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백암집(栢庵集) / 栢庵集上

ABC_BJ_H0172_T_001

008_0440_a_01L
백암집栢庵集
백암집 상권(栢庵集 上)
총목차總目次
백암집 상권(栢庵集 上)
시詩
비 온 뒤 찾은 향적사(雨後訪香積寺)
학천 상인과 이별하며(別學天上人)
바다 어귀를 바라보며(望海門)
산속 가을밤 행각하는 도반들을 생각하며(山中秋夜憶途中諸侶)
가을날의 심회(秋懷)
벗을 떠올리며(憶故人)
동강에서 이별시를 건네다(東江贈別)
가을밤 홀로 앉아서(秋夜獨坐)
산에 올라(入山)
백운 산인에게 주다(贈白雲山人)
강가를 거닐다(江上行)
대나무를 읊다(咏竹)
귤을 읊다(咏橘)
휘 상인의 방에 부치다(題暉上人房)
골짜기 마을(峽村)
황령사에 부치다(題黃嶺蘭若)
관서로 가는 여악 산인을 보내며(送廬岳山人遊關西)
숨어 살면서【2수】(幽居【二】)
서암 노인에게 주다(贈瑞岩老人)
관서로 돌아가는 월암 인 상인을 보내며(送月庵仁上人歸關西)
봄날 느낌이 있어서(春日有感)
차운하여 선객에게 주다(次韵贈禪客)
화첩에 쓰다【3수】(題畫帖【三】)
숨어 지내며(幽居)
한가로이 거닐다(閑行)
맑은 봄날(春晴)
능 상인에게 주다(贈能上人)
정 서천에게 올리다(上鄭舒川)
동명이 우 상인에게 준 시에 차운하다(次東溟贈宇上人韵)
부록 원시(附原韵)
낙동강을 건너며(渡洛東江)
여름날 비 온 뒤 진락대에 올라(夏日雨後登眞樂臺)
해심 대사에게 보내다(寄海深大師)
순일 사미에게 주다(贈順一沙彌)
양무중의 만시(挽楊茂中)
적성의 큰선비 양무중에게 보내다(寄赤城楊碩士【茂仲】)
웅 스님에게 보내다(寄雄師)
가을밤 빗소리 들으며(秋夜聽雨)
송광사에서 송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松廣寺次宋秀才韵)
다시 앞의 운을 사용하다(再用前韵)
산으로 떠나는 천풍산인 응화를 보내며(送天風山人應和歸山)
이 석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李碩士韵)
암 스님 시에 차운하다【3수】(次庵師韵【三】)
구수 상인 지밀에게 주다(贈九峀上人智密)
와룡산으로 떠나는 일 상인을 전송하며(送一上人歸臥龍山)
또又
서 거사의 방문에 감사하며(謝徐居士來訪)
능주 김 목사를 이별하며(留別綾州金使君)
기 스님의 시에 나중에 차운하다(追次機師來韵)
근친하러 가는 관 상인을 전송하며(送寛上人歸勤)
윤 상인에게 주다(贈允上人)
묘휘 사미에게 주다(贈妙輝沙彌)
성담에게 이별하며 주다(贈性湛別)
선승에게 주다(贈禪者)
박 운사가 보낸 시에 차운하다【2수】(次朴運使來韵【二】)
임경당에서 운대 박태손의 시에 차운하다(臨鏡堂次朴運臺【泰遜】韵)

008_0440_a_01L[栢庵集]

008_0440_a_02L1)栢庵集上 [1]

008_0440_a_03L

008_0440_a_04L2)總目次 [2]

008_0440_a_05L
卷上

008_0440_a_06L二百八十五篇

008_0440_a_07L雨後訪香積寺別學天上人望海門
008_0440_a_08L山中秋夜憶途中諸侶秋懷憶故人
008_0440_a_09L東江贈別秋夜獨坐入山贈白雲
008_0440_a_10L山人江上行咏竹咏橘題暉
008_0440_a_11L上人房峽村題黃嶺蘭若送廬岳
008_0440_a_12L山人遊關西幽居
贈瑞岩老人
008_0440_a_13L送月庵仁上人歸關西春日有感
008_0440_a_14L韵贈禪客題畵帖
幽居閑行
008_0440_a_15L春晴贈能上人上鄭舒川次東溟
008_0440_a_16L贈字上人韵渡洛東江夏日雨後登
008_0440_a_17L眞樂臺寄海深大師贈順一沙彌
008_0440_a_18L挽楊茂中寄赤城楊碩士茂仲寄雄
008_0440_a_19L秋夜聽雨松廣寺次宋秀才韵
008_0440_a_20L再用前韵送天風山人應和歸山
008_0440_a_21L李碩士韵次庵師韵
贈九峀上人
008_0440_a_22L智密送一上人歸臥龍山
謝徐居
008_0440_a_23L士來訪留別綾州金使君追次機師
008_0440_a_24L來韵送寬上人歸勤贈允上人
008_0440_a_25L妙輝沙彌贈性湛別贈禪者
008_0440_a_26L朴運使來韵
臨鏡堂次朴運臺泰遜

008_0440_b_01L수재 노황이 보낸 시에 차운하다(次盧秀才【榥】來韵)
연 대사가 성천 상인을 전송한 시에 차운하다(次璉大師送性天上人韵)
안 순천에게 보내다(寄安順天)
최 생원의 시에 차운하다(次崔生員韵)
무령군 모악산에 올라(登武靈母岳山)
또又
모악산 정상에 올라 지리산을 바라보며(登母岳頂望智異山)
김 석사가 보낸 시에 급히 차운하다【3수】(走次金碩士來韵【三】)
천 상인의 시에 차운하다(次韵天上人)
시천의 시에 차운하다【2수】(次詩川韵【二】)
이 시천이 보낸 시 ≺제야유당십경≻에 차운하다(次李詩川寄題野幽堂十景韵)
거사에게 주다(贈居士)
즉흥시(即事)
육조 게송의 운을 써서 명 수좌에게 주다(用祖偈韵贈明首座)
천풍루에서 바다를 바라보며(天風樓望海)
비 온 뒤 누각에 올라 양 수사의 시에 차운하다(雨後登樓次梁秀士韵)
산속에서(山中)
봄날 저녁 길에서(途中春暮)
웅 스님께 드리다(寄雄師)
합천 가는 길(陜川途中)
밤에 월성 영재에 앉아 가야금 소리 들으며 돌아갈 것을 생각하다(月城鈴齋夜坐聽琴思歸)
차운하여 선 상인에게 주다(次韵贈善上人)
가을날 산속에서 임 석사에게 보내다(山中秋日寄林碩士)
죽림 처사에게 보내다(寄竹林處士)
진사 박세혁의 시에 차운하다(次朴進士世赫韵)
산속의 가을비(山中秋雨)
옛 절로 돌아가는 원 스님을 전송하며(送圓老師歸故寺)
가을날 저녁 산을 나가 우연히 읊다(秋晩出山偶吟)
묘원 선사가 게를 구하여 입으로 외워 보이다(妙圓禪師求偈口號誦示)
조 정언에게 주다(寄趙正言)
고요할 때 집구하여 서울의 여러 군자에게 재미 삼아 드리다(靜中集句戱呈洛下諸君子)
초겨울 우연히 읊다(初冬偶吟)
태위 김 상서를 알현하러 서울로 가는 사람을 전송하며(送人之京謁太尉金尙書)
진락대에 올라 송 수재에게 보내다(登眞樂臺寄宋秀才)
방장산에 들어가는 스님을 전송하며(送僧入方丈山)
해 상인에게 재미 삼아 보내다(戱寄海上人)
조 진사에게 주다(贈趙進士)
정 수사의 시에 차운하다(次鄭秀士韵)
신 대사의 시에 차운하다(次信大師來韵)
인 스님에게 보내다(寄印師)
이 석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李碩士韵)
하 수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河秀士韵)
하 수재와 이 수재가 유마사에 머문다는 소식 듣고 두 수를 보내다(聞河李兩秀才寓維摩寺寄示二絕)
차운하다(次韵)
해심 대사에게 보내다(寄海深大師)
봄날 용문사에서 설암 도인이 방장산에 들어감을 전송하다(春於龍門寺送雪岩道人歸方丈山)
범패승 정에게 주다(贈淨魚山)
상 사미에게 주다(贈祥小師)
길 떠나는 고령의 정 산인에게 주다(贈古靈山人淨行脚)
호서 청산현으로 돌아가는 김 수재에게 주다(贈送金秀才歸湖西靑山縣)
선승에게 조응하여 화답하다(調應和禪子)
영남으로 가는 순 상인을 전송하며(送淳上人遊嶺南)
공 상인에게 재미 삼아 주다(戱贈▼(巩/言)上人)
우연히 읊다(偶吟)
잠에서 깨어(夢覺)
욕천 영재에서 맹 사군이 운자를 부르다(浴川鈴齋孟史君呼韵)
연 스님에게 주다(贈演師)
호 장로에게 보내다(寄浩長老)
행각승에게 주다(贈行脚僧)
밤에 범음을 듣고 범패승 채영에게 주다(夜聞梵音贈彩英魚山)
복천의 이 처사에게 주다(寄福川李處士)

008_0440_b_01L次盧秀才榥來韵次璉大師送性
008_0440_b_02L天上人韵寄安順天次崔生員韵
008_0440_b_03L登武靈母岳山
登母岳頂望智異山
008_0440_b_04L走次金碩士來韵
次韵天上人
008_0440_b_05L詩川韵
次李詩川寄題野幽堂十景
008_0440_b_06L
贈居士即事用祖偈韵贈
008_0440_b_07L明首座天風樓望海雨後登樓次梁
008_0440_b_08L秀士韵山中途中春暮寄雄師
008_0440_b_09L陜川途中月城鈴齋夜坐聽琴思歸
008_0440_b_10L韵贈善上人山中秋日寄林碩士
008_0440_b_11L竹林處士次朴進士世赫韵山中秋
008_0440_b_12L送圓老師歸故寺秋晩出山偶吟
008_0440_b_13L妙圓禪師求偈口號誦示寄趙正言
008_0440_b_14L中集句…諸君子初冬偶吟送人
008_0440_b_15L之京謁太尉金尙書登眞樂臺寄宋秀
008_0440_b_16L送僧入方丈山
戱寄海上人
008_0440_b_17L趙進士次鄭秀士韵次信大師來韵
008_0440_b_18L
寄印師次李碩士韵
次河秀
008_0440_b_19L士韵
聞河李…寄示二絕次韵
008_0440_b_20L寄海深大師春於龍門寺…方丈山
008_0440_b_21L淨魚山贈祥小師贈古靈山人淨行
008_0440_b_22L贈送金秀才…靑山縣調應和
008_0440_b_23L禪子送淳上人遊嶺南戱贈𧦬上人
008_0440_b_24L偶吟夢覺浴川鈴齋孟史君呼韵
008_0440_b_25L演師寄浩長老贈行脚僧夜聞
008_0440_b_26L梵音贈彩英魚山寄福川李處士

008_0440_c_01L묘현 상인이 시로 가르침을 구하자 재미 삼아 차운하다(妙玄上人以詩求敎戱次其韵)
고 상사 이재의 은거지에 쓴 시를 보내다(寄題故李上舍【滓】幽居)
산속에서 우연히 쓰다(山中偶題)
상사일에 시내를 따라 걷다(上巳日溪行)
죽림 거사의 시에 차운하다(次竹林居士韵)
고금당의 시에 차운하다(次皷琴堂韵)
승지 동명 정두경 시에 공경히 차운하다(次敬東溟鄭【斗卿】丞旨韵)
부록 원시(附原韵)
영주로 돌아가 양산에 들어가는 오 상인을 전송하며(送悟上人歸瀛洲入陽山)
늦은 봄(暮春)
송광사 수각에 부치다(題松廣寺水閣)
어부漁父
삼월 이십구일 죽암의 중이 화려한 종이 네 폭을 보내 주기에 사례하다(三月二十九日竹庵僧送華牋四幅謝之)
늦은 봄 우연히 읊다(暮春偶吟)
한가하게 마음대로 읊다(閑中雜咏)
종성 강백년의 시를 공경히 차운하여, 칠보산으로 돌아가는 근 상인을 전송하다(敬次姜鍾城栢年韵送根上人還七寶山)
가을밤 나그네 심정(秋夜旅懷)
벗의 무덤을 지나며(過故人若堂)
황매 처사의 초당에 부치다(題黃梅處士草堂)
장 봉의의 교외에 있는 집에 부치다(題張鳳儀郊居)
산의 샘물(山泉)
수재 박정필의 시에 차운하다(次朴秀才廷弼韵)
입춘立春
봄을 보내며(送春)
고향의 승려와 이별하고(留別同鄕僧)
동명이 다른 이에게 준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東溟見寄人)
부록 동명의 원시 附原韵 東溟
봄을 보내며(送春)
백운산에서 방장산으로 돌아가는 수 상인을 전송하다(寓白雲山送修上人歸方丈)
산속에서(山中)
여름날 절구 한 수(夏日絕句)
차운하여 건 상인에게 주다(次韵贈健上人)
병이 들어 읊다(病中吟)
저녁에 노봉을 바라보며(晩望爐峯)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놓아주며(放觸蛛網蝶)
청개구리(靑蛙)
두승산 원통암斗升山圓通庵
비 내리는 밤 고향을 생각하며(雨夜憶故山)
이름을 구하는 승려에게 주다(贈求名僧)
박 장군에게 주다(贈朴將軍)
학사 최치옹의 시에 차운하다(奉次崔學士致翁韵)
봄날의 흥취(春興)
사군 김지성이 참봉 양종호의 물가 정자에서 잔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보내다(聞金使君之聲宴楊叅奉鐘湖水亭以寄)
강촌江村
가을밤 구봉자를 생각하며(秋夜憶龜峯子)
그윽한 곳에 살며 마음대로 읊다(幽居雜咏)
징군 유진석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柳徵君【震錫】)
만사(挽人)
백곡의 시에 차운하여 찬 스님에게 보이다(次白谷韵示粲師)
담허재에 부치다(寄澹虗齋)
침허 장로가 백련사로 옮겨 간 소식을 듣고 보내다(聞枕虗長老移入白蓮社以寄)
조 학사의 운에 삼가 화답하다(奉和趙學士來韵)
복천 수령이 돌아감을 듣고 절구를 보내다(聞福川宰解歸以寄絕句)
승평군재에서 자면서 안 사군에게 드리다(宿昇平郡齋呈安使君)
낭선군께 받들어 드리다(奉寄朗善君)
선승에게 주다(贈禪者)
시산 조 사군에게 주다(寄詩山趙使君)
박 교리에게 보이다(呈朴校理)
시산현재에서 조 사군을 대하여 임 학사에게 보이다(詩山縣齋對趙使君示林學士)
조 낭중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趙郞中)
부록 차운시(附次韵)
또又
부록 차운시(附次韵)
와룡산 연 스님에게 보내다(寄臥龍山演師)

008_0440_c_01L玄上人以詩求敎戱次其韵寄題故李
008_0440_c_02L上舍滓幽居山中偶題上巳日溪行
008_0440_c_03L次竹林居士韵次皷琴堂韵次敬東
008_0440_c_04L溟鄭斗卿丞旨韵送悟上人歸瀛洲入
008_0440_c_05L陽山暮春題松廣寺水閣漁父
008_0440_c_06L三月二十九日…四幅謝之暮春偶吟

008_0440_c_07L閑中雜咏敬次姜鍾城…還七寶山
008_0440_c_08L夜旅懷過故人若堂題黃梅處士草
008_0440_c_09L題張鳳儀郊居山泉次朴秀
008_0440_c_10L才廷弼韵
立春送春留別同鄕僧
008_0440_c_11L敬次東溟見寄人送春寓白雲山…
008_0440_c_12L歸方丈山中夏日絕句次韵贈健
008_0440_c_13L上人病中吟晩望爐峯放觸蛛
008_0440_c_14L網蝶靑蛙斗升山圓通庵雨夜
008_0440_c_15L憶故山贈求名僧贈朴將運奉次
008_0440_c_16L崔學士致翁韵春興聞金使君…湖
008_0440_c_17L水亭以寄江村秋夜憶龜峯子
008_0440_c_18L居雜咏奉寄柳徵君震錫挽人
008_0440_c_19L白谷社示粲師寄澹虛齋聞枕虛…
008_0440_c_20L白蓮杜以寄奉和趙學士來韵聞福
008_0440_c_21L川…寄絕句宿昇平郡齋呈安使君
008_0440_c_22L寄朗善君贈禪者寄詩山趙使君
008_0440_c_23L呈朴校理詩山縣齋對趙使君示林學士
008_0440_c_24L奉寄趙郞中
寄臥龍山演師寄呈
008_0440_c_25L{底}刊年未詳서울大學校所藏本目次編者
008_0440_c_26L作成補入

008_0441_a_01L김 집의에게 드리다(寄呈金執義)
송광사에서 사군 안후태에게 드리다(松廣寺呈安使君【后泰】)
청류동淸流洞
조계산에 있으면서 유방승을 전송하다(寓曺溪山送遊方僧)
박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次朴秀才韵)
양 처사의 초당에 부치다(題楊處士草堂)
협곡 마을(峽村)
황령사에 부치다(題黃嶺蘭若)
유 수재가 제영당에 부친 시에 차운하다(次柳秀才寄題影堂韵)
김 사군이 서울로 들어감을 받들어 전송하다【2수】(奉送金使君入洛【二】)
둘째 수(其二)
돌아가는 제비(歸鷰)
북으로 떠나는 승려를 전송하며(送僧歸北)
북쪽 오봉산으로 돌아가는 현해 스님을 전송하며(送懸解師北歸五峯山)
둘째 수(其二)
관동으로 돌아가는 승려를 전송하며(送僧歸關東)
폐사가 된 길상사에 묵으면서(宿吉祥廢寺)
속인에 대한 만시(挽俗人)
눈 내린 뒤 달밤에 장 수재에게 차운하다(雪後月夜次張秀才)
산중의 심회를 적어 장 수재에게 보이다(山中書懷示張秀才)
이별하며 학민에게 주다(留別贈學敏)
창주의 찰방 정광연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滄洲鄭察訪【光淵】)
둘째 수(其二)
셋째 수(其三)
넷째 수(其四)
최규에게 주다(贈崔珪)
승지 정동명에게 올리다(寄上東溟鄭氶旨)
학봉이 순 장로의 선실에 부친 시에 차운하다(次鶴峯寄題順長老禪室韵)
둘째 수(其二)
과거 보러 가는 강 선사 형제를 전송하며(送姜選士昆季赴擧)
나그넷길에 비 온 뒤 우연히 읊다(客中雨後偶題)
지헌 사미에게 차운하여 보내다(次寄志軒沙彌)
앞의 운을 거듭 사용하여 백련암에 부치다(疊用前韵寄題白蓮庵)
지헌 사미에게 주다(寄志軒沙彌)
매 상인을 대신하여 영 스님이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替梅上人次英師來韵)
둘째 수(其二)
니泥 자 운을 써서 비장루를 읊다(題臂長樓用泥字韵)
안 사군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安使君)
양무중의 만시(挽楊茂仲)
비에 막혀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하여 시천에게 보내다(阻雨不赴約以寄詩川)
민 상서에게 올리다(寄上閔尙書)
정 원외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鄭員外)
비안 현령 김호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比安宰金使君【鎬】)
비안 현령의 편지를 받고 나서 정자 조종저에게 드리다(得比安宰書寄呈趙正字【宗著】)
부록 차운시(附次韵)
정 상사 형제에게 보내다(寄鄭上舍昆季)
형조 상서 남용익에게 올리다(寄上讞部南尙書【龍翼】)
부록 차운시(附次韵)
월성에서 옛일을 회상하며(月城懷古)
통영으로 원수를 뵈러 가는 중을 보내며(送僧赴統營謁元帥)
남원 김 사군에게 올리다(上南原金使君)
평양으로 돌아가는 현 상인을 전송하며(送玄上人歸平壤)
김 상국에게 올리다(寄上金相國)
만휴 임유후 선생에 대한 만시(挽萬休任先生【有後】)
내한 오도일에게 부치다(寄吳內翰【道一】)
사간 최후상에게 보내다(寄崔司諫【後尙】)
수찬 김석주에게 보내다(寄金修撰【錫胄】)
윤씨의 『삼절유고』 뒤에 부치다(題尹氏三節遺稿後)
삼가 집의 조세환과 장성 수령 홍석구, 무장 현령 심담이 송광사에서 노닌 시에 차운하다(謹次趙執義【世煥】長城倅洪【錫龜】茂長宰沈【柟】遊松廣寺韵)
김 상국께 올리다【당시 영암에 유배 중이었다】(上金相國【時謫靈岩】)
부록 문곡의 차운시(附次韵 文谷)
석사 조근하가 보낸 시에 차운하다(次曹碩士【根夏】來韵)
부록 원시(附原韵)
환선정 시에 차운하다(次喚仙亭韵)
승평 군수 안후태에게 올리다(寄上昇平安使君【后泰】)
부록 차운시(附次韵)
복천 수령 조경망의 시에 받들어 화답하다(奉和福川宰趙【景望】韵)
감사 유명현에게 올리다(上柳監司【命賢】)
조 석사가 서석산에 노닌 시에 차운하다(次趙碩士遊瑞石山韵)
운사 박태손에게 받들어 드리다(奉寄朴運使【泰孫】)
부록 차운시(附次韵)

008_0441_a_01L金執義松廣寺呈安使君后泰淸流
008_0441_a_02L寓曺溪山送遊方僧次朴秀才韵
008_0441_a_03L題楊處士草堂峽村題黃嶺蘭若
008_0441_a_04L次柳秀才寄題影堂韵奉送金使君入洛
008_0441_a_05L
歸鷰送僧歸北送懸解師北
008_0441_a_06L歸五峯山
送僧歸關東宿吉祥廢
008_0441_a_07L挽俗人雪後月夜次張秀才
008_0441_a_08L中書懷示張秀才留別贈學敏奉寄
008_0441_a_09L滄洲鄭察訪光淵
贈崔珪寄上東
008_0441_a_10L溟鄭丞旨次鶴峯…禪室韵
送姜
008_0441_a_11L選士昆季赴擧客中雨後偶題次寄
008_0441_a_12L志軒沙彌疊用前韵寄題白蓮庵
008_0441_a_13L志軒沙彌替梅上人次英師來韵

008_0441_a_14L臂長樓用泥字韵奉寄安使君挽楊
008_0441_a_15L茂仲阻雨不赴約以寄詩川寄上閔
008_0441_a_16L尙書奉寄鄭員外奉寄比安宰金使
008_0441_a_17L君鎬得比安宰書寄呈趙正字宗著
008_0441_a_18L鄭上舍昆季寄上讞部南尙書龍翼

008_0441_a_19L月城懷古送僧赴統營謁元帥上南
008_0441_a_20L原金使君送玄上人歸平壤寄上金
008_0441_a_21L相國
挽萬休任先生有後寄吳內
008_0441_a_22L翰道一寄崔司諫後尙寄金修撰錫曺
008_0441_a_23L題尹氏三節遺稿後謹次…松廣寺韵

008_0441_a_24L上金相國次曹碩士根夏來韵次喚仙
008_0441_a_25L亭韵
寄上昇平安使君后泰奉和
008_0441_a_26L福川宰趙景望韵上柳監司命賢次趙
008_0441_a_27L碩士遊瑞石山韵
奉寄朴運使泰孫

008_0441_b_01L선 수사에게 차운하다(次宣秀士)
달을 바라보며 옛 친구를 생각하다(對月有懷故人)
회소 스님을 애도하며(悼繪素上人)
유회의 시에 차운하다(次韵遺懷)
진양 의곡사로 돌아가는 원 상인을 전송하면서【서문과 함께】(送圓上人歸晋陽義谷寺詩【幷序】)
산을 나서며 우연히 읊다(出山偶吟)
천왕봉에 올라(登天王峯)
백운산에 머물며 수 스님을 생각하다(寓白雲山憶修上人)
흘 스님을 보내며(送屹師)
윤 진사의 시에 차운하다(次尹進士韵)
삼척 이지온이 석왕사를 유람한 시를 받들어 차운하다(奉次李三陟【之蘊】遊釋王寺韵)
영은암에서 사군 정면에게 올리다(靈隱庵上鄭使君【勔】)
처사 장죽재가 교외에 살면서 가을날 흥취를 읊은 시에 차운하다(次張處士竹齋郊居秋興韵)
정 원외랑이 보내온 시에 공경히 차운하다【보낸 시에 환속하라고 나를 면려하였기 때문에 시에서 그것을 언급한 것이다.】(敬次鄭員外來韵【來詩有勉余冠㒹之語故詩中及之云】)
연운으로 가서 머물려는 송파 대사를 전송하며(送松坡大師赴緣雲住)
만휴 임 참의에게 올리다(寄上萬休任叅議)
부록 차운시(附次韵)
벽암 대장로를 곡하다(哭碧巖大長老)
황령黃嶺
묘봉妙峯
내원內院
호서에서 관북으로 떠나는 승려를 전송하며(送僧自湖西徃遊關北)
봄날 우연히 읊다(春日偶吟)
속된 중에게 주다(贈俗僧)
다시 수선사에 이르러 벗에게 보이다(重到修禪社示知己)
관서의 산에 돌아가는 눌 상인을 전송하며(送訥上人歸關西住山)
진정국사 『호산록』의 시에 차운하여 원인에게 주다(次眞靜國師湖山錄韵贈元忍)
수 사미에게 주다(贈修小師)
폐사가 된 만복사에 부치다(題萬福廢寺)
찰방 남계 정광연에게 받들어 보내다 (奉寄蘫溪鄭察訪【光淵】)
부록 창주의 차운시(附次韵 滄洲)
행 사미에게 주다(贈行小師)
환 스님의 시에 차운하다(次還師韵)
환 스님에게 보내다(寄還師)
『화엄경』을 읽고(讀華嚴經)
판관 유현과 함평 오이익을 모시고 순천 송광사에 노닐다(奉陪柳判官【俔】吳咸平【以翼】遊順天松廣寺)
봄날 저녁 산에 거하며(山居春暮)
의심 상인이 시를 지어 방장산의 경치를 묻기에 차운하여 화답하다(義諶上人作詩問方丈山景仍次其韵以酧)
윤 스님이 시를 구하기에 재미 삼아 주다(允上人求詩戱贈)
오 스님에게 드리다(贈悟上人)
관 스님에게 드리다(贈寛上人)
계룡산 우 대사에게 드리다(贈鷄龍山牛大師)
가을밤 심정을 적어 명, 순 두 사미에게 보이다(秋夜書懷示㝠順二小師)
폐사가 된 회암사(檜岩廢寺)
석주의 운을 써서 준 상인에게 주다(用石洲韵贈俊上人)
봄날 저녁 만휴와를 생각하다(春暮憶萬休窩)
다섯째 표질 정시필의 초가집에 부치다(寄題表姪鄭五【時弼】芧亭)
가을날 사군 이봉징과 참의 이옥을 모시고 송광사에서 놀다(秋日奉陪使君李鳳徵參議李沃遊松廣寺)
부록 박천의 원시(附原韵 愽泉)
삼은의 원시(三隱)
앞의 운을 거듭 써서 짓다(疊用前韵)
또又
또又
삼은 사군, 박천 학사와 밤에 앉아 연구를 짓다(與三隱使君愽泉學士夜坐聯句 )
또又
삼은 사군이 부채 두 자루를 보내 주고 겸하여 시를 보여 주니 차운하다(三隱使君寄扇二柄兼示以詩次韵)
부록 원시(附原韵)
삼은 사군과 동박천 학사에게 받들어 주다(奉寄三隱使君兼東愽泉學士)
경 스님이 화 수좌에게 준 시에 차운하다(次瓊老師贈和首座韵)
책 읽는 학생들에게 보이다(示讀書諸生)
고부 군수 정 사군의 만일사 유람시에 공경히 차운하다(敬次古阜鄭使君遊萬日寺韵)
부록 원시(附原韵)
붓을 날려 삼십 운을 지어 형 사미에게 주다(走筆三十韵贈浻沙彌)
백암집 하권(栢庵集 下)
문文
신영당기新影堂記
순창 영축산 축암사 불전 중수기(淳昌靈鷲山鷲岩寺重修佛殿記)
금산 비장암 독의루기(金山臂長菴獨倚樓記)
『애련집愛蓮集』 서(愛蓮集序)

008_0441_b_01L次宣秀士對月有懷故人悼繪素上
008_0441_b_02L次韵遣懷送圓上人…義谷寺詩
008_0441_b_03L并序出山偶吟登天王峯寓白
008_0441_b_04L雲山憶修上人
送屹師次尹進士
008_0441_b_05L奉次…釋王寺韵靈隱庵上鄭使
008_0441_b_06L君勔次張處士…秋興韵敬次鄭員
008_0441_b_07L外來韵送松坡大師赴緣雲住寄上
008_0441_b_08L萬休任叅議哭碧巖大長老黃嶺
008_0441_b_09L妙峯內院送僧自湖西徃遊關北
008_0441_b_10L春日偶吟贈俗僧重到修禪杜示知
008_0441_b_11L送訥上人歸關西住山次眞靜國
008_0441_b_12L師湖山錄韵贈元忍贈修小師題萬
008_0441_b_13L福廢寺奉寄灆溪鄭察訪光淵贈行
008_0441_b_14L小師次還師韵寄還師讀華嚴經
008_0441_b_15L奉陪柳判官俔…松廣寺山居春暮
008_0441_b_16L諶上人…以酧允上人求詩戱贈
008_0441_b_17L悟上人贈寛上人贈鷄龍山牛大師
008_0441_b_18L秋夜書懷示冥順二小師檜岩廢寺
008_0441_b_19L石洲韵贈俊上人春暮憶萬休窩
008_0441_b_20L題表姪鄭五時弼茅亭秋日奉陪…松廣
008_0441_b_21L與三隱…坐聯句
三隱…次韵
008_0441_b_22L奉寄…學士次瓊老師贈和首座韵
008_0441_b_23L讀書諸生敬次…萬日寺韵走筆三
008_0441_b_24L十韵贈浻沙彌

008_0441_b_25L卷下

008_0441_b_26L七十篇

008_0441_b_27L新影堂記淳昌…佛殿記金山臂長
008_0441_b_28L菴獨倚樓記愛蓮集序送智楫上人

008_0441_c_01L명천 칠보산으로 돌아가는 지즙 상인을 전송하는 서(送智楫上人還明川七寶山序)
백련사로 가는 칠봉 인 공을 전송하는 시의 서(送七峰印公徃住廬白蓮社詩序)
백아산 금선대 상량문(白鵝山金仙臺上樑文)
징광사 수진실 상량문(澄光寺垂眞室上梁文)
침굉헌에게 답하여 올리는 계(答枕肱軒啓)
전라감사가 보낸 쌀과 필묵에 감사하며 받들어 올리는 계(奉謝湖伯賚米及筆墨啓)
수월암 주인에게 보내는 통계(通水月庵主啓)
서석산 한 대사에게 회신하는 계(回瑞石閑大師啓)
영남으로 유람하는 욱 상인을 전송하는 서(送旭上人遊嶺南序)
≺야유당십경野幽堂十景≻을 차운한 시의 인(次野幽堂十景詩韵引)
석교 권화소(石橋勸化䟽)
조계산 송광사 보조국사비 중수 경참소(曹溪山松廣寺重竪普照國師碑慶懺䟽)
다시 짓다(又)
식 상인이 죽은 스승을 천도하는 소(湜上人薦亡師䟽)
영 상인이 죽은 아비를 천도하는 소(英上人薦亡父䟽)
성변 의준을 대신하여 스승을 천도한 소(代性卞義俊薦師䟽)
섣달그믐날 밤 소(除夜䟽)
남을 대신하여 모친을 천도한 소(代人薦母䟽)
나한재 소를 대신 짓다(羅漢齋䟽【代人】)
『화엄경회편소초華嚴經會編䟽鈔』를 다시 간행한 낙성식 경참소(重刊華嚴經會編䟽鈔落成慶懺䟽)
희경 상인을 대신하여 스승을 천도하는 소(代希敬上人薦師䟽)
보조국사의 사리를 봉안하는 소(奉安普照國師舍利䟽)
취미 대사 천도소(薦翠徵大師䟽)
다시 짓다(又)
죽은 스님의 천도소를 대신 짓다(薦亡師䟽【代人作】)
순 스님이 어머니를 천도하는 칠칠재 소를 대신 짓다(代順師薦母七七䟽)
김 집의에게 보내는 편지(寄金執義書)
조 진사에게 주다(與趙進士)
조 지평에게 회신하는 편지(回趙持平書)
조 양양에게 올리는 편지(上趙襄陽書)
유 방백方伯에게 답하다(答柳方伯)
박 운사에게 보내다(寄朴運使)
조 수찬에게 보내다(寄趙修撰)
낭선군에게 올리다(上朗善君)
낭원군朗原君에게 올리다(上朗原君)
남 상서에게 올리다(上南尙書)
홍 해주자사에게 보내다(寄洪海州)
김 수찬에게 보내다(寄金修撰)
최 응교에게 보내다(寄崔應敎)
김 상국에게 올리다(上金相國)
유 관찰사에게 보내다(與柳巡相)
취암 장로에게 보내다(與翠巖長老)
회계 도인에게 보내는 편지(與檜磎道人書)
구봉에게 보내다(與龜峯)
양 참봉에게 보내다(與楊參奉書)
구봉 보현사 승려에게 보내다(與九峰普賢寺僧)
오 석사에게 답신하다(復吳碩士)
삼은 사군에게 편지 보내다(柬三隱使君)
이 대사간에게 보내다(寄李大司諫)
호남 영광군 구봉산 보현사 연기기(湖南靈光郡九峯山普賢寺緣起記)
모악산 해불암기(母岳山海佛庵記)
정 염서 거사의 일출암기(丁念西居士日出庵記)
정토사기淨土社記
호남 담양 법운산 옥천사 사적湖南潭陽法雲山玉泉寺事蹟
홍주 팔봉산 용봉사의 새 누각 기(洪州八峯山龍鳳寺新樓記)
천봉산 자수암의 새로 수리한 동쪽 정자 기(天鳳山慈壽庵新理東亭記)
지리산 쌍계사의 대웅전과 팔영루 중수기(智異山雙溪寺重修大雄殿及八咏樓記)
신흥사를 중건하는 권선문(重建神興勸文)
신흥사의 기와 굽는 가마를 만드는 권선문(神興寺燒瓦窑勸文)

008_0441_c_01L還明川七寶山序送七峰印公徃住廬白
008_0441_c_02L蓮社詩序白鵝山金仙臺上樑文澄光
008_0441_c_03L寺垂眞室上梁文答枕肱軒啓奉謝
008_0441_c_04L湖伯賚米及筆墨啓通水月庵主啓
008_0441_c_05L瑞石閑大師啓送旭上人遊嶺南序
008_0441_c_06L野幽堂十景詩韵引石橋勸化䟽
008_0441_c_07L溪山松廣寺重竪普照國師碑慶懺䟽

008_0441_c_08L湜上人薦亡師䟽英上人薦亡父䟽
008_0441_c_09L性卞義俊薦師䟽除夜䟽代人薦母
008_0441_c_10L羅漢齋䟽重刊華嚴經會編䟽鈔
008_0441_c_11L落成慶懺䟽代希敬上人薦師䟽奉安
008_0441_c_12L普照國師舍利䟽薦翠徵大師䟽

008_0441_c_13L亡師䟽代順師薦母七七䟽寄金執
008_0441_c_14L義書與趙進士回趙持平書
008_0441_c_15L趙襄陽書答柳方伯寄朴運使
008_0441_c_16L趙修撰上朗善君上朗原君
008_0441_c_17L南尙書寄洪海州寄金修撰寄崔
008_0441_c_18L應敎上金相國與柳巡相與翠巖
008_0441_c_19L長老與檜磎道人書與龜峯與楊
008_0441_c_20L參奉書與九峰普賢寺僧復吳碩士
008_0441_c_21L柬三隱使君寄李大司諫湖南靈光
008_0441_c_22L郡九峯山普賢寺緣起記母岳山海佛庵
008_0441_c_23L丁念西居士日出庵記淨土社記
008_0441_c_24L湖南潭陽法雲山玉泉寺事蹟洪州八峯
008_0441_c_25L山龍鳳寺新樓記天鳳山慈壽庵新理東
008_0441_c_26L亭記智異山雙溪寺重修大雄殿及八咏
008_0441_c_27L樓記重建神興勸文神興寺燒瓦窑

008_0442_a_01L전일암의 불기와 놋쇠솥에 시주하라는 글(錢日庵化供佛器鍮鏳文)
봉갑사 천불을 조소하는 권선문(鳳▼(山/甲)寺雕塑千佛勸文)
함평 용천사龍泉寺 숙석 보루와 섬돌의 권선문(咸平龍泉寺熟石壘階勸文)
낙안 남쪽에 다리를 잇는 권선문(樂安治南斷橋架橋梁勸善文)
경기도 양성 북쪽 소사의 석교 권선문(京畿陽城治北素沙石橋勸文)
조계산 보조국사비와 부도전을 새로 세우는 권선문(曹溪山普照國師碑浮屠殿新建勸善辭)
구례 화엄사의 장륙전과 불상 조성의 권선문(求禮華嚴寺重建丈六殿兼造像勸文)
팔영산 능가사 팔상전 권연소(八影山楞伽寺八相殿勸緣䟽)
지리산 내원암 제명기(智異山內院庵題名記)
시詩
비 온 뒤 찾은 향적사(雨後訪香積寺)
雨過水聲急    비 온 뒤라 시냇물 콸콸대고
雲收山色多    구름 걷힌 산빛은 더욱 푸르구나
諸天在何處    제천은 어느 곳에 있는가
鐘梵隔烟蘿    범종 소리 이내 낀 등라1) 너머에서 울리네
학천 상인과 이별하며(別學天上人)
莫謂有離合    만남과 헤어짐은 이야기하지 말게나
此身無去來    이 몸에는 가고 옴이 없으니
誰知大道上    누가 알리오. 큰 도에서 보면
天地一浮埃    이 세상도 떠다니는 한 티끌인 것을
바다 어귀를 바라보며(望海門)
潮滿汀洲白    파도가 모래섬 가득 하얗게 일렁이고
烟消島嶼靑    안개가 걷히자 섬들이 푸르게 드러나네
海門晴望遠    바다 어귀도 맑아 멀리까지 보이는데
終日倚岩扄    하루가 다 가도록 바위 문에 기대어 있노라
산속 가을밤 행각하는 도반들을 생각하며(山中秋夜憶途中諸侶)
乞食下城市    성안 저잣거리로 걸식하러 내려가서는
如何久不還    어이하여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지
豈無今夜月    이 밤의 달을 보면
念我宿秋山    가을 산에 잠들 나를 생각할까나
가을날의 심회(秋懷)
床下草虫鳴    침상 아래 풀벌레 우는 소리
夜深猶未歇    깊은 밤에도 쉬지 않네
悲酸不得眠    스산하고 슬픈 마음에 잠들지 못하고
倚戶看松月    문에 기대어 소나무 사이의 달을 바라보네
벗을 떠올리며(憶故人)

008_0442_a_01L勸文錢日庵化供佛器鍮鏳文鳳▼(山/甲)
008_0442_a_02L寺雕塑千佛勸文咸平龍泉寺熟石壘階
008_0442_a_03L勸文樂安治南斷橋架橋梁勸善文
008_0442_a_04L畿陽城治北素沙石橋勸文曹溪山普照
008_0442_a_05L國師碑浮屠殿新建勸善辭求禮華嚴寺
008_0442_a_06L重建丈六殿兼造像勸文八影山楞伽寺
008_0442_a_07L八相殿勸緣䟽智異山內院庵題名記

008_0442_a_08L

008_0442_a_09L1) [3]

008_0442_a_10L雨後訪香積寺

008_0442_a_11L
雨過水聲急雲收山色多

008_0442_a_12L諸天在何處鐘梵隔烟蘿

008_0442_a_13L別學天上人

008_0442_a_14L
莫謂有離合此身無去來

008_0442_a_15L誰知大道上天地一浮埃

008_0442_a_16L望海門

008_0442_a_17L
潮滿汀洲白烟消島嶼靑

008_0442_a_18L海門晴望遠終日倚岩扄

008_0442_a_19L山中秋夜憶途中諸侶

008_0442_a_20L
乞食下城市如何久不還

008_0442_a_21L豈無今夜月念我宿秋山

008_0442_a_22L秋懷

008_0442_a_23L
床下草虫鳴夜深猶未歇

008_0442_a_24L悲酸不得眠倚戶看松月

008_0442_a_25L憶故人

008_0442_b_01L
睡覺坐憑欄    잠이 깨어 난간에 기대앉았으니
梨花風雨夕    저녁 비바람에 배꽃이 날리네
憶君忽回首    그대를 생각하며 홀연 고개를 돌리니
萬水千山隔    큰 강물과 첩첩 산이 가로막고 있구나
동강에서 이별시를 건네다(東江贈別)
東江別故人    동강에서 벗과 이별하니
故人歸何處    그대는 어느 곳으로 돌아가는가
江水與故人    강물과 벗이
共向天涯去    함께 하늘 끝으로 떠나가는구나
가을밤 홀로 앉아서(秋夜獨坐)
秋夜坐石牀    가을밤 돌 침상에 앉았으니
露冷虫暄急    이슬 차가운데 벌레 소리 시끄럽네
四壁悄無人    사방 벽은 고요하여 인적도 없는데
虗簷明月入    빈 처마로 밝은 달빛만 들어오누나
산에 올라(入山)
行行過石溪    걷고 또 걸어 바위 계곡을 지나고
細徑通踈竹    성긴 대숲에 난 오솔길을 걸어가네
不覺濕禪衣    중 옷이 젖는 줄도 몰랐는데
鶴搖松露滴    학이 날며 소나무의 이슬을 떨구었나
백운 산인에게 주다(贈白雲山人)
君在白雲山    그대는 백운산에 사니
白雲無㝎處    흰 구름은 정해진 거처 없는지라
來從白雲來    오는 것도 흰 구름을 따라오고
去逐白雲去    가는 것도 흰 구름을 따라가네
강가를 거닐다(江上行)
微雨西江上    서강 위로 부슬비 내리는데
客歸天一涯    나그네는 아득한 하늘 끝으로 돌아가네
秋風日暮急    가을바람에 해도 빨리 저물어
征鴈落長沙    돌아가는 기러기 너른 모래 위로 내려앉노라
대나무를 읊다(咏竹)
愛爾藏貞節    네 곧은 절개를 사랑하여
曾從遠地移    예전에 멀리에서 옮겨 심었노라
不宜秋雨夜    비 내리는 가을밤 말고
堪賞歲寒時    추운 한겨울에는 감상할 만하리라
귤을 읊다(咏橘)
誰奪黃虬卵    누가 누런 규룡의 알2)을 빼앗아
高懸碧玉枝    푸른 옥 가지에 높이 매달아 놓았나
摘來香滿袖    따 가지고 오자 귤 향기 소매에 가득하니
風味少人知    이 맛을 아는 이 적으리
휘 상인의 방에 부치다(題暉上人房)

008_0442_b_01L
睡覺坐憑欄梨花風雨夕

008_0442_b_02L憶君忽回首萬水千山隔

008_0442_b_03L東江贈別

008_0442_b_04L
東江別故人故人歸何處

008_0442_b_05L江水與故人共向天涯去

008_0442_b_06L秋夜獨坐

008_0442_b_07L
秋夜坐石牀露冷虫喧急

008_0442_b_08L四壁悄無人虗簷明月入

008_0442_b_09L入山

008_0442_b_10L
行行過石溪細徑通踈竹

008_0442_b_11L不覺濕禪衣鶴搖松露滴

008_0442_b_12L贈白雲山人

008_0442_b_13L
君在白雲山白雲無㝎處

008_0442_b_14L來從白雲來去逐白雲去

008_0442_b_15L江上行

008_0442_b_16L
微雨西江上客歸天一涯

008_0442_b_17L秋風日暮急征鴈落長沙

008_0442_b_18L咏竹

008_0442_b_19L
愛爾藏貞節曾從遠地移

008_0442_b_20L不宜秋雨夜堪賞歲寒時

008_0442_b_21L咏橘

008_0442_b_22L
誰奪黃虬卵高懸碧玉枝

008_0442_b_23L摘來香滿袖風味少人知

008_0442_b_24L題暉上人房

008_0442_c_01L
寺在淸溪上    절은 맑은 시냇가에 있고
烟生碧樹間    안개는 푸른 숲 사이로 피어나네
幽人寂無事    그윽한 사람 고요히 일이 없어
終日對靑山    하루가 다 가도록 푸른 산을 바라보네
골짜기 마을(峽村)
草屋背山結    띳집들 산을 등지고 옹기종기 모여 있고
蓬門面水開    쑥 대문은 강을 마주 보고 열려 있네
市喧終不到    저잣거리의 시끄러움 예까지 이르지 못하니
疑是避秦來    진의 난리 피한 무릉이 여기인가 하노라
황령사에 부치다(題黃嶺蘭若)
黃嶺知名寺    황령사는 이름 있는 절
何年此地開    언제 이곳에서 개창했는지
庭前有栢樹    마당 앞에는 잣나무 서 있어
不必問西來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 물을 필요 없구나
관서로 가는 여악 산인을 보내며(送廬岳山人遊關西)
十載依廬岳    십 년을 여산에 살면서
草衣兼木食    풀옷 걸치고 나무 열매 먹었는데
一錫向西飛    지팡이 날려 서쪽으로 간다 하니
雲踪何處覔    구름의 자취를 어디에서 찾으리
숨어 살면서【2수】(幽居【二】)
[1]
喬木有佳禽    높은 나무에는 아름다운 새 깃드는데
柴門無俗客    사립문으로는 속세의 나그네 찾질 않네
晴窓坐寂寥    맑게 갠 창가에 적막하게 앉았으니
只管雲靑白    푸르고 흰 구름만 떠가노라

[2]
嬾煮澗邊蔌    게으르게 시냇가에서 푸성귀 익히고
濃煎睡後茶    자고 일어나 짙게 차를 달이네
禪心淸似水    참선하는 마음 물처럼 맑아
不必誦恒沙    불경을 외울 필요 없다네
서암 노인에게 주다(贈瑞岩老人)
獨坐香爐頂    향로봉 정상에 홀로 앉아서
尋常喚主人    늘 주인공을 부르네3)
羡師雙白足    스님의 깨끗한 두 발이 부러우니
曾不踏紅塵    한 번도 세속의 티끌 밟지 않았나니
관서로 돌아가는 월암 인 상인을 보내며(送月庵仁上人歸關西)
斷峽雲陰重    끊어진 골짜기엔 구름 그림자 짙고
遙岑雨氣昏    먼 산은 비 기운으로 어두운데
關西幾千里    관서는 몇천 리가 되니
此別共銷魂    이 이별에 둘 다 애가 타네
봄날 느낌이 있어서(春日有感)
草靑柳嶺山    풀잎 푸르른 유령산과
花落黃溪水    꽃잎 흩날리는 황계4)수야

008_0442_c_01L
寺在淸溪上烟生碧樹間

008_0442_c_02L幽人寂無事終日對靑山

008_0442_c_03L峽村

008_0442_c_04L
草屋背山結蓬門面水開

008_0442_c_05L市喧終不到疑是避秦來

008_0442_c_06L題黃嶺蘭若

008_0442_c_07L
黃嶺知名寺何年此地開

008_0442_c_08L庭前有栢樹不必問西來

008_0442_c_09L送廬岳山人遊關西

008_0442_c_10L
十載依廬岳草衣兼木食

008_0442_c_11L一錫向西飛雲踪何處覔

008_0442_c_12L幽居

008_0442_c_13L
喬木有佳禽柴門無俗客

008_0442_c_14L晴窓坐寂寥只管雲靑白(一)

008_0442_c_15L嬾煮澗邊蔌濃煎睡後茶

008_0442_c_16L禪心淸似水不必誦恒沙(二)

008_0442_c_17L贈瑞岩老人

008_0442_c_18L
獨坐香爐頂尋常喚主人

008_0442_c_19L羡師雙白足曾不踏紅塵

008_0442_c_20L送月庵仁上人歸關西

008_0442_c_21L
斷峽雲陰重遙岑雨氣昏

008_0442_c_22L關西幾千里此別共銷魂

008_0442_c_23L春日有感

008_0442_c_24L
草靑柳嶺山花落黃溪水

008_0442_c_25L「詩」編者補入

008_0443_a_01L春色年年同    봄빛은 해마다 같은데
人心胡不似    사람의 마음은 어찌하여 다른지
차운하여 선객에게 주다(次韵贈禪客)
溪柳含烟綠    시냇가 버드나무는 아지랑이 속에 푸르고
山花冒雨紅    산꽃은 비 맞아 더욱 붉구나
風霜無改操    바람과 서리에도 지조를 고치지 않는 것은
獨有澗邊松    오직 강가의 소나무뿐이라네
화첩에 쓰다【3수】(題畫帖【三】)
[1]
霜落秋江淨    서리 내린 가을 강물 맑기만 하고
沙寒宿鷺拳    찬 모래사장에 자는 백로 웅크리고 있는데
蘆花兩岸雪    강 양쪽 기슭 갈대꽃은 눈처럼 희고
風撲釣魚船    바람에 흔들리는 고기잡이배 한 척

[2]
斷岸迷秋草    깎아지른 절벽에 가을 풀 무성하고
長江生晩波    긴 강에는 저녁 파도 철썩이네
征南鴈數點    남쪽으로 가는 기러기 몇 마리
隨月宿圓沙    달을 따라 둥근 모래밭에서 자노라

[3]
欝欝千株檜    울창한 천 그루의 전나무 숲
岩岩一梵宮    겹겹의 바위에 절이 하나 있어
胡僧坐入㝎    호승은 앉아서 선정에 들었는데
花雨亂隨風    꽃비가 바람 따라 어지럽게 날리네
숨어 지내며(幽居)
境僻無來客    궁벽한 곳 찾는 손님도 없어
山空獨掩門    빈산에 홀로 문 닫고 지내나니
雲林與朝市    승려 사는 산림은 조정이나 저자와
從古遠相分    예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네
한가로이 거닐다(閑行)
杖藜晩步出    저물녘 명아주 지팡이 짚고 걸어 나와
濯足臨淸流    발 씻고 맑은 시내에 앉았네
一鳥不鳴處    새 한 마리도 울지 않는 곳에서
始知山更幽    산의 그윽함을 실감하게 되네
맑은 봄날(春晴)
遠峀收微雨    먼 산봉우리에 보슬비 걷히자
高窓引細風    높은 창으로 바람이 솔솔 불어오네
小眠仍隱几    잠깐 졸다 궤안에 기대니
殘夢鳥聲中    꿈결에 새소리 들리노라
능 상인에게 주다(贈能上人)
見面雖今日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지만
聞名自少年    이름을 들은 것은 젊어서부터라네
方壼綠蘿月    신선산 푸른 등라 사이로 비추는 달
莫負對床眠    함께 잠자기를 저버리지 말지니
정 서천에게 올리다(上鄭舒川)

008_0443_a_01L春色年年同人心胡不似

008_0443_a_02L次韵贈禪客

008_0443_a_03L
溪柳含烟綠山花冒雨紅

008_0443_a_04L風霜無改操獨有澗邊松

008_0443_a_05L題畫帖

008_0443_a_06L
霜落秋江淨沙寒宿鷺拳

008_0443_a_07L蘆花兩岸雪風撲釣魚船(一)

008_0443_a_08L斷岸迷秋草長江生晩波

008_0443_a_09L征南鴈數點隨月宿圓沙(二)

008_0443_a_10L欝欝千株檜岩岩一梵宮

008_0443_a_11L胡僧坐入㝎花雨亂隨風(三)

008_0443_a_12L幽居

008_0443_a_13L
境僻無來客山空獨掩門

008_0443_a_14L雲林與朝市從古遠相分

008_0443_a_15L閑行

008_0443_a_16L
杖藜晩步出濯足臨淸流

008_0443_a_17L一鳥不鳴處始知山更幽

008_0443_a_18L春晴

008_0443_a_19L
遠峀收微雨高窓引細風

008_0443_a_20L小眠仍隱几殘夢鳥聲中

008_0443_a_21L贈能上人

008_0443_a_22L
見面雖今日聞名自少年

008_0443_a_23L方壼綠蘿月莫負對床眠

008_0443_a_24L上鄭舒川

008_0443_b_01L
先生在市朝    선생이 저자와 조정에 있을 때
野衲棲雲樹    산승은 구름과 나무5)에 깃들었다네
所貴同心期    귀한 것은 기약하는 마음이 같은 것이니
何言殊出處    어찌 출처가 다르다고 말하리오
동명이 우 상인에게 준 시에 차운하다(次東溟贈宇上人韵)
海內能詩士    우리나라의 시에 능한 선비
東溟只一人    동명6) 한 사람뿐이지
蒼顔與白髮    늙어 백발이 되어서도
蕭洒出風塵    맑고 깨끗하게 풍진세상 벗어났네
부록 원시(附原韵)
愛客無來客    손님을 사랑하지만 찾는 손님 없고
逢人盡上人    사람을 만나도 모두 중이라네
陶潜長醉酒    도연명은 오랫동안 술에 취하여
不暇問塵塵    세속 일 물을 겨를 없구나
낙동강을 건너며(渡洛東江)
朝餐我溪驛    아침엔 아계역에서 밥 먹고
晩渡洛東江    저녁엔 낙동강을 건너네
靑蕪望不極    푸른 벌판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白鳥下雙雙    흰 새들 짝지어 내려앉노라
여름날 비 온 뒤 진락대에 올라(夏日雨後登眞樂臺)
熱惱人間世    번뇌로 가득한 인간 세상과
淸凉樹下臺    청량한 숲속의 누대
誰知此眞樂    누가 알리오 이것이 진정한 즐거움인 것을
終日獨徘佪    하루가 가도록 홀로 거니노라
해심 대사에게 보내다(寄海深大師)
碧海秋雲暗    푸른 바다에 가을 구름 어둑어둑
靑溪暮雨踈    푸른 시내에 저녁 비가 부슬부슬
故人千里外    벗이 천 리 밖에 있으니
那惜數行書    몇 줄 편지를 어찌 아끼리오
순일 사미에게 주다(贈順一沙彌)
沙彌順一也    순일 사미는
眞是驥之子    진실로 천리마 새끼라네
追風噴玉嘶    바람을 쫓아 맑은 소리로 울부짖고
一日能千里    하루에 천 리를 달리노라
양무중의 만시(挽楊茂中)
相識自童稚    어린아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는데
於今一夢空    이제 보니 한바탕 꿈처럼 무상하구나
不堪光照夜    밤을 비추는 밝은 빛을 감당하지 못하여
埋却九原中    구천의 들에 묻혀 버렸는가
적성의 큰선비 양무중에게 보내다(寄赤城楊碩士【茂仲】)

008_0443_b_01L
先生在市朝野衲棲雲樹

008_0443_b_02L所貴同心期何言殊出處

008_0443_b_03L次東溟贈宇上人韵

008_0443_b_04L
海內能詩士東溟只一人

008_0443_b_05L蒼顏與白髮蕭洒出風塵

008_0443_b_06L附原韵

008_0443_b_07L
愛客無來客逢人盡上人

008_0443_b_08L陶潜長醉酒不暇問塵塵

008_0443_b_09L渡洛東江

008_0443_b_10L
朝餐武溪驛晩渡洛東江

008_0443_b_11L靑蕪望不極白鳥下雙雙

008_0443_b_12L夏日雨後登眞樂臺

008_0443_b_13L
熱惱人間世淸凉樹下臺

008_0443_b_14L誰知此眞樂終日獨徘佪

008_0443_b_15L寄海深大師

008_0443_b_16L
碧海秋雲暗靑溪暮雨踈

008_0443_b_17L故人千里外那惜數行書

008_0443_b_18L贈順一沙彌

008_0443_b_19L
沙彌順一也眞是驥之子

008_0443_b_20L追風噴玉嘶一日能千里

008_0443_b_21L挽楊茂中

008_0443_b_22L
相識自童稚於今一夢空

008_0443_b_23L不堪光照夜埋却九原中

008_0443_b_24L寄赤城楊碩士茂仲

008_0443_c_01L
孫綽幽棲處    손작7)이 은거하는 곳의
高窓對赤城    높은 창문 적성을 향해 나 있으니
唯應近作賦    다만 요즘 지은 부를
擲地試金聲    땅에 던져 쇳소리를 시험해 보게나8)
웅 스님에게 보내다(寄雄師)
碧樹晴光動    푸른 숲에는 맑은 빛이 일렁이고
風蟬處處鳴    서늘한 매미는 곳곳에서 울어 대네
故人千里外    벗이 천 리 밖에 있으니
秋日不勝情    가을날의 정회를 이기지 못하노라
가을밤 빗소리 들으며(秋夜聽雨)
月黑秋山空    달빛도 없는 가을 산은 텅 비고
蕭蕭葉下樹    숲의 나뭇잎은 쓸쓸하게 떨어지는데
孤燈照不眠    외로운 등불 켜고 잠 못 들어
聽灑寒溪雨    찬 시내의 맑은 빗소리 듣노라
송광사에서 송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松廣寺次宋秀才韵)
寺居千嶂裡    절이 첩첩 산속에 있어
初地淨無塵    절집9)은 티끌 하나 없이 맑구나
一夜淸溪雨    한밤중 맑은 시내에 내린 비로
殘花屬暮春    저무는 봄 꽃들이 시드네
다시 앞의 운을 사용하다(再用前韵)
晩倚溪樓上    저녁 늦게 시내의 누대에 기대어
淸吟句絕塵    맑은 시구를 읊조리니 세속의 번뇌 끊어졌네
誰知寡和曲    누가 알리오, 화답할 시가 적음을
一一是陽春    그대의 곡은 모두 ≺양춘곡≻10)인 것을
산으로 떠나는 천풍산인 응화를 보내며(送天風山人應和歸山)
海岳殘秋雨    바닷가 산에 가을비 뿌리니
天風落木時    천풍산에는 낙엽이 떨어지겠구나
送君歸入㝎    참선하러 돌아가는 그대를 보내나니
寒月滿天池    차가운 달빛 하늘 연못11)에 가득하리
이 석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李碩士韵)
谷鳥初求友    골짜기의 새가 처음으로 벗을 찾으니
殘春一院幽    저무는 봄날 온 집 안이 그윽하도다
誰知禪寂外    누가 알리오 선정의 쓸쓸함 말고
離思更悠悠    이별의 그리움이 더욱더 아득한 것을
암 스님 시에 차운하다【3수】(次庵師韵【三】)
[1]
碧樹蟬鳴急    푸른 숲엔 매미 소리 시끌시끌
靑山暮雨踈    푸른 산엔 저녁 비가 부슬부슬
道人幽寂意    도인은 그윽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竹槢臥看書    대나무 마루에 누워 책을 보노라

[2]
衰老仍多病    노쇠하면서 병도 많아
親知日漸踈    친구들이 날마다 줄어드니

008_0443_c_01L
孫綽幽棲處高窓對赤城

008_0443_c_02L唯應近作賦擲地試金聲

008_0443_c_03L寄雄師

008_0443_c_04L
碧樹晴光動風蟬處處鳴

008_0443_c_05L故人千里外秋日不勝情

008_0443_c_06L秋夜聽雨

008_0443_c_07L
月黑秋山空蕭蕭葉下樹

008_0443_c_08L孤燈照不眠聽灑寒溪雨

008_0443_c_09L松廣寺次宋秀才韵

008_0443_c_10L
寺居千嶂裡初地淨無塵

008_0443_c_11L一夜淸溪雨殘花屬暮春

008_0443_c_12L再用前韵

008_0443_c_13L
晩倚溪樓上淸吟句絕塵

008_0443_c_14L誰知寡和曲一一是陽春

008_0443_c_15L送天風山人應和歸山

008_0443_c_16L
海岳殘秋雨天風落木時

008_0443_c_17L送君歸入㝎寒月滿天池

008_0443_c_18L次李碩士韵

008_0443_c_19L
谷鳥初求友殘春一院幽

008_0443_c_20L誰知禪寂外離思更悠悠

008_0443_c_21L次庵師韵

008_0443_c_22L
碧樹蟬鳴急靑山暮雨踈

008_0443_c_23L道人幽寂意竹槢臥看書(一)

008_0443_c_24L衰老仍多病親知日漸踈

008_0444_a_01L閑懷誰與說    한가한 마음을 누구와 말하리오
斫樹白而書    나무를 베어 흰 바탕에 쓰리라12)

[3]
碧岑雲淡淡    푸른 산에 구름이 담담하고
蒼竹雨踈踈    푸른 대숲엔 비가 부슬부슬
無限淸幽思    맑고 그윽한 생각 끝이 없어
高聲一讀書    소리 높여 한결같이 책을 읽노라
구수 상인 지밀에게 주다(贈九峀上人智密)
九峀庵中主    구수암의 주인이여
辭山爲再叅    산을 떠나 거듭 참학하러 왔네
秋風一杖錫    가을바람에 지팡이 하나 짚고
來訪小江南    순천13)에 찾아왔구나
와룡산으로 떠나는 일 상인을 전송하며(送一上人歸臥龍山)
東行六百里    동쪽으로 육백 리 길을
三載兩來歸    삼 년 동안 두 번 왔다 가니
別後難重見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어려워라
空勞魂夢飛    공연히 꿈속의 넋이 찾아가느라 수고롭네
또又
歲月流如水    세월의 흐름은 물과 같아
浮生草露微    헛된 인생 풀잎의 이슬 같구나
夢中來又去    꿈속에서 가고 또 오니
他日覺知非    훗날 그릇됨을 알리라14)
서 거사의 방문에 감사하며(謝徐居士來訪)
孰謂維摩老    어찌 알았으리 유마 거사가
能來訪趙州    조주를 방문할 줄을
炎天六月暮    무더운 여름 유월의 저녁인지라
白汗正交流    흰 땀이 줄줄 흐르는구나
능주 김 목사를 이별하며(留別綾州金使君)
湖左綾州牧    호서의 능주 목사는
居然漢吏賢    한나라 관리처럼 어질구나
相逢一笑後    서로 만나 한번 웃은 뒤에
獨入萬峯前    홀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노라
기 스님의 시에 나중에 차운하다(追次機師來韵)
已屆天中節    벌써 천중절15)
榴花五月時    석류꽃 핀 오월이라
思君倚樓柱    그대를 생각하며 누대 기둥에 기대 있는데
山雨細如絲    산에는 가랑비가 실처럼 내리네
근친하러 가는 관 상인을 전송하며(送寛上人歸勤)
去去莫回顧    떠나갈 때는 돌아보지 말게나
相望有倚閭    마을 어귀에 기대어 어머님이 기다리시네
明朝視膳處    내일 아침 부모님께 진지 올릴 때16)
應不薦生魚    날 생선은 올리지 말게나

008_0444_a_01L閑懷誰與說斫樹白而書(二)

008_0444_a_02L碧岑雲淡淡蒼竹雨踈踈

008_0444_a_03L無限淸幽思高聲一讀書(三)

008_0444_a_04L贈九峀上人智密

008_0444_a_05L
九峀庵中主辭山爲再叅

008_0444_a_06L秋風一杖錫來訪小江南

008_0444_a_07L送一上人歸臥龍山

008_0444_a_08L
東行六百里三載兩來歸

008_0444_a_09L別後難重見空勞魂夢飛

008_0444_a_10L

008_0444_a_11L
歲月流如水浮生草露微

008_0444_a_12L夢中來又去他日覺知非

008_0444_a_13L謝徐居士來訪

008_0444_a_14L
孰謂維摩老能來訪趙州

008_0444_a_15L炎天六月暮白汗正交流

008_0444_a_16L留別綾州金使君

008_0444_a_17L
湖左綾州牧居然漢吏賢

008_0444_a_18L相逢一笑後獨入萬峯前

008_0444_a_19L追次機師來韵

008_0444_a_20L
已屆天中節榴花五月時

008_0444_a_21L思君倚樓柱山雨細如絲

008_0444_a_22L送寛上人歸勤

008_0444_a_23L
去去莫回顧相望有倚閭

008_0444_a_24L明朝視膳處應不薦生魚

008_0444_b_01L
윤 상인에게 주다(贈允上人)
幽壑楩楠長    그윽한 계곡엔 아름드리 나무 쭉쭉 뻗어
連雲大矣哉    구름에 닿을 듯 성대하구나
宗門已頹挫    우리 종문이 이미 퇴락하고 꺾였으나
可任棟樑材    동량의 재목이 될 만하도다
묘휘 사미에게 주다(贈妙輝沙彌)
沙彌年最少    사미의 나이 매우 어리나
骨氣異於凡    기골은 범상하지 않으니
倘着超方眼    만일 뛰어난 안목을 갖추면
迷途作指南    사바세계의 나침반이 되리라
성담에게 이별하며 주다(贈性湛別)
萬法猶歸一    만법은 오직 하나로 돌아가나니
寧論彼我殊    어찌 나와 남이 다르다고 말하리
相將濡以沫    물거품으로 서로 적셔 주는 것17)보다
不若散江湖    강호에서 흩어지는 것이 낫다네
선승에게 주다(贈禪者)
向外謾勞尋    바깥에서 수고롭게 찾는 것은 속이는 일이라
於中自陸沉    그 속에서 스스로 은거하는구나18)
西來無別意    달마가 서쪽에서 온 특별한 뜻 없으니
直指現前心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 눈앞에 드러내기를
박 운사가 보낸 시에 차운하다【2수】(次朴運使來韵【二】)
[1]
果熟三生業    삼생 업의 과보가 무르익어
心淸一炷香    맑은 마음으로 한 줄기 향불 피우고
相思許玄度    허현도19)를 사모하여
獨臥水雲房    홀로 승방에 누웠구나

[2]
跋馬遵西海    말을 타고 서해로 갔으나
猶餘坐席香    자리에는 여전히 향기가 남았으니
今宵何處在    오늘 밤엔 어느 곳에 있을까
隨意宿僧房    아마 마음 닿는 승방에서 자리라
임경당에서 운대 박태손의 시에 차운하다(臨鏡堂次朴運臺【泰遜】韵)
好月當軒白    아름다운 달이 마루를 환하게 비추고
踈鐘入夜淸    성긴 종소리는 밤들어 더욱 맑구나
今宵一槢話    오늘 밤 함께 나눈 대화가
明日兩鄕情    내일이면 서로 멀리서 그립겠지
수재 노황이 보낸 시에 차운하다(次盧秀才【榥】來韵)
允言才自大    윤언20)의 재주를 가졌다고 자부하며
讀盡十牛車    열 마리 소 수레의 책을 모두 읽었구나
漢帝憐詞賦    한 무제는 사부를 좋아하니
先須獻子虗    먼저 ≺자허부≻를 바쳐야 하리21)
연 대사가 성천 상인을 전송한 시에 차운하다(次璉大師送性天上人韵)

008_0444_b_01L贈允上人

008_0444_b_02L
幽壑楩楠長連雲大矣哉

008_0444_b_03L宗門已頹挫可任棟樑材

008_0444_b_04L贈妙輝沙彌

008_0444_b_05L
沙彌年最少骨氣異於凡

008_0444_b_06L倘着超方眼迷途作指南

008_0444_b_07L贈性湛別

008_0444_b_08L
萬法猶歸一寧論彼我殊

008_0444_b_09L相將濡以沫不若散江湖

008_0444_b_10L贈禪者

008_0444_b_11L
向外謾勞尋於中自陸沉

008_0444_b_12L西來無別意直指現前心

008_0444_b_13L次朴運使來韵

008_0444_b_14L
果熟三生業心淸一炷香

008_0444_b_15L相思許玄度獨臥水雲房(一)

008_0444_b_16L跋馬遵西海猶餘坐席香

008_0444_b_17L今宵何處在隨意宿僧房(二)

008_0444_b_18L臨鏡堂次朴運臺泰遜

008_0444_b_19L
好月當軒白踈鐘入夜淸

008_0444_b_20L今宵一槢話明日兩鄕情

008_0444_b_21L次盧秀才來韵

008_0444_b_22L
允言才自大讀盡十牛車

008_0444_b_23L漢帝憐詞賦先須獻子虗

008_0444_b_24L次璉大師送性天上人韵

008_0444_c_01L
對槢論前事    마주 앉아 예전 일을 이야기하고
臨歧問後期    갈림길에서 뒷날의 기약을 묻노라
別來靑嶂月    달밤 푸른 산에서 이별한 뒤
空費夢相思    부질없이 꿈속에서 그리워하겠지
안 순천에게 보내다(寄安順天)
別後年華促    이별한 뒤 세월은 빨리도 흘러
山花又一春    산꽃들은 다시 봄이 한창이구나
政應昏醉裡    아마 어지럽게 취하여
忘却臥雲人    구름 속에 누운 이 사람을 잊었으리
최 생원의 시에 차운하다(次崔生員韵)
擁閣千峯峻    절을 둘러싼 수천 봉우리 가파르고
沿溪一逕深    시내를 따라 난 오솔길은 깊다네
臨分但三笑    서로 헤어짐에 다만 함께 웃을 뿐22)
何用更傷心    마음 아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무령군 모악산에 올라(登武靈母岳山)
獨立層岩頂    층층의 바위산 꼭대기에 홀로 서니
茫茫不見邊    아득하여 끝이 보이질 않노라
雲烟生脚底    구름과 연기 발아래에서 피어나고
頭上有靑天    머리 위로는 푸른 하늘만이 펼쳐져 있구나
또又
鷲嶺臨無地    취령 높이 솟아 있고
鯨濤接遠天    사나운 파도는 먼 하늘에 닿아 있네
微茫雲海外    아득한 구름바다 밖으로
世界幾三千    몇 개의 삼천대천세계가 있는지
모악산 정상에 올라 지리산을 바라보며(登母岳頂望智異山)
極目雲烟外    아득히 멀리 구름과 이내 밖에
蒼茫智異山    푸르고 푸른 지리산이 보이네
相看曾有素    서로 바라보며 일찍부터 친분이 있어
爲爾一開顔    네 덕분에 얼굴 한번 펴는구나
김 석사가 보낸 시에 급히 차운하다【3수】(走次金碩士來韵【三】)
[1]
誰將五字詩    누가 다섯 자의 시를 적어
遠寄千峰寺    멀리 천봉사로 보내왔나
寡和曲何高    그대의 곡조 얼마나 높은지 화답할 노래 적으니
敎我還多事    나에게 다시 일이 많아졌네

[2]
層岩古木攢    층층의 암벽엔 오래된 나무 모여 있고
中有白雲寺    그 가운데엔 백운사가 있으니
任他世奔忙    세상일 바삐 돌아가든지 말든지
終年無一事    한 해가 가도록 아무 일도 없어라

[3]
曾將有限身    일찍부터 유한한 이 몸을 가지고
高臥雲中寺    구름 속 절간에 높이 누워
爲問世間人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라
何時能了事    어느 때나 일대사를 마치려는지
천 상인의 시에 차운하다(次韵天上人)

008_0444_c_01L
對槢論前事臨歧問後期

008_0444_c_02L別來靑嶂月空費夢相思

008_0444_c_03L寄安順天

008_0444_c_04L
別後年華促山花又一春

008_0444_c_05L政應昏醉裡忘却臥雲人

008_0444_c_06L次崔生員韵

008_0444_c_07L
擁閣千峯峻沿溪一逕深

008_0444_c_08L臨分但三笑何用更傷心

008_0444_c_09L登武靈母岳山

008_0444_c_10L
獨立層岩頂茫茫不見邊

008_0444_c_11L雲烟生脚底頭上有靑天

008_0444_c_12L

008_0444_c_13L
鷲嶺臨無地鯨濤接遠天

008_0444_c_14L微茫雲海外世界幾三千

008_0444_c_15L登母岳頂望智異山

008_0444_c_16L
極目雲烟外蒼茫智異山

008_0444_c_17L相看曾有素爲爾一開顏

008_0444_c_18L走次金碩士來韵

008_0444_c_19L
誰將五字詩遠寄千峰寺

008_0444_c_20L寡和曲何高敎我還多事(一)

008_0444_c_21L層岩古木攢中有白雲寺

008_0444_c_22L任他世奔忙終年無一事(二)

008_0444_c_23L曾將有限身高臥雲中寺

008_0444_c_24L爲問世間人何時能了事(三)

008_0444_c_25L次韵天上人

008_0445_a_01L
海國春猶早    바닷가엔 봄이 오히려 빠른데
山寒雪意多    추운 산속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하구나
相隨步溪上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냇가를 거닐다
時復倚枯査    때로 마른 나무 등걸에 기대노라
시천의 시에 차운하다【2수】(次詩川韵【二】)
[1]
百歲已逾半    나이 오십이 벌써 넘었으나
浮生非大年    덧없는 인생에 많은 나이23) 아니라네
眼靑雖自喜    반가운 눈동자 기쁘지만
白髮政堪憐    흰머리는 가련키만 하네

[2]
湖海別來久    호남 땅에서 오래전에 헤어진 뒤
相看各暮年    이렇게 만나니 둘 다 늙은이가 되었네
病深猶不死    병이 깊어도 죽지 않으니
應荷故人憐    벗의 사랑을 받게 되었네
이 시천이 보낸 시 ≺제야유당십경≻에 차운하다(次李詩川寄題野幽堂十景韵)
소나무 언덕(松塢)
密陰排暑酷    짙은 그늘은 혹심한 무더위를 몰아내고
勁節傲霜嚴    곧은 마디는 차가운 서리를 우습게 여기네
爲爾淸蕭瑟    너의 맑고 소슬함 덕에
尋詩幾撚髥    시를 지을 때 수염을 꼬게 되는구나24)

연못蓮塘
翠盖涵明鏡    푸른 소나무 맑은 거울에 비치고
紅衣映玉奩    붉은 연잎 수면에 일렁이네
涳濛一簾雨    주렴 자욱하게 부슬비 내리는데
珠碎不曾霑    부서지는 빗방울에도 젖지 않았네

뾰족한 봉우리(尖峰)
落日雲歸後    해 저물녘 구름이 돌아간 뒤로
危峰露指尖    깎아지른 봉우리 손가락 끝을 드러내네
拓窓看不厭    창에 기대어 바라봄에 싫증나지 않으니
濃綠滴踈簾    짙은 푸르름이 성긴 발에 뚝뚝 떨어지누나

금암金庵
峭壁笄華搆    깎아지른 절벽에 꽃비녀를 얽어 놓은 듯
山雲夜宿簷    밤이면 산 구름이 처마에서 잠이 드는 곳
踈鐘風作便    성긴 종소리 바람에 울리니
睡起閱牙籖    잠에서 깨어 책을 보노라

새로 핀 매화(新梅)
一枝纔吐蘂    가지 하나에서 막 꽃망울이 터지고
六出又堆鹽    눈꽃25)도 소금처럼 쌓였구나
淸若雖無比    맑디맑음은 비록 짝이 없으나
爭魁固不廉    우두머리를 다투는 일은 진실로 마다지 않네

대나무 숲(叢竹)
冷瘦此君節    차갑고 가는 것이 대나무26) 절개라서
從來爾具瞻    예부터 너를 모두 우러러보았네

008_0445_a_01L
海國春猶早山寒雪意多

008_0445_a_02L相隨步溪上時復倚枯査

008_0445_a_03L次詩川韵

008_0445_a_04L
百歲已逾半浮生非大年

008_0445_a_05L眼靑雖自喜白髮政堪憐(一)

008_0445_a_06L湖海別來久相看各暮年

008_0445_a_07L病深猶不死應荷故人憐(二)

008_0445_a_08L次李詩川寄題野幽堂十景韵

008_0445_a_09L
密陰排暑酷勁節傲霜嚴

008_0445_a_10L爲爾淸蕭瑟尋詩幾撚髥

008_0445_a_11L右松塢

008_0445_a_12L
翠盖涵明鏡紅衣映玉奩

008_0445_a_13L涳濛一簾雨珠碎不曾霑

008_0445_a_14L右蓮塘

008_0445_a_15L
落日雲歸後危峰露指尖

008_0445_a_16L拓窓看不厭濃終滴踈簾

008_0445_a_17L右尖峰

008_0445_a_18L
峭壁笄華搆山雲夜宿簷

008_0445_a_19L踈鐘風作便睡起閱牙籖

008_0445_a_20L右金庵

008_0445_a_21L
一枝纔吐蘂六出又堆鹽

008_0445_a_22L淸若雖無比爭魁固不廉

008_0445_a_23L右新梅

008_0445_a_24L
冷瘦此君節從來爾具瞻

008_0445_b_01L籜龍兒迸地    죽순27)이 땅 위로 올라오면
遮莫盡夷殱    시들어 죽게 하지 말라

누런 국화(黃菊)
郁郁香何晩    향긋한 향기가 어찌하여 늦게 찾아오는가
眞嫌富貴酣    진정 싫어하는 것은 부귀의 단맛이라네
譬如淸節士    맑은 절개 지닌 선비와 같이
不市獨幽潜    저자가 아닌 곳에서 홀로 숨어 지내네

벽오동(碧梧)
千仭碧梧樹    천 길 높이의 벽오동
濃陰掃瘴炎    짙은 그늘로 타는 더위를 가셔 주고
寄巢丹穴鳳    단혈28)에 사는 봉황새가 둥지를 틀어
驚掛月磨鎌    갈아 놓은 낫처럼 걸려 있는 초승달에 놀라는구나

마을의 뿔피리(郡角)
野郡依林麓    시골 마을은 산기슭에 있고
孤城隱翠嵐    외로운 성은 푸른 아지랑이 속에 숨어 있네
軍聲悲畵角    슬픈 피리 소리 연달아 울리는데
民俗且安恬    백성들 풍속 또한 편안하구나

포구의 배(浦帆)
並海群峰秀    바다와 나란한 뭇 봉우리 빼어나고
微茫水鏡涵    아득히 보이는 바다는 거울인 듯
主人無箇事    주인은 아무 일 없이
隱几數歸帆    궤안에 기대어 돌아가는 배를 세어 보네
거사에게 주다(贈居士)
樂國知何處    극락은 어느 곳에 있는가
金天日沒西    해 지는 서쪽 하늘이네
如來無量壽    아미타여래가
留願引群迷    원을 세워 미혹한 중생을 인도하는 곳
즉흥시(即事)
平明啓竹戶    동이 틀 무렵 대나무 문을 열어 보니
旭日生淸暉    아침 해가 맑은 빛을 쏟아 내고
風雨夜來急    밤새 휘몰아친 비바람에
滿山花盡飛    산 가득히 꽃잎 휘날렸구나
육조 게송의 운을 써서 명 수좌에게 주다(用祖偈韵贈明首座)
謾說無根樹    뿌리 없는 나무를 말해 놓고
何言有鏡臺    어찌 경대가 있다고 말하는가
元來此道上    원래 이 도에서 보면
摠是一浮埃    모든 것은 떠다니는 먼지일 뿐
천풍루에서 바다를 바라보며(天風樓望海)

008_0445_b_01L籜龍兒迸地遮莫盡夷殱

008_0445_b_02L右叢竹

008_0445_b_03L
郁郁香何晩眞嫌富貴酣

008_0445_b_04L譬如淸節士不市獨幽潜

008_0445_b_05L右黃菊

008_0445_b_06L
千仭碧梧樹濃陰掃瘴炎

008_0445_b_07L寄巢丹穴鳳驚掛月磨鎌

008_0445_b_08L右碧梧

008_0445_b_09L
野郡依林麓孤城隱翠嵐

008_0445_b_10L [1] 聲悲畫角民俗且安恬

008_0445_b_11L右郡角

008_0445_b_12L
並海群峰秀微茫水鏡涵

008_0445_b_13L主人無箇事隱几數歸帆

008_0445_b_14L右浦帆

008_0445_b_15L贈居士

008_0445_b_16L
樂國知何處金天日沒西

008_0445_b_17L如來無量壽留願引群迷

008_0445_b_18L即事

008_0445_b_19L
平明啓竹戶旭日生淸暉

008_0445_b_20L風雨夜來急滿山花盡飛

008_0445_b_21L用祖偈韵贈明首座

008_0445_b_22L
謾說無根樹何言有鏡臺

008_0445_b_23L元來此道上摠是一浮埃

008_0445_b_24L天風樓望海

008_0445_c_01L
野濶烟迷樹    들판은 너르고 숲에는 이내가 자욱한데
雲收海接天    구름이 걷히자 바다가 하늘과 맞닿았네
倚欄遙騪目    난간에 기대 멀리 바라보노라니
詩思入蒼然    시상이 푸른 하늘로 들어가네
비 온 뒤 누각에 올라 양 수사의 시에 차운하다(雨後登樓次梁秀士韵)
碧望山無際    보이는 푸른 산 끝없이 펼쳐졌고
晴遊興不窮    비 갠 놀이의 흥겨움 끝이 없는데
騷人倚樓上    시인이 누 위에 기대
輸入一聯中    아름다운 시구절로 옮겨 보네
산속에서(山中)
亂峀晴雲細細   첩첩한 산봉우리 맑은데 가느다란 구름 피어나고
幽岩滴溜冷冷   어두운 바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차디차구나
柴門客去半掩   손님 떠난 뒤 사립문 반쯤 닫았는데
鳥喚殘夢初醒   새 울음소리에 꿈을 막 깨는구나
봄날 저녁 길에서(途中春暮)
落花千片萬片   지는 꽃잎 천 조각 만 조각
垂柳長條短條   늘어진 버들 긴 가지 짧은 가지
怊悵天涯獨客   서글픈 하늘가의 외로운 나그네
不堪對此魂消   이것을 대하는 애타는 마음 어이하리
웅 스님께 드리다(寄雄師)
寒食東風二月春  한식날 봄바람 부는 이월이라
好花開盡草初新  아름다운 꽃들 다 피었고 풀도 새로 돋아났네
可憐令節無因見  가련하구나 좋은 계절에 만날 기약 없고
空有瓊枝入夢頻  부질없이 아름다운 그대29) 꿈에 자주 보이는 것을
합천 가는 길(陜川途中)
嶺南三月暮春時  영남 땅 늦은 봄 삼월
處處紅殘綠滿枝  여기저기 붉은 꽃은 떨어지고 푸른 잎만 무성한데
孤客不愁歸路永  외로운 나그네, 갈 길 멀어도 근심 없어
碧松亭下弄淸漪  푸른 소나무 정자 아래에서 맑은 물결 희롱하네
밤에 월성30) 영재에 앉아 가야금 소리 들으며 돌아갈 것을 생각하다(月城鈴齋夜坐聽琴思歸)
春天無月夜將深  봄밤은 달도 없이 깊어 가는데
鈴閣淸歌帶玉琴  영각31)에는 맑은 노래와 아름다운 가야금 소리
箇中只有高山曲  그중에 ≺고산곡≻32) 가락 들으니
暗入思歸方丈心  슬며시 방장산으로 돌아가고픈 생각 드네
차운하여 선 상인에게 주다(次韵贈善上人)
四月江南麥已秋  사월 강남엔 보리 벌써 익었는데
浩然歸思寄頭流  호탕하게 돌아가고픈 생각을 두류산으로 보내노라
雲窓一夜燈前話  한밤중 선방 등불 앞에서 나눈 이야기는
未寫相思十載愁  십 년간 서로 그리워하며 쌓인 회포 풀지 못하였네
가을날 산속에서 임 석사에게 보내다(山中秋日寄林碩士)

008_0445_c_01L
野濶烟迷樹雲收海接天

008_0445_c_02L倚欄遙騪 [2] 詩思入蒼然

008_0445_c_03L雨後登樓次梁秀士韵

008_0445_c_04L
碧望山無際晴遊興不窮

008_0445_c_05L騷人倚樓上輸入一聯中

008_0445_c_06L山中

008_0445_c_07L
亂峀晴雲細細幽岩滴溜冷冷

008_0445_c_08L柴門客去半掩鳥喚殘夢初醒

008_0445_c_09L途中春暮

008_0445_c_10L
落花千片萬片垂柳長條短條

008_0445_c_11L怊悵天涯獨客不堪對此魂消

008_0445_c_12L寄雄師

008_0445_c_13L
寒食東風二月春好花開盡草初新

008_0445_c_14L可憐令節無因見空有瓊枝入夢頻

008_0445_c_15L陜川途中

008_0445_c_16L
嶺南三月暮春時處處紅殘綠滿枝

008_0445_c_17L孤客不愁歸路永碧松亭下弄淸漪

008_0445_c_18L月城鈴齋夜坐聽琴思歸

008_0445_c_19L
春天無月夜將深鈴閣淸歌帶玉琴

008_0445_c_20L箇中只有高山曲暗入思歸方丈心

008_0445_c_21L次韵贈善上人

008_0445_c_22L
四月江南麥已秋浩然歸思寄頭流

008_0445_c_23L雲窓一夜燈前話未寫相思十載愁

008_0445_c_24L山中秋日寄林碩士

008_0446_a_01L
終日看山不暫閑  종일토록 산을 보며 잠시도 한가하지 못하니
亂峯秋色錦斕班  첩첩한 봉우리엔 가을빛이 비단 무늬로 아롱아롱
遙知不辦登山意  산에 오른 뜻도 아득하여 분간하지 못하고
只在昏昏醉夢間  다만 어리석게 꿈꾸듯 취한 듯하리라
죽림 처사에게 보내다(寄竹林處士)
節序回還又上多  계절은 한 바퀴 돌아 다시 초겨울이 되어
繞山松竹雪初封  산을 둘러싼 소나무와 대나무에 눈이 쌓였네
柴門客去寒齋靜  사립문으로 객이 떠난 찬 집은 조용한데
應抱添丁訓九容  그대는 아이33)를 안고 구용34)을 가르치고 있으리
진사 박세혁의 시에 차운하다(次朴進士世赫韵)
休嗟華髮壯心違  늙어 가며 젊을 때의 마음 어긋났다고 한탄 말게나
萬事人間是與非  인간 세상의 만사는 시비를 가리지만
惟有空門無彼此  오직 불가에서는 나와 남이 없건마는
奈何漂泊不知歸  이리저리 떠돌며 돌아갈 줄 모름을 어찌하리오
산속의 가을비(山中秋雨)
風雨空林萬竅號  비바람이 빈숲의 수많은 구멍을 울리고
晩寒方覺已秋高  저녁 추위에 가을이 깊었음을 깨닫게 되네
杜門擁衲燒香坐  문 닫고 중 옷 여미고는 향 사르고 앉았으니
一縷靑烟繞白毫  한 줄기 푸른 연기가 백호를 감도네
옛 절로 돌아가는 원 스님을 전송하며(送圓老師歸故寺)
鋼缾錫杖氣揚揚  물병과 지팡이만으로 기개가 양양한데
千里秋風嶺路長  추풍령 천 리 길이 멀리 뻗어 있노라
歸到深泉望月寺  돌아가 심천사와 망월사35)에 이르면
一心西繫白毫光  한 마음은 서방으로 백호의 빛에 닿으리
가을날 저녁 산을 나가 우연히 읊다(秋晩出山偶吟)
拂衲挑笻下石梯  중 옷 떨치고 지팡이 짚고 돌계단 내려가
竹邊微逕入幽溪  대나무 심긴 오솔길 지나 어두운 시내로 들어가네
貪看紅樹綠潭暎  단풍나무 푸른 못물에 비춘 것 보고 또 보며
緩步不知山日西  느릿느릿 걷다 보니 해 지는 줄도 모르겠구나
묘원 선사가 게를 구하여 입으로 외워 보이다(妙圓禪師求偈口號誦示)
徃來湖嶺老侵尋  호령36)을 오가며 나이를 먹어
忍向時流覔賞音  차마 시류에서 자신을 알아줄 이를 구하랴
報爾不煩求偈句  그대여 번거롭게 게송 구하지 말지니
碧天明月是吾心  푸른 하늘의 밝은 달이 내 마음이라네
조 정언에게 주다(寄趙正言)
流水高山古意深  ≺유수곡≻과 ≺고산곡≻에는 예스러운 뜻이 깊어
子期云遠少知音  종자기 떠나자 지음이 적구나
誰言南岳老居士  남악의 늙은 거사가
獨記東林支道林  유독 동림사의 지도림37)을 기억할 줄 누가 알았으랴
고요할 때 집구38)하여 서울의 여러 군자에게 재미 삼아 드리다(靜中集句戱呈洛下諸君子)

008_0446_a_01L
終日看山不暫閑亂峯秋色錦斕班

008_0446_a_02L遙知不辦登山意只在昏昏醉夢間

008_0446_a_03L寄竹林處士

008_0446_a_04L
節序回環又上冬繞山松竹雪初封

008_0446_a_05L柴門客去寒齋靜應抱添丁訓九容

008_0446_a_06L次朴進士世赫韵

008_0446_a_07L
休嗟華髮壯心違萬事人間是與非

008_0446_a_08L惟有空門無彼此奈何漂泊不知歸

008_0446_a_09L山中秋雨

008_0446_a_10L
風雨空林萬竅號晩寒方覺已秋高

008_0446_a_11L杜門擁衲燒香坐一縷靑烟繞白毫

008_0446_a_12L送圓老師歸故寺

008_0446_a_13L
銅缾錫杖氣揚揚千里秋風嶺路長

008_0446_a_14L歸到深泉望月寺一心西繫白毫光

008_0446_a_15L秋晩出山偶吟

008_0446_a_16L
拂衲挑笻下石梯竹邊微逕入幽溪

008_0446_a_17L貪看紅樹綠潭暎緩步不知山日西

008_0446_a_18L妙圓禪師求偈口號誦示

008_0446_a_19L
徃來湖嶺老侵尋忍向時流覔賞音

008_0446_a_20L報爾不煩求偈句碧天明月是吾心

008_0446_a_21L寄趙正言

008_0446_a_22L
流水高山古意深子期云遠少知音

008_0446_a_23L誰言南岳老居士獨記東林支道林

008_0446_a_24L靜中集句戱呈洛下諸君子

008_0446_b_01L
春草秋風老此身  봄풀과 가을바람에 늙어 가는 이 몸을
放情丘壑任天眞  언덕과 골짜기에서 마음대로 천진에 맡기네
城中車馬應無數  도성에는 수레와 말 셀 수 없이 많겠지만
林下何曾見一人  숲속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네
초겨울 우연히 읊다(初冬偶吟)
地僻岩幽斷徃還  궁벽한 곳 그윽한 바위산엔 사람의 왕래가 끊어지고
滿山風雨已秋殘  온 산의 비바람은 벌써 가을이 저물었다 말하는 듯
黃花赤葉俱蕭瑟  국화와 단풍잎은 모두 쓸쓸하기만 한데
惟有蒼松守歲寒  푸른 소나무만이 한겨울 추위에도 절개를 지키누나
태위 김 상서를 알현하러 서울로 가는 사람을 전송하며(送人之京謁太尉金尙書)
千里行裝一角弓  천 리 길 행장에 활이 하나뿐
到時先拜黑頭公  도착하면 먼저 흑두공39)에게 인사하리
胡蹤掃盡邊沙靜  오랑캐 뒤쫓아 변경 땅 쓸어버려 조용하게 만들고
筞得平西苐一功  서쪽을 평정하는 일등공신이 되리라
진락대에 올라 송 수재에게 보내다(登眞樂臺寄宋秀才)
別來今換幾蟾蜍  이별한 뒤로 오늘까지 몇 달이 흘렀는지
靜裡難忘識面初  선방에서 처음 만난 때를 잊기 어렵구나
却憶高臺眞樂否  높은 진락대는 기억하시는지
綠陰濃處好風徐  녹음 짙은 곳에 좋은 바람 선선히 불어오네
방장산에 들어가는 스님을 전송하며(送僧入方丈山)
[1]
飄然行色等雲飛  가벼운 행색은 나는 구름과 같으니
千里隨身只草衣  천 리 길을 풀 옷 입고 몸이 가는 대로
想到香爐峯絕頂  그대를 상상해 보면 향로봉 정상에 올라
坐看歸一一何歸  좌선하며 하나(마음)가 돌아가는 곳을 관하리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2]
錫逐孤雲片鶴飛  지팡이 짚고 구름 따라 학이 나는 듯한데
亂峯晴靄落禪衣  첩첩한 봉우리의 맑은 놀이 중 옷에 떨어지노라
遙知舊鎻窓前竹  아마도 창 앞을 에워싼 옛 대나무들은
不改淸陰待爾歸  맑은 그늘 고치지 않고 그대 오기만 기다리리
해 상인에게 재미 삼아 보내다(戱寄海上人)
湖上靑山塵事少  호숫가 푸른 산에는 속세의 일 적은데
數椽茅屋萬株松  만 그루 소나무 숲에 서까래 몇 개인 띠집 있네
曼殊過夏於三處  문수보살40)은 세 곳에서 여름을 보냈으니
何恠君居學舍中  어찌 그대가 학사에 사는 것 이상하리오
조 진사에게 주다(贈趙進士)
蓮榜新聲動帝城  연방41)의 새로운 소식에 도성이 들썩거리니
文章曾使衆人驚  일찍부터 문장으로 많은 사람 놀라게 했다네
南來又向龍門寺  남쪽으로 와서 다시 용문사를 향한다니
鴈塔高層爲寫名  안탑42)의 높은 층에 이름을 쓰게 되리라
정 수사의 시에 차운하다(次鄭秀士韵)
雪壓危崖玉作層  내린 눈은 높은 절벽에 쌓여 층층이 옥빛인데
吟鞭誰料遠來登  어느 말 탄 시인43)이 뜻밖에 오시었네

008_0446_b_01L
春草秋風老此身放情丘壑任天眞

008_0446_b_02L城中車馬應無數林下何曾見一人

008_0446_b_03L初冬偶吟

008_0446_b_04L
地僻岩幽斷徃還滿山風雨已秋殘

008_0446_b_05L黃花赤葉俱蕭瑟惟有蒼松守歲寒

008_0446_b_06L送人之京謁太尉金尙書

008_0446_b_07L
千里行裝一角弓到時先拜黑頭公

008_0446_b_08L胡蹤掃盡邊沙靜筞得平西苐一功

008_0446_b_09L登眞樂臺寄宋秀才

008_0446_b_10L
別來今換幾蟾蜍靜裡難忘識面初

008_0446_b_11L却憶高臺眞樂否綠陰濃處好風徐

008_0446_b_12L送僧入方丈山

008_0446_b_13L
飄然行色等雲飛千里隨身只草衣

008_0446_b_14L想到香爐峯絕頂坐看歸一一何歸(一)

008_0446_b_15L錫逐孤雲片鶴飛亂峯晴靄落禪衣

008_0446_b_16L遙知舊鎻窓前竹不改淸陰待爾歸(二)

008_0446_b_17L戱寄海上人

008_0446_b_18L
湖上靑山塵事少數椽茅屋萬株松

008_0446_b_19L曼殊過夏於三處何恠君居學舍中

008_0446_b_20L贈趙進士

008_0446_b_21L
蓮榜新聲動帝城文章曾使衆人驚

008_0446_b_22L南來又向龍門寺鴈塔高層爲寫名

008_0446_b_23L次鄭秀士韵

008_0446_b_24L
雪壓危崖玉作層吟鞭誰料遠來登

008_0446_c_01L香燈此夜蓮華社  이 밤 향등 밝힌 연화사엔
滿座刘雷一病僧  자리 가득 도반44)과 병든 중 하나 있다네
신 대사의 시에 차운하다(次信大師來韵)
[1]
數書珍重問沉綿  몇 통의 편지에서 진중하게 고질병을 물었으나
把臂無緣地一偏  손잡을45) 인연 없이 먼 곳에 사는구나
毁譽不須論得失  칭찬과 비난에도 잘잘못 따지지 않고
半生行止付蒼天  반평생 행하고 그침을 푸른 하늘에 맡기네46)

[2]
得坐共知三祖法  좌선을 할 때는 삼조47)의 법을 모두 아나
披衣還愧石門聦  옷 걸칠 때는 다시 석문48)의 총명함에 부끄러워하네
從來此事無多字  원래 이 일에는 많은 글자가 필요 없어
不獨行行到水窮  물이 흘러가다 보면 근원에 이를 뿐이겠는가
인 스님에게 보내다(寄印師)
二十年前捿隱地  이십 년 전 그곳에 은거하여
故人誰與伴經行  그대는 누구와 도반이 되어 경행하였는가
只應樓下淸溪水  누대 아래의 맑은 시냇물만이
依舊潺湲一㨾聲  졸졸 흐르는 소리 예전과 같구나
이 석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李碩士韵)
[1]
年來多病臥吟呻  최근에 병이 깊어 누워서 신음하며
門掩何曾見一人  문을 닫아 놓고 한 사람도 만나질 못했네
誰遣起予辭絕妙  누가 절묘한 시를 보내어 나를 흥기시키나49)
愧將巴曲和陽春  ≺파곡≻50)으로 ≺양춘곡≻에 화답함이 부끄럽네

[2]
奚奴欵段遠尋眞  하인과 조랑말51)로 멀리 승경을 찾고
囊錦淸詩邁古人  비단 주머니52)의 맑은 시는 옛사람보다 뛰어나네
三日醉醒遊汙漫  삼 일간 취하고 깨며 질탕하게 노니는데
滿枝新綠已殘春  가지마다 신록이 덮여 봄은 벌써 저물었구나
하 수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河秀士韵)
[1]
何遜能詩久已聞  시에 능하다는 소문 오래되었으니
胸呑湖海氣凌雲  가슴엔 호수와 바다 삼켰고 기운은 구름을 능멸하도다
神交不在形骸內  정신적인 교유는 육신에 있지 않으니
一首先將寄惠懃  시 한 수 먼저 산승에게 보내 주었네

[2]
那將塵事耳邊聞  어찌 속세의 일을 귀담아 들으리
靜對無心出峀雲  멧부리에서 무심하게 피어오르는 구름 조용히 바라보네
珎重尺書幷一絕  진중한 편지와 한 수의 절구시
不知何以慰慇懃  얼마나 은근하게 위로되는지 모르겠네
하 수재와 이 수재가 유마사에 머문다는 소식 듣고 두 수를 보내다(聞河李兩秀才寓維摩寺寄示二絕)
[1]
傳聞佳士避塵煩  훌륭한 선비가 속세의 번뇌를 피하여
共入維摩不二門  함께 유마의 불이문에 들었단 소식 전해 들었네
應把詩書討論外  『시경』과 『서경』의 토론 외에도
佛香僧飯過朝昏  부처의 향불과 승려의 밥으로 하루를 보내리라

[2]
春雨初晴春鳥啼  봄비가 처음 개고 봄새 우짖는데
東風作惡暮凄凄  봄바람이 심술을 부려 저녁에는 서늘하구나
夜來臺殿高低月  밤이 되어 누대와 전각에 달이 오르내리니
二妙應同一鶴捿  두 수재53)는 학과 함께 잠이 들겠구나

008_0446_c_01L香燈此夜蓮華社滿座刘雷一病僧

008_0446_c_02L次信大師來韵

008_0446_c_03L
數書珎重問沉綿把臂無緣地一偏
008_0446_c_04L毁譽不須論得失半生行止付蒼天(一)

008_0446_c_05L得坐共知三祖法披衣還愧石門聦

008_0446_c_06L從來此事無多字不獨行行到水窮(二)

008_0446_c_07L寄印師

008_0446_c_08L
二十年前捿隱地故人誰與伴經行

008_0446_c_09L只應樓下淸溪水依舊潺湲一㨾聲

008_0446_c_10L次李碩士韵

008_0446_c_11L
年來多病臥吟呻門掩何曾見一人

008_0446_c_12L誰遣起予辭絕妙愧將巴曲和陽春(一)

008_0446_c_13L奚奴欵段遠尋眞囊錦淸詩邁古人

008_0446_c_14L三日醉醒遊汙漫滿枝新綠已殘春(二)

008_0446_c_15L次河秀士韵

008_0446_c_16L
何遜能詩久已聞胸呑湖海氣凌雲

008_0446_c_17L神交不在形骸內一首先將寄惠懃(一)

008_0446_c_18L那將塵事耳邊聞靜對無心出峀雲

008_0446_c_19L珎重尺書并一絕不知何以慰慇懃(二)

008_0446_c_20L聞河李兩秀才寓維摩寺寄示二絕

008_0446_c_21L
傳聞佳士避塵煩共入維摩不二門

008_0446_c_22L應把詩書討論外佛香僧飯過朝昏(一)

008_0446_c_23L春雨初晴春鳥啼東風作惡暮凄凄

008_0446_c_24L夜來臺殿高低月二妙應同一鶴捿(二)

008_0447_a_01L
차운하다(次韵)
團蒲趺坐具袈裟  포단에 가부좌하고 가사를 갖추어 입었는데
偶有騷仙手入叉  우연히 시선이 손 모으고 찾아왔구나
淸寂溪厨無別味  맑고 고요한 시냇가 주방엔 별미가 없어
唯將活水煮新茶  다만 금방 떠 온 맑은 물로 새 차를 끓이네
해심 대사에게 보내다(寄海深大師)
湖外新秋七月時  칠월의 초가을 호서 땅
道林身病力尫羸  도림에서 병이 들어 힘도 없고 수척하구나
問君百濟城西寺  그대에게 묻노라 백제성 서쪽 절에
結社高賓姓是誰  결사하고 있는 고상한 분들은 누구인지
봄날 용문사에서 설암 도인이 방장산에 들어감을 전송하다(春於龍門寺送雪岩道人歸方丈山)
龍門春暖化爲龍  따뜻한 봄날 용문에서 용으로 변하여
雷雨飛騰上碧空  우레와 비에 푸른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네
鬐鬣脫來頭角聳  용의 갈기와 수염 벗겨지자 머리의 뿔 솟아오르네
早知終不在池中  끝내 연못에 살지 않으리란 걸 일찍부터 알았노라
범패승 정에게 주다(贈淨魚山)
脫凡風韵使人驚  범속함을 벗어난 풍모와 운치 사람을 놀라게 하고
魚梵高才已老成  범패54)의 뛰어난 재주는 이미 노성하였도다
最好滿山秋月夜  온 산에 달빛 비춘 가을밤
碧雲樓上兩三聲  벽운루 위에서 듣는 몇 가락 범패 소리 정말 좋아라
상 사미에게 주다(贈祥小師)
出自方壼烟水間  신선산과 이내 낀 강 사이에서 나와
春風得得朅來閑  봄바람에 득의양양하여 한가하게 가고 오네
袈裟半濕松林雨  솔숲에 내린 비로 가사는 반쯤 젖었는데
歸路遙將指亂山  돌아가는 길은 첩첩한 산속으로 아득하게 나 있구나
길 떠나는 고령의 정 산인에게 주다(贈古靈山人淨行脚)
來叅百丈得寧馨  백장 스님에 예참하여 총명함55)을 얻고
異日唯應返古靈  다른 날 고령으로 돌아오리니
若見阿師鑽古紙  만일 어리석은 스님이 옛 종이만 뚫고 있다면56)
直須拊背舉門庭  곧바로 등을 토닥여 문정을 일으켜야 하리
호서 청산현으로 돌아가는 김 수재에게 주다(贈送金秀才歸湖西靑山縣)
湖外靑山觸目多  호서는 보이는 게 모두 청산인데
送君歸去路歧賖  그대를 전송하려니 떠나갈 길 갈라져 아득하네
靑山若是君歸處  청산이 그대가 돌아갈 곳이라면
何處靑山不是家  어느 곳의 청산인들 집이 아니겠는가
선승에게 조응하여 화답하다(調應和禪子)
寒蟲何苦咽寒更  가을벌레는 어이하여 찬 밤에 괴롭게 울어 대나
兩耳聞來轉不平  두 귀에 들리니 괜스레 편안하지 못하네
那似紅殘綠暗日  어찌 붉은 꽃 지고 푸른 그늘 짙은 날에
好鸎啼送兩三聲  좋은 앵무새 울음 두세 소리와 같으리오

008_0447_a_01L次韵

008_0447_a_02L
團蒲趺坐具袈裟偶有騷仙手入叉

008_0447_a_03L淸寂溪厨無別味唯將活水煮新茶

008_0447_a_04L寄海深大師

008_0447_a_05L
湖外新秋七月時道林身病力尫羸

008_0447_a_06L問君百濟城西寺結社高賓姓是誰

008_0447_a_07L春於龍門寺送雪岩道人歸方丈山

008_0447_a_08L
龍門春暖化爲龍雷雨飛騰上碧空

008_0447_a_09L鬐鬣脫來頭角聳早知終不在池中

008_0447_a_10L贈淨魚山

008_0447_a_11L
脫凡風韵使人驚魚梵高才已老成

008_0447_a_12L最好滿山秋月夜碧雲樓上兩三聲

008_0447_a_13L贈祥小師

008_0447_a_14L
出自方壼烟水間春風得得朅來閑

008_0447_a_15L袈裟半濕松林雨歸路遙將指亂山

008_0447_a_16L贈古靈山人淨行脚

008_0447_a_17L
來叅百丈得寧馨異日唯應返古靈

008_0447_a_18L若見阿師鑽古紙直須拊背舉門庭

008_0447_a_19L贈送金秀才歸湖西靑山縣

008_0447_a_20L
湖外靑山觸目多送君歸去路歧賖

008_0447_a_21L靑山若是君歸處何處靑山不是家

008_0447_a_22L調應和禪子

008_0447_a_23L
寒蟲何苦咽寒更兩耳聞來轉不平

008_0447_a_24L那似紅殘綠暗日好鸎啼送兩三聲

008_0447_b_01L
영남으로 가는 순 상인을 전송하며(送淳上人遊嶺南)
首露山河異昔時  김해57)의 산과 강은 예전과 다르니
春風莫動黍離悲  봄바람아 옛 왕국의 슬픔58)으로 흔들어 놓지 말아라
從來勝地多遺蹟  예부터 명승지에는 유적이 많으니
幾處停笻讀古碑  몇 곳에서 지팡이 멈추고 오래된 비석 읽게 되리라
공 상인에게 재미 삼아 주다(戱贈▼(巩/言)上人)
少林當日坐忘言  그날 소림사에서는 앉아서 말을 잊어
萬法皆歸不二門  만법은 모두 불이문으로 돌아갔네
報爾若能緘口角  그대가 침묵을 지킬 수만 있다면
也應先聖典刑存  또한 성인의 법도를 보존하게 되리라
우연히 읊다(偶吟)
安居圓覺大伽藍  원각의 대가람에 편히 살면서
絕聖離凡孰共叅  성인도 범인도 뛰어넘었으니 누구와 함께 어울리리오
獨臥獨行仍獨坐  홀로 눕고 홀로 가며 다시 홀로 앉았으나
夜來惟對月成三  밤이 되어 달이 뜨면 셋이 된다네
잠에서 깨어(夢覺)
夢扣嵩高少室扉  꿈에 숭고산59) 소실의 사립문을 두드려
禮叅初祖決心疑  달마를 예참하고 마음의 의심을 풀어 버렸네
覺來一榻松風在  잠을 깨니 잠자리의 솔바람 그대로인데
無限淸凉只自知  무한한 청량함을 절로 알겠노라
욕천 영재에서 맹 사군이 운자를 부르다(浴川鈴齋孟史君呼韵)
相逢休道去休官  만나서는 도를 쉬고 떠나서는 관을 쉬었으니
林下無人許共攀  숲속에는 함께 어울릴 사람 없다네
吟罷湯休碧雲句  탕휴60)의 벽운구를 다 읊으면
短笻還帶夕陽還  짧은 지팡이 다시 들고 석양에 돌아가리라
연 스님에게 주다(贈演師)
祖庭千仭碧桐梧  조사 마당의 천 길 벽오동에
何處來栖白鳳雛  어디에서 왔는지 흰 봉황새가 깃들었구나
欲會吾宗眞的意  우리 종파의 진실한 뜻을 알고 싶은가
海天空濶月輪孤  바다와 하늘은 텅 비어 넓고 달은 홀로 외로워라
호 장로에게 보내다(寄浩長老)
此心相照已多時  이 마음이 서로 통한 것이 벌써 여러 번이니
不必重叅老赤髭  늙은 고승61)을 다시 예참할 필요 없도다
十刹毘盧華藏海  시방세계는 비로자나불의 연화장세계이니
肎容心識學而知  어찌 심식을 배워서 알겠는가
행각승에게 주다(贈行脚僧)
水萬山千得得行  천만 개 강과 산을 득의양양 가노라니
七升衫重一身輕  거친 베적삼 무거우나 몸은 가벼워
善財昔日叅知識  선재동자가 그 옛날 오십삼 선지식 예참하듯
不覺南遊百十城  모르는 사이에 남쪽으로 백십 개 성을 지나네62)

008_0447_b_01L送淳上人遊嶺南

008_0447_b_02L
首露山河異昔時春風莫動黍離悲

008_0447_b_03L從來勝地多遺蹟幾處停笻讀古碑

008_0447_b_04L戱贈𧦬上人

008_0447_b_05L
少林當日坐忘言萬法皆歸不二門

008_0447_b_06L報爾若能緘口角也應先聖典刑存

008_0447_b_07L偶吟

008_0447_b_08L
安居圓覺大伽藍絕聖離凡孰共叅

008_0447_b_09L獨臥獨行仍獨坐夜來惟對月成三

008_0447_b_10L夢覺

008_0447_b_11L
夢扣嵩高少室扉禮叅初祖決心疑

008_0447_b_12L覺來一榻松風在無限淸凉只自知

008_0447_b_13L浴川鈴齋孟史君呼韵

008_0447_b_14L
相逢休道去休官林下無人許共攀

008_0447_b_15L吟罷湯休碧雲句短笻還帶夕陽還

008_0447_b_16L贈演師

008_0447_b_17L
祖庭千仭碧桐梧何處來栖白鳳雛

008_0447_b_18L欲會吾宗眞的意海天空濶月輪孤

008_0447_b_19L寄浩長老

008_0447_b_20L
此心相照已多時不必重叅老赤髭

008_0447_b_21L十刹毘盧華藏海肎容心識學而知

008_0447_b_22L贈行脚僧

008_0447_b_23L
水萬山千得得行七升衫重一身輕

008_0447_b_24L善財昔日叅知識不覺南遊百十城

008_0447_c_01L
밤에 범음을 듣고 범패승 채영에게 주다(夜聞梵音贈彩英魚山)
空山靜夜道心淸  고요한 밤 빈산에서 도심이 맑아지고
萬籟俱沉一月明  온갖 바람소리 그치고 달빛만 밝구나
無限世間昏睡軰  세상의 수많은 어리석은 중생들아
孰聆天外步虛聲  누가 하늘 밖 보허곡 소리63)를 들으리오
복천의 이 처사에게 주다(寄福川李處士)
地接昇平與福川  복천64) 땅은 순천과 접해 있으나
界分雲嶺樹叅天  운령의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은 숲으로 경계가 나누어져
便逢新雪難乘興  이렇게 새로 눈이 내려도 흥을 타고 찾아가기 어려워라65)
寫出情詩寄浪仙  마음을 시로 써서 낭선66)에게 보내노라
묘현 상인이 시로 가르침을 구하자 재미 삼아 차운하다(妙玄上人以詩求敎戱次其韵)
人多患在好爲師  대개 사람들의 근심은 스승 되기 좋아하는 데 있으니
遮莫求人只自持  남에게서 구하지 말고 스스로를 지키라
擊目道存君識否  눈 닿는 곳마다 도가 있다는 것 그대는 모르는가
碧霄寒月是襟期  푸른 하늘 찬 달이 바로 마음이라네
고 상사 이재의 은거지에 쓴 시를 보내다(寄題故李上舍【滓】幽居)
曾過溪堂白板扉  예전에도 시냇가 집의 흰 판자문을 지났으니
如今物是已人非  이제 사물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아니로다
典刑尙爾依然在  옛 모습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爲有猉獜抱送兒  성인이 안아 보낸 기린아67)가 있기 때문이구나
산속에서 우연히 쓰다(山中偶題)
萬疊雲岑揷太虛  구름 낀 첩첩의 봉우리 공중에 솟아 있고68)
滿簾濃翠雨晴初  비가 막 개어 주렴엔 짙은 푸르름이 가득하네
石牀塵淨燒香坐  돌 침상은 먼지 없이 깨끗한데 향 사르고 앉아서
閑誦人間不見書  한가로이 세상에서 보지 않는 책을 외우노라
상사일69)에 시내를 따라 걷다(上巳日溪行)
山花如錦水如藍  산꽃은 비단을 펼친 듯하고 시내는 쪽물과 같으니
政是風光三月三  바로 풍광 좋은 삼월 삼짇날이네
莫道幽人無一事  그윽한 사람 일 없다고 말하지 말기를
賞春溪北又溪南  봄을 감상하느라 시내 북쪽으로 또다시 남쪽으로
죽림 거사의 시에 차운하다(次竹林居士韵)
昨日送僧出山去  어제는 스님이 산을 떠나는 것 전송하였는데
今朝送客還城市  오늘 아침엔 객이 성시로 돌아감을 전송하노라
虎溪三笑一回頭  호계에서 웃고 한번 돌아보니
雨過碧峯靑靄起  비 지나간 푸른 봉우리에 푸른 이내 피어나네
고금당의 시에 차운하다(次皷琴堂韵)
臨流高閣畫難如  시내 곁 높은 누각은 그림 그리기도 어려우니
南國詩豪此卜居  남국의 호방한 시객70)이 여기에 살았노라
風景不殊人已歿  풍경은 변함이 없는데 사람은 이미 죽어
一江明月半窓虛  한 줄기 강 위로 밝은 달빛만이 반창을 비추네

008_0447_c_01L夜聞梵音贈彩英魚山

008_0447_c_02L
空山靜夜道心淸萬籟俱沉一月明

008_0447_c_03L無限世間昏睡軰孰聆天外步虛聲

008_0447_c_04L寄福川李處士

008_0447_c_05L
地接昇平與福川界分雲嶺樹叅天

008_0447_c_06L便逢新雪難乘興寫出情詩寄浪仙

008_0447_c_07L妙玄上人以詩求敎戱次其韵

008_0447_c_08L
人多患在好爲師遮莫求人只自持

008_0447_c_09L擊目道存君識否碧霄寒月是襟期

008_0447_c_10L寄題故李上舍幽居

008_0447_c_11L
曾過溪堂白板扉如今物是已人非

008_0447_c_12L典刑尙爾依然在爲有猉獜抱送兒

008_0447_c_13L山中偶題

008_0447_c_14L
萬疊雲岑揷太虛滿簾濃翠雨晴初

008_0447_c_15L石牀塵淨燒香坐閑誦人間不見書

008_0447_c_16L上巳日溪行

008_0447_c_17L
山花如錦水如藍政是風光三月三

008_0447_c_18L莫道幽人無一事賞春溪北又溪南

008_0447_c_19L次竹林居士韵

008_0447_c_20L
昨日送僧出山去今朝送客還城市

008_0447_c_21L虎溪三笑一回頭雨過碧峯靑靄起

008_0447_c_22L次皷琴堂韵

008_0447_c_23L
臨流高閣畫難如南國詩豪此卜居

008_0447_c_24L風景不殊人已歿一江明月半窓虛

008_0448_a_01L
승지 동명 정두경 시에 공경히 차운하다(次敬東溟鄭【斗卿】丞旨韵)
冠岳秋山白雲起  가을 관악산엔 흰 구름 피어오르고
南望頭流路千里  남쪽의 두류산까지는 천 리 길이라네
盈懷誰是贈蘭荃  가슴 벅차게 향기 나는 풀을 주신 분은 누구인가
東溟子與任公子  동명자와 임공자라네
부록 원시(附原韵)
草木黃落秋風起  가을바람 일어나 풀과 나무 누렇게 떨어지는데
山川悠悠幾千里  산과 시내 아득한 몇천 리 길을
飛錫而行方丈僧  지팡이 짚어 떠나는 이는 방장산의 중이요
作詩送者東溟子  시를 지어 보내는 이는 동명자라네
영주로 돌아가 양산에 들어가는 오 상인을 전송하며(送悟上人歸瀛洲入陽山)
杖錫隨緣返舊遊  지팡이는 인연 따라 옛길로 돌아가는데
彩雲深處是瀛洲  채색 구름 깊은 곳은 바로 신선산이라네
山中若遇安期子  산속에서 안기자71)를 만난다면
須問桑田變海流  상전이 벽해가 된 것을 물어보시게
늦은 봄(暮春)
小窓岑寂坐蒲團  적막한 산 작은 창가의 포단에 앉았으니
竹裡松門盡日關  대숲 속 소나무 문은 종일토록 닫혀 있네
客又不來春又暮  나그네도 이르지 않고 봄은 또 저무는데
梨花風起雪漫漫  배꽃은 바람 따라 눈 내리듯 휘날리는구나
송광사 수각에 부치다(題松廣寺水閣)
湖山千里倦遊情  호남 천 리 길 나그네의 마음도 지쳤는데
野寺秋來樹竹淸  들판의 절에 가을이 찾아와 대숲은 맑구나
高閣晩憑踈雨過  저물녘 높은 누각에 기대어 있노라니 지나가는 부슬비에
石溪流水有新聲  바위틈의 시냇물이 새로 소리를 내는구나
어부漁父
穿魚換酒渡頭沙  나루터에서 잡은 고기를 술과 바꾸고는
歸臥扁舟醉放歌  조각배로 돌아가 누워서는 취한 노래 부르는구나
楓葉荻花秋色老  단풍잎과 갈대꽃엔 가을빛이 무르익고
一江寒雨滿漁蓑  한 줄기 강에는 찬비 내려 어부의 도롱이를 적시네
삼월 이십구일 죽암의 중이 화려한 종이 네 폭을 보내 주기에 사례하다(三月二十九日竹庵僧送華牋四幅謝之)
澗西芳草綠蘺蘺  시내 서쪽에는 향기로운 풀이 푸릇푸릇하고
雨歇喬林呌子䂓  비 그친 교목 숲에는 소쩍새 소리 들리네
明日正當三十日  내일이면 바로 삼월 삼십일이라
只應知有餞春詩  봄과 이별하는 시인 것을 알리라
늦은 봄 우연히 읊다(暮春偶吟)
[1]
上是靑山下碧溪  위에는 푸른 산 아래는 푸른 시내
小庵分與白雲捿  작은 암자에 흰 구름과 함께 깃들어 사네

008_0448_a_01L次敬東溟鄭斗卿丞旨韵

008_0448_a_02L
冠岳秋山白雲起南望頭流路千里

008_0448_a_03L盈懷誰是贈蘭荃東溟子與任公子

008_0448_a_04L附原韵

008_0448_a_05L
草木黃落秋風起山川悠悠幾千里

008_0448_a_06L飛錫而行方丈僧作詩送者東溟子

008_0448_a_07L送悟上人歸瀛洲入陽山

008_0448_a_08L
杖錫隨緣返舊遊彩雲深處是瀛洲

008_0448_a_09L山中若遇安期子須問桑田變海流

008_0448_a_10L暮春

008_0448_a_11L
小窓岑寂坐蒲團竹裡松門盡日關

008_0448_a_12L客又不來春又暮梨花風起雪漫漫

008_0448_a_13L題松廣寺水閣

008_0448_a_14L
湖山千里倦遊情野寺秋來樹竹淸

008_0448_a_15L高閣晩憑踈雨過石溪流水有新聲

008_0448_a_16L漁父

008_0448_a_17L
穿魚換酒渡頭沙歸臥扁舟醉放歌

008_0448_a_18L楓葉荻花秋色老一江寒雨滿漁蓑

008_0448_a_19L三月二十九日竹庵僧送華牋四幅
008_0448_a_20L謝之

008_0448_a_21L
澗西芳草綠蘺蘺雨歇喬林呌子䂓

008_0448_a_22L明日正當三十日只應知有餞春詩

008_0448_a_23L暮春偶吟

008_0448_a_24L
上是靑山下碧溪小庵分與白雲捿

008_0448_b_01L一春已過無人到  봄철이 다 지나도록 이르는 사람 없어
獨採林花坐石梯  홀로 숲의 꽃을 캐어 돌계단에 앉았노라

[2]
安心是藥更無方  마음 편한 것이 약이요 다른 방법 없어
兀坐團蒲㝎味長  가만히 포단에 앉으니 선정의 맛이 좋구나
門掩小庭春自老  문 닫은 작은 마당엔 봄이 절로 깊어가고
一林啼鳥送斜陽  숲속에 우는 새는 석양을 전송하는 듯
한가하게 마음대로 읊다(閑中雜咏)
百年蹤迹寄煙霞  백 년의 종적을 이내와 노을 속에 붙이고
草座麻衣度歲華  풀 자리와 삼베옷으로 세월을 보내네
飢拾松花渴飮水  배고프면 송홧가루 주워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니
靑山何處不爲家  푸른 산의 어느 곳이 내 집 아니겠는가
종성 강백년의 시를 공경히 차운하여, 칠보산으로 돌아가는 근 상인을 전송하다(敬次姜鍾城栢年韵送根上人還七寶山)
明川七寶是名山  명천의 칠보산72)은 명산이라
塞外秋風送爾還  네가 돌아감을 전송하노라니 변방에 가을바람 불어오누나
歸入㝎中人不識  돌아가 선정에 들면 사람들이 알지 못하리니
海雲深處空三間  바다 구름 깊은 곳에서 허공 세 칸에 처하리라
가을밤 나그네 심정(秋夜旅懷)
靑燈睒睒夢初回  푸른 등불 가물가물한데 꿈에서 처음 깨어
客裡愁懷不自裁  나그네 서글픈 심정 스스로 달래지 못하는데
黃葉落庭深一尺  마당엔 누런 잎이 한 자나 떨어져
曉風吹去又吹來  새벽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네
벗의 무덤을 지나며(過故人若堂)
無端故友漸凋零  갑자기 벗들이 하나둘 저 세상으로 가니
却恨流光不暫停  빠른 세월이 잠시도 멈추지 않음을 한탄하노라
今日獨歸墳下路  오늘 홀로 무덤 아래로 지나가는데
暮烟踈雨草靑靑  저녁연기와 부슬비에 풀잎은 푸르고 푸르구나
황매 처사의 초당에 부치다(題黃梅處士草堂)
碧桃千樹盡開花  푸른 복숭아 천 그루엔 모두 꽃이 피었는데
中有黃梅處士家  그 가운데 황매 처사의 집이 있다네
春睡覺來無外客  봄잠에서 깨도 찾아오는 나그네 없어
竹床淸坐讀南華  대나무 침상에 맑게 앉아 『남화경』을 읽노라
장 봉의의 교외에 있는 집에 부치다(題張鳳儀郊居)
梨花一樹白皚皚  배꽃 한 그루엔 흰 꽃이 눈부신데
竹裡荆扉午未開  대숲의 가시문은 한낮에도 열리지 않네
睡起幽軒無客到  잠이 깬 그윽한 마루에는 찾아오는 나그네 없어
松醪自酌兩三杯  홀로 소나무 술을 두세 잔 따라 마시네
산의 샘물(山泉)
碎玉寒聲滿石樓  옥이 부서지는 듯한 찬 샘물 소리 돌 누대에 가득하니
靈源初發白雲頭  신령한 샘의 근원73) 백운산 머리에서 시작한다네

008_0448_b_01L一春已過無人到獨採林花坐石梯(一)

008_0448_b_02L安心是藥更無方兀坐團蒲㝎味長

008_0448_b_03L門掩小庭春自老一林啼鳥送斜陽(二)

008_0448_b_04L閑中雜咏

008_0448_b_05L
百年蹤迹寄煙霞草座麻衣度歲華

008_0448_b_06L飢拾松花渴飮水靑山何處不爲家

008_0448_b_07L敬次姜鍾城栢年韵送根上人還七
008_0448_b_08L寶山

008_0448_b_09L
明川七寶是名山塞外秋風送爾還

008_0448_b_10L歸入㝎中人不識海雲深處空三間

008_0448_b_11L秋夜旅懷

008_0448_b_12L
靑燈睒睒夢初回客裡愁懷不自裁

008_0448_b_13L黃葉落庭深一尺曉風吹去又吹來

008_0448_b_14L過故人若堂

008_0448_b_15L
無端故友漸凋零却恨流光不暫停

008_0448_b_16L今日獨歸墳下路暮烟踈雨草靑靑

008_0448_b_17L題黃梅處士草堂

008_0448_b_18L
碧桃千樹盡開花中有黃梅處士家

008_0448_b_19L春睡覺來無外客竹床淸坐讀南華

008_0448_b_20L題張鳳儀郊居

008_0448_b_21L
梨花一樹白皚皚竹裡荆扉午未開

008_0448_b_22L睡起幽軒無客到松醪自酌兩三杯

008_0448_b_23L山泉

008_0448_b_24L
碎玉寒聲滿石樓靈源初發白雲頭

008_0448_c_01L誰知日夜東歸意  누가 알리오 주야로 동쪽 바다로 흘러가는 뜻을
只爲滄溟不擇流  푸른 바다는 물줄기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라네
수재 박정필의 시에 차운하다(次朴秀才廷弼韵)
[1]
禪庵遙在白雲間  흰 구름 사이에 아득히 암자가 있어
一道澄泉三面山  길 하나 맑은 시내로 나 있고 삼면은 모두 산이라네
入夜月明僧出㝎  밤 되자 밝은 달빛에 중은 선정에서 나오고
異香薰處梵聲寒  기이한 향불 피운 곳에 염불 소리 차구나

[2]
洞僻岩危客不到  궁벽한 골짜기 깎아지른 바위라 나그네도 찾지 않고
日長境靜僧無心  햇볕 내리쬐는 조용한 경내엔 중도 무심하구나
偶然逢着許玄度  우연히 허현도74)를 만나
對月淸談秋夜深  달을 보며 나눈 맑은 이야기에 가을밤이 깊어 가네
입춘立春
禪房獨坐淨無埃  선방에 홀로 앉았으니 티끌 한 점 없이 맑고
方寸虛凝萬慮灰  마음 비우고 가다듬으니 온갖 생각 사라지네
春到臘殘渾不識  섣달이 다 가도 봄이 오는 것 도무지 모르겠는데
嶺梅先洩一枝來  고개의 매화나무 한 가지가 먼저 꽃을 피웠구나
봄을 보내며(送春)
桃李風流夢一塲  복숭아꽃 배꽃의 풍류는 일장춘몽인 것을
谷鶯迁木弄淸商  골짜기의 꾀꼬리는 나무를 옮기며 청상75)을 연주하네
道人不惜春歸去  도인은 봄이 돌아감도 안타까워하지 않고
只愛禪窓白日長  선창에 낮이 길어짐을 좋아하노라
고향의 승려와 이별하고(留別同鄕僧)
百年天地一閑身  평생을 천지간에 한가한 몸으로
隨處靑山采道眞  가는 곳마다 푸른 산에서 도의 진수를 얻노라
臨別贈詩君莫恠  이별시를 건네니 그대 이상하게 여기지 말게나
異鄕難遇故鄕人  타향에서 고향 사람 만나기 어려워서라네
동명이 다른 이에게 준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東溟見寄人)
塵世難容地    속세는 용납하기 힘든 땅이요
空門不住天    출세는 머물지 못하는 하늘이라네
東林寺夜月初出  동림사에 달이 막 떠오르니
遙想先生枕麴眠  선생이 누룩 베고 잠든 것 아득히 생각하네
부록 동명의 원시 附原韵 東溟
方丈雄南紀    방장산은 남방76)에서도 웅장하여
千峯上入天    수천의 봉우리가 하늘 높이 솟아 있네
何時對爾雙溪洞  언제쯤 너와 함께 쌍계동에서
共說巖前石虎眠  바위 앞의 석호77)를 이야기하며 함께 잠이 들까
봄을 보내며(送春)
流鶯間囀燕差池  꾀꼬리 소리 물 흐르듯 간간이 들리고 제비는 연못 오르내리는데
一盌淸茶數首詩  한 잔의 맑은 차 마시며 몇 수의 시를 짓노라
外客不來春自去  나그네 오지 않아도 봄은 절로 가는데
滿簾風雨落茶䕷  주렴 가득한 비바람이 찻잔에 떨어지누나

008_0448_c_01L誰知日夜東歸意只爲滄溟不擇流

008_0448_c_02L次朴秀才廷弼韵

008_0448_c_03L
禪庵遙在白雲間一道澄泉三面山

008_0448_c_04L入夜月明僧出㝎異香薰處梵聲寒(一)

008_0448_c_05L洞僻岩危客不到日長境靜僧無心

008_0448_c_06L偶然逢着許玄度對月淸談秋夜深(二)

008_0448_c_07L立春

008_0448_c_08L
禪房獨坐淨無埃方寸虛凝萬慮灰

008_0448_c_09L春到臘殘渾不識嶺梅先洩一枝來

008_0448_c_10L送春

008_0448_c_11L
桃李風流夢一塲谷鶯迁木弄淸商

008_0448_c_12L道人不惜春歸去只愛禪窓白日長

008_0448_c_13L留別同鄕僧

008_0448_c_14L
百年天地一閑身隨處靑山采道眞

008_0448_c_15L臨別贈詩君莫恠異鄕難遇故鄕人

008_0448_c_16L敬次東溟見寄人

008_0448_c_17L
塵世難容地空門不住天

008_0448_c_18L東林寺夜月初出遙想先生枕麴眠

008_0448_c_19L附原韵東溟

008_0448_c_20L
方丈雄南紀千峯上入天

008_0448_c_21L何時對爾雙溪洞共說巖前石虎眠

008_0448_c_22L送春

008_0448_c_23L
流鶯間囀燕差池一盌淸茶數首詩

008_0448_c_24L外客不來春自去滿簾風雨落茶䕷

008_0449_a_01L
백운산에서 방장산으로 돌아가는 수 상인을 전송하다(寓白雲山送修上人歸方丈)
招提高住白雲巓  절집이 백운산 마루에 높이 있어
方丈千峯在眼前  방장산 수천 봉우리가 눈앞에 보이네
明日送君門獨掩  내일 그대를 보내고 홀로 문을 닫으면
可堪秋樹聽寒蟬  가을 숲의 찬 매미 소리 어이 들으리
산속에서(山中)
飢摘園蔬渴飮泉  배고프면 뜰의 채소 따 먹고 목마르면 샘물 마시니
此生隨分度殘年  이렇게 분수에 따라 여생을 보내리라
焚香掃地無餘事  향 사르고 비질하면 남은 일도 없어
獨向南窓坐誦禪  홀로 남쪽 창 향해 앉아 경을 외고 참선하네
여름날 절구 한 수(夏日絕句)
千樹萬樹綠陰合  천 그루 만 그루 푸른 그늘 더해지고
一聲兩聲黃栗留  한 소리 두 소리 누런 꾀꼬리 머무는구나
講罷禪經倚樓柱  선경을 다 읽고 누대 기둥에 기대니
水風送凉山雨收  비 온 뒤의 강바람이 서늘함을 보내오네
차운하여 건 상인에게 주다(次韵贈健上人)
祝髮童年謝父兄  어려서 출가하여 부모 형제와 이별하고
尋師千里獨南行  스승 찾아 천 리 길을 홀로 남쪽으로 걸었다네
吾宗只貴通方眼  우리 종파는 깨달음을 귀하게 여기니
不許多聞苐一名  다문제일78)이란 이름은 허여하지 않노라
병이 들어 읊다(病中吟)
經旬病臥竹方牀  열흘이 지나도록 병들어 대나무 침상에 누워
辱暑熏蒸苦日長  찌는 듯한 더위와 긴 낮의 괴로움을 견디노라
安得本空眞妙藥  어떻게 하면 본래 공한 진여의 묘약을 얻어
將身與病一時忘  몸과 병을 일시에 잊을 수 있을까
저녁에 노봉을 바라보며(晩望爐峯)
爐峯政是起予商  노봉은 바로 나를 흥기시키는 상이니79)
睡罷開門試一望  잠에서 깨면 문을 열고 한번 바라보노라
山日欲沉山雨歇  해 지려 하는데 산비가 그쳐
半腰靑靄半斜陽  산허리에 푸른 이내와 석양 노을이 어우러졌네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놓아주며(放觸蛛網蝶)
忙忙飛去又飛回  바쁘게 날아가고 또 날아오다가
誤觸蛛絲粉趐摧  잘못하여 거미줄에 붙어 날개를 파닥거리네
戒爾從今其輕薄  너는 이제부터 경박함을 조심하여라
由來好色喪身媒  색을 좋아하는 것은 몸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로다
청개구리(靑蛙)
草樹陰陰烟霧生  풀과 나무 그늘 어둑하고 연기와 안개 일어나니
靑蛙閤閤一時鳴  청개구리 개굴개굴 동시에 울어 대네
只將雨候要相報  비 올 징후를 서로 알리고자 함이니
不爲官私作此聲  공적으로 사적으로 이 소리 내는 것 아니라네80)

008_0449_a_01L寓白雲山送修上人歸方丈

008_0449_a_02L
招提高住白雲巓方丈千峯在眼前

008_0449_a_03L明日送君門獨掩可堪秋樹聽寒蟬

008_0449_a_04L山中

008_0449_a_05L
飢摘園蔬渴飮泉此生隨分度殘年

008_0449_a_06L焚香掃地無餘事獨向南窓坐誦禪

008_0449_a_07L夏日絕句

008_0449_a_08L
千樹萬樹綠陰合一聲兩聲黃栗留

008_0449_a_09L講罷禪經倚樓柱水風送凉山雨收

008_0449_a_10L次韵贈健上人

008_0449_a_11L
祝髮童年謝父兄尋師千里獨南行

008_0449_a_12L吾宗只貴通方眼不許多聞苐一名

008_0449_a_13L病中吟

008_0449_a_14L
經旬病臥竹方牀溽暑熏蒸苦日長

008_0449_a_15L安得本空眞妙藥將身與病一時忘

008_0449_a_16L晩望爐峯

008_0449_a_17L
爐峯政是起予商睡罷開門試一望

008_0449_a_18L山日欲沉山雨歇半腰靑靄半斜陽

008_0449_a_19L放觸蛛網蝶

008_0449_a_20L
忙忙飛去又飛回誤觸蛛絲粉趐摧

008_0449_a_21L戒爾從今其輕薄由來好色喪身媒

008_0449_a_22L靑蛙

008_0449_a_23L
草樹陰陰烟霧生靑蛙閤閤一時鳴

008_0449_a_24L只將雨候要相報不爲官私作此聲

008_0449_b_01L
두승산81) 원통암斗升山圓通庵
數間精舍倚岩隈  작은 절집은 높은 바위에 의지해 있고
地少全無一點埃  좁은 땅엔 먼지 한 점 없구나
回首茫茫雲海外  머리 돌려 아득히 구름바다 밖을 바라보니
夕陽秋色鴈啣來  가을 석양빛에 기러기 날아가네
비 내리는 밤 고향을 생각하며(雨夜憶故山)
燈殘四壁聽蛩鳴  가물가물한 등불 비추는 사방 벽으로 귀뚜라미 소리 들리고
坐待寒霄不肎明  앉아서 기다리지만 찬 하늘은 밝아 오지 않는구나
遙想故山今夜雨  아득히 고향을 생각해 보면 오늘 밤 비로
滿庭黃葉閙秋聲  마당 가득한 누런 잎들이 바스락거리며 가을 소리 내겠지
이름을 구하는 승려에게 주다(贈求名僧)
早從西敎着田衣  어려서 불교를 쫓아 전의82)를 입었으나
晩落名途計已非  늙어서 공명의 길에 떨어져 꾀하는 것 이미 그릇됐네
爭似白雲靑嶂裡  푸른 산 속의 흰 구름처럼
坐看歸一一何歸  좌선하며 하나(一心)가 돌아가는 것을 관하리니
박 장군에게 주다(贈朴將軍)
征南幕府集群雄  남쪽을 정벌하는 막부에 군웅이 모였으니
白羽彤弓馬似龍  흰 깃발에 붉은 활과 용 같은 말이로다
雪後平原獵狐兔  눈 온 뒤 평원에서 여우와 토끼 사냥하고
帳中歸飮酒千鍾  장막으로 돌아가 천종83)의 술을 마시노라
학사 최치옹의 시에 차운하다(奉次崔學士致翁韵)
新詩傳咏轉紛紛  새로운 시를 읊어 보니 더욱 성대하여
俊逸淸才邁陸雲  준일한 맑은 재주는 육운84)을 쫓는구나
欲和多慚蔬荀氣  화답하고자 하나 소순기85) 많은 것 부끄러우니
休將布皷過雷門  포고86)를 가지고 뇌문을 지나지 못하겠네
봄날의 흥취(春興)
細雨初晴三月時  가랑비가 처음 갠 삼월
桃花勝錦柳如絲  복숭아꽃은 화려한 비단 같고 버드나무는 실과 같도다
一春無限好消息  봄날의 무한한 좋은 소식은
不有幽禽說句誰  그윽한 새가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군 김지성이 참봉 양종호의 물가 정자에서 잔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보내다(聞金使君之聲宴楊叅奉鐘湖水亭以寄)
長洲芳草綠離離  긴 모래섬에는 향기로운 풀이 푸르고 무성한데
五馬驕嘶晩霽時  사군의 다섯 말이 교만하게 우는 맑게 갠 저녁이라
今爲山公來取醉  이제 산공이 와서 술에 취하였으니
鍾湖便作習家池  종호가 문득 습가지87)가 되었구나
강촌江村
晩風吹起渚煙收  저녁 바람 불어와 물가의 이내 거두는데
楓葉蘆花一岸秋  언덕의 단풍잎과 갈대꽃은 가을이로다

008_0449_b_01L斗升山圓通庵

008_0449_b_02L
數間精舍倚岩隈地少全無一點埃

008_0449_b_03L回首茫茫雲海外夕陽秋色鴈㗸來

008_0449_b_04L雨夜憶故山

008_0449_b_05L
燈殘四壁聽蛩鳴坐待寒霄不肎明

008_0449_b_06L遙想故山今夜雨滿庭黃葉閙秋聲

008_0449_b_07L贈求名僧

008_0449_b_08L
早從西敎着田衣晩落名途計已非

008_0449_b_09L爭似白雲靑嶂裡坐看歸一一何歸

008_0449_b_10L贈朴將軍

008_0449_b_11L
征南幕府集群雄白羽彤弓馬似龍

008_0449_b_12L雪後平原獵狐兔帳中歸飮酒千鍾

008_0449_b_13L奉次崔學士致翁韵

008_0449_b_14L
新詩傳咏轉紛紛俊逸淸才邁陸雲

008_0449_b_15L欲和多慚蔬荀氣休將布皷過雷門

008_0449_b_16L春興

008_0449_b_17L
細雨初晴三月時桃花勝錦柳如絲

008_0449_b_18L一春無限好消息不有幽禽說向誰

008_0449_b_19L聞金使君之聲宴楊叅奉鐘湖水亭
008_0449_b_20L以寄

008_0449_b_21L
長洲芳草綠離離五馬驕嘶晩霽時

008_0449_b_22L今爲山公來取醉鍾湖便作習家池

008_0449_b_23L江村

008_0449_b_24L
晩風吹起渚煙收楓葉蘆花一岸秋

008_0449_c_01L漁笛數聲來底處  어부의 피리 소리 몇 가락 어디에서 들려오나
水村遙在水西頭  강촌은 아득히 강물 서쪽 머리에 있구나
가을밤 구봉자를 생각하며(秋夜憶龜峯子)
獨伴寒燈夜已深  깊은 밤에 홀로 찬 등불과 짝이 되어
悲凉到此若爲禁  서글픔과 처량함이 이 지경에 이르니 어떻게 누를까
梧桐葉上三更雨  한밤중에 오동나무 잎 위로 빗방울 떨어져
攪碎相思幾寸心  그리워하는 마음을 어지럽게 깨뜨리네
그윽한 곳에 살며 마음대로 읊다(幽居雜咏)
綠樹靑林深復深  푸른 나무 푸른 숲은 깊고도 깊어
谷鶯終日送淸音  골짜기의 앵무새는 종일토록 맑은 소리를 보내고
沙彌汲澗煮新茗  사미승이 시냇물 길어 새 차를 달이니
一縷細烟生竹森  한 줄기 가는 연기 대숲에서 피어나네
징군 유진석88)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柳徵君【震錫】)
秋山昨夜氣初凉  가을산은 어젯밤부터 기운이 서늘해졌는데
緬想高人正坐忘  아득한 곳 고인은 좌망89)하고 앉아 있으리
名敎已能居樂地  이미 명교90)의 즐거운 곳에 사노니
懸殊濯足釣滄浪  창랑수에 발을 씻고91) 낚시질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네
만사(挽人)
白日西傾逝水東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강물은 동쪽으로 흘러가듯
浮生㝎似夕煙空  헛된 인생 저녁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네
誰知大造茫茫內  누가 알리오 커다란 조화가 아득한 곳에서는
去住元來一夢中  떠나고 머무는 것도 본래 한바탕 꿈인 것을
백곡의 시에 차운하여 찬 스님에게 보이다(次白谷韵示粲師)
誰言佛祖老婆心  누가 부처와 조사의 노파심으로
能使兒孫被陸沉  자손들을 은거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하리오
卷却舌來無一語  혀를 말아 버리고 한마디 말이 없으니
碧潭寒月照虛襟  푸른 못의 찬 달빛만이 빈 가슴을 비추네
담허재에 부치다(寄澹虗齋)
溪花簇簇柳依依  시냇가에 꽃은 무더기로 피어 있고 버드나무 축축 늘어져
好是風光春暮時  봄날 저물녘의 좋은 풍광이로다
㝎裡遙觀澹虗子  선정 속에서 멀리 있는 담허자를 관하니
浴乎沂水咏而歸  기수에서 목욕하고 읊조리며 돌아오는구나92)
침허 장로가 백련사로 옮겨 간 소식을 듣고 보내다(聞枕虗長老移入白蓮社以寄)
坐筭流年若斷蓬  앉아서 지난 세월을 세어 보니 정처 없는 쑥대93) 같았네
攪愁簷流響丁東  근심으로 어지러운데 처마 아래에 댕댕 물소리 들리네
傳聞近入蓮華社  근래에 연화사에 들어갔다는 소식 전해 들었나니
未必心閑似遠公  마음 한가한 것이 꼭 혜원 같을 필요는 없다네
조 학사의 운에 삼가 화답하다(奉和趙學士來韵)
曩自襄陽解綬歸  지난번 양양에서 벼슬 그만두고 돌아가며
好將風景入新詩  아름다운 풍경 새 시에 담았구나

008_0449_c_01L漁笛數聲來底處水村遙在水西頭

008_0449_c_02L秋夜憶龜峯子

008_0449_c_03L
獨伴寒燈夜已深悲凉到此若爲禁

008_0449_c_04L梧桐葉上三更雨攪碎相思幾寸心

008_0449_c_05L幽居雜咏

008_0449_c_06L
綠樹靑林深復深谷鶯終日送淸音

008_0449_c_07L沙彌汲澗煮新茗一縷細烟生竹森

008_0449_c_08L奉寄柳徵君震錫

008_0449_c_09L
秋山昨夜氣初凉緬想高人正坐忘

008_0449_c_10L名敎已能居樂地懸殊濯足釣滄浪

008_0449_c_11L挽人

008_0449_c_12L
白日西傾逝水東浮生㝎似夕煙空

008_0449_c_13L誰知大造茫茫內去住元來一夢中

008_0449_c_14L次白谷韵示粲師

008_0449_c_15L
誰言佛祖老婆心能使兒孫被陸沉

008_0449_c_16L卷却舌來無一語碧潭寒月照虛襟

008_0449_c_17L寄澹虗齋

008_0449_c_18L
溪花簇簇柳依依好是風光春暮時

008_0449_c_19L㝎裡遙觀澹虗子浴乎沂水咏而歸

008_0449_c_20L聞枕虗長老移入白蓮社以寄

008_0449_c_21L
坐筭流年若斷蓬攪愁簷流響丁東

008_0449_c_22L傳聞近入蓮華社未必心閑似遠公

008_0449_c_23L奉和趙學士來韵

008_0449_c_24L
曩自襄陽解綬歸好將風景入新詩

008_0450_a_01L祗今未得飛空錫  지금은 다만 허공에 지팡이를 날려 보내지 못하니
早晩從君一問之  조만간 그대를 쫓아 한번 물어보리라
복천 수령이 돌아감을 듣고 절구를 보내다(聞福川宰解歸以寄絕句)
海鶴閑姿拔俗標  바다 학의 한가로운 자태는 속세에서 빼어난 의표요
更敎文字重靑瑤  게다가 문장은 푸른 옥보다 무겁네
傳聞近作歸田賦  최근에 귀전부 지었단 소식 들었으니
陶令元來懶折腰  도연명은 본래 허리 굽히는 것 싫어했다네94)
승평군재에서 자면서 안 사군에게 드리다(宿昇平郡齋呈安使君)
滿城新綠翠帷圍  성 가득한 신록은 푸른 장막을 두른 듯
海雨隨風細細飛  바다의 빗방울은 바람 부는 대로 가늘게 날리네
底事道林來一宿  무슨 일인지 지도림이 와서 한번 묵으니
郡中今有謝玄暉  승평군에는 지금 사현휘95)가 있구나
낭선군96)께 받들어 드리다(奉寄朗善君)
公子風流異四豪  공자의 풍류는 네 호걸97)과 다르니
肎張虗譽謾皐牢  어찌 헛된 명예를 자랑하며 쓸데없이 포용하겠는가
想應樂善陶陶外  아마도 기쁘게 선을 즐겨 하고
能以文章引俊髦  문장으로 준걸들을 이끌고 있으리라
선승에게 주다(贈禪者)
龜氏當年受屈㫬  구씨는 당년에 가사98)를 받았는데
彼何人也我何人  그는 어떤 사람이고 또 나는 어떤 사람인가
儻能豁得宗門眼  행여 활연대오하여 종문의 눈을 얻게 된다면
衣鉢相傳亦是塵  의발을 전하는 일도 헛된 일이 되리라
시산 조 사군에게 주다(寄詩山趙使君)
春發南湖歲載新  남쪽 호수에서 봄이 시작되어 새로운 해가 되자
異鄕人憶異鄕人  타향 사람이 타향 사람을 생각하노라
㝎應東閣官梅動  동각의 관매99)가 피었을 때
幾度題詩句逼眞  몇 번이나 진여에 핍진한 시구를 지었는지
박 교리에게 보이다(呈朴校理)
曾向南州作史行  예전에 남쪽 고을 내려가 어사 되었을때
暫時傾盖托平生  잠시 수레 덮개 기울여100) 평생을 의탁했네
乾坤萬古人無數  만고의 세월 천지간에 무수한 사람 있었으나
獨有彌天四海名  홀로 온 세상에 이름 날렸노라
시산현재에서 조 사군을 대하여 임 학사에게 보이다(詩山縣齋對趙使君示林學士)
太守風流宅相賢  태수의 풍류와 외손101)의 어짊이여
一時文彩並先前  한 시대의 문채가 선인들과 나란하도다
道林幸捧龍門袂  지도림이 다행히 용문102)의 소매를 받들게 되었으나
語海還慚適適然  넓은 바다를 말하자 두렵고 놀라서103) 부끄럽구나
조 낭중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趙郞中)
日下終南近    해 아래로는 종남산이 가깝고
天邊方丈高    하늘 끝으로는 방장산이 높구나

008_0450_a_01L祗今未得飛空錫早晩從君一問之

008_0450_a_02L聞福川宰解歸以寄絕句

008_0450_a_03L
海鶴閑姿拔俗標更敎文字重靑瑤

008_0450_a_04L傳聞近作歸田賦陶令元來懶折腰

008_0450_a_05L宿昇平郡齋呈安使君

008_0450_a_06L
滿城新綠翠帷圍海雨隨風細細飛

008_0450_a_07L底事道林來一宿郡中今有謝玄暉

008_0450_a_08L奉寄朗善君

008_0450_a_09L
公子風流異四豪肎張虗譽謾皐牢

008_0450_a_10L想應樂善陶陶外能以文章引俊髦

008_0450_a_11L贈禪者

008_0450_a_12L
龜氏當年受屈㫬彼何人也我何人

008_0450_a_13L儻能豁得宗門眼衣鉢相傳亦是塵

008_0450_a_14L寄詩山趙使君

008_0450_a_15L
春發南湖歲載新異鄕人憶異鄕人

008_0450_a_16L㝎應東閣官梅動幾度題詩句逼眞

008_0450_a_17L呈朴校理

008_0450_a_18L
曾向南州作史行暫時傾盖托平生

008_0450_a_19L乾坤萬古人無數獨有彌天四海名

008_0450_a_20L詩山縣齋對趙使君示林學士

008_0450_a_21L
太守風流宅相賢一時文彩並先前

008_0450_a_22L道林幸捧龍門袂語海還慚適適然

008_0450_a_23L奉寄趙郞中

008_0450_a_24L
日下終南近天邊方丈高

008_0450_b_01L道途千里遠    길이 천 리나 멀어
魂夢十年勞    꿈속의 혼 십 년간 수고로웠네
㝎學追澄什    불교는 불도징과 구마라집104)을 쫓고
文章蔑謝曺    문장은 사령운과 조식105)을 업신여기네
倦吟還小味    게으르게 읊으니 도리어 맛이 적어
聊復寄雍陶    애오라지 다시 옹도106)에게 보내노라
부록 차운시(附次韵)
剝啄僧來謁    문을 두드려 중이 찾아오니
山扉秋政高    산속 사립문에는 가을이 높도다
乍驚書信至    뜻밖의 서신에 놀랍고
差慰夢魂勞    꿈속 혼의 수고를 위로해 주네
玄旨超前覺    현묘한 뜻은 선각자들보다 뛰어나고
淸詩愧我曺    맑은 시구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네
他年容結社    다른 해에 결사107)를 하게 되면
投老繼宗陶    늙도록 종병과 도연명108)을 이으리라
또又
一笛詩名重    일적의 시구 명성 높아
人傳趙倚樓    사람들은 조의루의 이름 전하네
淸才難可接    맑은 재주는 접하기 어려우니
傑句若爲酧    뛰어난 시구에 어찌하면 답할 수 있으리
臥病三庚盡    삼경109)이 다하도록 병으로 누워 있어
封書七月秋    칠월의 가을에야 서신을 보내나니
瓊枝空入夢    옥 같은 가지110)가 공연히 꿈에 나타나
無計寫離憂    이별의 근심을 쏟아 낼 일 없으리라
부록 차운시(附次韵)
妙法嗟登岸    묘한 법으로 높은 경지 오른 것 찬탄하고
虛名愧倚樓    헛된 명성 조의루에 부끄럽네
雋詞驚捷敏    빼어난 시어의 민첩함이 놀랍고
剛韵困投酧    어려운 시구에 답하느라 괴롭구나
感序蟬啼露    계절의 차서를 서글퍼하는 매미는 이슬 맞아 울고
離群鴈呌秋    무리와 떨어진 기러기는 가을날 울부짖는데
拈花一聯偈    염화의 게송 한 연이
待爾散幽憂    그대를 기다리는 숨은 근심을 흩어 주네
와룡산 연 스님에게 보내다(寄臥龍山演師)
昔棲棲鳳寺    예전엔 서봉사에 살았고
今臥臥龍山    지금은 와룡산에 누웠도다
已得心無事    이미 마음에 일이 없어
唯應晝掩關    아마 낮에도 문을 닫았으리
別來憐我病    헤어진 뒤 병든 나의 모습 가련한데
老去羡君閑    늙어감에 그대의 한가함이 부럽노라
烟樹重重隔    안개 낀 숲이 겹겹이 가로막혔으니
何時一解顏    어느 때나 만나서 얼굴을 펴리오
김 집의에게 드리다(寄呈金執義)

008_0450_b_01L道途千里遠魂夢十年勞

008_0450_b_02L㝎學追澄什文章蔑謝曺

008_0450_b_03L倦吟還小味聊復寄雍陶

008_0450_b_04L

008_0450_b_05L
一笛詩名重人傳趙倚樓

008_0450_b_06L淸才難可接傑句若爲酧

008_0450_b_07L臥病三庚盡封書七月秋

008_0450_b_08L瓊枝空入夢無計寫離憂

008_0450_b_09L附次韵

008_0450_b_10L
剝啄僧來謁山扉秋政高

008_0450_b_11L乍驚書信至差慰夢魂勞

008_0450_b_12L玄旨超前覺淸詩愧我曺

008_0450_b_13L他年容結社投老繼宗陶

008_0450_b_14L

008_0450_b_15L
妙法嗟登岸虛名愧倚樓

008_0450_b_16L雋詞驚捷敏剛韵困投酧

008_0450_b_17L感序蟬啼露離群鴈呌秋

008_0450_b_18L拈花一聯偈待爾散幽憂

008_0450_b_19L寄臥龍山演師

008_0450_b_20L
昔棲棲鳳寺今臥臥龍山

008_0450_b_21L已得心無事唯應晝掩關

008_0450_b_22L別來憐我病老去羡君閑

008_0450_b_23L烟樹重重隔何時一解顏

008_0450_b_24L寄呈金執義

008_0450_c_01L
漢北承顏後    한강 북쪽에서 얼굴을 뵌 뒤로
違離十載餘    헤어진 지 십 년 남짓 되었구료
道林宜晦迹    도림111)이 자취 감춘 것은 당연한데
潘令且閑居    반령112) 또한 한가하게 사는구나
碧樹秋光早    푸른 숲은 이른 가을빛이 물들었는데
靑山霽色初    푸른 산은 이제 막 맑게 개었네
相思無限意    끝없이 그리워하는 생각에
千里一封書    천 리 길에 편지 한 통을 보내노라
송광사에서 사군 안후태에게 드리다(松廣寺呈安使君【后泰】)
傳道招提境    듣자 하니 절 경내에
風流謝守遊    풍류 넘치는 수령이 행차한다니
飛笻下樹抄    지팡이 날려 나뭇가지로 내려가고
捧袂倚樓頭    소매 받들어 누대 머리에 기대노라
露菊重陽節    중양절의 이슬 머금은 국화꽃과
霜楓九月秋    구월 가을날 서리 맞은 단풍나무여
三車肎許載    세 개의 수레113)에 싣기를 허락하여
直欲上慈舟    곧바로 자비의 배에 오르기를
청류동淸流洞
寺在淸溪上    맑은 시냇가에 절이 있어
淸溪決決流    맑은 시냇물이 콸콸 흐르네
泓澄僧洗足    깊고도 맑아 중은 발을 씻고
淥淨客銷愁    걸러진 듯 맑아 나그네는 근심을 녹여 버리네
向曉寒侵骨    새벽이 됨에 찬기가 뼛속으로 스며들고
通霄響滿樓    하늘로 통하는 물소리는 누대 가득 울려 퍼지는데
却嗟爭歲月    문득 탄식하노라 가는 세월을 앞다투듯
無復暫時休    잠시도 쉬지 않는 것을
조계산에 있으면서 유방승을 전송하다(寓曺溪山送遊方僧)
遊方知有意    세상을 노니는 데 뜻이 있음을 아니
不必問前三    반드시 전삼114)을 물을 필요 없으리
百歲今無幾    백 년 인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千山久未探    수많은 산들을 오랫동안 다 찾지 못했네
風餐郊外驛    교외의 역에서 바람으로 밥해 먹고
雨臥海西庵    바다 서쪽의 암자에서 비 맞으며 누웠으니
旅愁兼別恨    나그네의 근심과 이별의 한스러움을
秋日我何堪    이 가을날 내가 어찌 감내하리오
박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次朴秀才韵)
盡日閑無事    하루 종일 한가하게 일이 없는데
經行覺地平    거닐다 보면 땅이 평탄함을 알게 되네
衲將雲共白    가사는 구름과 같이 희고
山與眼俱靑    산은 눈과 같이 푸르도다
洞邃秋容早    가을은 골짜기 깊어 빨리도 찾아오고
峯高夕照明    석양은 높은 봉우리를 밝게 비춰 주네
宗雷要結社    종병과 뇌차종이 결사를 바라니
深許死生情    생사에 대한 마음을 깊이 허락하노라

008_0450_c_01L
漢北承顏後違離十載餘

008_0450_c_02L道林宜晦迹潘令且閑居

008_0450_c_03L碧樹秋光早靑山霽色初

008_0450_c_04L相思無限意千里一封書

008_0450_c_05L松廣寺呈安使君后泰

008_0450_c_06L
傳道招提境風流謝守遊

008_0450_c_07L飛笻下樹抄捧袂倚樓頭

008_0450_c_08L露菊重陽節霜楓九月秋

008_0450_c_09L三車肎許載直欲上慈舟

008_0450_c_10L淸流洞

008_0450_c_11L
寺在淸溪上淸溪決決流

008_0450_c_12L泓澄僧洗足淥淨客銷愁

008_0450_c_13L向曉寒侵骨通霄響滿樓

008_0450_c_14L却嗟爭歲月無復暫時休

008_0450_c_15L寓曺溪山送遊方僧

008_0450_c_16L
遊方知有意不必問前三

008_0450_c_17L百歲今無幾千山久未探

008_0450_c_18L風餐郊外驛雨臥海西庵

008_0450_c_19L旅愁兼別恨秋日我何堪

008_0450_c_20L次朴秀才韵

008_0450_c_21L
盡日閑無事經行覺地平

008_0450_c_22L衲將雲共白山與眼俱靑

008_0450_c_23L洞邃秋容早峯高夕照明

008_0450_c_24L宗雷要結社深許死生情

008_0451_a_01L
양 처사의 초당에 부치다(題楊處士草堂)
白石淸溪上    흰 바위 맑은 시냇가
柴門野老家    시골 늙은이 집의 사립문이라
徑開新粉竹    좁은 길은 새로 난 대나무 사이로 나 있고
花發半枯査    꽃은 반쯤 마른 등걸에 피어 있도다
避世交游少    세상을 피하여 교유가 적으나
幽居樂事多    그윽한 거처엔 즐거운 일 많다네
敎童掃塵席    아이에게 자리의 먼지를 털게 하여
淸坐看南華    맑게 앉아 『남화경』을 보노라
협곡 마을(峽村)
峽裡孤村在    협곡에 마을 하나 있어
雲邊一逕危    구름 곁으로 위태로운 길이 나 있네
荆芧掩斗室    가시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작은 집을 가렸고
樹竹擁踈籬    대나무를 심어 성긴 울타리를 둘렀구나
午餉炊黃粟    낮에는 누런 밤을 구워 먹고
春耕尙火菑    봄에는 화전을 경작하네
莫敎花泛水    꽃을 물에 띄우지 말아야 하리
還恐世人知    이곳을 세상 사람이 알게 될까 두려우니
황령사에 부치다(題黃嶺蘭若)
古寺無人到    옛 절에는 사람 이르지 않아
空山晝掩關    빈산인데 낮에도 문이 닫혔고
茗煎春雨細    차를 달이는데 봄비 보슬보슬 내리고
林暝宿禽還    숲이 어둑해지니 새들은 자러 돌아가는구나
一逕松杉下    소나무 삼나무 아래로 길 하나 나 있고
千峯凡度間    천 개 봉우리는 속세와 출세 사이를 가로막고 있노라
庭前翠栢樹    뜰 앞 푸른 잣나무는
眞介祖師顏    진실로 조사의 얼굴이로다
유 수재가 제영당에 부친 시에 차운하다(次柳秀才寄題影堂韵)
招提隔塵世    절집은 속세와 멀리 떨어져
水竹最淸幽    물과 대숲이 가장 맑고 그윽하도다
鳥倦歸雲壑    새들은 느리게 구름 낀 골짜기로 날아가고
僧閑臥石樓    중은 한가하게 바위 누대에 누웠노라
溪聲宜月夕    시냇물 소리는 달밤과 어울리고
物色自春秋    물색은 절로 봄이 되고 가을이 되네
寄語耽詩客    시를 구하는 나그네에게 말을 보내나니
何時到上頭    언제쯤 산 위에 찾아오려나
김 사군이 서울로 들어감을 받들어 전송하다【2수】(奉送金使君入洛【二】)
此日難堪別    오늘의 이별을 감당하기 어려워
離魂政欲銷    이별하는 혼은 바로 녹아 버릴 듯하구나
流鶯嬌百囀    꾀꼬리는 교태로운 소리로 울어 대고
弱柳無千條    실버들 천 갈래 가지가 춤추는구나
錦水西流遠    비단결 강물은 멀리 서쪽으로 흘러가고
靑山北去遙    푸른 산은 북쪽으로 아득히 뻗어 있는데

008_0451_a_01L題楊處士草堂

008_0451_a_02L
白石淸溪上柴門野老家

008_0451_a_03L徑開新粉竹花發半枯査

008_0451_a_04L避世交游少幽居樂事多

008_0451_a_05L敎童掃塵席淸坐看南華

008_0451_a_06L峽村

008_0451_a_07L
峽裡孤村在雲邊一逕危

008_0451_a_08L荆芧掩斗室樹竹擁踈籬

008_0451_a_09L午餉炊黃粟春耕尙火菑

008_0451_a_10L莫敎花泛水還恐世人知

008_0451_a_11L題黃嶺蘭若

008_0451_a_12L
古寺無人到空山晝掩關

008_0451_a_13L茗煎春雨細林暝宿禽還

008_0451_a_14L一逕松杉下千峯几度間

008_0451_a_15L庭前翠栢樹眞介祖師顏

008_0451_a_16L次柳秀才寄題影堂韵

008_0451_a_17L
招提▼(尸+鬲)塵世水竹最淸幽

008_0451_a_18L鳥倦歸雲壑僧閑臥石樓

008_0451_a_19L溪聲宜月夕物色自春秋

008_0451_a_20L寄語耽詩客何時到上頭

008_0451_a_21L奉送金使君入洛

008_0451_a_22L
此日難堪別離魂政欲銷

008_0451_a_23L流鶯嬌百囀弱柳無 [3] 千條

008_0451_a_24L錦水西流遠靑山北去遙

008_0451_b_01L驪駒嘶碧草    검은 망아지 푸른 풀 먹고 힝힝 대니
幾處解行鑣    어느 곳에서 재갈을 풀어놓을까
둘째 수(其二)
排雲飛錫杖    구름을 가르고 지팡이를 날려
爲錢使君來    사군을 전송하러 왔다네
別曲琴三疊    이별곡 삼첩115)을 거문고로 연주하고
離愁酒一杯    헤어지는 슬픔에 술 한잔 마시노라
南亭烟膩柳    남쪽 정자엔 이내 낀 버드나무 윤택하고
東閣雨肥梅    동쪽 누각엔 비 내려 매화나무가 살찌네
去矣宜調鼎    떠나가면 공경의 일116)을 해야 하리니
元非百里才    원래 작은 마을을 다스릴 인재117)가 아니라네
돌아가는 제비(歸鷰)
雙鷰來何處    두 마리 제비가 어디에서 왔나
春風寄此棲    봄바람을 타고 이곳에 깃들어 사누나
炎凉無失序    더위와 추위에도 차례를 어김이 없어
戊己不啣泥    무년과 기년에도 빠지지 않았다네
萬里烏衣路    제비118)가 가야 할 만 리 길에
群雛羽翮齊    어린 새끼들이 날개를 나란히 하였구나
明年重到日    내년에 다시 찾아오는 날에도
應傍主人低    주인 곁으로 돌아오거라
북으로 떠나는 승려를 전송하며(送僧歸北)
送爾咸開日    그대를 함관으로 보내는 오늘
湖山碧樹秋    호산의 푸른 숲은 가을로 접어들었네
難堪此遠別    이렇듯 긴 이별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無計復同遊    다시 함께 노닐 기약이 없구나
浩渺川原隔    산천은 아득하게 가로막혔고
蒼茫草木稠    초목만 아득히 무성하네
離心倍黯黯    헤어지는 마음 더욱 암담한데
回首水東流    고개 돌려 보니 강물은 동쪽으로 흘러가네
북쪽 오봉산으로 돌아가는 현해 스님을 전송하며(送懸解師北歸五峯山)
斯道本無着    우리의 도는 본래 집착이 없으니
何方不是家    어느 곳이 나의 집 아니리오
秋遊南岳月    가을엔 남악에서 달구경 하고
春賞五峯花    여름엔 오봉산의 꽃 감상하겠지
客路銀溪驛    나그넷길에는 은빛 시내 곁에 역이 있고
行舟錦水沙    떠나는 배는 비단결 강물의 백사장에 있구나
到山開法席    산에 가서 법석을 열면
華雨演三車    꽃비 맞으며 『법화경』의 세 수레를 연설하리라
둘째 수(其二)
萬里雙城路    쌍성119) 향한 만 리 길을
三春共鴈回    늦은 봄 기러기와 함께 돌아가고
流年頻換物    흐르는 세월에 사물은 자주 뒤바뀌어
惜別更登臺    이별의 아쉬움에 다시 누대에 오르노라

008_0451_b_01L驪駒嘶碧草幾處解行鑣

008_0451_b_02L其二

008_0451_b_03L
排雲飛錫杖爲錢使君來

008_0451_b_04L別曲琴三疊離愁酒一杯

008_0451_b_05L南亭烟膩柳東閣雨肥梅

008_0451_b_06L去矣宜調鼎元非百里才

008_0451_b_07L歸鷰

008_0451_b_08L
雙鷰來何處春風寄此棲

008_0451_b_09L炎凉無失序戊己不㗸泥

008_0451_b_10L萬里烏衣路群雛羽翮齊

008_0451_b_11L明年重到日應傍主人低

008_0451_b_12L送僧歸北

008_0451_b_13L
送爾咸開日湖山碧樹秋

008_0451_b_14L難堪此遠別無計復同遊

008_0451_b_15L浩渺川原隔蒼茫草木稠

008_0451_b_16L離心倍黯黯回首水東流

008_0451_b_17L送懸解師北歸五峯山

008_0451_b_18L
斯道本無着何方不是家

008_0451_b_19L秋遊南岳月春賞五峯花

008_0451_b_20L客路銀溪驛行舟錦水沙

008_0451_b_21L到山開法席華雨演三車

008_0451_b_22L其二

008_0451_b_23L
萬里雙城路三春共鴈回

008_0451_b_24L流年頻換物惜別更登臺

008_0451_c_01L暖律初歸柳    따스한 봄기운120)은 버드나무로 돌아가고
晴光已放梅    맑은 햇빛에 매화는 벌써 꽃을 피웠구나
從今拂袖去    이제 소매 떨치고 가 버리면
離抱幾時開    이별의 회포 언제쯤 풀게 될까나
관동으로 돌아가는 승려를 전송하며(送僧歸關東)
萬里關東路    관동으로 가는 만 리 길
春風送遠行    봄바람이 먼 여행길을 전송해 주네
心中多少恨    마음속은 얼마나 한스러우리
天外數旬程    하늘 밖으로 수십 일을 가야 한다네
日暮甄萱國    해 저무는 견훤의 땅과
雲寒百濟城    구름 차가운 백제의 성이라
離亭無限樹    이별하는 정자의 끝없는 나무들은
一一總含情    하나같이 모두 정리를 품은 듯
폐사가 된 길상사에 묵으면서(宿吉祥廢寺)
細逕通踈竹    오솔길은 성긴 대숲으로 통해져 있고
仁祠在上頭    절집은 산 정상에 있구나
無僧禪榻破    중도 없는 선탑은 깨어졌고
有佛畫堂幽    부처 있는 화당은 그윽하구나
野色黃雲暮    누런 구름 덮인 들녘에 저녁이 찾아오고
山容赤葉秋    산 곳곳의 붉은 잎사귀는 가을을 알려 주네
懸燈留一宿    등 매달고 하룻밤을 묵으니
淸夜異香浮    맑은 밤 기이한 향기가 감도는구나
속인에 대한 만시(挽俗人)
芒忽乾坤內    아득한 천지 사이에
浮生最可傷    부질없는 인생이 가장 마음 아프노라
百年駒過隙    인생 백 년은 망아지가 틈을 지나듯 빠르나121)
千載鶴還鄕    천 년 만에 학도 고향으로 돌아온다네122)
野外飛丹旐    들 밖에 나부끼는 붉은 만장과
風前舞白楊    바람 부는 대로 춤추는 백양나무123)
靑原一掬淚    푸른 들에서 한 움큼 눈물 흘리는데
秋日易斜陽    가을날이라 해도 쉽게 지는구나
눈 내린 뒤 달밤에 장 수재에게 차운하다(雪後月夜次張秀才)
白雪千峯寺    흰 눈 내린 천봉사에는
香燈半夜明    한밤중에도 향등이 빛나고
風杉寒有響    바람 머금은 삼나무는 찬 바람 소리 내는데
石澗凍無聲    석간수는 얼어서 소리가 없구나
對月仍排睡    달을 바라보노라니 잠도 오지 않아
論詩暫紓情    시를 논하며 잠시 심회를 풀어 보노라
屠龍爲藝元    용 잡는 재주124)는 문단의 으뜸이 되니
休恨歲崢嶸    한 해가 저물어 감을 한탄하지 말기를
산중의 심회를 적어 장 수재에게 보이다(山中書懷示張秀才)
竟歲忘機坐    한 해를 마치면서 무심히 앉았는데
寒梅又一春    차가운 매화는 또 새봄을 알려 오네

008_0451_c_01L暖律初歸柳晴光已放梅

008_0451_c_02L從今拂袖去離抱幾時開

008_0451_c_03L送僧歸關東

008_0451_c_04L
萬里關東路春風送遠行

008_0451_c_05L心中多少恨天外數旬程

008_0451_c_06L日暮甄萱國雲寒百濟城

008_0451_c_07L離亭無限樹一一總含情

008_0451_c_08L宿吉祥廢寺

008_0451_c_09L
細逕通踈竹仁祠在上頭

008_0451_c_10L無僧禪榻破有佛畫堂幽

008_0451_c_11L野色黃雲暮山容赤葉秋

008_0451_c_12L懸燈留一宿淸夜異香浮

008_0451_c_13L挽俗人

008_0451_c_14L
芒忽乾坤內浮生最可傷

008_0451_c_15L百年駒過隙千載鶴還鄕

008_0451_c_16L野外飛丹旐風前舞白楊

008_0451_c_17L靑原一掬淚秋日易斜陽

008_0451_c_18L雪後月夜次張秀才

008_0451_c_19L
白雪千峯寺香燈半夜明

008_0451_c_20L風杉寒有響石澗凍無聲

008_0451_c_21L對月仍排睡論詩暫紓情

008_0451_c_22L屠龍爲藝元休恨歲崢嶸

008_0451_c_23L山中書懷示張秀才

008_0451_c_24L
竟歲忘機坐寒梅又一春

008_0452_a_01L有營皆世苦    경영하는 것은 모두 세속의 괴로움이오
無事乃吾眞    일 없음이 바로 내가 바라는 진여라네
石鼎烹溪藾    돌솥에 시내의 쑥을 삶고
柴門遠市塵    사립문은 속세의 저잣거리에서 멀다네
肯將榮與辱    영화와 욕됨으로
虛負百年身    백 년 인생 부질없이 저버릴까
이별하며 학민에게 주다(留別贈學敏)
暝色千峯雨    천 봉우리에 내린 비로 날은 어둑어둑하고
寒聲萬樹蟬    숲속에는 찬 매미 소리 들리는데
幾時重面目    어느 때나 다시 만날까
今日散風煙    오늘 바람과 연기처럼 흩어지네
錫杖飛沙峽    지팡이 짚고 모래 골짜기를 지나고
鋼缾入石泉    물병으로 바위틈의 샘물을 뜨리라
悠然別離思    아득한 이별의 그리움에
留贈白雲篇    백운편125)을 주노라
창주126)의 찰방 정광연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滄洲鄭察訪【光淵】)
夫子棲遲處    선생이 은거해 사는 곳
溪回地自幽    시내가 돌아 흐르고 땅은 절로 그윽하네
揭簾容乳燕    주렴을 걷으니 제비 새끼가 날아들고
垂釣伴閑鷗    낚시 드리우니 한가한 갈매기가 짝이 되네
曉想澆書飮    새벽에는 술 마시기를127) 생각하고
晴謀蠟屐遊    날이 개면 꿀벌처럼 놀기를 도모하네
別離經歲月    이별하고 세월만 흘러가니
東望有餘愁    동쪽을 바라보며 시름만 더하네
둘째 수(其二)
行藏殊出處    행장은 나가고 처함이 다르고
世味異酸醎    세상의 맛은 시고 짠 맛이 다르다네
已得田園樂    이미 전원의 즐거움을 얻었으니
寧爲富貴酣    어찌 부귀의 달콤함을 원하리오
門前柳種五    문 앞에는 다섯 그루 버드나무를 심고
竹下徑開三    대나무 아래에는 세 갈래 길을 내었네
緬想移班杖    아마도 아롱무늬 대나무 지팡이로 산책하며
觀魚俯碧潭    푸른 연못의 고기를 굽어보고 있으리
셋째 수(其三)
樂道書千卷    천 권의 책에서 도를 즐기고
澆愁酒半缾    반병의 술로 시름을 씻네
門前無俗駕    문 앞에는 세속의 수레 없고
膝下有添丁    무릎 아래에는 아이128)가 있구나
濯足蘫溪水    쪽빛 시냇물에 발을 씻고
披襟滌暑亭    정자에서 옷깃을 풀어 더위를 식히리라
秋風擬飛錫    가을바람 불면 지팡이 날려 찾아가
爲對眼雙靑    반가운 모습 대하리라
넷째 수(其四)

008_0452_a_01L有營皆世苦無事乃吾眞

008_0452_a_02L石鼎烹溪藾柴門遠市塵

008_0452_a_03L肯將榮與辱虛負百年身

008_0452_a_04L留別贈學敏

008_0452_a_05L
暝色千峯雨寒聲萬樹蟬

008_0452_a_06L幾時重面目今日散風煙

008_0452_a_07L錫杖飛沙峽銅缾入石泉

008_0452_a_08L悠然別離思留贈白雲篇

008_0452_a_09L奉寄滄洲鄭察訪光淵

008_0452_a_10L
夫子棲遲處溪回地自幽

008_0452_a_11L揭簾容乳燕垂釣伴閑𩿨

008_0452_a_12L曉想澆書飮晴謀蠟屐遊

008_0452_a_13L別離經歲月東望有餘愁

008_0452_a_14L其二

008_0452_a_15L
行藏殊出處世味異酸醎

008_0452_a_16L已得田園樂寧爲富貴酣

008_0452_a_17L門前柳種五竹下徑開三

008_0452_a_18L緬想移班杖觀魚俯碧潭

008_0452_a_19L其三

008_0452_a_20L
樂道書千卷澆愁酒半缾

008_0452_a_21L門前無俗駕膝下有添丁

008_0452_a_22L濯足蘫溪水披襟滌暑亭

008_0452_a_23L秋風擬飛錫爲對眼雙靑

008_0452_a_24L其四

008_0452_b_01L
山人棲碧峀    산승은 푸른 멧부리에 살고
詞客老滄洲    시인은 맑은 물가에서 늙어 가네
縱酒眞元亮    술에 흠뻑 취한 모습은 진실로 도원량129)이나
論詩愧惠休    시를 논하는 이는 혜원과 탕휴에게 부끄럽도다
草堂曾共宿    예전에 초당에서 함께 자고
蓮社久交遊    오랫동안 절에서 사귀었는데
倘有窮愁作    혹시 훌륭한 작품130)이 있으면
秋風寄石樓    가을바람에 바위 누대로 보내 주기를
최규에게 주다(贈崔珪)
二十年前事    이십 년 전의 일이
居然一夢塲    어느덧 한바탕 꿈이로다
容顔各老大    얼굴은 서로 늙었으니
人世幾存亡    인간 세상에서 얼마나 부침이 있었으랴
日暮風鳴竹    날이 저물자 바람에 대나무 소리 울리고
春寒雲滿岡    봄날이 차니 구름은 언덕에 가득하네
相逢即相送    만나자마자 헤어지게 되니
山外轉斜陽    산 너머로 다시 해가 지는구나
승지 정동명에게 올리다(寄上東溟鄭氶旨)
貴賤一何異    귀천은 참으로 다르지만
百年交契深    평생의 교분이 깊노라
詩名高北斗    시로 이름난 것은 북두성처럼 높고
聲價重南金    명성은 남쪽의 황금131)보다 값지니
不向靑雲路    벼슬길을 향하지 않고
終歌白雪吟    끝내 ≺백설곡≻132)을 노래하네
湖山歲又換    호산에는 한 해가 또 바뀌니
愁思若爲禁    근심스런 그리움을 어찌 감당하리
학봉이 순 장로의 선실에 부친 시에 차운하다(次鶴峯寄題順長老禪室韵)
長老安禪室    장로는 편안한 선실을
何年此地開    어느 해에 여기에 만들었나
斷崖通細逕    깎아지른 절벽이 좁은 길로 통해 있고
累石起層臺    첩첩한 바위에는 층대가 서 있구나
恠鳥聞經去    기이한 새가 불경을 듣고 날아가고
晴峯入戶來    맑게 갠 봉우리는 문 가까이 보이는데
會將飛錫杖    반드시 지팡이 날려
雲月共徘佪    구름 속 달과 함께 서성이리라
둘째 수(其二)
般若層峯下    반야의 층층 봉우리 아래에
禪房十笏開    작은133) 선방을 열었으니
金沙鋪淨地    금빛 모래 위에 청정세계 열리고
杉栝擁香臺    삼나무와 전나무 향기로운 누대를 에워싸네
水石宜行坐    물과 바위는 다니고 앉기에 좋아
風塵絕徃來    속세의 가고 옴이 끊어졌도다
只應無箇事    다만 아무 일이 없어
終日獨盤佪    해가 지도록 홀로 서성이리라

008_0452_b_01L
山人棲碧峀詞客老滄洲

008_0452_b_02L縱酒眞元亮論詩愧惠休

008_0452_b_03L草堂曾共宿蓮社久交遊

008_0452_b_04L倘有窮愁作秋風寄石樓

008_0452_b_05L贈崔珪

008_0452_b_06L
二十年前事居然一夢塲

008_0452_b_07L容顏各老大人世幾存亡

008_0452_b_08L日暮風鳴竹春寒雲滿岡

008_0452_b_09L相逢即相送山外轉斜陽

008_0452_b_10L寄上東溟鄭氶旨

008_0452_b_11L
貴賤一何異百年交契深

008_0452_b_12L詩名高北斗聲價重南金

008_0452_b_13L不向靑雲路終歌白雪吟

008_0452_b_14L湖山歲又換愁思若爲禁

008_0452_b_15L次鶴峯寄題順長老禪室韵

008_0452_b_16L
長老安禪室何年此地開

008_0452_b_17L斷崖通細逕累石起層臺

008_0452_b_18L恠鳥聞經去晴峯入戶來

008_0452_b_19L會將飛錫杖雲月共徘佪

008_0452_b_20L其二

008_0452_b_21L
般若層峯下禪房十笏開

008_0452_b_22L金沙鋪淨地杉栝擁香臺

008_0452_b_23L水石宜行坐風塵絕徃來

008_0452_b_24L只應無箇事終日獨盤佪

008_0452_c_01L
과거 보러 가는 강 선사134) 형제를 전송하며(送姜選士昆季赴擧)
已作凌雲賦    이미 ≺능운부≻135)를 지었으니
還期獻紫微    임금께 바치기를 기약하리라
毛皆鳳五色    두 형제 모두 오색 빛깔의 봉황이요
序又鴈雙飛    기러기 한 쌍이 날아가는 듯하도다
別思連襄草    이별의 그리움은 풀숲으로 이어지는데
征鞭指落暉    말채찍은 지는 해를 가리키네
光輝動綵服    색동옷136)에 광채가 일렁거리니
須折桂枝歸    반드시 계수나무 가지137) 꺾어 오리라
나그넷길에 비 온 뒤 우연히 읊다(客中雨後偶題)
小雨新晴後    보슬비가 새로 갠 뒤
千峯罨畫開    수천 봉우리가 채색한 그림같이 펼쳐 있도다
菊花金半破    국화는 금덩이를 반으로 쪼갠 듯
楓葉錦初裁    단풍잎은 비단을 처음 마름질한 듯
僧背夕陽去    중은 석양을 등지고 떠나가고
鳥穿秋色來    새는 가을빛을 뚫고 날아가네
旅懷誰有問    나그네 심정을 누가 물어보리오
終日獨徘佪    해가 지도록 홀로 서성이노라
지헌 사미에게 차운하여 보내다(次寄志軒沙彌)
形影何緣接    그대의 모습 어떻게 볼 수 있을까
湖山隔萬重    호수와 산이 겹겹이 막혀 있나니
爾能離火宅    그대는 화택138)을 벗어나 있고
吾亦臥雲松    나 또한 소나무와 구름 사이에 누워 있네
學問年猶少    학문은 젊어서 힘써야 하고
交游老漸慵    교제는 나이 들수록 점점 게을러진다네
求觀衆丘小    뭇 언덕이 작은 것을 보려거든139)
須上妙高峯    묘고봉140)에 올라야 하리
앞의 운을 거듭 사용하여 백련암에 부치다(疊用前韵寄題白蓮庵)
爲問東林社    동림사141)를 묻노니
匡廬苐幾重    여산142)의 몇 번째 봉우리에 있는가
池應生白藕    연못에는 흰 연꽃 피어 있겠고
窓亦對靑松    창문으로는 푸른 소나무 마주하였으리
持遠安禪久    혜원과 참선한 것 오래되었으니
刘雷向酒慵    유유민과 뇌차종은 술 마시길 게을리하네
他時携杖錫    다른 날 지팡이를 들고
飛步入層峯    첩첩의 봉우리 속으로 날아가리라
지헌 사미에게 주다(寄志軒沙彌)
祝髮駈烏歲    머리 깎은 것은 어린 나이143)인데
游方救蟻年    사방으로 다니며 중생을 구제하고
經書誦幾卷    경서는 몇 권이나 암송하였는가
詩律已成篇    지은 시율은 벌써 편을 이루었도다
問法尋黃蘗    법을 물으러 황벽을 찾아
將身寄白蓮    몸을 백련사에 의탁하였네

008_0452_c_01L送姜選士昆季赴擧

008_0452_c_02L
已作凌雲賦還期獻紫微

008_0452_c_03L毛皆鳳五色序又鴈雙飛

008_0452_c_04L別思連襄草征鞭指落暉

008_0452_c_05L光輝動綵服須折桂枝歸

008_0452_c_06L客中雨後偶題

008_0452_c_07L
小雨新晴後千峯罨畫開

008_0452_c_08L菊花金半破楓葉錦初裁

008_0452_c_09L僧背夕陽去鳥穿秋色來

008_0452_c_10L旅懷誰有問終日獨徘佪

008_0452_c_11L次寄志軒沙彌

008_0452_c_12L
形影何緣接湖山隔萬重

008_0452_c_13L爾能離火宅吾亦臥雲松

008_0452_c_14L學問年猶少交游老漸慵

008_0452_c_15L求觀衆丘小須上妙高峯

008_0452_c_16L疊用前韵寄題白蓮庵

008_0452_c_17L
爲問東林社匡廬苐幾重

008_0452_c_18L池應生白藕窓亦對靑松

008_0452_c_19L持遠安禪久刘雷向酒慵

008_0452_c_20L他時携杖錫飛步入層峯

008_0452_c_21L寄志軒沙彌

008_0452_c_22L
祝髮駈烏歲游方救蟻年

008_0452_c_23L經書誦幾卷詩律已成篇

008_0452_c_24L問法尋黃蘗將身寄白蓮

008_0453_a_01L思之不可見    그리워도 만날 수 없어
東望隔山川    동쪽으로 가로놓인 산과 강을 바라보노라
매 상인을 대신하여 영 스님이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替梅上人次英師來韵)
碧樹籠郊暗    푸른 숲은 들녘을 덮어 어둡고
蒼雲接海低    푸른 구름은 바다에 닿을 듯 낮게 떠 있네
十年人聚散    십 년 동안 사람들 만나고 헤어지며
千里路東西    천 리 길을 동쪽과 서쪽으로 다녔다네
幾日同連榻    어느 날에 침상을 나란히 두고 자며
何時共掬溪    어느 때에 함께 시냇물 마셔 볼까나
相思默不語    서로 그리워하나 조용히 말이 없는데
巢燕落靑泥    둥지의 제비가 푸른 진흙을 떨어뜨리네
둘째 수(其二)
虫臂人誰記    벌레 팔뚝144)을 누가 기억하리오
扶搖羽翼低    큰 날개를 드리워 주시네
昔遊關塞北    옛날에는 관북의 변방을 노닐었고
今住嶺湖西    지금은 영남과 호서 지방에 머무는구나
黛色呈遙岳    먼 산은 짙푸른 빛을 드러내고
琴聲奏小溪    작은 시내는 거문고를 연주하나니
碧霄應一到    푸른 하늘에 한번 이르고는
終不委沙泥    끝내 진흙탕에 버려지지 않으리라
니泥 자 운을 써서 비장루를 읊다(題臂長樓用泥字韵)
寺臨飛鳥上    절집이 나는 새보다 위에 있어
極目遠天低    하늘 아래로 멀리까지 보이네
落照蒼茫外    지는 해는 아득한 밖을 비추고
孤帆碧海西    돛단배 한 척 푸른 바다 서편에 떠 있는데
長堤烟膩草    긴 방죽에는 아른아른 풀들이 무성하고
大野樹藏溪    너른 들녘에는 나무숲 사이로 시내가 흐르네
興發題新句    흥이 일어나 새로운 시구를 적으니
先慙壁重泥    벽에 거듭 진흙 칠한 것이 부끄럽구나
안 사군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安使君)
去國餘千里    도성을 떠나 천 리 너머
爲官只一麾    관리가 되어 깃발 하나뿐
未聞風滅火    바람에 화기가 수그러들었다는 소식 듣지 못했는데
還見麥抽岐    다시 보리 싹 올라오는 것을 보리라
白日鳴絃臥    한낮에는 거문고 울리며145) 누웠고
靑春欲暮時    푸른 봄날은 저물려 하는데
文翁能化俗    문옹146)이 세속을 잘 교화하니
頌德强裁詩    그 덕을 송축하며 애써 시를 다듬어 보네
양무중의 만시(挽楊茂仲)
地下修文急    지하에서 글 다듬느라147) 바쁠 것이니
人間摺桂非    인간 세상에서 벼슬한 것 잘못이었네
可堪埋玉樹    어찌 옥 같은 당신을 묻을 수 있으리오
空有吐珠璣    아름다운 문장만 부질없이 남아 있네

008_0453_a_01L思之不可見東望隔山川

008_0453_a_02L替梅上人次英師來韵

008_0453_a_03L
碧樹籠郊暗蒼雲接海低

008_0453_a_04L十年人聚散千里路東西

008_0453_a_05L幾日同連榻何時共掬溪

008_0453_a_06L相思默不語巢燕落靑泥

008_0453_a_07L其二

008_0453_a_08L
虫臂人誰記扶搖羽翼低

008_0453_a_09L昔遊關塞北今住嶺湖西

008_0453_a_10L黛色呈遙岳琴聲奏小溪

008_0453_a_11L碧霄應一到終不委沙泥

008_0453_a_12L題臂長樓用泥字韵

008_0453_a_13L
寺臨飛鳥上極目遠天低

008_0453_a_14L落照蒼茫外孤帆碧海西

008_0453_a_15L長堤烟膩草大野樹藏溪

008_0453_a_16L興發題新句先慙壁重泥

008_0453_a_17L奉寄安使君

008_0453_a_18L
去國餘千里爲官只一麾

008_0453_a_19L未聞風滅火還見麥抽岐

008_0453_a_20L白日鳴絃臥靑春欲暮時

008_0453_a_21L文翁能化俗頌德强裁詩

008_0453_a_22L挽楊茂仲

008_0453_a_23L
地下修文急人間擢桂非

008_0453_a_24L可堪埋玉樹空有吐珠璣

008_0453_b_01L暮峽晴灘咽    저물녘 날이 갠 협곡엔 여울물 졸졸거리고
寒原素幕圍    추운 들에 흰 장막을 둘렀는데
道林雙眼淚    중의 두 눈엔 눈물이 흘러내려
霑洒木蘭衣    목란이 다 젖는구다
비에 막혀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하여 시천에게 보내다(阻雨不赴約以寄詩川)
密雲遮曉峽    새벽에 빽빽한 구름이 협곡을 가리더니
甘雨洒朝陽    단비가 동녘 산을 적시는구나
孰不同鰲抃    누가 함께 기뻐하지 않으리오
農應各燕忙    농부들도 제비처럼 바빠지겠네
懸簾疑碎玉    드리운 주렴의 빗물은 옥가루 같은데
入土合分秧    흙에 들어가 나누어 심은 모를 적시네
縱有佳期誤    비록 아름다운 약속은 어그러졌으나
其如喜欲狂    기쁨이 넘쳐 미칠 지경이로다
민 상서에게 올리다(寄上閔尙書)
昔作湖連帥    예전에는 전라도 관찰사148)였는데
今爲漢大臣    지금은 조정의 대신이 되었네
文章歸鸑鷟    문장은 봉황을 허여하고
勳業畫猉獜    훈업은 기린각에 그릴 만하네
細柳初分袂    실버들 한창일 때 처음 이별하고선
寒梅報幾春    차가운 매화가 몇 번이나 봄을 알렸는지
世間無限事    세상의 한없는 일 중에
誰似臥雲人    누가 구름에 누워 있는 사람만 하리오
정 원외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鄭員外)
未揖淸芬已八年  맑은 향기에 인사하지 못한 지 벌써 팔 년이라
楚山迢遰憶秦川  초산에서 아득하게 진천을 떠올리네149)
日邊雨露連靑鎻  해 주변의 비와 이슬은 궁문150)으로 이어졌고
天外雲松遶白蓮  하늘 바깥의 구름 낀 소나무는 흰 연꽃을 에워쌌네
胡蝶夢殘春寂寂  호접몽151) 사라지자 봄날도 쓸쓸한데
杜鵑花發草芊芊  두견화 피었고 풀잎 우거졌도다
秋風㝎踏蓬萊頂  가을바람 불어오면 봉래산 정상에 올라
擬向詩壇乞一篇  시단을 향해 시 한 편을 구하리라
비안152) 현령 김호에게 받들어 보내다(奉寄比安宰金使君【鎬】)
淸明令節雨蕭蕭  청명의 아름다운 절기에 비는 쓸쓸히 내리고
渭樹江雲望正遙  위수의 나무와 강가의 구름153) 아득히 바라보네
一紙書回心鄭重  한 통의 편지로 정중한 마음을 보내나니
十年離濶鬢衰凋  멀리 떨어져 있는 십 년간 머리는 세 버렸네
河陽縣僻花應發  하양현은 궁벽해도 봄꽃 피었겠지만154)
方丈山高雪未消  방장산은 높아서 눈도 녹지 않았다네
四載阿英三異政  아름다운 그대 사 년간 세 가지 기이한 정치155)를 하여
吏民懷惠至今謠  관리와 백성들 은혜를 입고 지금까지 노래한다네
비안 현령의 편지를 받고 나서 정자 조종저에게 드리다(得比安宰書寄呈趙正字【宗著】)
憶曾飛錫過楊州  예전에 지팡이를 짚고 양주 지나던 일 떠올리니
路上班荊爲暫留  길가에 가시나무 깔고156) 잠시 머물렀다네

008_0453_b_01L暮峽晴灘咽寒原素幕圍

008_0453_b_02L道林雙眼淚霑洒木蘭衣

008_0453_b_03L阻雨不赴約以寄詩川

008_0453_b_04L
密雲遮曉峽甘雨洒朝陽

008_0453_b_05L孰不同鰲抃農應各燕忙

008_0453_b_06L懸簾疑碎玉入土合分秧

008_0453_b_07L縱有佳期誤其如喜欲狂

008_0453_b_08L寄上閔尙書

008_0453_b_09L
昔作湖連帥今爲漢大臣

008_0453_b_10L文章歸鸑鷟勳業畫猉獜

008_0453_b_11L細柳初分袂寒梅報幾春

008_0453_b_12L世間無限事誰似臥雲人

008_0453_b_13L奉寄鄭員外

008_0453_b_14L
未揖淸芬已八年楚山迢遰憶秦川

008_0453_b_15L日邊雨露連靑鎻天外雲松遶白蓮

008_0453_b_16L胡蝶夢殘春寂寂杜鵑花發草芊芊

008_0453_b_17L秋風㝎踏蓬萊頂擬向詩壇乞一篇

008_0453_b_18L奉寄比安宰金使君

008_0453_b_19L
淸明令節雨蕭蕭渭樹江雲望正遙

008_0453_b_20L一紙書回心鄭重十年離濶鬢衰凋

008_0453_b_21L河陽縣僻花應發方丈山高雪未消

008_0453_b_22L四載阿英三異政吏民懷惠至今謠

008_0453_b_23L得比安宰書寄呈趙正字宗著

008_0453_b_24L
憶曾飛錫過楊州路上班荆爲暫留

008_0453_c_01L不盡高談如琚屑  다하지 못한 고매한 이야기 옥가루 같고
難忘雅韵是風流  잊기 어려운 고아한 시구는 진실로 풍류로구나
龍門雷震新燒尾  용문의 우레에 새로 꼬리를 태우고157)
蟾桂香濃已滿頭  섬계158)의 짙은 향기는 머리에 가득하도다
莫道支郞天眼見  중159)이 천안으로 본다고 말하지 마소
故人書䟽及林丘  그대의 편지가 산중에 도착했기 때문이라오
부록 차운시(附次韵)
夙昔維楊叅趙州  오래전 양주 땅에서 조주를 예참하고
至今十載精神留  지금껏 십 년간 마음에 간직했다네
我漸曾呂以上客  나는 증려 같은 상객 되지 못해 부끄러운데
師是支深之亞流  스님은 지심160)의 아류라네
秋水娟娟底濯足  곱기도 고운 가을 강물에 발을 씻고
春花漠漠空回頭  아스라한 봄꽃에 하릴없이 머리를 돌리네
當年慧遠失元亮  당년의 혜원이 도연명을 잃고서
虛作廬山老比丘  헛되이 여산의 늙은 비구 되었구나
정 상사 형제에게 보내다(寄鄭上舍昆季)
別情春意浩無窮  이별하는 마음과 봄날의 생각은 끝없이 넓은데
寒食江南日日風  한식 즈음 강남에는 날마다 바람이 불어오네
幽鳥弄晴催淑氣  그윽한 새는 갠 날을 희롱하며 화창한 기운을 재촉하고
好花燃雨綴芳叢  고운 꽃은 비 맞아 선명한데 향긋하게 무더기로 피었구나
萊衣想並三珠樹  효성스런 그대 형제161) 삼주수162)와 나란하며
姜被應同一畝宮  우애 많은 형제163)라 일무궁164)에 함께 살리라
新咏鷓鴣詞絕妙  새로 읊은 ≺자고천≻165)의 가사가 절묘하니
願言題寄老支公  늙은 중에게 보내 주기를 바라노라
형조 상서 남용익에게 올리다(寄上讞部南尙書【龍翼】)
[1]
復圭家世起東周  복규166)의 남씨 가문 대대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
大爵雄材兩寡儔  높은 벼슬과 영웅의 자질 대적할 이 적도다
功業已能侔魏丙  공업은 이미 위상과 병길167)이 짝이 되고
文章還自振曺刘  문장은 다시 조식과 유정168)만큼 떨쳤다네
朝回燕寢香凝閣  퇴청하면 연침169)의 향기가 누각에 서려 있고
春晩嚴城醉倚樓  봄날 저녁이면 도성 누대에 취하여 기대 있으리
更想仙臺卿月滿  다시 생각해 보면 선대에 훌륭한 대신 가득하리니
敲門月下恨無由  달빛 아래 찾아뵐 길 없어 한스럽구나

[2]
方壼獨擅海中三  방장산은 홀로 선산 중에 으뜸이요
竸秀群峯壯斗南  빼어난 봉우리는 천하170) 제일이로다
紫翠自天開罨盡  하늘에는 자색과 비췻빛 그림처럼 펼쳐지고
黃金布地起伽藍  황금을 땅에 깔아 가람을 세웠다네171)
撲簾華雨黏經字  주렴을 치는 꽃비172)는 경전에 떨어지고
鏖枕晴雷殷石潭  잠을 깨우는 맑은 우렛소리 돌 연못에 은은하구나
從古雲林遠朝市  예부터 절집은 조정이나 저잣거리와 멀었으니
那將軟語接淸談  어떻게 나긋나긋한 말173)로 청담을 나누리오
부록 차운시(附次韵)
[1]
自是瞿曇異孔周  석가는 공자나 주공과 다르기에
吾知吾不爾爲儔  내가 그대의 무리가 되지 않음을 아노라

008_0453_c_01L不盡高談如琚屑難忘雅韵是風流

008_0453_c_02L龍門雷震新燒尾蟾桂香濃已滿頭

008_0453_c_03L莫道支郞天眼見故人書䟽及林丘

008_0453_c_04L附次韵

008_0453_c_05L
夙昔維楊叅趙州至今十載精神留

008_0453_c_06L我漸曾呂以上客師是支深之亞流

008_0453_c_07L秋水娟娟底濯足春花漠漠空回頭

008_0453_c_08L當年慧遠失元亮虛作廬山老比丘

008_0453_c_09L寄鄭上舍昆季

008_0453_c_10L
別情春意浩無窮寒食江南日日風

008_0453_c_11L幽鳥弄晴催淑氣好花燃雨綴芳叢

008_0453_c_12L萊衣想並三珠樹姜被應同一畝宮

008_0453_c_13L新咏鷓鴣詞絕妙願言題寄老支公

008_0453_c_14L寄上讞部南尙書龍翼

008_0453_c_15L
復圭家世起東周大爵雄材兩寡儔

008_0453_c_16L功業已能侔魏丙文章還自振曺刘

008_0453_c_17L朝回燕寢香凝閣春晩嚴城醉倚樓

008_0453_c_18L更想仙臺卿月滿敲門月下恨無由(一)

008_0453_c_19L方壼獨擅海中三竸秀群峯壯斗南

008_0453_c_20L紫翠自天開罨盡黃金布地起伽藍

008_0453_c_21L撲簾華雨黏經字鏖枕晴雷殷石潭

008_0453_c_22L從古雲林遠朝市那將軟語接淸談(二)

008_0453_c_23L附次韵

008_0453_c_24L
自是瞿曇異孔周吾知吾不爾爲儔

008_0454_a_01L雖然韵容憐支惠  그러나 시객은 지도림과 혜원을 사랑하고
又有詩僧結白刘  시승은 또 백거이, 유유민과 벗이 되었도다
慈筏若非超覺海  자비의 뗏목이 깨달음의 바다를 뛰어넘지 않는다면
雲林安得陟詞樓  운림에서 어찌 사루에 오르리오
聦師秀句驚壼老  성총 스님의 빼어난 시구는 신선을 놀라게 하여
欲徃從之歎末由  가서 따르고자 하나 방도가 없음을 한탄하노라

[2]
左海名區岳峙三  우리나라에 유명한 곳에 산이 셋 있는데
頭流最秀嶺之南  두류산은 영남의 가장 빼어난 산이라네
雲間惠日明兜率  구름 사이에 햇살은 도솔천을 비추고
雨後曇花散蔚藍  비 온 뒤엔 우담발화가 울창한 가람에 날린다네
雙虎守扄來遠壑  두 마리 호랑이는 문을 지키러 먼 골짜기에서 오고
獨龍聞講起深澤  한 마리 용은 강설을 들으러 깊은 연못에서 일어나네
淸詩喚起尋眞興  맑은 시구 불러내어 진정한 흥취를 찾으니
縱隔山河若面談  산과 강을 사이에 두었어도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듯
월성에서 옛일을 회상하며(月城懷古)
麥穗漸漸滿故墟  보리 이삭은 삐죽삐죽 옛터에 가득한데
千年功業竟何居  천 년의 공업은 끝내 어디에 있는가
已衰虎踞龍盤勢  호랑이 웅크리고 용이 서린174) 기세 이미 쇠하여
不辨歌臺舞殿餘  노래 불렀던 누대와 춤추던 전각들 분간하지 못하겠노라
喬木殘春啼謝豹  가는 봄날이라 교목에는 두견새175) 울고
廢池斜日下舂鋤  파묻힌 연못가엔 절구와 호미가 지는 햇살을 받고 있네
那須徃事傷心說  어찌 지난 일로 마음 아프다 하리오
今古興亡摠一如  예나 지금이나 흥하고 망하는 것 모두 한결같은 것을
통영으로 원수를 뵈러 가는 중을 보내며(送僧赴統營謁元帥)
騰騰擊皷戍樓中  둥둥둥 수루에는 북을 울리고
獵獵紅旗拂曉風  펄럭펄럭 새벽바람에 붉은 깃발 나부끼네
令肅轅門爲上將  명령은 군문에 엄숙하니 상장군이 되었고
威加馬島號征東  위엄은 대마도에 더해져 동쪽 정벌을 호령하네
秦關壓水靑山斷  진나라 관문이 강물을 누르니 청산이 끊어지고
漢月臨營碧海空  한나라 달이 진영을 비추니 푸른 바다는 텅 비었도다
似對周郞論計策  주랑을 마주하고 계책을 논하듯
慈航還與戰船同  자비의 배가 싸움배와 함께하네
남원 김 사군에게 올리다(上南原金使君)
王曰吾民孰敢安  왕께서 우리 백성을 누가 편안하게 하느냐고 묻자
漢家良牧得刘寛  한나라의 어진 수령인 유관176)을 얻었도다
銅章墨綬新分竹  새롭게 구리 인장과 검은 인끈에 대나무를 가르니177)
靑鎻金門舊握蘭  옛날에는 대궐 문에서 난초를 잡았다네178)
方丈山容秋欲暮  방장산에 가을이 저물려 하고
南樓月色夜初寒  남루의 달빛은 밤이 되니 차가워지는데
傳聞臥閤閑無事  소식을 전해 듣고 자리에 누우니 한가히 일이 없구나
爲結幽盟下石壇  그윽한 맹세를 석단 아래에서 맺으리
평양으로 돌아가는 현 상인을 전송하며(送玄上人歸平壤)
聞說風流是舊邦  옛 수도로 유람한다는 소식 들으니
未能遊目已心降  눈은 노닐지 못하나 마음은 이미 흐뭇하네

008_0454_a_01L雖然韵容憐支惠又有詩僧結白刘

008_0454_a_02L慈筏若非超覺海雲林安得陟詞樓

008_0454_a_03L聦師秀句驚壼老欲徃從之歎末由(一)

008_0454_a_04L左海名區岳峙三頭流最秀嶺之南

008_0454_a_05L雲間惠日明兜率雨後曇花散蔚藍

008_0454_a_06L雙虎守扄來遠壑獨龍聞講起深澤

008_0454_a_07L淸詩喚起尋眞興縱隔山河若面談(二)

008_0454_a_08L月城懷古

008_0454_a_09L
麥穗漸漸滿故墟千年功業竟何居

008_0454_a_10L已衰虎踞龍盤勢不辨歌臺舞殿餘

008_0454_a_11L喬木殘春啼㴬豹廢池斜日下舂鋤

008_0454_a_12L那須徃事傷心說今古興亡▼(牛+悤)一如

008_0454_a_13L送僧赴統營謁元帥

008_0454_a_14L
騰騰擊皷戍樓中獵獵紅旗拂曉風

008_0454_a_15L令肅轅門爲上將威加馬島號征東

008_0454_a_16L秦關壓水靑山斷漢月臨營碧海空

008_0454_a_17L似對周郞論計策慈航還與戰船同

008_0454_a_18L上南原金使君

008_0454_a_19L
王曰吾民孰敢安漢家良牧得刘寛

008_0454_a_20L銅章墨綬新分竹靑鎻金門舊握蘭

008_0454_a_21L方丈山容秋欲暮南樓月色夜初寒

008_0454_a_22L傳聞臥閤閑無事爲結幽盟下石壇

008_0454_a_23L送玄上人歸平壤

008_0454_a_24L
聞說風流是舊邦未能遊目已心降

008_0454_b_01L永明寺裡僧留幾  영명사179)에 머무는 스님은 몇 분이신가
浮碧樓前鳥去雙  부벽루 앞으로 새는 쌍쌍이 날아가리니
香火只存箕子殿  기자전180)의 향불은 그대로 남아 있고
烟波不減大同江  대동강의 안개 어린 물결도 줄지 않았으리니
他時余亦飛笻杖  언제쯤 나도 지팡이 날려
共話秋霄月滿窓  가을날 달빛 가득한 창에서 함께 이야기할까
김 상국에게 올리다(寄上金相國)
[1]
漢家賢相說蕭曺  한나라의 어진 재상인 소조181)라고 불리니
天錫咽喉盖世豪  하늘이 내린 인후182)요 세상을 덮는 호걸일세183)
美哭端宜歸太廟  아름다운 울음은 태묘184)로 돌아가는 것 마땅하고
良材終不委蓬蒿  훌륭한 재목을 끝내 잡초처럼 버려두지 않았노라
已行論道經邦志  이미 도를 논하며 나라를 경영할 뜻을 행하였으니
肎數褰旗汗馬勞  어찌 문무의 공적을 자랑하리
莫惜贈詩期結社  시를 주어 결사를 기약하니 아쉬워 마시길
向來王謝愛方袍  옛날 왕연과 사안185)도 중의 옷을 좋아했나니

[2]
直節孤忠史有光  곧은 절개와 외로운 충성 역사에 빛나니
棣花聯蔓又芬芳  아가위 꽃186) 이어져 난 곳에 향기가 진동하도다
紫宸並奏瞻龍袞  조정에서는 나란히 임금을 뵙고 주청하리니
黃閣同登接鴈行  황각에 함께 오르는 것 기러기 날아가듯 하겠네
開閤即今迎國士  지금 재상의 문호 열어 나라의 선비를 맞이하니187)
草麻曾已擅詞章  예전부터 초마188)의 문장을 마음대로 지었지
支林久向風流相  중은 풍류 있는 그 모습 오랫동안 생각하지만
其奈雲山萬里長  구름 낀 산이 만 리나 뻗어 있는 걸 어찌하리오
만휴 임유후 선생에 대한 만시(挽萬休任先生【有後】)
淮陽重臥竟成塵  회양 땅에 거듭 누워 끝내 먼지가 되었으니189)
才蘊綸論志未伸  쌓인 재주와 세상 경륜의 뜻을 다 펴지 못하였네
豈但文章留照夜  어찌 주옥 같은 문장만 남았겠는가
元來德澤有陽春  봄 햇살처럼 따스한 은택도 남았네
無從涕泗交垂臆  속절없는 눈물이 주르륵 가슴을 타고 흘러
爲哭先生現在身  선생의 남아 있는 몸에 곡을 하네
遙憶廣陵封馬鬣  아득히 광릉의 무덤190)을 떠올리니
不知誰是致蒭人  누가 한잔 술 올리게 될지 모르겠구나
내한 오도일에게 부치다(寄吳內翰【道一】)
側席求賢聖意深  자리를 숙여 현자를 구하는 성군의 뜻 깊어서
一時英彦數如林  이 시대의 뛰어난 선비가 숲을 이루었네
箇中只有吳夫子  그중에 오 선생이 있으니
方外新交竺道潜  방외에 도잠을 새로 사귀었네
翰墨淸才推北院  한묵의 맑은 재주는 북원191)에 빼어나고
篇章高價直南金  문장의 높은 가치는 남금192)과 같다네
白蓮社隔紅塵陌  백련사는 속세의 길을 사이에 두고
怊悵無緣與盍簮  벗193)과 함께할 인연이 없는 것 슬프구나
사간 최후상에게 보내다(寄崔司諫【後尙】)
自笑前人屈壯圖  옛사람이 장대한 뜻 굽힘을 비웃으며
搏扶巨翮上天衢  큰 날개로 날갯짓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네

008_0454_b_01L永明寺裡僧留幾浮碧樓前鳥去雙

008_0454_b_02L香火只存箕子殿烟波不減大同江

008_0454_b_03L他時余亦飛笻杖共話秋霄月滿窓

008_0454_b_04L寄上金相國

008_0454_b_05L
漢家賢相說蕭曺天錫咽喉盖世豪

008_0454_b_06L美器端宜歸太廟良材終不委蓬蒿

008_0454_b_07L已行論道經邦志肎數褰旗汗馬勞

008_0454_b_08L莫惜贈詩期結社向來王謝愛方袍(一)

008_0454_b_09L直節孤忠史有光棣花聯▼(艹/品/力)又芬芳

008_0454_b_10L紫宸並奏瞻龍袞黃閣同登接鴈行

008_0454_b_11L開閤即今迎國士草麻曾已擅詞章

008_0454_b_12L支林久向風流相其奈雲山萬里長(二)

008_0454_b_13L挽萬休任先生有後

008_0454_b_14L
淮陽重臥竟成塵才蘊綸論志未伸

008_0454_b_15L豈但文章留照夜元來德澤有陽春

008_0454_b_16L無從涕泗交垂臆爲器先生現在身

008_0454_b_17L遙憶廣陵封馬鬣不知誰是致蒭人

008_0454_b_18L寄吳內翰道一

008_0454_b_19L
側席求賢聖意深一時英彥數如林

008_0454_b_20L箇中只有吳夫子方外新交竺道潜

008_0454_b_21L翰墨淸才推北院篇章高價直南金

008_0454_b_22L白蓮社隔紅塵陌怊悵無緣與盍簮

008_0454_b_23L寄崔司諫後尙

008_0454_b_24L
自笑前人屈壯圖搏扶巨翮上天衢

008_0454_c_01L靑箱王氏傳家世  왕씨 집안에는 푸른 상자가 대대로 전해지고194)
白馬張生諫大夫  장생은 흰 말을 타고 간언하는 대부라네
秀出千群鵷鷺序  천 무리의 조정 반열195)에서 빼어나고
離披五色鳳凰雛  아름다운 오색 빛의 봉황이로다
無因獲捧龍門袂  나는 용문의 소매를 받들 인연이 없어
方丈元來地一隅  이렇게 방장산 한구석에 지내는구나
수찬 김석주에게 보내다(寄金修撰【錫胄】)
不須投筆學龍韜  붓을 던져 병법196)을 배우지는 않았어도
見說當今苐一豪  현재 제일의 호걸이라 불린다네
紱冕靑雲身已貴  출세한 몸은 이미 귀하게 되었고
文章白雪唱彌高  문장은 ≺백설곡≻의 고아한 창 소리보다 높구나
南金價重輸書府  황금만큼 값진 명성은 서부197)로 옮겨지고
東觀才難拔俊髦  동관의 빼어난 사관으로 뽑혔도다
遙想醉吟消暇日  그대 취해 읊조리며 휴가 보낼 일 상상해 보니
早春詩興正滔滔  이른 봄의 시흥이 진정 유장하구나
윤씨의 『삼절유고』198) 뒤에 부치다(題尹氏三節遺稿後)
凜然忠節出純誠  늠름한 충절은 순수한 진실에서 나왔고
餘事文章更有聲  여사인 문장 역시 명성이 났구나
氶相祖孫同死敵  승상의 조상과 손자가 함께 적에게 죽고199)
太師兄弟並捐生  태사의 형제가 나란히 목숨을 바쳤네200)
誄銘不愧詞臣色  뇌명은 시인의 본색에 부끄럽지 않고
榮問偏深聖主情  영화로운 소문에 성군의 정성 매우 깊었도다
蹈海魯連天下士  바다를 밟은 노중련201)은 천하의 선비로
肎敎千古獨流名  천고의 뒤에도 홀로 이름 드리우리라
삼가 집의 조세환과 장성 수령 홍석구, 무장 현령 심담이 송광사에서 노닌 시에 차운하다(謹次趙執義【世煥】長城倅洪【錫龜】茂長宰沈【柟】遊松廣寺韵)
[1]
人間行路信多歧  인간 세상의 인생행로는 진실로 기로가 많은데
千里相逢若有期  천 리 길에 서로 만나기는 기약이 있는 듯
連璧賦詩渾漫興  벽옥을 이은 듯한 부와 시는 완전히 흥취가 질펀하고
異鄕談笑亦恩私  타향의 이야기와 웃음에도 은혜가 있도다
此時共與方軒盖  지금 고관들과 함께하니
他日同應入鼎司  다른 날에 함께 재상의 자리에 들어가야 하리
誰意道林叅勝賞  뜻밖에 좋은 경치 함께 감상하니
一簾微雨更添奇  주렴 밖 보슬비가 기이함을 더욱 보태네

[2]
春日江南古寺遊  봄날 강남의 옛 절을 노닐다
溪山乘興晩登樓  시내와 산에 흥이 일어나 저물녘 누대에 오르네
臨窓複嶂峻峻簇  창가에서 바라보면 몇 겹 가파른 산 뾰족하게 모여 있고
遶檻澄江決決流  난간을 에워싼 맑은 강물이 넘실넘실 흐르네
騘馬繡衣新御史  총마를 타고 수의를 입은 새 어사는
鋼章墨綬舊遨頭  검은 인끈과 구리 관인의 옛 태수202)라네
宗雷期結蓮華社  종병과 뇌차종203)은 연화사의 결사를 기약하는데
野衲慚非惠遠儔  산승은 혜원과 함께하지 못함이 부끄럽구나
김 상국께 올리다【당시 영암에 유배 중이었다】(上金相國【時謫靈岩】)

008_0454_c_01L靑箱王氏傳家世白馬張生諫大夫

008_0454_c_02L秀出千群鵷鷺序離披五色鳳凰雛

008_0454_c_03L無因獲捧龍門袂方丈元來地一隅

008_0454_c_04L寄金修撰錫胄

008_0454_c_05L
不須投筆學龍韜見說當今苐一豪

008_0454_c_06L紱冕靑雲身已貴文章白雪唱彌高

008_0454_c_07L南金價重輸書府東觀才難拔俊髦

008_0454_c_08L遙想醉吟消暇日早春詩興正滔滔

008_0454_c_09L題尹氏三節遺稿後

008_0454_c_10L
凜然忠節出純誠餘事文章更有聲

008_0454_c_11L丞相祖孫同死敵太師兄弟並捐生

008_0454_c_12L誄銘不愧詞臣色榮問偏深聖主情

008_0454_c_13L蹈海魯連天下士肎敎千古獨流名

008_0454_c_14L謹次趙執義世煥長城倅洪錫龜
008_0454_c_15L長宰沈遊松廣寺韵

008_0454_c_16L
人間行路信多歧千里相逢若有期

008_0454_c_17L連璧賦詩渾漫興異鄕談笑亦恩私

008_0454_c_18L此時共與方軒盖他日同應入鼎司

008_0454_c_19L誰意道林叅勝賞一簾微雨更添奇(一)

008_0454_c_20L春日江南古寺遊溪山乘興晩登樓

008_0454_c_21L臨窓複嶂峻峻簇遶檻澄江決決流

008_0454_c_22L騘馬繡衣新御史銅章墨綬舊遨頭

008_0454_c_23L宗雷期結蓮華社野衲慚非惠遠儔(二)

008_0454_c_24L上金相國時謫靈岩

008_0455_a_01L
屈子唯存憂國志  굴원은 오직 나라를 걱정하는 뜻만 지녔는데
楚王何事放湘潭  초왕은 무슨 일로 상담으로 추방하였나
雄材斗酒詩篇百  영웅의 재목은 말술에 시 백 편이요
碩德當年吐握三  큰 덕은 당년에 세 번 움켜쥐고 세 번 토했다네204)
春樹幾回思渭北  도성에 계신 그대 얼마나 그리워했나
秋風誰料對江南  가을바람에 강남에서 마주할 줄 생각지 못했네
他時驛馬星流日  다른 날 역마가 유성처럼 달리는 날에
須訪爐峯白石庵  노봉의 백석암을 방문해야 하리
부록 문곡의 차운시(附次韵 文谷)
覉人蹤迹風飄葉  나그네의 자취는 바람에 잎이 날리듯 하고
老釋心期月印潭  늙은 중의 마음은 달이 연못에 찍히듯 하네
鵩舍相逢知有數  유배지205)에서 만나는 것도 운수가 있음을 알겠나니
虎溪何必笑成三  호계에서 하필이면 세 명의 웃음이어야 하리오
重興古寺思千里  중흥사 옛 절에서 천 리를 생각하고
方丈群峯跨兩南  방장산의 여러 봉우리는 영·호남에 걸쳐 있네
携贈瘦笻無處試  내게 주신 가는 지팡이 쓸 곳이 없으니
且容孤夢到禪庵  꿈에서나 홀로 그대의 암자에 가리라
석사 조근하가 보낸 시에 차운하다(次曹碩士【根夏】來韵)
林下經年抱積痾  병들어206) 자연에서 세월을 보내나니
故交皆已隔山河  옛 벗들은 모두 산과 강으로 가로막혀 멀리 있구나
道人駐㝎緣心絕  도인은 선정에 머물며 마음의 반연을 끊었는데
詞客逢秋感慨多  시인은 가을을 만나 느낌이 많구나
碧樹凉生蟬急噪  푸른 숲엔 시원한 매미 소리 급하게 울고
蒼巒日落鳥飛過  해 지는 푸른 산에는 새가 날아가는데
閉門想讀詩書地  문을 닫고 시서 읽을 곳 생각해 보니
庭際唯應雀可羅  뜰에 찾아오는 이 없어207) 고요하리라
부록 원시(附原韵)
旅舘三年抱宿痾  삼 년간을 객지에서 고질병을 안고
有時淸夢到恒河  때때로 항하에 이르는 맑은 꿈을 꾸었노라
靑山雨洗新秋出  가을 되자 푸른 산은 비에 씻겨 또렷이 보이고
碧落雲銷白月多  푸른 하늘에 구름 걷히자 흰 달빛이 쏟아지도다
孤枕愛聽松籟靜  홀로 누워 조용한 솔바람 소리 듣는 것 좋아하니
別區寧許俗人過  별천지에 어찌 속인이 지나가리오
江南自是繁華地  강남은 번화한 곳이니
莫遣高蹤近室羅  높은 발자취 사위성208) 가까이하지 마시길
환선정 시에 차운하다(次喚仙亭韵)
[1]
賓筵杮栗滿盤紅  손님 자리엔 쟁반 가득 감과 밤이 붉은 빛을 띠고
更破牢愁酒有功  다시 근심을 깨는 것은 술 덕분이라네
粉黛能留朱紱容  아름다운 기녀는 붉은 인끈의 선비를 머물게 하고
鳳笙兼喚綠毛翁  생황 소리는 푸른 수염의 신선을 부르노라
千家橘柚深秋雨  많은 집의 귤과 유자나무엔 깊은 가을비 내리고
四豁亭臺落日風  사방으로 뚫린 정자에는 해 질 녘 바람이 불어오네
醉倚曲欄遙騪目  취해서 굽은 난간에 기대어 멀리 찾아보니
三壼半出五雲中  삼호209)가 오색구름 속에서 반쯤 솟아 있구나

[2]
晩依危檻立虛簷  저물녘 높은 난간에 기대어 빈 처마에 서 있는데
一鏡川光岳色兼  거울 같은 강물에 산빛이 비치니

008_0455_a_01L
屈子唯存憂國志楚王何事放湘潭

008_0455_a_02L雄材斗酒詩篇百碩德當年吐握三

008_0455_a_03L春樹幾回思渭北秋風誰料對江南

008_0455_a_04L他時驛馬星流日須訪爐峯白石庵

008_0455_a_05L附次韵 文谷

008_0455_a_06L
覉人蹤迹風飄葉老釋心期月印潭

008_0455_a_07L鵩舍相逢知有數虎溪何必笑成三

008_0455_a_08L重興古寺思千里方丈群峯跨兩南

008_0455_a_09L携贈瘦笻無處試且容孤夢到禪庵

008_0455_a_10L次曹碩士根夏來韵

008_0455_a_11L
林下經年抱積痾故交皆已隔山河

008_0455_a_12L道人駐㝎緣心絕詞客逢秋感慨多

008_0455_a_13L碧樹凉生蟬急噪蒼巒日落鳥飛過

008_0455_a_14L閉門想讀詩書地庭際唯應雀可羅

008_0455_a_15L附原韵

008_0455_a_16L
旅舘三年抱宿痾有時淸夢到恒河

008_0455_a_17L靑山雨洗新秋出碧落雲銷白月多

008_0455_a_18L孤枕愛聽松籟靜別區寧許俗人過

008_0455_a_19L江南自是繁華地莫遣高蹤近室羅

008_0455_a_20L次喚仙亭韵

008_0455_a_21L
賓筵杮栗滿盤紅更破牢愁酒有功

008_0455_a_22L粉黛能留朱紱容鳳笙兼喚綠毛翁

008_0455_a_23L千家橘柚深秋雨四豁亭臺落日風

008_0455_a_24L醉倚曲欄遙騪目三壼半出五雲中(一)

008_0455_a_25L晩依危檻立虛簷一鏡川光岳色兼

008_0455_b_01L風細穀紋鋪活畫  미풍으로 생긴 비단 물결 위로 살아 있는 그림 펼친 듯
雨餘螺髻漏踈簾  비 온 뒤 푸른 산빛이 성긴 주렴으로 들어오네
樽凝琥珀嘉賓滿  술동이엔 호박 빛210) 술이 엉겨 훌륭한 손님 가득한데
筆吐珠璣逸興添  붓으로 옥구슬 같은 글을 토하니 흥겨움이 더해지네
更下雕欄乘彩艇  다시 조각한 난간을 내려가 채색한 배에 오르니
中盤水菓雜團尖  쟁반엔 둥글고 뾰족한 과일이 뒤섞여 있구나
승평 군수 안후태에게 올리다(寄上昇平安使君【后泰】)
蕭蕭五馬下江南  다섯 말의 수레211)가 강남으로 내려가니
摺用龔公聖化覃  공공212)에 의해 성인의 덕화가 미치는구나
日晏厨烟烹紫蟹  햇빛 따뜻한데 부엌에는 자줏빛 게213) 끓이는 연기 나고
秋深霜菓摘黃柑  깊은 가을 서리 맞은 누런 감이 달려 있네
樽前蘇少絃調七  술동이 앞의 기생은 가야금 칠조214)를 연주하고
樓上桓伊笛弄三  누대 위의 환이215)는 피리를 세 곡 부네216)
想得仚亭淸夜永  생각해 보면 신선이 노는 정자의 맑은 밤은 길어
月中嘯咏待鸞驂  달 속에서 휘파람 불고 읊조리며 난새217)를 기다리노라
부록 차운시(附次韵)
一麾來守小江南  작은 강남 순천에 수령으로 나가니218)
才拙其如政惠覃  재주 졸박하여 어찌 인정을 펼칠 수 있으리
綺席厭看羅翠黛  잔치 자리에 아름다운 미인 나란히 하였고
金盤謾憶賜黃柑  금빛 쟁반엔 누런 귤을 하사받은 것 기억하네
他鄕物色時維九  타향에서 보는 물색 때는 구월이라
故國離懷月已三  고향을 떠난 심정 벌써 삼 개월
逢着老禪消半日  늙은 선승 만나 반나절을 보내니
却忘歸路駐征驂  돌아갈 길 잊고 달리는 말을 멈추었네
복천 수령 조경망의 시에 받들어 화답하다(奉和福川宰趙【景望】韵)
靑丘儒雅自箕疇  우리나라 고아한 유학은 기자의 홍범구주에서 시작하니
趙氏家聲獨罕儔  조씨 집안의 명성은 유독 대적할 짝이 없다네
盛德舊傳淸獻重  성대한 덕은 예부터 전해 오는 청헌219)처럼 중하여
高才今見倚樓優  높은 재주는 오늘날 조의루이네
逢迎好事還開口  좋은 일을 맞이하여 다시 입을 여니
榮寵浮名已掉頭  영화로운 총애의 헛된 명성에는 고개를 젓는다네
白雪新篇先辱贈  ≺백설곡≻의 새 시편을 먼저 받으니
碧雲佳句媿湯休  벽운구를 지은 탕휴220)에게 부끄럽구나
감사 유명현에게 올리다(上柳監司【命賢】)
僕射風流衆所推  복야221)의 풍류는 모든 이가 우러러
方知濟世必英姿  반드시 세상을 구제할 영특한 자질임을 알겠도다
公權墨妙臻三昧  공권222)과 같은 글씨는 묘하여 삼매에 이르렀고
子厚文雄冠一時  자후223)와 같은 문장은 웅장하여 한 시대의 으뜸이라네
蓮社暫來留玉節  절에 잠깐 들러 옥절224)이 머무르는데
棠陰幾處駐牙旗  감당나무 그늘 몇 곳에 아기225)를 멈추었던가
酣霜赤葉欺紅錦  서리 맞은 단풍잎이 붉은 비단보다 고우니
莫恠林僧獻惡詩  산승이 못 쓴 시를 바쳐도 괴이하게 여기지 말기를
조 석사가 서석산에 노닌 시에 차운하다(次趙碩士遊瑞石山韵)

008_0455_b_01L風細穀紋鋪活畫雨餘螺髻漏踈簾

008_0455_b_02L樽凝琥珀嘉賓滿筆吐珠璣逸興添

008_0455_b_03L更下雕欄乘彩艇中盤水菓雜團尖(二)

008_0455_b_04L寄上昇平安使君后泰

008_0455_b_05L
蕭蕭五馬下江南擢用龔公聖化覃

008_0455_b_06L日晏厨烟烹紫蟹秋深霜菓摘黃柑

008_0455_b_07L樽前蘇少絃調七樓上桓伊笛弄三

008_0455_b_08L想得仚亭淸夜永月中嘯咏待鸞驂

008_0455_b_09L附次韵

008_0455_b_10L
一麾來守小江南才拙其如政惠覃

008_0455_b_11L綺席厭看羅翠黛金盤謾憶賜黃柑

008_0455_b_12L他鄕物色時維九故國離懷月已三

008_0455_b_13L逢着老禪消半日却忘歸路駐征驂

008_0455_b_14L奉和福川宰趙景望

008_0455_b_15L
靑丘儒雅自箕疇趙氏家聲獨罕儔

008_0455_b_16L盛德舊傳淸獻重高才今見倚樓優

008_0455_b_17L逢迎好事還開口榮寵浮名已掉頭

008_0455_b_18L白雪新篇先辱贈碧雲佳句媿湯休

008_0455_b_19L上柳監司命賢

008_0455_b_20L
僕射風流衆所推方知濟世必英姿

008_0455_b_21L公權墨妙臻三昧子厚文雄冠一時

008_0455_b_22L蓮社暫來留玉節棠陰幾處駐牙旗

008_0455_b_23L酣霜赤葉欺紅錦莫恠林僧獻惡詩

008_0455_b_24L次趙碩士遊瑞石山韵

008_0455_c_01L
[1]
層岩能有幾人攀  높은 바위에 몇 사람이나 오를 수 있으리오
矗立微茫大野間  아득하게 너른 들에 우뚝 서 있구나
元氣下連滄海浪  원기는 아래로 창해226)의 물결에 이어지고
一肢傍出白頭山  지맥은 백두산으로부터 뻗어 나왔네
陰崖老樹驚蚪偃  어두운 절벽의 늙은 나무는 규룡인가 놀라게 하고
霧窟禪僧伴鶴閑  안개 낀 굴속에는 선승이 학과 친구하며 한가롭구나
安得虎頭神妙手  어떻게 하면 호두227)의 신묘한 솜씨로 그려 내어
臥遊之軰爲傳看  누워 노니는228) 이들에게 보여 주리오

[2]
瑞岳高撑碧海東  서석산은 푸른 바다 동쪽을 떠받치고
徃時登陟値秋風  예전에 올랐을 때 가을바람 불었지
踈松瘦栢笙鏞裡  성긴 소나무와 파리한 잣나무는 생과 용의 소리229)를 내고
絕壑層崖錦繡中  깎아지른 골짜기와 층층 절벽은 비단 수놓은 숲에 있구나
裂地遠拖秋水碧  땅을 가르는 가을 강물의 푸른빛 멀리 이어지고
亂山橫抹夕陽紅  첩첩한 산에는 석양의 붉은빛이 가로 비추네
夜歸岩寺添蕭瑟  밤에 바위틈 절에 돌아오니 쓸쓸함 더하고
溪雨騷騷葉墜楓  시내에 시끄럽게 비 내려 단풍잎 우수수 떨어지네
운사 박태손에게 받들어 드리다(奉寄朴運使【泰孫】)
辱贈淸篇洗眼昏  보내 주신 맑은 시편은 흐린 눈을 씻어 주고
倒流三峽壯詞源  힘찬 문장의 근원은 거꾸로 흐르는 삼협과 같도다230)
轉輸責任期刘晏  물자 수송의 책임은 유안231)을 기대하고
談笑治漕見許元  담소하며 조운을 다스림은 허원을 보는 듯
松寺勝遊登水榭  송광사의 승경을 두루 노닐고 물가 정자에 올라
錦城吟興寄琴尊  금성232)에서 시 읊는 흥겨움을 거문고와 술잔에 부쳐 보네
鯨鐘吼破相思夢  경종233) 소리에 그리워하는 꿈을 깼는데
夜雪初晴月上軒  밤에 내린 눈 막 그치고 달이 마루 위로 떠오르는구나
부록 차운시(附次韵)
靑衫憔悴半塵昏  푸른 관복을 입고 어지러운 세상일에 지치고
奔走都忘舊學源  바쁘게 다니면서 도무지 옛 학문의 근원을 잊어버렸네
謾有虛名違素志  헛된 이름은 평소의 뜻과 어긋나고
愧無長策活黎元  백성들을 살게 할 좋은 방책 없음이 부끄럽구나
文園渴病思高枕  사마상여는 소갈증234)으로 편안히 눕고 싶었고
工部覉愁懶把尊  두보는 떠도는 나그네 시름에 술잔 잡을 힘도 없었네
遙想海山春欲動  아득하게 신선산에 봄이 약동하는 때를 상상해 보니
雪中梅發道人軒  도인의 마루 곁 눈 속에는 매화가 피었을 거요
선 수사에게 차운하다(次宣秀士)
世人終日竸奔馳  세상 사람들 하루 종일 바쁘게 다투며 달리니
羶蟻燈蛾莫喩斯  누린내 찾는 개미235)와 불에 달려드는 나방236)과 같구나
已矣唐虞崇道德  요순의 높은 도덕 무너지고
逮乎秦漢滅淪彜  진한에 이르러 떳떳한 인륜이 멸하기에 이르렀도다
况當末俗嘵曉甚  하물며 말세의 풍속은 몹시도 시끄러워
敢望先民皥皥爲  감히 백성들이 편안하기를237) 바라겠는가
秘迹藏踪無處所  자취와 종적을 감추어 처소가 없게 하려면
吾今舍此復安之  내가 지금 이곳을 버리고 다시 어디로 가리오
달을 바라보며 옛 친구를 생각하다(對月有懷故人)

008_0455_c_01L
層岩能有幾人攀矗立微茫大野間

008_0455_c_02L元氣下連滄海浪一肢傍出白頭山

008_0455_c_03L陰崖老樹驚蚪偃霧窟禪僧伴鶴閑

008_0455_c_04L安得虎頭神妙手臥遊之軰爲傳看(一)

008_0455_c_05L瑞岳高撑碧海東徃時登陟値秋風

008_0455_c_06L踈松瘦栢笙鏞裡絕壑層崖錦繡中

008_0455_c_07L裂地遠拖秋水碧亂山橫抹夕陽紅

008_0455_c_08L夜歸岩寺添蕭瑟溪雨騷騷葉墜楓(二)

008_0455_c_09L奉寄朴運使泰孫

008_0455_c_10L
辱贈淸篇洗眼昏倒流三峽壯詞源

008_0455_c_11L轉輸責任期刘晏談笑治漕見許元

008_0455_c_12L松寺勝遊登水榭錦城吟興寄琴尊

008_0455_c_13L鯨鐘吼破相思夢夜雪初晴月上軒

008_0455_c_14L附次韵

008_0455_c_15L
靑衫憔悴半塵昏奔走都忘舊學源

008_0455_c_16L謾有虛名違素志愧無長策活黎元

008_0455_c_17L文園渴病思高枕工部覉愁懶把尊

008_0455_c_18L遙想海山春欲動雪中梅發道人軒

008_0455_c_19L次宣秀士

008_0455_c_20L
世人終日竸奔馳羶蟻燈蛾莫喩斯

008_0455_c_21L已矣唐虞崇道德逮乎秦漢滅1) [4]
008_0455_c_22L况當末俗嘵嘵甚敢望先民皥皥爲

008_0455_c_23L秘迹藏踪無處所吾今舍此復安之

008_0455_c_24L對月有懷故人

008_0455_c_25L「淪」疑「倫」{編}

008_0456_a_01L
草樹無風夜氣寒  숲에는 바람도 없이 밤기운 차가운데
水輪輾出抹雲端  물레방아의 연자매가 구름 끝을 비볐는지
天心掛一黃金餅  하늘엔 황금 떡238)이 하나 걸려 있고
水面分千白玉盤  물 위엔 흰 옥쟁반 천 개로 나뉘었네
光射露華珠宛轉  밝게 쏟아져 내리는 맑은 달빛239) 부드럽고
香飄桂子斗闌干  향기 날리는 계수나무 북두성이 비껴 있노라240)
懷君對此仍無寐  그대를 생각하며 달을 대하니 잠도 오지 않고
散步淸吟繞石壇  맑게 읊조리고 거닐면서 석단 주위를 도네
회소 스님을 애도하며(悼繪素上人)
鍼芥投來十二年  서로 알며 애틋하게 지낸 지241) 십이 년인데
如何今日着鞭先  어찌 오늘 먼저 떠났는가
喪予不覺心膓絕  그대 죽음에 나도 모르게 애가 끊어지고
哀爾那堪涕泗連  슬픔에 어찌 끊임없는 눈물을 감당하리오
揷架塵經行鼠迹  서가에 꽂힌 경적에는 먼지 앉고 쥐 다닌 자취 있고
發硎芒刃頓龍淵  보검242)의 날카로운 기운도 꺾였구나
惟應戾止蓮華國  부디 연화 국토에 이르러
待我遷神了宿緣  내가 전생의 인연을 마치고 돌아가길 기다리라
유회의 시에 차운하다(次韵遺懷)
世間無地不風波  세간에는 풍파가 일지 않는 곳이 없고
况復光陰一刹那  하물며 긴 세월은 한순간과 같으니
幻迹深藏雲霧窟  허깨비 같은 자취를 구름과 안개 굴에 깊이 숨기고
慈舟須行愛恩河  자비의 배로 애욕의 강을 건너야 하리
笻邊世界三千火  지팡이 곁은 삼천세계의 겁화로 불타는데
人外仙山八萬多  인간 세상 밖에는 팔만 바다의 신선 세계243) 있나니
除此空門淸淨業  이 불문의 청정한 업 말고
百般塵事摠南柯  온갖 세속의 일은 다 남가일몽인 것을
진양 의곡사로 돌아가는 원 상인을 전송하면서【서문과 함께】(送圓上人歸晋陽義谷寺詩【幷序】)
벽하 도인 원 스님은 처음 회계에서 책을 지고 배우러 왔다. 내가 전라도 운봉현雲峯縣(雲城)의 바위 암자에서 겨울 한 철을 보내고 나서 갑자기 남원(帶方)에 황암의 청으로 가게 되었는데 또 따라와 머문 것이 만 일 년이 되었다. 올해 초하루에 불현듯 내 앞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제가 오늘 떠나고자 합니다.” 곧 그 가려는 까닭과 머물 곳을 물으니 스님은 일어나 지팡이를 잡고 대답했다. “이 나무가 상좌244)입니다. 지곡사245)를 지나 의곡에서 머물려 합니다.” 마침내 붓을 적셔 근체시 한 편을 적어 주었다. 전별할 때는 창표년 정월246)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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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樹無風夜氣寒氷輪輾出抹雲端

008_0456_a_02L天心掛一黃金餅水面分千白玉盤

008_0456_a_03L光射露華珠宛轉香飄桂子斗闌干

008_0456_a_04L懷君對此仍無寐散步淸吟繞石壇

008_0456_a_05L悼繪素上人

008_0456_a_06L
鍼芥投來十二年如何今日着鞭先

008_0456_a_07L喪予不覺心膓絕哀爾那堪涕泗連

008_0456_a_08L揷架塵經行𪕋迹發硎芒刃頓龍淵

008_0456_a_09L惟應戾止蓮華國待我遷神了宿緣

008_0456_a_10L次韵遣懷

008_0456_a_11L
世間無地不風波况復光陰一刹那

008_0456_a_12L幻迹深藏雲霧窟慈舟須行愛恩河

008_0456_a_13L笻邊世界三千火人外仙山八萬多

008_0456_a_14L除此空門淸淨業百般塵事摠南柯

008_0456_a_15L送圓上人歸晋陽義谷寺詩并序

008_0456_a_16L
碧霞道人圓禪子初自會稽負笈訪
008_0456_a_17L余於雲城之臺菴經一冬而余忽赴
008_0456_a_18L帶方黃菴之請又從而留者滿一歲
008_0456_a_19L今歲初一日忽跽于前雌語語余曰
008_0456_a_20L某今歸矣即問其道途所由及與歸
008_0456_a_21L宿處禪子作而手錫以對曰此木上
008_0456_a_22L飛過智谷到于義谷而止矣
008_0456_a_23L染翰寫近體一章以餞之時蒼豹之
008_0456_a_24L王正也

008_0456_b_01L
相從寂寞共辛甘  적막한 불가에서 서로 따르며 고락을 함께한 것이
屈指於今歲已三  손가락을 꼽아 보니 올해로 벌써 삼 년째로다
智谷過時歸義谷  지곡사를 지나 의곡으로 돌아간다니
嶺南行處憶湖南  영남 땅 가는 곳마다 호남 땅이 생각나리
晋陽地暖宜棲隱  진양 땅은 따뜻하여 숨어 지내기 좋지만
方丈山寒未縱探  방장산은 추워 마음대로 탐승하지 못한다네
別後春深饒勝賞  이별한 뒤 봄 깊어져 뛰어난 풍광 곳곳에 펼쳐지면
水藍花錦我何堪  쪽빛 시내와 울긋불긋한 꽃을 내 어찌 감당할까나
산을 나서며 우연히 읊다(出山偶吟)
般若峯前月岳西  반야봉 앞의 월악산 서쪽
檜杉松櫟掩招提  전나무 삼나무 소나무 상수리가 절집을 가리고
旬餘入㝎休粮粒  십여 일 선정에 들며 밥도 먹지 않고
秋晩飛笻下石梯  늦은 가을 지팡이를 날려 돌사다리를 내려오네
紅暎綠潭楓染岸  푸른 연못에 붉은빛 비추며 단풍이 언덕 물들였는데
碧侵雲衲竹分蹊  푸른빛의 운수납자 대숲 사이 길을 걷노라
却愁歸日迷行逕  문득 해 지고 어두워 갈 길 잃을까 근심하는데
萬木蕭蕭葉滿溪  온 숲은 쓸쓸하여 낙엽만 시내에 가득하구나
천왕봉에 올라(登天王峯)
獨上頭流最上頭  혼자 두류산 최정상에 오르니
群山如垤海如漚  뭇 산들은 개미굴 같고 바다는 물거품 같구나
東臨縹緲雞彌國  동쪽으로는 아득하게 계미국247)이 보이고
北盡依微靺鞨區  북쪽 끝으로 희미하게 말갈의 땅이 있노라
百道飛泉橫素練  백 갈래 급한 샘물은 흰 비단을 걸쳐 놓은 듯
千章古木偃蒼蚪  천 그루 오래된 나무는 푸른 교룡이 누워 있는 듯
倚岩引手摩霄漢  바위에 기대어 손을 당겨 은하수를 어루만지니
不必乘槎犯斗牛  뗏목 타고 두우를 범할 필요 없다네248)
백운산에 머물며 수 스님을 생각하다(寓白雲山憶修上人)
[1]
西風昨夜入庭樹  어젯밤 서풍이 마당의 나무에 불어 대니
到底秋聲已十分  깊은 가을 소리 벌써 완연하구나
虫語草間嫌浥露  풀숲에선 벌레 소리 이슬에 젖는 것 싫어하고
鴈號天畔惜離群  하늘 끝엔 기러기 우는 소리 무리 떠난 듯 애틋해하네
九華幾日開靑眼  구화산에서 며칠 동안 반가이249) 만났는데
一病經旬臥白雲  홀로 병이 들어 십 일 넘게 백운산에 누웠노라
蕭洒此懷誰有問  쓸쓸한 이 마음을 누구에게 물을까
亂山喬木又斜曛  첩첩산중 높은 나무에는 다시 석양이 비끼노라

[2]
鴈送新凉入草衣  기러기 보내오는 서늘한 바람 새로 풀 옷으로 들어오는데
十年身病又支離  십 년간 몸의 병이 괴롭기만 하네
踈慵似我人皆棄  나처럼 게으른 이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才學憐君衆所知  재주와 학문 지닌 그대 모두가 인정하네
兩地山河雖阻隔  두 곳은 산과 강물 비록 막히고 떨어져 있지만
一天雲月是襟期  같은 하늘의 구름과 달을 마음으로 기약하리
何時復得連床枕  어느 때나 다시 침상을 맞대고
燒燭論禪更說詩  등불 밝혀 선을 논하고 또 시를 이야기하리오

[3]
黑甜纔破小窓開  단잠250)이 막 깨어 작은 창을 열고
坐閱禪書滿案堆  앉아 서안 가득한 선서를 읽네

008_0456_b_01L
相從寂寞共辛甘屈指於今歲已三

008_0456_b_02L智谷過時歸義谷嶺南行處憶湖南

008_0456_b_03L晋陽地暖宜棲隱方丈山寒未縱探

008_0456_b_04L別後春深饒勝賞水藍花錦我何堪

008_0456_b_05L出山偶吟

008_0456_b_06L
般若峯前月岳西檜杉松櫟掩招提

008_0456_b_07L旬餘入㝎休粮粒秋晩飛笻下石梯

008_0456_b_08L紅暎綠潭楓染岸碧侵雲衲竹分蹊

008_0456_b_09L却愁歸日迷行逕萬木蕭蕭葉滿溪

008_0456_b_10L登天王峯

008_0456_b_11L
獨上頭流最上頭群山如垤海如漚

008_0456_b_12L東臨縹緲雞彌國北盡依微靺鞨區

008_0456_b_13L百道飛泉橫素練千章古木偃蒼蚪

008_0456_b_14L倚岩引手摩霄漢不必乘槎犯斗牛

008_0456_b_15L寓白雲山憶修上人

008_0456_b_16L
西風昨夜入庭樹到底秋聲已十分

008_0456_b_17L虫語草間嫌浥露鴈號天畔惜離群

008_0456_b_18L九華幾日開靑眼一病經旬臥白雲

008_0456_b_19L蕭洒此懷誰有問亂山喬木又斜曛(一)

008_0456_b_20L鴈送新凉入草衣十年身病又支離

008_0456_b_21L踈慵似我人皆棄才學憐君衆所知

008_0456_b_22L兩地山河雖阻隔一天雲月是襟期

008_0456_b_23L何時復得連床枕燒燭論禪更說詩(二)

008_0456_b_24L黑甜纔破小窓開坐閱禪書滿案堆

008_0456_c_01L早識身閑眞是樂  몸이 한가한 것이 진정한 즐거움임을 일찍 알았고
多慚樗散本非材  쓸모없는 나251) 본래 재목 아님을 많이 부끄러워 하였네
樹間殘暑蟬催盡  숲속에 사그라지는 더위 재촉하는 매미 소리 들리고
湖外新秋鴈帶來  호수 바깥은 새로 가을이 되어 기러기 줄지어 날아오노라
今日親知不在眼  친구는 오늘 눈앞에 없지만
故山南望碧崔嵬  고향의 푸른 산은 우뚝하게 남쪽으로 보이는구나
흘 스님을 보내며(送屹師)
黃花黃葉九秋天  누런 꽃과 누런 잎사귀는 구월의 가을이라
到此離心倍黯然  여기에 이르니 이별의 마음 몇 배로 암담하구나
何處一床重面目  어느 곳의 한 침상에서 다시 보게 될까나
此時千里散風烟  이제 천 리 먼 길 바람과 연기처럼 흩어지네
晴江碧遠寒鴉外  맑게 갠 푸른 강 멀리 찬 갈까마귀 날아가고
夕照紅低落鴈邊  석양 붉은빛은 기러기 앉은 곁으로 낮게 떨어지네
別後可堪回首望  이별 후 차마 고개 돌려 바라보니
暮天衰草隔山川  저녁 하늘에 시든 풀이 산과 강 사이로 보이네
윤 진사의 시에 차운하다(次尹進士韵)
暮春乘興上高臺  저문 봄날 흥이 일어 높은 누대에 오르니
鰲背群峯紫翠開  자라 등252)의 봉우리들이 자줏빛과 푸른빛으로 펼쳐 있네
忽覺故山天際遠  홀연 고향 산이 하늘 끝 멀리에 있는 것 깨닫고
偏驚佳節客中催  좋은 계절에 바쁜 나그네 신세 놀라네
黃鸝睨睆穿楊去  누런 꾀꼬리 곁눈질하며 버드나무 사이로 날아가고
玄鳥差池拂水來  제비는 이리저리 날며 물을 스치는구나
滿眼風光收不盡  눈 가득 들어오는 경치는 다함이 없는데
短笻遙帶夕陽廻  짧은 지팡이로 멀리 석양빛 받으며 돌아오노라
삼척 이지온이 석왕사를 유람한 시를 받들어 차운하다(奉次李三陟【之蘊】遊釋王寺韵)
解綬歸來政値秋  인끈을 풀고 돌아와 바로 가을을 맞았으니
爲從方外上人遊  방외의 중을 좇아 노닐기 위함이라네
朝穿石洞吟紅葉  아침이면 바위 동굴에서 단풍잎을 노래하고
晩倚溪樓俯碧流  저녁이면 시내 누대에 기대어 푸른 물 내려다보네
香火已緣三世習  향불 올리는 일은 삼세의 훈습으로 하는 것이니
利名誰肎一時休  이익과 명예를 누가 한 번에 그만두려 하리오
錦囊滿貯淸新句  비단 주머니에 맑고 새로운 시구를 가득 채웠으나
自愧才踈未有酬  재주가 적어 시에 답하지 못함이 부끄럽구나
【‘有’ 자는 ‘易’ 자로 되어 있기도 하다.(有一作易)】
영은암에서 사군 정면에게 올리다(靈隱庵上鄭使君【勔】)
承綸五馬出東州  임금의 조서를 받고 경주 부사로 나가
爲愛名區作勝遊  이름난 곳을 사랑하여 명승을 유람하였네
蓮社舊緣邀逸少  절과의 옛 인연은 왕희지253)를 부르고
桂香新咏問湯休  계수나무 향기의 새로운 시는 탕휴에게 묻노라
背岩殘雪春猶早  뒤의 바위엔 눈이 녹지 않아 봄이 오히려 이르고
亂峀晴嵐晩未收  첩첩산중 맑은 아지랑이는 저녁에도 자욱하네
明日虎溪分手後  내일 호계에서 헤어진 뒤
落花流水思悠悠  떨어진 꽃잎이 물 위로 흘러가면 그리움 아득하리라
처사 장죽재가 교외에 살면서 가을날 흥취를 읊은 시에 차운하다(次張處士竹齋郊居秋興韵)

008_0456_c_01L早識身閑眞是樂多慚樗散本非材

008_0456_c_02L樹間殘暑蟬催盡湖外新秋鴈帶來

008_0456_c_03L今日親知不在眼故山南望碧崔嵬(三)

008_0456_c_04L送屹師

008_0456_c_05L
黃花黃葉九秋天到此離心倍黯然

008_0456_c_06L何處一床重面目此時千里散風烟

008_0456_c_07L晴江碧遠寒鴉外夕照紅低落鴈邊

008_0456_c_08L別後可堪回首望暮天衰草隔山川

008_0456_c_09L次尹進士韵

008_0456_c_10L
暮春乘興上高臺鰲背群峯紫翠開

008_0456_c_11L忽覺故山天際遠偏驚佳節客中催

008_0456_c_12L黃鸝睨睆穿楊去玄鳥差池拂水來

008_0456_c_13L滿眼風光收不盡短笻遙帶夕陽廻

008_0456_c_14L奉次李三陟之蘊遊釋王寺韵

008_0456_c_15L
解綬歸來政値秋爲從方外上人遊

008_0456_c_16L朝穿石洞吟紅葉晩倚溪樓俯碧流

008_0456_c_17L香火已緣三世習利名誰肎一時休

008_0456_c_18L錦囊滿貯淸新句自愧才踈未有酬有一
作易

008_0456_c_19L靈隱庵上鄭使君

008_0456_c_20L
承綸五馬出東州爲愛名區作勝遊

008_0456_c_21L蓮社舊緣邀逸少桂香新咏問湯休

008_0456_c_22L背岩殘雪春猶早亂峀晴嵐晩未收

008_0456_c_23L明日虎溪分手後落花流水思悠悠

008_0456_c_24L次張處士竹齋郊居秋興韵

008_0457_a_01L
池萍初紫橘初黃  부평초는 막 자줏빛을 띠고 귤은 막 누렇게 되었는데
十里荒郊晩色凉  십 리 길 황량한 교외엔 저녁 빛이 서늘하구나
自愛幽居諠漸遠  조용한 거처 사랑하고부터 시끄러운 저자와 점점 멀어지니
誰知佳節興偏長  좋은 계절의 흥취 가장 좋은 줄 누가 알리오
庭梧帶雨零寒葉  마당 오동나무의 차가운 잎 비에 젖어 떨어지고
籬菊隨風送冷香  울타리에 심은 국화는 바람 부는 대로 서늘한 향기 보내네
霜菓滿園新釀熟  서리 맞은 과일 정원 가득한데 새로 빚은 술 익으니
爲招隣叟共秋甞  이웃 늙은이 불러 가을날 함께 맛보리라
정 원외랑이 보내온 시에 공경히 차운하다【보낸 시에 환속하라고254) 나를 면려하였기 때문에 시에서 그것을 언급한 것이다.】(敬次鄭員外來韵【來詩有勉余冠㒹之語故詩中及之云】)
掉頭塵世久㝠禪  세속 일에는 머리를 흔들고 오랫동안 선정에 들어
肯羡湯休與浪仙  탕휴와 낭선을 부러워하지 않았네
杜老有懷貪佛日  두보는 마음속으로 부처의 광명을 탐했고
遠公無事坐經年  혜원은 일 없이 앉아 세월을 보냈다네
千峯入戶供晴興  천 봉우리가 집으로 들어와 맑은 흥취를 받들어 주고
一逕埋雲斷俗緣  오솔길을 가린 구름은 세속의 인연을 끊어 버리네
榮悴從來俱是夢  영욕은 예로부터 모두 꿈인 것을
不如高臥且安眠  높이 누워서 편안히 자는 것만 못하리
【(남조 송宋의 승려) 혜휴는 (세조世祖에게) 환속의 명을 받아 환속하였(고, 탕湯 성을 받았)다.(惠休爲王所迫爲俗)】
연운으로 가서 머물려는 송파 대사를 전송하며(送松坡大師赴緣雲住)
方壼泉石久韜名  아름다운 산수에 오랫동안 이름을 감추다가
瓶錫乘秋戒遠行  가을날 물병과 지팡이 들고 먼 길을 떠나네
江上亂峯低落照  강가의 첩첩한 봉우리에는 석양이 비추고
驛邊䟽雨暗歸程  역 주변엔 부슬비 내려 갈 길이 어둑어둑하구나
地連西塞郊原逈  땅은 서쪽 변방에 이어져 교외 들판은 아득하고
天接南荒草木平  하늘은 남쪽 변방과 닿아 풀 나무 평평하구나
身病未能攀袖別  병으로 이별하는 소매 붙잡을 수 없나니
滿山烟樹摠含情  산 가득 이내 낀 나무들도 모두 슬퍼하는 듯
만휴 임 참의에게 올리다(寄上萬休任叅議)
操觚不必賦高軒  글 쓰는 일255) 반드시 고헌을 노래할 필요 없으니256)
已有詩名衆口喧  이미 시로 이름나 사람들 입에 떠들썩 오르내리네
敏速優於三步柳  시 짓기 빠르기는 유종원의 세 걸음보다 빠르고
淸新邁却八吟溫  맑고 새롭기는 온정균의 팔음과 보다 뛰어나네
歌懷嘯志樽盈酒  마음을 노래하고 뜻을 읊으니 술은 잔에 가득하고
種藥移茶日涉園  약을 심고 차나무 옮겨 심으며 낮에는 정원을 다니네257)
遙想小齋春寂寂  아득히 상상해 보면 쓸쓸한 봄날 작은 서재에서
滿庭花落掩荆門  마당 가득 꽃 떨어지는데 가시문 닫혀 있으리
부록 차운시(附次韵)
仙鶴孤鳴謝衛軒  신선의 학은 홀로 울며 위나라 초헌258)을 마다하는데
野禽何事苦啾喧  들새는 무슨 일로 저리 시끄럽게 울어 대는지
閑愁漸覺詩情減  부질없는 근심에 시정은 점점 줄어드는데
晤語長思道貌溫  다정한 말은 늘 도인의 온화한 풍모를 떠오르게 하네
柳色偏深彭澤里  버드나무 빛은 팽택의 마을에 몹시 짙고
曇花應滿給孤園  우담화는 급고독장자의 정원에 만발하네
秋來有約飛空錫  가을이 오면 지팡이 날리고 오기로 약속하였으니
掃室恒開月下門  방 청소하고 언제나 달빛 아래 문 열고 기다리리라

008_0457_a_01L
池萍初紫橘初黃十里荒郊晩色凉

008_0457_a_02L自愛幽居諠漸遠誰知佳節興偏長

008_0457_a_03L庭梧帶雨零寒葉籬菊隨風送冷香

008_0457_a_04L霜菓滿園新釀熟爲招隣叟共秋甞

008_0457_a_05L敬次鄭員外來韵來詩有勉余冠㒹之
語故詩中及之云

008_0457_a_06L
掉頭塵世久㝠禪肯羡湯休與浪仙

008_0457_a_07L杜老有懷貪佛日遠公無事坐經年

008_0457_a_08L千峯入戶供晴興一逕埋雲斷俗緣

008_0457_a_09L榮悴從來俱是夢不如高臥且安眠悳休
爲王
008_0457_a_10L1) [5]
爲俗

008_0457_a_11L送松坡大師赴緣雲住

008_0457_a_12L
方壼泉石久韜名瓶錫乘秋戒遠行

008_0457_a_13L江上亂峯低落照驛邊䟽雨暗歸程

008_0457_a_14L地連西塞郊原逈天接南荒草木平

008_0457_a_15L身病未能攀袖別滿山烟樹摠含情

008_0457_a_16L寄上萬休任叅議

008_0457_a_17L
操觚不必賦高軒已有詩名衆口喧

008_0457_a_18L敏速優於三步柳淸新邁却八吟溫

008_0457_a_19L歌懷嘯志樽盈酒種藥移茶日涉園

008_0457_a_20L遙想小齋春寂寂滿庭花落掩荆門

008_0457_a_21L附次韵

008_0457_a_22L
仙鶴孤鳴謝衛軒野禽何事苦啾喧

008_0457_a_23L閑愁漸覺詩情減晤語長思道貌溫

008_0457_a_24L柳色偏深彭澤里曇花應滿給孤園

008_0457_a_25L秋來有約飛空錫掃室恒開月下門

008_0457_b_01L
벽암 대장로를 곡하다(哭碧巖大長老)
大夢中經八十秋  큰 꿈을 꾸듯 팔십 년을 살았으니
年光流似水東流  세월은 빛처럼 흘러 물이 동쪽으로 흐르는 듯하네
一朝有雀穿瓶縠  하루아침에 참새는 병의 비단 주름을 뚫고
半夜何人負壑舟  깊은 밤에 어떤 사람이 계곡의 배를 옮겼나
幽谷宿雲寒淰淰  그윽한 골짜기는 자욱한 찬 구름에 어둑어둑한데
隔林飢鳥亂啾啾  먼 숲의 배고픈 새는 어지럽게 울어 대노라
歸根葉落來無口  떨어진 잎은 뿌리로 돌아가 말이 없으니259)
遙望新州不勝愁  아득히 신주를 바라보며 근심을 이기지 못하네
황령黃嶺
碧山中有古招提  푸른 산 속에 오래된 절집 있고
臺殿叅差疊巘西  전각은 들쑥날쑥 첩첩한 산 서쪽에 있구나
長者施齋猿洗鉢  중이 재를 지내자 원숭이는 발우를 닦고
高僧入㝎鷰啣泥  고승이 선정에 들자 제비가 진흙을 물어 오네
懸崖落石驚魑魅  깎아지른 절벽의 떨어지는 돌멩이에 도깨비 놀라고
絕澗飛湍振皷鼙  끊어진 시내 빠른 여울물은 북을 울리는 듯하여라260)
王子舊宮今寂寞  왕의 옛 궁 지금은 적막하여
但看墟堞草萋萋  빈터 담장에 풀만 무성함을 보노라
묘봉妙峯
鐘梵香烟鎻翠微  범종 소리와 향불 연기 푸른빛에 감싸여 있고
萬株春樹綠陰圍  만 그루 봄 나무는 녹음으로 에워싸였네
龕留兩个眞靈骨  탑에는 두 개의 부처 진신사리가 있고
松掛三條壞衲衣  소나무에는 세 벌의 낡은 중 옷 걸려 있도다
竹逕曉行蒼蘚滑  새벽에 대나무 길 걸으니 푸른 이끼 미끄럽고
溪樓晴望白雲飛  시냇가 누대에서 맑은 하늘에 흰 구름 날리는 것 보노라
孤笻余亦曾遊遍  홀로 지팡이 짚고 나도 예전에 두루 노닐었지만
物外名區似此稀  물외에 이렇듯 이름난 곳 드물어라
내원內院
香爐峰下給孤園  향로봉 아래의 급고독원
滿洞烟霞世自分  골짜기 가득한 안개와 노을이 세상과 경계 지어 주네
翠壁晩宜晴後見  푸른 절벽은 저물녘 비 갠 뒤에 볼만하고
淸鍾夜向月中聞  맑은 종소리는 달밤에 들려오누나
東溪水合西溪水  동쪽 시냇물이 서쪽 시냇물과 만나고
南岳雲連北岳雲  남악의 구름은 북악의 구름과 이어져
更有高僧坐禪誦  다시 고승이 좌선하고 경을 암송하자
天花時復落繽紛  하늘 꽃이 때때로 어지럽게 떨어지노라
호서에서 관북으로 떠나는 승려를 전송하며(送僧自湖西徃遊關北)
㝎林開士秀高標  선림의 개사261)로 빼어남이 특출난데도
千里行裝只一瓢  천 리 길 행장에 표주박 하나뿐이네
大野殘碑弘慶寺  너른 들의 남은 비석은 홍경사262)
亂烟孤店葛川橋  어지러운 안개에 외로운 주막은 갈천교라네
連天錦水西歸海  하늘과 맞닿은 비단 물결은 서쪽 바다로 흘러가고
繞塞胡山北接遼  변방을 둘러싼 오랑캐 산은 북쪽의 요동과 만난다네

008_0457_b_01L器碧巖大長老

008_0457_b_02L
大夢中經八十秋年光流似水東流

008_0457_b_03L一朝有雀穿瓶縠半夜何人負壑舟

008_0457_b_04L幽谷宿雲寒淰淰隔林飢鳥亂啾啾

008_0457_b_05L歸根葉落來無口遙望新州不勝愁

008_0457_b_06L黃嶺

008_0457_b_07L
碧山中有古招提臺殿叅差疊巘西

008_0457_b_08L長者施齋猿洗鉢高僧入㝎鷰㗸泥

008_0457_b_09L懸崖落石驚魑魅絕澗飛湍振皷鼙

008_0457_b_10L王子舊宮今寂寞但看墟堞草萋萋

008_0457_b_11L妙峯

008_0457_b_12L
鐘梵香烟鎻翠微萬株春樹綠陰圍

008_0457_b_13L龕留兩个眞靈骨松掛三條壞衲衣

008_0457_b_14L竹逕曉行蒼蘚滑溪樓晴望白雲飛

008_0457_b_15L孤笻余亦曾遊遍物外名區似此稀

008_0457_b_16L內院

008_0457_b_17L
香爐峰下給孤園滿洞烟霞世自分

008_0457_b_18L翠壁晩宜晴後見淸鍾夜向月中聞

008_0457_b_19L東溪水合西溪水南岳雲連北岳雲

008_0457_b_20L更有高僧坐禪誦天花時復落繽紛

008_0457_b_21L送僧自湖西徃遊關北

008_0457_b_22L
㝎林開士秀高標千里行裝只一瓢

008_0457_b_23L大野殘碑弘慶寺亂烟孤店葛川橋

008_0457_b_24L連天錦水西歸海繞塞胡山北接遼

008_0457_c_01L明日送君溪上路  내일이면 시냇가 길에서 그대를 보내리니
忍看晴柳拂長條  버드나무 긴 가지를 어찌 차마 보리오
봄날 우연히 읊다(春日偶吟)
晩晴風物興悠哉  맑게 갠 저녁 풍물은 흥취가 아득하니
野杏山桃處處開  들살구 꽃, 산복숭아 꽃이 곳곳에 피었어라
高下亂峰靑似黛  높고 낮은 첩첩의 봉우리는 눈썹같이 파랗고
淺深流水碧於苔  얕고 깊은 시냇물은 이끼보다 푸르구나
谷鶯相喚穿林去  골짜기의 꾀꼬리는 서로 부르며 숲을 뚫고 날아가고
海鷰雙飛掠地迴  바다제비는 짝지어 날며 땅을 스치고 돌아가네
最恨病餘無譬句  가장 한스러운 것은 병들어 표현할 길 없어
欲酧佳節䫋俳諧  좋은 계절 화답하고자 하나 장난 시가 되었네
속된 중에게 주다(贈俗僧)
曾甞世味覺醎酸  일찍부터 세상의 맛을 보아 짠맛 신맛 다 알고
萬物都將一馬看  말 타고 다니며 온갖 물상 보았다네
千嶂樹雲開水墨  천산의 구름은 수묵화를 펼쳐 놓은 듯
一區泉石稱盤桓  이곳의 자연은 배회하기 알맞아라
海松滿壑晴疑雨  곰솔 가득한 골짜기에 비가 개어
溪榭含風夏亦寒  시냇가 정자로 바람 불어와 여름에도 서늘하네
堪笑勞生成底事  수고로운 삶에서 이룬 일 우스워라
世間無地不波瀾  세간에는 파란 없는 곳이 없는 것을
다시 수선사에 이르러 벗에게 보이다(重到修禪社示知己)
久住方壼泉石隈  오랫동안 신선이 사는 산굽이에 살다가
一笻相訪故人來  지팡이 하나 짚고 친구를 찾아갔네
香階樹老秋容早  향기 나는 섬돌의 늙은 나무는 벌써 가을을 맞았고
板閣鐘殘暝色催  판각의 쇠잔한 종소리는 저문 빛을 재촉하는데
眞樂臺邊峰萬疊  진락대 곁에는 첩첩의 수만 봉우리요
枕溪樓下水千廻  침계루 아래엔 천 굽이의 시내로다
懸燈竹榻淸無寐  등불 켠 대나무 침상은 맑은 기운에 잠도 오지 않는지
話盡離愁坐撥灰  이별의 시름에 이야기 나누며 잿불 헤치고 앉았노라
관서의 산에 돌아가는 눌 상인을 전송하며(送訥上人歸關西住山)
關西歸路幾由旬  관서로 가는 길은 몇 유순인가
鉼錫隨緣不絆身  병과 지팡이로 인연 따라 얽매이지 않고 가는구나
講席逈開安國寺  멀리 안국사에서 강석을 열고
木杯孤渡錦江津  금강 나루를 나무 잔263) 타고 건너가리
寒溪赤葉迎風下  차가운 시내의 붉은 잎사귀는 부는 바람에 떨어지고
古驛黃花浥露新  오래된 역의 누런 꽃은 이슬에 젖어 새롭구나
聚散無期似萍水  모이고 흩어짐은 기약할 수 없는 부평초와 같으니
臨歧何用苦傷神  갈림길에서 어찌 괴롭게 마음 아파하리오
진정국사 『호산록』의 시에 차운하여 원인에게 주다(次眞靜國師湖山錄韵贈元忍)
雲山從古遠塵喧  운산은 예부터 속세의 시끄러움과 떨어져 있어
竟日荊門掩竹根  하루해가 지도록 사립문은 대나무 뿌리를 가리네

008_0457_c_01L明日送君溪上路忍看晴柳拂長條

008_0457_c_02L春日偶吟

008_0457_c_03L
晩晴風物興悠哉野杏山桃處處開

008_0457_c_04L高下亂峰靑似黛淺深流水碧於苔

008_0457_c_05L谷鶯相喚穿林去海鷰雙飛掠地迴

008_0457_c_06L最恨病餘無驚句欲酧佳節䫋俳諧

008_0457_c_07L贈俗僧

008_0457_c_08L
曾甞世味覺醎酸萬物都將一馬看

008_0457_c_09L千嶂樹雲開水墨一區泉石稱盤桓

008_0457_c_10L海松滿壑晴疑雨溪榭含風夏亦寒

008_0457_c_11L堪笑勞生成底事世間無地不波瀾

008_0457_c_12L重到修禪社示知己

008_0457_c_13L
久住方壼泉石隈一笻相訪故人來

008_0457_c_14L香階樹老秋容早板閣鐘殘暝色催

008_0457_c_15L眞樂臺邊峰萬疊枕溪樓下水千廻

008_0457_c_16L懸燈竹榻淸無寐話盡離愁坐撥灰

008_0457_c_17L送訥上人歸關西住山

008_0457_c_18L
關西歸路幾由旬鉼錫隨緣不絆身

008_0457_c_19L講席逈開安國寺木杯孤渡錦江津

008_0457_c_20L寒溪赤葉迎風下古驛黃花浥露新

008_0457_c_21L聚散無期似萍水臨歧何用苦傷神

008_0457_c_22L次眞靜國師湖山錄韵贈元忍

008_0457_c_23L
雲山從古遠塵喧竟日荆門掩竹根

008_0457_c_24L「迫」或可讀「追」{編}

008_0458_a_01L秋晩玉峰林欲瘦  늦가을 흰 봉우리에 숲은 앙상해 가고
香殘金鴨火猶溫  향이 다 타들어간 향로엔 온기 아직 남아 있네
臺前樹老風號竅  누대 앞 고목은 바람에 윙윙 울리고
庭畔松高鶴護孫  마당가 높은 소나무엔 학이 새끼를 감싸는데
目擊何須論委細  눈으로 보는 것이지 자세히 논할 필요 있겠는가
元來大道不容言  원래 큰 도는 말을 용납지 않는다네
수 사미에게 주다(贈修小師)
門徑蕭條草自春  문 앞 조용한 길엔 봄풀이 절로 나고
野人誰肎訪幽人  어떤 야인이 즐겨 그윽한 이를 방문하리오
講闌花影纔移榻  강경을 마치니 꽃 그림자 선탑으로 옮겨 오고
㝎起苔痕半沒茵  선정을 깨니 이끼 흔적 자리의 반을 덮었어라
谷鳥弄晴鳴恰恰  골짜기 새는 갠 날을 희롱하며 시끄럽게 우짖는데
沙彌盥手誦塵塵  사미는 손을 씻고 진진264)을 암송하네
憐君亦得雲松趣  어여쁜 그대 또한 도인의 의취를 지녔으니
林下相從樂道眞  자연에서 따르며 참된 도를 즐기시라
폐사가 된 만복사에 부치다(題萬福廢寺)
古寺僧亡自劫灰  옛 절은 중도 없이 겁화의 재265)가 되었는데
客來無語獨徘佪  나그네 말없이 홀로 서성거리네
牛羊礪角方墳缺  소와 양이 뿔을 비벼 대 네모진 무덤 이지러지고
狐兔交蹤曲砌頹  여우와 토끼 서로 쫓아다녀 굽은 섬돌은 무너졌도다
墻角綠陰梅結子  담장 모서리의 녹음 띤 매화나무엔 매실이 맺혔고
原頭翠浪麥初胎  들판 푸른 물결의 보리는 낱알이 맺히기 시작하는데
禪宮亦爾全消歇  절집은 완전히 사라져 버려
塵世浮生轉可哀  세속의 덧없는 생애 오히려 애닯도다
찰방 남계 정광연에게 받들어 보내다 (奉寄蘫溪鄭察訪【光淵】)
詞人無命古今同  시인이 박복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侯吏功名困折躬  낮은 관리는 공명으로 몸 굽히느라 수고롭네
天上未攀丹桂樹  천상의 붉은 계수나무266) 잡지 못하여
塵間虛作白頭翁  세속에서 부질없이 백발의 늙은이가 되었도다
耕歸谷口餘春雨  밭 갈고 돌아가는 계곡 어귀에는 넉넉한 봄비 내리고
權返溪中趂暮風  저울질하고 돌아오는 시내에는 저녁 바람 불어오네
爲問詩壇如有待  묻노라 시단에서 만일 기다린다면
一笻他日訪蘫東  다른 날 지팡이 짚고 동쪽으로 남계를 방문하리라
부록 창주의 차운시(附次韵 滄洲)
儒釋休煩較異同  유교와 불교의 차이를 번거롭게 따지지 않나니
一般須是息微躬  미천한 몸을 쉬려는 것은 마찬가지라네
自憐未結蓮花社  스스로 연화사를 결사하지 않음이 안타까우니
誰遣先尋栗里翁  누구를 보내 먼저 율리267)의 늙은이를 찾으리
戞玉淸詩劙眼膜  옥돌 소리268) 나는 맑은 시는 눈을 씻어 주고
布金新記快頭風  황금을 펼친 듯한 새로운 글은 머리를 상쾌하게 하네
會將掃榻迎飛錫  마침 침상을 청소하여 지팡이를 맞이하리니
何日松枝忽向東  어느 날에나 소나무 가지 홀연 동쪽을 향할까나
행 사미에게 주다(贈行小師)

008_0458_a_01L秋晩玉峰林欲瘦香殘金鴨火猶溫

008_0458_a_02L臺前樹老風號竅庭畔松高鶴護孫

008_0458_a_03L目擊何須論委細元來大道不容言

008_0458_a_04L贈修小師

008_0458_a_05L
門徑蕭條草自春野人誰肎訪幽人

008_0458_a_06L講闌花影纔移榻㝎起苔痕半沒茵

008_0458_a_07L谷鳥弄晴鳴恰恰沙彌盥手誦塵塵

008_0458_a_08L憐君亦得雲松趣林下相從樂道眞

008_0458_a_09L題萬福廢寺

008_0458_a_10L
古寺僧亡自劫灰客來無語獨徘佪

008_0458_a_11L牛羊礪角方墳缺狐兔交蹤曲砌頹

008_0458_a_12L墻角綠陰梅結子原頭翠浪麥初胎

008_0458_a_13L禪宮亦爾全消歇塵世浮生轉可哀

008_0458_a_14L奉寄蘫溪鄭察訪光淵

008_0458_a_15L
詞人無命古今同侯吏功名困折躬

008_0458_a_16L天上未攀丹桂樹塵間虛作白頭翁

008_0458_a_17L耕歸谷口餘春雨權返溪中趂暮風

008_0458_a_18L爲問詩壇如有待一笻他日訪蘫東

008_0458_a_19L附次韵 滄洲

008_0458_a_20L
儒釋休煩較異同一般須是息微躬

008_0458_a_21L自憐未結蓮花社誰遣先尋栗里翁

008_0458_a_22L戞玉淸詩劙眼膜布金新記快頭風

008_0458_a_23L會將掃榻迎飛錫何日松枝忽向東

008_0458_a_24L贈行小師

008_0458_b_01L
遅日初晴谷鳥喧  더딘 하루가 개기 시작하자 골짝의 새 시끄러운데
手披僧傳坐松根  손에는 『고승전』을 넘기며 소나무 둥치에 앉았노라
喚譍自有沙彌在  부르면 대답하는 사미 있으니
空色那容俗士論  공과 색을 어찌 세속의 선비와 논하리오
夢鹿一場從得失  한바탕의 사슴 꿈269)으로 잘잘못이 생기니
懸鶉百結任寒暄  누덕누덕 백 번 기운 중 옷에 추위와 더위 맡긴다네
惟君與我相忘地  오직 그대와 내가 서로를 잊은 경지에서
萬事皆歸不二門  만사는 모두 불이문으로 돌아가리라
환 스님의 시에 차운하다(次還師韵)
幽居悄悄寡將迎  그윽한 곳에서 쓸쓸하게 맞이할 이도 적어
盡日松間散步行  하루 종일 소나무 사이를 산보하네
淥水臨門神自爽  맑은 물은 문 가까이 흘러 정신 절로 상쾌하고
晴山入戶眼偏明  맑게 갠 산이 문을 통해 보이니 눈 한결 밝아지노라
觀空已破三千界  공을 관하여 이미 삼천세계 깨뜨렸으니
問法何勞百十城  법을 물으러 어찌 백십 성270)을 수고롭게 다니리오
飢飯困眠消歲月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며 세월을 보내니
此心閑處是無生  이 마음 한가한 곳이 바로 무생법인이라네
환 스님에게 보내다(寄還師)
新披磨衲坐藤床  새로 가사271)를 걸치고 등나무 침상에 앉았는데
小雨初晴玉宇凉  부슬비가 막 개어 옥우가 서늘하네
紅樹萬株粧絕壑  붉은 나무 만 그루는 깎아지른 골짜기를 장식하고
素濤三椀洗枯膓  흰 거품의 세 잔 차는 마른 창자를 씻어 주노라272)
從前跡與塵相遠  그동안 자취가 속세와 멀리 떨어져 있어
自此身將世兩忘  이로부터 몸과 세상 둘 다 잊어버리네
爲問故人來早晩  묻노니 그대가 조만간 찾아와서
滿園芧栗可堪甞  정원 가득한 도토리와 밤을 맛볼 수 있을까나
『화엄경』을 읽고(讀華嚴經)
涵虛性海濶無津  허공 품은 본성의 바다는 광활하지만 나루가 없어
別有毘盧現十身  따로 비로자나불의 십신이 현전하도다
理事雙融難可測  이와 사가 모두 녹아들어 헤아리기 어렵고
一多相攝未爲神  일과 다가 서로 교섭함은 신비하지 않다네
山王日照機何峻  산왕273)에 해가 비추니 근기가 어찌 그리 높으며
帝網珠寒影自均  인드라망 구슬의 찬 그림자는 저절로 고르구나
看盡百千方廣偈  백 가지 천 가지 방광게를 모두 읽고 나서
手焚薝蔔坐淸晨  손으로 담복274) 향 태우고 앉아 맑은 새벽을 맞노라
판관 유현과 함평 오이익을 모시고 순천 송광사에 노닐다(奉陪柳判官【俔】吳咸平【以翼】遊順天松廣寺)
小江南寺最知名  송광사는 순천의 절로 가장 이름이 나 있어
陶謝相隨作此行  도연명과 사령운이 서로 따르며 길을 나섰네
風韻脫凡新半刺  풍모는 범속함을 벗었으니 새로운 판관이요
淸詩刮目舊咸平  맑은 시가 괄목할 정도이니 예전의 함평 수령이라네
石溪聲急前宵雨  지난밤 비로 바위틈의 시냇물 소리 급하고
烟峀輝添晩日晴  저물녘 날이 개자 멧부리 안개 속으로 햇살 번지네

008_0458_b_01L
遅日初晴谷鳥喧手披僧傳坐松根

008_0458_b_02L喚譍自有沙彌在空色那容俗士論

008_0458_b_03L夢鹿一場從得失懸鶉百結任寒暄

008_0458_b_04L惟君與我相忘地萬事皆歸不二門

008_0458_b_05L次還師韵

008_0458_b_06L
幽居悄悄寡將迎盡日松間散步行

008_0458_b_07L淥水臨門神自爽晴山入戶眼偏明

008_0458_b_08L觀空已破三千界問法何勞百十城

008_0458_b_09L飢飯困眠消歲月此心閑處是無生

008_0458_b_10L寄還師

008_0458_b_11L
新披磨衲坐藤床小雨初晴玉宇凉

008_0458_b_12L紅樹萬株粧絕壑素濤三椀洗枯膓

008_0458_b_13L從前跡與塵相遠自此身將世兩忘

008_0458_b_14L爲問故人來早晩滿園芧栗可堪甞

008_0458_b_15L讀華嚴經

008_0458_b_16L
涵虛性海濶無津別有毘盧現十身

008_0458_b_17L理事雙融難可測一多相攝未爲神

008_0458_b_18L山王日照機何峻帝網珠寒影自均

008_0458_b_19L看盡百千方廣偈手焚薝蔔坐淸晨

008_0458_b_20L奉陪柳判官吳咸平以翼遊順天
008_0458_b_21L松廣寺

008_0458_b_22L
小江南寺最知名陶謝相隨作此行

008_0458_b_23L風韻脫凡新半刺淸詩刮目舊咸平

008_0458_b_24L石溪聲急前宵雨烟峀輝添晩日晴

008_0458_c_01L自愧林僧非惠遠  산승이 혜원이 아닌 것 스스로 부끄러우니
社中何以結幽盟  절에서 어찌 그윽한 맹세를 맺으리오
봄날 저녁 산에 거하며(山居春暮)
綠暗紅稀小雨餘  부슬비로 붉은 꽃 거의 지고 녹음은 짙은데
可憐風物政愁予  가련한 풍경이 나를 서글프게 하노라
故人一去斷消息  벗은 한번 떠나고 나서 소식 없고
新鷰雙飛來草廬  제비는 새로 짝을 지어 띳집으로 날아오노라
床上集塵看鼠跡  먼지 쌓인 침상엔 쥐 지나간 흔적이 있고
病中留藥閱方書  병중에 약이 남아 의서를 읽노라
岩居蕭索還堪喜  바위산의 쓸쓸함도 다시 기쁘다마는
敎得沙彌採嫩蔬  사미를 시켜 어린 나물을 캐게 하노라
의심 상인이 시를 지어 방장산의 경치를 묻기에 차운하여 화답하다(義諶上人作詩問方丈山景仍次其韵以酧)
方壼逈出碧虛中  신선산이 푸른 허공에 멀리 솟아나
翠色千峯更萬峯  비췻빛 봉우리가 천 개 만 개라네
丹桂影邊僧入㝎  붉은 계수나무 그림자 곁에서 중은 선정에 들고
白雲臺畔客休笻  흰 구름 낀 누대 곁에서 나그네는 지팡이를 쉬노라
溪流決決箏琴響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아쟁과 거문고 소리를 내고
岩壁層層造化工  층층의 바위벽은 조화옹의 작품이로다
欲寫名區無限興  아름다운 곳의 무한한 흥취를 그리려 해도
廢文才拙手還慵  글재주 없는 졸박한 솜씨에 게으르기까지 하구나
윤 스님이 시를 구하기에 재미 삼아 주다(允上人求詩戱贈)
空山雪後掩荆門  빈산 눈 내린 뒤 사립문 닫혔고
丈室香銷靜不煩  향기 그윽한 방장실은 조용히 번거롭지 않구나
盡日獨看黃面偈  하루 종일 홀로 황면275) 게를 보는데
幾時還接赤髭論  어느 때나 그대를 만나 토론할까
尖峯霽色侵簾冷  뾰족한 봉우리의 노을빛이 주렴에 차갑게 스며들고
飢鳥寒聲逼再喧  배고픈 새의 찬 울음소리 가까이 두 번 울리는데
苦被傍人詩句債  괴롭게도 가까운 사람에게 시구 빚을 진 것은
只緣於道未忘言  말을 잊는 도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네
오 스님에게 드리다(贈悟上人)
鍊得身形如鶴形  단련하여 몸은 학과 같고
十年獨自棲岩扃  십 년을 홀로 바위틈 집에 살아
手中唯有一枝竹  손에는 대나무 가지만 하나 있지만
腹裡能藏千卷經  배 속에는 천 권의 경전을 숨겼노라
山鳥山花與爲友  산새와 산꽃을 벗 삼았으니
人非人是何由聽  사람들의 시비를 어찌 들어 보았겠나
妙香楓岳水雲洞  묘향산, 풍악산, 수운동276)에서
倘許相從終百齡  혹 따르기를 허락한다면 여생을 마치리라
관 스님에게 드리다(贈寛上人)
塵埃深處早超然  세속의 먼지 많은 곳에서 일찍 벗어나서
高臥香峰二十年  향봉에 높이 누운 지 이십 년이 되었네

008_0458_c_01L自愧林僧非惠遠社中何以結幽盟

008_0458_c_02L山居春暮

008_0458_c_03L
綠暗紅稀小雨餘可憐風物政愁予

008_0458_c_04L故人一去斷消息新鷰雙飛來草廬

008_0458_c_05L床上集塵看鼠跡病中留藥閱方書

008_0458_c_06L岩居蕭索還堪喜敎得沙彌採嫩蔬

008_0458_c_07L義諶上人作詩問方丈山景仍次其
008_0458_c_08L韵以酧

008_0458_c_09L
方壼逈出碧虛中翠色千峯更萬峯

008_0458_c_10L丹桂影邊僧入㝎白雲臺畔客休笻

008_0458_c_11L溪流決決箏琴響岩壁層層造化工

008_0458_c_12L欲寫名區無限興廢文才拙手還慵

008_0458_c_13L允上人求詩戱贈

008_0458_c_14L
空山雪後掩荆門丈室香銷靜不煩

008_0458_c_15L盡日獨看黃面偈幾時還接赤髭論

008_0458_c_16L尖峯霽色侵簾冷飢鳥寒聲逼再喧

008_0458_c_17L苦被傍人詩句債只緣於道未忘言

008_0458_c_18L贈悟上人

008_0458_c_19L
鍊得身形如鶴形十年獨自棲岩扃

008_0458_c_20L手中唯有一枝竹腹裡能藏千卷經

008_0458_c_21L山鳥山花與爲友人非人是何由聽

008_0458_c_22L妙香楓岳水雲洞倘許相從終百齡

008_0458_c_23L贈寛上人

008_0458_c_24L
塵埃深處早超然高臥香峰二十年

008_0459_a_01L誰覺光陰流似水  누가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음을 깨달아
自期心地淨如蓮  심지를 연꽃처럼 맑게 하기를 기약하리오
講壇華雨朝聞道  불법 강단에 꽃비 내리는 아침이면 도를 듣고
板閣鐘殘夜入禪  종각의 종소리 잦아드는 밤이면 선정에 드노라
但向頂門開活眼  다만 정문277)의 활안을 뜨려면
不須重與問重玄  다시금 중현278)을 묻지 말아야 하리
계룡산 우 대사에게 드리다(贈鷄龍山牛大師)
山是鷄龍水錦江  산은 계룡산이요 물은 금강이라
禀生精粹號無雙  품성의 순수하고 깨끗함은 둘도 없다네
早從西敎辭焚宅  일찍부터 불교를 쫓아 속세의 화택을 사양하고
晩向南宗建法幢  늙어서는 남종선을 따라 법당을 세웠네
燒盡六銖香滿室  가벼운279) 향불 다 타서 방에 가득한데
誦闌千偈月臨窓  천 게송을 모두 외자 달이 창을 비추네
嶺湖濟濟多開士  영남 호남의 수많은 뛰어난 고승들이
誰不趍風北面降  누가 공경히 따르고280) 우러르지 않겠는가
가을밤 심정을 적어 명, 순 두 사미281)에게 보이다(秋夜書懷示㝠順二小師)
人生虛受二毛侵  인생은 부질없이 반백의 나이가 되었고
又聽秋宵蟋蟀吟  다시 가을 하늘의 귀뚜라미 소리 듣노라
四海方袍多識面  사해의 가사282) 입은 중 가운데 아는 이 많지만
七絃流水少知音  칠현금의 ≺유수곡≻을 아는 진정한 벗은 적구나
酒元迷性誰能斷  술은 본성을 혼미하게 하나 누가 끊을 수 있으리오
詩亦妨禪我自禁  시도 선정을 방해하여 내 스스로 금하노라
爲報小師㝠與順  명 사미와 순 사미에게 알리나니
白雲深處早休心  흰 구름 깊은 곳에서 마음을 쉬거라
폐사가 된 회암사(檜岩廢寺)
光陰百劫一須臾  빠른 세월에 백겁이 눈 깜짝할 사이와 같아
淨地金沙已草蕪  청정한 땅의 금빛 모래에 잡초만 무성하도다
苔雜畫廊門不掩  이끼 듬성듬성 색칠한 회랑은 문도 닫혀 있지 않고
葉塡香井水還枯  나뭇잎 떨어져 막힌 우물은 물이 말라 버렸네
懶翁功業眞開土  나옹의 공업은 진실로 고승이며
牧老文章非俗儒  목은의 문장은 속유가 아니라네
獨立斜陽無限思  홀로 석양에 서서 끝없는 생각에 잠기니
冷烟喬木有啼烏  찬 이내 낀 높은 나무에 까마귀 우노라
석주의 운을 써서 준 상인에게 주다(用石洲韵贈俊上人)
雪壓陰崖夕吹寒  그늘진 벼랑 눈 덮여 저녁 바람 차가운데
坐看棲鳥倦飛還  돌아가는 새 유유히 날아감을 앉아서 바라본다
一身林下支離病  산속에 사는 몸의 병은 낫질 않고
萬事人間行路難  인간 세상의 온갖 일은 헤쳐 나가기 어려워라
有伴年年靑嶂月  짝이 되어 주는 것은 해마나 푸른 산의 달이요
無家處處白雲山  집이 없어도 곳곳에 흰 구름 낀 산이 있다네
憐渠負笈來相訪  가련한 그대 책 이고 찾아왔으니
顧我多慚晋道安  나를 돌아보면 진나라 도안283)에게 몹시 부끄럽구나
봄날 저녁 만휴와를 생각하다(春暮憶萬休窩)

008_0459_a_01L誰覺光陰流似水自期心地淨如蓮

008_0459_a_02L講壇華雨朝聞道板閣鐘殘夜入禪

008_0459_a_03L但向頂門開活眼不須重與問重玄

008_0459_a_04L贈鷄龍山牛大師

008_0459_a_05L
山是鷄龍水錦江禀生精粹號無雙

008_0459_a_06L早從西敎辭焚宅晩向南宗建法幢

008_0459_a_07L燒盡六銖香滿室誦闌千偈月臨窓

008_0459_a_08L嶺湖濟濟多開士誰不趍風北面降

008_0459_a_09L秋夜書懷示㝠順二小師

008_0459_a_10L
人生虛受二毛侵又聽秋宵蟋蟀吟

008_0459_a_11L四海方袍多識面七絃流水少知音

008_0459_a_12L酒元迷性誰能斷詩亦妨禪我自禁

008_0459_a_13L爲報小師㝠與順白雲深處早休心

008_0459_a_14L檜岩廢寺

008_0459_a_15L
光陰百劫一須臾淨地金沙已草蕪

008_0459_a_16L苔雜畫廊門不掩葉塡香井水還枯

008_0459_a_17L懶翁功業眞開土 [4] 牧老文章非俗儒

008_0459_a_18L獨立斜陽無限思冷烟喬木有啼烏

008_0459_a_19L用石洲韵贈俊上人

008_0459_a_20L
雪壓陰崖夕吹寒坐看棲鳥倦飛還

008_0459_a_21L一身林下支離病萬事人間行路難

008_0459_a_22L有伴年年靑嶂月無家處處白雲山

008_0459_a_23L憐渠負笈來相訪顧我多慚晋道安

008_0459_a_24L春暮憶萬休窩

008_0459_b_01L
文章讀盡十牛車  문장은 열 마리 소 수레의 책을 모두 읽었고
大手雄篇自作家  큰 재주와 훌륭한 시편은 작가라네
別後音容那易接  이별한 뒤 소식을 어찌 쉽게 듣겠냐만
枕邊魂夢不知賖  베갯머리에 꿈꾸는 혼은 먼 거리도 모르는구나
庭槐過雨堆新綠  마당의 홰나무는 지나는 비를 맞아 녹음이 짙어지고
溪杏臨風亂落花  시냇가 살구나무는 바람 부는 대로 어지럽게 꽃을 떨구네
門掩海山春又暮  문 닫힌 신선산에도 봄이 저무는데
樹雲何處望京華  친구 그리며 서울 쪽을 바라보네
다섯째 표질284) 정시필의 초가집에 부치다(寄題表姪鄭五【時弼】芧亭)
幽棲已用別區占  그윽한 거처는 특별한 곳을 차지하고
姜被潘輿樂事兼  우애285)와 효성286)을 겸하여 즐거운 일로 삼았구나
荆萼晩從春後破  자형287)은 늦게까지 피어 봄이 지난 뒤에 떨어지고
萱芽早向雪中尖  원추리288) 싹은 일찍 눈 속에서 뾰족이 나와 있구나
鉤簾岳色晴霞動  발을 걷으니 산빛에 맑은 놀이 어른거리고
入戶灘聲夜雨添  밤비로 불은 여울물 소리 문으로 들어오네
客去虛簷棋局爛  객이 떠난 빈 처마에는 바둑판이 빛나고
綸巾不整對蒼髯  너는 윤건289)도 잘 쓰지 않고 솔숲290)만 바라보리라
가을날 사군 이봉징과 참의 이옥을 모시고 송광사에서 놀다(秋日奉陪使君李鳳徵參議李沃遊松廣寺)
秋雨蕭蕭響石溪  가을비 소리 쓸쓸하게 바위틈 시내를 울리고
碧峰簷外亂高低  푸른 봉우리는 처마 바깥으로 첩첩이 보이네
尋眞上客從山北  명승 찾아 귀한 손님 산 북쪽에서 오고
飛盖遨頭降府西  수령291)은 수레를 달려292) 부의 서쪽에서 내려왔구나
寺古僧殘香樹老  오래된 절엔 중도 없이 향나무만 늙어 있고
洞深林密異禽啼  깊은 골짜기 빽빽한 숲에선 기이한 새 울고 간다
雕欄共倚淸如許  조각한 난간에 함께 기대니 맑기도 맑아
不淺詩情興欲迷  얕지 않은 시정에 흥취가 어지럽도다
부록 박천의 원시(附原韵 愽泉)
聽流盡日坐寒溪  온종일 시원한 시냇가에서 물소리 들으며 앉았으니
琪樹瑤花拂水低  아름다운 꽃과 나무 물을 스치며 떨어지네
翠入晴空山祖北  푸른빛은 맑은 허공으로 들어가는데 산은 북쪽을 향했고
玄通神境釋宗西  검은빛은 신령한 곳으로 통하는데 중은 서방을 향한다네
埋光暮靄秋將捲  가을 햇빛 사라지며 저녁놀이 점차 거두어지고
側趐仚禽夜獨啼  밤이 되자 날개 접은 산새 홀로 우는구나
萬事人間還一笑  인간 세상의 모든 일 한번 웃어 버릴 것들이라
不如禪榻醉同迷  선탑에 취하여 함께 잊는 것만 못하도다
삼은의 원시(三隱)
肩輿出郭入曺溪  멜 가마 타고 성곽을 나와 조계로 들어가서
萬壑穿來路漸低  만 골짜기 지나니 길은 점점 낮아지네
瑞木千年臨水北  천 년 된 상서로운 나무는 강 북쪽에 서 있고
琪花百日暎樓西  백 일 동안 아름다운 꽃은 누대 서쪽에 화려하네
雨添秋色泉飛響  비에 가을빛 깊어가고 샘물은 소리 내며 흐르는데
夢罷僧堂鳥送啼  꿈을 깬 승려의 방으로 새소리 들리노라
仙債欲酧詩律澁  신선에게 진 빚을 갚고자 하나 시가 난삽하고
淸尊倒盡意還迷  맑은 술잔 다 기울이니 생각은 다시 혼미해지네

008_0459_b_01L
文章讀盡十牛車大手雄篇自作家

008_0459_b_02L別後音容那易接枕邊魂夢不知賖

008_0459_b_03L庭槐過雨堆新綠溪杏臨風亂落花

008_0459_b_04L門掩海山春又暮樹雲何處望京華

008_0459_b_05L寄題表姪鄭五時弼芧亭

008_0459_b_06L
幽棲已用別區占姜被潘輿樂事兼

008_0459_b_07L荆▼(艹/品/丂)晩從春後破萱芽早向雪中尖

008_0459_b_08L鉤簾岳色晴霞動入戶灘聲夜雨添

008_0459_b_09L客去虛簷棋局爛綸巾不整對蒼髯

008_0459_b_10L秋日奉陪李使君鳳徵李叅議沃遊
008_0459_b_11L松廣寺

008_0459_b_12L
秋雨蕭蕭響石溪碧峰簷外亂高低

008_0459_b_13L尋眞上客從山北飛盖遨頭降府西

008_0459_b_14L寺古僧殘香樹老洞深林密異禽啼

008_0459_b_15L雕欄共倚淸如許不淺詩情興欲迷

008_0459_b_16L附原韵愽泉

008_0459_b_17L
聽流盡日坐寒溪琪樹瑤花拂水低

008_0459_b_18L翠入晴空山祖北玄通神境釋宗西

008_0459_b_19L埋光暮靄秋將捲側趐仚禽夜獨啼

008_0459_b_20L萬事人間還一笑不如禪榻醉同迷

008_0459_b_21L三隱

008_0459_b_22L
肩輿出郭入曺溪萬壑穿來路漸低

008_0459_b_23L瑞木千年臨水北琪花百日暎樓西

008_0459_b_24L雨添秋色泉飛響夢罷僧堂鳥送啼

008_0459_b_25L仙債欲酧詩律澁淸尊倒盡意還迷

008_0459_c_01L
앞의 운을 거듭 써서 짓다(疊用前韵)
淸曉登樓俯碧溪  맑은 새벽 누대에 올라 푸른 시내 내려다보니
樓頭樹影暎波低  누대 앞 나무 그림자가 물결에 비추어 일렁이네
有期合處雲歸北  기약한 곳이 있는 듯 구름은 북으로 돌아가고
無限吟時日欲西  무한한 심정 읊을 때 해는 서쪽으로 지려 하는데
香火已緣三世習  향불은 이미 삼생의 훈습을 인연하였으니
蜀禽何意數聲啼  소쩍새293)는 무슨 뜻으로 자꾸 울어 대는지
也應明發山前笑  내일 아침에 산문 앞에서 웃고 헤어지면
赤葉蒼松入夢迷  붉은 잎사귀와 푸른 소나무가 꿈속에서 어지럽겠네294)
또又
南行五馬異愚溪  남쪽으로 온 원님 우계295)와 다르니
暫使扶搖羽翼低  잠시 날개를 붙잡아 내리게 한 것이라네
徃直金門星拱北  예전 조정296)에서 숙직하니 별은 북두에 공수하고
來遊蕭寺水流西  와서는 소사297)에 노니니 강물은 서쪽으로 흐르노라
九秋寒雨虫聲濕  늦가을 찬비에 벌레 소리도 축축하고
數夜淸談燭淚啼  맑은 이야기로 여러 밤을 촛불 켜 놓았네
吟苦未能酧辱贈  시 짓기 괴로워 감히 응수하지 못하고
自慚才短轉悽迷  스스로 재주 없음이 부끄러워 다시 처량해지네
또又
紅曦出嶺射前溪  붉은 해가 고개를 나와 앞 시내를 비추고
別處雲飛片影低  별천지에 둥실둥실 구름 조각 그림자를 드리웠네
鴻迹百年人聚散  기러기 노닐 듯 백 년 사는 인간들 모였다가 흩어지고
馬蹄千里路東西  분주한 말발굽은 천 리 길의 동서로 찍혀 있네
秋聲謾使松多韵  가을바람에 괜히 소나무 소리 많이 들리고
霽色偏敎鳥喜啼  맑게 갠 빛에 유독 새소리 기쁘게 들리네
酒盡淸尊吟不盡  맑은 술잔의 술 다 마셨지만 시 짓기 끝나지 않아
楚江烟樹望中迷  초강298)의 안개 낀 숲을 바라보니 아득하네
삼은 사군, 박천 학사와 밤에 앉아 연구를 짓다(與三隱使君愽泉學士夜坐聯句 )
左海靈山界    온 나라가 영취산의 세계라
中秋霽景宵泉   가을날의 맑은 경치와 저녁의 샘 소리
學士覊枕冷    학사의 나그네 베개 차가우니
消息故園遙隱   고향 정원에 멀리 숨어 있다고 소식 듣네
半壁燈明滅    벽의 등불은 밝았다 사그라졌다 하는데
殘鐘梵寂寥聰   조용한 가운데 범종 소리 들리네
行將蕭寺句    절집299) 시구를 가지고 가서
留作楚邦謠泉   머물며 초나라 노래를 짓노라
또又
禪房文酒會    선방에 모여 술 마시고 글 짓는데
細雨欲分宵    가랑비는 저녁 샘물을 가르네
泉此夜豪吟在    오늘 밤엔 호탕한 시 있지만
明朝去路遙聰   내일 아침이면 떠나는 길 아득하구나
磬鐘諸院靜    온 절집의 경쇠와 종소리 조용하고
松檜一山寥隱   온 산의 소나무와 잣나무 적막하네
刺史淸篇富    자사의 맑은 시편 성대하여
兒童繼作謠聦   아이들 이어서 노래 부르네

008_0459_c_01L疊用前韵

008_0459_c_02L
淸曉登樓俯碧溪樓頭樹影暎波低

008_0459_c_03L有期合處雲歸北無限吟時日欲西

008_0459_c_04L香火已緣三世習蜀禽何意數聲啼

008_0459_c_05L也應明發山前笑赤葉蒼松入夢迷

008_0459_c_06L

008_0459_c_07L
南行五馬異愚溪暫使扶搖羽翼低

008_0459_c_08L徃直金門星拱北來遊蕭寺水流西

008_0459_c_09L九秋寒雨虫聲濕數夜淸談燭淚啼

008_0459_c_10L吟苦未能酧辱贈自慚才短轉悽迷

008_0459_c_11L

008_0459_c_12L
紅曦出嶺射前溪別處雲飛片影低

008_0459_c_13L鴻迹百年人聚散馬蹄千里路東西

008_0459_c_14L秋聲謾使松多韵霽色偏敎鳥喜啼

008_0459_c_15L酒盡淸尊吟不盡楚江烟樹望中迷

008_0459_c_16L與三隱使君愽泉學士夜坐聯句

008_0459_c_17L
左海靈山界中秋霽景宵

008_0459_c_18L學士覊枕冷消息故園遙

008_0459_c_19L半壁燈明滅殘鐘梵寂寥

008_0459_c_20L行將蕭寺句留作楚邦謠

008_0459_c_21L

008_0459_c_22L
禪房文酒會細雨欲分宵

008_0459_c_23L此夜豪吟在明朝去路遙

008_0459_c_24L磬鐘諸院靜松檜一山寥

008_0459_c_25L刺史淸篇富兒童繼作謠

008_0460_a_01L
삼은 사군이 부채 두 자루를 보내 주고 겸하여 시를 보여 주니 차운하다(三隱使君寄扇二柄兼示以詩次韵)
憶昨溪頭別    어제 시냇가의 이별을 떠올리니
肩輿上翠微    가마 타고 산에 올랐지
唯應驚白鶴    흰 학에 놀랐는데
松露滴蘿衣    소나무 이슬이 여라 옷에 떨어졌지
부록 원시(附原韵)
笑別沙門外    웃으면서 절문 밖에서 이별하는데
歸雲曉色微    돌아가는 구름에 새벽빛 희미하네
聦明今太釋    총명한 큰스님
團扇替留衣    둥근 부채를 주며 옷을 대신하네300)
삼은 사군과 동박천 학사에게 받들어 주다(奉寄三隱使君兼東愽泉學士)
雲埋幽壑樹藏溪  구름은 골짝에 자욱하고 숲속엔 숨은 시냇물 소리만
嘿坐禪窓日欲低  말없이 선방에 앉았으니 창으로 해 지려 하네
大手割雞鵬海上  큰 솜씨로 바닷가 작은 고을 다스리고
雄才賦鵩鴨江西  뛰어난 재주로 압록강 서쪽에서 복조를 노래하네301)
傷時儘可堪流涕  시절을 아파하여 참을 수 없는 눈물 흘리니
去國應非爲送啼  도성 떠나는 이별의 눈물은 아니리
一寸之心懸兩處  멀리서 두 곳 그리워하는 마음에
夢中來徃路多迷  꿈속을 왕래하며 길 헤맨 적 많다네302)
경 스님이 화 수좌에게 준 시에 차운하다(次瓊老師贈和首座韵)
薙髮從師自少年  어려서부터 삭발하고 스승을 쫓아
衲衣笻杖任隨緣  중 옷에 지팡이 짚고 인연 따라 몸을 맡겨
銀山竪志難摧折  은산철벽의 곧은 의지는 꺾기가 힘들고
玉鏡澄心絕累牽  옥거울처럼 맑은 마음은 얽매이지 않노라
幽鳥語時行樹下  그윽한 새 울 때 숲속을 다니고
冷猿啼處宿雲邊  찬 원숭이 우는 곳 구름 가에 잠드네
誦禪纔罷團蒲靜  송경과 참선 끝나자 포단은 고요한데
獨把花枝一輾然  홀로 꽃가지 들고 껄껄 한번 웃노라303)
책 읽는 학생들에게 보이다(示讀書諸生)
淨掃心塵閉六窓  맑게 마음의 먼지 닦아 내고 육근의 창을 닫아걸어
終期一口吸西江  끝내 서강의 물 다 마시기304)를 기약하리라
安禪只爲除疑網  참선하는 것은 의심의 그물을 제거하기 위함이요
學道先須折慢幢  도를 배우는 데는 먼저 아만의 기를 꺾어야 한다네
晴對斷崖看好樹  낮에는 깎아지른 절벽을 마주하며 아름다운 나무 바라보고
晩憑危閣聽流淙  저녁엔 높은 누각을 의지하여 시냇물 소리를 듣노라
世間技癢都消盡  세간의 기양305)을 모두 녹여 버렸으나
唯有詩魔未得降  시마만은 항복시키지 못했구나
고부 군수 정 사군의 만일사 유람시에 공경히 차운하다(敬次古阜鄭使君遊萬日寺韵)
海山高處有樓臺  신선산 높은 곳에 누대가 있으니
歲久傾摧畫雜苔  오랜 세월에 기울고 무너져 그림에는 이끼가 듬성듬성
松逕晩因遊客掃  저물녘엔 나그네를 위해 소나무 길 청소하고
竹窓晴爲使君開  낮 동안엔 사군을 위해 대나무 창 열어 놓았네

008_0460_a_01L三隱使君寄扇二柄兼示以詩次韵

008_0460_a_02L
憶昨溪頭別肩輿上翠微

008_0460_a_03L唯應驚白鶴松露滴蘿衣

008_0460_a_04L附原韵

008_0460_a_05L
笑別沙門外歸雲曉色微

008_0460_a_06L聦明今太釋團扇替留衣

008_0460_a_07L奉寄三隱使君兼東愽泉學士

008_0460_a_08L
雲埋幽壑樹藏溪嘿坐禪窓日欲低

008_0460_a_09L大手割雞鵬海上雄才賦鵩鴨江西

008_0460_a_10L傷時儘可堪流涕去國應非爲送啼

008_0460_a_11L一寸之心懸兩處夢中來徃路多迷

008_0460_a_12L次瓊老師贈和首座韵

008_0460_a_13L
薙髮從師自少年衲衣笻杖任隨緣

008_0460_a_14L銀山竪志難摧折玉鏡澄心絕累牽

008_0460_a_15L幽鳥語時行樹下冷猿啼處宿雲邊

008_0460_a_16L誦禪纔罷團蒲靜獨把花枝一輾然

008_0460_a_17L示讀書諸生

008_0460_a_18L
淨掃心塵閉六窓終期一口吸西江

008_0460_a_19L安禪只爲除疑網學道先須折慢幢

008_0460_a_20L晴對斷崖看好樹晩憑危閣聽流淙

008_0460_a_21L世間技癢都消盡唯有詩魔未得降

008_0460_a_22L敬次古阜鄭使君遊萬日寺韵

008_0460_a_23L
海山高處有樓臺歲久傾摧畫雜苔

008_0460_a_24L松逕晩因遊客掃竹窓晴爲使君開

008_0460_b_01L靑螺幾點浮疑動  푸른 봉우리 몇 점이 둥둥 떠서 움직이는 듯하고
白鳥孤飛去復廻  흰 새 한 마리 날아갔다 다시 돌아오네
最是瀛洲形勝地  이곳이 신선산의 가장 뛰어난 곳이니
何須駕鶴訪蓬萊  학을 타고 봉래를 찾을 필요 있겠나
부록 원시(附原韵)
穿林渡澗訪禪臺  숲을 뚫고 시내를 건너 신선대를 찾아가니
古寺僧殘閉碧苔  오래된 절에 중도 없고 푸른 이끼 문 닫혀 있네
十二瀛壼雲外立  열두 개 신선산은 구름 밖에 서 있고
三千世界眼中開  삼천대천세계는 눈앞에 펼쳐졌도다
天連滄海茫茫濶  하늘은 아득하게 맑은 바다와 이어져 광활하고
地闢靑蠻遠遠廻  땅은 멀리까지 푸른 산봉우리로 열려서 둘러 있네
半日偸閑遊賞富  한가한 틈을 내어 반나절 노닐며 감상하니
歸來怳若到蓬萊  돌아오는 길은 마치 봉래산에 이르는 듯하구나
붓을 날려 삼십 운을 지어 형 사미에게 주다(走筆三十韵贈浻沙彌)
士衡二十作文賦  사형306)은 스무 살에 문부를 지었다지만
沙彌二十通三藏  사미는 스무 살에 삼장을 통달하였네
秘義羅穿缾瀉敏  비밀스런 뜻을 망라해 관통함이 병을 붓듯이 빠르니
况復當仁故不讓  하물며 스승에게도 사양하지 않으리307)
志操貞松守歲寒  지조는 곧은 소나무가 세한에도 절개를 지키듯 하고
梵行明珠洗塵坱  범행은 밝은 구슬이 먼지를 닦아 빛나는 듯하다네
困來眠處或枕肱  피곤하면 자는 곳에서 팔베개하거나
飢則齋時但收橡  배고프면 재 지낼 때 상수리를 주울 뿐
蓬萊萬二杖六環  봉래산 만이천봉을 육환장308)으로 다니고
世界三千鞋一緉  삼천대천세계를 신발 한 켤레로 걸어서
淸晨潄齒涉岩流  맑은 새벽엔 바위의 시내를 건너고
白日安禪倚松幌  한낮에는 소나무 휘장에 기대 참선하네
烟蘿碧洞䆗窱入  이내 낀 벽라 계곡으로 깊이 들어가고
石棧靑壁寅緣上  돌사다리 부여잡고 푸른 절벽을 오르니
精廬結構近絕頂  절집을 정상 가까이에 지어 놓아
居住自然氣淸爽  거주가 자연스러워 기운은 맑고 상쾌하구나
孱顏列峀在平臨  험준하게 늘어선 봉우리 마주 보이니
駭矚壞觀恣心賞  놀란 눈으로 빼어난 경치 마음대로 감상하네
伊余年來病支離  이 내 신세 몇 년 동안 병이 낫질 않아
坐則隱几行倚杖  앉아서는 궤안에 기대고 걸을 때 지팡이에 의지하네
玄關未透趙州無  조주의 무자 화두 현관309)을 투철하지 못했는데
鬚髮漸白空懷曩  머리는 점점 백발이 되어 부질없이 옛일을 생각하노라
靑春瞥眼謝朱明  푸른 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더운 여름310)에게 작별하니
洞僻林幽誰過訪  궁벽한 골짜기와 깊은 숲속을 누가 찾아오리
跫音石路叩岩扃  돌길에 사람 발자국 소리 바위 빗장을 두드리니
獨有沙彌能來徃  사미가 홀로 왕래할 뿐이네
折節拳跽疑吐雌  몸을 숙여 예를 갖추고 부드러운 말로
請益柩衣於凾丈  함장311)에 나아가 가르침을 청하네
雖知人患好爲師  사람이 스승 되기 좋아함이 병통이지만
是心而至終難攘  이 마음 지극하여 끝내 물리치기 어려워라
不多時月與擊蒙  짧은 세월에 어리석음을 물리쳤으니
譬如有根木易長  비유하면 뿌리가 있는 나무가 잘 자라는 법

008_0460_b_01L靑螺幾點浮疑動白鳥孤飛去復廻

008_0460_b_02L最是瀛洲形勝地何須駕鶴訪蓬萊

008_0460_b_03L附原韵

008_0460_b_04L
穿林渡澗訪禪臺古寺僧殘閉碧苔

008_0460_b_05L十二瀛壼雲外立三千世界眼中開

008_0460_b_06L天連滄海茫茫濶地闢靑蠻遠遠廻

008_0460_b_07L半日偸閑遊賞富歸來怳若到蓬萊

008_0460_b_08L走筆三十韵贈浻沙彌

008_0460_b_09L
士衡二十作文賦沙彌二十通三藏

008_0460_b_10L秘義羅穿缾瀉敏况復當仁故不讓

008_0460_b_11L志操貞松守歲寒梵行明珠洗塵坱

008_0460_b_12L困來眠處或枕肱飢則齋時但收橡

008_0460_b_13L蓬萊萬二杖六環世界三千鞋一緉

008_0460_b_14L淸晨嗽齒涉岩流白日安禪倚松幌

008_0460_b_15L烟蘿碧洞䆗窱入石棧靑壁寅緣上

008_0460_b_16L精廬結構近絕頂居住自然氣淸爽

008_0460_b_17L孱顏列峀在平臨駭矚瓌觀恣心賞

008_0460_b_18L伊余年來病支離坐則隱几行倚杖

008_0460_b_19L玄關未透趙州無鬚髮漸白空懷曩

008_0460_b_20L靑春瞥眼謝朱明洞僻林幽誰過訪

008_0460_b_21L跫音石路叩岩扃獨有沙彌能來徃

008_0460_b_22L折節拳跽疑吐雌請益柩衣於凾丈

008_0460_b_23L雖知人患好爲師是心而至終難攘

008_0460_b_24L不多時月與擊蒙譬如有根木易長

008_0460_c_01L義天高濶義海深  뜻의 하늘 높고 넓으며 뜻의 바다 깊어
星象粲然波蕩瀁  별들은 찬란하게 빛나고 파도 크게 넘실거리네
方今闡提附佛法  지금 천제312)가 불법을 만나
薙髮畦衣交謫謗  삭발하고 휴의 입고 서로 꾸짖고 비방하리니
哀哉無限蠢蠢徒  슬프구나! 어리석은 수많은 사람들
未識浮生唯一餉  헛된 인생 잠깐 사이임을 알지 못하니
誰能拔俗適所適  누가 세속에서 초탈하여 가야 할 곳을 갈 수 있으리
嗜慾聲利爭趍向  욕망에 탐닉하고 명성과 이익 향해 다투어 나아가니
其中幸有志圖南  그 가운데 다행히 대붕의 뜻313)을 가지고 있어
馳騖猿心騰似量  놀라 달아나는 원숭이의 마음 뛰어올라 헤아리는 듯
惟爾爲懷即不然  오직 너의 심회는 그렇지 않아
浮世賓名非所仗  헛된 세상의 명성에 의지하지 않으니
丱年髫齒辭燬宅  어린 나이에 불타는 세속을 버리고는
不下塵寰自高尙  세속으로 내려가지 않고 스스로 뜻을 높이네
千尋苦海黑風翻  깊고 깊은 고통의 바다 폭풍 불어 뒤집혀지는데
擬作舟航駕高浪  배를 만들어 높은 파도를 저어가듯
瞿曇之裔三十三  부처의 후예 삼십삼 선지식을
彼何人也追攀仰  저 어느 사람이 또한 쫓아서 우러르려나
文章於道未爲尊  문장은 도의 세계에선 높지 않으니
肎以嘲咏勞懷想  생각 수고롭게 하여 시문 짓겠나
間或歌嘆佛之德  간혹 부처의 덕을 노래하여 찬미하니
一句一偈皆激壯  한 구 한 게가 모두 격렬하고 장엄하구나
經營法門作棟樑  법문을 경영하는 대들보가 되어
領袖緇衲爲龍象  승려들의 영수가 되는 고승대덕이 되리라
眘勿以此即爲足  삼가 이것으로 만족하지 말기를
猶是醯雞皷瓮盎  오히려 초파리314)가 항아리를 나는 것과
那吒眼豁頂門前  나타태자315)의 눈이 정수리316)에서 확 열리게 되면
沙界惟能可運掌  사바세계를 손바닥 안에서 움직일 수 있으리

008_0460_c_01L義天高濶義海深星象粲然波蕩瀁

008_0460_c_02L方今闡提附佛法薙髮畦衣交謫謗

008_0460_c_03L哀哉無限蠢蠢徒未識浮生唯一餉

008_0460_c_04L誰能拔俗適所適嗜慾聲利爭趍向

008_0460_c_05L其中幸有志圖南馳騖猿心騰似量

008_0460_c_06L惟爾爲懷即不然浮世賓名非所仗

008_0460_c_07L丱年髫齒辭燬宅不下塵寰自高尙

008_0460_c_08L千尋苦海黑風翻擬作舟航駕高浪

008_0460_c_09L瞿曇之裔三十三彼何人也追攀仰

008_0460_c_10L文章於道未爲尊肎以嘲咏勞懷想

008_0460_c_11L間或歌嘆佛之德一句一偈皆激壯

008_0460_c_12L經營法門作棟樑領袖緇衲爲龍象

008_0460_c_13L眘勿以此即爲足猶是醯雞皷瓮盎

008_0460_c_14L那吒眼豁頂門前沙界惟能可運掌
  1. 1)이내 낀 등라(烟蘿) : 연라烟蘿는 불교 사원의 별칭으로도 쓰인다.
  2. 2)누런 규룡의 알(虯卵) : 귤을 비유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에서 규란은 홍시紅柹를 비유하여 한유韓愈의 ≺詠柹詩≻에 “붉은 용의 알을 까마귀가 쪼아 먹네(金烏下啄赭虯卵)”라고 하였는데, 이 시의 누런 규란은 귤을 가리킨다.
  3. 3)늘 주인공을 부르네 : 당나라 서암 사언瑞巖師彦이 ‘주인공主人公’을 화두로 삼았으므로, 이 시에서는 동일한 법호를 가진 서암 노인의 참선하는 모습을 ‘주인공’ 화두와 연관시켜 묘사한 듯하다.
  4. 4)황계黃溪 : 제1구의 ‘유령柳嶺’과 함께 지명인 듯하나 미상이다. 『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경상도 합천군 서쪽 30리에 황계폭포黃溪瀑布가 있으며, 그 밑에 깊은 못이 있다고 하였으나 황계는 미상이다.
  5. 5)구름과 나무(雲樹) :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우知友를 그리워할 때 쓰는 시어詩語이다. 두보杜甫의 ≺春日憶李白≻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두고, 함께 글을 자세히 논해 볼까(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6. 6)동명東溟 : 정두경鄭斗卿(1597~1673)을 가리킨다. 동명의 본관은 온양溫陽이고 자는 군평君平이다. 이항복李恒福의 문인으로 1629년(인조 7) 별시문과에 장원하여 부수찬, 정언, 직강直講 등을 지냈고, 1650년(효종 1) 교리로서 풍시諷詩 20편을 찬진撰進하여 왕으로부터 호피虎皮를 하사받았다. 시문과 서예에 뛰어났고 대제학에 추증되었다. 문집에 『東溟集』이 있다.
  7. 7)손작孫綽 : 진晉나라 손작은 자가 흥공興公으로, 십여 년 동안 산수山水를 유람한 뒤에, 산림山林에 은거하려고 마음먹은 처음의 뜻을 마침내 이루게 되었다는 내용의 ≺遂初賦≻를 지었다. 『晉書』 권56 「孫綽傳」.
  8. 8)땅에 던져~시험해 보게나 : 진晉나라 손작孫綽이 일찍이 ≺遊天台山賦≻를 지어 그의 벗 범영기范榮期에게 보이면서 “경은 땅에 던져 보시오. 금석 소리가 날 것이오.(卿試擲地。 要作金石聲。)”라고 말하였다. 범영기는 “그대가 말한 금석의 소리라는 것은 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아닐 테지.”라고 되받았다. 그러나 범영기가 손작의 작품을 읽어 보니 구절마다 아름다운 표현인지라 문득 “글을 지으려면 이렇게 지어야 해.”라고 말하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이 고사는 『晉書』의 「孫綽傳」과 『世說新語』의 「文學」편에 실려 있다.
  9. 9)절집(初地) : 초지初地는 『華嚴經』 십지十地의 제일지第一地로서 환희지歡喜地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사찰을 뜻한다. 당唐나라 왕유王維의 ≺登辨覺寺≻에 “대숲 길은 초지로부터 뻗었고, 연봉은 화성에서 솟았어라(竹逕從初地。 蓮峯出化城。)”라고 하였다.
  10. 10)≺양춘곡(陽春)≻ : 전국시대 초楚나라 가곡인 ≺陽春曲≻을 가리킨다. ≺陽春曲≻은 ≺白雪曲≻과 함께 따라 부르기 어렵기로 유명한 고아高雅한 가곡 이름이다. 춘추시대에 초나라에서 어떤 나그네가 하리下里와 파인巴人의 노래를 부르니 수천 명이 따라 불렀고, 양아陽阿와 해로薤露의 노래를 부르니 몇백 명이 따라 불렀는데, 양춘陽春과 백설白雪의 노래를 부르니 몇십 명밖에 따라 부르지 못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文選』 「宋玉對楚王問」.
  11. 11)하늘 연못(天池) : 바다 주변의 산이므로 천지는 바다를 가리킬 수도 있다. 즉 『莊子』 「逍遙遊」에 “그 새가 가면 장차 남명南溟으로 갈 것인데, 남명은 천지天池이다.”라고 했다.
  12. 12)나무를 베어~바탕에 쓰리라: 작수백斫樹白이란 나무껍질을 벗겨 내 흰색의 목질을 드러낸 뒤에 글을 쓴다는 말로, 이 말은 본래 『史記』 「孫子吳起列傳」에 나온다.
  13. 13)순천(小江南) : 경치 좋기로 유명한 중국의 양자강揚子江 남쪽 지방을 압축해서 옮겨 놓은 듯하다는 말로, 여기에서는 산수山水가 기이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순천의 별칭이다. 『新增東國輿地勝覽』 권40 「順天都護府」.
  14. 14)훗날 그릇됨을 알리라 : 『淮南子』에 50세가 되어 49년간의 잘못을 깨달았다는 말이 있다.
  15. 15)천중절天中節 : 음력 5월 5일. 즉 단오절端午節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16. 16)부모님께 진지 올릴 때(視膳) : 자식이 부모에게 봉양하는 예禮이다.
  17. 17)물거품으로 서로~주는 것 :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어울려 회포를 푼다는 말이다. “물이 바짝 마르게 되면 물고기들이 서로 입김을 불어 축축하게 해 주고 거품으로 적셔 주곤 한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는 말이 있다. 『莊子』 「大宗師」.
  18. 18)은거하는구나(陸沈) : 육침陸沈은 물이 없는데도 육지에 빠졌다는 말로, 은거隱居를 비유한다. 또한 저잣거리에 숨어 사는 대은大隱처럼 세상 사람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생활을 가리킨다.
  19. 19)허현도許玄度 : 현도는 동진東晉 때의 명사였던 허순許詢의 자이다. 승려 지도림支道林과 교유하면서 청담淸談으로 일세를 풍미하였다.
  20. 20)윤언允言 : 노 수재와 같은 성씨인 노륜盧綸을 가리키는 듯하다. 윤언은 노륜의 자로, 하동河東 사람이다. 대력 초에 두어 차례나 진사과의 과거를 보았으나 급제하지 못하였는데, 원재元載가 그 글을 취하고 위에 올려서 문향위閿鄕尉에 보직되었고 여러 번 진급하여 감찰어사監察御史가 되었으나 병을 칭탁하고 돌아갔다. 정원貞元(785~804) 중엽에 윤綸의 외숙인 위거모韋渠牟가 그의 재능을 표로 올리자 임금이 그를 부르고 자신이 지은 글이 있으면 문득 그 글에 화답케 하였다. 그는 혼함渾瑊을 따라 하중역河中驛에 있었는데 조정에서 불렀으나 마침 죽고 난 뒤였다. 그러자 헌종憲宗이 조서를 내려 그가 남긴 문집을 찾게 하였고 문종文宗은 더욱 그의 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의 시는 미묘한 이치를 깨달아 들어갔는데 엄우嚴羽가 ‘투철透徹한 깨달음이다’라고 한 말에 거의 가까웠다. 시집 10권이 있다.
  21. 21)≺자허부≻를 바쳐야 하리 : 한 무제가 사마상여司馬相如의 ≺子虛賦≻를 읽고 탄복하자 옆에 있던 양득의楊得意가 “그 부는 바로 신의 한 고향 사람 상여가 지었다.”고 대답하니 무제가 상여를 불러 보고 다시 ≺上林賦≻를 짓도록 하였다. 『史記』 「司馬相如傳」.
  22. 22)서로 헤어짐에~웃을 뿐 :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 살던 진晉나라 고승 혜원慧遠이 손님을 전송할 때에도 앞 시내인 호계虎溪를 건너지 않았는데, 도잠陶潛과 육수정陸修靜을 배웅할 때 자신도 모르게 호계를 건너게 되어, 세 사람이 크게 웃으며 헤어졌다는 ‘호계삼소虎溪三笑’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23. 23)많은 나이(大年) : 대년大年은 고년高年이나 장수長壽를 가리킨다. 『莊子』 「逍遙遊」에 “상고에 큰 춘나무가 있었는데, 8천 년을 봄으로 하고 8천 년을 가을로 한다.”고 하였다.
  24. 24)시를 지을~꼬게 되는구나 : 당나라 노연양盧延讓의 ≺苦吟≻에 “시 읊어 한 글자를 안배하느라, 두어 가닥 수염을 꼬아 끊었네(吟安一個字。 撚斷數莖鬚。)”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시구를 퇴고推敲하면서 괴로이 읊조리는 것을 형용한 말이다.
  25. 25)눈꽃(六出) : 다른 꽃은 꽃잎이 다섯인데 눈雪은 모양이 육각六角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육출화六出花, 육출공六出公이라고 한다.
  26. 26)대나무(此君) : 위진남북조시대 명필가 왕희지王羲之의 아들인 왕휘지王徽之는 평생을 달관된 자세로 고고하게 살면서 대나무를 심으며 “이 친구(此君)가 없으면 어찌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라고 했다고 한다.
  27. 27)죽순(籜龍兒) : 죽순은 껍질이 알록달록하기 때문에 탁룡籜龍 또는 용손龍孫 등으로 일컬어진다.
  28. 28)단혈丹穴 : 『山海經』 「南山經」에는, 단혈산丹穴山에 마치 닭처럼 생기고 금과 옥이 널려 있듯 오색의 무늬를 가진 봉황새가 산다고 하였다.
  29. 29)아름다운 그대(瓊枝) : 경지瓊枝는 옥수玉樹와 같은 말로 재질이 우수한 인재를 비유하는 말이다.
  30. 30)월성月城 : 경주도호부를 가리킨다.
  31. 31)영각鈴閣 : 영재鈴齋와 같은 뜻으로, 장수나 지방 장관이 집무하는 곳을 말한다.
  32. 32)≺고산곡高山曲≻ : 옛날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탔고, 종자기鍾子期는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는데, 백아가 뜻을 고산高山에 두고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좋다, 험준함이 마치 태산泰山 같도다.”라고 하였다는 데에서 유래한 곡조이며, 여기에서는 높은 산의 곡조가 방장산을 연상시켜서 말한 듯하다.
  33. 33)아이(添丁) : 첨정添丁은 자식을 가리킨다. 당나라의 시인 노동盧仝이 국가의 부역에 봉사하라는 뜻으로, 자기 아들의 이름을 첨정이라 지은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철없는 아이를 가리킨다.
  34. 34)구용九容 : 신체의 아홉 가지 부분의 태도로서, 즉 발의 태도는 묵중하게, 손의 태도는 공순하게, 눈의 태도는 단정하게, 입의 태도는 얌전하게, 말소리는 조용하게, 머리의 태도는 곧게, 기색은 엄숙하게, 서 있는 태도는 덕스럽게, 낯빛은 씩씩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論語』 「季氏」, 『禮記』 「玉藻」.
  35. 35)심천사深泉寺와 망월사望月寺 : 심천사·망월사는 모두 경상도 경산현 동학산動鶴山에 있는 사찰이다. 『新增東國輿地勝覽』 26권.
  36. 36)호령湖嶺 :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칭한다.
  37. 37)지도림 : 주 19 참조.
  38. 38)집구集句 : 자신이 지은 시詩가 아니고 다른 시인의 작품에서 한 구句씩 떼어서 한 편으로 만든 것이다.
  39. 39)흑두공黑頭公 : 머리가 검은 장년壯年으로 삼공三公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이른다.
  40. 40)문수보살(曼殊) : ⓢ Mañju. 만유滿濡, 만유曼乳. 묘妙의 뜻이며, 만수실리曼殊室利(ⓢ Mañjuśrī)의 약칭이다. 묘덕妙德, 묘길상妙吉祥의 뜻으로 사대보살의 하나이다.
  41. 41)연방蓮榜 : 소과인 생원시生員試나 진사시進士試에 급제한 것을 말한다. 대과大科에 급제한 것은 계방桂榜이라고 한다.
  42. 42)안탑鴈塔 : 당나라 때 현장玄奘이 섬서성 장안의 동남쪽 곁에 안탑을 세우고 인도에서 들여온 불경과 불상을 수장하였다. 당 중종中宗 말기부터 진사에 급제한 사람을 황제가 곡강曲江 가에서 잔치를 베풀어 주고 안탑에 그 이름을 썼다고 한다. 이 시에서도 진사에 급제한 것을 안탑 고사에 빗댄 것이다.
  43. 43)말 탄 시인(吟鞭) : 음편吟鞭은 말이나 나귀 등에 탄 시인의 말채찍을 말한다. 대부분은 행음行吟하는 시인을 형용한 것이다.
  44. 44)도반(刘雷) : 유뢰刘雷는 여산盧山 혜원慧遠 스님 주위에 모였던 백련사白蓮社의 인물 가운데 유유민劉遺民·뇌차종雷次宗을 가리킨다.
  45. 45)손잡을(把臂) : 뜻이 같은 친구와 은거하겠다는 말. 『世說新語』에 “사안謝安이 예장豫章을 지나면서 만일 칠현七賢을 만나면 반드시 팔을 잡고 숲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하였다.
  46. 46)푸른 하늘에 맡기네(付蒼天) : 본래의 의미는 군자가 나라에 나가 일을 하거나 물러나는 것을 하늘에 맡긴다는 것이다. 『孟子』 「梁惠王」에 “대도가 행해지게 되면 암암리에 그것을 추진하는 자가 있고 정지하게 되면 그 역시 암암리에 저해하는 자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근본은 천명天命에 있으므로 행해지고 정지하는 일은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47. 47)삼조三祖 : 미상이다. 선종禪宗의 제3조 승찬僧璨을 말하거나 제1조인 달마, 제2조 혜가慧可, 제3조 승찬을 합칭한 듯하다.
  48. 48)석문石門 : 석문문자선石門文字禪을 가리킨다. 이는 송宋대 혜홍慧洪(1071~1128)의 말로 문자선文字禪이라고도 한다. 강서江西 균계筠溪 석문사石門寺의 혜홍 각범慧洪覺範의 시문詩文을 집록한 『筠谿集』이 있다. 1597년 명나라 달관達觀은 서문에서 “덕산과 임제의 방할도 문자가 아닌 것이 없고, 청량과 천태의 경론소도 선이 아닌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혜공의 책은 불학지학不學之學과 불립문자지문자不立文字之文字로 선지禪旨를 발휘하고 있고, 책의 선미禪味가 넘쳐흐른다.”고 하였다.
  49. 49)나를 흥기시키나(起予) : 공자가 복상卜商과 시詩를 말하다가 기뻐하며 “나를 흥기시키는 이는 상商이므로, 같이 시를 말할 만하구나.”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50. 50)≺파곡巴曲≻ : 파巴 땅의 민간 가곡으로, 자기 시에 대한 겸칭이다.
  51. 51)조랑말(款段) : 관단款段은 성질이 본디 느려서 아주 천천히 걷는 말을 가리킨다.
  52. 52)비단 주머니(囊錦) : 낭금囊錦은 시 보따리를 뜻한다. 당唐나라 이상은李商隱의 「李長吉小傳」에 의하면, 장길이 제공諸公과 놀러 나갈 때마다, 어린 종복(奚奴)이 오래되고 허름한 금낭(古破錦囊)을 등에 지고 그 뒤를 따라다녔는데, 장길이 새로운 시를 짓고 나면 곧장 그 금낭 속으로 던져 넣었다고 한다.
  53. 53)두 수재(二妙) : 이묘二妙는 동시대의 재주가 뛰어난 두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진晉나라 때 위관衛瓘이 학문에 조예가 깊고 문장에 능숙하였으며, 상서랑尙書郞 돈황敦煌, 삭정索靖은 둘 다 초서草書를 잘 썼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일대이묘一臺二妙라 하였다.
  54. 54)범패(魚梵) : 목어木魚를 두드리면서 경전을 암송하고 염불하는 소리를 가리킨다.
  55. 55)총명함(寧馨) : 진나라 때 왕연王衍이 어려서 매우 총명하고 풍채가 뛰어났는데, 그가 젊어서 일찍이 산도山濤를 방문했을 때 산도가 그를 보고 한참 동안 감탄을 하더니, 그가 떠날 때는 또 그를 눈여겨보면서 “어떤 아낙네가 이러한 아이를 낳았단 말인가?(何物老媼。 生寧馨兒。)”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총명하고 영특함을 의미한다. 『晉書』 권43 「王衍傳」.
  56. 56)옛 종이만 뚫고 있다면(鑽古紙) : 『傳燈錄』에 “신찬선사神瓚禪師가 하루는 벌이 창호지를 뚫는 것을 보고서 말하기를 ‘세계가 저렇게 광할한데 선뜻 나가지 못하고 옛 종이만 뚫는구나.’”라고 한 고사가 있다.
  57. 57)김해(首露) : 김해金海의 고호가 가락국駕洛國이고 가락국의 시조가 김수로왕金首露王이므로 김해를 이른다.
  58. 58)옛 왕국의 슬픔(黍離) : 본래 『詩經』 「王風」의 첫 편명이다. 동주東周의 대부大夫가 행역行役을 나가는 길에 서주西周 구도舊都인 호경鎬京을 지나다가 서주의 옛 궁전이 폐허가 되어 버린 것을 보고 종주宗周가 멸망한 것을 탄식하여 부른 노래이다. “저 기장이 축 늘어졌거늘, 저 피는 싹이 돋았도다. 힘없이 가는 길 더디기도 해라, 이 마음을 둘 곳이 없도다.(彼黍離離。 彼稷之苗。 行邁靡靡。 中心搖搖。)” 나라 잃은 강개한 마음을 칭하는 말이 되었다.
  59. 59)숭고산(嵩高) : 중국 오악五嶽의 하나로 하남성에 있는 명산이다. 숭산, 숭고산嵩高山, 중악中嶽이라고 하며 뾰족한 봉우리 셋이 있어 산세가 매우 수려하다. 여기에서는 초조 달마가 숭산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 참선하여 오도한 것을 빗댄 것이다.
  60. 60)탕휴湯休 : 남조南朝 송宋의 승려 혜휴惠休를 말하며, 시문에 능하여 세조世祖로부터 환속의 명을 받고 탕湯의 성을 하사받았다.
  61. 61)고승(赤髭) : 적자赤髭는 천축天竺의 불타야사佛陀耶舍로 수염이 붉었다고 한다. 『毗婆沙』를 잘 해설하였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적자비파사赤髭毗婆沙’라고 불렀다. 『高僧傳』 「佛陀耶舍」.
  62. 62)남쪽으로 백십~성을 지나네(南遊百十城) :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선지식을 참례하고자 복성福城에서 시작하여 차례로 남행南行하며 참방한 선지식의 성이 모두 110개이다. 『八十華嚴經』 권78.
  63. 63)보허곡 소리(步虛聲) : 보허는 신선이 허공을 밟고 돌아다닌다는 뜻이며, 보허곡은 보통 도교道敎에서 경을 외우며 찬미하는 노래를 말하므로 범패에 빗대고 있다. 도사道士 오균吳筠이 지은 ≺步虛詞≻가 있다.
  64. 64)복천福川 : 전라도 동복현同福縣의 군명. 동복현은 승평, 즉 순천도호부와 동서로 붙어 있다. 『新增東國輿地勝覽』 권40.
  65. 65)이렇게 새로~찾아가기 어려워라 : 진晉나라 왕휘지王徽之가 눈 덮인 달밤에 산음山陰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가, 불현듯 섬계剡溪에 있는 벗 대규戴逵가 보고 싶어져 밤새도록 배를 몰고 그 집 앞에까지 갔다가 날이 밝자 그냥 돌아오면서, 흥이 일어나서 찾아갔다가 흥이 다해서 돌아왔다고 말한 고사를 빗댄 듯하다. 『世說新語』 「任誕」.
  66. 66)낭선浪仙 : 당唐의 시인 가도賈島를 가리킨다. 낭선은 가도의 자字이다.
  67. 67)성인이 안아 보낸 기린아(猉獜抱送兒) : 두보杜甫가 서경의 두 아들을 칭찬하여 ≺徐卿二子歌≻를 지은 데서 온 말로, “그대는 못 보았나 서경의 두 아들 뛰어나게 잘난 것을, 길한 꿈에 감응하여 연이어 태어났다네. 공자와 석가가 친히 안아다 주었다니, 두 아이는 모두가 천상의 기린아일세.(君不見徐卿二子生絶奇。 感應吉夢相追隨。 孔子釋氏親抱送。 竝是天上麒麟兒。)”라고 하였다.
  68. 68)공중에 솟아 있고(揷太虛) : 송宋나라 시인 반랑潘閬이 오악五嶽 가운데 하나인 섬서陝西 화산華山의 경치를 몹시 사랑하여 지은 시에 “화산의 삼봉三峯이 공중에 솟은 것을 사랑하여, 머리를 쳐들고 바라보느라고 나귀를 거꾸로 탔네.(高愛三峯揷太虛。 昻頭吟望倒騎驢。)”라고 했다.
  69. 69)상사일上巳日 : 음력 3월 상순에서 지지地支의 사巳가 해당하는 날로 삼월 삼짇날을 가리킨다.
  70. 70)호방한 시객(詩豪) : 당나라의 백거이白居易가 유우석劉禹錫을 시호詩豪로 추천하고 그의 시를 무척 아꼈다고 한다.
  71. 71)안기자安期子 : 진시황秦始皇 때에 동해의 선산仙山에 살았다는 전설상의 신선 안기생安期生을 말한다.
  72. 72)칠보산(七寶) : 함경도 명천현의 동쪽 56리에 칠보산이 있다고 한다. 『新增東國輿地勝覽』 권50.
  73. 73)신령한 샘의 근원 : 원문은 ‘영원靈源’. 혹은 신비한 약수가 샘솟는다는 영원산을 뜻하기도 한다.
  74. 74)허현도(玄度) : 현도玄度는 동진東晉 허순許詢의 자字이다. 현도는 승려 지도림支道林과 교유하면서 청담으로 일세를 풍미하였다. 유윤劉尹이 그에 대해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대하노라면, 문득 현도가 생각난다.(淸風朗月。 輒思玄度。)”고 평한 말이 유명하다. 『世說新語』 「言語」.
  75. 75)청상淸商 : 오음五音 궁宮·상商·각角·치徴·우羽의 하나로, 상의 소리가 특히 맑고 슬픈 음조이다.
  76. 76)남방(南紀) : 남국南國의 강기綱紀라는 뜻으로 그 지방의 형승을 말한다. 『詩經』의 “넘실넘실한 강한은 남국의 벼리다.(滔滔江漢。 南國之紀。)”에서 나온 말이다.
  77. 77)석호石虎 : 범처럼 생긴 돌로, 옛날 초楚나라의 웅거자熊渠子가 밤에 길을 가다가 돌을 엎드려 있는 범으로 착각하여 활을 쏘았는데 화살이 깊이 박혔다. 그 뒤에 돌임을 확인하고 다시 화살을 쏘았으나 촉이 들어가지 않고 흔적조차 나지 않았다. 이것은 처음에는 거자가 범인 줄 알고 정성을 다해 쏘았기 때문에 돌이 쪼개진 것이라 한다. 『韓詩外傳』.
  78. 78)다문제일多聞第一 : 아난은 세존의 십대제자 가운데 다문제일의 제자로, 세존이 멸도한 뒤에 마하가섭摩訶迦葉이 불교의 경적經籍인 삼장三藏을 결집할 때에 아난으로 하여금 사자좌에 올라 세존의 설법說法을 부연하도록 했으므로, 여기에서는 불경을 탐구하는 교종을 가리킨다.
  79. 79)나를 흥기시키는 상이니 : 주 49 참조.
  80. 80)공적으로 사적으로~것 아니라네 : 진晉나라 혜제惠帝가 태자太子로 있을 때 화림원華林園의 개구리 소리를 듣고는 “이 노랫소리가 공적인 것이냐 사적인 것이냐?(此鳴爲官乎爲私乎)”라고 물었다고 한다. 『晉中州記』.
  81. 81)두승산斗升山 : 전라도 고부군古阜郡 동쪽 5리에 있다고 한다. 『新增東國輿地勝覽』 권33.
  82. 82)전의田衣 : 승려가 입는 가사袈裟의 별칭이다. 그 옷의 도안圖案이 종횡으로 펼쳐진 밭고랑처럼 네모진 모양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수전水田처럼 되었으므로 수전의水田衣라고도 한다.
  83. 83)천종千鍾 : 종鍾은 부피를 재는 도구의 이름인데, 곡斛 4두斗에 해당한다.
  84. 84)육운陸雲 : 진晉의 유명한 문학가인 육기陸機의 동생이다. 그들이 낙양洛陽에 들어가 사공司空으로 있던 장화張華를 찾아가자, 장화가 한번 보고는 기특하게 여겨 명사名士로 대접하면서 제공諸公에게 천거했던 고사가 있다. 『三國志』 권58 「吳書·陸遜傳」.
  85. 85)소순기蔬荀氣 : 승려들은 채소를 주로 먹기 때문에 나물과 죽순은 그들의 본색이지만, 문장을 짓는 데에는 본색을 초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불교 냄새가 난다는 말이다.
  86. 86)포고布鼓 : 포고布鼓는 베로 만든 북으로 소리가 잘 나지 않는 북이다. “포고를 가지고 뇌문雷門을 지나가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87. 87)습가지習家池 : 정원 이름. 진晉나라 산도山濤의 아들 산간山簡이 정남장군征南將軍으로 양양襄陽을 진수鎭守하면서 나가 놀기를 좋아하여, 양양의 호족豪族 습욱習郁의 화려한 정원 습가지에 배를 띄워 술 마시며 노닐었던 고사에서 유래한다. 호수에 나가 배 위에서 노니는 흥겨운 주연酒宴을 비유할 때 쓰게 되었다. 『世說新語』 「任誕」.
  88. 88)유진석柳震錫 : 『藥泉集』에 의하면 유진석은 부제학副提學 유희춘柳希春의 후손으로 곤궁하게 살면서도 책을 읽어 입지立志가 확고하고 과거 공부를 사절하여 영화로운 벼슬에 뜻이 없으니, 도道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훌륭하다고 칭찬하였다고 한다. 또한 약천은 유진석의 나이가 젊지만 재주와 행실이 가상하니, 지금 조정에서 사방으로 현자를 부르는 때에 마땅히 등용해야 한다고 상소하였다. 신독재의 문인이며 참봉으로 담양에 살았다고 한다.
  89. 89)좌망坐忘 : 『莊子』 「大宗師」에 나오는 말로, 주객主客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와 합일된 정신의 경지를 뜻하는데, 불가佛家의 삼매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90. 90)명교名敎 :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인륜과 명분을 밝힌 가르침으로, 곧 유교를 뜻한다.
  91. 91)창랑수에 발을 씻고 :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孟子』 「離婁」.
  92. 92)기수에서 목욕하고 읊조리며 돌아오는구나 : 『論語』 「先進」에 “늦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浴乎沂) 무우舞雩에서 바람 쐰 뒤에 노래하며 돌아오겠다.(詠而歸)”는 증점曾點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93. 93)정처 없는 쑥대(斷蓬) : 단봉斷蓬은 뿌리 꺾인 쑥대를 뜻하는 말로, 정처가 없다는 뜻이다.
  94. 94)도연명은 본래~것 싫어했다네 : 진晉의 도잠陶潛이 팽택현령彭澤縣令으로 있을 때 군郡에서 파견한 독우督郵의 시찰을 받게 되었는데 아전이 도잠에게 의관을 갖추고 독우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하자, 도잠이 탄식하면서 “내가 쌀 다섯 말 때문에 허리를 꺾어 향리의 어린아이에게 굽실거릴 수 없다.(我不能爲五斗米折腰向鄕里小兒。)”고 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고사가 전한다. 『晉書』 권94 「陶潛列傳」.
  95. 95)사현휘謝玄暉 : 현휘玄暉는 육조六朝 남제南齊 때의 시인 사조謝脁의 자인데, 특히 오언시에 뛰어났고, 문 또한 청려淸麗하기로 명성이 높았다. 이 시에서는 안 사군을 선성태수宣城太守였던 사현휘에 빗댄 것이다.
  96. 96)낭선군朗善君 : 선조宣祖의 12남 인흥군仁興君 이영李瑛의 아들이다. 이름은 우俁, 호는 관란정觀瀾亭으로 글씨에 뛰어났다. 『大東金石錄』과 『大東名筆帖』 등 많은 책을 편했다.
  97. 97)네 호걸(四豪) : 전국시대의 맹상군孟嘗君과 평원군平原君, 신릉군信陵君, 춘신군春申君 네 사람을 가리킨다.
  98. 98)가사(屈㫬) : 굴순屈㫬은 서역西域에서 생산되는 대세포大細布를 가리키며, 이것으로 가사를 만든다.
  99. 99)동각의 관매(東閣官梅) : 남조南朝 양梁나라 하손何遜이 심취했던 양주揚州 관아의 매화꽃을 가리킨다. 하손이 양주에 머물면서 매화 한 그루를 사랑하였는데, 뒤에 이를 못 잊어 다시 양주를 자청해서 부임한 뒤 종일토록 나무 밑에서 서성이며 시를 읊었다는 고사가 있다.
  100. 100)수레 덮개 기울여(傾蓋) : 경개여고傾蓋如故의 준말. 『史記』 권83 「鄒陽列傳」에 “흰머리가 되도록 오래 사귀었어도 처음 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수레 덮개를 기울이고 잠깐 이야기했지만 오랜 벗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白頭如新。 傾蓋如故。)”는 말이 나온다.
  101. 101)외손(宅相) : 택상宅相이란 집터의 풍수상의 모습이다. 진晉나라 위서魏舒는 어려서 고아가 되어 외가外家인 영씨寗氏 집에서 자랐다. 영씨네가 집을 새로 지었는데 집의 풍수를 보는 자가 “귀한 외생外甥이 나올 것이다.”라고 하니, 외조모가 내심 위서를 떠올렸다. 이에 위서가 “응당 외가를 위해 택상을 이루겠다.”고 하였는데, 과연 마흔 남짓한 나이에 상서랑尙書郞이 되었다. 『晉書』 권41 「魏舒傳」.
  102. 102)용문龍門 : 후한의 이응李膺이 훌륭한 선비가 아니면 만나지 않았는데 그를 만나면 용문에 올랐다고 하였다.
  103. 103)두렵고 놀라서(適適) : 적적適適은 놀랍고 두려워 실색한 모습이다. 『莊子』 「秋水」에서 “우물 안의 맹꽁이가 바다 이야기를 듣고는 벌벌 떨며 놀라서는 아연실색하였다.(於是埳井之鼃聞之。 適適然驚。 規規然自失也。)”고 하였다.
  104. 104)불도징과 구라라집(澄什) : 징집澄什은 진晉의 고승 불도징佛圖澄과 구마라집鳩摩羅什을 병칭한 것이다.
  105. 105)사령운과 조식(謝曹) : 사조謝曹는 삼국시대 위魏나라 조식曹植과 남조 송나라 시인 사령운謝靈運을 가리킨 듯하다. 사령운이 “천하의 글재주가 모두 합쳐서 한 섬이라면, 조자건 혼자 여덟 말을 차지하고, 나는 한 말이요, 나머지 한 말을 천하 사람들이 나누어 갖고 있다.(天下才有一石。 曹子建獨占八斗。 我得一斗。 天下共分一斗。)”고 말한 일화가 『釋常談』에 실려 있다. 자건子建은 조식의 자이다.
  106. 106)옹도雍陶 : 당대의 시인. 자는 국균國鈞, 성도成都 사람이다. 사부에 능하였다. 어려서 가난하여 촉의 난리를 만난 뒤에 월에 파병되어 떠돌았다. 대화大和 8년 진사에 급제하여 일시에 유명인이 되었고 뛰어난 작품을 지었다. 『唐志集』이 전해진다.
  107. 107)결사結社 : 동진 때 여산의 백련사白蓮社 결성을 염두에 둔 말이다.
  108. 108)종병과 도연명(宗陶) : 종도宗陶는 백련결사에 참여한 종병宗炳과 도연명陶淵明을 가리킨다. 여산 동림사 승려 혜원을 중심으로 승속이 함께 염불 수행을 목적으로 백련사를 결성하고 수행하였기 때문에 한 말이다. 『梁高僧傳』 권6.
  109. 109)삼경三庚 : 1년 중 가장 더운 한여름의 세 경일庚日, 즉 삼복三伏을 가리킨다. 책력에 의하면, 하지 후 셋째 경일로부터 이후 열흘간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로부터 이후 열흘간을 중복中伏, 입추 후 첫째 경일로부터 이후 열흘간을 말복末伏이라 칭하는 데서 온 말이다.
  110. 110)옥 같은 가지(瓊枝) : 경지瓊枝는 옥수경지玉樹瓊枝의 준말로, 귀한 집안의 재질이 우수한 인재를 비유하는 말이다.
  111. 111)도림道林 : 진晉의 고승 지둔支遁으로, 자가 도림이다. 지형산支硎山에 은둔하여 수도했으며 세상에서는 지공支公 또는 임공林公이라 하였다.
  112. 112)반령潘令 : 하양河陽의 수령을 지낸 진晉나라의 문장가 반악潘岳을 가리키며, 반악은 50세에 모친을 모시고 낙수가에 은거하였다.
  113. 113)세 개의 수레(三車) : 『法華經』 「譬喩品」에서 말한 양羊·녹鹿·우牛가 끄는 세 개의 수레를 가리키며, 이는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 삼승三乘에 비유한 것이다.
  114. 114)전삼前三 : 전삼삼 후삼삼前三三後三三의 약칭인데, 삼삼은 무수량無數量의 뜻을 나타낸 말이고, 전과 후는 피차彼此와 같은 뜻으로, 즉 피차 똑같음을 의미한다. 당나라 때 무착 선사無著禪師가 남방南方인 항주杭州에서 문수보살을 알현하기 위해 북방 오대산에 당도하여 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이 무착에게 “어디서 왔는가?”라고 하자, 무착이 “남방에서 왔습니다.”라고 하고, 이어서 묻기를 “북방의 불법佛法은 어떻게 주지住持합니까?”라고 하니, 그 노인이 “용사龍蛇가 혼잡混雜하고 범성凡聖이 동거同居한다.”고 하므로, 무착이 “그것이 얼마나 됩니까?”라고 하자, 노인이 “전삼삼 후삼삼이니라.”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115. 115)삼첩三疊 : 옛 이별곡離別曲인 ‘양관삼첩陽關三疊’의 약칭, ≺陽關曲≻이라고도 한다. 왕유王維의 시≺送元二使安西≻에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는 푸르고 푸르러 버들 빛이 새롭구나. 한 잔 술 더 기울이라 그대에게 권한 까닭은 서쪽으로 양관 나가면 친구가 없기 때문일세.(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고 하였는데, 악부樂府에 편입되어 송별할 때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116. 116)공경의 일(調鼎) : 조정調鼎은 솥에서 끓는 국물의 간을 맞추듯 국사國事를 요리하는 재상을 말한다. 은나라 고종高宗이 일찍이 재상 부열傅說에게 이르기를 “내가 만일 국을 조리하려 하거든 그대가 소금과 매실이 되어 달라.(若作和羹。 爾惟鹽梅。)”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어진 재상이 임금을 보좌하여 나라를 잘 다스리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書經』 「說命」.
  117. 117)작은 마을을 다스릴 인재(百里才) : 백리재百里才는 한 고을을 맡아 다스리기에 적당한 자질의 소유자를 말한다.
  118. 118)제비(烏衣) : 오의烏衣는 제비의 검은 모습을 가리킨다.
  119. 119)쌍성雙城 : 함경남도 영흥군을 가리키며, 오봉산은 영흥군에 있다.
  120. 120)따스한 봄기운(暖律) : 난율暖律은 추율鄒律이라고도 한다. 추연鄒衍은 제齊의 임치인臨淄人인데 연燕의 소왕昭王이 갈석궁碣石宮을 짓고 모셔와 사사하였다. 일찍이 북방에 있는 땅은 아름다우나 추워서 오곡五穀이 나지 않았지만 추연이 율律을 불어 따뜻하게 하자, 화서禾黍가 자라났다고 하는 고사가 있다. 『列子』 「湯問」.
  121. 121)망아지가 틈을 지나듯 빠르나(駒過隙) : 『莊子』 「知北遊」에 “사람이 천지간에 사는 동안은 마치 흰 망아지가 벽의 틈을 지나는 것과 같아서 잠깐일 뿐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세월의 빠름을 비유한다.
  122. 122)천 년~고향으로 돌아온다네 : 요동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이 된 지 천 년 만에 학이 되어 다시 고향을 찾아 요동 성문의 화표주에 내려앉았다는 고사가 있다.
  123. 123)백양나무 : 버드나무와 비슷한 교목喬木으로, 옛날 무덤가에 이 나무를 심었다.
  124. 124)용 잡는 재주(屠龍) : 세상에 발휘하지 못한 채 혼자서 지니고만 있는 특출한 기예를 뜻하는 말이다. 『莊子』 「列御寇」에 “주평만이 지리익에게서 용 잡는 기술을 배웠는데, 천금의 가산을 다 쏟으면서 삼 년 만에 그 기예를 완전히 익혔지만, 그 기교를 발휘해 볼 곳이 없었다.(朱泙漫學屠龍於支離益。 單千金之家。 三年技成。 而無所用其巧。)”는 말이 나온다.
  125. 125)백운편白雲篇 : 도잠陶潛의 시 ≺和郭主簿≻ 가운데 “아득히 흰 구름을 바라본다.(遙遙望白雲。)”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으로 인하여 후세에 ‘백운편’을 은사隱士의 시로 일컬은 데서 온 말이다.
  126. 126)창주滄洲 : 삼국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이 지은 시 ≺爲鄭沖勸晉王箋≻의 “창주를 굽어보며 지백에게 사례하고, 기산에 올라가 허유에게 읍을 한다.(臨滄洲而謝支伯。 登箕山而揖許由。)”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경치 좋은 은자의 거처로 흔히 쓰인다. 『文選』 권20.
  127. 127)술 마시기를(澆書) : 육유陸游의 시 ≺春晩村居雜賦≻에 “요서하여라, 거품 뜬 술잔을 가득 마시고, 탄반하여라, 꿈 나비 침상에 가로누워 자네.(澆書滿挹浮蛆瓮。 攤飯橫眠夢蝶牀。)”라고 한 구절의 자주自注에 “동파 선생은 새벽 술 마시는 것을 요서라 하였고, 이황문은 낮잠 자는 것을 탄반이라고 했다.(東坡先生謂晨飮爲澆書。 李黃門謂午睡爲攤飯。)”고 하였다.
  128. 128)아이(添丁) : 주 33 참조.
  129. 129)도원량(元亮) : ‘원량元亮’은 도연명陶淵明의 자字이다.
  130. 130)훌륭한 작품(窮愁作) : 감당 못할 고통과 시름 속에서 나온 훌륭한 글을 말한다. 『史記』 「平原君虞卿列傳論」에 “우경이 만약 고통과 시름의 나날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후세에 길이 전해질 저서를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虞卿非窮愁。 亦不能著書以自見於後世。)”라고 한 고사에서 나왔다.
  131. 131)남쪽의 황금(南金) : ‘쌍남금雙南金’의 준말이며, 남쪽 지방에 나는 금으로, 보통 금의 두 배 가치가 있다.
  132. 132)≺백설곡白雪曲≻ : 옛날 초楚나라의 고상한 두 가곡인 ≺陽春曲≻과 ≺白雪曲≻에서 온 말로, 전하여 아주 고상한 시가를 의미한다.
  133. 133)작은(十笏) : 홀笏은 척尺과 같은 뜻으로, 즉 사방일장四方一丈의 조그마한 방을 말한다.
  134. 134)선사選士 : 삼대三代에 향鄕에서 수사秀士로 뽑아 사도司徒에게 올린 자를 선사라 하였다.
  135. 135)≺능운부凌雲賦≻ : 한 무제武帝가 신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지어 올린 ≺大人賦≻를 가리킨다. 즉 “사마상여가 대인지송을 지어 천자에게 아뢰자, 천자가 크게 기뻐하여 표표히 구름 위에 치솟는 의기가 있었다.(相如旣奏大人之頌。 天子大說。 飄飄有凌雲之氣。)”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史記』 권117 「司馬相如傳」.
  136. 136)색동옷(綵服) : 노래자老萊子가 칠십에도 색동옷을 입고 부모를 즐겁게 하였다.
  137. 137)계수나무 가지(桂枝) : 과거 급제를 뜻하는 말로, 진晉나라 극선郤詵이 과거에 우수한 성적으로 급제하고 나서 ‘계림桂林의 일지一枝’로 자신을 비유한 고사가 있다. 『晉書』 권52 「郤詵列傳」.
  138. 138)화택火宅 : 『法華經』 「譬喩品」에 “편안치 못한 이 삼계, 불타는 집과 같도다.(三界無安。 猶如火宅。)”라고 하였다.
  139. 139)뭇 언덕이~것을 보려거든(求觀衆丘小) : 한퇴지韓退之의 시에서 “뭇 산들이 작은 것을 보려면 반드시 태산 정상에 올라야 하리.(求觀衆丘小。 必上泰山岑。)”를 원용하였다.
  140. 140)묘고봉妙高峯 : 수미산須彌山의 별칭이다.
  141. 141)동림사東林社 :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惠遠이 여산廬山의 동림사에서 유유민劉遺民·뇌차종雷次宗 등 명유名儒를 비롯하여 승속의 18현과 함께 염불결사를 맺었는데, 그 사찰의 연못에 백련이 있기 때문에 백련사白蓮社라고 일컬었다는 고사가 있다. 『蓮社高賢傳』 「慧遠法師」.
  142. 142)여산(匡廬) : 광려산匡廬山은 중국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縣에 있는 산으로 여산廬山을 가리킨다. 은殷·주周 때에 광유匡裕라는 사람의 형제 일곱 명이 여산에 초막을 짓고 은둔하였기 때문에 광려라 하였다. 『後漢書』 「郡國志」.
  143. 143)어린 나이(驅烏) : 구오驅烏는 삼사미三沙彌의 하나인 구오사미를 가리킨다. 축승사미逐蠅沙彌라고도 하는데 7세에서 13세 사이의 나이로 까마귀나 새, 파리 등을 몰고 쫓아서 비구들의 음식을 빼앗지 못하게 하는 어린 사미를 가리킨다. 『摩訶僧祇律』 권29.
  144. 144)벌레 팔뚝(虫臂) : 세간의 하찮은 사물을 비유한다. 『莊子』 「大宗師」에 “위대한 조물주께서 그대를 변화시켜 벌레 팔뚝으로 만들려고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偉哉造化以汝爲蟲臂乎。)”라고 하였다.
  145. 145)거문고 울리며(鳴絃) : 고을의 수령이 수고롭게 정사를 보지 않더라도 덕에 감화되어 백성들이 잘 다스려지는 것을 말한다. 명금鳴琴은 거문고를 뜯으면서 지낸다는 뜻으로, 공자孔子의 제자 복자천宓子賤이 단보單父의 수령이 되어 다스릴 때 거문고를 뜯고 지내며 당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도 단보가 잘 다스려졌다는 말에서 나왔다. 『呂氏春秋』 「察賢」.
  146. 146)문옹文翁 : 한漢나라 여강廬江 사람이다. 경제景帝 말에 촉군 태수蜀郡太守로 있으면서 성도成都에 관학官學을 설치하고 소속 고을의 자제들을 불러들여 배우게 하고 그들의 요역徭役을 면제해 주었으며 성적이 우수한 자는 고을 관리로 보임하였는데, 무제武帝 때 전국의 고을에 관학을 설치하게 된 요인이 되었다. 『漢書』 권89 「文翁傳」.
  147. 147)지하에서 글 다듬느라(地下修文) : 살아서는 인정을 받지 못해 높은 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죽고 나서야 염라대왕의 신임을 얻어 문예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뜻이다. 진晉나라 소소蘇韶가 죽어서 지하에 가 보니, 안연顔淵과 복상卜商이 귀신의 성자로 대접받으면서 수문랑修文郞으로 있었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太平廣記』 권319.
  148. 148)관찰사(連帥) : 연수連帥는 십국 제후들의 수장을 가리켰고, 지방의 고급장관을 범칭한다.
  149. 149)초산에서 아득하게 진천을 떠올리네 : 초산은 중국 초나라의 산이면서 정읍의 별칭이고, 진천은 섬서성陝西省과 감숙성甘肅省의 진령秦嶺 이북에 있는 평원 지대로 옛날에 진나라가 있던 서북쪽을 가리킨다. 이 시에서는 남북의 먼 거리감을 표현한 듯하다.
  150. 150)궁문(靑鎻) : 청쇄靑鎻는 한대漢代의 궁문宮門 이름으로 궁문에 쇠사슬 같은 모양을 새기고 푸른 칠을 했다. 이 시에서는 정 원외가 도성에 출입함을 비유하고 있다.
  151. 151)호접몽胡蝶夢 : 전국시대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어 물아物我의 분별을 잊고 즐겁게 놀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즉 『莊子』 「齊物論」에 “옛날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나비인지라 스스로 즐거워하며 유쾌할 뿐 자신이 장주인 줄 몰랐다. 갑자기 꿈을 깨고 보니, 자신이 분명 장주였다. 장주의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의 꿈속에 장주가 된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昔者莊周夢爲蝴蝶。 栩栩然蝴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라고 하였다.
  152. 152)비안比安 : 경상도 비안현을 가리킨다. 『新增東國輿地勝覽』 권25.
  153. 153)위수의 나무와 강가의 구름(渭樹江雲) :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우知友를 그리워할 때 쓰는 시어詩語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春日懷李白≻에 “위수 북쪽 봄날의 나무 한 그루, 장강 동쪽 해질녘 구름이로다.(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154. 154)하양현은 궁벽해도 봄꽃 피었겠지만 : 진晉나라 때 반악潘岳이 하양 현령河陽縣令이 되었을 때 하양현 안에 도리桃李를 많이 심었으므로, 그때 사람들이 “하양은 온 고을이 꽃이다.”라고 하였다.
  155. 155)세 가지 기이한 정치(三異政) : 후한後漢 때 중모령中牟令 노공魯恭이 덕정德政을 베푼 결과 그 고을에 세 가지 기적이 나타났던 것을 이른다. 노공이 일찍이 중모령이 되어 형벌을 쓰지 않고 덕정으로 다스리니, 얼마 후 인근의 다른 고을에는 명충螟蟲이 득실거려 곡식을 해쳤으나 중모에는 명충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당시 하남윤河南尹 원안袁安이 그 소문을 듣고는 인서연仁恕掾 비친肥親으로 하여금 가서 그 사실을 염탐하게 하였다. 비친이 가서 노공과 밭둑길을 걷다가 함께 뽕나무 밑에 앉았는데, 그때 마침 꿩이 지나다가 바로 그 곁에 머물렀고 또 그 곁에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비친이 “아이야, 꿩을 왜 잡지 않느냐?”라고 하니, 그 아이가 “꿩이 바야흐로 새끼를 기르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비친이 깜짝 놀라 일어나서 노공에게 작별을 고하며 “내가 여기에 온 까닭은 그대의 정치를 살피기 위해서였는데, 지금 해충이 이 고을을 범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기이한 일이요, 덕화가 조수에까지 미친 것이 두 가지 기이한 일이요, 어린애에게 인한 마음이 있는 것이 세 가지 기이한 일이다.(所以來者。 欲察君之政耳。 今蟲不犯境。 此一異也。 化及鳥獸。 此二異也。 豎子有仁心。 此三異也。)”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권25 「魯恭列傳」.
  156. 156)가시나무 깔고(班荊) : 반형班荊은 옛 친구를 만난 기쁨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춘추시대 초楚나라 오거伍擧가 채蔡나라 성자聲子와 세교世交를 맺었는데, 오거가 정鄭나라로 도망쳤다가 다시 진晉나라로 망명하려 할 때 두 사람이 우연히 정나라 교외에서 만나 형초荊草를 자리에 깔고 앉아 옛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春秋左傳』 襄公 26년.
  157. 157)용문의 우레에~꼬리를 태우고 : 용문龍門에서 잉어가 뛰어오르는데, 그곳을 넘으면 용이 되고 용이 될 때에는 우레가 고기의 꼬리를 불태워 없앤다고 한다.
  158. 158)섬계蟾桂 : 월궁月宮을 두꺼비 궁이라 하고 계수나무가 있다고 한다. 과거 합격에 비유한 것이다.
  159. 159)중(支郞) : 지랑支郞은 중의 별칭이다. 혹은 동진東晉 때의 중인 지둔으로, 지둔은 섬剡 땅의 앙산·석성산에서 수도하면서 『卽心遊玄論』·『聖不辨知論』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梁高僧傳』 권4. 이 시에서는 화자인 백암 성총 자신을 가리킨다.
  160. 160)지심支深 : 미상이다. 지支는 지도림支道林을 가리키는 듯하나 심深은 알 수 없다.
  161. 161)효성스런 그대 형제(萊衣) : 내의萊衣는 춘추시대 초나라의 은사隱士인 노래자老萊子의 옷을 뜻한다. 노래가 칠십의 나이에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하여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떨었다는 고사가 있다.
  162. 162)삼주수三珠樹 : 측백나무 비슷한 잎이 모두 옥구슬로 되어 있다는 전설 속의 나무로, 당唐나라 때 왕거王勮·왕면王勔·왕발王勃 3형제가 모두 재사才士로 이름이 높아 당시에 이들을 삼주수라 일컬었다. 훌륭한 형제를 지칭한다. 『山海經』 「海外南經」.
  163. 163)우애 많은 형제(姜被) : 강피姜被는 형제가 화목하게 사는 것을 말한다. 강굉姜肱은 후한後漢 사람으로 자가 백회伯淮인데, 두 아우인 중해仲海·계강季江과 함께 우애가 지극하여 나이 젊은 계모繼母를 섬기면서, 내실內室에는 들어가지 않고 항상 한 이불을 덮고 함께 잤으므로 강굉공피姜肱共被라는 고사가 생기게 되었다. 『後漢書』 권53 「姜肱傳」.
  164. 164)일무궁一畝宮 : 청빈한 선비의 검소한 거처를 뜻한다. 『禮記』 「儒行」의 “선비는 가로세로 각각 10보步 이내의 담장 안에서 거주한다. 좁은 방은 사방에 벽만 서 있을 뿐이다. 대를 쪼개어 엮은 사립문을 매달고, 문 옆으로 규圭 모양의 쪽문을 낸다. 쑥대를 엮은 문을 통해서 방을 출입하고, 깨진 옹기 구멍의 들창을 통해서 밖을 내다본다.(儒有一畝之宮。 環堵之室。 篳門圭窬。 蓬戶甕牖。)”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165. 165)≺자고천鷓鴣天≻ : 당나라의 교방곡敎坊曲 이름인데, 역대 시인들이 많이 노래하여 유행했던 가곡이다. 혹은 중국 남방에 서식하는 자고새는 항상 ‘길이 험난해서 갈 수 없다’는 뜻으로 “행부득야가가行不得也哥哥”라고 울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166. 166)복규復圭 : ‘백규를 세 번 되풀이하여 외다(三復白圭)’의 준말. 『詩經』 「大雅」 ≺抑≻에 “흰 옥(白圭)에 흠이 있는 것은 갈면 없어지지만 말에 흠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이 시는 말을 조심하라는 뜻인데, 공자의 제자 남용南容이 이 시를 하루 세 차례씩 되풀이하여 외웠다고 한다.
  167. 167)위상과 병길(魏丙) : 한 선제宣帝 때의 두 명상인 위상魏相과 병길丙吉. 그들은 모두 대체를 알고 정사를 공평하게 하여 당시에 명성이 가장 높았다.
  168. 168)조식과 유정(曹刘) :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문장가인 조식曹植과 유정劉楨.
  169. 169)연침燕寢 : 왕의 처소에 육침六寢이 있는데, 하나는 정침正寢이고 나머지 다섯은 모두 뒤에 있다. 이를 통틀어 연침이라고 한다. 『周禮』.
  170. 170)천하(斗南) : 북두성北斗星은 하늘의 북쪽에 있으므로, 북두의 남쪽이란 천하를 말하는 것이다.
  171. 171)황금을 땅에~가람을 세웠다네 : 인도 사위성舍衛城의 수달 장자須達長者가 석가의 설법을 듣고 매우 경모한 나머지 정사精舍를 세워 주려고 기타태자祇陀太子의 원림園林을 구매하려고 하자, 태자가 장난 삼아서 “황금을 이 땅에 가득 깔면 팔겠다.”고 하였다. 이에 수달 장자가 집에 있는 황금을 코끼리에 싣고 와서 그 땅에 가득 깔자, 태자가 감동하여 그 땅을 매도賣渡하는 한편 자기도 원중園中의 임목林木을 희사하여 마침내 기원정사祇園精舍를 건립하였다. 수달 장자는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로 일컬어지기도 하였는데, 이 정사가 기타태자와 그의 후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으로 부르기도 한다. 왕사성王舍城의 죽림정사竹林精舍와 함께 불교 최초의 양대 정사로 꼽힌다.
  172. 172)꽃비(華雨) : 부처가 설법할 때는 하늘에서 분타리화芬陀利花 등 네 가지 꽃이 비 오듯 한다고 하였다.
  173. 173)나긋나긋한 말(軟語) : 연어軟語는 말소리가 가볍고 맑으며 부드럽고 아름다운 것으로, 나긋나긋한 대화를 가리킨다.
  174. 174)호랑이 웅크리고 용이 서린(虎踞龍盤) : 험고한 지세를 말한다. 당나라 옹도雍陶의 시 ≺河陰新城≻에 “높은 성을 새로 쌓아 긴 하천을 진압하니, 범이 웅크리고 용이 서린 기색이 온전하네.(高城新築壓長川。 虎踞龍盤氣色全。)”라고 하였다.
  175. 175)두견새(謝豹) : 사표謝豹는 자규子規, 두우杜宇, 두견杜鵑새를 가리킨다.
  176. 176)유관劉寬 : 후한 때 남양태수南陽太守로 있으면서 관리와 백성이 과실을 범하더라도 형벌 대신 부들 채찍을 썼던 것과, 그가 화를 내는지 시험해 보려고 시비를 시켜 일부러 뜨거운 국물을 그의 조의朝衣에 엎지르게 하였을 때 안색을 바꾸지 않고 “혹시 손을 데지 않았느냐.(羹爛汝手。)”고 한 일화가 유명하다. 지방 장관이 관후하게 백성을 사랑하며 심복시킬 때의 비유로 흔히 쓰인다. 『後漢書』 권25 「劉寬列傳」.
  177. 177)대나무를 가르니(分竹) : 지방 고을의 수령이 되었다는 뜻으로, 대나무 부절은 한나라 때 지방관이 차던 신부信符이다. 즉 대나무로 신부를 만들어 오른쪽은 경사京師에 두고 왼쪽은 군국郡國에 주었다. 군사를 출동하는 데에는 동호부銅虎符를 쓰고, 그 나머지 일에는 죽사부를 썼다. 『漢書』 제4권 「文帝紀」.
  178. 178)난초를 잡았다네(握蘭) : 옛날에 상서랑尙書郞이 손에는 난초를 쥐고 입에는 향香을 머금고서 대궐 뜰을 추주趨走하며 일을 아뢰었던 데서 온 말로, 즉 임금의 좌우에서 일을 보는 측근의 신하를 가리킨다.
  179. 179)영명사永明寺 : 평양에 있는 절로, 동편에 부벽루가 있다.
  180. 180)기자전箕子殿 : 숭인전崇仁殿이라고도 한다. 고려 숙종 10년(1105)에 서경 정당문학政堂文學 정구鄭久를 보내어 사祠를 세우기를 건의하였다. 세종 12년(1430)에 대제학 변계량卞季良에게 명하여 기자묘비箕子廟碑를 지은 뒤에 기자전箕子殿이라고 하고, 전감殿監을 두었다. 『新增東國輿地勝覽』 권51.
  181. 181)소조蕭曹 : 소하蕭何와 조참曹參의 병칭이다. 두 사람 모두 유방劉邦을 보좌하여 칭제稱帝하게 한 개국 공신으로서, 입국立國 후에 서로 연달아 상국相國이 되었다.
  182. 182)인후咽喉 : 요충지, 요체인데, 여기서는 중요한 인재를 뜻한다.
  183. 183)세상을 덮는 호걸일세(盖世豪) : 항우項羽가 일찍이 서초패왕西楚覇王이 되어 천하를 호령했으나 뒤에 해하垓下에서 한군漢軍에게 겹겹으로 포위되어 곤경에 처하자, 밤중에 일어나 장중帳中에서 우미인虞美人과 함께 술을 마시며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는데, 때가 이롭지 못하여 오추마가 가지 않는구나. 오추마가 가지 않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우여, 우여, 너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騅不逝。 騅不逝兮可奈何。 虞兮虞兮奈若何。)”라고 노래하였다. 『史記』 권7 「項羽本紀」.
  184. 184)태묘太廟 : 종묘를 말한다.
  185. 185)왕연과 사안(王謝) : 육조六朝 진晉나라 명문거족인데, 여기서는 노장老莊 사상에 조예가 깊어 청담을 즐겼던 그 당시의 왕연王衍과 산천의 유람을 즐겼던 사안謝安을 가리킨다.
  186. 186)아가위 꽃 : 미상이나 아가위 꽃은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한 사람이란 뜻을 지닌다. 『詩經』 「小雅」 ≺常棣≻에 “아가위 꽃송이 활짝 피어 울긋불긋, 지금 어떤 사람들도 형제만 한 이는 없지.(常棣之華。 鄂不韡韡。 凡今之人。 莫如兄弟。)”라는 말이 나온다.
  187. 187)재상의 문호~선비를 맞이하니 : 한나라 공손홍이 승상이 되자 문을 열어 선비를 맞이하였다.
  188. 188)초마草麻 : 초조草詔와 같다. 당송 시기에 황백黃白의 마지麻紙를 사용하여 조서를 썼기 때문에 그렇게 칭한 것이다.
  189. 189)회양 땅에~먼지가 되었으니 : 한나라의 명신 급암汲黯이 조정에서 뜻을 펴지 못하고 지방관인 회양태수로 있다가 죽었다. 임유후는 반란을 음모하던 아우와 숙부가 죽음을 당하자 벼슬을 그만두고 울진으로 내려간 적이 있는데 이를 비유한 듯하다.
  190. 190)무덤(馬鬣) : 마렵馬鬣은 말갈기처럼 된 분묘墳墓 형태의 하나이다.
  191. 191)북원北院 : 당 현종이 음률을 잘 아는데다가 법곡法曲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좌부기坐部伎의 자제 300인을 선발하여 이원에서 가르치면서 성조聲調가 틀리면 황제가 바로잡곤 하였는데, 이를 황제의 이원제자라고 하였다. 또한 궁녀 수백 명도 이원제자로 만들어서 의춘宜春 북원에 머물게 하였다고 한다. 북원은 궁궐의 별원을 뜻한다.
  192. 192)남금南金 : 중국의 남방 형주荊州와 양주楊州에서 나는 질이 좋은 금을 말한다. 보통금의 두 배의 가치가 있어서 쌍남금雙南金이라고 한다.
  193. 193)벗(盍簪) : 합잠盍簪은 회합이 빠름을 말한 것이다. 『周易』 「豫卦」에, “붕합잠朋盍簪이라.”라고 하였고, 그 주석에 “합盍은 회합의 뜻이요, 잠簪은 빠르다는 뜻이니, 여러 친구들이 빨리 와서 회합하는 것을 이른다고 하였다.”고 하였다. 그래서 뜻 맞는 이들이 달려와 회동하는 것을 말한다.
  194. 194)왕씨 집안에는~대대로 전해지고(靑箱王氏傳家世) : 『宋書』의 「王准之傳」에, 증조 표지彪之 때부터 박학한 지식과 사실史實 등을 푸른 궤에 넣어 대대로 전수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왕씨청상학王氏靑箱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5. 195)조정 반열(鵷班) : 원반鵷班은 조정 백관百官들의 행렬을 가리키는 말로, 원행鵷行·원로鵷鷺 등으로 쓰기도 한다.
  196. 196)병법(龍韜) : 용도龍韜는 주周나라 강태공姜太公이 지은 병법으로, 육도六韜 중의 한 편이다.
  197. 197)서부書府 : 궁중의 서고를 뜻하는데 이 시에서는 명예로운 대접을 받는 것을 비유한다. 즉 당 태종唐太宗이 문학관文學館을 짓고 방현령房玄齡 등 18학사學士를 초빙하였다. 빈을 나누어 각하閣下에서 숙직하게 하고 극진히 대우하였으며, 아울러 그들의 초상을 그리고 이름을 써서 서부에 간직하였다고 한다. 『唐書』 「褚亮傳」.
  198. 198)『삼절유고三節遺稿』 : 임진왜란 때 순절殉節한 문신 윤섬尹暹과 병자호란 때 순절한 윤계尹棨 및 삼학사三學士의 한 사람인 윤집尹集 등 3절신의 시문집. 『三節稿』라고도 한다. 목판본, 10권 3책이다. 1672년(현종 13)에 윤계의 아들 이명以明이 편집·간행하였다. 내용은 권1에 윤섬의 시詩·책策, 권2∼8은 윤계의 시·교서敎書·소疏·차箚·계啓·사辭·책策·설說, 권9∼10은 윤집의 시·소·차·사·책·설 등을 수록하였다. 책머리에 송시열宋時烈과 정두경鄭斗卿의 서문이 있고, 책 끝에 송준길宋浚吉의 발문이 있다.
  199. 199)승상의 조상과~적에게 죽고 : 제갈공명의 아들 손자가 모두 촉을 위해 죽었다.
  200. 200)태사의 형제가~목숨을 바쳤네 : 춘추시대 제나라 최저崔杼가 임금을 시해하자 제나라의 형제 사관이 직필하다 죽임을 당했다. 『左傳』.
  201. 201)노중련(魯連) : 노련魯連은 전국戰國시대의 고사高士로 노중련魯中連을 말한다. 위魏와 조趙가 진秦을 제帝로 추대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서, 위나라의 사자使者 신원연新垣衍을 찾아보고, “만일 진秦을 제帝로 추대한다면, 나는 동해東海에 빠져 죽을지언정 진나라 백성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202. 202)태수(遨頭) : 오두遨頭는 송대宋代 태수太守의 별칭이다.
  203. 203)종병과 뇌차종(宗雷) : 남조南朝 송宋 때에 조정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각각 형산衡山과 여산廬山에 은거하였던 은사 종병宗炳과 뇌차종雷次宗을 말한다.
  204. 204)세 번~토했다네(吐握三) : “주공周公이 천하의 현사賢士들을 만나기에 급급하여 머리를 한 번 감는 동안에 세 번이나 젖은 머리를 움켜쥐고 나가고 밥 한 끼를 먹는 동안에 입 안의 음식을 세 번이나 뱉어냈다.(一沐三握髮。 一飯三吐哺。)”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205. 205)유배지(鵩舍) : 붕사鵩舍는 굴원屈原이 장사로 좌천되고 나서 지은 ≺鵩鳥賦≻에 나온다.
  206. 206)병들어(積痾) : 적하積痾는 고질병을 말한다. 혹은 숙질宿疾, 구병舊病이라고 한다.
  207. 207)찾아오는 이 없어(雀可羅) : 한나라의 적공翟公이 정위廷尉가 되자 손님들이 많았지만 직책을 그만두자 찾는 이가 없어 문 앞에 새그물을 칠 만했다.
  208. 208)사위성(室羅) : 실라室羅는 실라벌室羅筏을 지칭하는 듯하다. 즉 사위성舍衛城으로 실저悉底, 시라바리尸羅婆提라고도 음역한다. 중인도中印度 교살라국敎薩羅國의 도성이며 부처 재세 시 바사닉왕, 유리왕이 살았고 성 남쪽에 기원정사가 있었다.
  209. 209)삼호三壺 : 『拾遺記』 「高辛」에 “삼호三壺는 바로 바닷속에 있는 세 산으로, 첫 번째는 방호方壺인데 이는 방장산方丈山이고, 두 번째는 봉호蓬壺인데 이는 봉래산蓬萊山이고, 세 번째는 영호瀛壺인데 이는 영주산瀛洲山으로, 모양이 마치 술병과 같이 생겼다.”고 하였다. 전설 속에 나오는 삼신산三神山으로,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말한다. 이 산들은 발해渤海 바다 가운데 있는데, 신선들이 살고 불사약不死藥이 있으며, 새와 짐승이 모두 희고 궁궐이 황금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210. 210)호박 빛 : 술의 빛깔이나 술잔의 빛깔을 의미한다. 이하李賀의 시 ≺將進酒≻에 “유리 술잔에 호박 빛 짙기도 해라. 통에서 흐르는 술방울이 진주처럼 붉구나(琉璃鍾琥珀濃。 小槽酒滴眞珠紅。)”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호박은 노란빛이 나며 투명한 보석이다.
  211. 211)다섯 말의 수레(五馬) : 지방 장관의 수레를 말한다. 한漢나라 때 태수太守가 다섯 필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탔던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212. 212)공공龔公 : 한나라 때 지방 장관으로 선정을 베풀어 치민治民이 으뜸으로 꼽혔던 발해태수渤海太守 공수龔遂를 가리킨다. 한 선제宣帝 때 발해渤海에서 농민의 반란이 일어나 황제가 걱정을 하자, 공수가 “백성들이 배고픔과 추위에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관원들이 제대로 보살펴 주지 않아 폐하의 적자들이 황지 사이에서 폐하의 무기를 몰래 훔쳐 들고 한번 장난을 친 것뿐입니다.(陛下赤子盜弄陛下之兵於潢池中耳。)”라고 말했고, 백성들이 허리에 차고 있는 칼을 팔아서 밭 가는 소를 사게 한 뒤에 열심히 경작하게 하여 풍요로운 마을이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漢書』 권89 「龔遂傳」.
  213. 213)자줏빛 게(紫蟹) : 가을 정취를 말한다. 송宋나라 마존馬存의 시 ≺燕思亭≻에 “자줏빛 게가 살진 때에 늦벼는 향기롭고, 누런 닭이 모이 쪼는 곳에 가을바람 벌써 이네.(紫蟹肥時晩稻香。 黃鷄啄處秋風早。)”라고 하였다.
  214. 214)칠조七調 : 고대 악률樂律의 높고 낮은 음역을 말한다. 황종黃鍾에서 중려中呂까지를 칠조七調라고 부른다. 뒤에 와서는 궁宮, 상商, 각角, 우羽의 각각에 칠조가 있어서 4성 28조라고 하였다. 『宋史』 「樂志」 17. 또한 처량조凄涼調·범자조凡字調·폐공조閉工調·정궁조正宮調·을자조乙字調·매화조梅花調·정조頂調를 말하기도 한다.
  215. 215)환이桓伊 : 진晉나라 초국譙國 질현銍縣 사람으로, 젓대를 잘 불어 당시에 강좌江左에서 으뜸이었다 한다.
  216. 216)세 곡 부네(弄三) : 삼롱三弄은 매화삼롱梅花三弄의 약칭으로, 진晉나라 때 환이桓伊는 상설霜雪에도 굴하지 않는 매화梅花의 기상을 담은 적곡笛曲, ≺落梅花曲≻을 작곡하고 연주했다. 환이는 본디 젓대를 잘 불었는데, 일찍이 청계淸溪를 지날 적에 서로 전혀 알지 못하던 왕휘지王徽之가 사람을 시켜 그에게 젓대 한 곡曲을 불어 달라고 하자, 그는 문득 수레에서 내려 호상胡牀에 걸터앉아 세 곡을 연달아 불고 갔다는 데서 온 말이다.
  217. 217)난새(鸞驂) : 난참鸞驂은 신선이 타는 수레를 가리킨다.
  218. 218)수령으로 나가니(一麾來守) : 일휘래수一麾來守는 지방 관원으로 나가는 것을 말한다. 남조 송나라의 안연지顔延之가 〈五君詠≻을 지으면서, 완함阮咸에 대해 “몇 번 추천받아도 벼슬자리 못 얻다가, 순욱荀勗이 손 한 번 내저으매 수령으로 나갔도다.(屢薦不入官。 一麾乃出手。)”라고 읊은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文選』 권21.
  219. 219)청헌淸獻 : 살림을 늘리지 않고 청빈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청헌은 송宋 조변趙抃의 시호. 조변이 두 번에 걸쳐 촉의 수령으로 있으면서 행검을 청렴하게 하여 모범을 보이자 풍속이 바뀌었다고 한다. 『宋史』 권316 「趙抃傳」.
  220. 220)탕휴湯休 : 남조 송宋의 승려 혜휴惠休로, 시에 능했으며 벽운구로 알려져 있다.
  221. 221)복야僕射 : 관직 이름. 진秦에서 처음 설치하였다. 한漢 성제成帝 건시建始 4년에 처음 상서尙書 5인을 두었는데, 제일인이 복야僕射이고 지위는 상서령尙書令의 다음이다. 직책의 권한이 점차 중해져 한漢 헌제獻帝 건안建安 4년, 좌우복야左右僕射를 두었다. 당송唐宋의 좌우복야는 재상의 직책이었다. 송 이후에 폐지되었다가 태평천국太平天國 때 복야의 직책을 증설하였다.
  222. 222)공권公權 : 유공권柳公權(1132~1196)을 이른다. 당나라 때의 관리이자 서법가書法家이다. 원화元和 3년(808)의 진사進士 출신으로, 특히 해서楷書에 조예가 깊었다. 안진경顏真卿과 명성을 나란히 하여 사람들이 ‘안유顏柳’라고 일컬었다.
  223. 223)자후子厚 : 유종원柳宗元(773~819)의 자. 당나라 문인으로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 고문古文 부흥 운동을 한유韓愈와 더불어 제창하였다. 전원시에 뛰어나 왕유·맹호연·위응물과 나란히 칭송된다. 작품에 「封建論」, 「永州八記」 따위가 있으며, 시문집 『柳河東集』이 있다.
  224. 224)옥절玉節 : 천자의 사신이 지니는 절부節符를 말하며, 여기서는 왕이 파견하는 관찰사를 지칭한다.
  225. 225)아기牙旗 : 상아로 장식한 큰 깃발로, 왕이 거둥할 때 호위대장이 지니는 것이다. 진영의 문에 아기를 꽂으므로 관가를 뜻한다. 곧 유명현의 관찰사로서의 임무를 뜻한다.
  226. 226)창해滄海 : 여기서는 동해東海 혹은 발해渤海를 가리킨다.
  227. 227)호두虎頭 : 동진東晉의 화가畫家 고개지顧愷之의 소자小字이다. 그가 일찍이 금릉金陵 와관사瓦棺寺의 벽에 유마힐維摩詰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눈동자를 그려 넣을 즈음에 관중에게 3일 동안 백만 전錢을 얻어 절에 보시했다는 기록이 전해 온다. 『宋書』 권81, 『南史』 권35.
  228. 228)누워 노니는(臥遊) : 와유臥遊는 여행기旅行記나 산천 화도山川畫圖를 보면서 실제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을 이른다. 남조南朝 송宋 때에 종병宗炳이 산수山水를 매우 좋아하여 원유遠遊하기를 좋아했는데, 뒤에 병으로 다니지 못하게 되자 탄식하고, “명산을 두루 관람하기 어려우니, 누워서 구경을 해야겠다.”고 하면서, 전에 구경했던 모든 명산대천을 방 안에 그려 붙였다는 데서 온 말이다.
  229. 229)생笙과 용鏞의 소리 : 생은 피리의 일종인 생황笙簧이고, 용은 큰 종鐘을 말하는데, 순舜임금 때의 악관樂官인 기夔의 말에 “생과 용을 번갈아 울리자 새와 짐승들이 서로 춤을 추고, 소소를 아홉 번 연주하자 봉황이 와서 춤을 추었습니다.(笙鏞以間。 鳥獸蹌蹌。 簫韶九成。 鳳凰來儀。)”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임금을 잘 보좌하는 것을 의미한다. 『書經』 「益稷」.
  230. 230)거꾸로 흐르는 삼협과 같도다(倒流三峽) : 두보杜甫의 ≺醉歌行≻에 “문장의 근원은 삼협의 물을 기울인 듯하고, 필력의 전진은 천군을 쓸어낼 기세로다.(詞源倒流三峽水。 筆陣獨掃千人軍。)”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문장이 아주 힘차고 웅장한 것을 의미한다.
  231. 231)유안劉晏 : 자는 사안士安이고, 조주曹州 남화南化 사람이다. 당나라의 유명한 경제개혁과 재무이론가. 어려서부터 천성이 영민하여 7세때 신동神童으로 불렸다. 당 현종이 불러 본 뒤 크게 칭찬하고 비서성 정자正字의 직책을 내렸다. 신동 유안은 일시에 경사에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직무에서 이롭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책을 읽었는데, 두루 여러 책을 읽고 사방으로 배움을 구하여 뒤에 8년간 안사安史의 난으로 왕조의 재정이 곤란해지자 정치적인 개혁을 할 수 있었다.
  232. 232)금성錦城 : 나주羅州의 옛 이름.
  233. 233)경종鯨鐘 : 경종鯨鍾이라고 하며 고대의 큰 종이다. 종뉴鍾紐는 포뢰蒲牢의 모양이다. 종의 방망이 채가 고래의 모양이므로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234. 234)사마상여는 소갈증으로(文園渴病) : 갈병渴病은 소갈병消渴病을 말한다. 문원文園은 한漢의 사마상여司馬相如이다. 그는 일찍이 효문원孝文園 영令에 임명되었으므로 이렇게 불렀는데, 소갈병에 시달렸다.
  235. 235)누린내 찾는 개미(羶蟻) : 양고기를 구하려다 결국 구하지 못하고 그리기만 한다는 뜻. 『莊子』 「徐無鬼」에 “양고기가 개미를 사모하도록 하지 않았는데도 개미가 양고기를 사모하는 것은 양고기에서 노린내가 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236. 236)불에 달려드는 나방(燈蛾) : 등촉燈燭을 보면 서로 불을 뺏으려고 빙빙 돌다가 등유燈油에 빠지거나 불에 타서 죽는 불나방. 색욕과 탐욕에 어두워 신명身命을 망치는 우인愚人을 비유한다.
  237. 237)편안하기를(皥皥) : 호호皥皥는 하夏나라와 상商나라 때처럼 천하가 잘 다스려지면 백성들이 스스로 만족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맹자가 말하기를, “패자의 백성은 매우 즐거워하고 왕자의 백성은 환하게 스스로 만족한다.(覇者之民。 驩虞如也。 王者之民。 皥皥如也。)”고 하였다. 『孟子』 「盡心」.
  238. 238)황금 떡(黃金餅) : 달의 이칭이다.
  239. 239)달빛(露華) : 이슬의 물이나 맑고 차가운 달빛을 가리킨다. 이 시에서는 달빛으로 봐야 한다.
  240. 240)북두성이 비껴 있노라(斗闌干) : 난간闌干은 가로 비낀 모양이다. 삼국시대 위魏나라 조식曹植의 ≺善哉行≻에 “달은 지고 삼성은 기울었고 북두성은 비껴 있다.(月沒參橫。 北斗闌干。)”라고 하였다. 혹은 가차하여 북두北斗를 가리킨다.
  241. 241)서로 알며~지낸 지(鍼芥投來) : 침개鍼芥는 자석이 바늘을 끌듯이 사람의 정성情性이 서로 끌리는 것을 이른다.
  242. 242)보검(龍淵) : 용연龍淵은 명검名劍의 이름이다.
  243. 243)팔만 바다의 신선 세계(仙山八萬)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팔만의 바다 가운데 있는, 신선들이 사는 10개의 산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선경仙境을 가리킨다. 『海內十洲記』에 “한 무제漢武帝가 이미 서왕모가 말한 팔만八萬의 큰 바다 가운데에 조주祖洲·영주瀛洲·현주玄洲·염주炎洲·장주長洲·원주元洲·유주流洲·생주生洲·봉린주鳳麟洲·취굴주聚窟洲 등이 있다고 한 말을 들었는데, 이 10개의 주는 인적이 아주 드문 곳이다.”라고 하였다.
  244. 244)이 나무가 상좌(木上座) : 지팡이를 의인화한 말로, 노스님을 모시는 상좌승上座僧에 비긴 것이다. 당唐나라 말엽의 불일본공 선사佛日本空禪師가 외출하다가 협산夾山을 만났는데 협산이 “누구와 동행하십니까?”라고 묻자, 불일 선사가 주장拄杖을 들어 보이면서 “오직 목상좌가 있을 뿐이다.”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245. 245)지곡사智谷寺 : 경상도 산음현山陰縣, 지금의 산청군 지리산에 있었다.
  246. 246)정월(王正) : 『春秋』 은공隱公 원년元年의 ‘춘 왕정월春王正月’을 『公羊傳』에서 해석하면서 “왜 왕정월이라고 하였는가. 제후들은 주 문왕周文王의 제도를 따르면서 모두 여기에 귀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何言乎王正月。 大一統也。)”라고 하였다. 『春秋』 첫머리에 나오는 ‘은공隱公 원년 봄, 천자가 쓰는 역曆으로 정월’이라는 말을 가리킨다.
  247. 247)계미국雞彌國 : 일본. 왜왕 아배계미阿輩雞彌가 사신을 보냈다는 기록이 『隋書』 권81 「倭國列傳」에 나온다.
  248. 248)뗏목 타고~필요 없다네 : 한 무제漢武帝 때 박망후博望侯에 봉해진 장건張騫이 황제의 명을 받고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나가 황하黃河의 근원을 찾았는데, 이때 배를 타고(乘槎) 은하수로 올라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를 만났다는 전설이 있다.
  249. 249)반가이 만났는데(開靑眼) : 삼국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이 속된 사람을 만나면 흰 눈(白眼)을 치켜뜨다가 반가운 인사를 만나면 푸른 눈(靑眼), 즉 검은 눈동자를 보였다는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簡傲」.
  250. 250)단잠(黑甛) : 흑첨黑甛은 곤히 잠자는 것을 칭한다. 소식蘇軾의 시 ≺發廣州≻에, “술 석 잔을 연포輭飽(요기療飢의 뜻)한 뒤에, 베개 위에 잠이 곤히 들었네.(三杯輭飽後。 一枕黑甛餘。)”라고 하였다. 캄캄하고도 맛이 달다는 뜻이다.
  251. 251)쓸모없는 나(樗散) : 저산樗散은 자기 자신을 겸칭하는 말로, 아무 데도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252. 252)자라 등 : 발해渤海 동쪽의 다섯 산이 파도에 떠밀리자 상제가 다섯 마리의 큰 자라로 하여금 이를 떠받치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列子』 「湯問」.
  253. 253)왕희지(逸少) : 일소逸少는 진나라 명필가인 왕희지王羲之의 자이다.
  254. 254)환속(冠㒹)하라고 : 관전冠㒹은 승려가 유가儒家로 환속한다는 표현이다. 한유韓愈가 승려를 전송한 시 가운데 “지금 그대를 우리 도로 끌어들여, 삭발한 머리에 유자儒者의 관을 씌워 주고 싶구려.(方將斂之道。 且欲冠其顚。)”라는 말이 나온다. 『韓昌黎集』 권2 ≺送靈師≻.
  255. 255)글 쓰는 일(操觚) : 고觚는 네모진 나무패로 중국 고대에는 여기에 글자를 적었다. 전하여 붓을 잡아 글을 쓰고 문필文筆에 종사從事하는 것을 가리킨다.
  256. 256)고헌을 노래할 필요 없으니 : 이하李賀가 어릴 때 시문에 뛰어났다. 당대의 거장 한유韓愈와 황보식皇甫湜이 방문하자 ≺高軒過≻라는 시를 지어 칭찬을 받았다. 여기에서는 높은 벼슬아치에게 굳이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257. 257)낮에는 정원을 다니네 : 도연명陶淵明의 ≺歸去來辭≻에 “정원을 날로 거닐어 즐거운 정취 이루고, 문은 달려 있으나 항상 닫아 놓았도다.(園日涉以成趣。 門雖設而常關。)”라고 했다.
  258. 258)위나라 초헌 : 위衛의 의공懿公이 학을 좋아했는데 초헌軺軒에 태우고 다니던 학이 있었다. 전쟁이 나자 군인들은 모두 말하기를 “학더러 싸우라 하라. 학은 실제로 녹위祿位가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없으니 싸울 수 없다.”고 하였다. 『左傳』 「閔公」.
  259. 259)뿌리로 돌아가 말이 없으니 : 노자老子의 『道德經』에 “만물이 무성하다가도 각자 그 뿌리에 복귀하나니, 그것을 일러 고요함이라 한다.(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고 하였다.
  260. 260)북을 울리는 듯하여라 : 원문 ‘고비鼓鼙’는 적이 쳐들어올 때 신호로 치는 북. 전하여 전쟁 또는 군사軍事를 뜻한다.
  261. 261)개사開士 : 성불成佛할 수 있는 정도를 열고 중생을 인도하는 사부라는 뜻으로 보살 또는 고승을 일컫는 말이다.
  262. 262)홍경사弘慶寺 : 고려 현종顯宗이 직산稷山 북쪽 15리 소사평素沙坪에 승려 형긍逈兢에게 명하여 사찰을 건립하게 하고, 병부 상서 강민첨姜民瞻 등에게 감독을 명하여 2백여 칸의 거찰巨刹을 세우게 한 뒤 봉선홍경사奉先弘慶寺의 이름을 내렸는데, 그 뒤 절은 없어지고 한림학사翰林學士 최충崔冲이 글을 지은 비석만 남아 있게 되었다. 『新增東國輿地勝覽』 권16 「稷山縣」. 최충崔冲의 「奉先弘慶寺記」는 『東文選』에 실려 있다.
  263. 263)나무 잔(木杯) : 남조南朝 송宋 때의 성명을 모르는 중이 항상 나무 술잔(木杯)을 타고 물을 건넜으므로 세상 사람들은 배도화상杯度和尙이라 불렀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高僧傳』 제11권.
  264. 264)진진塵塵 : 티끌 같은 세계를 말한다. 『華嚴經』 「盧遮物品」에 “이 지구는 청정한 땅 보장이 장엄하여, 일체의 불찰 남김없이 들었도다. 그곳 하나하나의 먼지 속에도, 일체의 불찰이 다 들었도다.(此地淸淨地寶藏嚴。 一切佛刹悉來入。 其地一一微塵中。 一切佛刹亦悉入。)”라고 했다. 진진찰찰塵塵刹刹이라고도 한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華嚴經』의 의미를 갖는 게송을 암송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265. 265)겁화의 재(劫灰) : 우주가 한 번 생성해서 존속하는 기간을 1겁劫이라 하고, 겁이 다하여 우주가 괴멸하는 시기를 괴겁壞劫이라 하는데, 이때 세찬 불길이 하늘과 땅을 태운다 한다. 겁회劫灰는 이 세계가 괴멸壞滅할 때에 일어난다는 큰 불, 즉 겁화劫火의 타고 남은 재를 말한다.
  266. 266)붉은 계수나무 : 이 시에서는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오른 것을 비유한다. 진 무제晉武帝 때 극선郤詵이 현량 대책賢良對策에서 장원壯元을 하였는데, 소감을 묻는 무제의 질문에 “계수나무 숲의 가지 하나요, 곤륜산의 옥돌 한 조각입니다.(桂林之一枝。 崑山之片玉。)”라고 답변한 고사가 전한다. 『晉書』 권52 「郤詵列傳」.
  267. 267)율리栗里 : 강서성江西省 성자현星子縣에 있으며 도연명이 살던 곳이다. 『南史』 권75 「陶潛列傳」.
  268. 268)옥돌 소리 : 옥돌이 서로 부딪쳐 쟁그랑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문장의 표현이 비범한 것을 말한다.
  269. 269)사슴 꿈 : 『列子』 「周穆王」에 실려 있는 이야기로, 정鄭나라 사람이 사슴을 잡고 그가 두는 곳에 남겨 놓았는데 마침내 깨어 보니 꿈이었다. 뒤에 사람들이 이것을 가지고 세상일이 꿈과 같이 허깨비임을 표현할 때 많이 인용하게 되었다.
  270. 270)백십 성 : 주 62 참조.
  271. 271)가사(磨衲) : 마납磨衲은 법복法服의 한 가지로, 고려의 특산품特産品이었다. 마磨는 자마紫磨로 비단을 말하는데, 승들이 걸치는 비단으로 된 법복을 말한다. 『東坡全集』 「磨衲贊序」에 “장로長老 불인대사佛印大師 요원了元이 경사京師에 가자, 천자天子가 그의 이름을 듣고 고려에서 공물로 바친 마납을 하사하였다.”고 하였다.
  272. 272)흰 거품의~씻어 주노라 : 차 세 잔을 마시고 마른 창자를 씻어 준다는 것은 노동盧仝의 시 ≺茶歌≻를 인용한 것이다. 즉 “첫째 잔은 목과 입술을 적셔 주고, 둘째 잔은 외로운 시름을 떨쳐 주고, 셋째 잔은 메마른 창자를 헤쳐 주어 뱃속엔 문자 오천 권만 남았을 뿐이요,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흐르게 하여 평생에 불평스러운 일을 모두 털구멍으로 흩어져 나가게 하네. 다섯째 잔은 기골을 맑게 해 주고, 여섯째 잔은 선령을 통하게 해 주고, 일곱째 잔은 다 마시기도 전에 또한 두 겨드랑이에 맑은 바람이 이는 걸 깨닫겠네.(一椀喉吻潤。 二椀破孤悶。 三碗搜枯腸。 惟有文字五千卷。 四椀發輕汗。 平生不平事。 盡向毛孔散。 五椀肌骨淸。 六椀通仙靈。 七椀喫不得。 也唯覺兩腋習習淸風生。)”라고 하였다.
  273. 273)산왕山王 : 『華嚴經』에서는 십산十山이 바다를 의지해 머물면서 일체의 작은 산들보다 높이 솟아 있기 때문에 십산왕이라고 칭한다. 십지보살이 수행하여 함께 여래의 지혜 바다로 들어가 일체 이승의 모든 행동에서 높이 뛰어남을 비유한 것이다. 『華嚴大疏』 권44에서 열 개의 산왕을 열거하고 보산으로 비유하였는데, 곧 가장 높은 산을 말한다.
  274. 274)담복薝蔔 : 본디 인도에 자생하는 꽃나무로, 우리나라의 치자梔子와 같은 종류이다. 이 꽃은 특히 육판六瓣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육화六花 또는 육출화六出花라고도 한다. 향기가 뛰어나 인도에서는 부처의 수승한 도력에 비유하기도 한다. 또한 『維摩經』에 “마치 담복의 숲속에 들어갈 경우엔 담복의 향내만을 맡을 뿐 다른 향기는 맡을 수 없듯이, 이 방에 들어오는 이도 오직 여러 부처님의 공덕의 향내만을 맡을 뿐이다.(如入薝蔔林中。 唯嗅薝蔔。 不嗅餘香。 入此室者。 唯聞諸佛功德之香。)”라고 하였다.
  275. 275)황면黃面 : 석가모니를 지칭한다. 혹은 황면구담黃面瞿曇, 황면로黃面老, 황두대사黃頭大士 등으로 부르는데 여래가 금색의 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은 석가가 출생한 가비라위성迦毘羅衛城의 가비라(ⓢ Kapila)의 뜻이 황색, 황적색이기 때문에 황면노자黃面老子라고도 한다. 선종에서는 부처를 매도하는 기법에서 황면노자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 시에서도 황면이 들어간 선종의 게를 지칭하는 듯하다.
  276. 276)수운동水雲洞 : 황해도 평산平山의 수운동을 가리키거나 비유적으로 시내가 흐르고 구름 낀 골짜기를 말한다.
  277. 277)정문頂門 : 불교에서 대자재천大自在天은 보통 사람과 같이 두 눈 외에 정수리에 일체의 사리를 꿰뚫어 보는 외눈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이를 정문안頂門眼이라 한다.
  278. 278)중현重玄 : 도道의 차원을 말한다. 『道德經』 1장에 “도는 현묘한 중에서도 더욱 현묘하여 만물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玄之又玄。 衆妙之門。)”라고 하였다.
  279. 279)가벼운(六銖) : 육수六銖는 여섯 점의 저울눈으로, 가장 가벼운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육수의六銖衣를 가리키며 매우 가벼운 옷을 일컫는 말로 도리천의忉利天衣의 무게가 육수라고 한다. 『長阿含經』.
  280. 280)공경히 따르고(趨風) : 추풍趨風은 빨리 걸음으로써 하풍下風, 즉 상대방의 아래에 가서 공경을 표하는 것이다. 『春秋左氏傳』 成公 16년 조에 “극지郤至가 세 번 초왕楚王의 군졸을 만났는데 초왕을 보면 반드시 수레에서 내려 투구를 벗고 추풍했다.”고 하였다. 여기서는 상대방을 공경하여 따른다는 뜻을 담고 있다.
  281. 281)사미沙彌 : 원문은 ‘소사小師’. 불가佛家에서 가르침을 받은 지 10년이 되지 않은 스님을 이르는 말이다.
  282. 282)가사(方袍) : 방포方袍는 비구比丘가 입는 세 종류의 가사袈裟. 모두 네모진 옷이므로 이렇게 칭한다.
  283. 283)도안道安 : 진晉나라 승려로 불도징佛圖澄의 제자. 영강寧康 초에 석륵의 난을 피하여 양양襄陽에 이르러 단계사檀溪寺를 세웠다. 태원太元 연간 진왕秦王 부견苻堅이 양양을 취한 뒤에 안安을 얻고 기뻐하며 “내가 10만 군사로 양양을 취하여 한 사람 반을 얻었으니, 안 공安公이 한 사람이요, 습착치習鑿齒가 반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석가釋迦보다 존귀한 자가 없다 하여 석釋으로써 씨氏를 삼았는데, 후세의 불도佛徒들이 석씨釋氏라고 칭호한 것이 도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梁高僧傳』 권5.
  284. 284)표질表姪 : 어머니 형제의 손자를 가리킨다.
  285. 285)우애(姜被) : 주 163 참조.
  286. 286)효성(潘輿) : 반악潘岳의 ≺閑居賦≻에 “태부인太夫人 어머니를 판여版輿에 모시고 구경하러 다닌다.”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는 모친을 태운 판여가 편안하여 길에 먼지도 나지 않게 간다는 뜻이다.
  287. 287)자형紫荆 : 『詩經』 「小雅」 ≺常棣≻는 형제들의 우애友愛를 노래한 시인데, 상체꽃은 다닥다닥 붙어 피는 것이 형제의 우애와 유사하다. 자형화紫荊花도 역시 같은 꽃이다. 옛날에 전진田眞 형제 세 사람이 분가分家하려고 재산을 나눈 뒤에 정원의 자형나무 한 그루까지도 삼등분할 목적으로 쪼개려고 하였는데, 그 이튿날 자형나무가 도끼를 대기도 전에 말라 죽어 있었다. 형제들이 크게 뉘우치고 분가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자 자형나무가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남조 양나라 오균吳均의 『續齊諧記』에 나온다.
  288. 288)원추리 : 『詩經』 「衛風」 ≺伯兮≻에 “어떡하면 원추리를 얻어서 북쪽 뒤꼍에 심어 볼까. 떠난 사람 생각에 내 마음만 병드누나.(焉得萱草。 言樹之背。 願言思伯。 使我心痗。)”라는 구절이 나온다.
  289. 289)윤건綸巾 : 푸른 실로 엮어 만든 두건으로, 촉한蜀漢의 승상丞相 제갈량이 만들어 항상 진중陣中에서 썼다고 하는 제갈건이다.
  290. 290)솔숲(蒼髥) : 창염蒼髥은 소나무의 별칭이다.
  291. 291)수령(遨頭) : 오두遨頭는 수령의 별칭이다. 촉蜀 땅 성도成都에서 매년 1월 10일부터 4월 19일까지 두보杜甫의 초당이 있는 완화계浣花溪에서 잔치를 열어 즐기곤 하였는데, 여기에 참석하기 위해 나오는 태수를 고을 백성들이 오두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송나라 육유陸游의 『老學菴筆記』 권8에 나온다. 『成都記』에는 “태수가 두자미杜子美의 초당草堂에 나와서 놀고 잔치할 때면 사녀士女들이 너른 뜰에 의자를 늘어놓고 앉는데, 이 의자를 오상遨牀이라 하고 태수는 놀이의 우두머리라는 뜻에서 오두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292. 292)수레를 달려(飛蓋) : 삼국시대 위魏나라 조식曹植의 시 〈公宴≻에서 “청명한 밤에 서원에서 노니노라니, 달리는 수레가 서로 따르는구나.(淸夜遊西園。 飛蓋相追隨。)”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93. 293)소쩍새(蜀禽) : 촉금蜀禽은 두견새를 말하며, 꽃은 진달래꽃을 말한다. 전설에 의하면 촉蜀나라 망제望帝가 그의 신하인 별령鱉靈의 아내를 간음하고서 왕위를 내놓고 도망갔다가 죽어 두견새로 변했는데, 항상 한밤중에 피를 토하면서 불여귀거不如歸去라는 소리처럼 운다고 하며, 두견새가 토한 피가 묻어 진달래꽃이 붉다고 한다.
  294. 294)꿈속에서 어지럽겠네(夢迷) : 전국시대에 장민張敏과 고혜高惠라는 두 친구가 있었다. 장민은 고혜가 보고 싶으면 꿈속에서 찾아 갔는데 도중에 길을 잃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소나무도 꿈속에서 길을 헷갈리리라라는 뜻.
  295. 295)우계愚溪 : 당唐나라 유종원柳宗元이 영주 사마永州司馬로 폄척貶斥되었을 때 그곳의 염계冉溪라는 시내를 우계로 개명改名하여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묘사한 데서 온 말로 적거謫居한 곳을 가리킨다.
  296. 296)조정(金門) : 한나라 무제漢武帝가 대완大宛의 말을 얻고 그 기념으로 동상을 만들어 노반문魯班門 밖에 세우고 그 문을 금마문金馬門이라 불렀다 하며, 금문金門은 금마문의 약칭으로 보통 대궐이나 조정을 가리킨다.
  297. 297)소사蕭寺 : 남북조시대 양梁나라 때에 절을 많이 이룩하였으므로, 양나라 황제의 성姓인 소蕭를 붙여서 소사蕭寺라고 하게 되었다.
  298. 298)초강楚江 :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시를 읊조리던 곳이다.
  299. 299)절집(蕭寺) : 주 297 참조.
  300. 300)옷을 대신하네 : 당나라 한유가 조주潮州로 좌천되었을 때 태전太顚 스님과 친분을 맺고 이임할 때에 의복을 주고 이별하였다.
  301. 301)복조를 노래하네 : 한나라 때 가의賈誼가 시기를 받아 좌천되자 ≺鵩鳥賦≻를 지었던 일을 빗댄 것이다.
  302. 302)꿈속을 왕래하며~적 많다네 : 전국시대 장민과 고혜의 고사. 주 294 참조.
  303. 303)껄껄 한번 웃노라(一輾然) : 전연輾然은 웃는 모양을 뜻한다.
  304. 304)서강의 물 다 마시기 : 방 거사龐居士가 정원貞元 초에 마조馬祖를 찾아가 “만법과 더불어 짝이 되지 않는 사람이 바로 어떤 사람입니까?(不與萬法爲侶者是什麽人。)”라고 하자, 마조가 “네가 한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시고 나면 그때에 너에게 일러 주겠노라.(待汝一口吸盡西江水。 卽向汝道。)”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로, 이 시에서는 화두참구 수행을 가리킨다. 『傳燈錄』 「龐居士傳」.
  305. 305)기양技癢 : 자신의 기예技藝를 발휘하고 싶어서 몹시 안달하는 것을 이른다.
  306. 306)사형士衡 : 진晉나라 때 오군 사람 육기陸機의 자인데, 육기는 자기 아우 육운陸雲과 함께 문장이 당시 천하에 으뜸으로 일컬어졌다.
  307. 307)스승에게도 사양하지 않으리 : 『論語』 「衛靈公」에 “인을 행해야 할 때에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법이다.(當仁。 不讓於師。)”라고 한 공자의 말에서 나온 것인데, 여기서는 법에 있어서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음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308. 308)육환장 : 막대에 육환六環의 금석金錫이 달려 있어 석장錫杖이라 한다.
  309. 309)현관玄關 : 현묘玄妙한 도道의 문을 말하고, 도를 닦는 집의 문을 지칭하기도 한다. 『寶燈錄』에 “현관을 크게 열고 바른 눈을 유통케 한다.(玄關大啓。 正眼流通。)”고 하였다.
  310. 310)더운 여름(朱明) : 주명朱明은 하절기를 말한다. 한漢나라 황제가 입하일立夏日에 남교南郊에서 여름 귀신을 맞이하면서 ≺朱明歌≻를 불렀던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311. 311)함장函丈 : 스승의 자리.
  312. 312)천제闡提 : 불성이 없어서 끝없이 윤회輪廻할 수밖에 없는 중생을 가리킨다.
  313. 313)대붕의 뜻(志圖南) : 도남圖南은 대붕大鵬이 북해에서 남해로 멀리 날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 포부가 원대하여 앞길이 창창한 것을 비유한다. 『莊子』 「逍遙遊」에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 갈 때에는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摶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고 하였다.
  314. 314)초파리(醯鷄) : 혜계醯鷄는 술 단지에 생기는 초파리 종류의 하루살이 벌레로, 주색酒色 등 향락에 빠져 패가망신하는 자들의 비유로 흔히 쓰인다.
  315. 315)나타태자 : ⓢ Nalakūvara 혹은 Nalakūbala. 불법을 호지하고 국계와 국왕을 수호하는 선신이다. 나타천왕那咤天王, 나나천那拏天, 나라구바那羅鳩婆, 나타구소경那咤矩所經, 나라구발라那羅鳩鉢羅로도 쓴다.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의 다섯 태자 중의 하나이다. 나타태자는 손에 창을 집고 두 눈으로 사방을 관찰하여 주야로 국왕대신과 백관료속을 수호한다. 또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가운데 남에게 나쁜 마음이나 살해하려는 마음이 있는 자가 있으면 나타가 금강 방망이로 머리나 마음을 찌르고 때린다고 한다. 『最上祕密那拏天經』 권상 「最上成就儀軌分」.
  316. 316)정수리(頂門) : 정문頂門은 정문안頂門眼을 의미하는 듯하다.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 Maheśvara)의 삼안三眼 중 하나로 지혜로 일체 사리를 투철하여 비추는 특수한 힘이 있다고 하는데, 뒤에 와서 탁월한 견해를 비유할 때 쓰인다.
  1. 1){底}刊年未詳서울大學校所藏本。
  2. 2)目次。編者作成補入。
  3. 1)「詩」編者補入。
  4. 1)「淪」疑「倫」{編}。
  5. 1)「迫」或可讀「追」{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