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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221_b_01L[詠月堂大師文集]영월당대사문집서詠月堂大師文集序시란 간략해야 하는 것이고 시의 근본은 성정性情이니, 깨달은 곳이 있고 나면 곧 스스로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당唐과 송宋의 고승들에게 모두 시구와 게송이 있어 『전등록傳燈錄』에 기록되어 있으니, 성정에서 일어난 것이요 스스로도 어쩔 수 없어 그렇게 하신 것이다. 선자화상船子和尙1)이 우연히 게송 한 수를 지어 “빈 배에 가득히 달빛 싣고 돌아온다(滿船空載月明歸)”2)라는 심경을 읊자, 시를 평하는 자들이 이를 기이한 표현이라 여겨 『옥설玉屑』3)에 수집해 삽입하기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어찌 아침에 읊고 저녁에 큰소리로 읽으며 배워서 이런 시를 지은 것이겠는가. 아마도 마음이 깨닫고 나면 곧 내부의 깨달음에서 나오는 말이 저절로 성률聲律에 맞아 크게 시도詩道를 얻게 되는 것이지, 세인들처럼 힘을 들이고 이리저리 다듬은 뒤에 얻은 것은 아닐 것이다.청계당淸溪堂 법정대사法正大師가 영월대사의 시문詩文을 한 권을 가지고 와 그 문집의 서문을 청하기에 내가 그 문집을 살펴보던 가운데 석별惜別이란 시가 있었다. “이별하는 얼굴은 웃음 짓는 꽃만 못하고, 이별의 정은 속 빈 대나무 같기 어렵다(別面不如花有咲 離情難似竹無心)”고 하였으니, 시구가 공교로울 뿐만 아니라 선기禪氣 또한 많았다. 내부의 깨달음이 말로 드러남에 저절로 성률에 맞아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시를 얻었겠는가. 그 나머지 문장과 부賦 역시 지극히 맑으니 모두 재주를 썩힐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지은 것들이다. 제자들은 분명 “멀리 있는 지음知音의 아득한 풍모에 그 높고 드넓음을4) 판별하지 못하고서 제멋대로 깎고 찬양하였다”고 할 것이니, 이것이 두려울 따름이다.때는 정유년(1657, 효종8) 맹춘孟春5) 상한上瀚6)에 대각등계大覺登階 처능處能7)이 붓을 휘갈겨 삼가 쓰다. -
008_0221_b_01L[詠月堂大師文集]
008_0221_b_02L1)詠月堂大師文集序
008_0221_b_03L
008_0221_b_04L詩可已約。詩本性情。旣有悟處。則自
008_0221_b_05L得不已故。唐宋高僧。咸有句偈。載於
008_0221_b_06L傳錄。性情所發。自不得不爾也。至於
008_0221_b_07L船子和尙。偶題一偈曰。滿船空載月明
008_0221_b_08L歸之心。詩評者。以爲奇語。收入玉
008_0221_b_09L屑。此豈朝吟暮唶。學爲如此之詩哉。
008_0221_b_10L盖心旣覺悟。則內悟而發於言者。自諧
008_0221_b_11L於聲律。大得詩道。非世人之經營用力
008_0221_b_12L而後得也。淸溪堂法正大師。携詠月大
008_0221_b_13L師詩若文一卷。求其集序。余觀其集中
008_0221_b_14L有惜別詩。曰別面不如花有咲。離情
008_0221_b_15L難似竹無心之作。非但句工。亦多禪
008_0221_b_16L氣。自非內悟而發於言。自諧於聲律者
008_0221_b_17L安得如此詩道哉。其餘文賦亦淸絶。皆
008_0221_b_18L技癢之不得已也。第子期云。遠知音冥
008_0221_b_19L邈。不辨峨洋。則混爲折揚之。是惧焉。
008_0221_b_20L時丁酉孟春。上瀚。大覺登階處能走
008_0221_b_21L筆謹書。
008_0221_b_22L{底}順治十三年。金華山澄光寺留刊本(國立圖
008_0221_b_23L書館所藏)。
- 1)선자화상船子和尙 : 약산 유엄藥山惟儼선사의 법을 이은 화정華亭 선자 덕성船子德誠선사를 말한다. 『聯燈會要』권19(X79, pp. 168c-169a)와 『五燈會元』권5(X80, 115a)에 행장과 게송이 수록되어 있다.
- 2)참고로 선자 덕성화상의 게송 전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三十年來坐釣臺。釣頭往往得黃能。金鱗不遇空勞力。收取絲綸歸去來。千尺絲綸直下垂。一波纔動萬波隨。夜靜水寒魚不食。滿舡空載月明歸”『聯燈會要』권19.
- 3)옥설玉屑 : 송나라 위경魏慶이 편찬한 『시인옥설詩人玉屑』을 말한다.
- 4)지음知音, 아양峨洋 : ‘지음’과 ‘아양’은 모두 마음을 알아주는 벗의 사귐을 말한다. ‘아양’은 거문고의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列子 湯問』에, 중국 춘추 시대 초楚나라 사람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잘 탔는데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거문고 소리를 잘 감상하였다. 백아가 높은 산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가 “높고 높기가 마치 태산과 같도다.(峨峨兮若泰山)”라고 하였고, 또 흐르는 물에 뜻을 두면 “넓고 넓기가 마치 강하와 같도다.(洋洋兮若江河)”라고 하였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이해할 사람이 없다며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하였다.
- 5)맹춘孟春 : 음력 정월正月이다.
- 6)상한上瀚 : 상순上旬과 같은 뜻이다.
- 7)대각등계大覺登階 처능處能 : 조선 스님으로 자는 신수愼守이며, 호는 백곡白谷(1617~1680)이다. 지리산 쌍계사 벽암 각성碧巖覺性 문하에서 23년 동안 참학하고 법을 이었다. 현종 15년(1674)에 팔도선교십육종도총섭八道禪敎十六宗都摠攝에 임명되었으나 곧 사퇴하였고, 현종의 척불정책에 대해 승려들을 대표하여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를 올렸다. 숙종 6년 금산사에서 대법회를 연후 그 해 입적하였다. 『대각등계집大覺登階集』이 남아 있다.
- 1){底}順治十三年。金華山澄光寺留刊本(國立圖書館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