하고, 신통이 밀밀하고, 기운이 엄숙한 것은 지혜의 소설이다. (따라서) 능명과 소명으로 밝음이 시방에 가득하고, 능설과 소설로 설법이 법계에 가득하나니 모든 마음은 선을 설하는 법왕이 되고, 낱낱의 만물은 선을 듣는 손님이 된다.
설함이 없지만 이미 설하였고 들음이 없지만 이미 들었기에 설함과 들음이 항상한 것이 삼창三唱의 극치이다. 삼창이란 무엇인가? 소설과 소명은 체득하기 이전의 말 없는 소식이 말로 자연스럽게 유출된 것이니, 원만한 그 구절은 현재의 도에 떨어지지 않는 까닭에 현창玄唱이라 한다. 능설과 능명은 체득한 이후의 말 가운데 소식이 말 없음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간 것이니, 침묵의 그 구절은 과거의 도에 저촉되지 않는 까닭에 극창極唱이라 한다. 현창은 조사 집안의 풍모요 격식이며, 극창은 부처님 집안의 풍모요 격식이다. 두 집안의 격식과 풍모를 대적멸大寂滅 가운데 회향하면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사람들에게 집어 줄 수도 없는 까닭에 묘창妙唱이라 한다.
삼창을 끝까지 다한 이후에 곧장 흑산黑山25) 아래에서 대지를 진동시키고 빛을 놓으며, 사수死水26) 속에서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토해야만 몸을 빼내 살아날 길이 있음을 알게 되리라.

009_0446_a_01L何以故螢火赫蚌珠明龍虹彩犀角文
009_0446_a_02L境之能明也日晶晶月皎皎電爍爍火
009_0446_a_03L燦燦境之所明也虫嘈嘈鳥喃喃虎嘯
009_0446_a_04L嘯猿啾啾境之能說也花灼灼草靑靑
009_0446_a_05L風瑟瑟水潺潺境之所說也能明所明
009_0446_a_06L滿於十方能說所說滿於法界頭頭
009_0446_a_07L爲說禪法王心心爲聽禪伴侶又復心
009_0446_a_08L鑑照性天明神光朗氣意通智之能明
009_0446_a_09L心密應性嘿通神潜解氣肅運
009_0446_a_10L之所明也眼解色耳解聲鼻解香口解
009_0446_a_11L智之能說也心嘿嘿性如如神密
009_0446_a_12L密氣肅肅智之所說也能明所明
009_0446_a_13L滿於十方能說所說說滿於法界
009_0446_a_14L心爲說禪法王頭頭爲聽禪伴侶無說
009_0446_a_15L旣說不聽已聽說聽恒然三唱極矣
009_0446_a_16L三唱者所說所明者體前無語中消息
009_0446_a_17L自然流出有語中圓得底句不落今時
009_0446_a_18L故曰玄唱能說能明者體後有語中
009_0446_a_19L消息自然廻入無語中嘿得底句
009_0446_a_20L觸昔時道故曰極唱玄唱者祖家風
009_0446_a_21L格也極唱者佛家風格也二家風格
009_0446_a_22L廻向大寂滅中說似人不得拈與人不
009_0446_a_23L故曰妙唱三唱盡極然後直須黑山
009_0446_a_24L下動地放光死水裡興雲吐霧知有出

009_0446_b_01L그 경지에 이르러 도장을 사용하면 바다가 맑고 허공이 투명해 두두물물이 스스로 소요할 것이며, 빛을 발하면 하늘이 맑고 기운이 환해 두두물물의 작용이 완전히 드러날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眞境元空雖不動  참된 경계 원래 공하여 비록 움직이지 않으나
物物圓現本眞常  만물이 원만히 나타나니 본래 참되고 영원하네
梧知秋意凋一葉  오동나무는 가을의 뜻을 알고 나뭇잎 하나 떨구고
蕉聽電音發千翔  파초는 천둥소리 듣고서 천 개의 잎을 내민다
巢穴築示風雨急  새 둥지와 개미굴이 비바람의 세기를 알려 주고27)
鷰鴈啼說春秋忙  재잘거리는 제비와 기러기 봄가을의 바쁨을 말해 주네
其狀虛假雖非眞  그 형상 허허롭고 거짓되어 비록 진실이 아니지만
其精甚眞妙難張  그 정기는 매우 참되나니 그 오묘함 설명하기 어려워라
狀則如權精則實  형상은 방편과 같고 정기는 진실과 같나니
不作心念現理量  마음속 사념 일삼지 않으면 나타나는 이치의 헤아림
各含藏性無情說  제각기 여래장의 성품을 머금어 무정이 설법하고
無緣心聽目擊彰  반연함이 없는 마음이 듣나니, 눈길 부딪치는 곳마다 드러나네
眞智本寂雖無思  참된 지혜 본래 고요해 비록 사념이 없지만
六門常放大寂光  여섯 문28)으로 크게 고요한 빛을 항상 놓나니
光徧法界談般若  법계에 보편한 그 빛 반야를 설하여
遂使群機聞妙章  온갖 기틀로 하여금 오묘한 문장을 듣게 하네
花花嘿聽低頭嘯  온갖 꽃들 묵묵히 듣고는 고개 숙이며 슬퍼하고
鳥獸潜聞仰心傷  새와 짐승 잠잠히 듣고는 마음으로 우러르며 아파하나니
彼家自家共一家  저 집이나 이 집이나 같은 한집안이라
說聽恒然物我忘  설하고 들음이 영원함에 만물과 나를 잊는다
소설所說
釋迦音信南澗水  석가의 음성은 남쪽 개울물
彌勒梵聲北嶺風  미륵의 음성은 북쪽 산마루 바람
草草花花談佛妙  풀마다 꽃마다 부처의 오묘함을 이야기하고
磲磲礫礫說祖宗  옥돌도 조약돌도 조사의 종지를 설한다
능설能說
鶯吟燕語兜率說  꾀꼬리 소리 제비의 지저귐은 도솔천의 설법
鳳舞鸞歌極樂和  봉황의 춤 난새의 노래는 극락의 어울림
鶴唳猿啼觀音語  학의 울음 원숭이 울부짖음은 관세음의 말씀
蟬鳴鳥噪梵王歌  매미 소리 새들의 조잘거림은 범천왕의 노래
소명所明
寒山妙態明天月  한산29)의 오묘한 자태는 하늘을 밝히는 달
拾得眞容掃地風  습득30)의 참된 용모는 땅을 쓰는 바람
熾盛佛顏孤日照  치성불의 얼굴을 오롯한 태양이 비추고
虛空莊面衆星拱  허공장보살의 얼굴을 뭇별들이 받든다
능명能明
蒼海乾城眞珠氣  창창한 바다의 건달바성31)은 진주의 기운
靑天環暉大龍虹  푸른 하늘의 찬란한 팔찌는 큰 용의 무지개
年年丙午螢火赫  해마다 병오 때면 반딧불이 반짝이고
日日朝丁兎光紅  날마다 아침이면 달빛이 붉구나

009_0446_b_01L身活路矣到這裡用印則海湛空澄
009_0446_b_02L頭頭自逍遙發光則天淸氣朗物物用
009_0446_b_03L全彰頌曰

009_0446_b_04L眞境元空雖不動物物圓現本眞常

009_0446_b_05L梧知秋意凋一葉蕉聽電音發千翔

009_0446_b_06L巢穴築示風雨急鷰鴈啼說春秋忙

009_0446_b_07L其狀虛假雖非眞其精甚眞妙難張

009_0446_b_08L狀則如權精則實不作心念現理量

009_0446_b_09L各含藏性無情說無緣心聽目擊彰

009_0446_b_10L眞智本寂雖無思六門常放大寂光

009_0446_b_11L光徧法界談般若遂使群機聞妙章

009_0446_b_12L花花嘿聽低頭嘯鳥獸潜聞仰心傷

009_0446_b_13L彼家自家共一家說聽恒然物我忘

009_0446_b_14L
所說

009_0446_b_15L
釋迦音信南澗水彌勒梵聲北嶺風

009_0446_b_16L草草花花談佛妙磲磲礫礫說祖宗

009_0446_b_17L
能說

009_0446_b_18L
鶯吟燕語兜率說鳳舞鸞歌極樂和

009_0446_b_19L鶴唳猿啼觀音語蟬鳴鳥噪梵王歌

009_0446_b_20L
所明

009_0446_b_21L
寒山妙態明天月拾得眞容掃地風

009_0446_b_22L熾盛佛顏孤日照虛空莊面衆星拱

009_0446_b_23L
能明

009_0446_b_24L
蒼海乾城眞珠氣靑天環暈大龍虹

009_0446_b_25L年年丙午螢火赫日日朝丁兎光紅

009_0446_c_01L
제10. 주인과 손님이 함께 불도를 이룸
무릇 도장이 시설된 문 가운데서 빛의 작용이 자재하면 경계가 주인이 되고 지혜가 손님이 되어 설하고 들음이 항상 이어진다. 따라서 백천 가지 법문이 모조리 비로자나의 보배로운 집이 되고 유정·무정이 모두 선禪을 설하는 법왕이 되어 날마다 시시각각 법신·반야·해탈의 세 가지 법을 연설하며, 결국은 부처와 조사마저 죽이는 속 편하고 뱃심 두둑한 놈으로 하여금 이를 증득하게 한다. 따라서 이런 자가 기연을 들고 눈길만 부딪쳐도 흙덩어리와 담장마저 능히 설법을 하고 풀·나무·숲마저도 능히 빛을 놓나니, 이 경지를 알겠는가?
이 자가 천지를 때려 부수어 태허太虛에 눈을 걸어 두면 터럭 끝 하나 남김없이 온 세계가 눈의 동자 속으로 들어오고, 손으로 천지를 들어 눈을 부릅뜨고 눈썹을 휘날리면 유정·무정이 모조리 비로자나의 화신인 석가모니의 면목이 된다. (그리하여) 각자 사자좌 위에서 백호상의 빛을 놓아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덮으면 두루 밝지 않은 곳이 없고, 각자 그 세계에서 화엄·반야·열반 등의 경을 항상 설하면 이 자가 기쁘게 듣나니, 결국은 목인을 시켜서 허공을 두드려 소리를 내게 했을 뿐이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한 걸음 나아가면 비로자나의 정수리고 한 걸음 물러나면 석가모니의 얼굴이니, 두 부처님의 얼굴을 밟지 않고 몸을 돌려 훌쩍 뛸 자리는 도대체 어디일까?
말하자면 뜰과 벽, 기왓장과 조약돌, 풀과 나무, 우거진 숲이 모조리 비로자나이고 석가모니인데 하물며 나와 그대가 누구이겠는가. 나와 그대마저 비로자나이고 석가모니라면 두 부처의 얼굴을 밟은들 어찌 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나아가건 물러나건 이리저리 돌아다니건 공을 얻어 활보하는 자가 혹시 있다면, 비로자나의 정수리와 석가모니의 얼굴을 밟아 버렸다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오히려 이런 자도 발바닥을 더럽히는 놈일 뿐이다. 이와 같은 사람은 설했다 하면 만물과 함께 설하고 들었다 하면 만물과 함께 듣나니, 이 사람의 설법은 만물이 기쁘게 듣고 만물의 설법은 이 사람이 기쁘게 듣는다.

009_0446_c_01L主伴同成佛道第十

009_0446_c_02L
夫印施門中光用自在境主智伴
009_0446_c_03L聽恒然故百千法門盡作毘盧寶室
009_0446_c_04L有情無情皆爲說禪法王日日時時
009_0446_c_05L開演法身般若解脫三法遂使誅斬佛
009_0446_c_06L祖寬膓大肚漢爲證也是故漢之擧機
009_0446_c_07L目擊土塊墻壁皆能說法草木叢林
009_0446_c_08L亦能放光當會得此處麽是漢撞破
009_0446_c_09L天地眼掛太虛則世界涉入目瞳之晴 [7]
009_0446_c_10L而無遺一毫之末手擎天地極目揚眉
009_0446_c_11L則有情無情盡作毘盧化身釋迦面目
009_0446_c_12L各各獅子座上放白毫相光徧覆三千
009_0446_c_13L大千世界靡不周朗各於世界常說
009_0446_c_14L華嚴般若湼槃等經這漢欣聽遂使木
009_0446_c_15L人扣空作聲而已到這裡進一步則毘
009_0446_c_16L盧頂上退一步則釋迦面目還那介是
009_0446_c_17L不踏二佛頭面轉身越步底處曰壇壁
009_0446_c_18L瓦礫草木叢林盡作毘盧釋迦況我與
009_0446_c_19L爾是阿誰我與爾猶是毘盧釋迦踏着
009_0446_c_20L二佛頭面那有畏於彼哉猶此或有進
009_0446_c_21L退周旋獲空濶步者可謂踏着毘盧頂
009_0446_c_22L上釋迦面目猶是染足底漢如是底人
009_0446_c_23L說與萬物同說聽與萬物同聽是人之
009_0446_c_24L萬物欣聽萬物之說是人欣聽

009_0447_a_01L
따라서 이 설법은 혀를 놀려서 설할 수 없는 까닭에 벙어리라야 설할 수 있고, 이 들음은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없는 까닭에 귀머거리라야 들을 수 있다. 귀머거리와 벙어리도 듣고 설할 수 있는데 하물며 우거진 숲과 담장, 기왓장과 조약돌, 새와 짐승, 물고기와 용은 어떻겠는가. 설하고 설함이 여기에서 항상 이어지고 듣고 들음이 여기에서 항상 이어지나니, 설하고 설함이 홀로 설하는 것이 아니라 설하는 자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고 듣고 들음이 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듣는 자가 온 항하사세계에 가득하니라.
이 문정門庭에 이르면 모든 부처가 입을 연다 해도 설할 수가 없고, 모든 조사가 손을 든다 해도 전할 수 없으니, 부처와 조사가 설할 수도 전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설하고 전할 수 있었던 도리를 알고 싶은가? 바람 잦아든 연못에 비친 만물을 보라. 설함이 없지만 이미 설하였고 들음이 없지만 이미 들은 까닭에 두두물물이 함께 불도를 이루고, 이미 머리 큼지막한 놈과 함께 증득하였느니라. 게송으로 말하겠다.

空王藏性妙本空  공왕의 여래장성 오묘한 근본인 공을
威音初起妙明傳  위음왕불32)이 처음 제기해 오묘한 밝음 전하였나니
妙凝法性所境起  오묘함이 응결한 법성은 대상인 경계에서 일어나고
明出佛性能智宣  밝음이 나오는 불성은 주체인 지혜가 선양한다
法性若非明佛性  법성이 만약 밝은 불성이 아니라면
所境因何立所名  대상인 경계가 무엇을 인연해 대상이란 이름을 세우고
佛性若非妙法性  불성이 만약 오묘한 법성이 아니라면
能智因何發能名  주체인 경계가 무엇을 인연해 주체라는 이름을 일으킬까
二性不離妙一性  두 가지 성품이 오묘한 하나의 성품을 벗어나지 않나니
互照互奪體用成  서로를 비추고 서로를 빼앗음에 본체와 작용이 성립한다
能智發妙歸法性  주체인 지혜가 오묘함을 일으켜 법성으로 돌아가면
所境成佛能報身  대상인 경계가 부처를 이루나니 주체인 보신이요
所境發明歸佛性  대상인 경계가 밝음을 일으켜 불성으로 돌아가면
能智成佛所法身  주체인 지혜가 부처를 이루나니 대상인 법신이요
境智融合歸空性  경계와 지혜가 융합해 공의 성품으로 돌아가면
能所成佛中化身  주체와 대상이 부처를 이루나니 중도의 화신이로다
一人發眞歸元性  한 사람이 진실을 일으켜 원래 성품으로 돌아가면
山河大地盡佛性  산하대지가 모조리 부처의 성품
只這寬膓大肚漢  이렇게 속 편하고 뱃심 두둑한 놈이라야
冒天氊地枕北極  하늘은 갓이요 대지는 깔개요 북극성은 베개가 되리라
開眼佛佛放光明  눈을 뜨면 부처부처가 광명을 놓고
合目刹刹空王室  눈을 감으면 온 세계가 공왕의 집
揮手四海一掌浪  손을 휘저으면 사해에 한바탕 파도요
動是山河皆震裂  움직이면 온 산하가 진동하고 찢어지며
擧念物物談般若  생각을 들면 두두물물이 반야를 이야기하고
放念頭頭說解脫  생각을 놓으면 두두물물이 해탈을 설하며

009_0447_a_01L此說不能掉於舌而可說故啞者說
009_0447_a_02L聽不能傾於耳而可聽故聾者可聽
009_0447_a_03L啞猶能聽說況草木叢林墻壁瓦礫鳥
009_0447_a_04L獸魚龍乎故說說恒於斯聽聽恒於斯
009_0447_a_05L說說非獨說說滿三千及大千聽聽非
009_0447_a_06L獨聽聽周恒沙又恒沙到此門庭
009_0447_a_07L佛開口不得說祖祖提手不得傳
009_0447_a_08L識佛祖不得說傳之上薦得說傳之理
009_0447_a_09L風密淵頭物上看無說旣說不聽已
009_0447_a_10L聽故物物頭頭同成佛道旣與大頭
009_0447_a_11L同證了也頌曰

009_0447_a_12L空王藏性妙本空威音初起妙明傳

009_0447_a_13L妙凝法性所境起明出佛性能智宣

009_0447_a_14L法性若非明佛性所境因何立所名

009_0447_a_15L佛性若非妙法性能智因何發能名

009_0447_a_16L二性不離妙一性互照互奪體用成

009_0447_a_17L能智發妙歸法性所境成佛能報身

009_0447_a_18L所境發明歸佛性能智成佛所法身

009_0447_a_19L境智融合歸空性能所成佛中化身

009_0447_a_20L一人發眞歸元性山河大地盡佛性

009_0447_a_21L只這寬膓大肚漢冒天氊地枕北極

009_0447_a_22L開眼佛佛放光明合目刹刹空王室

009_0447_a_23L揮手四海一掌浪動是山河皆震裂

009_0447_a_24L擧念物物談般若放念頭頭說解脫

009_0447_b_01L出言草草低頭聽  말을 하면 온갖 풀들이 고개 숙여 듣고
嘿言花花欽讃說  침묵하면 온갖 꽃들이 흠모하며 찬양하리니
此事頓超佛祖機  이 일은 단박에 초월하는 부처와 조사의 기틀
所生肉眼難見得  가지고 태어난 육안으로는 보기가 어렵지
欲識這漢門庭事  이런 자의 뜰에서 일어나는 일 알고 싶은가
回見淵頭水沄沄  물결 아득한 연못에서 고개 돌려 살펴보라
雅音妙說眞消息  우아한 음성 오묘한 설법은 참 소식이요
嘉色皓光自家文  아름다운 색채 깨끗한 빛은 내 집의 문양
花花草草無說說  온갖 꽃과 온갖 풀들이 설함 없이 설하고
土塊墻壁不聞聞  흙덩어리와 담장이 들음 없이 듣느니라
제11. 주인과 손님의 설함과 들음이 함께 공하다
공왕의 오묘한 궁전은 그윽하고 은밀하며 극도로 깊나니, 원래 주인도 손님도 없는데 설함과 들음이 어찌 있으리오. 방 안의 봄도 알지 못하고 문밖의 가을도 분별하기 어렵나니, 구름 자욱한 옛 전각이요 안개 자욱한 현묘한 관문이며, 황금 뜰엔 눈이 수북하고 옥 계단에는 이끼가 자란다. 고요히 주렴을 드리우고 붉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쓸쓸히 문고리 닫고 맑은 음성을 전하지 않나니, 십지보살도 그가 누군지 모르는데 삼위의 참 현인들33)이 어찌 그 근처나 엿보리오.
이런 까닭에 제석과 범천을 비롯한 여러 천신이 우러러 찬양하려 해도 미치지를 못하고, 여러 마군과 외도가 헐뜯고 비방하려 해도 방법이 없다. 저쪽에 이르러서는 마음으로 헤아리면 곧 빗나가고 생각을 움직이면 곧 어긋나니, 헤아리는 생각이 있으면 상견常見의 큰 구덩이에 떨어지고, 헤아리는 생각이 없으면 단견斷見의 큰 구덩이에 떨어지며, 두 극단이 없는 중간에서 대공大空에 집착하면 흑산 아래 귀신의 굴속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무작정 부정해 버리는 단멸에 떨어진다. 이런 세 가지 눈병의 재앙을 초월하고 싶다면 곧장 방 안의 과거장34)으로 가라. 그렇게 9년 동안 꿈을 꾼 후에 자리를 바꿔 다른 누각에서 붉은 얼굴을 친견할 수 있으면 집안의 재앙이 도리어 덕이 되리라. 게송으로 말하겠다.

空王殿裡那相識  공왕의 전각 속에서 어찌 서로 알아보리오
有空無空盡皆空  있음도 공하고 없음도 공하고 모조리 다 공하나니
熾盛光佛收錦迹  치성광불은 비단 같은 자취를 거두고
虛空藏王隱眞容  허공장왕은 참모습을 숨긴다
石女失桃㩳空嘆  석녀는 복숭아를 잃고 허공에 서서 탄식하고
木人忘世踏月雍  목인은 세상사 잊고 달빛을 밟으며 기뻐한다

009_0447_b_01L出言草草低頭聽嘿言花花欽讃說

009_0447_b_02L此事頓超佛祖機所生肉眼難見得

009_0447_b_03L欲識這漢門庭事回見淵頭水沄沄

009_0447_b_04L雅音妙說眞消息嘉色皓光自家文

009_0447_b_05L花花草草無說說 土塊墻壁不聞聞

009_0447_b_06L

009_0447_b_07L主伴說聽俱空第十一

009_0447_b_08L
空王妙宮幽隱極深元無主伴說聽
009_0447_b_09L奚有不知室內之春難分門外之秋
009_0447_b_10L濃古殿霧鎻玄關金庭雪滿玉階苔
009_0447_b_11L寂寂簾垂而不露朱顏落落鉉閉而
009_0447_b_12L不運淸音十地菩薩不知其然三位
009_0447_b_13L眞賢奚窺其側是以釋梵諸天讃仰
009_0447_b_14L不及諸魔外道毁謗無門到玆那邊
009_0447_b_15L擬心即差動念即乖若有擬念之念
009_0447_b_16L則墮落常見之大坑若無擬念之念
009_0447_b_17L墮落斷見之大坑若無二邊中間而執
009_0447_b_18L大空則墮落黑山下鬼窟裡無聞頑蕩
009_0447_b_19L之斷滅欲超三眚之大患直到室內之
009_0447_b_20L春場九年成夢然後廻互別樓閣上
009_0447_b_21L可見朱顏舍患成德矣頌曰

009_0447_b_22L空王殿裡那相識有空無空盡皆空

009_0447_b_23L熾盛光佛收錦迹虛空藏王隱眞容

009_0447_b_24L石女失桃㩳空嘆木人忘世踏月雍

009_0447_c_01L此事非干佛祖道  이 일은 부처나 조사와 상관없는 도요
白衣千眼未窺宗  천안을 갖춘 백의관음도 종지를 엿보지 못하나니
諸天奉花無來路  꽃을 받든 여러 천신들 찾아올 길이 없고
五魔將劒仰未通  칼을 든 다섯 마군이 우러러도 통하지 못한다
제12. 다른 땅에서 그를 만나다
관문 밖으로 아홉 걸음을 걸으면 따로 황금 누각이 있으니, 누각은 층층이요 종소리는 뎅그렁뎅그렁. 누각 위 구름 걷히고 성에 안개 흩어지니, 뜰에는 금모래요 계단 사이엔 옥가루로다. 향기로운 바람에 주렴을 거두자 밝은 달님이 다가와 비추나니, 옥 같은 얼굴에 웃음꽃 피어나고 황금 같은 몸이 빛을 뿜는다. 모든 이들이 우러르고 모든 부처님이 찾아와 맞이하는 황금의 본체를 드러내더라도 육안으로는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결국은 석녀를 시켜 직접 법음을 듣고 목인에게 전수해 그 법을 밝히게 하였다. 아아! 목인이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전하였다.
서로 어울려 온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해도 서로의 뜻을 어느 정도 알았다고 말하지 말라. 따라서 이 문정門庭은 보아도 안 되고, 보지 않아도 안 되고, 보건 보지 않건 모두 안 된다.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이 세 가지를 뛰어넘었다면 그곳은 어디인가? 구름이 피어오르는 산마루요, 물이 흐르는 개울가로다. 이런 참사람만이 현묘한 관문에 머물지 않고 다른 땅으로 찾아가나니, 큰 걸음 잰걸음으로 따라가고 거슬러 가고 위로 달리고 아래로 달리고 동쪽을 뛰어넘고 서쪽을 뛰어넘으며 마음대로 다닌다. 초월했지만 네 사람35)의 입장에서 곧 횡설과 수설로 오묘한 노래(妙唱)를 방편으로 제기하면서 삼계三界를 집으로 삼고 사생四生을 자식 삼아 티끌 같은 번뇌를 벗어나지 않고 직접 임하여 온 중생을 이롭게 한다. 그렇게 길을 돌이켜 오묘함을 회복하지만 현재의 도에 떨어지지는 않는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別地金樓上    다른 땅의 황금 누각 위엔
鍾聲落飛颺    바람에 흩날리는 종소리
雲開天碧碧    구름 걷히자 하늘은 파랗고
露解水蒼蒼    안개 흩어지자 강이 푸르구나
捲箔閑曉眠    주렴을 걷고 한가하게 아침잠을 즐기고
開門懶意張    문을 열고 늘어지게 게으름 떨어도
朝朝風掃階    아침마다 바람은 계단을 쓸고
夜夜月明堂    밤마다 달님이 집을 비추나니

009_0447_c_01L此事非干佛祖道白衣千眼未窺宗

009_0447_c_02L諸天奉花無來路五魔將劒仰未通

009_0447_c_03L

009_0447_c_04L別地逢渠第十二

009_0447_c_05L
關外九步別有金樓樓閣重重鍾聲
009_0447_c_06L鏗鏗雲開閣上露解城頭庭際金沙
009_0447_c_07L階間玉屑香風捲箔明月照臨玉顏
009_0447_c_08L開笑 金身發光衆所瞻仰佛佛來迎
009_0447_c_09L金體雖顯肉眼難見遂使石女親聞
009_0447_c_10L法音傳授木人以明其法嗟嗟木
009_0447_c_11L暗聲傳告曰雖得十分相從話
009_0447_c_12L謂一分相見意是故北 [8] 門庭見也不得
009_0447_c_13L不見也不得見不見摠不得旣超三不
009_0447_c_14L得地何者是雲飛嶺上水流溪邊
009_0447_c_15L這眞人不住玄關來向別地濶步淺
009_0447_c_16L順行逆行走上走下超東越西
009_0447_c_17L運而行超得四人分上即以橫說竪說
009_0447_c_18L傍提妙唱三界爲家四生爲子不離
009_0447_c_19L塵勞親臨利生廻途復妙不落今時
009_0447_c_20L頌曰

009_0447_c_21L別地金樓上鍾聲落飛颺

009_0447_c_22L雲開天碧碧露解水蒼蒼

009_0447_c_23L捲箔閑曉眠開門懶意張

009_0447_c_24L朝朝風掃階夜夜月明堂

009_0448_a_01L宛然淸錦地    깨끗한 비단 같은 땅이 이렇게 완연한데
誰道未爲詳    도대체 누가 잘 모르겠다고 말하나
妙高容雖隱    묘고산에서는 비록 그 모습을 숨겼지만
別峯可相訪    다른 봉우리에서라면 찾아뵐 수도 있지36)
相逢莫言見    서로 만났다면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招得瞎眼殃    눈이 머는 재앙을 초래하게 되리니
不觸眞諱道    진짜 이름을 저촉하지 않는 방법으로
傍提遂妙唱    오묘한 노래를 방편으로 제기하라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學人分上)
覽盡敎家三乘法  교가의 삼승법을 모조리 열람하고는
反觀自解徹法源  돌이켜 관찰하고 스스로 이해하여 법의 근원 꿰뚫으니
胷中浩濶凡情脫  가슴속 넓어지고 범부의 망정 벗어나
絶點純淸白玉樽  한 점 티 없이 순수하고 깨끗한 백옥 술잔
只執二公勤修鍊  그저 두 공을 붙들고 부지런히 수련할 뿐이지만
未能妙物滯學門  오묘한 물건이 배움의 문에 막히게 할 수야 없지
깨달은 사람의 입장, 증득한 사람의 입장에서(悟人分上 證人分上)
頓超三空空解脫  세 가지 공을 단박에 초월하고 공마저 해탈해
證無上大大法身  위없이 크고 큰 법신을 증득함에
五位因圓果滿妙  오위의 인행 원만하고 과위에 오묘함 가득하며
妙同萬物是悟人  그 오묘함 만물과 동일하나니 이가 바로 깨달은 사람
통달한 사람의 입장에서(達人分上)
達盡三乘無修證  삼승을 끝까지 통달해 닦음도 증득도 없으니
果徹功終只用神  과위 꿰뚫고 노력 끝내고서 그저 신통 변화 부릴 뿐
逈出等妙世外上  등각과 묘각마저 아득히 벗어난 세상 밖에서
諸漏永盡是達人  온갖 번뇌 영원히 사라지니 그가 바로 통달한 사람
제13. 여래선의 격식
불사문佛事門에서는 한 법도 버리지 않아 구비하지 않는 법이 없는 까닭에 교敎로써 으뜸을 삼는다. 교란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르쳐 깨달아 증득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횡설橫說이나 직설直說, 비설譬說이나 정설正說, 권설權說이나 실설實說 등 갖가지 방편과 갖가지 언사로 삼승의 법을 가르치고 설해 일승의 도를 깨닫게 하고, 이로써 최상승선最上乘禪에 이르게 한다. 여래선如來禪이란 먼저 심지를 밝히고 만법을 끝까지 통달하여 원만하지 못한 법이 없게 된 뒤에, 곧장 진실의 세계에 도달하여 자리를 바꿔 물 흐르듯 널리 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묘한 마음의 원만한 밝음으로 오묘한 이치의 원만한 고요함을 증득하고, 오묘한 성품의 원만한 고요함을

009_0448_a_01L宛然淸錦地誰道未爲詳

009_0448_a_02L妙高容雖隱別峯丁相訪

009_0448_a_03L相逢莫言見招得瞎眼殃

009_0448_a_04L不觸眞諱道傍提遂妙唱

009_0448_a_05L
學人分上

009_0448_a_06L
覽盡敎家三乘法反觀自解徹法源

009_0448_a_07L胸中浩濶凡情脫絕點純淸白玉樽

009_0448_a_08L只執二公勤修鍊未能妙物滯學門

009_0448_a_09L
悟人分上證人分上

009_0448_a_10L
頓超三空空解脫證無上大大法身

009_0448_a_11L五位因圓果滿妙妙同萬物是悟人

009_0448_a_12L
達人分上

009_0448_a_13L
達盡三乘無修證果徹功終只用神

009_0448_a_14L逈出等妙世外上諸漏永盡是達人

009_0448_a_15L

009_0448_a_16L如來禪格第十三

009_0448_a_17L
佛事門中不舍一法法無不備故
009_0448_a_18L敎爲宗也敎者以誨人之不了令悟就
009_0448_a_19L故或橫或直或譬或正或權或實
009_0448_a_20L種種方便種種言詞敎說三乘之法
009_0448_a_21L令悟一乘之道以至最上乘禪也如來
009_0448_a_22L禪者先明心地了達萬法法無不圓
009_0448_a_23L然後直到眞際廻互流通故以妙心
009_0448_a_24L之圓明證妙理之圓寂以妙性之圓寂

009_0448_b_01L오묘한 마음의 원만한 밝음으로 돌이키면, 그 밝음이 일체에 상응하면서 원만함도 아니고 밝음도 아님으로 돌아가 융합함으로써 구경究竟에 이른다. 이것이 이른바 “밝으면서 오묘하고 오묘하면서 밝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쪽의 밝은 작용을 범하지 않고 공하고 공한 침묵의 구절로 바꾸나니, 이것이 바로 말 있음 가운데 말 없음이다. 여래선의 바람이 여기에서 일어나 현묘한 노래(玄唱)를 크게 떨치고, 다시 담담한 밝음의 구절로 바꾸지만 과거의 도에 떨어지지는 않는다.
횡설 가운데 여래선(橫說中如來禪)
大寂玄關無言說  크게 고요하고 현묘한 관문에는 말이 없지만
橫觀萬機知消息  곁으로 만 가지 기틀을 두루 관찰해 그 소식을 아나니
鳥喃喃兮山默默  새가 재잘거리는구나, 산은 묵묵하고
日晶晶兮天碧碧  해는 쨍쨍하구나, 하늘은 푸르네
去年丙日月霽南  작년 병일에는 달이 남쪽에 훤하더니
今年庚日風掃北  금년 경일에는 바람이 북쪽을 쓴다.
직설 가운데 여래선(直說如來禪)
心本虛玄妙難名  마음의 근본 비고 아득해 이름을 붙일 수
없을 만큼 오묘하지만
體明爲用用妙明  본체의 밝음 작용이 되어 오묘한 밝음을 사용하고
妙明明體常圓滿  오묘한 밝음 본체를 밝히며 항상 원만하여라
含吐古今絶謂情  고금을 머금고 토해 말과 정식을 끊었으니
絶謂情處莫問道  말과 정식을 끊은 곳에서는 도를 묻지 말라
眼橫鼻直自圓成  눈은 가로 코는 세로인 채로 스스로 원만히 성취하였으니
비설 가운데 여래선(譬說中如來禪)
臘月三十年光暮  섣달그믐이라 한 해의 빛이 저무는데
因明悟道通日月  샛별 보고 도를 깨달아 해와 달을 통달하였네
迷斯三光批昧處  이 세 가지 빛을 미혹해 어둠 속 헤매는 자리에
明星獨曜入夜昭  샛별만이 홀로 밝으니 밤이 깊을수록 빛난다
四時長照古今調  사계절 늘 비추고 고금에 조화로운 것을
比指筌蹄解心要  통발과 올무를 비유로 가리켜 마음의 핵심을 설명하였으니
風息太虛動樹訓  바람 잦아든 태허에서 나무를 흔들어 가르치고
月隱中峯擧扇搖  달이 숨은 중도의 봉우리에서 부채를 들어 흔든다
정설 가운데 여래선(正說中如來禪)
佛佛眞談如是妙  모든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 이와 같이 오묘하나니
千經所演從此出  온갖 경전에서 하신 말씀 여기에서 나왔네
如如眞體難思議  같고 같으며 참된 본체 생각으로 헤아리기 어렵나니
是是圓用奚可測  이렇고 이런 원만한 작용을 어찌 가늠할 수 있으랴
如是極圓眞妙法  이와 같이 극도로 원만하며 참되고 오묘한 법
發照金剛朗中黑  밝음 속에서도 캄캄한 금강산37)을 비춘다
권설 가운데 여래선(權說中如來禪)

009_0448_b_01L廻妙心之圓明明應一切而廻融非圓
009_0448_b_02L非明以至究竟也此所謂明而妙
009_0448_b_03L而明故不犯兩頭明用廻互空空嘿得
009_0448_b_04L底句此是有語中無語也如來禪風
009_0448_b_05L從此而起大振玄唱還回互淡淡明
009_0448_b_06L得底句不落昔時道也

009_0448_b_07L
橫說中如來禪

009_0448_b_08L
大寂玄關無言說橫觀萬機知消息

009_0448_b_09L鳥喃喃兮山默默日晶晶兮天碧碧

009_0448_b_10L去年丙日月霽南今年庚日風掃北

009_0448_b_11L
直說如來禪

009_0448_b_12L
心本虛玄妙難名體明爲用用妙明

009_0448_b_13L妙明明體常圓滿含吐古今絕謂情

009_0448_b_14L絕謂情處莫問道眼橫鼻直自圓成

009_0448_b_15L
譬說中如來禪

009_0448_b_16L
臘月三十年光暮因明悟道通日月

009_0448_b_17L迷斯三光批昧處明星獨曜入夜昭

009_0448_b_18L四時長照古今調比指筌蹄解心要

009_0448_b_19L風息太虛動樹訓月隱中峯擧扇搖

009_0448_b_20L
正說中如來禪

009_0448_b_21L
佛佛眞談如是妙千經所演從此出

009_0448_b_22L如如眞體難思議是是圓用奚可測

009_0448_b_23L如是極圓眞妙法發照金剛朗中黑

009_0448_b_24L
權說中如來禪

009_0448_c_01L
雲濃掩月令風霽  달을 가린 짙은 구름은 바람을 시켜 거두고
日旱渴澤使兩盈  가뭄으로 말라 버린 못은 비를 시켜 채우며
啼兒誘葉令止泣  우는 아이는 나뭇잎으로 달래 울음을 그치게 하고38)
窮子指父俾進閍  궁색한 아들에겐 아버지를 일러 주어 대궐로 찾아가게 하나니39)
宣威發令魔界裂  위의를 떨치고 명령을 내림에 마군의 세계 무너지고
神吟鬼哭石虎驚  신들의 노래 귀신 곡소리에 돌 호랑이가 놀란다
실설 가운데 여래선(實說中如來禪)
十二部說皆閑語  십이부경40)의 말씀이 모두 쓸데없는 이야기
爭似朕兆前玄妙  어찌 조짐 이전의 현묘함만 할까
不落今旹如是妙  금시에 떨어지지 않는 이와 같은 오묘함
是眞實相眞堅固  이것이 진실한 모습이요 참된 견고함이라
由是鹿野跋提河  녹야원으로부터 발제하에 이르기까지41)
中間不說一字句  그 사이에 한 글자도 설하지 않으셨도다
능지 가운데 여래선(能智中如來禪)
了了了處了無物  또렷또렷 요별하는 자리에 요별하는 물건이 없고
明明明處明絶迹  밝고 밝게 밝히는 자리에 밝음의 자취를 끊었나니
了明二融心智日  요별과 밝음 두 가지가 융합한 마음은 지혜의 태양
圓明大照空寥廓  그 원만한 밝음으로 크게 비추자 허공이 탁 트이네
空寥廓處春風解  허공이 탁 트인 자리에 봄바람 풀어 놓자
處處山房花灼灼  곳곳의 산방마다 꽃들이 울긋불긋
소지 가운데 여래선(所智中如來禪)
性天圓家無內外  성품의 하늘 원만한 집안엔 안팎이 없어
不隨明暗大廓淸  밝음과 어둠 따르지 않고 탁 트여서 맑으며
性圓周遍括宇宙  원만하고 보편한 성품은 온 우주를 포괄하고
其中造出百物精  그 가운데서 만물의 정기를 만들어 내니
花花吐香呈春風  꽃마다 향기를 토해 봄바람에게 바치고
物物成種報秋情  만물이 씨앗을 맺어 가을의 뜻에 보답한다
능경 가운데 여래선(能境中如來禪)
所智廓淸圓融鑑  소지가 탁 트이고 맑은 원융한 거울에
能境迭和露自他  능경이 번갈아 화답해 나와 남을 드러내나니
日徃月來寒暑變  해가 지면 달이 찾아오고 추위와 더위가 변화하며
雲飛風動四時和  구름이 날고 바람이 움직이며 사계절이 조화롭네
介中音信天上鴈  이 가운데 소식은 하늘 위 기러기요
當處面目水邊鵝  이 자리의 면목은 개울가 거위로다
소경 가운데 여래선所境中如來禪
能智了明明了鑑  능지가 분명하게 요별하는 명료한 거울에
所境自現解無情  소경이 스스로 나타나 뜻 없음을 이해하나니
山層水濶天猶逈  산이 층층 개울이 콸콸거려도 하늘은 오히려 아득하고
雲疊風高月自明  구름 첩첩 바람 높아도 달은 절로 밝아
幽鳥弄春春不怒  숲속의 새들 봄을 희롱해도 봄은 노하지 않고
野猿呵鶴鶴不驚  들판의 원숭이 학을 꾸짖어도 학은 놀라지 않는다
능소일경 가운데 여래선(能所一境中如來禪)
一般天下無情水  하나인 천하에 무정한 물
海醎河淡意若何  바다는 짜고 강은 싱거우니 그 뜻이 무엇일까

009_0448_c_01L
雲濃掩月令風霽日旱渴澤使兩 [9]

009_0448_c_02L啼兒誘葉令止泣窮子指父俾進閍

009_0448_c_03L宣威發令魔界裂神吟鬼哭石虎驚

009_0448_c_04L
實說中如來禪

009_0448_c_05L
十二部說皆閑語爭似朕兆前玄妙

009_0448_c_06L不落今旹如是妙是眞實相眞堅固

009_0448_c_07L由是廢野跋提河中間不說一字句

009_0448_c_08L
能智中如來禪

009_0448_c_09L
了了了處了無物明明明處明絕迹

009_0448_c_10L了明二融心智日圓明大照空寥廓

009_0448_c_11L空寥廓處春風解處處山房花灼灼

009_0448_c_12L
所智中如來禪

009_0448_c_13L
性天圓家無內外不隨明暗大廓淸

009_0448_c_14L性圓周遍括宇宙其中造出百物精

009_0448_c_15L花花吐香呈春風物物成種報秋情

009_0448_c_16L
能境中如來禪

009_0448_c_17L
所智廓淸圓融鑑能境迭和露自他

009_0448_c_18L日徃月來寒暑變雲飛風動四時和

009_0448_c_19L介中音信天上鴈當處面目水邊鵝

009_0448_c_20L
所境中如來禪

009_0448_c_21L
能智了明明了鑑所境自現解無情

009_0448_c_22L山層水濶天猶逈雲疊風高月自明

009_0448_c_23L幽鳥弄春春不怒野猿呵鶴鶴不驚

009_0448_c_24L
能所一境中如來禪

009_0448_c_25L
一般天下無情水海醎河淡意若何

009_0449_a_01L若了此心無掛碍  이 마음에 걸어 두고 걸릴 것 없음을 깨닫는다면
醎淡元來了非他  짜고 싱거움이 원래 다른 게 아니었음을 깨달으리라
時時開戶觀風白  때때로 문을 열어 투명한 바람을 보고
日日廻頭聞鳥哦  나날이 고개를 돌려 새소리를 들어 보라
請看北枳與南橘  북쪽의 탱자와 남쪽의 귤을 한번 살펴보게
春來都放一般花  봄이 오면 모두가 같은 꽃을 터트리지
제14. 조사선의 격식
조사문祖師門에서는 틀어잡을 콧구멍조차 없어 실오라기만 한 티끌도 성립하지 않는 까닭에 선禪으로써 으뜸을 삼는다. 선이란 사람들의 정식과 말을 벗어남으로써 증득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설正說이나 비설譬說, 수설竪說이나 횡설橫說, 실설實說이나 권설權說로 기연을 들고 눈길을 부딪치면서 침묵하고 고함을 치고 이야기를 하고 몽둥이로 때린다. 이렇게 문자를 수립하지 않고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삼승의 법을 아득히 벗어나고 일승의 도를 초월하게 하며, 이로써 크게 쉬는 자리(大休歇地)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비유로써 바름을 보이고, 가로로써 곧음을 보이고, 방편으로써 진실을 보이니, 선은 반드시 이와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사선祖師禪이란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모든 번뇌를 말끔히 소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가슴속이 쇄락해 한 점의 티도 없이 깨끗해진 뒤에, 횡으로 오묘한 작용을 늘어놓으면서 모든 일에 집착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오묘한 성품의 원만한 고요함으로 오묘한 마음의 원만한 밝음을 증득하고, 오묘한 마음의 원만한 밝음을 오묘한 성품의 원만한 고요함으로 돌이키면, 그 고요함이 항상 응연하고 오묘하면서 원만함도 아니고 밝음도 아님으로 돌아가 융합함으로써 융통融通에 이른다. 이것이 이른바 “오묘하면서 밝고 밝으면서 오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쪽의 오묘한 본체를 저촉하지 않고 담담한 밝음의 한 구절로 바꾸나니, 이것이 바로 말 없음 가운데 말 있음이다. 조사선의 바람이 여기에서 일어나 오묘한 노래(妙唱)를 크게 떨치고, 다시 공하고 공한 침묵의 구절로 바꾸지만 현재의 도에 떨어지지는 않는다.
횡설 가운데 조사선(橫說中祖師禪)
大寂玄關雖秘邃  크게 고요한 현묘한 관문은 비록 비밀스럽고 깊지만
全體即現解諸心  온전한 본체 곧장 드러나면 모든 마음 이해하나니
天寂寂兮日晶晶  하늘은 고요하구나, 해는 쨍쨍하고
山嘿嘿兮鳥喃喃  산은 묵묵하구나, 새는 재잘재잘

009_0449_a_01L若了此心無掛碍醎淡元來了非他

009_0449_a_02L時時開戶觀風白是日廻頭聞鳥哦

009_0449_a_03L請看北枳與南橘春來都放一般花

009_0449_a_04L

009_0449_a_05L祖師禪各第十四

009_0449_a_06L
祖師門中了沒巴鼻纎塵不立故
009_0449_a_07L禪爲宗也禪者以脫人之情謂令證
009_0449_a_08L不着故或止或比或竪或橫或實或
009_0449_a_09L擧機目擊嘿喝淡 [10] 不立文字
009_0449_a_10L指人心逈脫三乘之法令超一乘之道
009_0449_a_11L以至大休歇地也故示正以譬示直以
009_0449_a_12L示實以權禪必如是故祖師禪者
009_0449_a_13L先正其心蕩盡諸漏胸中洒落絕點
009_0449_a_14L純淸然後橫陳妙用事事無着故以
009_0449_a_15L妙性之圓寂證妙心之圓明以妙心之
009_0449_a_16L圓明廻妙性之圓寂寂常凝妙而廻融
009_0449_a_17L非圓非寂以至融通也此所謂妙而明
009_0449_a_18L明而妙故不觸兩頭妙體廻互淡淡明
009_0449_a_19L得底一句是乃無語中有語也祖師禪
009_0449_a_20L由玆而起大振妙唱還廻互空空
009_0449_a_21L默得底句不落今時道也

009_0449_a_22L
橫說中祖師禪

009_0449_a_23L
大寂玄關雖秘邃全體即現解諸心

009_0449_a_24L天寂寂兮日晶晶山嘿嘿兮鳥喃喃

009_0449_b_01L去年庚日風掃北  작년 경일에는 바람이 북쪽을 쓸더니
今年丙日月霽南  금년 병일에는 달이 남쪽에 훤하네
物物代話天眞說  두두물물이 천진의 말씀을 대신 이야기하고
頭頭彈謝無生琴  두두물물이 무생의 거문고를 타는구나
수설 가운데 조사선(竪說中祖師禪)
外絶諸緣內不動  밖으로 모든 인연을 끊고 안으로 동요하지 않으면
頑頑墻壁自解情  무디고 무딘 담장도 스스로 그 뜻을 이해하나니
明明不昧常了識  밝고 밝아 어둡지 않고 항상 요별하는 식이
不滯根塵內外淸  육근과 육경에 막히지 않아 안팎이 맑으리라
淸風掃盡前程雪  맑은 바람이 앞길의 눈을 깨끗이 쓸어버리고
斷臂傳燈五天明  팔을 끊어 등불을 전하자42) 다섯 하늘43)이 밝았네
到頭不借師指示  여기에 이르면 스승의 지시에 의지할 것 없나니
五天明月錯焰成  다섯 하늘의 밝은 달이 흡사 횃불인 듯
비설 가운데 조사선(譬說中祖師禪)
湛湛碧天無纎翳  맑고 맑으며 파란 하늘 실오라기 하나 가림이 없고
落落靑空絶點涯  높고 높으며 푸른 허공 티끌 한 점 없는 하늘가
日月明明雖代謝  해와 달이 밝고 밝게 교대로 비추지만
太虛元不借光熙  태허는 원래 밝은 빛을 빌리지 않는다
木人不犯空天性  목인은 텅 빈 하늘의 성품을 범하지 않고
長騎鐵牛汎流淇  늘 무쇠 소를 타고서 기수에 떠 흐르나니
一寸眼中挑日月  한 치 눈 속에서 해와 달을 뽑아 버리면
觀盡乾坤絶毫釐  온 천지를 둘러보아도 털끝조차 없으리라
정설 가운데 조사선(正說中祖師禪)
如如不動天直說  여여하여 움직이지 않는 천진의 말씀
誰肎特地問如何  누가 유별나게 무어냐고 묻는가
風掃白雲淸夜靜  바람이 흰 구름을 쓸자 맑은 밤 고요하고
星照碧落霽月和  별빛이 하늘을 비추자 훤한 달님 화답하네
曉鶯啼破黃金語  새벽 꾀꼬리 울어 젖히니 황금의 말씀이요
暮燕飛吟白玉歌  저녁 제비 날아가는 소리는 백옥의 노래
啞子讃嘆三太息  벙어리가 찬탄하며 세 번 크게 숨을 쉬니
木人噓嘻咲呵呵  목인이 감탄하며 깔깔거리고 웃는다
권설 가운데 조사선(權說中祖師禪)
或捧或喝或語嘿  몽둥이를 휘두르고 고함을 치고 말하고 침묵하며
擧機目擊常道存  기연을 들고 눈길 부딪치는 곳마다 항상 도가 있나니
到玆不敢傾耳聽  여기에 이르러선 감히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말고
濶步懸崖擧百鈞  깎아지른 벼랑을 활보하면서 백 균의 짐을 들어라
石火電光猶是鈍  전광석화처럼 알아차린다 해도 오히려 둔한 놈인데
思量擬議難得臻  생각으로 헤아리고 이리저리 따져서야 미치기 어렵지
走馬頭上安家戶  달리는 말 위에서 집안을 편안히 하면
疾雷聲中可存神  쏜살같은 천둥소리 속에서도 신령을 온전히 보존하리라
실설 가운데 조사선(實說中祖師禪)
雙樹終談雖實說  사라쌍수에서의 마지막 말씀 비록 진실한 설법이나
言生口外落二機  입 밖으로 말이 나오면 두 가지 틀에 떨어지지

009_0449_b_01L去年庚日風掃北今年丙日月霽南

009_0449_b_02L物物代話天眞說頭頭彈謝無生琴

009_0449_b_03L
竪說中祖師禪

009_0449_b_04L
外絶諸緣內不動頑頑墻壁自解情

009_0449_b_05L明明不昧常了識不溝根塵內外淸

009_0449_b_06L淸風掃盡前程雪斷臂傳燈五天明

009_0449_b_07L到頭不借師指示五天明月錯焰成

009_0449_b_08L
譬說中祖師禪

009_0449_b_09L
湛湛碧天無纎翳落落靑空絕點涯

009_0449_b_10L日月明明雖代謝太虛元不借光熙

009_0449_b_11L木人不犯空天性長騎鐵牛汎流淇

009_0449_b_12L一寸眼中挑日月觀盡乾坤絕毫釐

009_0449_b_13L
正說中祖師禪

009_0449_b_14L
如如不動天直 [11] 誰肎特地問如何

009_0449_b_15L風掃白雲淸夜靜星照碧落霽月和

009_0449_b_16L曉鶯啼破黃金語暮燕飛吟白玉歌

009_0449_b_17L啞子讃嘆三太息木人噓嘻咲呵呵

009_0449_b_18L
權說中祖師禪

009_0449_b_19L
或捧或喝或語嘿擧機目擊常道存

009_0449_b_20L到玆不敢傾耳聽濶步懸崖擧百鈞

009_0449_b_21L石火電光猶是鈍思量擬議難得臻

009_0449_b_22L走馬頭上安家戶疾雷聲中可存神

009_0449_b_23L
實說中祖師禪

009_0449_b_24L
雙樹終談雖實說言生口外落二機

009_0449_c_01L向上玄機無言說  향상의 현묘한 기틀에는 어떤 말도 없나니
未降王宮已發揮  왕궁으로 강생하시기 전에 이미 발휘하셨네
擬向今時終未得  현재에서 헤아려선 끝내 얻지 못하나니
鷓鴣啼處却成違  자고새 우는 곳에서 도리어 어긋나네
欲知堂堂眞的意  당당하고 진실한 뜻 알고 싶은가
廻見南天鐵鶴飛  무쇠 학이 날아가는 남쪽 하늘을 돌아보라
능지 가운데 조사선(能智中祖師禪)
無了之了自照了  요별이 없는 요별 스스로 비추어 요별하고
非明之明自圓明  밝음이 아닌 밝음 스스로 원만히 밝나니
明了凝常無思鑑  밝음과 요별이 응연하고 영원한 생각 없는 거울에
山河涉入影現精  산하가 들어와 그 그림자 정기를 드러낸다
廻頭東畔烟水濶  고개 돌리니 동쪽 언덕에 안개와 물결 아득하고
擧眼南天月雲淸  눈을 드니 남쪽 하늘에 달과 구름이 맑구나
箇中音信何者是  그 가운데 소식이란 과연 무엇일까
虎嘯猿啼鳥嚶嚶  호랑이 포효하고 원숭이 울고 새들은 재잘재잘
소지 가운데 조사선(所智中祖師禪)
木人眼裡藏日月  목인이 눈 속에 해와 달을 감추고
回首光光舜若多  고개를 돌리니 빛마다 순야다44)
舜若呈神倚北極  순야45)가 신령함을 드러내 북극에 기대고선
揚眉瞬目大喝呵  눈썹 휘날리고 눈을 깜빡이며 크게 고함치고 웃는다
淸風匝地蒭猿舞  맑은 바람 대지를 맴돌자 풀 원숭이 춤추고
碧水動淵谷呌歌  푸른 물이 연못에 요동치자 골짜기가 목청껏 노래하네
大歇閑人虛開口  크게 쉬고 한가한 사람 입을 떡하니 벌리고서
囉囉哩哩哩哩囉  라라리리 리리라
능경 가운데 조사선(能境中祖師禪)
能智明時所智現  능지가 밝을 때 소지가 나타나고
所智現時能智明  소지가 나타날 때 능지가 밝으며
二智極圓轉能境  두 가지 지혜가 끝까지 원만하면 능경으로 전환되나니
空谷傳聲聽虛楹  빈 골짜기가 전하는 소리를 텅 빈 기둥이 듣는다
澗泉野樹猿悲涙  개울가 들판 나무에는 구슬프게 눈물짓는 원숭이
谷畔幽林鳥哀鳴  골짜기 언덕 그윽한 숲엔 애달프게 우는 새
舡子魚歌聲斷處  사공의 뱃노래 그 소리 끊어진 곳에
耕夫草笛次第成  농부의 풀피리 소리 차례차례 들려온다
소경 가운데 조사선(所境中祖師禪)
能境明處所境現  능경이 밝은 곳에 소경이 나타나고
所境現時能境明  소경이 나타날 때 능경이 밝으며
二境極空能所泯  두 가지 경계 끝까지 공하면 주체와 대상이 사라지나니
觸處洞然大無情  부딪치는 곳마다 활짝 트여 어떤 정식도 없네
天寂地寥人靜處  하늘도 고요하고 땅도 고요하고 사람도 고요한 곳에
山層野濶草榮榮  산은 층층 들판은 넓고 풀들은 무럭무럭
石女晝視蒭狗態  석녀는 낮이면 풀 개의 모습을 보고
木人夜聽石鷄聲  목인은 밤이면 돌 닭의 소리를 듣는다
능소일경 가운데 조사선(能所一境中祖師禪)

009_0449_c_01L向上玄機無言說未降王宮已發揮

009_0449_c_02L擬向今時終未得鷓鴣啼處却成違

009_0449_c_03L欲知堂堂眞的意廻見南天鐵鶴飛

009_0449_c_04L
能智中祖師禪

009_0449_c_05L
無了之了自照了非明之明自圓明

009_0449_c_06L明了凝常無思鑑山河涉入影現精

009_0449_c_07L廻頭東畔烟水濶擧眼南天月雲淸

009_0449_c_08L箇中音信何者是虎嘯猿啼鳥嚶嚶

009_0449_c_09L
所智中祖師禪

009_0449_c_10L
木人眼裡藏日月回首光光舜若多

009_0449_c_11L舜若呈神倚北極揚眉瞬目大喝呵

009_0449_c_12L淸風匝地蒭猿舞碧水動淵谷呌歌

009_0449_c_13L大歇閑人虛開口囉囉哩哩哩哩囉

009_0449_c_14L
能境中祖師禪

009_0449_c_15L
能智明時所智現所智現時能智明

009_0449_c_16L二智極圓轉能境空谷傳聲聽虛楹

009_0449_c_17L澗泉野樹猿悲涙谷畔幽林鳥哀鳴

009_0449_c_18L舡子魚歌聲斷處耕夫草笛次第成

009_0449_c_19L
所境中祖師禪

009_0449_c_20L
能境明處所境現所境現時能境明

009_0449_c_21L二境極空能所泯觸處洞然大無情

009_0449_c_22L天寂地寥人靜處山層野濶草榮榮

009_0449_c_23L石女晝視蒭狗態木人夜聽石鷄聲

009_0449_c_24L
能所一境中祖師禪

009_0450_a_01L
日照三更幽夜轉  해가 비추는 삼경이라, 밤이 깊을수록 더하고
月明當午白晝夜  달이 밝은 오시라, 환한 대낮이 밤이니
雖是日月相來徃  비록 이렇게 해와 달이 서로 왕래하지만
大空不曾明暗隨  큰 허공은 밝음과 어둠을 따른 적 없다네
若向這裡擬議絶  이 속으로 들어가 온갖 헤아림 끊어지면
境智能所一眞基  경계와 지혜, 주체와 대상이 하나의 참된 바탕
見見聞聞家裡事  무엇을 보건 무엇을 듣건 집 안의 일이요
聲聲色色外威儀  모든 소리 모든 빛깔이 밖으로 드러난 위의니라
제15. 불조융통선
무릇 여래는 삼계의 너무도 자비로운 아버지이시고, 조사는 여래의 큰 법의 아들이시다. 아버지는 이미 공행功行을 실천하여 문득 정각을 성취하고 홀로 삼계에서 존귀한 이가 되셨으며, 태어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고 또한 늙고 죽음도 없으며 감도 없고 옴도 없고 또한 머무는 곳도 없나니, 항상 젊고 늙지 않는 까닭에 그를 여래라 한다. 아들은 공행을 다하지 못했지만 비원悲願을 선양하고자 널리 대중 가운데서 존귀한 자가 되셨으며, 살아서는 이곳 사람들을 제도하고 죽어서는 저곳 사람들을 제도하며 천 가지로 태어나고 만 가지로 변화하나니, 항상 늙지만 죽지 않는 까닭에 그를 조사라 한다. 따라서 아버지는 젊고 아들은 늙었다고 하는 그 의미가 옳다고 하겠다.
아버지는 이미 현묘한 관문에 도달해 자신의 깨달음이 이미 원만하기에 오로지 타인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밝고 밝은 가르침으로 종지를 삼고, 아울러 자신의 증오證悟를 원만히 한다. 따라서 일체의 법法에 상즉하여 일체의 상相을 벗어나고 일체의 상을 벗어나 일체의 법에 상즉하나니, 이것이 방편을 열어 진실을 유포하고 진실을 잡아 방편을 선양한다는 뜻이다. 아들은 때때로 적멸도량에 들어가지만 자신의 깨달음이 아직 원만하지 않기에 오로지 자신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여여한 선으로 종지를 삼고, 아울러 타인을 이롭게 하는 행을 회복한다. 따라서 일체의 상을 벗어나 일체의 법에 상즉하고 일체의 법에 상즉하여 일체의 상을 벗어나나니, 이것이 진실을 잡아 방편을 선양하고 방편을 실천해 진실을 증득한다는 뜻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하면 마음이 같고 응함이 같아 선과 교가 다르지 않음으로 종지를 삼는다. 따라서 상즉하지도 않고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일체를 비추고 융합해 이것과 저것의 차별이 없나니, 이것이 방편과 진실을 나란히 실천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부처님과 조사의 선풍을 세 곳에 크게 떨쳐 세 가지 공을 가리는 미혹의 안개를 불어 버리고

009_0450_a_01L
日照三更幽夜轉月明當午白晝夜

009_0450_a_02L雖是日月相來徃大空不曾明暗隨

009_0450_a_03L若向這裡擬議絕境智能所一眞基

009_0450_a_04L見見聞聞家裡事聲聲色色外威儀

009_0450_a_05L

009_0450_a_06L佛祖融禪第十五

009_0450_a_07L
夫如來三界之大慈父祖師如來之大
009_0450_a_08L法子父則已向功行便成正覺獨爲
009_0450_a_09L三界之尊無生無滅亦無老死無去
009_0450_a_10L無來亦無所住常少不老故謂之如
009_0450_a_11L子則未盡功行將宣悲願廣爲衆
009_0450_a_12L中之尊生濟此人死濟彼人千生萬
009_0450_a_13L恒老不死故謂之祖師父少子老之
009_0450_a_14L意可矣父則旣到玄關自覺已圓全爲
009_0450_a_15L利他以昭昭之敎爲宗而兼圓自證
009_0450_a_16L即一切法離一切相離一切相即一
009_0450_a_17L切法此開權布實執實揚權之義也
009_0450_a_18L則時入寂塲自覺未圓全爲自利
009_0450_a_19L如如之禪爲宗而兼復利他故離一切
009_0450_a_20L即一切法即一切法離一切相
009_0450_a_21L執實揚權行權證實之意也父子相對
009_0450_a_22L則同心同應以禪敎不二爲宗故不即
009_0450_a_23L不離照融一切而無彼此此權實雙行
009_0450_a_24L之義也是以佛祖禪風大振三處

009_0450_b_01L하나의 하늘에 뜬 지혜의 태양을 열어 두 집안의 풍모와 격식을 환히 밝힌다. 여래는 방편으로 유인해 진실로 들어간다. 따라서 그 선을 두고, 작년 병일엔 남쪽에 달이 훤하더니 금년 경일엔 바람이 북쪽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조사는 진실을 잡아 방편을 선양한다. 따라서 그 선을 두고, 작년 경일에는 바람이 북쪽을 쓸더니 금년 병일에는 남쪽에 달이 훤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 서로 바꿀 수 있어 지금과 옛날의 도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진실이 다시 방편을 열고 방편이 다시 진실로 향하나니, 두 가지 선의 바람이 융합해 하나가 되어 떨치는 까닭에 이를 불조융통선이라 한다.
횡설 가운데 불조융통선(橫說中佛祖融通禪)
色色由來談妙法  모든 빛깔이 본래부터 오묘한 법을 설하고
聲聲自古語無語  모든 소리가 예로부터 말 없음을 이야기하지만
這般消息人難會  이러한 소식 사람들 알아차리기 어렵나니
鶴唳雲間鳥噪楹  구름 사이에서 우는 학, 기둥에서 지저귀는 새
密密綿綿無朕迹  밀밀하고 면면히 이어지지만 조짐이 없고
隨緣終不露其情  인연을 따르지만 끝내 그 정을 드러내지 않나니
傍前兩岸蘆花白  옆으로 양쪽 언덕에는 하얀 갈대꽃
頂後三山片月明  정수리 뒤 세 봉우리 산엔 밝은 조각달
수설 가운데 불조융통선(竪說中佛祖融通禪)
眞性從來無背面  참된 성품은 본래부터 얼굴도 등도 없어
絲毫擬向便乖踈  실오라기만큼만 헤아려도 곧 어긋나고 멀어지나니
直趍不落分別地  곧장 달려가 분별의 땅에 떨어지지만 않으면
處處春場自逢渠  곳곳마다 흐드러진 봄이라 저절로 그와 만나리라
有問如何眞竪說  무엇이 참된 수설이냐고 묻는 자 있으면
擧頭開眼指月諸  고개 들고 눈을 떠 저 달을 가리키나니
溪南溪北雲急急  개울 남쪽에도 개울 북쪽에도 급하고 급한 구름
山後山前雨徐徐  산 뒤에도 산 앞에도 부슬부슬 내리는 비
비설 가운데 불조융통선(譬說中佛祖融通禪)
月到天心曜碧落  하늘 복판에 다다른 달님 푸른 허공에서 빛나고
風來水面掃淸波  수면에 불어오는 바람 맑은 물결을 쓰나니
兩圓廓濶眞精鑑  양쪽이 원만하고 탁 트인 참된 정기의 거울에
多少洪纎影自和  이런저런 크고 작은 그림자들 저절로 어울린다
物外關山雲䔽䔽  만물 밖 관산에는 구름이 산산이 흩어지고
軒前野柳鳥哦哦  처마 앞 들판 버드나무에는 새들이 소란스럽나니
介中消息人難解  이 가운데 소식은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워
軒前野柳鳥哦哦  결국 두두물물을 시켜 다른 게 아님을 드러낸다
정설 가운데 불조융통선(正說中佛祖融通禪)
當今滯正頭頭失  현재에서 바름에 머물면 모든 걸 잃어버리지만
却向忘機法法全  도리어 심기를 잊으면 모든 법이 온전하나니

009_0450_b_01L三空之惑霧開一天之智日照燭二家
009_0450_b_02L之風格也如來引權入實故其禪曰
009_0450_b_03L去年丙日月霽南今年庚日風掃北
009_0450_b_04L師執實揚權故其禪曰去年庚日風掃
009_0450_b_05L今年丙日月霽南若能廻互不落今
009_0450_b_06L昔之道則實復開權權復向實也二禪
009_0450_b_07L之風融會一振故謂之佛祖融通禪也

009_0450_b_08L
橫說中佛祖融通禪

009_0450_b_09L
色色由來談妙法聲聲自古語無語

009_0450_b_10L這般消息人難會鶴唳雲間鳥噪楹

009_0450_b_11L密密綿綿無朕迹隨緣終不露其情

009_0450_b_12L傍前兩岸蘆花白頂後三山片月明

009_0450_b_13L
竪說中佛祖融通禪

009_0450_b_14L
眞性從來無背面絲毫擬向便乖踈

009_0450_b_15L直趍不落分別地處處春場自逢渠

009_0450_b_16L有問如何眞竪說擧頭開眼指月諸

009_0450_b_17L溪南溪北雲急急山後山前雨徐徐

009_0450_b_18L
譬說中佛祖融通禪

009_0450_b_19L
月到天心曜碧落風來水面掃淸波

009_0450_b_20L兩圓廓濶眞精鑑多少洪纎影自和

009_0450_b_21L物外關山雲䔽䔽 [12] 軒前野柳鳥哦哦

009_0450_b_22L介中消息人難解遂使頭頭現非他

009_0450_b_23L
正說中佛祖融通禪

009_0450_b_24L
當今滯正頭頭失却向忘機法法全

009_0450_c_01L若執全圓成邪道  완전한 원만에 집착하면 삿된 도를 이룬 것
不能傍見佛祖禪  부처와 조사의 선은 곁눈질도 못하리라
直須當頭終不犯  곧장 맞닥뜨린 이것을 끝내 범하지 않으면
認得頭頭語話傳  두두물물이 전하는 말을 체득하게 되리니
鸝鶯歌破三春柳  춘삼월 버드나무에 꾀꼬리 노래 끝나자
飛鶴聲投九秋天  구월의 가을 하늘에 날아가는 학 소리
권설 가운데 불조융통선(權說中佛祖融通禪)
嘿擧談揚與棒下  침묵과 담화로 거량하고 몽둥이를 내려치면
天震地裂海岳傾  천지가 찢어지고 바다가 기우나니
四生惑霧消且靜  사생46)을 미혹케 한 안개 사라지고 또한 고요하며
七趣迷雲捲又淸  칠취47)를 미혹케 한 구름 걷히고 또한 맑네
窮子領寶藏  비실거리던 궁색한 아들 보배 창고를 관리하고
化城懶父歸眞程  화성의 게으른 아버지 참된 길로 돌아갔나니
事休庭畔無蹤迹  일 끝난 뜰과 언덕에는 아무런 자취 없고
廓落虛空月孤明  탁 트인 허공에 달만 홀로 밝구나
실설 가운데 불조융통선(實說中佛祖融通禪)
不守寒岩異草地  기이한 풀이 자라는 차가운 바위도 지키지 않는데
那栖碧障白雲頭  흰 구름 꼭대기 푸른 장벽에 어찌 깃들까
空王簾裡音絶處  공왕의 주렴 속, 소리마저 끊어진 곳에서
陣陣香風吹未休  살랑살랑 향기로운 바람 쉼 없이 불어온다
到此存否何勞問  여기에 이르러 있고 없음을 어찌 번거롭게 물으랴
惟懷飢飡渴飮流  그저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실 생각뿐
大淸寒月長召我  너무도 청아하고 차가운 달님 늘 나를 불러
聽使源林晩蟬秋  샘가 숲의 때늦은 가을 매미 소리를 들으라 하네
능지 가운데 불조융통선(能智中佛祖融通禪)
了了無思智    또렷또렷하고 사념 없는 지혜로
堂堂自逍遙    당당하게 스스로 소요하나니
飢飡香盂食    배고프면 향기로운 발우의 밥을 먹고
渴飮玉井流    목마르면 옥 우물의 물을 마신다
困臥北囱眠    피곤하면 북쪽 창가에 누워 잠을 자고
起聞東猿啾    동쪽 숲 원숭이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나니
不須重話會    거듭 모여서 이야기할 필요 없어라
猶自弄兒遊    그저 아이나 희롱하며 노닐 뿐
소지 가운데 불조융통선(所智中佛祖融通禪)
欲知所智眞的處  소지가 참되고 확실한 곳을 알고 싶은가
智圓圓處物圓看  지혜가 원만한 곳에 만물이 원만히 비치나니
梅開東畔香破雪  동쪽 언덕에 매화 피자 그 향기 눈을 녹이고
霧解南澗月捉溪  남쪽 개울에 안개 걷히자 달님이 개울을 붙잡는다
物圓圓現無情鑑  만물이 원만히 드러나는 무정한 거울
不致心口自圓完  마음과 입에 이르지 않아도 스스로 원만하고 완전하나니
雖然彼此同受用  비록 피차 함께 받아서 사용하지만
不與于今汝同班  지금의 너와 같지는 않다네
능경 가운데 불조융통선(能境中佛祖融通禪)

009_0450_c_01L若執全圓成邪道不能傍見佛祖禪

009_0450_c_02L直須當頭終不犯認得頭頭語話傳

009_0450_c_03L鸝鶯歌破三春柳飛鶴聲投九秋天

009_0450_c_04L
權說中佛祖融通禪

009_0450_c_05L
嘿擧談揚與棒下天震地裂海岳傾

009_0450_c_06L四生惑霧消且靜七趣迷雲捲又淸

009_0450_c_07L窮子領寶藏化城懶父歸眞程

009_0450_c_08L事休庭畔無蹤迹廓落虛空月孤明

009_0450_c_09L
實說中佛祖融通禪

009_0450_c_10L
不守寒岩異草地那栖碧障白雲頭

009_0450_c_11L空王簾裡音絕處陣陣香風吹未休

009_0450_c_12L到此存否何勞問惟懷飢飡渴飮流

009_0450_c_13L大淸寒月長召我聽使源林晩蟬秋

009_0450_c_14L
能智中佛祖融通禪

009_0450_c_15L
了了無思智堂堂自逍遙

009_0450_c_16L飢飡香盂食渴飮玉井流

009_0450_c_17L困臥北囱眠起聞東猿啾

009_0450_c_18L不須重話會猶自弄兒遊

009_0450_c_19L
所智中佛祖融通禪

009_0450_c_20L
欲知所智眞的處智圓圓處物圓看

009_0450_c_21L梅開東畔香破雪霧解南澗月捉溪

009_0450_c_22L物圓圓現無情鑑不致心口自圓完

009_0450_c_23L雖然彼此同受用不與于今汝同班

009_0450_c_24L
能境中佛祖融通禪

009_0451_a_01L
能所智空空圓性  능소의 지혜가 공한 공의 원만한 성품
完然凝寂能境和  그 완연한 엉김과 고요함 속에 능경이 어울리나니
簷前玉燕從風舞  처마 앞 옥 제비는 바람 따라 춤을 추고
柳上黃鶯向日歌  버들 위 노란 꾀꼬리는 해를 향해 노래한다
雲影婆娑橫碧峀  구름 그림자는 하늘하늘 푸른 산굴에 걸렸고
蟾光熾熾照淸河  활활 타는 달빛 맑은 시내를 비추나니
箇中消息排班意  이 가운데 소식을 줄줄이 늘어놓은 뜻
曲指還踈境蹉跎  에둘러 가리키면 도리어 멀어지고 경계와 어긋나리라
소경 가운데 불조융통선(所境中佛祖融通禪)
能境極空成所境  능경이 극도로 공하여 소경을 이루면
妙同於物現照照  만물에 동일한 오묘함이 나타나 비추고 비추나니
人靜境空寥寥地  사람 고요하고 경계가 텅 빈 쓸쓸한 땅에
秋園落葉任風飄  가을 동산 떨어진 낙엽이 바람 따라 날린다
紫霧丹霞飛碧漢  자줏빛 안개 붉은 노을 푸른 은하수에서 날고
玉鳳金鸞舞靑霄  옥빛 봉황 금빛 난새 파란 하늘에서 춤추나니
鷓鴣寒聲雲碧外  푸른 구름 밖에는 자고새의 서늘한 울음
澗水潮音月下潚  달빛 아래로 쏟아지는 개울과 파도 소리
능소일경 가운데 불조융통선(能所一境中佛祖融通禪)
大方圓家無人境  크고 방정하며 원만한 집은 사람 없는 경계인데
那念優遊白雲邊  흰 구름 가 느긋이 노닐 생각을 어찌하리오
淸風掃盡乾坤霧  맑은 바람이 하늘과 땅의 안개를 말끔히 쓸어버리니
滿空寒月獨圓圓  허공 가득 서늘한 달님이 홀로 둥글고 둥글어라
緃使碧潭落皎徹  비록 푸른 연못에 떨어져 달빛이 바닥을 꿰뚫어도
此月終不落沉淵  이 달님 끝내 깊은 연못에 떨어진 적 없나니
倚前曉鶯啼枯木  새벽 꾀꼬리 우는 고목나무에 기대어 보니
物外孤鶴唳遙天  만물 밖 외로운 학이 하늘을 떠돌며 우는구나
제16. 세 가지 선48)을 융합하여 횡으로 상대하고 곧장 사용함
하늘은 하늘에 머물지 않나니 항상 땅에 거처하면서 굽어살피고 양육하는 큰 교화를 이루고, 땅은 땅에 머물지 않나니 늘 하늘을 받들면서 도장을 받아들이고 무성한 자람을 이루며, 양기는 남쪽에 머물지 않나니 항상 북쪽을 갈무리하면서 하나의 양기가 처음 일어남을 이루고, 음기는 북쪽에 머물지 않나니 늘 남쪽에 거처하면서 하나의 음기가 처음 발동함을 이루며, 밝음은 밝음에 머물지 않나니 항상 어둠에 있으면서 극도의 어둠 속 큰 밝음을 이루고, 어둠은 어둠에 머물지 않나니 항상 밝음에 있으면서 극도의 밝음 속 큰 어둠을 이루며, 용은 물에 머물지 않나니 항상 육지에 거처하면서 물을 뿌리고, 물은 바다에 머물지 않나니 항상 산에 쏟아져 맑게 흐른다. 따라서 지혜는 마음에 머물지 않나니 늘 경계를 일으켜 빛을 드러내고, 경계는 세계에 머물지 않나니

009_0451_a_01L
能所智空空圓性完然凝寂能境和

009_0451_a_02L簷前玉燕從風舞柳上黃鶯向日歌

009_0451_a_03L雲影婆娑橫碧峀蟾光熾熾照淸河

009_0451_a_04L箇中消息排班意曲指還踈境蹉跎

009_0451_a_05L
所境中佛祖融通禪

009_0451_a_06L
能境極空成所境妙同於物現照照

009_0451_a_07L人靜境空寥寥地秋園落葉任風飄

009_0451_a_08L紫霧丹霞飛碧漢玉鳳金鸞舞靑霄

009_0451_a_09L鷓鴣寒聲雲碧外澗水潮音月下潚

009_0451_a_10L
能所一境中佛祖融通禪

009_0451_a_11L
大方圓家無人境那念優遊白雲邊

009_0451_a_12L淸風掃盡乾坤霧滿空寒月獨圓圓

009_0451_a_13L緃使碧潭落皎徹此月終不落沉淵

009_0451_a_14L倚前曉鶯啼枯木物外孤鶴唳遙天

009_0451_a_15L

009_0451_a_16L會融三禪橫對直用第十六

009_0451_a_17L
天不在天常居地而成俯育之大化
009_0451_a_18L不在地每承天而成印受之蒙滋陽不
009_0451_a_19L在南恒藏北而成一陽之初起陰不在
009_0451_a_20L每居南而成一陰之初動明不在明
009_0451_a_21L常在暗而成極暗之大明暗不在暗
009_0451_a_22L在明而成極明之大暗龍不在水常居
009_0451_a_23L陸而注水水不在海恒注山而流淸
009_0451_a_24L是以智不在心每生境而光現境不在

009_0451_b_01L항상 지혜와 감응하여 형상을 나타내며, 몸은 땅에 머물지 않나니 늘 공에 거처하면서 신령과 통하고, 마음은 공에 머물지 않나니 항상 땅에 거처하면서 만물과 접한다
이치가 이미 이와 같기 때문에 부처와 조사는 모두 이치에 순응해 변화할 따름이다. 왜 그런가? 서방 금金에서 생기는 수水는 그 본류가 북방이고 함께 동방으로 조종朝宗한다. 그러면 만법이 모두 동방에서 시작해 남방에서 빛난다. 따라서 부처가 동방에 거주하지 않고 항상 서방의 요동하지 않는 존귀한 지위에 머물면서 묵묵한 그 정수리 광명으로 동방 24계를 비추고 남방에서 크게 밝은 것은 이치가 반드시 그렇기 때문이다. 동방 목木에서 생기는 화火는 그 본 빛이 남방이고 함께 서방에서 갈무리한다. 그러면 만법이 모두 서방에서 엄숙해지고 북방에서 그친다. 따라서 조사가 서방에 거주하지 않고 항상 동방의 크게 밝은 존귀한 지위에 머물면서 부처의 마음을 전해 서방 36덕에서 갈무리하고 북방에서 크게 편안한 것은 이치가 진실로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는 동방의 생기하는 형상에서 상서를 드러내는 까닭에 있음(有)으로 교敎를 삼지만 그 본체는 서방에서 엄숙해지는 없음(無)을 드러낸다. 조사는 서방의 엄숙해지는 형상에 덕을 갈무리하는 까닭에 없음으로 선禪을 삼지만 그 작용은 동방에서 생기하는 있음을 일으킨다.
이 문에 도달해서는 종조의 이름을 저촉하지 않고 자리를 바꿔 방계와 섞인다. 따라서 하늘을 물으면 땅이라 대답하고 땅을 물으면 하늘이라 대답하며, 없음을 물으면 있다고 대답하고 있음을 물으면 없다고 대답하며, 마음을 물으면 만물이라 대답하고 만물을 물으면 마음이라 답하면서 갖가지 선을 자유자재로 쓰고 방위에 따라 묻고 답한다. 여기에 구별되는 네 종류의 선이 있으니 첫째는 횡대요, 둘째는 직대요, 셋째는 겸대요, 넷째는 융대이다.
횡대선橫對禪
火裡萬年氷    불꽃 속 만년 묵은 얼음
發寒放淸風    한기를 드러내 맑은 바람 일으키네
天墜藏海底    하늘이 떨어져 바다 밑바닥에 숨고
水落流天中    물은 떨어져 하늘 가운데로 흐른다
石女朝眠破    석녀는 아침이면 잠에서 깨어나
登雲踏靑空    구름 위로 올라가 푸른 허공을 밟고
超然三界外    초연히 삼계 밖에서 노닐다
橫入異類宮    몸을 눕혀 이류의 궁전으로 들어간다

009_0451_b_01L恒感智而現像身不在地每居空
009_0451_b_02L而通神心不在空恒處地而接物
009_0451_b_03L旣如是故佛祖皆順理而化焉何則
009_0451_b_04L西金之水本流北而共朝于東則萬法
009_0451_b_05L皆東始而光南故佛不居東恒住金方
009_0451_b_06L不動之尊位默是頂光照于東方三八
009_0451_b_07L之界而大明於南者理必然也東木
009_0451_b_08L之火本光南而共藏於西則萬法皆西
009_0451_b_09L肅而止北故祖不居西常住東方大明
009_0451_b_10L之尊位傳佛之心燈藏于西方四九之
009_0451_b_11L而大安于北者理固然也是以佛佛
009_0451_b_12L顯瑞於東生之象故以有爲敎而體顯
009_0451_b_13L西肅之無也祖師藏德於西肅之象故
009_0451_b_14L以無爲禪而用發東生之有也到此門
009_0451_b_15L不觸宗諱廻互傍叅故問天則答地
009_0451_b_16L問地則答天問無則答有問有則答無
009_0451_b_17L問心則答物問物則答心種種橫禪
009_0451_b_18L隨方問答也於此別有四種禪一曰橫
009_0451_b_19L二曰直對三曰兼對四曰融對

009_0451_b_20L
橫對禪

009_0451_b_21L
火裡萬年氷發寒放淸風

009_0451_b_22L天墜藏海底水落流天中

009_0451_b_23L石女朝眠破登雲踏靑空

009_0451_b_24L超然三界外橫入異類宮

009_0451_c_01L
직대선直對禪
石女威音火    석녀가 위음왕불의 불씨를 가져다
引得龜毛傳    거북이 털에 옮겨 붙이자
東嶺金烏出    동쪽 산마루에 금 까마귀 솟아오르고
西峯玉兎纒    서쪽 봉우리에 옥토끼 묶여 있네
鳶飛天上月    하늘 위 달에서 솔개가 날고
魚躍水底天    강바닥 하늘에서 고기가 뛰나니
舜若統四景    순야는 사계절의 경치를 총괄해
恒付禪家邊    항상 선가에 부촉한다네
겸대선兼對禪
宇宙居氣上    기운 위에 거처하는 우주
東西列坤邊    대지 끝에 늘어선 동서
水流元在海    강물 흘러도 원래 바다에 있고
月落不離天    달빛 떨어져도 하늘을 벗어나지 않네
風雨難逃地    비바람을 피하기 어려운 곳
魚龍奚避淵    물고기와 용이 어찌 연못을 피하랴
頭頭皆佛面    두두물물이 모두 부처님 얼굴이요
物物盡祖禪    두두물물이 다 조사의 선이로다
융대선融對禪
空王殿裡眞妙手  공왕의 전각 속에서 참되고 오묘한 솜씨로
傍提兎角揮十方  토끼 뿔 옆에 잡고 시방을 휘저으니
天地虛空都撲落  천지와 허공이 모조리 박살나고
根器自他盡消颺  육근과 기세계 나와 남이 다 흩날리며 사라지네
木人眼睛開世界  목인의 눈동자에 세계가 열리자
別有天地起三光  별천지가 있어 세 가지 빛을 일으키니
處處春場花爛熳  곳곳마다 봄 마당이라 꽃이 흐드러지고
塵塵秋野草芬芳  티끌마다 가을 들판이라 풀이 향기롭다
제17. 부처님의 뜻은 널리 흘러 통한다
불사문佛事門에서는 한 법도 버리지 않는 까닭에 기세계·육근·오온신·귀·눈·입·코·성품·정·마음·생각·말·침묵·움직임·고요함·파랑·노랑·빨강·하양·밝음·어둠·물질·허공·봄·여름·가을·겨울이 모든 부처의 온전한 몸과 모든 조사의 면목 아닌 것이 없다.
따라서 기세계49)에 있으면 파랑은 부처요 하양은 조사며, 빨강은 노사나불이고 검정은 부동명왕불이요 노랑은 비로자나불이며, 밝음은 정광불이요 어둠은 지장보살이며, 물질은 관세음보살이요 허공은 대통지승불이며, 봄은 문수보살이요 여름은 석가모니불이며, 가을은 보현보살이요 겨울은 아미타불이다. 육근과 오온신에 있으면 눈이 바로 보생불이요

009_0451_c_01L
直對禪

009_0451_c_02L
石女威音火引得龜毛傳

009_0451_c_03L東嶺金烏出西峯玉兎纒

009_0451_c_04L鳶飛天上月魚躍水底天

009_0451_c_05L舜若統四景恒付禪家邊

009_0451_c_06L
兼對禪

009_0451_c_07L
宇宙居氣上東西列坤邊

009_0451_c_08L水流元在海月落不離天

009_0451_c_09L風雨難逃地魚龍奚避淵

009_0451_c_10L頭頭皆佛面物物盡祖禪

009_0451_c_11L
融對禪

009_0451_c_12L
空王殿裡眞妙手傍提兎角揮十方

009_0451_c_13L天地虛空都撲落根器自他盡消颺

009_0451_c_14L木人眼睛開世界別有天地起三光

009_0451_c_15L處處春場花爛熳塵塵秋野草芬芳

009_0451_c_16L

009_0451_c_17L佛意流通第十七

009_0451_c_18L
佛事門中不舍一法故器界根身
009_0451_c_19L目口鼻性情心念語嘿動靜靑黃赤
009_0451_c_20L明暗色空春夏秋冬無非佛佛之
009_0451_c_21L全身祖祖之面目故在器界則靑佛
009_0451_c_22L白祖紅舍那黑不動黃毘盧明㝎光
009_0451_c_23L暗地藏色觀音空大通春文殊夏牟
009_0451_c_24L秋普賢冬彌陀在根身則眼是寶

009_0452_a_01L귀가 바로 부동명왕불이며, 코가 바로 약사여래불이요 입이 바로 아미타불이며, 몸이 바로 보변왕불이요 성품이 바로 공왕불이며, 마음이 바로 석가모니불이요 정이 바로 아촉불이며, 마음의 신통이 바로 관세음보살이요 마음의 포섭이 바로 지장보살이며, 지혜의 밝음이 바로 문수보살이요 실천의 원만함이 바로 보현보살이며, 묵묵함이 바로 정명 거사요 말함이 바로 달마 대사며, 깨트림이 바로 금강장보살이요 헤아리지 않음이 제장애보살이며, 공적이 바로 미륵보살이요 생각을 일으킴이 바로 대세지보살이다. 만물을 끌어당겨 그들을 펴 주고 온갖 부류와 접촉해 그들을 길러 주나니, 어느 곳이 불국토가 아니고 어느 물건이 부처의 몸 아니겠는가. 따라서 나의 이 종문에서는 만물을 벗어나지 않고 모든 진여와 보리를 유출시켜 장엄한 법신과 위없는 오묘한 즐거움을 곧바로 얻는다.

空谷傳聲虛堂聽  빈 골짜기가 전하는 소리를 텅 빈 전당이 듣고
玉童潜傳木人知  옥동자가 몰래 전하면 목인이 알아차리나니
有情無情皆共此  유정이건 무정이건 모두 이 자리에 함께하여
各成悞樂太平怡  각자 즐기며 태평의 기쁨을 누린다
松絃竹瑟花開笑  소나무는 거문고요 대나무는 비파라, 꽃이 방긋 피어나고
鳳歌鸞舞鳥噪飛  봉황의 노래에 난새의 춤이로다, 새떼가 조잘대며 날아가나니
物物頭頭風瑟瑟  두두물물 바람이 살랑살랑
家家村村黍離離  집집마다 마을마다 기장이 주렁주렁
蛩音洒洒水聲淸  시원한 귀뚜라미 소리에 물소리 맑고
雲影飄飄月色熙  표표히 날리는 구름, 그림자에 빛나는 달빛
刹刹塵塵盡佛身  온 세계 온 티끌이 모조리 부처님의 몸이니
步步行行本眞基  걸음걸음 어디로 가건 본래의 참된 터전
제18. 조사의 뜻은 얻음이 없다
조사문祖師門에서는 실오라기만큼의 가림도 용납하지 않는 까닭에 육근과 기세계, 나와 남 등 갖가지 법문이 모두 공적하며, 두 가지 결론이 없고 또한 하나의 법도 없다. 따라서 특별히 선의 마음을 들어 현묘한 가풍을 임의로 노래할 뿐이다. 말해 보라. 만물을 벗어났을 때, 무엇이 조사인가?
만약 만물을 벗어난 경지에 선의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대의 귀·눈·입·코가 능히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만약 만물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선의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대의 넓고 크고 신령하게 통하고 고요하고 항상 공한 성품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만약 이 두 가지를 모두 벗어난 경지에 선의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면,

009_0452_a_01L耳是不動鼻是藥師口是彌陀
009_0452_a_02L是普徧性是空王心是釋迦情是阿
009_0452_a_03L心通是觀音心攝是地藏智明是
009_0452_a_04L文殊行圓是普賢嘿尔是淨名語尔
009_0452_a_05L是達摩破尔是金剛沒量是除障
009_0452_a_06L寂是彌勒念起是勢至引物而伸之
009_0452_a_07L類而長之則何處非佛國何物非佛身
009_0452_a_08L故我此宗門不離萬物而流出一切
009_0452_a_09L眞如菩提直得莊嚴法身無上妙樂也

009_0452_a_10L空谷傳聲虛堂聽玉童潜傳木人知

009_0452_a_11L有情無情皆共此各成悞樂太平怡

009_0452_a_12L松絃竹瑟花開笑鳳歌鸞舞鳥噪飛

009_0452_a_13L物物頭頭風瑟瑟家家村村黍離離

009_0452_a_14L蛩音洒洒水聲淸雲影飄飄月色熙

009_0452_a_15L刹刹塵塵盡佛身步步行行本眞基

009_0452_a_16L

009_0452_a_17L祖意無得第十八

009_0452_a_18L
祖師門中纎翳不立故根器自他
009_0452_a_19L種法門悉皆空寂無有二致亦無一
009_0452_a_20L故特擧禪心任唱玄風也且道
009_0452_a_21L萬物上如何是祖師若道離萬物上有
009_0452_a_22L禪心爾之耳目口鼻能見聞覺知者
009_0452_a_23L是阿誰若道不離萬物上有禪心爾之
009_0452_a_24L廣大靈通寂然恒空性是阿誰若道離

009_0452_b_01L그대의 머리는 위에 있고 다리는 아래에 있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앞으로 뒤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속히 말하라. 나의 종문의 법은 벗어나도 안 되고, 벗어나지 않아도 안 되고, 벗어나건 벗어나지 않건 모두 안 된다. 세 가지 모두 안 될 때, 무엇이 조사선인가?
아, 새 날아가고 꽃 떨어지니 강물이 눈물짓고 산이 탄식하는구나.
한참을 묵묵히 있다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東弗波提歌石女  동방 불바제에서 노래하는 석녀
西瞿陀夷舞木人  서방 구야니에서 춤추는 목인
南贍部洲蒭狗吠  남방 섬부주에서는 풀 강아지가 컹컹
北鬱單越鐵牛呻  북방 울단월에서는 무쇠 소가 음매
四洲人事東君記  사대주 사람들의 일을 동군50)이 기록하여
啓奏空王點頭顰  공왕께 말씀드리자 고개만 까딱하고 눈살 찌푸리네
王女豁開摩醢眼  그러나 왕녀가 마혜수라의 눈을 활짝 뜨자
刹刹塵塵一樣春  온 세계 티끌마다 똑같은 봄이로다
제19. 모두 융합하면 형상이 없다
이와 같은 마음, 이와 같은 성품, 이와 같은 도장, 이와 같은 빛, 이와 같은 설함, 이와 같은 들음, 이와 같은 부처, 이와 같은 조사, 이와 같은 선, 이와 같은 교는, 마치 우러러보아도 하늘에 이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도 땅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무엇 때문인가? 하늘과 땅의 형상은 오히려 볼 수 있지만 그 으뜸은 볼 수가 없고, 부처와 조사와 선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는 있겠지만 그 참됨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 참됨과 으뜸의 오묘함은 언어와 사고의 분별로 이해할 수가 없고, 기연을 들고 눈길을 마주쳐도 흉내조차 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설할 수 있는 마음·성품·빛·도장·설함·들음·선·교의 법은 모두 망령된 설명이다.
이에 근거해 부모님이 낳아 주신 몸과 마음과 육안을 관찰해 보면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몸과 마음과 육안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선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올바른 도가 아니다. 어찌 하물며 기연을 들고 몽둥이를 휘두르고 침묵하고 고함을 쳐 교 밖의 마음을 달리 전하는 것이겠는가.
따라서 우러러보아도 하늘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도 땅을 보지 못한다고 한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 무엇이 몸을 편안히 하고 천명을 온전히 수립할 참됨과 으뜸일까? 쯧쯧쯧.
[논論]

009_0452_b_01L二邊上有禪心爾之頭上足下左右前
009_0452_b_02L後處自在用是阿誰速道我宗之法
009_0452_b_03L離也不得不離也不得離不離摠不得
009_0452_b_04L三不得處如何是祖師禪鳥飛花
009_0452_b_05L水泣山嗟良久頌曰

009_0452_b_06L東弗波提歌石女西瞿陀夷舞木人

009_0452_b_07L南贍部洲蒭狗吠北鬱單越鐵牛呻

009_0452_b_08L四洲人事東君記啓奏空王點頭顰

009_0452_b_09L玉女豁開摩醢眼刹刹塵塵一樣春

009_0452_b_10L

009_0452_b_11L揔融無相第十九

009_0452_b_12L
如是心如是性如是印如是光如是
009_0452_b_13L如是聽如是佛如是祖如是禪
009_0452_b_14L如是敎猶如仰望不及天低頭不見地
009_0452_b_15L何以故天地之形象尙可見其元不可
009_0452_b_16L佛祖之禪心能可量其眞豈思量
009_0452_b_17L故此眞元之妙以言思分別不可解
009_0452_b_18L擧機目擊不可擬是以能說心性光印
009_0452_b_19L說聽禪敎法皆爲妄說也由玆以觀父
009_0452_b_20L母所生身心肉眼父母所生身心肉眼
009_0452_b_21L見聞覺知忖量禪心者非是正道
009_0452_b_22L況擧棒默喝別傳敎外之心乎故曰猶
009_0452_b_23L如仰望不見天低頭不見地也到這裡
009_0452_b_24L如何是安身立命底眞元也咄咄咄

009_0452_c_01L
자기 집안의 세 왕이 세 구슬을 길이 연마하는 격식
무릇 세 왕이란 하나의 큰 성품이 세 개의 다른 몸으로 나뉘었다가 하나의 이치인 같은 본체에 합하는 것이다. 하나란 검정과 노랑 등으로 나뉘기 이전의 큰 성품이요, 온통 하나인 근본이다. 근본과 으뜸은 오묘한 까닭에 천지를 포괄하면서 시작이 없고 고금을 관통하면서 끝이 없으며, 처음과 끝이 펼쳐지는 영역이요 이것과 저것을 분간하기 어려운 근원이다. 따라서 자기 집안의 왕에 빗대어 셋으로 나누었다가 하나로 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 왕은 공겁의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기 그 오묘함을 호령해 하늘과 땅을 건립하고 결국은 만물을 화육하는 존자이다. 그들은 한 마음에 뜻을 같이하여 여러 방향으로 얼굴을 가지런히 하고는 하나를 묵묵히 운용하면서 함께 셋을 밝히고, 셋에 밝게 응하면서 함께 하나에 고요하다. 같은 마음으로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으로 서로를 찾아 바르지 못한 생각이 하나도 없고 밝지 못한 일이 하나도 없으면, 셋을 화합하여 하나로 안정시킴에 이른 것이라 하겠다. 이런 까닭에 성품은 하나이지만 왕이 셋이고, 본체는 하나이지만 지위가 셋이고, 작용은 하나이지만 구슬이 셋이고, 정사는 하나이지만 신하가 셋이고, 다스림은 하나이지만 도적이 셋인 것이다. 왜 그런가?
세 왕이란 첫째 대통묘공왕大通妙空王이니, 본체인 비밀궁秘密宮 가운데의 존귀한 사람을 말한다. 둘째는 공감대명왕空鑒大明王이니, 작용인 비담궁秘湛宮 가운데의 존귀한 사람을 말한다. 셋째는 공명총통왕空明摠統王이니, 원만함인 비융궁秘融宮 가운데의 존귀한 사람을 말한다. 세 지위란 첫째 비밀궁의 존귀한 지위이니, 대통묘공왕께서 직접 앉는 자리를 말한다. 둘째는 비담궁 가운데의 존귀한 지위이니, 공감대명왕께서 직접 앉는 자리를 말한다. 셋째는 비융궁 가운데의 존귀한 지위이니, 공명총통왕께서 직접 앉는 자리를 말한다. 세 구슬이란 첫째 큰 침묵의 보배 구슬(大默寶珠)이니, 대통묘공왕의 법신 지혜를 말한다. 둘째는 큰 광명 구슬(大光明珠)이니, 공감대명왕의 반야 지혜를 말한다. 셋째는 원융한 지혜 구슬(圓融智珠)이니,

009_0452_c_01L自家三王長鍊三珠格

009_0452_c_02L
夫三王者大性之一而分乎異體之三
009_0452_c_03L而合於同體之一理也一者玄黃未分
009_0452_c_04L大性太一之本本元妙故該天地而無
009_0452_c_05L貫古今而無終示期始終之域難分
009_0452_c_06L彼此之源故取比自家之王而分三合
009_0452_c_07L一者也是以三王自空劫之初至于
009_0452_c_08L今日各令其妙建天立地送爲萬化
009_0452_c_09L之尊同志於一心齊面於多方嘿運
009_0452_c_10L於一而偕明三明應於三而偕靜於一
009_0452_c_11L同心相應同氣相求無一念之不正
009_0452_c_12L無一事之不明可以至於和三㝎一焉
009_0452_c_13L是故一性而王三一體而位三一用而
009_0452_c_14L珠三一政而臣三一治而賊三何則
009_0452_c_15L王三者一大妙通空王 [13] 謂秘密體中之
009_0452_c_16L尊貴人也二空鑒大明王謂秘湛用中
009_0452_c_17L之尊貴人也三空明摠統王謂秘融圓
009_0452_c_18L中之尊貴人也位三者一秘密中尊貴
009_0452_c_19L謂大通妙空王之體座也二秘湛中
009_0452_c_20L尊貴位謂空鑒大明王之體座也三秘
009_0452_c_21L融中之尊貴位謂空明摠統王之體座
009_0452_c_22L珠三者一大默寶珠謂大通妙空
009_0452_c_23L王之法身智也二大光明珠謂空鑒大
009_0452_c_24L明王之般若智也三圓融智珠謂空明

009_0453_a_01L공명총통왕의 해탈 지혜를 말한다. 세 신하란 첫째 적정안심현寂靜安心賢이니, 대통묘공왕의 본체에 감응하는 신神이다. 둘째는 소명지조현昭明智照賢이니, 공감대명왕의 작용에 감응하는 신이다. 셋째는 정명불이현靜明不二賢이니, 공명총통왕의 중도에 감응하는 신이다. 세 도적이란 첫째 대혼암적귀大昏暗賊鬼이니,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을 겁탈하는 도적이다. 둘째는 다상백적귀多想白賊鬼이니, 큰 광명 구슬을 겁탈하는 도적이다. 셋째는 양계쌍탈귀兩界雙奪鬼이니, 원융한 지혜 구슬을 겁탈하는 도적이다.따라서 지위란 지극히 오묘한 큰 성품의 으뜸이요 기반인 까닭에 본체의 으뜸, 작용의 으뜸, 중도의 으뜸으로 구분한다. 왕이란 지극히 존귀한 큰 성인의 참된 주인인 까닭에 본체의 몸, 작용의 몸, 중도의 몸으로 구분한다. 구슬이란 지극한 으뜸인 큰 성품의 참된 으뜸인 까닭에 본체의 밝음, 작용의 밝음, 중도의 밝음으로 구분한다. 신하란 지극히 화육하는 큰 성품의 기연에 대한 감응인 까닭에 본체의 감응, 작용의 감응, 중도의 감응으로 구분한다. 도적이란 큰 성품을 혼란스럽게 하는 도적인 까닭에 본체의 분실, 작용의 분실, 중도의 분실로 구분한다.
만약 최고로 밝고 극도로 존귀한 참사람이 존귀한 참 지위에 항상 거처한다면, 세 신하가 존귀한 지위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임금과 신하 사이에 삼매가 완연하며, 세 구슬 주위에서 세 도적을 모두 부리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하나의 성품이 항상 견고하리니, 이를 세 구슬을 길이 연마하여 세 도적에게 약탈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겠다. 한 성품의 세 가지 다스림을 여기에 상세히 밝히겠다.
1) 제1위의 닦음과 다스림
대통묘공왕은 공여래장空如來藏의 비밀궁秘密宮에 그 지위를 두고는 법계를 포괄하고 해와 달을 머금는다. 그런 후에 비담궁의 으뜸이 또렷또렷한 땅으로 돌아가

009_0453_a_01L摠統王之解脫智也臣三者一寂靜安
009_0453_a_02L心賢謂大通妙空王之體應神也二昭
009_0453_a_03L明智昭賢謂空鑑大明王之用應神也
009_0453_a_04L三靜明不二賢謂空明摠統王之中應
009_0453_a_05L神也賊三者一大昏暗賊鬼謂大默寶
009_0453_a_06L珠之劫賊也二多想白賊鬼謂大光明
009_0453_a_07L珠之劫賊也三兩界雙奪鬼謂圓融智
009_0453_a_08L珠之劫賊也故位者大性至妙之元基
009_0453_a_09L體元用元中元之分也王者大聖
009_0453_a_10L至尊之眞主故體身用身中身之分也
009_0453_a_11L珠者大性至元之眞元故體明用明中
009_0453_a_12L明之分也臣者大性至化之機應故
009_0453_a_13L體應用應中應之分也賊者大性昏亂
009_0453_a_14L之䖥賊故體失用失中失之分也若夫
009_0453_a_15L最明極尊貴之眞人常居尊貴之眞位
009_0453_a_16L則三臣不離於貴位之側三昧宛然於
009_0453_a_17L君臣之際三賊俱役於三珠之畔一性
009_0453_a_18L恒固於死生之間此可謂長鍊三珠
009_0453_a_19L被三賊之所傷奪也一性五 [14] 於是乎
009_0453_a_20L詳矣

009_0453_a_21L

009_0453_a_22L第一位修治

009_0453_a_23L
大通妙空王居位於空如來藏秘密宮
009_0453_a_24L包括法界含容日月然後廻于秘

009_0453_b_01L적정안심현을 마주하고 성품에 묵묵히 계합하여 고요히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 고요한 오묘함이 원만히 응결해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을 이루고, 쌍차雙遮가 나타났을 때의 밝음을 은밀히 배양하여 그 빛이 공계空界를 꿰뚫는다. 그러면 이에 적정안심현이 왕에게 알리고 그 구슬을 보여 드린다. 이 구슬이 무명의 영역에서 크게 밝으면 그 가운데 머물던 대혼암적귀가 예전에 없던 것을 보고는 그 구슬을 빼앗으려 하고, 망령되게도 가보라 여기고는 빛을 쫓아서 찾아와 잠시의 짬도 없이 틈을 노린다. 따라서 임금과 신하가 한 순간이라도 그 구슬을 망각하면, 그 도적이 몰래 구슬을 훔쳐 캄캄한 어둠의 세계(幽暗世界)로 돌아가 그 구슬을 사용하면서 기뻐한다. 그 주인이 혼미함 속에서 구슬을 잃어버리고도 알아차리지 못할 때, 공감대명왕과 공명총통왕이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는 경악하며 일어나 그 임금을 구제하고자 같은 마음으로 같이 의논하고 묵묵히 현명한 신하들을 생각한다. 그러면 정명불이현이 그 기연에 몰래 감응하여 남쪽으로 돌아 묵묵히 서고, 소명지조현은 곧 그 뜻을 알아차려 직접 도적의 소굴로 진격해 그 구슬을 다시 빼앗아 곧 불공여래장의 마음의 물로 재차 그것을 세척하여 왕의 처소에 다시 바친다. 그때서야 왕은 새삼 그 사실을 깨닫고 도적을 잡아 엄히 다스리며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는다.
2) 제2위의 닦음과 다스림
공감대명왕은 불공여래장不空如來藏의 비담궁秘湛宮에 그 지위를 두고는 법계에 도장을 찍어 해와 달을 환히 드러낸다. 그런 후에 비밀궁의 원래 묵묵한 땅으로 돌아가 소명지조현을 마주하고 마음에 밝게 계합하여 맑고 허허롭게 비춘다. 그러면 맑은 오묘함이 원만히 응결하여 큰 광명 구슬을 이루고, 쌍조雙照가 드러났을 때의 고요함을 훤히 일으켜 색계色界를 두루 비춘다. 그러면 이에 소명지조현이 왕에게 알리고 그 구슬을 밝힌다.

009_0453_b_01L湛元的的地對寂靜安心賢默契於性
009_0453_b_02L而寂然不動則寂妙圓凝成大默寶珠
009_0453_b_03L隱養於雙遮現中之明而光通空界
009_0453_b_04L於是寂靜安心賢告于王而現其珠
009_0453_b_05L珠大明於無明之域則其中所在大昏
009_0453_b_06L暗賊鬼見未曾有欲奪是珠妄爲家寶
009_0453_b_07L尋光而至窺伺不已之極君臣雖一瞬
009_0453_b_08L之頃昏忘其珠則其賊晦然奪珠
009_0453_b_09L於幽暗世界用珠歡喜其主昏失
009_0453_b_10L知之時空鑑大明王空明捴統王
009_0453_b_11L彼大默寶珠之失驚愕而起欲濟其君
009_0453_b_12L同心同議默然懷賢則靜明不二賢
009_0453_b_13L暗應其機廻南面默立昭明智照賢
009_0453_b_14L便知其意親進賊所還奪彼珠即以
009_0453_b_15L不空如來藏之心水更復洗之還呈王
009_0453_b_16L王復醒悟捉賊驚勅更不失焉

009_0453_b_17L

009_0453_b_18L第二位修治

009_0453_b_19L
空鑑大明王居位於不空如來藏秘湛
009_0453_b_20L [15] 印出法界開朗日月然後廻于
009_0453_b_21L秘密元默默地對昭明智照賢明契於
009_0453_b_22L而湛然虛鑒則湛妙圓凝成大光
009_0453_b_23L明珠發瑩於雙照現中之靜而遍照色
009_0453_b_24L則於是照 [16] 明智照矣 [17] 告于王而明其

009_0453_c_01L이 구슬이 반연 위에서 크게 비추면 그 가운데 머물던 다상백적귀가 예전에 없던 것을 보고는 그 구슬을 빼앗으려 하고, 망령되게도 가보라 여기고는 빛을 쫓아서 찾아와 잠시의 짬도 없이 틈을 노린다. 따라서 임금과 신하가 혹여 한 호흡 간이라도 잡된 생각을 해 그 구슬을 망각하면, 그 도적은 순식간에 구슬을 훔쳐 망령된 환상의 세계(幻妄世界)로 돌아가 그 구슬을 사용하면서 기뻐한다. 그 주인이 반연 속에서 구슬을 잃어버리고도 알아차리지 못할 때, 대통묘공왕과 공명총통왕이 큰 광명 구슬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는 경악하며 일어나 그 임금을 구제하고자 같은 마음으로 같이 의논하고 또렷하게 현명한 신하들을 생각한다. 그러면 정명불이현이 그 기연에 분명하게 감응하여 북쪽으로 돌아보며 눈을 부릅뜨고, 적정안심현은 곧 그 뜻을 알아차려 직접 도적의 소굴로 진격해 그 구슬을 다시 빼앗아 공여래장의 성품의 물로 재차 그것을 세척하여 왕의 처소에 다시 바친다. 그때서야 왕은 새삼 그 사실을 깨닫고 도적을 잡아 엄히 다스리며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는다.
3) 제3위의 닦음과 다스림
공명총통왕은 공불공비공비불공여래장空不空非空非不空如來藏의 비융궁秘融宮에 그 지위를 두고는 두 지위를 모두 합해 하나의 중도에 원만히 융합한다. 그런 후에 비밀스럽고 아득한 원래 허허로운 땅으로 돌아가 정명불이현을 마주하고 중도에 원융하게 계합하여 맑음과 고요함이 둘이 아니게 된다. 그러면 두 가지 오묘함이 원만히 응결하여 원융한 지혜 구슬을 이루고, 부정과 비춤이 동시인 중도의 극치를 나란히 밝혀 공계와 색계를 꿰뚫어 비춘다. 그러면 이에 정명불이현이 왕에게 알리고 그 구슬을 드러낸다. 이 구슬이 두 세계의 어둠과 밝음의 영역을 크게 비추면 그 가운데 머물던 양계쌍탈귀가 예전에 없던 것을 보고는 그 구슬을 빼앗으려 하고, 망령되게도 가보라 여기고는 빛을 쫓아서 찾아와 잠시의 짬도 없이 틈을 노린다.

009_0453_c_01L斯珠也大照於攀緣之上則其中
009_0453_c_02L所在多想白賊鬼見未曾有欲奪是珠
009_0453_c_03L妄爲家寶尋光而至窺伺不已之極
009_0453_c_04L君臣雖或一息之頃雜想忘珠則其賊
009_0453_c_05L俄然奪珠歸於幻妄世界用珠歡喜
009_0453_c_06L其主緣失不知之際大通妙空王
009_0453_c_07L明捴統王知大光明珠之失驚愕而
009_0453_c_08L欲濟其君同心同議的然思賢
009_0453_c_09L則靜明不二賢明應其機顧北面而
009_0453_c_10L豁目寂靜安心賢便知是我 [18] 親進賊
009_0453_c_11L還奪彼珠即以空王如來藏之性水
009_0453_c_12L更復洗之還呈王所王復醒悟捉賊
009_0453_c_13L驚勅更不失焉

009_0453_c_14L

009_0453_c_15L第三位修治

009_0453_c_16L
空明捴統王居位於空不空非空非不
009_0453_c_17L空如來 [19] 秘融宮中該合二位圓融一中
009_0453_c_18L然後廻于秘玄元虛虛地對靜明不二
009_0453_c_19L融契於中而湛寂不二則二妙圓凝
009_0453_c_20L成圓融智珠兼明於遮照同中之極
009_0453_c_21L洞照空色則於是靜明不二賢告于王
009_0453_c_22L而發其珠斯珠大照於兩界昏明之域
009_0453_c_23L則其中所在兩界雙奪鬼見未曾有
009_0453_c_24L奪是珠妄爲家寶尋光而至窺伺不已

009_0454_a_01L따라서 임금과 신하가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라도 양쪽을 잃고 구슬을 망각하면, 그 도적은 순식간에 구슬을 훔쳐 밝음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세계(非明非暗世界)로 돌아가 그 구슬을 사용하면서 기뻐한다. 그 주인이 양쪽을 잃고도 알아차리지 못할 때, 대통묘공왕과 공감대명왕이 원융한 지혜 구슬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는 경악하며 일어나 그 임금을 구제하고자 같은 마음으로 같이 의논하고 가지런히 현명한 신하들을 생각한다. 그러면 적정안심현이 그 기연에 남몰래 감응하여 중앙으로 돌아 우뚝 서고, 소명지조현은 곧 그 뜻을 알아차려 직접 도적의 소굴로 진격해 그 구슬을 다시 빼앗아 공불공여래장의 믿음의 물로 재차 그것을 세척하여 왕의 처소에 다시 바친다. 그때서야 왕은 새삼 그 사실을 깨닫고 도적을 잡아 엄히 다스리며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는다.
세 지위는 서로를 비추고 서로 응한다[여기에 네 가지가 있다]
1) 세 왕은 서로 응한다
대통묘공왕이 공감대명왕과 마주해 공명총통왕에게 읍을 하면 세 현신賢臣이 축하하며 북쪽에 모인다. 그리하여 비밀스럽고 은밀한 둥근 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비가 그치며, 또한 이에 사해가 화평해진다. 공감대명왕이 대통묘공왕과 마주해 공명총통왕에게 읍을 하면 세 현신이 축하하며 남쪽에 모인다. 그리하여 비밀스럽고 맑은 세계에 바다가 맑아지고 허공이 투명해지며, 또한 이에 온 나라가 밝아진다. 공명총통왕이 공감대명왕과 마주해 대통묘공왕에게 읍을 하면 세 현신이 축하하며 중앙에 모인다. 그리하여 비밀스럽고 융합하며 원만한 집에는 소리가 없게 되고 냄새도 없게 되며, 또한 이에 온 천하에 도가 다하게 된다.
2) 세 구슬은 서로를 비춘다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이 큰 광명 구슬로 말미암아 고요한 빛을 통달하면, 이는 고요함에 거처하면서 비추는 것이기 때문에 혼미한 어리석음이 드러나지 않고 법신의 지혜가 항상 청정하게 된다. 큰 광명 구슬이 큰 침묵의 보배 구슬로 말미암아 밝은 빛을 꿰뚫어 비추면, 이는 비춤에 거처하면서 고요한 것이기 때문에 연려가 일어나지 않고 반야의 지혜가 항상 밝게 된다.

009_0454_a_01L之極君臣雖或一彈指頃兩失忘珠
009_0454_a_02L其賊遽然奪珠歸於非明非暗世界
009_0454_a_03L珠歡喜其主兩失不知之時大通妙
009_0454_a_04L空王空鑒大明王知彼圓融智珠之失
009_0454_a_05L驚愕而起欲濟其君同心同議齊然
009_0454_a_06L思賢則寂靜安心賢潜應其機廻中
009_0454_a_07L面而特立昭明智照賢便知是意
009_0454_a_08L進賊所還奪彼珠即以空不空如來
009_0454_a_09L藏之信水更復洗之還呈其所王復
009_0454_a_10L醒悟捉賊驚勅更不失焉

009_0454_a_11L

009_0454_a_12L三位互照互應四一三王互應

009_0454_a_13L
大通妙空王對空鑒而揖摠統則三賢
009_0454_a_14L慶會於北而秘密圓天雲收雨霽亦乃
009_0454_a_15L四海和平空鑒大明王對大通而揖摠
009_0454_a_16L即三賢慶會於南而祕湛刹界海湛
009_0454_a_17L空澄亦乃萬國欲明空明摠統王
009_0454_a_18L空鑒而揖大通即三賢慶會於中而祕
009_0454_a_19L融圓家無聲無臭亦乃天下盡道

009_0454_a_20L二三珠互照

009_0454_a_21L
大默寶珠由大光明珠通達寂光
009_0454_a_22L居寂而照故昏愚不露而法身之智恒
009_0454_a_23L大光明珠由大默寶珠洞照明光
009_0454_a_24L此居照而寂故緣慮不起而般若之智

009_0454_b_01L원융한 지혜 구슬이 두 구슬로 말미암아 원융한 빛을 크게 비추면, 이는 고요함과 비춤이 함께 밝아진 것이기 때문에 혼미함과 연려 두 가지를 잊고 해탈의 지혜가 항상 원만하게 된다.
3) 세 현신은 서로 응한다
큰 어둠 속에서 소명지조현이 적정안심현과 마주해 어둠을 지적하면 캄캄한 거리에서도 밝고 밝으면서 맑고 고요하다. 수많은 차별 속에서 적정안심현이 소명지조현과 마주해 산란함을 가리키면 반연하더라도 고요하고 고요하면서도 스스로 밝다. 두 세계 중간에서 정명불이현이 두 현신과 마주하기를 지극히 하면 두 가지를 잃어버린 곳에서도 가지런하고 가지런하면서도 원만히 성취된다.
4) 세 지위의 융통[여기에 세 가지가 있다]
(1) 이치로 모아 융통하다
대개 그 임금과 신하는 그 도가 합하고, 구슬과 도적은 그 도가 같으며, 본체와 작용은 한 근원이고, 만물과 나는 사이가 없다. 따라서 두두물물이 다 이 마음의 온전한 본체요, 모든 일이 다 내 집안의 오묘한 작용이 된다. 이미 여기에 도달했을 때, 침묵하면 모든 문이 공왕의 도장을 서로 전하고, 말하면 모든 만물이 노사나불의 법륜을 서로 전하며, 운용하면 걸음마다 원래 이것이 참된 종지요, 굽어보고 우러러보면 눈길 부딪치는 곳마다 도량 아닌 곳이 없다. 집어 들면 뜬구름 말끔히 쓸어버림에 천리가 조용하고 고금과 시방허공에 하늘은 한 모양이요, 내려놓으면 수레바퀴 같은 밝은 달 맑은 못에 떨어짐에 하늘 위도 하늘 아래도 하나의 광명이로다. 움직여 사용하면 온 세계에서 걸음마다 사자처럼 포효하여 삿된 마군과 외도들이 모조리 귀의하고 항복하며, 고요히 정지하면 여여하여 움직이지 않아도 온 법계를 편력하고 육근·기세계·나·남이 모조리 공으로 돌아간다. 이 이치를 알아차려 융통했을 때, 석녀는 세 아들을 낳아 둘은 옆구리에 끼고 하나는 안고서 꼭대기를 활보하고 아이를 희롱하면서 춤을 춘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大通觀南嘿    대통묘공왕이 남쪽을 보며 침묵하고
空鑒見北諻    공감대명왕이 북쪽을 보며 말하고
捴統對二君    공명총통왕이 두 임금과 마주하면
三賢盡忠誠    세 현신이 충성을 다한다

009_0454_b_01L常明圓融智珠由二珠而大照融光
009_0454_b_02L此寂照兼明故昏慮兩忘而解脫之智
009_0454_b_03L恒圓

009_0454_b_04L三三賢互應

009_0454_b_05L
大昏中昭明智 [20] 對安心而措 [21] 即昏
009_0454_b_06L衢裡昭昭湛寂多摠上寂靜安心賢
009_0454_b_07L對昭明而措 [22] 即攀緣上靜靜自明
009_0454_b_08L兩界中不二賢對二賢而至即兩失處
009_0454_b_09L齊齊圓成

009_0454_b_10L四三位融通三一理會融通

009_0454_b_11L
盖其君臣道合珠賊道同體用一源
009_0454_b_12L我無間頭頭盡一心之全體津津 [23]
009_0454_b_13L爲自家之妙用旣到這裡嘿即門門相
009_0454_b_14L授空王之印傳語則物物相傳舍那之
009_0454_b_15L法輪運用則步步元是眞宗俯仰則觸
009_0454_b_16L目無非道場提起則浮雲掃蕩千里靜
009_0454_b_17L古今十虛天一樣放下則一輪明月落
009_0454_b_18L澄潭上天下天一光明動用即刹刹步
009_0454_b_19L步獅子吼邪魔外道盡歸降寂靜即如
009_0454_b_20L如不動遍法界根器自他盡屬空此理
009_0454_b_21L會底融通裡石女三生子兩脇一包
009_0454_b_22L濶步竿頭弄兒舞頌曰

009_0454_b_23L大通觀南嘿空鑒見北諻

009_0454_b_24L捴統對二君三賢盡忠誠

009_0454_c_01L君臣道合地    임금과 신하의 도가 합한 경지에
三珠自圓明    세 구슬이 스스로 원만하고 밝나니
夜來嘿珠暎    밤이 오면 침묵의 구슬이 빛나고
晝到明珠淸    낮이 오면 밝음의 구슬이 맑도다
晝夜無昏亂    밤낮으로 어둠과 산란이 없는데
鬼賊來何程    귀신과 도적이 어느 길로 올까
家家堆三玉    집집마다 수북이 쌓인 옥이요
處處光明結    곳곳마다 광명이 맺히나니
物物賴於光    두두물물이 이 빛에 힘입어
年年興化育    해마다 무럭무럭 자라나고
人人發於業    사람마다 업을 일으켜
世世中心得    세세생생 마음에서 얻는다
神哉無價寶    신통하구나,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여
動用常具足    작용하는 곳마다 항상 구족하나니
上通天圓上    위로는 둥근 하늘 그 위까지 통하고
下串地方極    아래로는 네모난 땅 끝까지 꿰뚫네
貫古無舊面    옛날을 꿰뚫음에 아는 얼굴 없고
通今絶新容    현재를 통달함에 새로운 얼굴도 없나니
光凝懸日月    빛을 응결시켜 해와 달로 매달아 놓고
氣散振雷風    기운을 흩어 우레와 바람을 떨친다
鳶飛魚躍水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구나
俯仰自照明    굽어보건 우러러보건 스스로 밝게 비추나니
靜極天地隨    고요함이 극치에 이름에 하늘과 땅이 따르고
動裂山河傾    움직여 무너뜨림에 산과 강이 기우는구나
放之含十虛    놓아주면 시방허공을 머금고
收之不容情    거둬들이면 인정을 용납하지 않나니
求見難覩面    보고자 해도 그 얼굴 뵙기 어렵지만
不擧自圓成    거론하지 않으면 스스로 원만히 성취하네
欲治邪涉入    다스리려고 하면 삿됨이 배어들고
求收有爲功    거두려고 하는 것은 유위의 공력
不思恒安樂    생각하지 않아야 항상 안락하고
無修自圓通    닦음이 없어야 저절로 원만히 통하리라
是乃三珠治    이것이 바로 세 구슬을 다스리는 것이요
君臣用無窮    임금과 신하의 작용이 끝이 없는 것이라
勇國皆是事    용맹한 국가마다 모두 이 일에 힘쓰고
處處人皆共    곳곳마다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네
賊亂後三十年後  도적의 난리 후 삼십 년이 지나
三王一時忘三珠  세 왕이 동시에 세 구슬을 잊어버렸지만
於後入夢人事盡  그 뒤 꿈속에 들어가 사람이 할 일을 다하자
頭頭盡是空王都  두두물물이 모조리 공왕의 도읍이로다
沒後荒凉千古跡  임 가신 후 천고의 자취 황량해졌지만
誰知空破月明孤  누가 알랴, 허공마저 부서진 자리에 오롯이 밝은 달님
月落陽明明暗泯  달 지고 날 새자 밝음과 어둠 사라지고
天地山川盡空無  하늘과 땅, 산과 시내가 모조리 공이고 무로다
盡空無處春風起  모조리 공이고 무인 곳에 봄바람 일어나니
花開東畔露紫珠  꽃 핀 동쪽 언덕엔 이슬마다 자줏빛 구슬

(2) 도표로 모아 융통하다[여기에 네 가지가 있다]

① 근원을 표시해 오묘함을 천명하다

009_0454_c_01L君臣道合地三珠自圓明

009_0454_c_02L夜來嘿珠暎晝到明珠淸

009_0454_c_03L晝夜無昏亂鬼賊來何程

009_0454_c_04L家家堆三玉處處光明結

009_0454_c_05L物物賴於光年年興化育

009_0454_c_06L人人發於業世世中心得

009_0454_c_07L神哉無價寶動用常具足

009_0454_c_08L上通天圓上下串地方極

009_0454_c_09L貫古無舊面通今絕新容

009_0454_c_10L光凝懸日月氣散振雷風

009_0454_c_11L鳶飛魚躍水俯仰自照明

009_0454_c_12L靜極天地隨動裂山河傾

009_0454_c_13L放之含十虛收之不容情

009_0454_c_14L求見難覩面不擧自圓成

009_0454_c_15L欲治邪涉入求收有爲功

009_0454_c_16L不思恒安樂無修自圓通

009_0454_c_17L是乃三珠治君臣用無窮

009_0454_c_18L勇國皆是事處處人皆共

009_0454_c_19L賊亂後三十年後三王一時忘三珠

009_0454_c_20L於後入夢人事盡頭頭盡是空王都

009_0454_c_21L沒後荒凉千古跡誰知空破月明孤

009_0454_c_22L月落陽明明暗泯天地山川盡空無

009_0454_c_23L盡空無處春風起花開東畔露些珠

009_0454_c_24L二圖會融通四一標原闡妙

009_0455_a_01L
≺무극천의 큰 성품을 나눠 가진 왕들의 도표≻
묵묵해 생각과 의논으로 헤아릴 수 없다. 비밀궁秘密宮 양쪽은 선정이고 가운데는 지혜인 형상 쌍차雙遮가 발현했을 때의 밝음 원만하고 원만해 어떤 비유도 미치지 못한다. 존귀한 지위 오묘한 성품의 원만한 고요 아득하고 아득하며 오묘한 본체의 거울대통묘공왕大通妙空王 고요하면서 항상 비추고 비추면서 항상 고요하다. 시방 허공을 포괄하면서 밖이 없기에 이를 대大라 한다. 미진겁微塵劫을 확연히 비추면서 안이 없기에 이를 통通이라 한다. 신령이 안팎으로 밝지만 헤아릴 수 없기에 이를 묘妙라 한다. 만법을 오묘하게 통달하여 차별상差別相을 끊었기에 이를 공空이라 한다. 왕은 이런 네 가지 본체가 오묘하면서 지극히 고요하기에 이를 왕王이라 한다. 본체의 아득하고 아득한 오묘함은 밝아도 침묵하고 맑아도 침묵한다. 그래서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을 이룬다. 비밀궁 존귀한 지위의 주인인 대통묘공왕이 얻는 보배 비담궁秘湛宮 양쪽은 지혜이고 가운데는 선정인 형상 쌍조雙照가 발현했을 때의 고요함 존귀한 지위 오묘한 마음의 원만한 밝음아득하고 아득하며 밝은 작용의 거울51) 공감대명왕空鑑大明王 비추면서 항상 고요하고 고요하면서 항상 비춘다. 오묘한 공에서 유래하여 얻음이 없기에 이를 공空이라 한다. 공으로 꿰뚫어 크게 비추면서 밝고 원만하기에 이를 감鑑이라 한다. 거울이 비추는 천지의 크기는 헤아릴 수 없기에 이를 대大라 한다. 만물과 나를 모두 총합해 분명히 알기에 이를 명明이라 한다. 왕은 이런 네 가지 작용이 밝으면서 극심히 움직이기에 이를 왕王이라 한다. 작용의 아득하고 아득한 밝음은 밝아도 맑고 침묵해도 맑다. 그래서 큰 광명 구슬을 이룬다. 비담궁 존귀한 지위의 주인인 공감대명왕이 얻는 보배아득하고 아득하며 원만한 중도의 거울 비융궁秘融宮 공명총통왕空明摠統王 오묘한 공은 오묘함마저 없어 지극히 허허롭기에 이를 공空이라 한다. 큰 밝음은 밝음마저 없어 지극히 신령하기에 이를 명明이라 한다. 공과 밝음이 함께 사라져 하나로 합하기에 이를 총摠이라 한다. 모조리 하나의 이치이고 그림자가 없기에 이를 통統이라 한다. 왕은 이런 네 가지 중도가 융합해 지극히 원만하기에 이를 왕王이라 한다. 중도의 아득하고 아득한 원만함은 밝건 침묵하건 맑고 맑다. 그 맑은 침묵이 원융한 지혜 구슬52)을 이룬다. 비융궁 존귀한 지위의 주인인 공명총통왕이 얻는 보배 고요함과 비춤이 둘이 아닌 본체 부정과 비춤이 동시일 때의 원만함 고요함과 비춤이 둘이 아닌 작용 존귀한 지위 마음과 성품이 둘이 아닌 중도 고요함과 비춤이 둘이 아닌 중도 양쪽은 해탈이고 가운데는 고요한 비춤

009_0455_a_01L
無極天大性分王之圖會
009_0455_a_02L默默乎思議莫測秘密宮兩定中惠之象雙遮現中之明圓圓乎比況不及尊貴位妙性之圓寂體玄玄妙鑒大通妙空王寂而常照照而常寂包括十虛而無外謂之大廓照塵劫而無內謂之通神明內外而莫測謂之妙妙達萬法而絶相謂之空王四體妙而至靜謂之王體玄玄妙之明嘿湛嘿而成大默寶珠秘密宮尊貴位主大通妙空王所得之寶秘湛宮兩惠中定之象雙照現中之靜尊貴位妙心之圓明用玄玄妙 [24] 鑑 秘湛宮 尊貴位 空鑑大明王照而常寂寂而常照由乎妙空而無得謂之空空通大照而明圓謂之鑑鑑照天地而難量謂之大摠統物我而了知謂之明王四用明而至動謂之王用玄玄明之明湛默湛而成大光明珠秘湛宮尊貴位主空鑑大明王所得之寶 秘融宮兩解脫中寂照寂照不二之體遮照同中之圓寂照不二之體尊貴位心性不二之中寂照不二之中中玄玄圓鑑空明摠統王妙空亡妙而至虛謂之空大明亡明而至神謂之明空明俱泯而合一謂之摠摠盡一理而無影謂之統王四中融而至圓謂之王中玄玄圓之明默湛湛而湛默成圓明智珠秘融宮尊貴位主空明摠統王所得之寶 照而常寂寂而常照兩惠中定之象 雙照現中之靜 妙心之圓明中玄玄圓鑑 秘融宮 尊貴位 空明摠統王妙空亡妙而至虛謂之空大明亡明而至神謂之明空明俱泯而合一謂之摠摠盡一理而無影謂之統王四中融而至圓謂之王中玄玄圓之明默湛湛而湛默成圓明 [25] 智珠秘融宮尊貴位主空明摠統王所得之寶 寂照不二之體 遮照同中之圓 寂照不二之體 尊貴位 心性不二之中 寂照不二之中 兩解脫中寂照

009_0455_c_01L
② 비밀궁 주인의 교화
대통묘공왕의 본체가 가진 덕은 법신法身이고, 법신이 응하여 교화하는 것이 적정안심현이며, 임금과 신하가 정밀하고 밝은 것이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이고,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을 훔치는 도적이 대혼암적귀이며, 대혼암적귀가 거처하는 곳이 캄캄한 어둠의 세계이다. 이 캄캄한 어둠의 세계가 밝아지면 대혼암적귀가 저절로 사라지고, 대혼암적귀가 저절로 사라지면 적정안심현이 움직이지 않게 되고, 적정안심현이 움직이지 않으면 큰 침묵의 구슬이 저절로 밝아지고,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이 저절로 밝아지면 대통묘공왕이 지위에 안주하고, 대통묘공왕이 지위에 안주하면 큰 성품이 원만한 하늘에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이 다른 두 구슬을 머금어 홀로 원만해진다. 그 빛은 삼제三際53)를 통과하고 그 기운은 시방을 꿰뚫어 옛날이건 지금이건 항상 여여하고 늘 분명하기에 대통묘공왕이 이로 말미암아 천명을 온전히 수립한다.
큰 침묵의 보배 구슬 큰 성품 응연하여 항상 고요하고 아득하고 아득한 본체 오묘하고 밝나니 안팎을 포함해 비추면서 침묵한다. 실상반야實相般若진제眞諦 상을 없애 신령을 맑히는 관(泯相澄神觀) 지혜의 눈으로 진제를 비추는 관(惠眼照眞觀) 푸른 허공에서 양기를 통달하는 관(碧空通陽觀) 밝음과 원만함이란 말로 이해하지 않으면 큰 침묵이 저절로 원만히 이루어진다. 침묵이 마음과 경계를 포함해 본체가 맑다. 조사의 뜻(祖意) 단덕斷德54) 여여如如 쌍차雙遮 혜안惠眼 이지理智55) 큰 침묵의 보배 구슬 법신의 지혜인 공관空觀으로 통달하는 것. 만 가지 이치를 두루 통달한다. 지止 선정(定) 고요함(寂) 공空 오묘함(妙) 이치(理) 성품(性) 뜻(旨) 근본(本) 본체(體) 안주安住 인기引起 판사辦事 선정
③ 비담궁 주인의 교화
공감대명왕의 본체가 가진 덕은 보신報身이고, 보신이 응하여 교화하는 것이 소명지조현이며,

009_0455_c_01L二秘密宮主化

009_0455_c_02L
大通妙空王之體德法身法身之應化
009_0455_c_03L寂靜安心賢君臣之精明大默寶珠
009_0455_c_04L珠之䖥賊大昏暗賊鬼暗賊之所居幽
009_0455_c_05L暗世界此幽暗必明則暗賊自滅
009_0455_c_06L [26] 自滅則安心不動安心不動則默
009_0455_c_07L珠自明默珠自明則大通安位大通
009_0455_c_08L安位則大性圓天默珠含二珠而獨圓
009_0455_c_09L光通三際氣貫十方恒古如如長今
009_0455_c_10L的的大通由兹而立命焉

009_0455_c_11L大性凝常寂體玄玄妙明 包含內外而光默 實相般若眞體 [27] 泯相澄神觀 惠眼照眞觀 碧空通陽觀 明圓言不解大默自圓成 默含心境而體淸 祖意 斷德 如如 雙遮 惠眼 理智 大默寶珠 法身智空觀所通通徧萬理 止 定 寂 空 妙 理 性 旨 本 體 安住 引起 辦事 定

009_0455_c_12L三秘湛宮主化

009_0455_c_13L
空鑒大明王之體德報身報身之應化

009_0456_a_01L임금과 신하가 정밀하고 밝은 것이 큰 광명 구슬이고, 큰 광명 구슬을 훔치는 도적이 다상백적귀이며, 다상백적귀가 거처하는 곳이 망령된 환상의 세계이다. 이 망령된 환상의 세계가 텅 비면 다상백적귀가 저절로 사라지고, 다상백적귀가 저절로 사라지면 소명지조현이 사념이 없게 되고, 소명지조현이 사념이 없으면 큰 광명 구슬이 저절로 원만해지고, 큰 광명 구슬이 저절로 원만하면 공감대명왕이 지위에 안주하고, 공감대명왕이 지위에 안주하면 큰 성품이 원만한 하늘에 큰 광명 구슬이 다른 두 구슬을 머금고 홀로 비춘다. 그 빛은 시방을 관통하고 그 교화는 온갖 기연에 두루 미쳐 옛날이건 지금이건 항상 밝고 사계절의 변화에도 항상 이어지기에 공감대명왕이 이로 말미암아 천명을 온전히 수립한다.
큰 광명 구슬 큰 성품은 항상 맑고 아득하고 아득한 작용 밝고 원만하나니 크게 안팎을 포함해 빛을 발한다. 관조반야觀照般若 속제俗諦 환법을 일으켜 번뇌를 없애는 관(起幻消塵觀) 법안으로 속제를 비추는 관(法眼照俗觀) 한낮에 양기를 잊는 관(白日忘陽觀) 원만하고 편재한 광명이 걸림 없으면 큰 밝음이 확연히 천지를 비춘다. 마음과 경계를 빛이 통달해 작용이 밝다. 부처의 뜻(佛意) 지덕智德56) 원만하고 원만함(圓圓) 쌍조雙照 양지量智57) 법안法眼 큰 광명 구슬 반야의 지혜인 가관假觀으로 비추는 것. 만 가지 현상을 비추어 분별한다. 관觀 지혜(慧) 비춤(照) 있음(有) 신령함(神) 형상(事) 마음(心) 주장(宗) 지말(末) 작용(用)
④ 비융궁 주인의 교화
공명총통왕의 본체가 가진 덕은 화신化身이고, 화신이 응하는 신령함이 정명불이현이며, 임금과 신하가 정밀하고 밝은 것이 원융한 지혜 구슬이고, 원융한 지혜 구슬을 훔치는 도적이 양계쌍탈귀이며, 양계쌍탈귀가 거처하는 곳이 밝음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세계이다.

009_0456_a_01L昭明智照賢君臣之精明大光明珠
009_0456_a_02L珠之䖥賊多想白賊鬼白賊之所居幻
009_0456_a_03L妄世界此幻妄必空則白賊自滅
009_0456_a_04L賊自滅則智照無思智照無思則明珠
009_0456_a_05L自圓明珠自圓則空鑒安位空鑒安位
009_0456_a_06L則大性圓天明珠含一珠而獨照光通
009_0456_a_07L十方化徧萬機古今長明四時恒然
009_0456_a_08L空鑒因此而立命焉

009_0456_a_09L大性常湛然用玄玄明圓大包內外而發光 觀照般若 俗諦 起幻消塵觀 法眼照俗觀 白日忘陽觀 圓徧光不碍大明廓照天 光通心境而用明 佛意 智德 圓圓 雙照 量智 法眼 大光明珠 般若智假觀所照照了萬事 觀 慧 照 有 神 事 心 宗 末 明 [28]
009_0456_a_10L

009_0456_a_11L四秘融宮主化

009_0456_a_12L
空明摠統王之體德化身化身之應神
009_0456_a_13L靜明不二賢君臣之精明圓融智珠
009_0456_a_14L珠之䖥賊兩界雙奪鬼雙奪之所居

009_0456_b_01L이 세계가 텅 비고 고요하면 양계쌍탈귀가 저절로 사라지고, 양계쌍탈귀가 저절로 사라지면 정명불이현이 빈틈이 없게 되고, 정명불이현이 빈틈이 없으면 원융한 지혜 구슬이 항상 원만해지고, 원융한 지혜 구슬이 항상 원만하면 공명총통왕이 지위에 안주하고, 공명총통왕이 지위에 안주하면 큰 성품이 원만한 하늘에 원융한 지혜 구슬이 다른 두 구슬을 머금고 홀로 드러난다. 그 빛은 시방을 머금고 삼제를 환히 꿰뚫어 생사에 불변하며 고금에 여여하고 원만하기에 공명총통왕이 이로 말미암아 천명을 온전히 수립한다.
원융한 지혜 구슬 큰 성품은 항상 고요하고 탁 트여 그 중도 시방을 포괄하나니 사방을 원만히 꿰뚫고 그 빛이 융합한다. 문자반야文字般若 제일의제第一義諦 상대를 끊은 신령한 마음의 관(絶對靈心觀) 부처의 눈으로 중도제일의제를 비추는 관(佛眼照中觀) 꿈속 풍경으로 보는 나가58)의 관(那伽夢光觀) 시방이 응연하고 하늘과 땅이 고요하면 원융한 하나의 빛이 밝게 드러난다. 마음과 경계를 원만히 통달해 중도가 밝다. 단덕과 지덕을 구족 여여함과 원만함을 구족 쌍차와 쌍조를 구족 이지와 양지를 구족 불안佛眼 원융한 지혜 구슬 해탈의 지혜인 중관中觀으로 포섭하는 것. 일체를 포섭해 빛난다. 지와 관이 둘이 아님. 선정과 지혜가 둘이 아님. 고요함과 비춤이 둘이 아님. 없음과 있음이 둘이 아님. 오묘함과 신령함이 둘이 아님. 이치와 현상이 둘이 아님. 마음과 성품이 둘이 아님. 주장과 뜻이 둘이 아님. 근본과 지말이 둘이 아님. 본체와 작용이 둘이 아님. 부처와 조사가 둘이 아님.
(3) 모두 모아 융통하다
큰 성품인 하나의 원만함에 세 왕이 모두 모이면 하나의 원만함이 세 개의 아득하고 비밀스러운 궁전을 머금어

009_0456_b_01L明非暗世界此界空寂則雙奪自滅
009_0456_b_02L奪自滅則不二無間不二無間則智珠
009_0456_b_03L恒圓智珠恒圓則摠統安位摠統安位
009_0456_b_04L則大恒圓天智珠含二珠而獨露光含
009_0456_b_05L十虛暎徹三際死生不變今古如圓
009_0456_b_06L摠統由是而立命焉

009_0456_b_07L大性恒寥廓中玄該十方 圓徹十方而光融 文字般若 第一義諦 絶對靈心觀 佛眼照中觀 那伽夢光觀 方凝乾坤靜圓融一光彰 融通心境而中明 斷智 如圓 遮照 理量 佛眼 圓融智珠 解脫智中觀所攝攝煥一切 止觀不二 定惠不二 寂照不二 空有不二 妙神不二 理事不二 心性不二 宗旨不二 本末不二 體用不二 佛祖不二
009_0456_b_08L

009_0456_b_09L三捴會融通

009_0456_b_10L
三王捴會大性之一圓一圓含三玄之

009_0456_c_01L문도 없고 창도 없고 소리와 냄새마저 끊어지며, 형체도 없고 그림자도 없고 보위마저 텅 빈다. 이와 같은 경지가 되면 하나의 원만함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 하나라고 한 그 하나는 헤아림이나 의논으로 측량할 수가 없다. 또한 원만함이란 그 열다섯 가지59)를 모두 모아 융합하기도 하고 통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달하면 하나의 성품에 삼매가 완연하다. 따라서 큰 침묵의 보배 구슬은 그 빛이 안팎을 머금고 본체가 밝아져 대원경지大圓鏡智를 이루며, 큰 광명 구슬은 그 빛이 시방에 편재하고 작용이 원만해져 평등성지平等性智를 이루며, 원융한 지혜 구슬은 그 빛이 일체를 포괄하여 성소작지成所作智를 이루며, 세 구슬이 서로 다르지 않음은 만물과 나를 모두 밝히고 투철히 분별하여 묘관찰지妙觀察智를 이루고는 세 곳에 두루 원만하다.
이를 융합하면 세 구슬이 하나의 성품으로 회귀한다. 따라서 하나의 성품을 셋으로 나눈 뜻을 저 해·달·허공의 밝음과 어둠에 비유하면, 해와 달이 비록 허공을 의지해 밝음을 일으키지만 허공은 일찍이 밝아진 적이 없고 해와 달이 비록 허공을 의지해 어둠을 일으키지만 허공은 일찍이 어두워진 적이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참된 공의 오묘한 성품은 밝음과 어둠을 따르지 않지만 스스로 일어난 본래 광명이 중생의 마음을 따라 밝음과 어둠으로 흩어져 만물로 하여금 각기 오묘한 작용을 성취하게 하나니, 결국은 하나의 성품을 함양한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두를 모아 융통하는 큰 단서이다. 사람마다 모두가 이 도를 증득한다면 큰 성품의 원만함 가운데서 더불어 상주할 수 있으리라.
순당純堂 두 글자의 격식
이미 입실했다면 오묘한 성품의 참된 본체가 순수하고 순수해 잡됨이 없을 것이고, 또 능히 당에 올랐다면 본래 마음의 원만한 작용이 당당하게 홀로 비추리라. 혹 본체와 함께하여 선정에 들면, 왼쪽으로 돌아 북쪽으로 공여래장을 마주하고 큰 침묵의 궁전에서 성품이 하나의 원만함에 합하여 고요히 요동하지 않으리니, 이를 순純이라 한다.

009_0456_c_01L秘宮無門無戶聲臭絕焉無形無影
009_0456_c_02L寶位空焉當如是地非有一圓一之
009_0456_c_03L所一擬議莫測圓者捴會五三而或
009_0456_c_04L融或通故通之則三昧宗然於一性
009_0456_c_05L大默寶珠光含內外而體明成大圓鏡
009_0456_c_06L大光明珠光徧十方而用圓成平等
009_0456_c_07L性智圓融智珠光該一切而成成所能 [29]
009_0456_c_08L三珠不二捴明物我而了徹成妙
009_0456_c_09L觀察智徧圓三處也融之則三珠會歸
009_0456_c_10L於一性故以一性三分之義比彼是月
009_0456_c_11L空之明暗則日月雖依空而發明虛空
009_0456_c_12L曾不明日月雖依空而發暗虛空未甞
009_0456_c_13L此乃眞空1) [1] 不隨明暗而自發
009_0456_c_14L本光隨罪生心 [30] 遂散明暗使萬機各
009_0456_c_15L成妙用終凾一性斯乃捴會融通之大
009_0456_c_16L端也人人皆證此道於大性圓中可與
009_0456_c_17L常住焉

009_0456_c_18L

009_0456_c_19L純堂二字格

009_0456_c_20L
旣能入室妙性之眞體純純無雜
009_0456_c_21L能升堂本心之圓用堂堂獨照或共
009_0456_c_22L體而入定則左旋廻于北面空如來藏
009_0456_c_23L大默宮中性合一圓而寂然不動
009_0456_c_24L「妶」疑「妙」{編}

009_0457_a_01L혹 작용과 함께하여 선정에서 나오면, 오른쪽으로 돌아 남쪽으로 불공여래장을 마주하고 큰 밝음의 궁전에서 지혜가 일체를 통달해 맑고 텅 빈 거울과 같으리니, 이를 당堂이라 한다.
밖으로 일체가 없어 깨끗함이 순순하게 응집된 상태에서 마음을 무위無爲로 돌려 열반의 선정으로 향하는 것을 순이라 하고, 마음과 경계가 함께 공해 안으로 얻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궁리하는 생각을 앉은 자리에서 잊어버리는 것을 당이라 하며, 성품과 지혜, 밝음과 공, 본체와 작용에 차이가 없는 것을 순당純堂이라 한다. 당은 곧 밝음을 향해 미혹하지 않는 것이고, 순은 곧 벽을 향해 하나에 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순당과 향벽向壁은 동일한 이치이다.
향벽向壁 두 글자의 격식
간艮60)은 흙(土)이고 빛(光)이다. 흙이 빛나는 것이 창(向)이고, 빛이 작용을 감춘 것이 벽壁이다. 그러므로 창이란 흙의 빛을 얻어서 현상을 비추는 것이다. 따라서 삼재三才61)의 도가 간에서 시작해 인寅62)으로 나아가면 일체가 모두 남쪽을 받들며 향한다. 벽이란 흙의 그침을 얻어서 이치를 감추는 것이다. 따라서 삼재의 도가 간에서 마무리되어 축丑63)에서 그치면 일체가 북쪽을 받들며 벽에 숨는다. 따라서 창을 등지고 벽을 마주하면 순수하고 순수해 잡됨이 없으면서 고요하고 항상 하나이다. 따라서 남두가 북두를 받들고 천지가 하나로 모이는 것이다. 벽을 등지고 창을 향하면 당당하고 당당해 홀로 비추면서 맑고 항상 밝다. 따라서 북두가 남두를 받들고 천지가 일제히 펼쳐지는 것이다.
순당純堂과 향벽向壁의 도가 이미 다하고 작위도 없고 증득도 없는 작용이 이렇게 원만하다면, 순수하지도 않고 당당하지도 않으면서 당당하고 당당해 남쪽 뜰에서 불공不空을 길이 밝히고, 향하지도 않고 벽을 마주하지도 않으면서 순수하고 순수해 북쪽 벽 가운데의 공왕空王을 항상 향하리라. 움직이면 동남쪽으로 위세를 떨쳐 산하가 무너질 것이고, 정지하면 서북쪽으로 쏠려 천지가 기울 것이다. 이미 여기에 도달했다면 천지와 사유四維에 어떤 그림자도 없어

009_0457_a_01L之純或共用而出定則右旋廻于南
009_0457_a_02L面不空如來藏大明宮中智通一切而
009_0457_a_03L湛然虛鑑謂之堂外無 [31] 白淨純凝
009_0457_a_04L廻心無爲 向湼槃定謂之純心境俱
009_0457_a_05L內無所得坐忘思窮謂之堂性智
009_0457_a_06L明空體用無二謂之純堂堂則向明
009_0457_a_07L而不惑者也純則向壁而至一者也
009_0457_a_08L純堂向壁同一理也

009_0457_a_09L

009_0457_a_10L向壁二字格

009_0457_a_11L
艮者土也光也土地光明者向也
009_0457_a_12L光之藏用者壁也故向者得土之光
009_0457_a_13L而照事故三才之道始艮而行寅
009_0457_a_14L一切皆共 [32] 南而向壁者得土之止而藏
009_0457_a_15L故三才之道終艮而止丑則一切
009_0457_a_16L皆共 [33] 北而藏壁是以反向而面壁則純
009_0457_a_17L純無雜而寂然恒一故南斗共 [34] 北而天
009_0457_a_18L地一統者也反壁而向明則堂堂獨照
009_0457_a_19L而湛然常明故北斗共 [35] 南而天地一彰
009_0457_a_20L者也純堂向壁之道旣盡而無爲無證
009_0457_a_21L之用斯圓不純不堂而堂堂長明不空
009_0457_a_22L南庭之上不向不壁而純純恒向於空
009_0457_a_23L王北壁之中動則威動東南山河裂
009_0457_a_24L則汲進西北天地傾旣到這裡天地四

009_0457_b_01L하나의 텅 빈 공뿐이고 그 공도 실체가 없을 것이며, 문도 없고 창도 없어 말과 정식이 끊어질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壁是北宮六神靜  벽은 곧 북쪽 궁궐에서 664)인 땅이 조용한 것이고
向是南庭九乾明  창은 곧 남쪽 뜰에서 965)인 하늘이 밝은 것이니
靜極天開三才起  조용함이 극치에 이르면 하늘이 열려 삼재가 일어나고
明極天閉五利成  밝음이 극치에 이르면 하늘이 닫혀 다섯 가지 이익이 이루어진다
由是悉達苦六載  그러기에 실달(싯다르타)은 6년 동안 고행하고는
開始三才明萬法  비로소 삼재를 열어 만법을 밝혔고
亦是達摩問九年  달마 역시 9년 동안 묻고는
閉終五利開五業  결국 다섯 가지 이익을 닫고 다섯 잎66)을 열었나니
乾坤九六佛祖宗  하늘과 땅 9와 6은 부처와 조사의 종지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배우는 이들은 모두 창을 향하고 벽을 마주해야 한다
또한 최초구最初句67)와 말후구末後句68)는 그 같고 다름이 어떻게 되는가? 종사宗師 선지식善知識이 만약 최초구 가운데에서 근기를 상대한다면, 하근기는 어떤 도리도 없는 한 구절을 얻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어떤 도리도 없고 명백한 변별도 없기 때문에 배우는 이는 자신의 역량 안에서 이를 헤아릴 것이고, 혹 어떤 작위도 없고 어떤 일삼음도 없다는 것으로 알아차리는 자도 있을 것이다. 혹 눈을 높이 뜨고서 종문의 향상사向上事에서 주재자가 되는 대근기가 있다면, 이는 이른바 일착자一着子69)이다. 그러나 중근기나 하근기의 경우는 겨우 법신이나 알아차릴 것이고, 또한 하근기가 일색一色70) 쪽의 일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역시 단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얕은 곳에서 깊은 곳에 이르는 말후구로 깊고도 깊은 곳에 도달하게 하여 배우는 자로 하여금 미세한 법의 속박을 말끔히 소탕하게 하는 것만 못하니, 법인法印을 짊어지고 다니면 도리어 병이 된다.
암두岩頭71)는 “덕산德山이 말후구를 알지 못한다.”72) 하였고, 대혜大惠73)는 “세존께서 마지막 한 수를 아셨더라면……”이라 하였다. 이렇게 세존과 덕산이 한때의 방편을 진실이라 여겼다며 부정하고 이처럼 허물로 돌린 것은 말후구를 원만히 성취하게 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하여 말후구를 원만히 성취하기 때문에 “말후구가 원만한 극치에 이른다면 최초구와 어찌 다르리오.”라고 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말후구를 알고 싶은가? 태어나기 이전을 살펴보라.”고 하였다.

009_0457_b_01L維都無影一虛一空空無體無門無戶
009_0457_b_02L絕謂情頌曰

009_0457_b_03L壁是北宮六神 [36] 向是南庭九乾明

009_0457_b_04L靜極天開三才起明極天閉五利成

009_0457_b_05L由是悉達苦六載開始三才明萬法

009_0457_b_06L亦是達摩問九年閉終五利開五業 [37]

009_0457_b_07L乾坤九六佛祖宗

009_0457_b_08L

009_0457_b_09L古今學者皆向壁

009_0457_b_10L
且如最初句末后 [38] 同別如何宗師善
009_0457_b_11L知識若向最初句中對機則不過下得
009_0457_b_12L沒道理之一句旣沒道理而無卞白故
009_0457_b_13L學者以己之中局量或有無作爲無事
009_0457_b_14L或有高着眼向宗門向上作主宰者
009_0457_b_15L大機所謂一着子也其如中下之流
009_0457_b_16L認得法身又下而悟得一色邊事亦未
009_0457_b_17L可定則不如末后句之從淺至深以至
009_0457_b_18L於深之又深使學者蕩盡微細法縛
009_0457_b_19L搭法印之爲愈也岩頭謂德山不會末
009_0457_b_20L后句大惠謂世尊得末后句之一着
009_0457_b_21L以世尊德山一1) [2] 2)使 [3] 爲實然而歸
009_0457_b_22L只要圓成末后句也以圓成末后句
009_0457_b_23L故曰末后句至於圓極則與最初句
009_0457_b_24L以異哉故曰要識末后句看取未生前

009_0457_c_01L
선과 교는 같은가, 다른가?
만약 같다고 말한다면, 무엇 때문에 선에서는 가섭迦葉의 마음을 점검하고, 교에서는 아난阿難의 말을 옮기는가? 또 (무엇 때문에) 세존은 360여 회에 걸쳐 5,048권을 설하신 후에 다시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고, 달마는 동쪽의 이 땅으로 오신 것인가? 만약 다르다고 말한다면, 무엇 때문에 옛사람은 “삼승 십이분교에서 이치를 체득하고 오묘함을 증득한다면 달리 어느 곳에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있으리오.”라고 하였겠는가?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날씨가 춥기는 매한가지나 닭은 추우면 나무로 올라가고 오리는 추우면 물로 들어가는 것과 같나니, 수묵 한 방울로 두 곳에서 용을 이룬다면 그 뜻이 너무도 분명하리라. 그 나머지는 두찬杜撰 장로74)일 뿐이다. 근본과 지말을 변별하지 못하는 무리 중에는 근원이 같은 것만 알고 갈래가 다름은 모르는 자가 있고, 나뉜 갈래만 알고 동일한 근원은 모르는 자가 있다. 동일한 근원만 아는 자들은 하나의 참됨만 두고서 근원을 바라보다 갈래를 미혹하고, 나뉜 갈래만 아는 자들은 이름과 형상을 짝짓고서 현상을 집착해 진실과 어긋나니, 이는 치우치고 메마른 견해이다.
만약 왼쪽으로 떨어지지도 않고 오른쪽으로 떨어지지도 않고서 정면을 향해 가는 자의 견해에 의거한다면, 원융圓融이 바로 이치와 성품의 덕스러운 작용이고 항포行布가 바로 가르침과 형상의 시설이다. 원융이 항포를 장애하지 않는 까닭에 하나가 무량이 되고 항포가 원융을 장애하지 않는 까닭에 무량이 하나가 되며, 무량이 하나가 되는 까닭에 은밀하고 은밀하게 융통하고 하나가 무량이 되는 까닭에 겹겹이 서로를 포섭한다. 이와 같다면 성품에 즉한 형상이므로 건립을 방해함이 없고, 이치에 즉한 현상이므로 참됨과 영원함을 장애하지 않는다. 텅 빈 존재이니 어찌 왕성한 흥기를 장애할 것이며, 정지한 움직임이니 어찌 맑고 고요함을 손상시키겠는가. 이렇게 관찰하면 장애하지 않는다고 한 뜻이 너무도 분명하리니, 속이는 말이 아니다. 비록 이와 같으나 만약 늘 이렇기만 하다면 이것 역시 일개 범부의 견해에 머무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반드시 선과 교를 변별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얻으리라.

009_0457_c_01L夫禪與敎同耶別耶若言爲同何故
009_0457_c_02L禪點迦葉之心敎寫阿難之口又世尊
009_0457_c_03L三百六十餘會五千四十八卷所說之後
009_0457_c_04L更拈花示衆達摩東來此土若道爲別
009_0457_c_05L何故古人道三乘十二分敎體理得妙
009_0457_c_06L何處更有祖師西來意未可定也則似
009_0457_c_07L一般天寒雞寒上樹鴨寒入水一點
009_0457_c_08L水墨兩處成龍之意灼然矣其餘杜撰
009_0457_c_09L長老未卞本末之軰有只知同源不知
009_0457_c_10L派別者有只知分派不知同源者只知
009_0457_c_11L同源者但有一眞望源迷派只知分派
009_0457_c_12L配入名相着事乖實此偏枯之見
009_0457_c_13L若約不落左不落右正面而去者之
009_0457_c_14L圓融是理性德用行布是敎相施設
009_0457_c_15L圓融不碍行布故一爲無量行布不碍
009_0457_c_16L圓融故無量爲一無量爲一故爲融
009_0457_c_17L通隱隱一爲無量故攝入重重也
009_0457_c_18L則即性之相故無妨建立即理之事故
009_0457_c_19L不碍眞常以空之有故豈碍絲興
009_0457_c_20L靜之動故何虧湛寂以此觀之不碍
009_0457_c_21L之意灼然不誣也雖然如是若一向
009_0457_c_22L如此即亦只是滯在一凡之見故直須
009_0457_c_23L卞得禪敎始得

009_0457_c_24L▣疑「期」{編}「使」疑「便」{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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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선이란 문수보살의 큰 지혜 경계요, 하나의 맑은 허공이다. 따라서 푸르고 푸른 대나무가 모두 진여요 빽빽하게 우거진 국화는 반야 아님이 없으며, 시냇물 소리가 모두 광장설이요 산색은 청정법신 아님이 없다. 고인이 “백옥의 한 점 흠집이 바로 유리색이요 눈에 가득한 홍진이 어찌 움직이는 모래이랴.”75)라고 하고, “보고 들음 이대로가 보고 들음이 아니니 달리 그대에게 보일 만한 소리와 빛깔은 없다네.”76)라고 하고,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님을 본다면 곧 여래를 보리라.”77)라고 한 것이 곧 이 뜻이다. 이것이 바로 진여의 평등한 도리이니, 중생과 부처가 나란히 없어지고 나와 남이 함께 사라지며, 범부 역시 별다른 것이 없고 성인 역시 별다른 것이 없어 범부와 성인이 뒤섞이고 용과 뱀이 뒤엉키며, 하늘이 땅이고 땅이 하늘이라 하늘과 땅이 전환하고, 강이 산이고 산이 강이라 강과 산이 공하도다. 따라서 강과 시내가 흐름을 멈추고 작은 풀조차 나지 않으며, 수미산에는 실오라기 하나 없고 큰 바다에는 한 방울의 물도 없다. 여기에 이르면 삼세 모든 부처님이 받들어 우러른다 해도 다다를 수가 없고 역대 조사가 엿본다 해도 문이 없어 그저 세월만 보내나니, 통과하지 못하는 위험한 곳이어서 범부도 성인도 오고감을 끊는다. 입을 열어도 잘못이고, 입을 닫아도 잘못이며, 나아갈 문도 물러날 문도 없다.
여기에 이르면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이렇게 하지 않아도 안 되며 이렇게 하건 이렇게 하지 않건 모두 안 되니, 이것이 바로 사람을 죽이는 칼이다. 부처가 찾아와도 베어 버리고 조사가 찾아와도 베어 버리니, 참 사람의 면전에서는 가법假法을 설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부처의 뜻이니, 또한 원융이라고도 하고, 신훈新薰이라고도 하고, 상대묘相對妙라고도 한다. 이는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법 자체가 그런 것이다. 비록 그렇긴 하지만 만약 늘 이렇기만 하다면 후대의 자손이 다리를 치켜들고서 일어나지 못해 멀쩡한 육지에서 그대로 가라앉는 것을 보게 되리니, 어찌 자자손손이 서로 전하고 서로 계승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풍류가 없는 곳에서 풍류를 일으키는 걸 방해하지 말고, 시설할 것 없는 곳에 시설을 두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 누가 등롱燈籠을 노주露柱라 부르는가. 위는 하늘이요 아래는 땅이며,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나니,

009_0458_a_01L
如來禪者文殊大智境界一亘淸空
009_0458_a_02L靑靑翠竹盡是眞如鬱鬱黃花無非
009_0458_a_03L般若溪聲盡是廣長舌山色無非淸淨
009_0458_a_04L古云白玉點破琉璃色滿目紅塵豈
009_0458_a_05L動沙即此見聞非見聞無餘聲色可呈
009_0458_a_06L若見諸相非相即見如來即此意也
009_0458_a_07L此是眞如平等底道理生佛併沉自他
009_0458_a_08L俱泯凡亦無別聖亦無別凡聖交叅
009_0458_a_09L龍蛇混雜天地地天天地轉水山山水
009_0458_a_10L水山空故江河絕流寸草不生須彌
009_0458_a_11L絕纎毫大海無涓滴到這裡三世諸
009_0458_a_12L擧仰不及歷代祖師䂓盧無門
009_0458_a_13L年竟歲威且儉 [39] 不通凡聖絕去來
009_0458_a_14L口也錯閉口也錯進退無門到這裡
009_0458_a_15L伊麽也不得不伊麽也不得伊麽不伊
009_0458_a_16L麽摠不得此是殺人刀佛來也斬
009_0458_a_17L來也斬眞人面前休說假此是佛意
009_0458_a_18L亦名圓融亦名1) [4] 亦名相對妙
009_0458_a_19L非强爲法爾如然也雖然如是若一
009_0458_a_20L向伊歷則使後代兒孫擡脚不起便
009_0458_a_21L見陸地平沉豈能子子相傳孫孫相係
009_0458_a_22L然則不風流處不妨有風流無施設處
009_0458_a_23L不妨有施設誰喚燈籠作露柱上是天
009_0458_a_24L兮下是地男是男女是女柳綠花紅

009_0458_b_01L각기 그 지위에 안주해 어떤 것도 교란되지 않는다. 그러면 부처도 안주하고 조사도 안주한다. 납승의 뱃속은 바다처럼 넉넉하나니, 그것이 어찌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에게 붙인 뒤에 그리 된 것이리오. 여기에 이르면 이렇게 해도 되고,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며, 이렇게 하건 이렇게 하지 않건 모두 괜찮다. 옛사람이 “돌 틈 맑은 계곡이 악기를 연주하고, 우뚝 선 바위의 푸른 이끼가 그림을 펼치네. 이 보고 들음 그대로 모든 경계가 고요하니, 따라서 소리와 빛깔이 아니라 본래 없는 것이구나.”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보현보살의 쌍탑雙塔 경계이고 조사선이다. 이를 항포라고도 하고, 본분이라고도 하고, 절대絶對의 뜻이라고도 한다.

009_0458_b_01L各安其位摠不動着然則佛也安祖也
009_0458_b_02L衲僧肚裡如海寬則折鶴續2) [5]
009_0458_b_03L后然哉到這裡伊麽也得不伊麽也
009_0458_b_04L伊麽不伊麽摠得也古云境澄石澗
009_0458_b_05L鳴琴3) [6] 碧立苔岩展畫圖即此見聞
009_0458_b_06L諸境寂故非也色本來無此是普賢雙
009_0458_b_07L塔境界

009_0458_b_08L
祖師禪騭亦名行布亦名本分亦曰
009_0458_b_09L絕對之意也

009_0458_b_10L▣疑「新」{編}「鳩」疑「鳬」{編}「竺」恐疑
009_0458_b_11L「筑」{編}

009_0458_c_01L
  1. 1)금륜성왕金輪聖王 : 금·은·동·철 네 종류의 전륜왕轉輪王 중에서 가장 수승한 윤왕이다.
  2. 2)삼성반월三星半月 : ‘心’의 파자다.
  3. 3)치평治平 : 『대학장구』 팔조목八條目 가운데 맨 마지막인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를 합한 말이다. 팔조목은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이다.
  4. 4)묘고산妙高山 : 사대주四大洲의 중심에 있는 수미산須彌山(Sumeru-parvata)을 말한다. Sumeru를 묘고妙高·묘광妙光·안명安明·선적善積 등으로 의역한다.
  5. 5)백비百非 : 백은 큰 수를 의미하고, 비非는 부정이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6. 6)삼세간三世間 : 삼종세간三種世間이라고도 한다. 부처님을 제외한 일체 중생을 중생세간衆生世間이라 하고, 중생이 의지해 살아가는 국토를 기세간器世間 또는 국토세간國土世間이라 하며, 앞의 두 가지의 통체通體인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을 오온세간五蘊世間이라 한다.
  7. 7)사법계四法界 : 화엄종의 중요한 교의敎義로서 전 우주를 네 방면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사법계事法界·이법계理法界·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이다.
  8. 8)『묘법연화경해서妙法蓮華經解序』(X30, 276a)
  9. 9)다자탑 앞에서~웃었던 것이다 : 마하가섭과 관련된 고사이다. 스승은 곧 석가모니 부처님이고 제자는 마하가섭을 지칭한다.
  10. 10)니련하泥蓮河 : 니련선하尼連禪河(Nairañjanānatī)의 준말이다. 석존께서 6년 고행 끝에 이 강에서 목욕하고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하셨다. 따라서 다음에 이어지는 “언덕에서 관 밖으로 두 발바닥을 보이셨다.”는 문장과 내용이 어긋난다. 최후 열반지 인근에 흐르던 강인 발제하跋提河라고 해야 옳다.
  11. 11)웅이산熊耳山 : 섬서성 상주商州 남쪽 40리에 있는 산으로, 보리달마菩提達磨의 유해를 매장했던 곳이다.
  12. 12)그 무엇도~광막한 벌판(無何有之鄕。 曠漠之野。) :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상향理想鄕이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그대가 큰 나무를 갖고서 아무 쓸모가 없다고 걱정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그 나무를 무하유지향의 광막한 벌판에 심어 두고서 하릴없이 그 곁을 서성이거나 그 밑에 누워서 소요해 볼 생각은 하지 않는가.”라고 하였다.
  13. 13)옥루屋漏 :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속마음을 뜻한다. 집 안에서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곳인 방房의 서북쪽 구석을 옥루라 한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억抑≻에 “네가 집에 있을 때를 보건대 옥루에 부끄럽지 않게 한다.(相在爾室 尙不愧于屋漏)”라고 하였다.
  14. 14)석녀石女 :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를 말한다. 범어로 실달리아가悉怛理阿迦이며, 당나라 현장玄奘 이후에는 허녀虛女라 번역하였다. 선가禪家에서 목마木馬·목인木人 등과 쌍을 이루어 실체가 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한다.
  15. 15)원만한 이 자(圓伊) : 이자삼점伊字三點이라고도 한다. 실담 문자의 이(∴) 자는 세 개의 점이다. 이 세 점은 그 배열配列이 가로로도 일치하지 않고, 세로로도 일치하지 않으며 삼각을 이루고 있다. 『열반경涅槃經』에서 법신法身·반야般若·해탈解脫의 세 가지 덕이 곧 하나를 이루고 그 하나가 셋을 구족하고 있음을 비유하는 데 사용하였다.
  16. 16)솔개가 날고 물고기 뛰는 것(鳶飛魚躍) : 현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다르지만 관통하는 원리는 하나인 자연 만물의 이치를 비유한 것이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한록旱麓≻에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鳶飛戾天。 魚躍于淵。)”라고 하였다.
  17. 17)이류異類 : 동류同類에 상대되는 말이다. 동류를 사람이라 하면 이류는 귀신이나 축생 등 사람과 다른 부류를 말한다. 흔히 축생畜生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18. 18)보타寶陀 : 관세음보살이 거주하는 산 이름인 potalaka의 음역이다. 보타락가補陀落伽·보달락가補怛洛迦·포달락가布呾洛迦·보타락補陀落·포다라逋多羅·포타逋多·보타普陀라고도 하며, 광명光明·해도海島·소화수小花樹로 의역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관세음보살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19. 19)대인상(大相) : 대인의 상호相好라는 뜻이다. 대인大人, 즉 전륜왕이나 불·보살이 갖춘 삼십이상을 말한다.
  20. 20)늘 사자를 타고 다니는 동자 : 대승 보살 가운데 한 분인 문수사리文殊師利를 가리킨다. 용맹한 지혜를 상징해 사자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며, 아이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21. 21)원융圓融에 즉해 만물이 항포行布하는 : 원융과 항포는 화엄종華嚴宗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보살의 계위가 처음과 나중이 상즉相卽하는 것을 원융이라 하고, 처음과 나중의 차례가 분명해 낱낱이 구분되는 것을 항포라 한다. 또한 보살의 계위와 상관없이 만물의 평등을 원융이라 하고, 만물의 차별을 항포라 한다.
  22. 22)나가那伽 : 愥nāga의 음역이다. 용龍·상象·무죄無罪로 의역하기도 한다. 큰 힘을 갖춘 용에 빗대어 부처님 또는 아라한을 나가로 표현한다.
  23. 23)세 가지 덕 : 앞에서 설명한 법신·반야·해탈을 말한다. 열반삼덕涅槃三德이라 한다.
  24. 24)사나舍那 : 비로자나毘盧遮那의 약칭이다. 밀교에서는 자나遮那라 하고, 현교에서는 사나舍那라 한다.
  25. 25)흑산黑山 : 대철위산과 소철위산 중간에 있는 암흑세계로서 곧 지옥이다. 지혜가 결여된 무명無明을 비유한 말이다.
  26. 26)사수死水 : 흐르지 않는 물, 즉 썩은 물이다. 생기를 잃고 한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썩은 물속에 누운 검은 소(黑牛臥死水)’에 비유한다.
  27. 27)새 둥지와~알려 주고 : 학이나 까치가 낮게 둥지를 틀면 그해 비바람이 심하고, 개미나 개가 높은 언덕에 굴을 파면 그해 홍수가 난다고 한다.
  28. 28)여섯 문(六門) :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 육근六根을 말한다.
  29. 29)한산寒山 :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에 숨어 살았던 세 명의 은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말년에 은둔했던 한산의 동굴 등지에서 서영부徐靈府가 시를 수습하여 『한산시寒山詩』 3권으로 편집하고 서문을 썼다.
  30. 30)습득拾得 : 한산과 함께 국청사에 은거했던 은자이다. 국청사의 승려 풍간豊干이 적성산赤城山을 지나다 주워 길렀다 하여 습득拾得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산시』에 습득의 게가 첨부되어 있다.
  31. 31)건달바성(乾城) : 건성乾城은 건달바성乾闥婆城의 준말이다. 허공에 나타나는 실체가 없는 성곽이다. 바다나 사막 또는 열대지방에서 공기의 밀도와 광선의 굴절 작용으로 일어나는 신기루蜃氣樓를 말한다.
  32. 32)위음왕불(威音) : 『법화경法華經』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에 등장하는 부처님으로 과거장엄겁過去莊嚴劫에 최초로 성불한 부처님이다.
  33. 33)삼위의 참 현인들(三位眞賢) : 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回向의 삼현위三賢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34. 34)과거장(春場) : 예부禮部에서 관장하던 과거장을 말한다. 예부禮部의 별칭이 춘관春官인 데서 온 말이다. 또한 봄에 열리는 과거 시험을 춘장이라고도 하였다.
  35. 35)네 사람(四人) : 아래 게송에 의거하면 네 사람은 곧 배우는 사람(學人)·깨달은 사람(悟人)·증득한 사람(證人)·통달한 사람(達人)이다.
  36. 36)묘고산에서는 비록~수도 있지 : 『화엄경華嚴經』 권62 「입법계품入法界品」(T10, 334a)에 선재동자가 승락국勝樂國 묘봉산妙峯山에 올라 사방팔방으로 덕운 비구德雲比丘를 찾았지만 찾지 못하다가 7일이 경과한 후에 그 비구가 다른 산꼭대기에서 천천히 걸으며 경행하는 것을 발견한 이야기가 나온다.
  37. 37)밝음 속에서도 캄캄한 금강산 : 지옥地獄을 뜻한다. 금강산은 남섬부주의 가장자리를 에워싸고 있다는 신화 속의 산이다. 금강위산金剛圍山·철륜위산鐵輪圍山·철위산鐵圍山이라고도 한다. 이 산은 높고 험해 봉우리 사이에는 햇볕이 들지 않는다고 하며, 그 암흑세계를 지옥이라 한다.
  38. 38)우는 아이는~그치게 하고 :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권20 「영아행품嬰兒行品」(T12, 485b)에서 “저 어린아이가 울 때에 부모가 버드나무의 누런 잎을 들고서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내가 이 황금을 너에게 줄게’라고 말하면 어린아이가 그것을 보고는 진짜 황금이라고 생각해 곧 울음을 그치는 것과 같다.(如彼嬰兒啼哭之時。 父母即以楊樹黃葉而語之言。 莫啼莫啼我與汝金。 嬰兒見已生眞金想便止不啼。)”라고 하였다.
  39. 39)궁색한 아들에겐~찾아가게 하나니 :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 궁색하게 떠돌이 생활을 하던 사람이 부유한 자기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한 이야기가 『법화경法華經』 「신해품信解品」에 나온다.
  40. 40)십이부경十二部經 : 십이분경十二分經·십이분교十二分敎라고도 한다. 부처님의 일대교설을 그 경문의 성질과 형식에 따라 열두 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부처님의 모든 말씀을 뜻한다.
  41. 41)녹야원으로부터 발제하에 이르기까지 : 녹야원은 석존께서 최초로 설법하신 장소이고, 발제하는 열반에 드시며 최후로 설법하신 장소이다.
  42. 42)팔을 끊어 등불을 전하자 : 혜가慧可가 보리달마菩提達磨에게 구법할 때 스스로 팔을 잘라 견고한 신심을 나타냈던 고사가 있다.
  43. 43)다섯 하늘 : 선문의 오종, 즉 임제종臨濟宗·위앙종潙仰宗·조동종曹洞宗·운문종雲門宗·법안종法眼宗을 뜻한다.
  44. 44)순야다舜若多 : 愥śūnyatā의 음역으로 진여眞如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공성空性으로 의역한다.
  45. 45)순야舜若 : 愥śūnya의 음역으로 공空으로 의역한다.
  46. 46)사생四生 : 생물을 태어나는 형식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한 것으로서,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이다.
  47. 47)칠취七趣 : 중생이 사는 세계를 그 수명과 고락 등의 차이 때문에 일곱 가지로 분류한 것으로서, 지옥취地獄趣·아귀취餓鬼趣·축생취畜生趣·인취人趣·신선취神仙趣·천취天趣·아수라취阿修羅趣이다.
  48. 48)세 가지 선 : 여래선·조사선·불조융통선을 말한다.
  49. 49)기세계(器界) : 삼종세간三種世間의 하나로 기세간器世間 또는 국토세간國土世間이라고도 한다. 산과 강 등 중생이 의지해 살아가는 무정물의 세계를 말한다.
  50. 50)동군東君 : 봄을 맡은 신 이름이다. 동제東帝·동황東皇·청황靑皇·청제靑帝라고도 한다.
  51. 51)아득하고 아득하며~작용의 거울 : 원문은 ‘用玄玄妙鑑’이다. 아래 설명에서 “작용의 아득하고 아득한 밝음은 밝아도 맑고 침묵해도 맑다. 그래서 큰 광명 구슬을 이룬다. (用玄玄明之明湛黙湛而成大光明珠)”고 한 것으로 보아 ‘妙’는 ‘明’의 오자인 듯하다. 수정하여 번역하였다.
  52. 52)원융한 지혜 구슬 : 원문은 ‘圓明智珠’다. 앞에서는 공명총통왕의 구슬을 일률적으로 ‘圓融智珠’라 하였다. ‘明’은 ‘融’의 오자인 듯하다.
  53. 53)삼제三際 : 삼세三世와 같은 말로서, 과거·현재·미래를 뜻한다.
  54. 54)단덕斷德 : 여래삼덕如來三德의 하나다. 온갖 번뇌를 남김없이 끊은 것을 말한다.
  55. 55)이지理智 : 절대이고 둘이 아닌 평등한 진리에 계합하는 불·보살의 지혜를 말한다. 여리지如理智·진제지眞諦智라고도 한다.
  56. 56)지덕智德 : 여래삼덕如來三德의 하나다. 평등한 지혜로 일체 만법을 비추어 아는 것이다.
  57. 57)양지量智 : 현상계의 수량과 차별에 응하여 그 차별상을 명백히 아는 불·보살의 지혜를 말한다. 여량지如量智·속제지俗諦智라고도 한다.
  58. 58)나가那伽 : 주 22 참조.
  59. 59)열다섯 가지 : 삼왕三王·삼위三位·삼주三珠·삼신三臣·삼적귀三賊鬼를 말한다.
  60. 60)간艮 : 팔괘八卦의 하나로 방위로는 동북東北, 시각으로는 오전 2시부터 4시까지이다.
  61. 61)삼재三才 : 천天·지地·인人을 삼재라 한다.
  62. 62)인寅 : 시각으로 오전 3시부터 5시까지이다.
  63. 63)축丑 : 시각으로 오전 1시부터 3시까지이다.
  64. 64)6 : 음陰을 말한다. 역易에서 음효陰爻를 6이라 한다.
  65. 65)9 : 양陽을 말한다. 역易에서 양효陽爻를 9라 한다.
  66. 66)다섯 잎 : 달마 이후 2조에서 6조까지, 혹은 선문의 오종 즉 임제종臨濟宗·위앙종潙仰宗·조동종曹洞宗·운문종雲門宗·법안종法眼宗을 의미한다.
  67. 67)최초구最初句 : 만법의 차별이 발생하기 이전, 또는 만법의 근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말한다. 운문 문언雲門文偃 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무엇이 최초의 한 구절입니까?” 하고 묻자, 선사께서 “9·9는 81이다.”라고 하였다. 『선문염송禪門拈頌』 제1027칙.
  68. 68)말후구末後句 : 구경각, 즉 완벽한 깨달음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말한다. 또한 선사들이 임종에 남기는 최후의 말씀도 말후구라 한다.
  69. 69)일착자一着子 : 일착一著·일물一物이라고 한다. 만법의 근원인 진여, 또는 만법의 주인공인 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70. 70)일색一色 : 일색변一色邊이라고도 한다. 상대적 분별을 초월한 평등한 경지를 일컫는 말이다.
  71. 71)암두岩頭 : 법명은 전활全奯(828~887)이고, 덕산 선감德山宣鑑의 법을 이었다.
  72. 72)설봉 스님이 덕산 스님의 회상에 있으면서 밥 짓는 소임을 맡았는데, 하루는 공양이 늦자 덕산 스님이 발우를 들고 법당으로 내려왔다. 이에 설봉이 “종도 울리지 않고 북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이 늙은이가 발우는 들고 어디 가는가?” 하자 덕산 스님이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숙인 채 방장실로 돌아갔다. 설봉 스님이 이 이야기를 암두 스님에게 말하자 암두 스님이 “알량한 덕산 스님이 말후구를 몰랐구나.”라고 하였다. 『벽암록碧巖錄』 권6(T48, 186a).
  73. 73)대혜大慧 : 법명은 종고宗杲(1088~1163)이고, 호는 묘희妙喜다. 담당 무준湛堂無準에게 참학하고, 원오 극극圜悟克勤의 법을 이었다.
  74. 74)두찬 장로 : 근거도 없이 함부로 말하고 저술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송나라 때 두묵杜默이란 사람이 시를 썼는데, 그의 시는 거의가 율律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연유하여 시문詩文이나 저술著述을 전고典故도 없이 마음대로 기술하는 것을 두찬杜撰이라 하게 되었다.
  75. 75)양산 연관梁山緣觀 선사의 법어에서 인용하였다. 어떤 스님이 “무엇이 일용사입니까?” 하고 묻자 위와 같이 대답하였다. 『선종송고연주통집禪宗頌古聯珠通集』 권37(X65, 706c)에는 “碧玉點破瑠璃色。 滿目紅塵不見沙。”로 되어 있다.
  76. 76)삼평 의충三平義忠 선사의 게송에서 인용하였다. 게송 전문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即此見聞非見聞 無餘聲色可呈君 箇中若了全無事 體用何妨分不分” 『오등회원五燈會元』 권5(X80, 117a).
  77. 77)『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T8, 749a)에서 “무릇 존재하는 모든 형상은 다 허망한 것이니,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 아님을 본다면 곧 여래를 보리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則見如來。)”라고 하였다.
  1. 1){底}東國大學校所藏筆寫本。
  2. 2)撰者名。補入{編}。
  3. 3)目次。編者作成補入。
  4. 1)「妶」疑「妙」{編}。
  5. 1)▣疑「期」{編}。
  6. 2)「使」疑「便」{編}。
  7. 1)▣疑「新」{編}。
  8. 2)「鳩」疑「鳬」{編}。
  9. 3)「竺」恐疑「筑」{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