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불교문헌

ABC_BC_Y0010_0001_R_001
석가사釋迦史*
[표지]
석가사釋迦史
대각교 관정사 용성당 백상규 편술
한상희* 옮김
목차
0001_0002_b_01L대각교주 역사大覺敎主歷史
1. 대각의 근본
2. 대각께서 도솔천에 강생하심
3. 룸비니 동산에 탄생하심
4. 태자의 관상을 보이심
5. 이모가 양육하심
6. 태자를 데리고 천주당天主堂에 가심
7. 태자께서 여러 어린이들과 놀이하심
8. 태자에게 세간 학문으로 교육시킴
9. 태자께서 형제와 힘을 겨루심
10. 싯다르타를 태자로 책봉함
11. 농사짓는 것을 보심
12. 태자께서 아내를 맞아들임
13. 태자께서 아들을 낳은 이유
14. 태자께서 네 성문을 둘러보심
15. 태자의 출가
16. 삭발하심
17. 마부 찬타카를 돌려보내심
18. 숲속의 선인들에게 따져 물으심
19. 6년 동안 고행하심
20. 샛별을 보고 깨달으심
21. 세존께서 열반하심
22. 법어를 간략히 선별하심

대각교 이적大覺敎異蹟
1. 뱃사공의 출가
2. 야사의 출가
3. 어부들의 출가
4. 월광이 아버지에게 간청하여 귀의시킴
5. 세존께서 무리(앙굴마라)를 제도하심
6. 육사외도에게 항복 받으심
7. 바라문이 칼을 가지고 세존을 해치고자 함
8. 니건자를 구원하심
9. 세존께서 고향으로 돌아오심
10. 독한 용에게 항복 받으심
11. 여러 음란한 여인을 교화하심
12. 취한 코끼리를 항복 받으심
13. 물소를 제도하심
14. 흰 개가 세존을 보고 짖음
15. 불 속의 아이를 구원해 주심
16. 늙은 걸인이 세존을 만남
17. 천제天祭를 지내다가 세존을 만남
18. 도둑을 구원하심
19. 아귀에게 밥을 베푸심
20. 세존께서 어린아이를 구원하심
21. 귀신의 어미가 자식을 찾음
22. 용왕의 어려움을 구원하심
23. 30만 인이 옮기지 못하는 바위를 발로 옮기심
대각교주 역사大覺敎主歷史
1. 대각의 근본
0001_0004_b_01L대각의 성품(大覺性品) 가운데 끝없는 허공이 나타나고 끝없는 허공 가운데 수없이 많은 세계가 한없이 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168만 리를 올라가면 사천왕천四天王天과 일월성숙천日月星宿天이 있으니, 사천왕천에 사는 사람은 몸의 길이가 20리고, 가벼운 보배 옷 무게는 반 냥쭝이며, 인간세상의 50년이 사천왕천의 하루 밤낮이라고 한다. 저 사천왕천 5백 년을 지내면 천인의 정해진 수명(定命)이 된다고 하며 남녀의 교합하는 법은 인간세상과 같다.
또 이곳에서 336만 리를 올라가면 제석환인상제帝釋桓因上帝가 계시는데, 불가에서는 ‘제석천왕’이라 하고 도가에서는 ‘옥황상제’라 한다. 이 제석환인상제가 계시는 국토는 드넓어서 320만 리이고, 도성都城의 너비는 140만 리이며, 주위가 넓고 평탄하여 그 사방으로 각기 열 개의 하늘이 있으니, 환인상제의 국토와 모두 합하면 삼십삼천이 된다.
이 삼십이천과 사천왕천과 일월성숙천은 제석환인상제가 거느린다. 그 남녀의 교합하는 법은 서로 안으면 음양이 통한다고 한다. 몸길이는 40리이고, 보배옷의 중량은 육수六銖1)이며 정해진 수명은 1천 세니 인간세상 백 년이 저 하늘의 하루 밤낮이 된다. 이 하늘에 복락 받음은 사왕천 보다 배나 더하다고 한다.
이 제석환인상제가 계신 곳으로부터 672만 리를 올라가면 야마천夜摩天이 있으니 이 하늘은 일월이 없고 다만 연꽃 때를 따라 열고 합한다(開合)고 한다. 사람의 몸길이가 보통 80리이고 정해진 수명은 2천 세니, 우리의 백 년이 저 하늘에 하루 낮밤이 된다고 하며, 남녀가 교접하는 법은 서로 몸을 가까이 하면 자연히 음양을 이루는 것이며, 그들의 복락 받는 것은 제석천보다 배가 더하다고 한다.
이 하늘로부터 1천344만 리를 올라가면 도솔천이 있으니, 몸의 길이는 160리이고, 정해진 수명은 4천 세이며, 우리 인간세계에 사는 것으로 헤아리면 4백 년이 저 도솔천兜率天의 하루 낮밤이라 한다. 그들의 교접하는 법은 남녀가 서로 손을 잡으면 음양을 이루며, 복락을 받는 것은 야마천보다 배나 뛰어나다 한다. 이 하늘은 두 가지 구별이 있는데, 하나는 외원궁外苑宮으로 범부천凡夫天이 머무는 곳이요, 다른 하나는 내원궁內苑宮으로 대각성존께서 이곳에 계시다가 남섬부주에 내려오셨다.

객이 묻기를,
“하늘에 몇 가지 차별이 있습니까?”
용성이 말하기를,
“모습(事相)으로는 하늘이 수없이 많으나 대강 큰 줄기만 말해 보겠다. 욕계欲界에 여섯 개 하늘이 있고, 색계色界에 열여덟 천이 있으며, 무색계無色界에 네 하늘이 있다. 이것은 청정한 세계와 둔탁한 세계의 복 받는 차별에 따라 하늘의 차별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맹목적으로 덮어놓고 하늘이 있다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해는 일천日天이라 하고 달은 월천月天이라고 하며 별은 성천星天이라고 한다. 우리가 한량없는 하늘을 보는 것은 눈으로 보는 힘이 부족하여 오직 창공에 떠 있는 일월성숙만 본다. 허공이 위와 아래 끝(上下邊際)이 없으니 광대한 허공의 수없는 세계를 어찌 입으로 다 말하겠는가.
복락 받는 세계는 하늘이라 하고 극히 고통 받는 세계는 삼악도라 한다. 또 형상이 없는 하늘이 있어 각천覺天이라고 하며 성천性天이라고도 하고 심천心天이라고도 하니, 이것을 통틀어 말하자면 대각진리大覺眞理에 포함된 것이다.”
객이 묻기를,
“예로부터 신神이 있다고 주장하니 대각교는 신을 믿는 것입니까?”
용성이 대답하기를,
“아니다. 하늘에 있으면 천신天神이라 하고, 땅에 있으면 지신地神이라 하며, 산에 있으면 산신山神이라 하고 물에 있으면 수신水神이라 하니, 귀鬼와 신神이라 하는 것은 업식業識이 맺어서 신이 되는 것이다. 그 업식의 변환變幻을 따라 삼계에 윤회하는 것이다. 대각은 그런 귀신과 천신의 무리가 아니다. 참된 각(眞覺) 그 자체는 하늘과 땅과 허공도 아니고 모든 신명神明도 아니며, 세속의 성인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며, 마음도 아니고 성품도 아니며 이치도 아니지만, 천지세계와 허공법계를 온통 머금어서 불생불멸하는 대원각체성이다. 또한 비유하자면 허공 자체가 일체 형상이 아니지만, 산하대지 삼라만상 모든 것을 건립하니 우리의 대원각도 이와 같은 것이다.
대각성존이 이 대원각을 깨치셨기 때문에 이름을 대각大覺이라 한다. 이 대각성존은 법계에 충만하여 없는 곳이 없다. 이 대원각을 깨치신 대각께서 중생을 제도하시기 위하여 인연을 따라 한량없이 화신으로 나타나셨는데, 달이 허공에 있어 광명이 천하에 가득하며 물이 있는 곳마다 달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객이 묻기를,
“그러면 어찌하여 특별히 불상佛像을 조성해 놓고 예배 공양하며 기도합니까?”
용성이 대답하기를,
“불상이 나무나 돌과 금·은·동·철인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천하 만세에 모범으로 삼고 기념하고자 불상을 조성하여 엄숙히 모신 것인데, 그대는 진불眞佛로 알았는가? 세 살 어린이도 그렇게 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상을 따로 찾을 것도 없다. 풀로 용을 만들어 놓고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풍속은 예로부터 있어 온 관습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지성으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오는 법이 허다하니 누가 그것을 진짜 용으로 알겠는가. 다만 지성으로부터 생길 뿐이다. 대각의 진법신眞法身이 법계와 허공에 충만하여 항상 일체중생의 앞에 가득하니 어디든지 기도하면 정성을 따라 감응하게 된다.”
객이 묻기를,
“부처님께서 도솔천 내원궁에 계시다가 인도에서 탄생하셨다 하니 법신으로 내려오신 것입니까? 화신으로 내려오신 것입니까?”
용성이 대답하기를,
“법신은 형상이 없어 허공과 같으니 어찌 가고 옴이 있겠는가. 법성체法性體에서 작용을 일으켜 화신化身을 성취하므로 도솔천 내원궁에 자마금신紫磨金身2)을 나타내시니 모든 제천 가운데 제일 높은 하늘이 되시고 성현 가운데 가장 높으신 성현이 되시며, 삼계의 법왕이 되시고 사생四生의 자부慈父가 되셔서 도솔천궁에 화신을 나타내신 자금진신紫金眞身이 만 가지 복 있는 모습(萬福想)으로 장엄하신 것이다. 도솔천은 욕계 육천 가운데 위치가 중앙이므로 대각께서 이곳에 화신을 나타내어 색계 십팔천 중생과 욕계 육천 중생을 정법으로 교화하시니 색계십팔천왕과 욕계육천왕이 다 대각세존의 법화를 받아 호법신중(護法衆)이 되신 것이다.”
객이 묻기를,
“지금의 모든 종교가 다 하늘의 상제上帝를 섬기는데 그들이 섬기는 천신이 모두 대각의 제자일 것 같으면, 어찌하여 그들이 대각을 섬기지 않고 대각을 반대하는 자가 많습니까?”
용성이 대답하기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욕계 육천과 색계 십팔천 사이에 파순천이 있는데 다만 십선十善만 닦아도 이 하늘의 복락을 받으나, 오욕락을 즐기는 까닭에 정법을 불신하며 내가 열반 후 말법에 그들의 권속이 세간에 충만하여 정법을 비방하고 또 그들이 출가 승려가 되어 나의 법을 파괴할 것이다’라고 하시니 이 말씀이 지금에 부합된 듯하다.”
2. 대각께서 도솔천에 강생하심
0001_0007_a_01L이때 부처님께서 도솔천에 계시니 그 지위(位)가 삼계에 위없이 높으신지라. 한량없는 제천이 둘러싸며(圍繞) 무상대도를 설하여 삼계에 대법왕이 되셨다. 색계의 모든 천주天主와 욕계의 모든 천주가 법화를 받아 다 제자가 되었다.
이때 부처님께서 삼계제천을 다 교화하여 마치시고, 특히 사바세계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불쌍히 여겨 먼저 다섯 가지 상서를 놓으셨다.
첫째는 큰 광명이 삼천대천세계에 밝게 비치고, 둘째는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열 가지 모양으로 진동하며, 셋째는 마군의 궁전이 숨어 없어지고, 넷째는 일월의 빛이 없어지며, 다섯째는 팔부금강제천八部金剛諸天이 크게 진동하였다.

객이 묻기를,
“대각께서 어느 때 정각을 이루셨습니까?”
용성이 대답하기를,
“진묵겁전眞墨劫前3)에 정각을 성취하였으나 중생을 제도하시기 위하여 시방 무량한 세계에 인연 따라 몸을 나타내어 중생을 제도하신 것이다.
『대승방편경』에 이르기를, ‘각신覺身은 무위하여 가고 옴과 나고 죽음이 없거늘 어찌 팔상성도가 있겠는가. 다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방편으로 왕궁에 탄생하시어 출가 성도함을 보였다’고 하느니라.”

이때 대각께서 사바세계에 고통 받는 중생을 제도하시기 위해 방편으로 인도국 정반왕궁에 강생하시고자 모든 천주天主를 불러 말씀하셨다. “내가 남섬부주에 내려가 태어나고자 하니 너희들은 상세히 살펴보아라.”
모든 천주가 대각의 명을 받아 마침내 의논하기를, ‘마갈타국의 부인은 정직하나 왕은 진실되지 못하고, 구살국은 왕과 왕의 부인과 종족이 다 정직하지 못하며, 화사국은 타국의 견제를 받고, 유야리국은 돈과 재물을 좋아하며, 발수국은 풍속이 비루하고, 기타 다른 나라들은 다 변방이라 대성존이 강생할 곳이 아니다. 그런데 가비라국은 삼천대천세계의 중앙이요, 사람이 번성하며 덕의를 행하고 정반왕은 성덕으로 만민을 잘 다스리며 왕의 부인은 인자하고 정직하며 삼업이 청정하여 무량겁으로 오며 성인의 어머니가 되셨으니, 대각성존이 저곳에 강탄하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그 이유를 말씀드렸다.
대각성존께서 머리에 일정관日精冠을 쓰시고 목에 일월광을 차시고 가슴에 만자를 뚜렷이 나타내시니 삼십이상三十二相과 팔십종호八十種好가 구족하셨다. 육아백상六牙白象을 화현시켜 그 등에 걸터앉아 허공으로부터 내려오실 때 자금진신紫金眞身으로부터 대광명이 나오니 그 광경이 황홀하였다.

객이 묻기를,
“어찌하여 도솔천에서 등정각等正覺을 나타내 보이지 않고 구태여 인간세상에 내려오셔서 팔상성도八相成道를 나타내 보이십니까?”
용성이 대답하기를,
“『대승방편경』에 말하기를, ‘인간 중생은 신통이 없으므로 천상에 올라와서 법을 들을 능력이 없고, 천인은 신통이 있어 인간세상을 왕래하여 불법의 교화(法化)를 받을 능력이 있으므로 궁으로 강림하셨다’고 하였다.”
객이 묻기를,
“부처님께서 자재의 능력이 있음에도 이 고해의 중생을 위하여 때때로 몸을 나타내시어 중생을 제도하지 않으시고 1억 6만 5천 년 사이는 전혀 소식이 없었습니까?”
용성이 대답하기를,
“『인과경』에 말하기를, ‘대각이 출세하시어 다섯 가지를 관찰하니, 첫째는 중생의 인연이 익었음을 관찰하시고, 둘째는 때가 옴을 관찰하시며, 셋째는 국토의 인연을 관찰하시고, 넷째는 종족을 관찰하시며, 다섯째는 인연이 깊어 부모 될 자를 관찰한다’고 하였으니, 이와 같은 인연이 화합하여야 인간세계에 강생하는 것이다.”

이때 마야부인이 침상에서 잠깐 졸더니 비몽사몽간에 저 멀고 먼 창창한 허공중으로 금색 광명이 황홀하게 비쳐 마야부인의 몸에 닿았다. 그 광명 속으로 한 보살이 자금진신紫金眞身의 상호가 구족하며 머리에 일정관을 쓰고 목에 일월광을 차고 가슴에 만卍자가 있는 제일 희유한 장부가 육아백상六牙白象을 타고 서서히 내려와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갔다. 그 몸이 유리와 같아서 안과 밖이 밝게 보이는 것이 마치 유리항아리 속에 진금상을 둔 것과 같으며, 그 수없는 제천이 둘러싼 가운데 대범천왕과 제석천왕이 좌우로 가까이 모셨다.
마야부인이 이 꿈에서 깨시니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 매우 기특하게 여겨 곧 정반왕의 처소에 나아가 꿈 이야기를 낱낱이 말씀드렸다. 왕이 곧 해몽을 잘하는 바라문을 불러 길흉을 물었다. 바라문이 점을 쳐 가로되, “부인이 성자를 얻으실 상서이니 만일 출가하면 정각을 이루어 삼계법왕이 될 것이요, 만일 출가하지 않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를 통치하며 천 명의 아들을 둘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때는 거슬러 올라가 2957년 주나라 소왕 25년 계축년 6월 8일이었다.
이때 마야부인이 매일 육바라밀을 닦으니 날마다 하늘에서 마야부인에게 천상의 공양을 올리니 다시 인간의 음식을 먹지 아니하였다고 하였다. 이때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모든 병든 백성이 다 병이 낫고 백곡이 무성하여 크게 풍년이 드니 이것이 다 대각성존께서 무량겁에 지으신 복덕이었다.
이때 대각께서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시니 마야부인의 몸이 대보전장엄누각大寶殿莊嚴樓閣이 되어 천궁보전에서 지냈으며 몸으로부터 빛이 나기가 한량이 없었다. 무량제천과 보살대중이 그를 에워싸고 법을 설하며 삼십삼 모든 조사와 더불어 차례로 출가하여 중생을 제도할 약속을 하였다.

객이 묻기를,
“마야부인의 몸이 대보전으로 변하여 제천 대중으로 더불어 에워싸 설법한다는 말이 너무나 허황되지 아니합니까?”
용성이 대답하기를,
“그대 범부의 뜻으로는 의심이 안 날 수 없다. 이것은 지금의 과학과 철학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수미산을 겨자씨(芥子) 속에 집어넣고 대천세계를 방 밖에 집어 던지는 말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는 신통 변화를 그대가 어찌 알겠는가? 속담에 ‘도깨비가 솥뚜껑을 솥 속에 집어넣는다’ 했거늘, 무량겁에 도를 닦아 부사의 신변이 구족한 대각성존이야 말할 것도 없다.”
옛사람이 글귀를 지어 말했다. “마야 가슴속이 법계체法界體와도 같다 하였고, 삼십삼 조사께서 수기를 받았다.”라고 하였다.

단군기원 1287년은 주소왕 26년이다. 갑인년 사월 초파일에 마야부인이 모든 궁녀를 거느리고 룸비니 동산에 가서 노시더니 백 가지 꽃은 기울어지고 녹음방초가 꽃보다 더 빼어날 때였다. 부인이 무우수無愚樹 나뭇가지를 겨우 잡으시니 홀연히 땅에서 큰 연꽃이 솟아오르는데 큰 수레바퀴만 하였다.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를 따라 왕자가 탄생하시니 연꽃 위에 우뚝 일어서서 사면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시며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시며 큰 소리로 웅장하게 말씀하시기를, “하늘이나 땅 아래나 내가 홀로 높다.”라고 하셨다.

객이 묻기를,
“삼계에 모든 하늘이 있는데 어찌 자기가 자기를 높다고 하겠습니까?”
용성이 말하기를,
“그대가 원인을 모르고 말하는 것이다. 그대가 각覺과 신神의 구별을 모르는구나. 각성覺性은 천지 우주 허공법계의 본체적本體的 원리圓理요, 신은 원체로부터 나온 지패이니, 비유하건대 대해 바다 전체가 젖는 물은 각성에 비유하고 모든 파도에 젖는 것은 신이라 할 것이다. 그러하므로 천신·지신·해신·산신이라는 한량없는 신이 있으며 이것은 많은 파도에 비유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객이 말하기를,
“천주의 신은 하나인데 무슨 둘이 있겠습니까?”
용성이 말하기를,
“인간세계 사람이 하나만 있는가? 동서양에 16만 인구가 사는데 어찌 천신은 하나만 있겠는가? 무수한 천신이 있을 것이다. 허공이 한량없고 천국도 한량없는데 어찌 천주가 하나만 있겠는가. 천국이 수가 없으니 천주도 수가 없을 것이다.
대각의 말씀은 사람마다 대각본원각성이 구족하여 사람마다 천상천하에 제일 높은 참 내가 있다는 말이고, 또 하나는 대각께서 무수겁을 닦아서 대각본원성을 크게 깨쳐 광대한 복덕을 닦았으며, 부사의 신통이 구족하니 어찌 범천의 신통과 지혜와 복덕이 미칠 수 있겠는가. 반딧불로써 날광명에 비할 수 없다. 대각은 하늘로 말하면 각천覺天이요, 성천性天이며, 심천心天이다. 무변허공과 법계에 본체가 되는 무위천無爲天이다. 사람에 있으면 사람이 곧 하늘이고 하늘에 있으면 하늘의 하늘이다. 이 위에 더 큰 하늘이 없다. 사람마다 하늘이라 참 평안한 하늘이다. 우리는 근본 성품을 닦아 대각성천大覺性天과 하나 되고자 한다. 오직 하늘 하나만 영원히 높다고 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하늘 아래에 있어 구속만 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도 닦으면 곧 하늘이다. 대각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법이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다 하므로 나는 이 말에 복종되어 대각교를 믿게 되었다’고 하셨다.”

이때에 사천왕이 하늘에서 보배 비단을 가져와 왕자의 몸을 안아서 보배 평상 위에 두시니 도리천 제석환인상제께서는 일산을 잡으시고 대범천왕께서는 불자를 잡으시고 좌우로 모시니, 구룡이 허공에서 청정한 물을 토하되 따뜻하고 정결하여 왕자의 몸을 씻어 드리니 삼십이상에 팔십종호가 구족한 대장부더라. 큰 광명을 놓으시니 삼천대천세계가 밝게 비치더라. 무수한 제천팔부금강성현이 허공에 가득하여 하늘 풍악을 울리니 대지 산하가 흔들거리는 듯하며 하늘 꽃으로 분분히 날리니 묘한 향기가 사무치며 백천 가지 보배 영락, 보배 옷을 바치니 그 수를 알 수가 없다. 34가지 상서가 있음을 자세히 기록하였으나 간략히 하고자 기록하지 않았다. 대각께서 과거 무수겁에 무량한 복덕 지혜를 닦았으므로 탄생하실 때 무수한 상서가 나타나는 고로 정반왕이 왕자의 이름을 싯달이라 하시니 싯달은 우리말로 하면 ‘모두 좋다’는 말이다. 그때에 천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날이 거듭 박후가 있으며 신령한 상서가 많으니 이때에 지나국支那國 주소왕이 상서를 보고 크게 놀라 이상한 생각을 하여 태사관太史官 소소유蘇小遊를 불러 점을 치라고 명령하니 건괘乾卦 구오九五 효동爻同을 얻은지라. 태사관이 엎드려 아뢰기를, “건乾은 금사람의 지위라. 하늘을 나는 용이 하늘에 있어 큰 사람을 환히 통해 보는 것이니 큰 성현이 인도 천축국에서 탄생하시는 상서입니다.” 하거늘 소왕이 묻기를, “그러면 우리나라에 장차 큰 근심이 있지 않겠는가?” 하니, 태사관이 아뢰기를, “성상께서 어세하실 때에는 아무 일도 없고 이 뒤로 천 년이 지나면 그 성인의 교법이 우리나라에 전파될 것입니다.” 소왕이 조서를 내려 그 사실을 비석에 새겨 낙양성남 교단郊壇 아래에 두어 후제에 전하게 하였다. (이로 미루어 보면 대각성존이 주소왕 갑인 사월 초파일 오시에 탄생하신 것이 분명하시니 달리 말할 것이 없다.)
『석가보』에 이르기를, 도솔천중이 “대각성존이 정반왕의 집에 탄생하셨으니 우리도 같이 내려가 대각이 출세하거든 묘법을 들으리라.” 하고 9억의 하늘 사람들이 일시에 하강하여 혹 제국에 왕과 대신과 바라문과 상좌, 거사 등의 집에 강생하여 모든 방편으로 대각의 법화를 도왔다.
3. 룸비니 동산에 탄생하심
0001_0012_a_01L『본행경』에 이르기를, “한 대신이 룸비니 동산 밖에 나가 섰는데 마침 한 시녀가 빨리 나오다가 대신을 보고 환하게 좋아서 뛰며 알리기를 ‘국대부인이 태자를 낳으셨으니 빨리 대왕에게 아뢰옵소서’ 하니 대신이 이 말을 듣고 질풍같이 말을 달려 와서 왕을 보지 못하여 환희고를 두드리니 이때 정반왕이 보전상에 앉아 보전상 대신과 함께 국정을 다스리시다가 문득 환희고 치는 소리를 들으시고 왕이 놀라 대신에게 물으니 ‘왕부인이 태자를 낳으시니 보통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자마금신에 광명이 밝게 빛났습니다.’ 왕이 곧 동산에 나아가 아들을 보니 들은 바와 같이 틀림이 없었다. 이때 정반왕이 마음에 생각하기를, ‘어떤 연여輦轝4)에다 모셔갈까’ 하더니 비수갈마천왕이 일곱 보배 가마를 변화로 지었는데 그 미묘장엄을 말할 수 없었으며, 사천왕이 각기 몸을 변하니 포포한 청년으로 나계가 단정하고 면모가 아름다운지라. 태자를 보배 가마에 모시고 가니 이때 정반왕이 모든 동자에게 황의를 입히고 왼손에는 금병을 들리고 오른손에는 보배 지팡이를 들려 태자 앞에 나란히 행하고 무량제천 옥녀들은 각각 제천에 있는 보배향로에 각각 묘한 향을 피워 태자를 인도하여 행하게 하였다.”라고 설한다.
4. 태자의 관상을 보이심
0001_0012_b_01L『본행경』에 이르기를, “이때 정반왕이 천하에 상학박사를 청하여 태자의 길흉을 물으니 모든 상사들이 일심으로 태자를 보고 각기 왕께 아뢰기를, ‘태자의 상은 고금에 두드러지게 뛰어난지라 두 가지로 평론하오니, 첫째는 세상에 있어 복락을 받으시면 금륜성왕이 될 것이요, 둘째는 만일 출가하시면 무상도를 이루어 정각을 성취하오리다’ 하였다.
이때 아사타 신선이 신통으로써 몸을 이루어 왕께 내려와서 아뢰되, ‘빈도는 아사타 신선입니다. 태자를 보고자 합니다’ 하니 부인이 태자를 안아 신선에게 향하니 선인이 여쭈기를, ‘태자가 몸이 황금빛이요, 머리가 둥글고 코가 원직圓直하고 발이 가득하며 팔이 길고 삼십이상과 팔십종호가 구족하시니 반드시 출가하셔서 도를 배워 무상정각을 이루시고 정법륜을 굴려 삼계중생을 제도하오리다’ 하며 두 눈에 눈물이 비 오듯 하여 왕이 그 까닭을 물으시니 선인이 왕에게 아뢰기를, ‘빈도가 이 세상을 떠날 인연이 머지않으므로 태자의 광장설상으로 미묘한 법을 듣지 못하게 되니 이 때문에 슬퍼하나이다’라고 하였다.”
5. 이모가 양육하심
0001_0013_a_01L『본행경』에 이르기를,
“이때에 태자가 탄생하신 칠 일 만에 마야부인이 명을 마치고 도리천상에 왕생하셨다. 천궁에서 태자를 생각하시고 모든 채녀를 내려 태자의 처소에 내려오실 때 허공에서 묘한 꽃과 향을 흩으며 왕궁에 이르러 정반왕을 보고 말씀하시기를, ‘내가 태자를 입태하였을 때 한량없는 쾌락을 받고 이제 천상에서 무한한 즐거움을 받으니 나로 하여금 근심하지 마옵소서’ 하고 곧 몸을 숨겨 도리천 위로 돌아가셨다.
이때 정반왕이 태자를 마하파사파제摩訶波斯波提에게 부탁하시어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태자의 이모다. 마땅히 잘 양육하라’ 하시니 마하파사파제가 모든 것을 다 때를 맞추어 잘 보살피되 32명의 여인과 함께모심을 행하기를, 여덟 여인은 안아 주는 책임을 맡고, 여덟 여인은 목욕하는 책임을 맡으며, 여덟 여인은 젖 먹이는 책임을 맡고, 여덟 여인은 함께 놀아 주는 책임을 맡아 마음을 함께하고 힘을 모아 태자를 보살펴 기르니 태자가 나날이 자라나 달이 차오르듯 하며, 궁중에 금·은·유리 등 일곱 가지 보배가 땅으로부터 자연히 용출하고 진기한 보배 코끼리·말이 저절로 번성하였다.”

객이 묻기를,
“대각께서 처음 나실 때 두루 칠 보를 걸어 다니시고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시고 천상천하에 내가 제일 높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찌 타인의 양육을 받습니까?”라고 하니,
용성이 이르기를,
“그대가 성인의 방편을 어찌 알겠는가. 내가 『대승방편경』을 보니 경에서 이르기를,
‘대각의 금강진신은 허공과 같은데 어찌 인간에 하생하시고,
생장숙장生臟熟臟이 없는데 먹는 것이 무엇이 있으시며,
삼계에 제일 높은데 누구에게 보호를 받아 양육되고,
진신이 법계에 충만한데 무슨 탑묘를 따로 건립하며,
티끌 수 아득한 겁에 정각을 이미 이루었는데 무슨 팔상성도를 요구하겠는가.
모든 것이 중생의 근기에 따라 방편으로 베풀어 세울 뿐이다’라고 하시니, 달이 물구덩이(구소溝沼)에 나타남에 형상을 만물에 나투는 것과 같아 시방국토에 인연을 따라 태어나시어 중생을 제도하시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6. 태자를 데리고 천주당天主堂에 가심
0001_0014_a_01L대각께서 세간에 오신 지 3년(응세삼년應世三年)은 조선 단군기원 1289년이고 중국 주소왕 28년 병진해이다.
다장엄多莊嚴에 말씀하시기를,
“이때 정반왕이 태자의 수명을 빌고자 하여 자재천自在天 천주 성전天主聖殿에 거동할 때 코끼리에 백 가지 보배를 장엄하시고 등에 보배연을 메고 그 위에 태자를 태우시고 만조백관과 후궁 채녀가 전후에서 옹위하며 삼계제천이 허공에 가득하여 풍악을 올리니 그 거룩한 몸가짐은 말할 수 없었다. 천주 당전에 이르러 태자를 안으시고 겨우 문 안에 들어서시니 천주 성상天主聖像이 문턱에 이르러서 태자의 발에 공경히 예배하고 정반왕을 행하여 말하기를, ‘대왕이시여, 태자는 천상천하에 제일 높으신 대각이시고 삼계 모든 천주가 다 공경예배 하는데 어찌 제가 태자의 예배를 받겠습니까. 미안막심하옵니다’ 하니 이때 만조백관이 다 이것을 보고 대경하여 미증유5)를 찬탄하였다. 정반왕이 친히 이것을 보시고 태자의 호를 천중천天中天이라고 지으셨다. 이날 궁중으로 돌아오시니 석가 종족이 그 사이에 5백 남자를 낳았고 그 나라에 태어난 남자아이의 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며 수없이 많은 명마가 태어나니 그 가운데에 가장 영특한 말 한 마리가 있어 이름을 건척6)이라 하였다. 수없이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 나타나니 일일이 다 기록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7. 태자께서 여러 어린이들과 놀이하심
0001_0014_b_01L『본행경』에 이르기를,
“이때에 정반왕이 태자를 위하여 모든 보배 영락과 좋은 꽃 화만華鬘과 보관寶冠과 요대로 태자를 장엄하니 이모가 태자를 무릎 위에 앉히시고 보배련에 앉히며 무수한 동남동녀가 다 보배영락으로 그 몸에다 장엄하며 모든 꽃을 가지고 태자 앞에 인도하여 동산 숲으로 나갔다. 이때에 모든 석동자가 손에 양의 수레와 소의 수레를 가졌으며 다시 각각 배도 타며 북도 치며 퉁소와 피리와 대금도 불며 거문고도 뜯으며 사자와 코끼리와 모든 새(鳥) 형상과 일체의 놀잇감을 태자 앞에 벌여 유희하게 하며 여러 가지 장난감으로 유희하게 하되 이와 같이 8년을 지냈다. 태자께서 지혜가 점점 늘고 자라 세상의 어린아이와 특별히 달라 우는 법도 없고 대소변에 더운 것도 없으며 배고프고 목마름을 말하지 아니하시니 양육에 근무勤務하는 제모들이 항상 환희심을 내었다.”

객이 묻기를,
“태자가 범상한 아이와 같이 장난을 좋아하시니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라 하니,
용성이 말하기를,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라 하시고 그 뒤로는 다시 세상 아이와 같이 하시니 그대는 태자께서 아주 미혹하여 그와 같이 한 줄 아는가? 대성인이 세간에 나오시어 화광동진7)으로 세상 보통 아이들과 같이 움직여 천진난만하게 지내는 것을 그대는 어찌 알지 못하는가!”
8. 태자에게 세간 학문으로 교육시킴
0001_0015_a_01L대각께서 세간에 오신 지 8년은 조선 단군기원 1294년이고, 중국 주소왕 33년이다.
이때에 정반왕이 태자가 이미 장성함을 보시고 문학을 가르치고자 하시어 즉시 대강당을 건설하시고 즉시 태자태부를 정하여 천하에 유명한 박사를 청해 구했다.
이때에 제신이 엎드려 아뢰기를, “비사밀다 박사가 있사온데 학문과 도덕이 천하에 으뜸이라 태자태부가 될 듯하옵니다.”라고 하거늘 정반왕이 곧 사신을 보내어 예로써 청하였다.
태자께서 선생을 보시고 묻기를, “무슨 글로 나를 가르치고자 합니까?” 하시니, 비사밀다가 고금 서적을 낱낱이 고하여 바치니 태자 말하기를, “시방세계마다 글이 달라 각각 차별이 한량없으나 그것은 다 말할 것 아니요, 현재 남섬부주에 있는 나라가 10만 516국이라. 이 나라 가운데 유행하는 글이 몇 가지나 됩니까?” 하시니, 선생이 묵묵하여 대답하지 못하거늘 태자께서 또다시 물으시기를, “아자阿字는 몇 가지 뜻이 있습니까?” 하니, 선생이 또다시 대답하지 못하고 낯이 부끄러운 생각이 가득하여 태자의 발 아래 절하고 찬탄하여 말하기를, “태자 탄생 시에 주행칠보周行七步하시고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라 하셨다 하시더니 이 말씀이 참 헛되지 않나이다.” 하였다.
곧 묻기를, “남섬부주 중에 몇 가지 글이 있습니까?” 하니, 태자 답하기를, “64종류의 글이 있습니다.”
선생이 말하기를, “그 글의 이름을 낱낱이 듣고자 하옵니다.”라고 하니 태자 말하기를,
“(1) 범매서梵寐書, (2) 커로실저서佉盧虱底書, (3) 포사가라서布沙迦羅書, (4) 앙가라서央伽羅書, (5) 마하지서摩訶底書, (6) 앙구서央瞿書, (7) 엽반니서葉半尼書, (8) 사이가서娑履迦書, (9) 아파로사서阿波盧沙書, (10) 답비라서沓毗羅書, (11) 빈나다서罽那多書, (12) 다차나서多瑳那書, (13) 욱가라서郁伽羅書, (14) 승지서僧底書, (15) 아발모서阿跋牟書, (16) 아노로서阿奴盧書, (17) 달나타서達那陀書, (18) 가색서可索書, (19) 지나서支那書, (20) 호나서護那書, (21) 말제악찰라서末提惡刹羅書, (22) 밀타라서蜜陀羅書, (23) 불사서弗沙書, (24) 제바서나가서提婆書那伽書, (25) 야차서夜叉書, (26) 건달바서乾闥婆書, (27) 마후라서摩候羅書, (28) 아수라서阿修羅書, (29) 가루라서迦婁羅書, (30) 긴나라서緊那羅書, (31) 밀이가서蜜履伽書, (32) 마유서摩瑜書, (33) 폭마제바서暴磨提婆書, (34) 안다력차제바서安多力叉提波書, (35) 구야니서拘耶尼書, (36) 울단월서鬱單越書, (37) 불바제서弗婆提書, (38) 옥감바서沃憇婆書, (39) 닉감파서匿憇波書, (40) 반라감파서般羅憇波書, (41) 바갈라서婆竭羅書, (42) 발사라서跋闍羅書, (43) 여커발나저예서戾佉鉢羅底隷書, (44) 비감파서毗憇波書, (45) 안노발도다서安奴鉢度多書, (46) 사살다바서舍薩多婆書, (47) 갈니나서竭膩那書, (48) 명차파서鳴差波書, (49) 익차파서匿差波書, (50) 파타여커서波陀戾佉書, (51) 지오타산지서地烏陀散地書, (52) 야바달서夜婆達書, (53) 발타산지서鉢陀散地書, (54) 말제하이니서末提訶履尼書, (55) 살바다승가하서薩婆多僧伽訶書, (56) 바시서婆尸書, (57) 비다아노로마서比多阿奴路摩書, (58) 니사답다서尼師答多書, (59) 호로지마나서乎盧支磨羅書, (60) 다라니폐차서陀羅尼閉瑳書, (61) 가가나필리기나서伽伽羅必利綺那書, (62) 살바옥살지니산다서薩婆沃殺地儞産陀書, (63) 사갈라승가하서婆竭羅僧伽訶書, (64) 살바부다후루다서薩婆部多睺婁多書 등이니 이것이 육십사종서六十四種書의 이름입니다.”
태자가 다시 천문지리天文地理와 음양산술陰陽算術과 녹륜서鹿輪書와 천복서天腹書와 전수서轉數書와 전안서轉眼書와 관공서觀空書와 섭취서攝取書 등을 낱낱이 설명하시니 신하와 백성 등 대중이 다 찬탄하기를, “태자는 참으로 하늘 사람이시라. 천상천하의 일을 알지 못하는 바가 없구나.”라고 하였다.
9. 태자께서 형제와 힘을 겨루심
0001_0017_a_01L세존께서 세간에 오신 지 10년은 곧 조선 단군기원 1296년이요, 중국(지나) 주소왕 35년 계해이며, 일본 기원전 376년이다.
이때 석가종족釋迦種族 중에 제바달다 등 5백 동자가 태자께서 무예를 통달하여 이름이 나라(國中)에 진동함을 듣고 서로 말하기를, “태자가 비록 총명하여 천하의 제서諸書를 다 알지라도 근력筋力이야 어찌 우리를 당하겠는가. 우리가 태자와 함께 힘을 겨루어 보리라.” 하였다. 때마침 정반왕이 천하명무天下名武를 불러 후원後園에서 활을 쏘아 태자에게 무예를 가르치고자 하니, 제바달다 등 5백 장사들도 또한 태자를 모셔 따랐다. 궁법弓法을 가르치는 선생이 작은 활을 가져다 태자에게 주어 쇠북(鐵鼓)을 쏘라 하니 태자가 말하기를, “이 활은 힘이 약하니 제일 튼튼하고 힘 있는 활을 가져오라.” 하여 무고武庫 가운데 제일 강력한 활을 올리니 태자께서 즉시 쇠북 아홉 개를 달아 놓으라 하시고 한번 쏘시니 화살이 아홉 개의 쇠북을 뚫고도 멀리 나가 땅에 박히며 소리가 진동하였다. 궁사弓師가 왕께 여쭙기를, “태자는 천인이시라 배울 바 없이 궁법을 통달하여 무예가 천하에 으뜸이니 어찌 신 등이 능히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하고 사양하며 물러갔다. 태자께서 십만 대중을 거느리시고 성문을 나가실 때 노방路傍에 많은 사람이 모여 서서 무슨 구경을 하거늘 태자께서 물으시기를, “무엇을 보는가?” 따르는 사람이 답하기를, “제바달다가 힘자랑을 하느라 손으로 큰 코끼리를 쳐 성문을 막아 행인이 가지 못하고, 또 난다難陀가 코끼리를 발가락으로 이리저리 던지는 까닭에 행인이 구경하느라 가지 못합니다.” 태자께서 이 말씀을 들으시고, ‘제바달다 등이 나의 힘을 보고자 함이다’라 생각하시고 곧 코끼리를 성 밖에 던지시고 떨어지기 전에 손으로 다시 받으시니 코끼리가 상하지 않게 하셨다. 제바달다 등이 또 쇠북 일곱 개를 달고 평생 힘을 다하여 활을 쏘아 겨우 북 세 개를 뚫고, 난다도 또한 세 개를 뚫더라. 제신이 땅에 엎드려 태자께 아뢰기를, “제바달다와 난다가 다 북 셋을 뚫었사오니 태자께서도 또다시 한번 쏘시기를 바랍니다.” 하니 태자가 말하기를, “먼저 쏜 활도 힘이 미약하였으니 궁력이 매우 있는 활을 가져오너라.” 하시니 제신이 답하기를, “태조상왕太祖上王께서 쏘시던 철궁鐵弓이 있는데 힘이 가장 강하옵니다.” 하고 즉시 가져다 올렸다. 태자께서 받아 한번 쏘시니 일곱 개 쇠북을 다 뚫어 지나고도 멀리 땅을 뚫어 땅으로 좇아 샘물이 솟아오르며 그 화살이 다시 대철위산大鐵圍山을 뚫어 대지가 육종六種으로 진동하였다. 이때 신민대중臣民大衆이 다 태자의 힘과 무예를 찬탄하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였다.
10. 싯다르타를 태자로 책봉함
세존께서 세간에 나신 지 11년은 조선 단군 1297년이고, 지나 주소왕 36년 갑자해이며, 일본 기원전 377년이다.
이때 정반왕이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의논하기를, “태자의 지혜가 총명하여 천하의 여러 서적(天下諸書)과 고금의 학술(古今學術)을 다 통달하였으니, 태자를 봉건封建함이 옳다.” 하시고 각 소국의 왕들에게 신칙8)하여 2월 8일에 모이라 하셨다. 그때가 되어 여러 소국의 왕들과 선인, 바라문 등이 다 구름같이 모였다.
네 바닷물(四海水)을 길어다 칠보 그릇에 담아 모든 선인들에게 주어 각각 차례로 이마 위에 이도록 하며, 또 바라문들에게 주어 각기 차례로 이마에 이도록 하며, 또다시 만조제신들에게 주어 각기 차례로 이마에 인 뒤 정반왕께 올리니 이때 왕이 태자 이마 위에 물을 들이붓고 일곱 보배 도장(七寶印)을 태자에게 붙였다. 이때 팔부룡천八部龍天이 허공에서 천상풍악天上風樂을 울렸다.
11. 농사짓는 것을 보심
이때 태자가 부왕께 주달奏達9)하기를, “신이 성 밖에 나가 구경하고자 합니다.” 하니, 왕이 허락하시고 곧 여러 신하들에게 신칙하여 앞뒤로 따르게 하여 가게 하였다.
태자께서 논밭을 가는 것을 구경할 때, 정거천淨居天10) 사람이 신통력으로 벌레로 많이 변화하게 하니 무리의 새들이 쫓아가며 잡아먹었다. 태자께서 이것을 보시고 탄식하시기를, “슬프다. 중생의 괴로움이여! 곤충일지라도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好生惡死之心)이 어찌 사람과 다르겠는가. 세계의 창생(世界蒼生)이 강자가 약자의 고기를 먹어서 세세생생世世生生 원결怨結이 끊길 날이 없다.” 하시고는 마음을 고요히 안정해 움직이지 않으시니(心定不動), 햇빛이 점점 태자의 낯에 비추어 홀연히 나뭇가지가 굽어지며 태자의 몸에 그늘지게 하여 덮어드렸다.
12. 태자께서 아내를 맞아들임
0001_0019_a_01L세존께서 세간에 오신 지 17년은 조선 단군 1303년이고, 지나 주소왕 42년 경오이며, 일본 기원전 383년이다.
이때 정반왕이 모든 신하들을 모아 의논하기를, “태자의 나이(太子年)가 장성長成하였으니 마땅히 혼처를 구해야 한다.” 하니 여러 신하가 아뢰기를, “석가족 바라문(釋宗婆羅門)이 있으니 이름이 마하나마摩訶那摩요, 규수閨秀가 있으니 이름이 야쇼다라(耶輸陀羅)입니다. 용모가 단정하고 어진 덕이 빼어나며 바른 예의를 구비하여 태자비 됨이 마땅합니다.”
왕이 나이 든 궁녀에게 분부해 마하나마 집에 보내어 진가를 자세히 조사한 후에 혼례를 이루니, 이것이 첫째 부인(第一太子妃)이다. 또 태자비 두 사람을 배필을 정해 주니(作配), 하나는 이름이 구니瞿尼고, 하나는 이름이 녹야鹿野이다. 세 태자비를 정하고 삼시궁三時宮을 지어 모든 시중드는 여인들로 하여금 모시게 하여 태자로 하여금 오욕락에 집착해 출가할 뜻이 없도록 했다.
이때 태자께서 그 부인과 시중드는 여인들로 더불어 한곳에 같이 머물렀으나 연꽃이 더러운 곳에 있어도 물들지 않는 것과 같고 백옥이 진흙에 있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이때 정반왕이 아사타 선인이 관상 보던 것을 생각하여 성을 높이 쌓고 5백 장사로 하여금 궁문을 지키게 하여 태자의 동정을 감시하였다.
13. 태자께서 아들을 낳은 이유
0001_0020_a_01L이때 태자가 태자비와 더불어 행주좌와行住坐臥에 항상 함께 머물되 마음이 늘 청정하여 정욕에 뜻이 없고 고요한 밤중에 단정히 앉아 깊이 선정禪定에 들어 산악山岳같이 움직이지 않으셨다.
왕이 항상 궁녀에게 태자와 태자비 사이의 금실지락琴室之樂을 물어보면 궁녀가 대답하기를, “태자께서 밤낮으로 단정히 앉아 마음을 일정하게 하여 동하지 않으시니 부부금실은 없으며 행주좌와에 늘 한 가지만 하시어 온화한 태도로 흐르는 물과 같이 지내십니다.” 하니 왕이 듣기를 다 마치고(聽罷)11) 종사宗社를 걱정하여 매우 염려하셨다. 태자께서 오래도록 부부의 도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아 부인이 정욕심으로 가까이할 마음이 있는 것 같으므로 태자가 말씀하셨다. “좋은 꽃을 중간에 두고 같이 보면 얼마나 좋겠는가?” 부인이 즉시 좋은 꽃을 갖추어 놓고 또 가까이하고자 하니, 태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물리치라. 이 꽃이 썩어 집에 떨어지면 자리가 더러워지니 좋은 흰 비단을 얻어 놓고 둘이 같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부인이 곧 흰 비단을 갖추어 놓고 가까이 할 뜻이 있으므로 태자께서 말씀하셨다. “물러나라. 사람의 땀과 때가 이 비단에 떨어지면 반드시 더러워질 것이다.” 부인이 감히 가까이할 수 없었다. 시녀들이 다 ‘태자께서 능히 남자의 일을 행하지 못하는가’ 의심하니 즉시 손으로 태자비의 배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오늘로부터 6년이 되면 기남자奇男子를 낳을 것이다.” 그러자 그 달부터 잉태하였다.
14. 태자께서 네 성문을 둘러보심
0001_0020_b_01L이때 정거천주淨居天主12)가 허공 가운데에서 태자를 불러 말하기를,
“인생 백 년이 빠르기가 화살 같아서 무상無常이 빠른데(迅速) 태자께서는 어찌 오욕에 탐착하여 오래 티끌 무더기 가운데(塵堆中)에 있습니까. 빨리 출가성도出家成道하여 삼계중생을 제도하여 주십시오.” 하니, 태자께서 들으시고 곧 출가하실 마음이 배나 더했다.
이때는 춘 이월 팔일이라 날씨가 화창하고 꽃과 수풀(化林)이 무성하였다. 태자가 부왕께 아뢰어 사문유관四門遊觀 하기를 청하시니 이때 정반왕이 도로를 수선修繕하고 성 밖, 성안을 깨끗이 소쇄掃灑13)하며 등이며 깃발이며 칠보와 여러 가지로 엄정嚴淨히 장엄하였다.
태자께서 보배 수레 위에 높이 앉아 계시고 여러 신하와 날랜 군사가 앞뒤로 둘러싸 동쪽 문밖으로 나가실 때 정거천주가 신통력으로 한 노인으로 변화하여 태자 앞에 나타나니 백발이 길어 너털거리며 몸이 매우 수척하여 그 가련한 상태를 차마 볼 수 없으며 굽은 허리로 지팡이를 짚고 가는 모습과 호흡이 천촉喘促14)하여 매우 가련함이 목불인견目不忍見15)이었다.
태자께서 따르는 이에게 묻기를, “이것이 어떤 사람인가?”
따르는 사람이 답하기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날이 옮기고 달이 옮아 나이가 많아지고 살이 마르면 기력이 쇠진하고 다리의 힘이 없으며 오래가지 못해 반드시 죽을 것이니, 이름을 노인이라 합니다.”
태자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속으로 생각하시기를, ‘사람이 나면 죽는 것은 반드시 정해진 이치다. 덧없음이 빨라 번갯불과 같으니 왕궁 부귀를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천지 만물이 다 나고 사라지되 허공은 나고 사라짐이 없고, 모든 중생의 몸이 나고 사라짐이 있을지라도 마음은 나고 사라짐이 없으니, 내가 반드시 출가하여 생로병사 없는 마음을 닦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궁으로 돌아오셨다.
정반왕이 태자께서 즐거워하지 않음을 보시고 혹 출가할까 염려하던 차에 태자께서 다시 유관하시기를 원하니,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분부하기를, “태자가 동문에서 웬 노인을 보고 근심하는 빛이 낯에 가득했으니, 이제는 도로를 매우 깨끗이 하고, 노인, 병든 자, 빈궁한 자(貧窮之人)와 일체의 부정한 것을 엄히 금하고 청정장엄하여 한량없이 좋은 것만 눈앞에 보게 하라.”라고 하셨다.
태자께서 좌우 여러 신하와 셀 수 없는 대중으로 줄지어 남문으로 나가실 때, 다시 정거천주가 신통력으로 병든 사람으로 변화해 홀연히 태자 앞에 나타났다. 몸이 바짝 말라 살이 떨어지고(肉脫) 낯이 쭈그러지고 호흡이 급하여 고통스러운 소리가 그칠 새가 없으며 온몸을 벌벌 떨어 능히 이기지 못해 두 사람이 겨드랑이를 붙들고 있거늘 태자가 깊은 궁궐에 계시어 병든 자를 보지 못하였던지라 급히 물었다. “이것이 어떠한 사람이기에 저런 모습을 가졌는가?”
따르는 자가 답하기를, “병든 사람입니다.”
“무엇을 병든 사람이라 하는가?”
따르는 자가 답하기를, “세상 사람이 식욕과 색욕과 모든 번뇌로 인해 사대四大가 고르지 못하면 병이 나서 사지백절四肢百節이 아파서 기력이 없고 음식을 먹지 못하고 몸을 이기지 못하니 이것이 병든 사람의 고통입니다.”
태자께서 또 묻기를, “이 사람만 홀로 그럴 것이 아니다.”라고 하시니 따르는 자가 말하기를, “모든 사람은 위아래 귀하고 천함이 없이 다 한가지입니다.”
태자께서 들으시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몸이 큰 괴로움 덩어리다. 세상 사람이 어리석어 즐겁고 집착하는 것일 뿐이다’ 하시고는 즉시 궁으로 돌아와 더욱 근심하는 빛깔이 배나 얼굴에 가득하였다.
정반왕이 따르는 자에게 묻기를 “태자가 이번에 무슨 일을 보았는가.”
따르는 자가 말하기를, “남문 밖에서 병든 사람이 어디서 쫓아왔는지 알지 못합니다.”
또 여러 신하가 아뢰기를, “왕의 분부를 받들어 냄새나고 더럽고 늙고 병든 이들을 엄하게 금하였는데 병든 자가 종적 없이 나타났으니, 죄로 죽이신들 죽을 곳도 없습니다(罪死無地).”
왕이 태자가 도를 배우기 위해 출가할까 염려하여 다시 기생을 붙여 다섯 욕망의 즐거움에 깊이 빠지게 하였다. 이때 한 바라문이 있어서 지혜가 총명하고 말재간이 걸림 없어(辯才無碍) 세간 서적과 부귀와 탐욕의 즐거움을 찬탄해 태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으나 태자의 마음이 수미산과 같아서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태자께서 다시 유관하기를 청하니 왕이 여러 신하들을 곱절이나 엄하게 당부하시고 바라문 우타니優陀尼에게 벗을 삼도록 해 매우 부탁하셨다. 이때 태자를 백관으로 옹위하고 향을 사르고 꽃을 흩뿌리며 온갖 풍악을 울리고 서문 밖으로 나가실 때 정거천주가 생각하기를, ‘그 전에 늙고 병든 이를 나타내니 신하가 꾸지람을 들었다(見責). 이제 내가 다시 송장으로 타나타면 정반왕이 반드시 분노하여 허물이 없는데도 죽임을 당할지 모르니 내가 신통력으로 오직 태자와 우타니 두 사람에게만 보이게 하고 다른 백관은 보지 못하게 하리라’ 하고 죽은 송장을 네 사람이 메고 가는데 여러 사람들이 뒤를 쫓아 ‘아이고 아이고’ 하며 우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태자와 우타니에게만 보였다.
태자께서 우타니에게 묻기를, “이것이 무슨 사람인가?”
우타니가 묵묵히 대답하지 않으니 다시 거듭 세 번 물으니 정거천의 신통력으로 저절로 쑥 나오는 말이 “죽은 사람입니다.”
태자가 묻기를, “무엇을 죽은 사람이라 하는가?”
우타니가 답하기를, “바람길이 막혀 온몸이 오그라짐에 신식神識이 몸을 떠나 몸의 네 요소와 여러 뿌리가 지각知覺함이 없어 초목과 같아 죽은 송장이라 합니다.”
태자께서 우타니에게 말씀하시기를, “세간이 무상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이 진실로 고통이거늘 어찌 초목과 같이 무심하게도 도를 닦지 않고 다섯 욕망의 즐거움을 탐내 집착할 것인가.” 즉시 수레와 가마를 돌려 궁으로 돌아왔다.
정반왕이 모든 신하를 꾸짖으시니 여러 신하들이 말씀드리기를, “신들은 죽은 송장을 본 일이 없습니다.” 우타니가 곁에 있다가 말씀드리기를, “신과 태자께서는 그 송장을 보았으나 가고 오는 정적을 보지는 못하였습니다.”라고 하니, 왕께서 이 말에 홀연히 깨쳐 생각하셨다. ‘이것은 천신의 흠이라.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겠는가.’ 아사타 선인의 말을 생각하였으나 태자에게 애착의 뜻이 깊어 말을 하지 못하였다.
다시 북문 밖에 유관하고자 하시니 왕이 다시 신하들에게 엄중히 분부하셨다. 태자께서는 신하 대중과 함께 북문 밖으로 나가 동산에 올라가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서 오직 늙고 병들고 죽음을 생각하실 때 정거천주가 수행자의 모습으로 화하여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졌으며 석장을 들고 서서히 땅만 보고 오니, 머리털은 깎았으나 모습이 단정하고 위엄 있는 몸가짐(威儀)16)이 점잖으므로 태자께서 따르는 이에게 물었다.“이것이 무슨 사람인가?”
“이것이 출가한 비구입니다.”라고 답하니 태자께서 비구에게 예를 갖추고 묻기를, “무엇을 비구라고 하는가?” 하니 답하기를, “능히 마음 가운데에 무명 도적을 파괴하고 생사윤회함을 받지 않으므로 이것을 비구라 합니다.”라고 답하기를 마치고 신통력으로 허공에 날아올라 고운 빛깔 구름(彩雲)17)을 타고 점점 멀리 표연히18) 사라졌다. 태자가 말하기를, “선재 선재라! 사람 하늘 가운데서 이것이 뛰어나다. 내 마땅히 이 도를 닦을 것이다.”라고 하시고 궁으로 돌아왔다.
15. 태자의 출가
0001_0024_a_01L세존께서 세간에 오신 지 19년은 단군기원 1305년이고, 지나 주소왕 44년 임신해(壬申年)이다.
태자께서 부왕에게 말씀하시기를, “은혜와 사랑으로 모이면 반드시 결국에는 흩어질 것입니다. 바라오니 부왕께서는 출가하여 도 배움을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하시니 왕이 이 말을 들으시고 눈물 흘리고(涕泣)19) 시간이 흐른 뒤에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다.
“나라의 종사는 누구에게 맡기고자 하는가?” 태자가 말하기를, “네 가지 원을 얻고자 하니 첫째는 늙지 않고, 둘째는 병이 없으며, 셋째는 죽지 않고, 넷째는 이별 없는 것이므로 이 원대로 해 주시면 다시 출가할 마음을 쉬겠습니다.”
왕이 답하기를, “이것은 고금 천하에 얻은 사람이 없다.” 하시니, 태자께서는 부왕이 출가를 허락하지 않을 줄 짐작하시고 본궁으로 돌아와 일심으로 출가하시기를 생각하셨다.
또 『보요경』 말씀에,
“모든 상사相師20)가 태자의 상을 보고 만일 7일 내에 출가하시지 않으면 7일 후에는 곧 전륜 왕위를 얻어 사천하에 왕이 되어 칠보가 스스로 구족할 것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들으시고 네 문에 각각 천 명의 지키는 사람을 두고 안으로는 왕족 가운데 힘 있는 사람 5백 명으로 하여금 모시게 하니 네 문의 열고 닫는 소리가 40리까지 들렸다.
왕이 태자의 처소에 몸소 나가시어(親臨)21) 태자에게 말했다.
“내가 아사타 선인의 말과 같이 출생 이후로 모든 상서를 생각하면 네가 세간에 살기를 즐거워하지 않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니 국가 종사가 매우 중요한데 누가 마땅히 잇겠는가. 네가 한 아들을 낳아 나라의 종사를 계승토록 하면 네 원을 좇아 출가 수도 하게 할 것이다.”
태자가 부왕의 말씀이 당연하심을 깨닫고 곧 왼손으로 태자비의 배를 가리키시니, 부인의 몸이 달라져 아이를 밴 것을 알렸다. 태자가 말씀하시기를, “반드시 기이한 남자아이를 낳을 것이니 대왕께서는 지나치게 염려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시니 왕이 생각하시기를, ‘7일 안에 아이 낳을 이치는 전혀 없으니 7일 안에 태자는 전륜 왕위에 저절로 오를 것이고 다시 출가하지 않을 것이다.’(이 역사가 서로 다르니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때 태자가 생각하기를, ‘내 나이 열아홉 살이요, 오늘은 2월 7일이니 반드시 출가할 것이다.’라고 하시어 몸으로 대광명을 놓으시니 광명이 사천왕 궁전과 정거천 궁전에 비쳤다.
태자의 신통력으로 인간 사람은 하나도 보지 못하고 제천인은 태자께서 출가하실 때가 되었음을 알고 제천인의 무리들이 태자의 궁전에 이르러 태자의 발 아래에 합장 예배하여 묻기를, “태자께서 한량없는 겁에 닦아 오시던 결과로 출가하여 바른 깨침 이룰 때가 왔으니, 어서 빨리 출가하십시오.” 하니, 태자 말하기를, “부왕께서 안과 밖의 관속官屬들로 하여금 지키심이 매우 엄하시다.” 하시니 제천이 태자께 백언白言하기를, “우리 신통력으로 한 사람도 알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하고 나니 모든 궁중의 사람들이 깊이 잠이 들어 혼몽천지가 되었다. 야쇼다라 부인의 꿈에 달이 땅에 떨어지고 어금니가 빠지고 오른팔이 없어졌다. 크게 놀라 태자께 말씀드리니 답하기를, “달이 하늘에 있고 이가 빠지지 아니하며 팔이 여전히 있으니 꿈은 허망한 것이오. 그러니 걱정 말고 잠이나 자시오.” 하시니 부인과 궁녀들이 잠이 깊이 들어 죽은 송장과 같았다. 이때 여러 하늘, 용과 신들이 허공에 가득하여 태자께 말하되, “권속들이 다 잠이 들었으니 속히 출가하십시오.” 하니 태자께서 마부 차익車匿(찬다카)이 있는 곳에 나아가 말씀하시기를, “네가 나를 위하여 나는 용과 같은 말(飛龍馬) 건척健陟(칸다카)을 몰아 오너라.”라고 하셨다. 마부 차익이 한편으로는 태자의 명을 받아 어길 수 없고 한편으로는 대왕의 교칙敎勅22)이 지엄하므로 소리를 놓아 크게 우니 야쇼다라와 궁의 여인들이 다 잠에서 깼다. 태자가 가슴으로 안으니 여러 하늘의 신통력으로 정신이 아득해져 다시 깊이 잠들었다.
태자께서 차익에게 이르기를, “모든 은혜와 사랑으로 모이면 반드시 흩어지고 마는 것이다. 출가 인연은 불 가운데 살아 있는 연꽃(火中生蓮)과 같이 어려운 것이니 내가 도를 이루면 반드시 너를 제도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비룡마도 울지 않고 차익도 잠잠하였다. 태자가 몸에 광명을 놓아 널리 시방세계에 사무치게 비치시니 사대천왕이 말의 발을 받들고 제천이 차익을 끼고 허공에 올라 성을 넘어가셨다. 태자께서 사자 같은 소리로 말씀하시기를, “과거의 모든 대각이 출가하신 것과 같이 나도 지금 그와 같이 하였다.”라고 하셨다
제석천주께서는 일산23)을 가지고 앞을 이끌어 가시니, 태자께서 크게 소리쳐 말씀하셨다. “내가 생·로·병·사·우憂·비悲의 고뇌를 끊지 못하면 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요, 무상정각無上正覺을 얻지 못하면 결코 법의 수레바퀴(法輪)를 전하지 않을 것이며, 부왕께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고 순식간에 140리를 가니, 이때에 모든 하늘 용과 신들이 갑자기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16. 삭발하심
0001_0026_a_01L『장엄경莊嚴經』에 말씀하시기를,
“태자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만일 머리털을 깎지 않으면 출가한 것이 아니다.’
곧 쇠칼로 머리털을 깎으시고 원을 일으켜 말씀하셨다.
‘일체 번뇌의 기운을 끊으리라’ 하시니 이때에 제석천주가 태자의 머리털을 가지고 하늘 궁으로 돌아가 공양하고 보탑寶塔을 건설하였다.
이때 태자께서 생각하시기를, ‘내가 보배옷을 입었으니 출가한 의복이 아니다’ 하시니 정거천주가 엽사獵師24)가 되어 가사를 입고 손에 활을 가지고 앞으로 오므로 태자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입은 옷은 왕석往昔25)에 모든 성인이 입던 도복道服이거늘 어찌 이 가사를 입고 사냥을 하겠는가. 나의 보배 옷을 벗어 줄 것이니 가사를 나에게 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사냥꾼이 가사를 벗어 올리므로 환희심으로 받아 입으시니, 이때 사냥꾼이 정거천주로 변하여 천관 보의天冠寶衣로 허공에 올라 다섯 빛깔 구름을 타고 하늘 궁으로 돌아갔다. 태자가 이제는 비구의 모양으로 안상서보安詳徐步26)하여 발거 선인跋渠仙人이 있는 고행의 숲 가운데(苦行林中) 이르러 일심으로 도를 구하셨다.”
17. 마부 찬타카를 돌려보내심
0001_0026_b_01L『장엄경』에 말씀하시기를,
“태자께서 숲 가운데 이르러서 찬타카를 위로하여 말씀하시기를, ‘세상 사람이 혹 마음으로 좇으나 몸은 좇지 않으며, 혹은 몸은 좇으나 마음은 좇지 않는데, 이제 너는 몸과 마음이 다 나를 좇는다. 세상 사람은 부귀한 자를 좇고 가난한 자를 버리지만, 너는 천 리 깊은 산까지 나를 좇았다’ 하시고 계중명주髻中明珠27)와 보관영락寶冠瓔珞28)을 벗어주시며, ‘네가 카필라성에 돌아가 부왕께 이렇게 아뢰어라. ‘태자께서 이제는 다시 세상을 희망하지 않고 하늘 위에 나기를 바라지 않으며 오욕락을 즐기지 않습니다. 이는 부모께 불효를 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분한 마음을 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세간의 중생이 바른길을 미혹하여 생사 고통의 바다에 빠진 중생과 부모, 육친, 권속, 사장師長을 제도하기 위하여 출가수도하는 것입니다.’ 몸은 아침 이슬과 같고 목숨은 저녁별과 같으니 어찌 나이 젊은 것을 믿겠는가. 내가 깨달음을 이룬 후에 돌아가서 보리라’ 하시니 찬타카가 울며 돌아갔다. 이때 말 울음 소리가 처량하였다.
왕궁의 후궁과 궁녀들이 태자가 돌아오는가 의심하다가 찬타카가 돌아와 태자의 보배관과 구슬목걸이를 올리며 태자가 하신 말씀을 낱낱이 아뢰니 궁 안에 곡성이 진동하였다. 찬타카가 다시 아뢰었다. ‘하늘신의 신통력으로 잠이 깊이 들어 깨지 못하게 하고 태자가 출가하실 때 큰 광명을 놓으시고 제천이 말의 발을 받들고 허공에 올라 성을 넘어가시니 천 리가 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 찬타카의 죄가 아닙니다.’”
18. 숲속의 선인들에게 따져 물으심
0001_0027_a_01L『인과경因果經』에 이르시기를,
“발거 선인跋渠仙人이 있는 고행 숲 가운데를 살피시니, 혹 풀 옷을 입은 선인도 있고 혹 나무껍질과 나뭇잎으로 옷을 입은 선인도 있으며 혹 나무껍질과 꽃과 열매를 먹기도 하였다. 혹 일일 일식 또는 이일 일식도 하며 혹 물과 불을 섬기기도 하고 혹 날과 달을 섬기기도 하며, 혹 먼지와 가시밭에 눕기도 하여 그 고행하는 형상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태자께서 물으시기를, ‘무슨 소원을 세우고 그렇게 고행을 합니까?’
선인이 답하기를, ‘우리는 하늘 위에 나기를 원합니다.’
태자께서 선인에게 말씀하셨다.
‘천당이 비록 좋다고 하나 복이 다하면 타락하여 마침내 육도에 윤회하니, 즐거운 것이 고의 근본이 됨을 어찌 알지 못합니까? 내가 이제 도를 배우고자 함은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윤회의 근본을 끊기 위함이오’라고 하시고 밝은 아침에 절하고 물러가니, 한 사람이 관상 보는 법을 잘 알아 길 가운데서 말하였다. ‘이 사람은 삼십이상 팔십종호를 갖추었으니 지혜와 복이 천상천하에 제일이다.’
태자께서 북으로 가시니 모든 선인들이 공경히 보냈다.
이때 다시 아라나 선인阿羅那仙人이 있는 곳에 이르러 선인에게 묻기를, ‘나고 죽음의 뿌리를 어떻게 해야 끊을 수 있습니까’라고 하시니 선인이 답하기를, ‘계戒를 지니고 욕된 것을 참고 선정을 닦아 각관법覺觀法을 행하면 첫째 선정의 하늘(初禪天)에 나게 되고, 다시 한층 더 깊이 들어가 각관상覺觀想을 없애고 정희심定喜心을 내면 두 번째 선정의 하늘(二禪天)에 나게 되며, 또다시 기뻐하는 마음을 버리고 정념을 얻어 즐거움의 근원을 갖추면 세 번째 선정의 하늘(三禪天)에 남을 얻고, 고락을 없애고 정념을 얻어 사근捨近에 들어가면 네 번째 선정의 하늘(四禪天)에 올라 생각 없는 하늘(無想天)의 즐거움을 얻게 된다’ 하였다.
태자께서 다시 묻기를,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는 내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내가 있다고 하면 상想이 아니요, 상이 아닌 것도 아니니 만일 내가 있다고 한다면 내가 아는 지각知覺이 있는가? 없는가? 만일 앎이 없다면 목석과 같은 것이고, 만일 앎이 있다면 곧 반드시 있을 것이요, 반드시 있으면 물들어 집착함(染着)이니 해탈이 아니니 거친 미혹만 끊고 미세한 미혹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나(我)와 아상我相을 없애며 일체를 다 버려 마음이 공空하고 경계境界가 고요하여 능소能所가 끊어지면 본래의 하늘의 본질(天眞)을 깨치게 되니 어찌 진실한 해탈이 아니겠는가.’
선인이 말하기를, ‘태자의 법을 들으니 참으로 드문 일(稀有)이오. 만일 도를 이루게 되거든 먼저 나를 제도해 주십시오.’ 태자께서 큰 법을 구하고자 다른 곳으로 떠났다.”
19. 6년 동안 고행하심
『보요경普曜經』에 이르기를,
“이때 두 선인을 조복하시고 가야산(伽闍山)의 고행 숲 속으로 가시니,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사람이 머문 곳이다. 나이란자나 강가(泥蓮禪河)에 앉아 일심으로 정진하여 도를 닦으시니, 6년 동안을 한번 앉아서 6년이 지나감을 알지 못하셨으며 춘하추동에 외연단좌巍然端坐29)하여 바람과 비를 피하지 않으시고 모든 뿌리가 어지럽지 않으시며 눈으로 삿됨을 보지 않으시고 마음으로 공포를 느끼지 않으시니, 까치가 머리 위에 집을 지어 알을 품어 새끼를 쳐서 그 똥이 몸을 더럽혀도 또한 버리시지 않으셨다.”
20. 샛별을 보고 깨달으심
0001_0028_b_01L세존께서 세상에 오신 지 30년은 단군 1316년이고, 지나 주목왕이 왕위에 오른 지 3년 계미癸未해다.
『보요경』에 이르기를,
“섣달 여드렛날 동쪽 하늘에 밝은 샛별(東方啓明星)이 나타날 때에혹 자월을 세수로 삼으면 즉 납월 팔일이라 한다.밝은 별을 보시고 도를 깨치셨다.”
(1) 世尊見星明悟道

부처님이 밝은 별을 보고 도를 깨달으셨다.
0001_0029_a_01L용성이 말하였다.
“밝은 별을 보고 깨쳤다 하시니 대중은 어떻게 아는가?”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밝은 별로 인하여 깨치셨으니 깨친 곳은 별이 아니오. 물건을 좇지 않으니 무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용성이 말하였다.
“본래 인연을 여읜 곳에서 인연을 빌어 바야흐로 본 성품을 볼 것이나, 깨친 뒤에는 깨친 곳은 별이 아님이라 다른 인연이 없다. 저 물건을 좇는 것이 아니나 목석과 같지 않아 성품이 스스로 신그러우니, 아는가. 본래의 타고난 묘한 성품은 인연이 아니나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그 이치가 스스로 빛난다.”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한번 밝은 별을 보고 꿈을 문득 돌이키니 천 년 복숭아씨(桃核)가 푸른 매실(靑梅)을 가진다.” 하시니 이 말씀은 본래 깨칠 바가 없거늘 밝은 별의 봄을 가져야 꿈을 깨치니 사람사람이 본래 구족하거늘 밝은 별을 보시고 깨치셨다고 하니 참 이상하다. 천 년 도해에 청매가 자라나니 참 이상하다. 비록 그렇게 귤 맛(調羹味)은 아니나 일찍이 장군을 주어 목마름을 그쳐 주어 왔다.
용성이 말하였다.
“천 년 된 복숭아씨에 청매가 진실로 아름다운 국 맛을 지을 것이 아니나, 옛적에 장군이 물 없는 곳에 목말라 죽게 된 군졸들을 해갈시키고 세존의 견명성오도가 실로 깨친 곳이 없으나 생사에 빠져 목마른 중생을 능히 해탈시키는도다.

會麽. 幾條綠水, 巖前去. 一片白雲, 江上來.
아는가. 몇 줄기 푸른 물이 바위 앞으로 가는데, 한 조각 흰 구름은 강 위로 오는구나.”

『인과경』에 말씀하시기를,
“태자께서 가야산 속에서 날마다 하나의 마(一麻)나 한 알의 보리(一麥)만을 잡수시니 몸이 수척하여 고목과 같으셨다.”
세존께서 ‘내 파리한30) 몸을 보면 외도들이 생각하되 반드시 단식하는 것이 열반에 드는 바른 근본(涅槃正因)이 된다고 오해할 것이니, 내가 비록 수척하나 나라연那羅延31)과 같은 힘이 있고, 또 단식으로 열반을 얻는 것도 아니니 이제 마땅히 공양을 받은 후에 중생을 제도하겠다’고 생각하셨다.
이때 정거천인이 소 치는 여인을 권해 태자에게 공양케 하였다. 소 치는 여인이 목욕하고 우유를 짜서 법답게 달여 유미죽乳麋粥을 만들어 태자에게 올리니 태자께서 공양하시고 분소의糞掃衣를 가지고 나이란자나강(禪河)에 씻고 목욕하신 후 제석천주가 올린 의복을 입으시니 평소 모습을 회복하여 예와 같이(平復如舊) 삼십이상과 팔십종호가 구족하시며 뚜렷한 광명이 온몸에 한 길이나 비치어 위엄과 덕(威德)이 환하게 빛나(赫赫) 참된 황금산을 이루었다. 즉시 보리도량에 나가셨다.
세존의 역사가 한량없어 수백 권으로도 다 할 수 없기에 법문의 요점만 뽑아서 적겠다.
(2) 세존이 未離兜率하사 已降王宮하시고 未出母胎하사 度人已畢하셨다.

“세존이 도솔천상을 떠나지 않고 이미 정반왕궁에 강림하셔서 어머니 태에서 나지 않으시고 사람 제도하시기를 마치셨다.
0001_0030_a_01L용성이 말하였다.
“옛사람이 말하시기를, ‘도솔천을 떠나지 아니함은 달이 하늘에 있는 것이다. 이미 왕궁에 내려오심은 달그림자가 모든 물에 떨어진 것과 같다. 어머니 태에 나지 않으심은 하늘 땅을 잡아 정하고 사람 제도하기를 이미 마친 것이다. 누가 은혜를 입지 않겠는가’라고 하시니 이 뜻은, 하늘의 달이 털끝도 움직이지 않고 천 강에 흐르는 물에 달이 비추었으나 세존의 진법신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다함이 없는 교화의 작용(無盡化用)을 일으켜 시방 법계에 연을 좇아 내려오시어 인연 있는 중생을 제도하신 것은 마치 달이 하늘에 있지만 천 강에 나타나는 것과 같아서 본바탕을 떠난 용用이 없고 용을 떠난 본바탕이 없는 것이다. 어머님 태에 나기 전에 하늘 땅을 잡아 정하고 예와 지금을 정하니 그 모습이 하늘에 비낀 긴 칼(長劍)과 같고 그 소리가 벽력 진동하는 것과 같으니 그 누가 은혜를 입지 않았겠는가.

會麽. 白鷺가 下田하니 千點雪이요. 黃鶯이 上樹하니 一枝花로다.
아는가?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 점의 눈이요,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날아오르니 한 가지의 꽃이로다.”

부처님께서 녹야원에 들어가시어 처음으로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사람을 도를 얻게 하시다.
세존께서 세상에 오신 지 31년은 갑신甲申해이다. 우루빈라가섭優樓頻羅迦葉 등 1천 명을 제도하시다.
32년 을유乙酉해에 세존께서 상두산象頭山에서 용과 귀신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다.
33년 병술丙戌해에 세존께서 사리불, 목련 등 250명을 제도하시다.
34년 정해丁亥해에 수달 장자須達長者32)가 기타림祗陁林33) 동산을 사서 정사精舍를 건축하고 세존을 모셨다.
35년 무자戊子해에 세존께서 구야니국拘耶尼國에 계시면서 발타화정사拔陁華正士를 위하여 『고행경』, 『반야경』 등 경을 설하셨다.
36년 기축己丑해에 세존께서 유산柳山에 계시면서 순진타라왕純眞陁羅王 등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37년 경인庚寅해에 세존께서 예택穢澤34)에 계시면서 아굴마阿掘摩를 위해 설법하셨다. 또 도리천에 올라가시어 어머니를 위하여 90일간 설법하셨는데 이때 우전국왕優闐國王이 세존을 생각하심이 간절함을 아시고 대목건련大目睷連으로 하여금 불상을 조성하게 하셨고 비수갈마천주毘首羯摩天主가 공장工匠35)으로 변화하여 도솔천 궁에 올라가 세존을 보아가면서 내려와 불상을 새기니 삼십이상에 팔십종호가 부처님과 비슷하되(彷佛)36) 범음梵音37)의 한 모습만 없었다.
인간세상에 90일을 지내시고 허공으로부터 좇아 내려오시니 여러 하늘 신 여덟 부류의 성중이 허공에 가득하여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귀중한 보배와 향(無價寶香)을 사르고 천상에 온갖 풍악을 울려 허공에서 가득히 내려오시니, 국왕 대신과 백관 인민이 한가지로 세존을 영접하였다. 이때 그 전단향목栴檀香木으로 새긴 불상이 허공에 올라 세존을 향하여 문안드리니(問訊) 세존께서 전단불상의 이마를 만져 수기授記하여 “내가 열반에 든 1천 년 후에 지나국支那國(중국)에 가서 널리 인간과 하늘을 이롭게 하리라.”라고 말씀하시니 과연 1천 년 후에 전단의 상서로운 불상(栴檀瑞像)이 지나국에 나와 대대로 황제의 묘심이 되었다. 근대 갑오년 전에 청일전쟁 때 어느 곳으로 가셨는지 아직 분명히 알지 못한다.
38년 신묘辛卯해에 세존께서 마갈타국에 돌아오셔서 불사왕弗沙王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39년 임진壬辰해에 세존께서 미륵정사彌勒正士를 위하여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을 설하셨다.
40년 계사癸巳해에 세존께서 가비라국迦毘羅國에 돌아오시어 정반왕을 위해 설법하셨다.
45년 무술戊戌해에 세존께서 욕계천欲界天, 색계천色界天에서 『대집경大集經』을 설하셨다.
46년 기해己亥해에 세존께서 열여섯의 큰 법회(十六大會)를 열어 『반야경』 등을 설하셨다.
48년 신축辛丑해에 세존께서 대중을 위하여 율법律法을 제정하셨다.
53년 병오丙午38)해에 세존의 사촌동생 아난다가 출가하였다.
58년 신해辛亥해에 아난다가 세존께 청하여 마하파사제摩訶波闍提 비구니 등을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셨다.
71년 갑자甲子해에 『금광명경金光明經』과 『법화경法華經』을 설하시고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니 사람과 하늘의 백만억 대중이 모두 알지 못하고 오직 가섭迦葉이 웃으시니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정법안장正法眼藏39) 열반묘심涅槃妙心40)을 가섭에게 맡겨 붙이노라.”라고 하셨다.
21. 세존께서 열반하심
0001_0032_b_01L세존께서 세간에 오신 지 79년은 조선 단군 1365년이고 지나 주목왕周穆王 52년 임신壬申해이다.
세존께서 『열반경涅槃經』과 『유교경遺敎經』을 나이란자나 강가(尼蓮河測) 사라쌍수娑羅雙樹41) 사이에서 설하기를 마치시고, 2월 15일 밤중에 대열반에 드셨다. 사라쌍수가 홀연히 흰 눈과 같은 빛을 이루었고, 가지와 잎사귀·꽃·열매들이 다 터져서 떨어져 점점 말랐으며, 대지가 크게 진동하여 큰 바다가 끓어 솟아오르고, 모든 강江·하河·천川의 흐름이 다 달라지며, 해와 달이 빛을 잃고, 바람이 불어 티끌이 날리며, 천지가 어두워지고(昏暗), 풀과 나무 우거진 숲이 꺾여 버리고, 여러 하늘이 허공에 가득하여 슬피 우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였다. 이날 지나 제국까지 하늘의 변화가 있어 흰 무지개가 열두 길이로 남북으로 꿰어 날이 새도록 없어지지 않고 큰 바람이 불어 나무가 꺾이고 집이 뽑히며 모래가 날리고 돌을 달리게 하며 새와 짐승이 슬피 울었다. 주목왕이 크게 놀라 군신을 모아 장래에 국가 징조의 길흉을 물으시니 대신 백관이 아무도 답하는 자가 없었다.
다시 태사관太史關 호다扈多에게 물으니 호다가 망설이며 말하지 못하니 부의 월반越班이 말씀드리기를, “서천의 성인이 입멸하시는 징조입니다.” 하니 모든 신하가 말하기를, “부의의 말은 믿어 상고할 수 없는 말입니다.”
부의가 답하기를, “선왕선왕은 즉 소왕이다.때에 오색광명이 태미궁太微宮을 꿰었으며 천지가 진동하고 신기로운 상서가 많으므로 소왕께서 이것을 보시고 신하들을 모아 나라의 길흉을 물으시니 건곤乾坤, 구오九五, 효동爻同을 얻었습니다. 태사관 소유가 해석하여 말하기를, ‘건은 황금 사람의 지위(金人之位)라. 나는 용이 하늘에 큰 사람을 밝게 보는 것(利見大人)이고, 이는 인도국에 큰 성인이 나신 상서입니다’라고 아뢰니, 소왕이 ‘우리나라에 장차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거늘 소유가 말씀드리기를, ‘성왕께서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태평 무사하고 이 뒤에 1천 년을 지내면 교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크게 왕성할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소왕이 명하여 비문을 새겨 성 남쪽 교단郊壇에 묻고 세웠으니 유사有司42)에 명하여 살펴보십시오.”라고 하였으니 이 말이 주사기周史記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 세존이 주소왕 갑인년에 탄생하시고 주목왕 임신년에 열반하심이 분명한 것이다. 요즘 사람의 천 가지 만 가지 말로 횡설수설하는 것을 믿을 것 없다.
세존께서 열반에 드신 지 7일이 지난 뒤에 금으로 된 관 안에 더할 나위 없이 향기로운 기름을 가득히 붓고 관 문을 닫고 관의 네 면에 금·은·유리 등 일곱 보배로 장엄하였다.
온갖 깃발(幢幡)과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보배로운 향(無價寶香)으로 7일 동안 공양한 뒤에 다시 금관을 모든 향수로 깨끗이 씻고 또 여래의 몸을 목욕하고 가장 좋은 도라무명베(兜羅綿)로 여래의 몸을 싸고 또다시 부드러운 흰 비단베(白㲲)로 싸고 또다시 비단으로 싸서 금관 안에 모시고 다시 향내 나는 기름을 관 속에 가득히 붓고 관 문을 닫았다. 그 뒤에 우두牛頭, 전단栴檀 등 일체 향나무로 칠보 수레를 만들어 모든 보배로 장엄하고 그 위에 보배관을 싣고 다비 장소로 가셨다.
이때 무수한 깃발과 보배 장막 덮개와 일체의 향기로운 꽃을 든 수많은 대중이 앞뒤로 세존의 관을 둘러싸고 나아갔으며 욕계 하늘 대중과 색계 열여덟 하늘 대중과 무량금강호법의 대중들이 각기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보배 향을 사르며 허공 가운데 가득히 장례의 법식을 행하려 하였다.
그러나 홀연히 금관이 움직이지 않으니, 사람과 하늘 대중이 슬피 우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였다. 천상천하의 모든 장사들이 자기의 힘과 신통력을 다하여도 여래의 금관은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아나율阿那律이 신통력으로 도리천에 올라가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께 세존이 열반에 드심을 말씀드리니 부인께서 매우 슬퍼하시어 모든 천녀와 더불어 여래의 관 앞에 내려와 몸을 들어 땅에 던져 애통해 하셨다.
그때 홀연히 금관의 문이 열리며 세존께서 일어나시어 왼쪽 목에 천 줄기 밝은 빛을 놓으시니 낱낱 밝은 빛 가운데서 일천의 화신불이 나타나 마야부인을 향하여 문안하고 말씀하셨다.
“부처는 죽고 사는 것이 없으나 남섬부주법을 따라 생사가 무상함을 나타내는 것이니 슬퍼하지 마십시오.” 하시고는 문득 금관으로 들어가셨다.
이때 여러 하늘 사람들이 여래의 관을 들고자 하였으나 움직이지 않으므로 무척 근심하였는데, 홀연히 관이 땅에서 좇아 일어나 허공중으로 솟아 올라가니 높이가 50길이나 되었다. 여래의 보배관이 허공 가운데에서 서서히 쿠시나가라국 서문 쪽 위로 날아서 동문 위로 가시고 동문 위에서 남문 위로 가시며 남문 위에서 북문 위로 가시니 이와 같이 쿠시나가라 성을 일곱 번 두르신 뒤 성 가운데에 내려오셨다. 무수히 많은 사람과 하늘 무리들이 다 공양하고 슬퍼하니 금관이 다시 허공으로 70길을 올라 허공에서 천천히 다비하는 장소로 행하여 땅에 내리셨다.
이때 상수제자 가섭이 마갈타국에 있어 여래께서 열반하심을 알고 도보로 행하여 세존의 관 앞에 몸을 들어 스스로 치며(擧身自撲) 슬피 우니 세존께서 금관 밖으로 두 발을 내보이셨다.
이때에 대중이 값으로 매길 수 없이 귀한 보배향을 쌓아 놓고 금관을 그 위에 모시고 불을 붙였지만 불이 붙지 않으니 여러 하늘 대중이 각기 신통의 힘으로 불을 붙였으나 붙지 않았다. 이때 홀연히 여래 가슴을 따라 불이 일어나 안으로부터 점점 타 나와서 7일 만에 다 타시니, 그 가운데에서 오색 사리가 비 오듯 하거늘 그 사리를 걷으니 여덟 섬 여덟 말이 되었다. 이 사리를 천상천하 용궁 등 여러 곳에 나누어 주어 사리탑을 세웠다.
이때 가섭존자가 말씀하시기를, “사리 봉안은 제천 호법 중이 할 일이고 우리의 책임이 아니니 우리의 의무는 팔만 법의 곳간(藏)을 한데 모아서 널리 중생을 건져 주는 것(普濟蒼生)이고 미래에 올 중생을 널리 건네주는 것(廣度未來)이 우리의 급한 임무이다.”라고 하시고는 수미산 정상에 건추楗椎를 울리시어 모든 제자들을 운집하시고 모든 경의 결집에 착수하셨다.
22. 법어를 간략히 선별하심
0001_0035_a_01L(3) 세존이 初生下時에 周行七步하시어 目顧四方하시며 一手指天 一手指地云하시니 天上天下에 唯我獨尊이라 하셨다.

세존께서 처음에 탄생하실 때에 두루 일곱 걸음을 움직이시고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시며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시고 한 손으로 땅을 가리켜 말씀하시기를 “하늘 위, 땅 아래에 내가 홀로 높다.” 하셨다.
0001_0035_b_01L용성이 말하였다.
“옛사람이 말씀하시되, ‘겨우 왕궁에 내리시자 본래 그러함을 보이시고(纔降王宮示本然) 두루 일곱 걸음을 걷고 또 거듭 펴셨다(周行七步又重宣). 하늘을 가리키시고 땅을 가리키심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指天指下無人會) 홀로 우레와 같은 소리를 떨치어 대천에 두루했다(獨振雷音遍大千)’고 하셨으니, 이것은 세존께서 여섯 이 흰 코끼리(六牙白象)를 타고 왕국에 강림하실 때는 사람사람의 생겨나는 모습의 때와 시절(生相地時節)을 보이신 것인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시는 것은 사람사람의 나는 모습의 본 모양새(生相之樣子)를 보이신 것인가?
오직 내가 홀로 높다 하니 사람과 나(人我)의 나(我)인가, 법신法身의 나인가? 사람과 나 밖에 따로 법신의 큰 것이 없는 것인가? 다만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인 도를 얻고자(道得) 함인가.道得라는 말을 하고자 함인가.

會麽. 柳烟垂處錄, 花雨晩枝紅.
아느냐? 버들이 연기 드리운 곳에 푸르고, 비에 젖은 꽃은 늦은 가지에 붉다.”
(4) 雲門 偃拈 我當時若見, 一捧打殺, 與狗子喫却, 貴圖天下太平.

운문이 염하기를, ‘내가 만일 세존께서 유아독존이라 하심을 들었더라면 한 방망이로 때려 죽여 개에게 먹도록 주어 천하의 태평함을 꾀했을 것이다.’
0001_0036_a_01L용성이 말하였다.
“참으로 크도다! 만일 공자교에 이런 말이 있었다면 사문의 역적(師門逆賊)이라 하여 하늘 땅 사이에 받아들일 수 없는 큰 배척을 당했을 것이다.
운문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만일 당시에 보았더라면 한 방망이로 때려죽인다’고 하니 운문의 뜻이 어디에 있어 이와 같이 하셨는가?
천하가 태평하고 대왕이 장수하며 백성이 안락한 맑고 평화로운 세상에 세존께서 이렇듯 나와 말씀하시는 것이 일 없음 가운데 일을 일으킴이라(無事中起事). 어지러운 세상의 영웅이고(亂世之英雄) 태평한 시대의 간사한 도적(太平之姸賊)이라 이를 수 있다는 말인가.

會麽. 太平不是干戈致, 不許將軍見太平.
아느냐? 태평은 방패와 창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어서 장군의 힘으로 태평 봄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운문의 기세가 왕과 같은가? 도무지 눈 아래에 사람이 없는 것인가?
그 실정을 생각해 보면 불법 도리 없는 곳에 세존을 높이 칭함이다.
그러나 세존께서 어찌 이런 도리를 알지 못해 특별히 유아독존의 이치를 보였겠는가. 오시는 것도 중생을 위하여 오시고 가시는 것도 중생을 위하여 가시는 것이다.

會麽. 春入園林, 百花爭硏.
아느냐? 봄이 동산 숲에 드니 백 가지 꽃이 다투어 곱도다.

그러나 운문인들 어찌 세존의 뜻이 여기에 있지 않음을 알지 못했겠는가.
운문의 말이 부처의 본 뜻(佛本懷)을 나타내셨으며 또한 중생을 위할 따름이다.

會麽. 世尊, 雲門, 法眼老. 螳螂前頭走, 黃雀逐後飛. 園中挾彈子, 不覺露濕衣.
아느냐? 세존, 운문, 법안의 늙은 자여. 사마귀가 앞머리에 달아나거든 노란 새가 뒤를 쫓아 날아간다. 동산 가운데 거문고 낀 자여, 이슬에 옷이 젖음을 깨닫지 못하였다 하니 그러면 어찌해야 옳은가.

明月松間照, 淸川石上流.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로 비치고 맑은 냇물이 돌 위로 흘러가네.”
(5) 世尊, 在多子塔前, 爲人天, 說法, 迦葉後到. 世尊 遂分坐令坐 大衆罔措

세존께서 다자탑 앞에 계셔 사람과 하늘을 위해 법을 설하시는데 가섭이 뒤에 이르렀다. 세존께서 드디어 자리를 나누어 앉게 하시니 대중이 어쩔 줄 몰라 하였다.
용성이 말하였다.
“옛사람이 말씀하시되, ‘사람마다 하나의 깔 자리가 있다’고 했으니 이 자리가 세존에 맞는 것인가. 이것이 최초로 마음을 가섭에게 전한 것이니, 어떻게 아는가? 이것이 사람 죽이는 칼의 큰 기틀(大機)인가.

會麽. 棕櫚葉散, 夜叉頭.
아느냐? 종려잎이 흩어지니 야차의 머리와 같도다.”
(6) 世尊, 在靈山說法, 天雨四花. 世尊, 遂拈花示衆, 迦葉微笑. 世尊云, 吾有正法眼藏, 咐囑摩訶迦葉.

“세존께서 영산에 계시어 법을 설하시니 하늘에서 네 가지 꽃으로 비를 내렸다. 세존께서 드디어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니 가섭이 빙그레 웃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에게 바른 법의 눈 진리의 곳간(正法眼藏)이 있으니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
용성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꽃을 들어 보이시니 부질없이 무심으로 보인 것인가? 단지 꽃만 든 것인가. 가섭이 웃으시니 부질없이 무심으로 웃은 것인가. 단지 웃기만 한 것인가. 어떤 뜻인가. 이것은 사람 살리는 칼(活人劍) 큰 씀(大用)인가.

會麽. 芍藥花開, 菩薩顔.
아느냐? 작약꽃이 피니 보살의 얼굴 같도다.”
(7) 世尊, 在娑羅雙樹間, 入般涅槃, 已經七日, 大迦葉後至, 繞棺三匝, 世尊, 槨示雙趺, 迦葉作禮, 大衆罔措.

세존께서 사라쌍수에 계시어 대열반에 드신 지 이미 7일이 지났는데, 가섭이 뒤에 이르러 관을 세 번 둘렀다. 세존께서 관에서 두 발을 보이시니, 가섭이 예배드리니 대중이 그 뜻을 알지 못하였다.
0001_0037_b_01L용성이 말하였다.
“가섭이 모든 제자들과 더불어 기사굴산 가운데 있었는데, 선정 중에 천지가 온통 어둡고 해와 달의 빛이 없어지며 새와 짐승들이 슬피 우니 세존께서 열반하심을 알았다. 신통으로 오면 한순간에 오겠지만 세존을 공경하므로 걸어서 빨리 움직여 7일이 걸렸다. 세존 관 앞에 합장하고 말씀하시기를, ‘세존께서 열반에 드셨으니 어떤 것에 공경히 절해야 합니까. 원하옵건대 보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이때 세존이 관 밖으로 두 발을 내어 보이시니 천 폭의 바퀴 모양으로 크고 밝은 빛을 놓으시니, 밝은 빛이 시방세계에 두루하였다. 그러고는 두 발을 도로 관 속으로 들이셨다.
여러 사람들이여, 참으로 죽어 넋이 날고 얼이 흩어졌다면 7일 후에 어찌 관 밖으로 발을 내어 밝은 빛을 놓을 수 있겠는가.
그러면 어떤 뜻이 있는가. 죽이고 살림을 온전히 잡아끎이냐. 신령한 근원이 맑고 고요하고 묘한 바탕이 두렷이 밝아 예와 지금이 없고 나고 죽음도 없는 것인가. 알려면 진실하게 바로 알아야 한다.

會麽. 芍藥花開, 菩薩顔. 棕櫚葉散, 夜叉頭.
아느냐? 작약꽃이 피니 보살의 얼굴이고 종려잎이 흩어지니 야차의 머리 같구나.”
(8) 世尊 陞座大衆集定. 文殊白槌云, 諦觀法王法, 法王法如是, 世尊便下座.

세존께서 자리에 오르시자 대중이 모여 정하였다. 문수보살이 큰 종을 두드리고 말했다. “법왕의 법을 자세히 보라, 법왕의 법은 이와 같도다.” 세존께서 곧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0001_0038_a_01L용성이 말하였다.
“세존이 겨우 사자자리에 오르시자 문수가 즉시 큰 종을 두드리고 말하기를 ‘대중은 법왕의 법을 보아라. 법왕의 법이 이와 같다’고 하시니 웃음 속에 칼이 있고 진흙 속에 가시가 있도다. 한쪽 면으로 보면 칭찬한 것도 같고 한쪽 면으로 보면 비웃는 것도 같으니 대중이 어떻게 아는가? 문수의 뜻이 어느 곳에 있는가?
세존께서 오늘 법상에 올라 크나큰 법을 설하여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시니 ‘참 장하십니다’라고 하는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맑고 태평한 세계에 본래 일이 없는데 세존께서 일 없는 가운데 일을 일으킨다는 말인가?

會麽. 苦蘆, 連根苦. 甘苽, 徹蔕甘.
아느냐? 쓴 갈대는 뿌리마저 쓰고 단 참외는 꼭지조차 달도다.

세존께서 문득 자리에서 내려오시니 이것은 무슨 뜻인가? 대단히 불평을 품으시고 내려오시는 것인가?

一輪明月, 映當天心. 四海生靈, 荷照臨.
한 바퀴 밝은 달이 천심에 비치니, 네 바다 생령이 한 가지 비춤을 받네.

문수가 이렇듯이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고 자리에서 내려오신 것인가? 당시에 백만억 대중이 아는 자가 없는데 문수같이 소리 알아주는 나그네(知音客)를 만난 까닭으로 문득 자리에서 내려오신 것인가?

會麽. 常憶江南, 三明裡. 鷓鵠啼處, 百花香.
아느냐? 항상 강남 삼월 속에 자고새 우는 곳에 백 가지 꽃이 향기롭네.”
(9) 世尊, 在忉利天, 爲母說法, 及辭天界下時, 四衆八部, 俱往空界迎有蓮花色比丘尼, 作念云, 我是尼身, 必居大僧後見佛, 不如用神力, 變作轉輪聖王, 千子圍繞, 最初見佛, 果滿其願. 世尊, 纔見乃呵云, 蓮花色比丘尼, 汝何得越大僧見吾, 汝雖見吾色身, 且不見吾法身, 須菩提巖中宜坐, 却見吾法身.

세존께서 도리천에 계실 때 어머니를 위하여 법을 설하시고 하늘 세계에서 하직하고 내려오실 때 사부제자사부는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와 팔부호법중이 같이 허공에 올라 세존을 영접하고자 하던 차에 연화색 비구니가 생각하기를, ‘나는 여승이라 대중 뒤에서 세존을 보게 될 것이니 신통력을 나투어 전륜성왕의 몸으로 변하여 천 명의 자식이 에워싸서 최초로 부처를 뵐 것이다.’ 하고 먼저 몸을 허공에 날아 세존을 뵈오니 세존께서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연화색 비구니야, 네가 어찌 대중의 차례를 넘어서 나를 보는가? 네가 비록 나의 색신은 보았지만 나의 법신은 보지 못하도다. 수보리는 바위 밑에 가만히 앉았으나 나의 법신을 보았다.”
용성이 말하였다.
“수보리가 법신을 본다 하시니 어떻게 보는 것인가.
옛 사람이 말하기를, ‘마음 있음으로 보지 못하고 마음 없음으로도 보지 못하며 아는 것으로도 알지 못하고 지혜로도 알지 못한다’ 하시니 그렇다면 어떻게 보는 것인가? 색신을 여의고 본다 하면 허공을 두 조각 내는 것이 아닌가?

會麽. 南北東西, 四維上下. 天高地厚, 烏飛兎走.
아느냐? 남북동서요, 사유상하로다. 하늘은 높고 땅은 두터우니 까마귀는 날고 토끼는 달아나도다.”
0001_0039_b_01L(10) 世尊, 因波斯匿王問, 勝義諦中, 有俗諦不, 若言其無, 智不應二, 若言其有, 智不應一,一二之義, 其義云何? 佛言, 大王, 汝於過去龍光佛所, 曾問此義, 我今無說, 汝亦無聞, 無說無聞, 是名一義二義.

파사익왕이 세존께 묻기를, “승의제 가운데 속제가 있습니까? 만일 없다면 지혜가 마땅히 둘이 아닐 것이요, 만약 있다면 지혜는 반드시 하나가 아닐 것이니, 하나와 둘의 뜻이 어떠합니까?”
부처께서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대왕아. 그대가 과거 용광부처의 처소에서도 일찍이 이 뜻을 물었는데, 나는 지금 설함이 없고 그대 또한 들음이 없으니, 설함 없고 들음 없는 것이 하나의 뜻 둘의 뜻이니라.”
0001_0040_a_01L용성이 말하였다.
“이 공안의 뜻이 어떠한가? 파사익왕이 묻는 뜻이 즉 이러하다.
‘승의제 중에 만일 세속제가 없다고 한다면 지혜가 진제, 속제의 둘을 모두 비치지 못할 것이요, 만일 승의제 가운데에 속제가 있다고 한다면 지혜가 반드시 중도의 일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니, 하나 둘이라는 뜻이 어떠합니까?’
부처께서 대답하신 뜻은 ‘과거 용광부처의 처소에서 이 말을 묻고 지금 또 내게 물으니 스승과 제자 함께 있는 까닭에 둘이 있는 것이고, 내가 설함이 없고 네가 들음이 없으니 설하고 듣는 것이 함께 없는 까닭에 하나인 것이다’라고 하신 것이니, 종사의 집(宗師家)에서 이것을 가져다가 공안을 삼는 것은 어찌함인가?
옛사람의 다음 말과 같음인가.

大梵天王三目眼, 八面通透, 縱橫幷別也難分.
대범천왕의 세 눈이 여덟 면에 모두 꿰뚫어져서 가로와 세로 함께함과 다름을 나눌 수 없도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일찍이 묻고 이제 또 물으니 내가 설함이 없고 네가 들음이 없는 것이 하나 둘 뜻이다’라고 하니 석가모니 진신이 고금 시방에 분신 무방하니 전후 중제를 나누기 어렵다는 말인가? 이런 인연을 깊이 뚫어 지내면 가히 대장부라 할 수 있다.

會麽. 日月光天德, 山河壯帝居. 太平何以報, 萬國盡歡呼.
아느냐? 일월은 하늘의 덕을 빛내고 산하는 왕의 거처를 장하게 하는구나. 태평함을 무엇으로 갚을 것인가. 만국이 다 즐거이 환호하는구나.”
(11) 世尊, 一日, 見文殊在門外立, 乃云文殊文殊, 何不入門來. 文殊曰, 世尊, 我不見一法在門外, 何以敎我入門.

세존께서 하루는 문수가 문밖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문수야 문수야, 어찌 문 안에 들어오지 않느냐?” 하니 문수가 답하기를, “세존이시여, 제가 한 법도 문밖에 있음을 보지 못하는데 어찌 저에게 문 안으로 들어오라 가르치십니까?”
0001_0040_b_01L용성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문수가 문밖에 있으므로 법계의 바탕 성품(法界體性)을 드러내고자 하심이다. 그러면 문은 법계체성의 문인가?
세존께서는 문 안을 주장하시고 문수는 문밖을 주장함인가? 문수가 말하기를, ‘한 법도 문밖을 보지 못한다’ 하니, 만일 법계체성이라면 본래 안팎도 없으며 또한 출입도 없다는 말인가.

會麽. 時淸文物, 盡同風. 詎出金輪, 一化中.
아느냐? 때가 맑으면 문물이 다 바람을 같이 하니 어찌 금륜왕의 한 교화 가운데를 벗어날 것인가.”
(12) 世尊, 問諸沙門, 人命在幾間. 對曰, 在數日間. 佛言, 子未爲道, 復問一沙門, 人命在幾間. 對曰, 在飯食間. 佛言, 子亦未爲道, 復問一沙門, 人命在幾間. 對曰, 在呼吸間. 佛言, 善哉善哉, 可謂道者矣.

세존께서 여러 사문들에게 물으셨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 사이에 있는가?” 대답하기를, “며칠 사이에 있습니다.” 부처께서 말씀하셨다. “자네는 아직 도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로다.”
다시 한 사문에게 묻기를, “사람의 목숨이 얼마 사이에 있는가?” 대답하기를, “밥 먹는 사이에 있습니다.” 부처께서 말씀하시기를, “자네가 도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로다.”
다시 한 사문에게 물으셨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 사이에 있는가?” 대답하기를, “호흡 사이에 있습니다.” 부처께서 말씀하시기를, “착하고 착하다. 가히 도를 하는 사람이로다.”
0001_0041_a_01L용성이 말하였다.
“부처의 가르침을 말로만 이해하는 이들(敎家)은 ‘부처께서 여러 사문들로 하여금 무상함을 깊게 믿게 함이다’라고 하니 그러면 종지로 받아들이는 이들(宗師家)의 뜻은 어떠한가.

會麽. 古人頌云, 佛說因緣, 一大事. 世界壞時, 渠不壞. 東西南北, 趙州門. 普化出入, 無人會.
아느냐? 부처께서 인연 한 큰 일을 설하시니 세계가 무너질 때 이것은 무너지지 않네. 동서남북 열려 있는 조주의 문에 보화가 출입함을 아는 사람 없네.”
(13) 世尊, 一日見二人, 舁猪子過, 乃問云者箇是什麽. 二人曰, 佛具一切智, 猪子也不識, 世尊云也須問過.

세존께서 하루는 두 사람이 돼지를 메고 지나가는 것을 보시고 물으시기를, “이것이 무엇인가?” 하니 두 사람이 대답하기를, “부처님께서 일체의 지혜를 갖추었는데 돼지를 알지 못하는구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그저 물어보는 말일 뿐이다.”
0001_0041_b_01L용성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돼지를 모르셔서 묻는 것이 아닌데, 그 사람들이 경솔하게 말하였으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으리오. 선가에서 놀려 쓰는 것으로 보면(禪家弄現) 죽은 뱀을 놀리는 것이니, 돼지는 다만 돼지라 할 뿐이며 그 사이에 무슨 다른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세존께서 대답하기를, ‘그저 물어본 것이라’ 하시니 세존께서 원래 몸을 빼는 산 길(出身活路)이 있는 것인가?

會麽. 踏着枰鎚, 堅似鐵.
아느냐? 저울 추를 밟으니 그 굳기가 쇠와 같다.”
(14) 世尊, 一日示隨色摩尼寶珠, 問五方天王, 此珠作何色, 時五方天王, 說異色, 世尊復藏珠入袖, 却擡手云此珠作何色, 天王云佛手中無珠, 何處有色, 世尊歎云, 汝何迷倒之甚, 吾將世珠示之, 便强說有靑黃赤白黑, 五將眞珠之, 便摠不知, 時五方天王, 悉皆悟道.

세존께서 하루는 빛깔이 있는 마니의 보배 구슬을 가지고 다섯 방위 하늘 왕(五方天王)에게 물으셨다.
“이 구슬은 무슨 빛이 있는가?”
오방천왕들이 청, 황, 적, 백, 흑색이라 서로 다른 빛깔들을 말하니 세존께서 다시 구슬을 소매 속에 감추시고 다시 손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구슬은 무슨 빛이 있는가?”
오방천왕들이 말하기를, “부처님의 수중에 구슬이 없는데 어찌 빛이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탄식하여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찌 미혹하고 뒤바뀜이 너무 심하구나. 내 세상 구슬을 보이니 다 청, 황, 적, 백, 흑색이 있다고 말하고, 내가 참 구슬을 보이니 다들 알지 못하는구나.”
이때 오방천왕들이 모두 도를 깨쳤다.
용성이 말하였다.
“다섯 방위 하늘 왕이 복도 있고 신통도 있지만 이 도를 알지 못하니, 이것으로 본다면 참된 도는 복도 아니고 신통도 아니다. 세존께서 금빛 주먹(金拳)을 들어 물을 때 곧 본래의 밝은 성품(本明性)을 알 것이니 어떤 것이 본래 밝은 성품인가?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사대가 법을 설하고 법을 듣지 못하고 허공이 능히 법을 설하고 법을 듣지 못하여 너의 눈앞에 또렷이 홀로 밝아(歷歷孤明) 모습 없는 것이 법을 설하고 듣는다 하니 이것인가?’
나옹 선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구슬이 극히 영롱하여 체가 하사세계에 두루하되 안과 밖이 비었다(這靈珠極玲瓏, 體遍河沙內外空.)’고 하니 이것을 가르치신 말인가? 오방천왕이 깨쳤다 하니 깨친 것은 무엇인가, 빨리 일러라.”
0001_0042_b_01L(15) 世尊, 因外道, 問昨日說何法, 曰說定法, 外道云今日說何法, 曰不定法. 外道云昨日說定法, 今日說不定, 曰昨日定, 今日不定.

외도가 세존께 묻기를, “어제는 무슨 법을 설하셨습니까?”
대답하시기를, “정법을 말하였노라.”
“오늘은 무슨 법을 말씀하셨습니까?”
대답하시기를, “부정법을 말하였노라.”
말하기를, “어찌하여 어제는 정법을 말하시고 오늘은 부정법을 말씀하셨습니까?”
대답하시기를, “어제는 정법이요, 오늘은 부정법이니라.”
용성이 말하였다.
“끊어짐과 항상함(斷常) 이 두 견해는 외도의 근본이니 온갖 법이 정해진 것이라고 집착하는 것은 항상함의 견해(常見)가 되고, 온갖 법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라고 집착하는 것은 끊어짐의 견해(斷見)가 된다.
세존께서 외도의 물음을 만나 외도의 법으로 대답하시니, 그 뜻이 어떤 곳에 있는가.
삿된 사람이 바른 법을 설하면 바른 법이 삿됨으로 돌아가고, 바른 사람이 삿된 법을 설하면 삿된 법이 바름으로 돌아감인가?
온갖 평상의 일이 죽임과 살림(殺活), 비춤과 씀(照用)을 갖추었으니, 끊어짐과 항상함이 있음과 없음의 뜻은 외도의 법 먹고 차 마시듯 늘 있는 일(常茶飯)이라. 이것을 취해 평상의 답하신 말로 삼으신 것인가.
끊어짐과 항상함의 두 견해를 버리고 참으로 공함과 묘한 있음(眞空妙有)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어짐과 항상함의 견해를 돌이키는 곳이 참으로 공함과 묘한 있음이 되므로 세존께서 이와 같이 대답하신 것인가.
도적놈의 말을 빌려 타고 도적을 압박하듯이 하신 것인가.

會麽. 五月江深, 草閣寒.
아느냐? 오월의 강이 깊으니 초가집이 차갑도다.”
0001_0043_a_01L(16) 世尊, 因五通仙人問, 佛有六通, 我有五通, 如何是那一通, 佛召仙人, 仙人應喏, 佛云那一通, 你問我.(此話 通明集出)

다섯 신통을 가진 선인이 세존께 물었다.
“부처께서는 육통이 있고 저에게는 오통이 있으니 어느 것이 하나의 신통입니까?”
부처께서 “선인아.” 하고 부르니 선인이 “예.”라고 대답했다.
부처께서 선인에게 말씀하셨다.
“이 한 신통을 그대가 나에게 묻는가?”
0001_0043_b_01L용성이 말하였다.
“다섯 신통 선인이라는 말은 선도를 닦아 오신통을 얻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다섯 신통은 첫째는 도道요, 둘째는 신神이며, 셋째는 의依이고, 넷째는 보報이며, 다섯째는 요妖이니, 안이비설신의의 다섯 근에 식을 발하여 막힘이 없이 융통한다고 하나, 멀고 가까움 사이에 한정이 있는 신통이니 어찌 반딧불을 이 신통으로 태양에 견줄 것인가.
부처께서는 (1) 천안통天眼通, (2) 천이통天耳通, (3) 타심통他心通, (4) 숙명통宿命通, (5) 신족통神足通, (6) 멸진통滅盡通의 이 여섯 신통을 가지셨다.
천안통이라는 말은 천지세계와 허공과 법계를 사무쳐서 손바닥 위 밝은 구슬과 같이 보시는 것이다. 천이통이라는 말은 모든 소리를 다 듣는 것이고, 타심통이라는 말은 한량없는 세계의 여섯 길(六途) 네 가지 태어남(四生)(태란습화)의 마음먹는 것을 다 아는 것이다. 숙명통이라는 말은 진허공 시방삼세 무시겁無始劫의 앞일을 통하지 못함이 없고 알지 못함이 없는 것이다.
신족통이라는 말은 시방세계 산하석벽에 걸림 없이 가고 오는 것이다.
누진통이라는 말은 미세한 미혹의 장애가 다하고 크나큰 해탈 큰 자재를 얻어 영겁에 나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이니 선인의 반딧불 같은 신통으로 어찌 태양의 밝은 빛 같은 세존의 신통에 견줄 수 있겠는가. 선인의 신통이 세존의 신통과 같지 않음을 선인이 알지 못하고 망녕되게 말하기를, ‘오통은 얻었으나 한 신통만 얻지 못하였다’고 하니 참 우습도다.
세존께서 급히 ‘선인아’ 하시니, 한 조각 붉은 마음이 조각조각 붉구나(一片丹心 片片紅) 하신 것은 선인을 가리키심인가.

會麽. 吐出明珠, 更不差.
아는가? 밝은 구슬은 뱉어 내니 다시 다름이 없다 함인가.

세존께서 급히 물으시기를, ‘이 한 신통을 내게 묻는가’ 하시니, 무슨 뜻인가?

會麽. 殺人, 須見血. 爲人, 須爲徹.
아는가? 사람을 죽이면 반드시 피까지 보고, 사람을 위하면 반드시 골수에 사무치게 해야 한다.

대중에게 묻는다.

會麽. 斫却月中桂, 淸光應更多.
아는가? 달 가운데 계수나무를 베어 버렸으니 맑은 빛은 더욱 많으리로다.”
(17) 世尊, 因有外道問, 不問有言, 不問無言. 世尊良久, 外道讚嘆云, 世尊, 大慈大悲, 開我迷雲, 令我得入, 外道去後. 阿難, 問佛云, 外道有何所證而言得入. 佛言, 如世良馬, 鞭影而行.

외도가 세존께 물었다.
“말이 있음도 묻지 않고 말 없음도 묻지 않습니다. 모갑某甲의 물음에 대답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잠자코 계시니 외도가 찬탄하여 말씀드리기를,
“세존께서 대자대비로 저의 미혹한 구름을 열어 주시니 깨달아 들어가게 하셨습니다.”라고 하여 예배하고 물러나니 이때 아난이 곁에 계시다가 세존께 물었다.
“외도가 무엇을 깨달아 증득하였기에 들어갔다고 말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시기를, “세상에 좋은 말은 채찍의 그림자만 보아도 바람을 따라 천 리를 간다.”
0001_0044_b_01L용성이 말하였다.
“예와 지금 천하 외도의 견해는 어떤 것인가.
그 소견은 ‘하나다 둘이다. 있음이다 없음이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떳떳하다 떳떳하지 않다’고 함이다.
그러므로 외도들이 하나라는 소견과 둘이라는 소견을 벗어난 자는 없다. 이제 그가 세존께 성의誠意가 있어 묻는 것이 아니라 시험해 보려는 야심으로 묻는 것이니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있는 것으로 물으면 세존의 생각에 반드시 없는 것으로 답하실 것이요, 내가 없는 것으로 물으면 세존의 생각에 반드시 있는 것으로 답하실 것이다. 그러니 어떤 방법으로 물어야 할까.’
이와 같이 헤아려서 다음과 같이 묻기를,
‘말이 있음으로도 대답지 말고 말 없음으로도 대답지 말고, 대답하라 하면 세존께서 아무리 지혜가 있어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짐짓 물은 것인데 세존께서 잠자코 계시니 대중은 어떻게 아는가.

纖塵不立, 寸草不生.
가는 티끌도 서지 못하고 마디풀도 나지 못하는 것인가.

會麽. 靑蛇匣裡, 冷生光. 倚天長劒, 霜燄燄. 定古定今, 無人會. 一聲迅雷, 動天地.
아는가? 푸른 뱀칼 칼집 속에서 찬 빛을 내니, 하늘에 빗긴 긴 칼 서리와 같이 빛나도다.
예를 정하고 오늘을 정함을 아는 사람이 없으나,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아서 하늘 땅을 놀래는구나.”
0001_0045_a_01L(18) 世尊, 與阿難行次, 見一塔廟, 世尊作禮, 阿難云, 此是何人塔廟, 世尊云, 是過去諸佛塔廟, 阿難云, 是何人弟子, 世尊云, 是吾弟子, 阿難云, 應如是.

세존께서 아난을 데리고 행하실 때 한 탑묘를 보시고 예배하셨다.
아난이 여쭈었다. “어떤 사람의 탑묘입니까?”
세존이 답하시기를, “과거 제불의 탑묘이니라.”
아난이 다시 여쭙기를, “어떤 사람의 제자입니까?”
세존께서 답하시기를, “나의 제자이니라.”
아난이 말씀드리기를, “반드시 이와 같을 것입니다.”
용성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과거 여러 부처들의 탑묘에 예배하시니 과거 제불의 편에서 보면 과거가 주인(主)이 되고 현재는 손님(賓)이 되는 것인가.
세존께서 ‘과거 부처가 나의 제자다’라고 하시니 세존 편에서 보면 세존이 주인이 되고 과거는 손님이 되는 것인가. 아난이 ‘반드시 이와 같을 것입니다’라고 하니 아난 편에서 보면 과거불, 현재불이 손님이 되고 아난이 주인이 된다고 하는 말인가.

會麽. 明月照時, 淸風拂. 淸風拂時, 明月照.
아는가? 밝은 달이 비칠 때 맑은 바람이 떨치고, 맑은 바람이 떨칠 때 밝은 달이 비친다.”
0001_0045_b_01L(19) 世尊, 調達謗佛, 生身入地獄, 遂令阿難傳問, 你在地獄安否, 云我雖在地獄, 如三禪天樂, 佛又令阿難傳問, 你還求出不, 云待世尊來便出, 阿難云, 佛是三界大師, 豈入地獄分, 云佛旣無入地獄分, 我豈有出獄分.

조달(데바닷타, 提婆達多)이 부처를 비방하고 산몸으로 지옥에 들어가니 세존께서 드디어 아난을 보내 물었다. “지옥이 편안하오?”
조달이 말하기를, “내가 비록 지옥에 있으나 세 번째 선정 하늘의 즐거움과 같소.”
또 아난을 보내서 묻기를, “지옥에서 나오기를 구하는가?”
조달이 답하기를, “세존이 지옥에 들어오기를 기다려 같이 나가리다.”
아난이 말하였다. “세존은 삼계의 대사이신데, 어찌 지옥에 떨어지겠소?”
조달이 답하기를, “세존께서 이미 지옥에 들어오실 수 없으면 내가 어찌 지옥에서 나갈 수 있으리오.”
“용성이 말했다.
“착함은 온전히 착함이라 착함 밖에 착함이 없으니, 단 참외는 꼭지까지 단 것인가(甘苽, 徹蔕甘). 악함은 온전히 악함이라 악함 밖에 악함이 없으니, 황련은 뿌리조차 쓴 것인가(黃連, 連根苦).

會麽. 自携甁去, 沽酒村. 還來着衫, 作主人.
아는가. 스스로 병을 들고 술 파는 마을에 갔다 돌아와서는 적삼을 입고 주인이 되는구나.”
0001_0046_a_01L(20) 世尊, 因黑氏梵志運神力, 以左右手, 擎合歡梧桐兩株, 來供養, 佛云仙人, 梵志應喏, 佛云放下着, 梵志遂放下左手一株花, 佛又召仙人, 放下着, 梵志又放下右手一株花, 佛又云仙人, 放下着, 梵志云, 世尊, 我今空身兩住, 更敎下箇什麽, 佛云吾非敎汝敎捨基花, 汝當放捨, 外六塵, 內六根, 中六識, 一時捨却, 無可捨處, 是汝免生死處, 梵志於言下, 悟無生忍.

흑씨 범지(검은 성씨 바라문)가 좌우 손에 합환 오동 꽃 두 가지를 들고 와서 신통력으로 몸을 날아 순식간에 영산회상에 이르러 세존께 공양 올리고자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이를 보시고 “선인아.” 말씀하시니 “예.” 하고 대답하였다.
부처께서 말씀하시기를, “놓아 버려라.”
범지가 왼손에 가졌던 꽃을 놓아 버렸다.
부처께서 또 “범지야, 놓아 버려라.” 하니 범지가 또 오른편의 손에 가졌던 한 가지 꽃을 마저 놓아 버렸다.
부처께서 또 말씀하시기를, “놓아 버려라.” 하시니 범지가 여쭈었다.
“내 두 손의 꽃을 모두 놓아 버렸는데 다시 또 무엇을 놓아 버리라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시기를, “너더러 꽃을 놓아 버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너더러 오직 육진(육진은 빛, 소리, 향기, 맛, 촉, 법)과 육근(육근은 눈, 귀, 코, 혀, 몸, 뜻)과 육식(육식은 눈의 알음알이, 귀의 알음알이, 코의 알음알이, 혀의 알음알이, 몸의 알음알이, 뜻의 알음알이)을 놓아 버리라는 것이니 가히 버릴 것 없는 곳은 네가 생사를 면하는 곳이다.”
범지가 말씀을 듣고 무생인無生忍43)을 깨쳤다.
용성이 말했다.
“합환 오동 꽃은 지금 오동과 비슷하나 지금의 오동이 아니다. 가지와 잎사귀가 무성하고 매우 부드러우며 가시와 잎사귀가 서로 합해 바람이 불면 스스로 열이 나 서로 엉켜 흩어지지 않는다. 두 손의 꽃을 다 버렸으니 다시 버릴 것이 없겠으나 버릴 것이 있는 것은 네가 아니어서 버릴 수 없는 것은 네가 아니고 누구인가?
그러면 근根, 진塵, 식識의 열여덟 법계(十八界)를 여의고 따로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근, 진, 식이 곧 여래장의 묘한 진여의 성품(如來藏妙眞如性)인가?

會麽. 月色, 和雲白. 松聲, 帶露寒.
아는가? 달빛은 구름과 어울려 희고, 소나무 소리는 이슬을 띠어 차갑도다.”
0001_0047_a_01L(21) 世尊, 因耆婆, 善別音響, 至一塚問, 見五箇體髏. 乃敲一云, 此生何處, 婆云生地獄. 又敲一云, 此生何處, 婆云生畜生, 又敲一云, 此生何處, 婆云此生餓鬼. 又敲一云, 此生何處, 婆云此生人道. 又敲一云, 此生何處, 婆云此生天道. 世尊又別敲一云, 此生何處, 耆婆罔知生處.

영산 당시에 기바라는 선인이 있었다. 이 사람은 고물이든 무슨 물건이든, 일체 짐승의 소리라도 한번 들으면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세존께서 이 사람을 데리고 옛 무덤에 이르러 다섯 시체의 해골을 보시고 해골 한 개를 두드리시며 말씀하셨다. “이 사람의 영혼이 어디서 태어났는가?”
기바가 대답하기를, “지옥에 가서 났습니다.”
또 한 개를 두드리며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은 어디 가서 났는가?”
기바가 다시 대답하기를, “아귀에 가서 났습니다.”
또 물으시기를, “이 사람은 어디서 났는가?”
기바가 대답하기를, “사람의 길(人道)에 났습니다.”
또 물으시기를, “이 사람은 어디서 났는가?”
기바가 답하기를, “하늘의 길(天道)에 났습니다.”
세존께서 또다시 한 해골을 두드리며 물으시기를, “이 사람은 어느 곳에 가서 났는가?” 하니 기바가 망연하여 알지 못하였다.
0001_0047_b_01L용성이 말했다.
“기바가 모른다면 전부 알지 못할 것이고 안다면 전부 다 알 것인데, 어찌하여 다섯 사람의 태어난 곳은 알고 뒤의 한 사람의 난 곳은 알지 못하는가. 앞에는 경계에 간섭이 있으므로 기바로 하여금 알게 하였고, 뒤에는 자수용삼매自受用三昧44)에 들었으므로 기바가 알지 못하는 것인가?
옛사람이 ‘경계 위에 베풀어 지으면 아주 크게 있으나, 안과 밖과 가운데에 아무리 찾아도 아주 없다는 말인가?(境上施爲渾大有. 內外中間 覓總無.)’라고 말했으니, 이 뜻인가?

會麽. 誰身耆婆 不知處. 尸茶林內 赤身眠.
아는가? 누가 기바가 알지 못한 곳이 시다림 안에서 붉은 몸으로 자고 있음을 믿으리.”
0001_0048_a_01L(22) 世尊, 因七賢女遊屍多林, 一女指屍諸姊曰, 屍在者裡, 人向甚處去, 中有一婦云作麽作麽, 諸姊諦觀, 各各契悟, 感帝釋散花云, 唯願聖姊, 有何所須, 我當終身供給, 女云我家四事七寶, 悉皆具足, 唯要三般物, 一要無根樹子一株, 二要無陰陽地一片, 三要叫不響山谷一所, 帝釋云一切所須, 我悉有之, 若三般物, 我實無得, 女云汝若無此爭解濟人, 帝釋遂同往白佛, 佛言燆尸迦, 我諸弟子大阿羅漢, 悉皆不解此義, 唯有諸大菩薩, 乃解此義.

일곱 명의 어진 여인들은 대국왕의 여자로, 아름다운 봄 계절에 백천 사람이 춘흥을 이기지 못하고 앞다투어 꽃구경을 할 즈음에 그중 한 여인이 여섯 어진 여인들에게 시다림에 가서 놀자 하니 여섯 어진 여인이 응하지 않거늘 어진 여인이 말하기를, “저곳에 극히 좋은 일이 있으니 어서 가 보자.”라고 하며 시다림으로 인도하였다. 때마침 한 시체를 가리키며 한 어진 여인이 묻기를, “시체는 이곳에 있는데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하니, 다른 여인이 말하기를, “무슨 말인가, 무슨 말인가(作麽作麽)?” 하니 모든 어진 여인들은 각기 깨달음을 얻었다.
제석천주가 천안통으로 이를 보시고 천이통으로 들으시고 기쁘게 여기시어 꽃을 흩어 내리시고 불러 말씀하시기를, “성자聖姊여, 내가 마땅히 몸이 맞도록 무엇이든 공급하겠다.” 하니 현녀가 대답하기를, “우리 집에 방사房舍, 의약 등 물건과 일곱 보배가 구족하니 더 구할 물건이 없으나 오직 세 가지 물건이 없으니, 뿌리 없는 나무 한 그루와 음지와 양지가 없는 땅 한 조각, 그리고 고함을 질러도 메아리 소리가 안 나는 한 곳을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제석상제가 대답하기를, “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줄 수 있으나 이 세 가지는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다.” 하니, 현녀가 대답하기를, “그대에게 이 물건이 없으면 어찌 세상 사람들을 건져 줄 수 있겠소.” 하였다. 상제가 말하기를, “이 뜻은 내가 알 수가 없으니 영산회상에 계신 석가세존께 가서 알아보자.” 하고 일행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대답하시기를, “교시가야, 나의 큰 제자 아라한도 이 뜻을 알지 못하고 오직 큰 보살이라야 이 뜻을 알 것이다.”
0001_0049_a_01L용성이 말했다.
“이 말은 참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게 하는 말이다.
한 여인이 말하기를, ‘시체가 이곳에 있으나 그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하니, 말이 떨어지자 의식이 소멸하여 뜻과 앎이 사라져 찾을 곳이 없다(無處可尋).
그렇다면 이는 ‘부처와 부처도 서로 볼 수 없는 것이니 어찌 저의 국토가 있으며 만나 볼 정보正報가 있겠는가’라고 말하는 뜻인가?
또 한 여인이 ‘무슨 말인가, 무슨 말인가?’ 하니, 이 부인은 반어적 태도를 취한 것이라 어찌 저의 간 곳이 있겠는가.
‘천당 지옥과 산하 대지와 사람사람 사물사물이 어찌 저를 만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함인가.
두 여인의 말을 종합하여 보면, 큰 바탕과 큰 씀(大體大用)을 보인 것인가.
제석상제는 서른세 하늘 왕과 네 천하를 거느려 알지 못하는 바가 없고 하지 못하는 바가 없는데 어찌 세 가지 물건을 알지 못하는가. 세존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하심이 헛된 말씀이 아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뿌리 없는 나무는 온갖 것을 그늘로 덮어 주고, 그늘과 빛이 없는 땅은 견고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골짜기는 비어서 사물에 응하되 방소가 없다.’
이것은 용用은 다만 용이라 용 이외에 다른 것이 없고, 체體는 다만 체라 체 외에 다른 것이 없다는 뜻인가.
마침 보화 선사45)가 저자에 들어가 방울을 흔들며 말하기를, ‘밝은 머리가 오면 밝은 머리를 치고 어두운 머리가 오면 어두운 머리를 치고 사방 팔면에서 오면 바람을 돌이켜 치고 허공에서 오면 시렁을 이어서 친다’고 했으니, 밝음 그리고 어두움과 홑의 네 구절 그리고 겹의 네 구절과 본래의 한 구절 등이 낱낱이 다 끊어짐(絶對)인가.

會麽. 山頭, 石矗矗. 岩下, 水澄澄.
아는가? 산머리에 돌이 뾰족뾰족하고 바위 아래 물이 맑고 맑도다.”
0001_0049_b_01L(23) 世尊, 因長爪梵志, 索論義約曰, 我義若墮, 我自斬首, 世尊曰汝義, 以何爲宗, 梵志曰我義, 以切不受爲宗, 世尊曰是見受不, 梵志拂袖而去, 至中路乃省, 謂弟子曰, 我當廻去, 斬首謝世尊, 弟子曰我師, 於人天衆前, 幸當得勝, 何以斬首, 梵志曰我, 寧於有智人前斬首, 不於無智人前得勝, 乃自嘆云, 我義有兩處負墮, 是見若受, 負門處麤是見不受, 負門處細, 一切人天二乘, 皆不知我義墮, 有大覺世尊, 與諸菩薩, 知我義墮, 廻至佛所云我義, 兩處負墮故, 當斬首, 以謝世尊, 佛言我法中, 無如是事, 汝當廻心, 向道出家, 於是五百人, 一時投佛出家, 各得果證.

한 범지(바라문)가 있으니 학문에 매진하여 손톱을 깎을 여유가 없어서 손톱이 너무 길므로 그 이름을 장조 범지라 하였다. 이 사람이 세존께 여쭙기를, “종의宗義46)를 세워 세존과 토론하고자 하니 이미 나의 세운 뜻이 세존께 지면 제 머리를 벨 것을 맹세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세존께서 물으시기를, “너는 무슨 뜻을 세워 종지를 삼았는가?” 하니 범지가 대답하기를, “제가 세운 의지義旨는 일체를 받지 않는 것을 종지로 삼았습니다.”라고 하였다.
세존께서 “그러면 이 보는 것을 받느냐? 마느냐?”라고 물으시니, 범지가 불쾌함을 이기지못하고 소매를 떨치고 나가더니 길 가운데 이르러 자기의 잘못을 깨치고 제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마땅히 돌아가 세존께 머리를 베어 사례하겠다.”
제자들이 말하기를, “우리의 스승은 사람과 하늘 대중 앞에 마땅히 이기셨거늘 어찌 지금 머리를 버리고자 하십니까?” 하니 범지가 말하기를, “차라리 내가 지혜 있는 사람 앞에서 머리를 베일지언정 지혜 없는 사람에게 이기려 하지 않으리라.” 하고 스스로 한탄하여 말하기를, “나의 뜻이 두 곳에서 졌다. 이 보는 것을 받는다 하면 지는 곳이 거칠고 이 보는 것을 안 받는다 하면 지는 곳이 미세하니, 일체 사람과 하늘 이승二乘은 나의 진 곳을 알지 못하거니와 오직 세존과 큰 보살은 나의 의지가 떨어진 곳을 알 것이다.”라고 하며 세존이 계시는 처소에 이르러 여쭈었다. “저의 뜻 세운 곳이 두 곳에서 졌으니 마땅히 머리를 베어 참회하여 사례 드리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대답하시기를, “나의 법 가운데에는 이와 같은 일이 없으니 네가 마땅히 마음을 돌이켜 나의 법 앞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워라.” 하시니 범지가 오백 제자를 거느리고 출가하여 과果를 증득하였다.
0001_0050_b_01L용성이 말했다.
“장조 범지가 일체의 것을 받지 않음으로 자기의 종지를 세우는 것은 단견斷見 외도이니 이른바 남을 치러 갔다가 도리어 맞고 온 격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온갖 보는 것은 받지 않는다고 하니 받지 않는다는 견見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
범지가 받지 않는다는 견을 받는다면 지는 곳이 더럽고, 받지 않는다는 견을 받지 않는다면 겉으로 드러나기에 이긴 듯하나 자기가 세운 의지義旨가 없어지는 고로 지는 곳이 미세하다.
세존께서 하신 말씀이 천 근이나 되는 쇠몽둥이를 새알 위에 놓는 것과 같아, 외도의 받는다 혹은 받지 않는다는 소견이 그 자리에서 가루처럼 부서졌다.

會麽. 遍擔驀折, 兩頭脫. 一毛頭上, 定乾坤.
아는가? 기울어진 짐이 문득 거꾸러져 두 머리를 벗어나니, 한 털끝 머리 위에 하늘과 땅을 본다.”
0001_0051_a_01L(24) 世尊, 因乾闥婆王獻樂, 其時山河大地, 盡作琴聲, 迦葉起舞, 王問佛, 迦葉豈不是阿羅漢, 諸漏已盡, 何更有餘習, 佛云實無餘習, 莫謗法也. 王又撫琴三徧, 迦葉亦三度作舞, 王云迦葉作舞, 豈不是, 佛云寔本曾作舞, 王云世尊, 何得妄語, 佛云不妄語, 汝撫琴, 山河大地木石, 盡作琴聲, 豈不是, 王云是, 佛云迦葉亦復如是, 所以寔不作舞, 王乃信受.

건달바왕이 세존 앞에 풍악을 올리니, 산하대지가 모두 거문고 소리를 내었다. 가섭이 일어나 춤을 추니 건달바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가섭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어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였는데 또 무슨 번뇌(習氣)가 있어서 저렇게 춤을 춥니까?”
세존께서 대답하기를, “그는 번뇌가 없으니 비방하지 말라.”
건달바왕이 또다시 세 번 거듭 거문고를 타니 가섭이 또한 세 번 춤을 추거늘 건달바왕이 세존께 여쭈되, “가섭이 저렇게 춤을 추니 어찌 번뇌가 아니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시기를, “저가 일찍이 춤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건달바왕이 여쭙기를, “어째서 거짓말을 하십니까?”
다시 세존께서 대답하시기를,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네가 거문고를 타니 산하대지와 초목이 다 거문고 소리를 지으니 어찌 남은 버릇이라 하겠는가?”
왕이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가섭도 또한 이와 같으므로 일찍이 춤춘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 건달바왕이 그제서야 믿어 받았다.
0001_0051_b_01L용성이 말했다.
“건달바는 풍악을 아뢰는 신선인데 유리 거문고를 잡고 세존 앞에서 거문고를 타니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산하대지며 초목총림이 다 떨쳐 진동하였다. 산하대지와 초목이 흔들려 춤출 때 가섭도 춤추는 것이 당연하거늘, 교학의 학자들은 가섭이 5백생 이전에 풍악을 하던 사람이므로 그 남은 버릇이 있어서 춤을 추는 것이라 하니 이 같은 헤아림이 어찌 법을 비방함이 아니겠는가.
건달바왕이 풍악을 울릴 때 대천세계가 흔들리며 즐기는 듯하니, 온 천지가 큰 씀(大用)으로 드러나는 때라. 가섭의 춤도 역시 큰 씀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익혀 온 기운(習氣)에 온전한 바탕(全體)을 버리고 따로 다른 큰 씀이 없음이다. 대용의 전체를 버리고 따로 대체가 없는 것이다.

會麽. 乾闥婆王, 樂韻婆和. 飮光尊者, 舞婆. 多生習氣, 重拈弄. 海湧山搖, 莫管他.
아느냐? 무진 거사가 게송에서 말하였다. ‘건달바왕의 음악 소리 울려 나오니 음광존자(가섭)가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여러 생의 번뇌 기운을 거듭 희롱하니 바다가 솟아오르고 산이 흔들림을 오직 관계치 말라.”
0001_0052_a_01L(25) 世尊, 將諸聖衆, 往第六天, 說大集經, 佛勑他方此土人間天上一切魔梵獰惡鬼神, 悉皆集會, 受佛府囑, 擁護正法, 設有不赴者, 四天門王, 飛熱鐵輪, 追之令集, 旣集會已, 無有不順佛勑者, 各發弘誓, 擁護正法, 唯有一魔王, 謂世尊曰, 瞿曇, 我待一切衆生成佛, 盡衆生界空, 無有衆生名字, 我乃發菩提心.

세존께서 모든 성중을 거느리시고 여섯째 타화자재천궁에 올라가시어 『대집경』을 설하셨다.
세존께서 사바세계와 시방세계, 천상과 인간의 모든 마왕과 모든 범천과 모든 영악한 귀신들에게 “각기 천궁에 다 모여 와서 나의 부촉을 받아 바른 법을 보살피라.”라고 분부하셨다. 혹 거역하여 오지 않는 자가 있으면 사천문왕이 무거운 쇠바퀴를 날려 벽력 같은 위엄을 떨쳐 악마와 악귀의 뒤를 몰아 천궁으로 들어와 다 모이게 하니 하나도 세존의 명을 거스르는 자가 없이 각기 서원을 발하여 정법 옹호하기를 맹세하였다.
그중에 한 마왕(구담)이 일어나 세존께 여쭙기를, “저는 모든 중생이 성불하여 중생계가 공하여 중생이라는 이름까지 없어진 후에야 제가 보리심을 발하겠습니다.”
0001_0052_b_01L용성이 말했다.
“마왕이 세존께 여쭙기를, ‘일체의 중생이 성각成覺佛은 곧 覺이다하여 중생이라는 이름까지도 없어진 뒤에 보리심을 발하겠다’고 하니 중생계가 공하면 보리심도 가히 발할 여지가 없다. 본래 각도 가히 이룰 것이 없고 또한 중생도 가히 제도할 것이 없다. 참된 깨달음(眞覺)은 나고 사라짐이 없고 정법은 흥하거나 쇠함이 없거늘 무슨 보리심을 낼 것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마왕은 진실로 정법을 옹호하는 자로다.

會麽. 熏風 自南來. 殿閣 生微凉.
아는가? 더운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니 전각에 서늘함이 생겨나도다.

그러나 마왕은 보리의 마음을 내지 않음이 바닥까지 이름이요(不發菩提心到底), 세존은 보리의 마음 내는 것이 바닥까지 이름이니(發菩提心到底), 이 마왕과 세존을 쫓아내서 그 자취까지 쓸어버려 또한 흔적이 없게 하여야 옳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허물을 한번 보면 자기 허물은 열 길이나 깊게 된다. 그렇다면 세존과 마왕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會麽. 五月江深, 草閣寒.
아느냐? 오월 강이 깊고 초가집이 차도다.”
(26) 城東老母, 與佛同生一世而本欲見佛, 每見佛來, 卽便回頭轉面, 皆避不得, 以手掩面, 十指掌中, 悉皆見佛.

『관불삼매경』47)에 이르기를, 왕사성 동쪽 수달장자須達長者 집에 비지라毗胝羅라는 늙은 여자 종이 있었다. 집안일을 할 때 장자가 세존을 청하여 공양을 올리니 늙은 종이 간탐심이 많은지라 세상에 부처라는 이름을 듣지 않겠다고 하였다. 갑자기 늙은 종이 부처를 보고 깜짝 놀라 급하게 개구멍으로 나가 사방의 문이 닫히더니 오직 정문이 열렸다. 급히 부채로 얼굴을 가리니 부채가 홀연히 거울과 같이 되어 걸림이 없이 부처가 보이니 늙은 종이 머리를 동쪽으로 돌리면 동쪽에 부처가 있고 남, 서, 북쪽 또한 모두 그러하여 부처를 보게 되며 위나 아래 역시 다 그러하여 하는 수 없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니 또한 열 손가락에 낱낱이 부처가 나타났다.
0001_0053_b_01L용성이 말했다.
“세존께서 과거 세상 나라의 국왕이 되셨을 때 늙은 종은 시녀로 있었다. 왕이 시녀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으므로 시녀가 원한을 품고 죽어서 그 결과로 세존을 보고자 하지 않았다. 이것을 인과因果로 보면 사실이나 종사가宗師家에서 이야깃거리로 하나의 문제로 삼는 것은 법을 희롱해 보이고자 함이다.
옛 어른이 말씀하시기를, ‘부처도 치고 조사도 또한 치라. 진리를 깨달은 사람 면전에 그런 거짓을 말하지 말라’ 하였으며, 또 ‘장부는 스스로 하늘을 뚫는 기운이 있으니 여래가 행한 곳을 향해 가지 않는다(丈夫自有 衝天氣, 不向如來 行處行.)’고 하셨는데 이 늙은 종이 장부의 뜻을 가졌단 말인가? 세존은 부처를 봄이 바닥까지 이름(見佛到底)이요, 성 동쪽 늙은 여인은 부처를 보지 않음이 바닥까지 이름(不見佛到底)이므로 종사가에서 이것을 희롱해 보이고자 함인가.
성 동쪽의 늙은 종은 가히 대장부의 뜻을 가졌다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어찌하여 특별한 분별을 내는가?

會麽. 困思天竺, 雨前茶. 橘渴憶洞庭, 霜後橘.
아는가? 피곤하면 천축국 비 오기 전에 차를 생각하고 목이 마르면 동정호에 서리 맞은 귤을 생각하는도다.”
0001_0054_a_01L(27) 世尊, 因普眼菩薩, 欲見普賢, 不能得見, 乃至三度入定, 徧觀三千大千世界, 覓普賢, 不能得見而來白佛, 佛言, 汝但於靜三昧中, 起一念, 便見普賢, 普眼於是纔起一念, 便見普賢向空中, 乘六牙白象.

보안보살48)이 보현보살을 보고자 하여도 능히 볼 수가 없었다. 세 번이나 선정에 들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살펴 보현을 찾았으나 볼 수가 없어서 세존께 여쭈니 답하시기를, “그대가 다만 적정삼매寂靜三昧49)에서 한 생각을 일으켜 보아라.”라고 하시니 보안보살이 세존의 가르치심대로 한 생각을 일으켜 보니 보현보살이 여섯 이빨의 흰 코끼리(六牙白象)를 타고 곧고 엄하게 앉아 계셨다.
0001_0054_b_01L용성이 말했다.
“가르침 중에 말한 바와 같이 보안은 십지十地의 보살이라 바탕 가운데 삼매(體中三昧)에 들기 때문에 선정의 바탕이 허공과 같아서 봄과 보지 못함이 끊어졌다. 보현정사普賢正士는 십일지十一地 등각행문정사等覺行門正士라 세간에 있으며 큰 씀(大用)이 현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안이 보현을 보지 못한 것이다. 또 어찌하여 그런가? 불 가운데서 물을 찾든지 물 가운데서 불을 찾든지 하면 반드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종사가에서 문제를 삼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그러면 무엇인가?
보안보살은 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세존께서는 한 생각을 일으키라 하시니, 보안보살은 왼편이 되고 세존께서는 오른편이 되시며 보현보살은 중간이 되어서 곧 한 부처와 두 보살의 얼굴과 눈이 되는 것인가. 흰 코끼리는 한 빛깔 법신이요, 여섯 이빨은 육바라밀의 씀(用)이며, 허공은 진법계를 나타낸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보는 것도 보현보살이요, 못 보는 것도 보현보살이며, 세존과 보안보살이 모두 보현인가.

會麽. 遊芳草岸, 宿蘆花洲. 荷帒入市, 振鈴入村, 然則. 安身立命處, 作麽生知.
아는가? 향기로운 풀 언덕에 놀고 갈대꽃 물가에서 잠자는도다. 포대를 메고 저자에 들며 방울 흔들며 마을에 드는도다. 그렇다면 안신입명安身立命할 곳은 어떻게 알 것인가?”
0001_0055_a_01L(28) 世尊, 與衆行次, 指一片地云, 此地宜建梵刹, 帝釋將一莖草, 揷於地上云, 建梵刹已竟, 世尊微笑.

세존께서 대중과 더불어 행하실 때 한 조각 땅을 가리켜 말씀하시기를, “이 땅에 마땅히 범찰을 세울 것이다.”
제석천왕이 한 줄기 풀을 가져다 땅 위에 꽂으며 말씀드렸다.
“범찰을 세워 마쳤습니다.”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셨다.
용성이 말했다.
“『본생경』의 이야기이다. 제석천왕이 한 줄기 풀을 가져다 땅에 꽂으니 곧 범찰 궁전이 세워졌다. 그 범찰의 이름이 니다사尼多寺라 멀고 가까운 곳의 사람들이 다 세존의 교화에 복종하였다. 아는가? 티끌티끌 세계세계가 모두 가람을 세울 곳인가?

百草頭上, 無邊春. 信手拈來, 用得春.
백 가지 풀 머리 위에 가없는 봄을 손이 좇아 잡아 와 친히 사용함을 얻는구나.”
(29) 世尊, 因有異學, 問諸法是常耶, 世尊不對, 又問是無常耶, 亦不對, 異學曰世尊具一切智, 云何不對, 世尊曰汝之所問, 皆爲戱論.

외도가 세존께 “모든 법이 떳떳한 것입니까?”라고 물으니, 세존께서 대답하지 않으셨다.
또다시 묻기를, “떳떳지 않은 것입니까?” 또 대답하지 않으셨다.
다시 외도가 말하기를, “세존께서 일체의 지혜를 갖추셨는데 어찌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하니, 세존께서 대답하기를, “너희가 묻는 바가 다 희론戱論이 되기 때문이다.”
0001_0055_b_01L용성이 말했다.
“세존께서 대답하지 않으신 곳이 곧 모든 법이 있는 바로 그 자리(諸法當處)라 낱낱 하늘에 빗긴 긴 칼과 같아 물과 물, 산과 산이 일찍이 한 점 끊어짐과 항상함의 견해가 없음인가. 옛사람은 이렇게 노래했다.

會麽. 霜後籬邊, 橘子黃. 人傳便是, 法中王. 三玄三要, 都休說. 一点還曾, 落斷常.
아느냐? 서리 뒤 울타리 가에 유자가 노란데, 사람들은 이것이 법왕이라 전하네.
세 현묘함 세 요점 모두 말하지 마라. 한 점이라도 온갖 법이 일찍이 끊어짐과 항상함에 떨어졌던가.”
0001_0056_a_01L(30) 靈山會上, 有五百比丘, 發宿命通, 各見過去殺父母罪, 各各懷疑, 於甚深法, 不能證入, 爾時文殊承佛神力, 握劒佛, 佛告文殊, 住住不應作逆, 勿得害吾, 吾必被害, 爲善被害, 文殊舍利, 爾從本已來, 無有我人, 但以內心, 見有我人, 內心起時吾必被害, 卽名爲害, 於是五百比丘, 自悟本心, 了如夢幻, 同聲讚曰, 文殊大智士, 深達法源底, 自手握利劒, 持逼如來身, 如劒佛亦爾, 一相無有二, 無相無所生, 是中云何殺.

『보적경』에 말씀하셨다.
영산회상에 5백 비구가 선정을 닦아 숙명통이 밝게 드러나(朗發) 각기 과거사를 관찰하니 부모를 살해한 죄가 있으므로 각기 공포심이 나서 깊은 법에 능히 깨달아 들어가지 못하였다. 마침 문수보살께서 세존의 신력을 받아 칼을 잡고 세존을 핍박하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칼을 멈추어 거스르는 해를 짓지 말아라. 문수야, 네가 본래 인人과 아我의 소견이 없더니 오늘 인아의 소견을 일으키니 이 마음이 일어날 때에 내가 반드시 해를 입었다.”
즉시 5백 비구가 각기 본마음을 깨우쳐 일체가 몽환과 같음을 알고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문수대지사여, 깊이 법의 근원을 통달하심이로다.
스스로의 손에 칼을 잡고 여래의 몸을 핍박하였네.
칼과 같이 부처도 또한 그러하여
같은 모습이라 또한 두 모습이 있음이 없도다.
모습이 없고 나는 바도 없으니 이 가운데에서 어찌 죽으리오.
0001_0056_b_01L용성이 말했다.
“세존과 문수의 좋은 방편(善權方便)이 아니시면 어찌 5백 비구의 의심 구름을 쓸어버릴 수 있겠는가. 5백 비구가 사람(人)과 내(我)가 본래 공하고 마음 근원이 본래 청정함을 깨닫지 못하므로 과거에 지은 죄를 진실로 여겨 본 성품을 깨치지 못하며 대각大覺의 법을 구하는 소견이 있어 정법에 들지 못할까 무서워하니 한 방편으로 문수보살이 칼을 날리어 세존을 핍박했다. 이 모습을 보고서는 비구들이 즉시 사람과 내가 본래 공하고 죄의 성품이 본래 없음을 깨쳐 부처라는 견해(佛見), 법이라는 견해(法見)가 그 자리에서 녹아지고 자기의 본래 타고난 참된 면목이 확연히 트여 의심이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비구들이 말하기를, ‘칼과 부처가 같아서 죽임(能殺)과 죽이는 바(所殺)가 없어 두 모양이 없는 것이며, 낳아 주신 어버이가 없고(所生父母) 생겨난 죄와 허물(所生罪過)도 없다.’
그러면 죄의 성품이 본래 공하고 부처와 법이라는 견해(佛法所見)도 두지 않을 것이 아닌가.

會麽. 倚松間持數卷經, 笑問客從何處來.
아는가? 소나무 사이에 의지해 몇 권 경을 지니고 나그네가 어디서 오는가 웃으며 묻네.”
0001_0057_a_01L(31) 世尊, 因文殊至諸佛集處, 値諸佛各還本處, 唯有一女近彼佛坐, 入於三昧, 文殊乃白佛, 云何此女, 得近佛坐而我不得, 佛告文殊, 汝但學此女, 令從三昧起汝自問之, 文殊繞女三匝, 鳴指一下, 乃托至梵天, 盡其神力而不能出, 世尊云假使百千文殊, 亦出此女定不得, 下方過四十二恒河沙國土, 有罔明菩薩, 能出此定, 須臾罔明大士, 從地湧出, 作體世尊, 世尊勅令出定, 罔明鳴指一下, 女遂出定.

『제불요집경』에 말씀하셨다.
천왕여래가 색계천과 욕계천 사이에 보배로운 사찰(寶坊)을 설립하시고 『대집경』을 설하셨는데, 문수가 미륵에게 “한가지 천왕부처가 계신 곳에 가자.” 하시니 미륵이 “나를 모두 색상色相으로써 여래를 보지 못할 줄로 안다. 그러므로 나는 안 가겠다.”라고 대답하였다. 문수가 신통력으로 팔뚝을 한번 굽혔다 펴는 사이에 천왕불께 가서 뵈니, 천왕여래께서 가만히 신력을 나투어 두 철위산 사이로 귀양살이(定配)를 보내자 문수는 누구의 소행인지 알지 못하였다.
천왕여래께서 문수를 불러오니 마침 제불께서는 각기 본처로 돌아가셨다. 여자가 천왕여래 왼쪽 아래에 앉아 선정에 드니 문수가 여쭈었다. “어찌 여자는 세존의 왼쪽 아래 가까이 하고 제자는 그렇지 못합니까?” 세존께서 답하시기를, “네가 이 여자를 선정에서 나오게 하여 그에게 물어보아라.” 문수가 이 여자를 오른편으로 세 둘레를 돌고 손가락을 튕기고 소리를 질렀지만 선정에서 나오지 않으니, 범왕천까지 들고 올라가며 신통력을 다하여도 그 여자가 선정에서 나오지 않았다. 천왕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백천 문수가 신통력을 다하여도 이 여자를 선정으로부터 나오게 하지 못하니 잠깐 기다려라.” 하시고 “아래쪽으로 사십이 항하사 국토를 지나 망명보살이 있으니 이 여자로 하여금 선정에서 나오게 하겠다.” 하니 순식간에 망명보살이 땅 아래로부터 좇아 솟아나오듯 하여 세존께 예배하거늘 세존께서 망명보살에게 분부하여 여자가 선정에서 나오게 하시니 망명보살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니 그 여자가 선정에서 나왔다.
0001_0058_a_01L용성이 말했다.
“이 화두의 주제를 옛사람은 네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여인이 선정에 든 곳에 본분本分은 본래 선정에 들 것이 아니지만, 본분을 좇아 선정에 든 것은 새로이 스며듦(新熏)이다. 이는 검소한 것을 좇아 사치함에 드는 것이니, 황금으로 땅이 되고 흰 은으로 벽이 되는 것이다.

아는가? 누각이 겹겹이 싸여 화장세계이니 붉은 비단 장막 속에 진주를 흩음이다.

여인이 선정에서 나온 것은 사치함을 좇아 검소함으로 나는 것이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며, 주장자는 원래 나무로 이룬 것이요, 밥은 쌀로 지음이다. 선정에서 나오고 선정에 들어가는 것이 여인의 자유요, 문수와 망명에게 간섭이 없는 것이다.
둘째, 여자의 이름이 이애離愛요, 삼매의 이름은 보월리구광寶月離垢光이라 하니, 이것이 곧 여래의 크나큰 선정(大定)이다. 문수의 경계는 긍청공亘靑空이어서 항상 들거니 어찌 날 것이며, 망명의 경계는 천 물결의 경계가 일어나는 천파경기千波境起라 보현이 앉는 자리(普賢床褟)이니 항상 나는 것이라 어찌 다시 들 것인가.
셋째, 문수는 왼쪽이 되고 여자는 오른쪽 편이 되며, 망명은 여자의 선정에 든 것을 나게 하니 선정에 나고 듦이 망명에게 속하므로, 망명이 중간이 되는 것이다.
넷째, 여인이 선정에서 나온 시절이 곧 중생의 나날이 씀을 밝힐 따름이므로 따로 이름할 것이 없다. 또한 문수와 망명을 좌우로 하고 여인과 세존을 가운데로 삼기도 한다.
이 여러 뜻풀이 가운데 어떤 것이 참으로 맞는 바른 뜻이 되는가.

會麽. 一句明明, 該萬像. 重陽三月, 菊花新.
아는가? 한 글귀가 밝고 밝아 만상을 거두었으니 중양절50) 삼월에 국화가 새롭다.”
0001_0058_b_01L(32) 世尊, 因自恣日, 文殊三處過夏, 迦葉欲白推擯出, 纔拈椎, 乃見百千萬億文殊, 迦葉盡其神力, 推不能擧, 世尊遂問迦葉, 迦葉汝擬貶那箇文殊, 迦葉無對.

세존께서 율제律制에 총림에 상주하는 규칙을 제정하시니 그 법률의 엄중함이 눈서리 같았다. 사월 십오일에 결제하고 앉으면 칠월 십오일까지 드나듦을 금하여 일체의 왕래를 허락하지 않았다. 혹시 여름 석 달 동안 무슨 법률을 범한 허물이 있어 스스로 부끄러워 세존 앞에 아뢰기 어려운 경우에는 사람을 대신 정하여 자신의 허물을 세존과 대중 앞에 밝히고 참회하므로 안거의 마지막 날을 자자일이라 한다.
마침 이날에 문수보살이 왕궁에서 한 달을 지내시고 또한 동자들의 학당에서 한 달을 지내시고 그 다음에는 음탕한 여자의 집에서 한 달을 지내신 뒤 마침내 자자일에 대중들의 처소에 돌아오셨다. 가섭이 가섭은 마하가섭이 아니라 삼가섭 중에 한 사람이다.수석에 계하시다가 문수의 죄를 일일이 들어 밝힌 후에 법률 몇 조목에 따라 축출한다고 선고한 후에 종 치는 방망이를 들어 종을 치려 하니 마침 이때 백천만억 문수가 나타났다. 가섭이 그 신통력을 다하여 종 방망이를 들려 하였으나 들 수가 없었다. 세존께서 가섭에게 묻기를, “문수가 저렇게 많으니 그중에 어느 문수를 축출하려 하는가?” 하니 가섭이 대답하지 못하였다.
0001_0059_b_01L용성이 말했다.
“가섭이시여, 이미 바른 법령을 행하여 이를 모름지기 행할 것이거늘 가섭이 그렇지 못하니 가히 용두사미가 되었도다. 가섭 편에서 보면 정령 아래에 넓은 천지가 목숨을 살려달라고 할 것이다. 총림의 안거대중이 다 청정하거늘 문수가 정해져 있는 규칙을 파괴하고 법률을 문란하게 하니 가섭이 이미 총림의 규율을 맡아서 처리할 것인데(掌理) 단지 문수뿐이겠는가. 석가세존께서라도 축출령을 내릴 것이니 어찌하여 그러한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세존도 치고 조사도 치라. 깨달은 사람 면전에 거짓 이야기를 말하지 말라(佛也打, 祖也打, 眞人面前, 休說假.)’ 하였다.
문수가 백척간두에 다시 한 걸음 나아가 즉시 백천만억 문수를 나타내시니 세존께서도 또한 두고 조사도 또한 두어라. 납승의 가슴 속이 바다와 같이 너그럽도다.

會麽. 靑雲, 生脫谷. 白鳴,下長洲.
아느냐? 푸른 구름은 늦은 골짜기에서 나고, 흰 새는 긴 물가에 내리도다.”
(33) 世尊, 入涅槃時, 告大衆云, 始從鹿野苑, 終至跋提河, 於是二中間, 未曾說一字.

세존께서 열반에 드실 때에 이르러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처음 녹야원으로부터 끝에 발제하수 강에서 열반에 들기까지 이 두 사이에 일찍이 한 글자도 설함이 없다.”
용성이 말했다.
“어떤 이는 ‘여래께서 법을 설하심이 실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여래께서 세상에 태어나시기 전에 중생의 분상에 낱낱 장벽이 만 길이나 높으니 무슨 설하고 설하지 못함이 있겠는가’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여래께서 설하시되 설함이 없다’고 한다.

會麽. 一人傳虛, 萬人傳實.51)
아느냐? 한 사람이 헛됨을 전하니 만 사람이 진실을 전하도다.”
대각교 이적大覺敎異蹟
1. 뱃사공의 출가
0001_0060_a_01L『본행경』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성도하신 뒤 각국에 다니시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시는데, 어느 날 몸가짐을 단정히 하시고 서서히 걸어 패색성(바이샬리성)으로부터 항하강 언덕에 이르시니 강물이 불어 넘쳐 매우 깊어졌다. 뱃사공을 보고 강을 건네주기를 청하시니 뱃사공이 답하기를, “뱃삯을 먼저 받고 강을 건네주겠소.”라고 하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세간에서 온갖 탐욕을 다 버려서 재물을 기와나 돌, 흙과 나무처럼 보니 내게 무슨 재물이 있겠는가.”
사공이 말했다. “뱃삯을 내지 않으면 건네주지 못하겠소.”
그때 마침 한 떼의 기러기가 항하강을 건너 북쪽으로 날아가니 세존께서 노래를 지어 말씀하셨다.

여러 기러기 떼 항하강을 건넘에
사공에게 뱃삯을 묻지 아니하네.
제각기 스스로 쓰는 힘을 내어서
허공을 날아 제 뜻대로 가는구나.

그러고는 세존께서 신통의 힘으로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기러기와 같이 편안히 날아 항하강 언덕 위에 앉으셨다. 사공이 세존의 신통을 보고 크게 허물을 뉘우쳐 ‘크신 성인을 몰라보았다’ 하고 급히 성안에 들어가 그 연유를 설명하니 마갈타국 왕이 그 일을 알게 되었다. 이에 왕이 나라의 영을 정하여 “지금부터 출가한 사문에게 뱃삯을 받지 말라.”라고 하였다.
2. 야사의 출가
『인과경』에 말씀하셨다.
한 장자가 있었는데 말 잘하는 재주(辯才)가 있고 지혜가 총명하였다. 자정 한밤중에 한 길의 금빛 광명이 황홀함을 보고 그 광명을 좇아 차츰 나아가니 녹야원에 이르게 되었다. 석가세존의 삼십이상과 팔십종호가 거룩한 중에 미간의 백호상 광명이 빛나니 부처님 발에 절을 하고 엎드려 여쭙기를, “세존께서 이 제자를 제도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일체법이 덧없으며 내가 없는 것을 아는가. 마음이 본래 공하고 자성自性이 본래 청정하도다.” 하시니 야사가 법을 듣고 환희하여 곧 출가하였다.
3. 어부들의 출가
0001_0061_a_01L『현우경賢愚經』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바이샬리성으로 가실 때 니련하(나이란자나강)에 이르셨다. 어부들이 사면으로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잡았는데 물고기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렸으나 가장 커서 5백 명이 끌어내어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근처에 소 먹이는 사람과 모든 사람들을 불러 천여 명의 사람들을 모아 물고기를 언덕에 끌어내어 놓으니 머리가 백 개요, 귀와 입과 코도 다 그러했다. 많은 머리들은 나귀 머리, 말 머리, 낙타 머리, 호랑이 머리, 개 머리, 원숭이 머리 등으로 그 갖가지 모습과 빛깔은 다 말할 수 없었다.
세존께서 큰 소리로 “비니야.” 하고 부르시니, 물고기가 큰 소리로 “예”라고 대답했다.
세존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한 바라문이 한 기이한 남자아이를 낳았다. 뼈대와 얼굴이 맑고 빼어나 한 가지를 들으면 열을 알았다. 학문에 종사하여 예와 지금의 모든 백 가지 글을 통달하지 못함이 없어서 더 이상 내 위를 더 지나갈 사람이 없다고 자만하였다. 그러다가 한 스님을 만나 종일 동안 담론하니 학문이 자기보다 높으므로 마음에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했다. 마침 그 어머니가 물었다. ‘세상에 학문으로 너의 위에 지나는 자가 있느냐?’ 비니가 대답했다. ‘어떤 사문이 제 위를 지납니다.’ 어머니가 말하기를, ‘네가 어서 가서 그 선생에게 학문을 다시 배워 세상에서 짝이 없도록 하라.’ 하니 비니가 어머니 말씀을 듣고 그 절로 가서 삼장 십이부경을 배워 이치를 통달하였으나 매번 비구와 진리를 담론하니 이치에 항상 지는지라 곧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꾸짖어 말하기를, ‘비구들이 어리석다. 이 축생 같은 놈아, 말 대가리 같은 놈아, 소 대가리 같은 놈, 돼지 대가리 같은 놈아.’ 하고 셀 수 없이 욕을 했다. 이 악업의 과보로 이제 축생보를 받되 그 머리가 백 개가 되는 과보를 받았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은 나쁜 업 짓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이때에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 출가하여 세존님의 제자가 되었다.
4. 월광이 아버지에게 간청하여 귀의시킴
0001_0062_a_01L『월광동자경月光童子經』에 말씀하셨다.
한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하나를 믿는 이(信一)였다. 외도의 스승들에게 도술을 배워 매우 뛰어났다. 외도의 스승들과 함께 세존을 해치고자 꾸며 독약을 밥에 넣어 죽이려 하니, 그 아들 월광이 아버지 앞에 나아가 청하였다. “하지 마옵소서, 부친이시여. 세존님은 삼계의 대성인이시어서 누구도 능히 해할 수 없습니다. 도리어 어리석고 부끄러운 꼴만 되니 그만두시옵소서. 예전에 천마외도가 세존을 해치고자 셀 수 없는 억천만 명의 군대를 거느려 온갖 신통의 힘을 다해 해치고자 해도 세존의 털끝도 해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불구덩이와 독약밥으로 어찌 세존을 해칠 수 있겠습니까?”
무수히 충성심 어린 간청으로 말려도 끝내 듣지 않고 더욱 화를 내어 물리쳤다. 이때 신일 장자가 심부름꾼을 세존께 보내어 아뢰었다. “신일 장자가 세존을 청하여 공양을 올리고자 하오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왕림하여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세존께서 간사한 뜻을 알고 신일 장자의 문 앞에 몸소 가셔서 금빛 광명을 놓으시니 천지가 진동하며 불구덩이가 변해 칠보 연못이 되고, 그 연못 가운데에 연꽃이 솟아났다. 이때 육사와 불란 등과 십육종의 외도들이 당황하여 모두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달아났다.
신일 장자가 세존 앞에 나아가 백배 사죄하며 말씀드렸다. “이 어리석은 놈이 크신 성인을 몰라보고 사악한 꾀를 내어 불구덩이를 깊이 파고 장작더미에 불을 피워 놓고 힘센 장사들을 숨겨둔 채 세존께서 오시거든 어찌어찌하라 약속했습니다. 만일 이 계획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밥에 독약을 섞어 세존을 해치고자 하였습니다. 그 죄가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크신 자비로 크게 용서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듣고서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모든 대각의 경계가 넓고 커서 허공과 같으니 어찌 사소한 일에 생각이 걸릴 것인가, 마음을 놓도록 하라.”
신일 장자가 크게 기뻐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점심 공양을 다시 지으라.” 하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지은 밥을 가져오라.”
장자가 말씀드렸다. “그 밥에는 독이 섞여 있습니다.”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그 밥을 가져오라. 세간 중생은 탐진치 삼독이 무겁지만, 나는 세간의 독기가 능히 해치지 못한다.”
장자가 이미 지어 놓은 먹을거리를 올려 세존께서 드시니 독한 밥이 변하여 단 이슬의 맛을 이루어 아름다운 향내가 널리 시방에 사무쳤다. 신일 장자가 세존의 제자 되기를 바라니, 세존께서 허락하셨다.
5. 세존께서 무뢰(앙굴마라)를 제도하심
0001_0063_a_01L『현우경賢愚經』에 말씀하셨다.
사위국에 한 재상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무뢰(앙굴마라)였다. 사람됨이 웅장하고 사람을 꺾는 힘이 있어 능히 천 명의 사람을 대적할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 분부를 받아 바라문의 처소에 가 학문을 배우는데, 선생이 한 달이 넘게 출타하여 돌아오지 않았다. 그 선생의 부인이 그 앙굴마라에게 흠모심을 내어 항상 틈을 타고자 하였으나 앙굴마라의 마음이 철석과 같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진수성찬으로 좋은 음식을 많이 장만하고 앙굴마라를 청하여 술과 고기를 대접하고 웃음을 머금고 아름다운 말로 시험하여도 앙굴마라의 마음은 산과 같아 동하지 않았다. 최후에는 손으로 어루만지며 그의 행동이 어지럽고 부끄러운 지경이 되었지만 앙굴마라가 생각하기를, ‘선생과 제자는 사람의 도리가 소중한 것인데 이는 내가 천지에 용납지 못할 일이다’ 하여 즉시 소매를 뿌리치고 문밖으로 나와 처소로 돌아왔다. 부인이 욕망을 이루지 못하였기에 한편으로 수치스런 일이요, 한편으로는 분하여 원한을 갚고자 하여도 교묘한 꾀가 생각나지 않으므로 머리를 풀어 헤치고 낯을 긁어 흉터를 내고 이불을 쓰고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마침 남편이 돌아오니 누워 끙끙 앓으며 말했다. “앙굴마라가 나를 겁탈하고자 하다가 내가 말을 듣지 않으니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라문이 분한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했지만 가만히 생각했다. ‘재상의 자식을 내가 어찌할 수가 없다. 내가 한 방편을 지어 나라의 법을 범하게 해 저절로 죽게 하리라.’ 평상의 마음으로 기운을 가라앉혀 자연스런 태도로 앙굴마라를 보고 말했다. “그 사이 공부를 잘했느냐?” 하며 그 태도를 대단히 너그럽고 따뜻하게 하였다.
하루는 앙굴마라에게 이르기를, “생전에 도를 성취하고 사후에 범천궁전에 태어나고자 한다면 일주일 만에 사람 천 명을 죽여 머리를 베고 한 손가락씩 가져다가 꽃다발을 만들어 범천에 제사를 지내면 범천에 날 수 있다.” 하고 칼을 주며 주문을 외우니 앙굴마라의 마음이 자연히 변하여 사람을 보면 문득 죽이므로, 세상 사람들이 다 그를 앙굴마라라 하였다.앙굴마라란 우리말로 하면 사람 백정놈이라는 말이다.
7일 사이에 999명을 죽여 손가락을 얻었으나 한 사람이 모자랐다. 사람들이 다 피해 한 사람도 볼 수가 없었다. 급히 자기 집에 돌아오다가 멀리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를 죽이려 칼을 들고 쫓아갈 때 세존께서 그를 불쌍히 여기시어 한 사문으로 모습을 나타내어 앙굴마라의 앞을 지나가시니 앙굴마라가 어머니를 내버리고 사문의 뒤를 쫓고자 온 힘을 다했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아 끝내 죽일 수 없으므로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크게 외쳤다. “머물고 머물러라.”
세존께서 답하셨다. “나는 늘 머물러 있지만 네가 따르지 못한다.”
앙굴마라가 다시 물었다. “너는 어찌해서 가면서 머문다 하고, 나는 머물러 있는데 머물지 않는다 하는가.”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육근이 청정하여 자재함을 얻었으나, 너는 삿된 선생을 따라 삿된 가르침을 받아 너의 마음을 환장케 하여 죄 없는 목숨을 살해하니 네 죄가 참으로 불쌍하다. 악행을 지어 천당에 나기를 바라니 참 어리석다.”
앙굴마라가 이 말을 듣고 본래의 마음이 돌아와 세존께 간곡히 청하고 참회하며 말했다. “제자 되기를 빕니다.” 세존께서 허락하셨다.
6. 육사외도에게 항복 받으심
0001_0064_b_01L『현우경賢愚經』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왕사성 죽원정사에 모든 비구들과 더불어 계실 때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이 믿음이 깊을 뿐 아니라 소승小乘의 초과를 증득하였다. 그때에 그 나라에 외도육사가 있어서 삿된 도를 널리 펴서 여러 백성들을 꾀어 미혹케 하니 그들의 삿된 가르침을 따르는 무리들이 매우 많아졌다.
빔비사라왕의 동생도 그 가르침을 믿어 재산을 모두 탕진할 지경이 되었다.
빔비사라왕이 동생을 말려 권했다. “삿된 도를 버리고 바른 도를 믿으라.”
왕의 동생이 말했다. “바른 도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리의 도밖에는 바른 도가 없습니다.”
이에 왕이 “세존을 믿으라.” 하니 마음이 불편하여 가만히 심부름꾼을 불러 악한 무리들을 모아 의논하기를, “우리의 도술이 어찌 석가세존만 못하겠는가. 왕이 삿된 도에 빠졌다. 우리가 왕에게 가서 말해 보자.” 하며 즉시 왕궁 문 밖에 이르러 왕 뵙기를 원하자 빔비사라왕이 들어오도록 하였다.
그 외도의 우두머리 되는 이가 엎드려 말했다. “저희에게 비록 술법이 없으나 석가여래의 도술은 어린아이와 같사오니 한번 그의 도력을 시험하여 보게 하소서.”
왕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가 세존께 먼저 여쭈어 보겠다. 나가서 조금 기다려라.”
왕이 세존께 나아가 외도들이 한 말을 낱낱이 고백하여 말씀드리기를, “세존께서 삿된 도를 항복 받으시어 온 백성이 행복을 누리게 하옵소서.”
세존께서 곧 자리에 오르시니 제석천왕은 왼편에서 모시고 대범천왕은 오른편에서 모시며 국왕과 대신, 여러 백성들이 세존을 에워쌌다. 그때 세존께서 팔을 펴심에 곧 오대 신왕이 외도육사의 몸을 잡아 끌어내니 외도가 자랑하던 신통이 간 곳이 없었다. 금강밀적이 금강저를 들어 치고자 하니 외도육사가 놀라 달아났다. 그의 제자들이 세존 앞에 나아가 슬피 울며 참회하고 제자 되기를 바라니, 그 수가 백만에 이르렀고 세존께서 제자 되기를 허락하셨다.
7. 바라문이 칼을 가지고 세존을 해치고자 함
0001_0065_b_01L『보장경寶藏經』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쿠루국에 계실 때 한 재상이 있었는데 매우 포악할 뿐 아니라 삿된 도를 좋아하였고 그 부인도 남편과 다름없었다.
하루는 부인이 남편에게 말하기를, “사문 고타마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니 국경 밖으로 몰아내침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어느 날 세존께서 홀연히 바라문 집 가운데 계시므로 그 부인이 크게 놀라 어찌할 줄을 모르니 세존께서 말씀시기를, “너희 부부가 어리석고 삿된 소견으로 삼보불보, 법보, 승보를 믿지 않고 도리어 해치고자 하는가.”라고 하시고 홀연히 사라져 간 곳이 없으셨다. 이 여인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제 몸의 영락목에 거는 보배 구슬을 쥐어뜯으며 땅에 누워 데굴데굴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침 남편이 들어와 그 이유를 물으니, “사문 고타마가 나를 꾸짖어 욕하며 내 남편이 어리석고 삿된 소견을 지닌 자라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간 곳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남편 바라문이 말했다. “이 다음에 고타마가 오면 내가 죽여 버리라 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다시 그 집에 나타나시니, 바라문이 긴 창과 큰 칼을 가지고 세존을 쳤으나 세존께서는 조금도 해를 입지 않으시고 허공에 올라 큰 광명을 놓으셨다. 바라문이 잘못을 깨닫고 오체오체는 머리, 두 팔과 두 손를 땅에 던져 말하기를, “이 미물과 같은 어리석은 놈을 불쌍히 여기시어 내려오셔서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시옵소서.”라고 하니 그때 세존께서 곧 정법을 설하셨다. 부부가 법을 듣고 제자 되기를 원하니 세존께서 허락하셨다.
8. 니건자를 구원하심
0001_0066_a_01L『잡보장경雜寶藏經』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사위국에 계셔서 외도와 사견을 다 항복 받으시니 외도의 무리가 거의 다 흩어졌다. 그때 5백 명 니건자가 모여 의논하기를, “우리의 무리가 다 파산하고 없어졌으니 우리가 차라리 죽는 것이 옳다.” 하고 나무를 산과 같이 쌓고 그 위에 앉은 다음 불을 놓으니 불빛이 하늘에 가득하였다. 세존께서 불쌍히 생각하여 그곳에 나타나시니 불이 곧 꺼졌다.
니건자 등이 아무리 불을 놓으려 하여도 불이 붙지 않았다. 세존께서 가까운 곳에 앉아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드시니, 불무더기가 산과 같이 높이 솟아 불빛이 하늘에 가득하였다. 니건자 등이 환희하여 그 불무더기로 들어가니 몸이 서늘하고 마음이 안락하였다. 또 세존께서 그 불 가운데에 나타나 법을 설하시니 니건자 등 5백 명이 마음을 뉘우쳐 제자 되기를 바라므로 세존께서 허락하셨다.
9. 세존께서 고향으로 돌아오심
0001_0066_b_01L『보적경寶積經』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가비라국 기타림에 계시면서 우타니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부왕께 가서 여래가 본국으로 돌아온다고 아뢰어라.”
우타니가 지혜가 맑고 밝으며 신통의 힘이 빼어나므로 그 신통의 힘으로 한 순간에 정반왕궁에 이르니, 왕이 물었다. “대사께서 어떻게 오셨는가?” 대답하기를, “제가 세존을 위하여 밥을 빌러 왔습니다.”라고 하니 왕이 곧 밥을 공양하며 “진수성찬으로 세존을 받드시오. 나도 또한 세존을 뵙고 싶소.”라고 하였다. 우타니가 신통력으로 순식간에 돌아오니 세존께서 정반왕의 공양을 드신 후에 금색광명을 정반왕궁에 비치시니 왕이 모든 신하에게 분부했다.
“향과 꽃, 깃발과 덮개를 준비하라. 내가 세존께 가리라.”
이때 세존께서 부왕을 제도하기 위하여 몸을 허공으로 솟아올라 오십 길을 오르시어 자재히 놀며 천천히 행하시니, 대법천주와 제석천주와 야마천주와 도솔타천주와 화락천주와 자재천주 등이 각각 향, 꽃, 깃발과 덮개를 지니고 허공 가운데서 둘러싸 모셨다. 사천왕과 삼십삼천 모든 천자 등이 허공 가운데 가득하여 꽃으로 비추며 건달바 무리들이 음악을 울리니, 산천초목이 음악소리에 춤추는 듯하였다. 무량한 보살과 성문, 대중이 허공 가운데 모시고 다섯 빛깔 구름을 두른 가운데에서 천천히 내려오시니 천향이 진동하였다.
정반왕이 이를 보고 말하기를, “세존은 비록 나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삼계제천과 팔부성신이 저렇듯이 존엄하게 받들어 모시니 진실로 천하에 대법왕이며 부유하고 귀한 사람과 하늘의 으뜸이로다. 나는 인간 사람이 받들어 모시니 그 존엄을 어디에 비유하겠는가.”라고 하며 별안간 머리를 땅에 부딪쳐 예배하니 세존께서 허공으로 쫓아 내려와 부왕을 뵌 후에 무상묘법을 설하시니 왕이 곧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셨다.
10. 독한 용에게 항복 받으심
0001_0067_a_01L『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하라국 나찰굴에 이르시니 굴속에 나찰이 있어 용의 딸로 변화해 독한 용과 더불어 서로 짝을 지어 환란을 일으켰다. 용은 우박을 내리고 나찰녀는 사람 사이에 다니며 배의 굶주림과 못된 질병을 주니 나라 안 사람들이 큰 도탄에 빠졌다.
왕이 크게 근심하다 못하여 그 막을 방도를 찾다 못해 온 세상의 술법 하는 이들을 모아 술법을 다해 막는데 전력을 다하여도 조금도 효력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독기가 더욱 심해졌다. 왕이 세존께서 친히 오셨다는 말씀을 듣고 백관을 거느리고 세존께 와서 뵙고 아뢰기를, “이 제자가 덕이 없고 국운이 불행하여 제자의 나라에 독한 용이 있어 바람과 비를 지으며 우박을 내려 농작물에 손해가 한이 없으며, 굶주림이 심한 가운데 못된 병이 나라에 퍼져서 많은 사람이 죽으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대자비를 베푸시어 만백성이 안락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니 세존께서 왕을 위로하며 말씀하시기를, “이것은 함께 지은 업으로 감득한 것이니 깊이 마음 상하지 말라. 또 내가 독한 용과 나찰의 항복을 받아 천하가 태평하고 백성들을 안락케 하겠다.” 하시고 즉시 사리불과 목건련 등 5백 명에게 분부하셨다. “너희들이 백천 대룡으로 변화하여 몸을 서리어 용의 아들을 만들라.”
사리불과 목견련 등이 분부를 듣고 한때에 백천의 독한 용으로 나투어 몸이 서로 얽혀서 서름서름하고 그 머리는 사면을 방위를 정하여 번쩍 들고 불을 뱉으니 사면에서 불이 일어나고 용의 눈에 광채가 찬란하였다.
세존께서 백천 용왕이 서리고 있는 그 위에 앉으시어 큰 광명을 놓으시니 광명이 허공에 가득하며 또 허공중에 한량없는 화신 부처가 단정히 앉아 계시니 용의 불꽃이 하늘에 가득한 가운데 세존의 광명이 허공에 가득하니 그 위엄이 천지에 떨쳤다.
그때 독한 용이 세존을 해치고자 검은 구름을 토하고 뇌성벽력이 진동하며 우박을 내리고 눈과 입에서 태산 같은 불덩이를 뱉었다. 나찰은 험악한 형상을 나타내며 눈에서 산더미 같은 번갯불을 날려 허공중으로 왔다 갔다 하니 그 모습이 아주 험악했다.
그때 용의 아들이 독한 용에게 말했다. “부왕께서 불을 뱉어 세존을 해치고자 하나 허공 가운데 셀 수 없는 세존을 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이러한 무렵 수없는 금강신중이 각기 팔만 사천 근이나 되는 금강저를 가졌으니 금강저에게서 불꽃이 일어나 하늘에 뻗쳤다. 이때에 내달아 독한 용을 치고자 하니, 5백 용왕이 아주 놀라 곧 달아나되 미처 갈 곳을 찾지 못해 세존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세존께서 불쌍히 생각하여 감로수를 뿌려 주시니 안락한 세계를 이루었다. 이때 독한 용이 크게 기뻐하여 세존께 절하여 예를 올리고 5백 나찰녀도 동시에 절을 올리니 세존께서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어루만지듯 위로하셨다. 5백 용왕과 5백 나찰녀와 열여섯의 용의 아들이 오체를 땅에 던져 예배하며 제자 되기를 원하니 세존께서 삼귀의와 오계를 주셨다.
11. 여러 음란한 여인을 교화하심
0001_0068_b_01L『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 말씀하셨다.
사위성 가운데 음란한 여인들이 많이 있어 아름다운 자태로 남자를 미혹되게 하여 하룻저녁잠자리하는 데 많은 돈을 요구하였다. 그때 여달이라는 한 장자가 있었는데 재산이 백만억이나 되는 큰 부자였다. 그의 아들 사형제가 음탕하고 버릇이 없어 음탕한 집으로만 돌아다니며 금전 쓰기를 물과 같이 하니 한 달을 지나니 금전 넣어 둔 곳간이 텅 비었다.
마침 장자가 곳간을 조사하다가 곳간 지키는 사람에게 말하기를, “곳간이 비었으니 무슨 까닭인가.” 하니 곳간지기가 답하였다. “화덕 사인이 날마다 금전을 가져다가 음녀에게 줍니다.”
장자가 곧 이 말을 듣고 왕에게 나아가 엎드려 말했다. “성 가운데 음탕한 여자들이 많아 신의 자식을 유인하여 집의 재산을 탕진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왕이 말했다. “그대의 재산이 탕진된다면 그 나머지 사람이야 어찌 말할 것이 있겠는가.”
장자가 다시 왕께 말씀드렸다. “원하옵건대 왕께서 속히 음탕한 여자를 다 죽여 뒤의 걱정거리를 덜게 해 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나는 세존께 계를 받았으므로 개미 한 마리도 산목숨을 죽이지 않는데 어찌 사람을 죽이겠는가. 세존께서 일체의 사람을 다 교화하시니 함께 세존이 계시는 처소에 가 세존의 신력을 빌 것이다.”
왕이 장자를 데리고 세존께 가 그 까닭을 말씀드리니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라 가운데 음녀를 불러오라.”
왕이 각 도와 각 읍에 명을 내려 모든 음녀들을 모으고 신하와 백성을 모았다.
세존께서 1천2백 비구에게 분부하시어 각기 큰 신통력을 나투게 하시니, 비구의 몸이 솟아 허공 가운데 올라 열 가지 변화를 지었다. 모든 음녀들이 기쁜 마음을 내어 제자 되기를 바라니 세존께서 삼귀의와 오계를 주셨다. 이에 나라에 음녀가 사라졌다.
12. 취한 코끼리를 항복 받으심
0001_0069_b_01L『피도부성경彼道不成經』에 말씀하셨다.
인도의 다섯 천축국에 백여 가지 종교가 각기 문호를 세워 따르는 무리들을 많이 모아 당파를 이루니, 마치 허공을 나누어 여러 조각을 내는 것과 같았다.
자기의 가르침이 으뜸이라 하고 모든 백성을 다 자기 종파를 좋아하게 하여 마음을 모으게 하니, 도리어 그 나라에 해 끼침이 많았다.
석가세존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평등의 방망이를 드시고 평등치 못한 종교를 부숴버려 백성들이 모두 석가세존을 좇아 귀화하니 백천 물이 바다로 돌아가는 것과 같았다.
그때 각 종교는 하늘을 믿어 전지전능을 주장하는 가르침이 열이면 아홉은 되었다. 또 해와 달을 믿는 종교가 많고 귀신을 섬기는 종교, 불을 섬기는 종교, 물을 섬기는 종교 등이 많았다. 그 가운데 뜻밖에 세존께서 출세하시어 크나큰 평등을 부르짖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등한 성품 가운데는 저것과 이것이 없고
큰 거울 위에 가까움과 멂이 없어
삼계가 오직 마음이라.
마음밖에는 모든 것이 하나도 없다.”

각 종교의 무리들이 힘을 모아 세존을 해치고자 만 가지 꾀를 생각했다. 이때 데바닷타가 아사세왕과 의논해 나라의 조칙을 이렇게 내리게 했다. “만약 세존님의 법을 믿는 자가 있으면 가족을 전멸하리니 속히 데바닷타의 가르침을 따르라.” 이와 같이 나라의 명령이 지극히 엄중하였다.
이때 데바닷타가 왕에게 말하기를, “세존의 제자가 이미 다 흩어졌으나 현재 기사굴 산중에 5백 제자가 있어 세존을 호위하니 왕은 한 계교를 정해 세존과 5백 제자를 모두 박살 내어 후에 근심이 없도록 하옵소서.” 하니 왕이 말했다. “제자에게 한 계획이 있으니 염려 마십시오. 온 세상의 각 종교 단체들을 모아 힘을 합치는 것이 어떠합니까.”
데바닷타가 크게 기뻐하여 온 세상의 종교 단체들을 모으니 그 세력이 말할 수 없었다.
인도의 법에 코끼리를 잘 길들이는 방법이 있어 코끼리를 몰아 전쟁에 쓰는 법이 가장 기묘하였다.
이에 5백 코끼리를 취하도록 술을 주어 마시게 하고, 5백 장사가 각기 군사 천 명씩을 거느려 뒤를 따르게 하여 좌우로 매복을 시키고 각 종교 단체가 군대의 깃발을 가지고 전술을 배우는 형세가 가장 거룩하였다.
왕이 백여 단 깃발로 제신을 거느리고 기사굴 산중에 이르러 세존께 예배하고 가장 세존을 믿는 듯이 하며 “제자가 세존과 오백 대중을 공양코자 하여 궁중에 약간 공양구를 설비하였사오니 내일 한낮에 공양을 받으십시오.”
세존께서 그 간교함을 이미 아시고 기꺼이 허락하시니 왕이 곧 돌아와 각 군사들에게 해칠 계획을 분부하였다.
또 데바닷타는 각 종교의 우두머리들에게 말하기를, “내일 한낮에 석가세존이 제자를 데리고 올 것이니 귀하의 신통 도술을 다하여 우리의 원을 이루게 하시오.” 하니, 그들이 의기양양하였다.
세존께서 이튿날 제자를 거느리시고 성문 안에 들어가시니 활 쏘는 사람이 활을 당겨 세존을 향해 쏘았는데 그 화살이 비 오듯 하였다. 그러나 세존과 오백나한의 털끝 하나도 해하지 못하고 그 화살이 도리어 아름다운 꽃이 되어 날리듯 떨어졌다. 군사들이 긴 창과 큰 칼과 철퇴로 쳤으나 세존과 아라한 대중은 조금도 해를 입지 않고 도리어 쿠무다꽃, 푼다리카꽃, 파드마꽃, 우트팔라꽃이 되어 향내음이 자욱했다(芬蕧).
이때 아사세왕이 군사들에게 호령하여 5백 취한 코끼리를 세존께 향해 놓고 5백 힘센 이들이 코끼리를 찌르니, 취한 코끼리들이 세존과 5백 아라한을 향해 달려왔다.
세존께서 손가락으로 대광명을 놓으시니, 그 밝은 빛 가운데 큰 사자 다섯 마리가 나타나 큰 소리를 외치자 산천이 무너지고 천지가 크게 진동하였다. 5백의 취한 코끼리가 혼비백산하여 넋을 잃고 다 거꾸러져 눈물을 흘렸다. 이때 외도들이 주문을 외며 자기 도술을 쓰고자 하였으나 그 신력이 통하지 않았다. 오백나한이 대신변을 나타내어 각기 허공에 올라 열여덟 변화를 나타내니 천지가 진동하며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외도와 아사세왕이 세존께 무수히 애걸하며 사죄하고 세존을 전상殿上에 모시고 참회하는 가운데 야소만이라는 외도가 급히 서쪽 하늘을 향하여 도망가니 목건련이 세존 곁에 모시고 있다가 여쭈었다. “야소만이 서쪽 하늘을 향하여 도망가는데 제자가 붙잡아 항복 받고자 하옵니다.”
세존께서 빙긋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나의 도는 일체중생을 강제로 항복 받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항복하게 하는 것이니 자기가 달아나는 것을 신통력으로 잡아다가 굳이 항복 받는 것은 나의 자비심이 아니다. 그러나 저 야소만이 정법 천 년 가운데에는 세상에 나지 못하고 나의 상법 천 년 가운데 저의 도를 펼 것이며, 말법 가운데는 저의 도가 왕성하여 온 천하가 다 존중히 믿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따르는 교도들이 항상 나의 도를 훼방할 것이다.”
이때 왕과 백성, 대중들이 다 제자가 되기를 원하여 세존께서 허락하셨다.
13. 물소를 제도하심
0001_0071_b_01L『백련경白蓮經』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코살라국에 계실 때 늑나수 아래를 지나시는데 중간에 못물이 있었다. 그 물속에 5백 물소가 있었는데 성질이 가장 흉악하였다. 세존께서 모든 비구와 바로 못물을 향하여 가시니 소 먹이는 백성들이 세존을 말리며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이곳에서 가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큰 연못이 있는데 그 물속에 물소들이 있어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리로 가지 마옵소서.” 하니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염려하지 말아라.” 하시고 그 못물 앞에 이르시니 과연 5백 마리 물소가 소리를 치며 발로 진흙을 파고 뿔로 사람을 치받고 한 줄로 늘어서 쳐들어왔다.
세존께서 화광삼매를 놓으시니 물소 뒤로 산과 같은 불이 둥근 고리 모양처럼 홱 둘러쌌다. 또 세존께서 다섯 손가락으로 광명을 놓으시니 사자 다섯 마리가 큰 소리를 질러 산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물소가 갈 바를 알지 못하여 혼비백산하여 이리 저리 달아나다가 오직 세존의 발 앞에만 빈터가 있는지라 할 수 없이 세존의 발 앞에 달려 들어오니 공포심이 없어지고 마음이 평안해지며 물소의 악한 마음이 사라져 참회하는 마음이 절로 나서 세존의 발가락을 핥으며 세존을 쳐다보았다. 세존께서 물소의 마음이 조복됨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악한 뜻으로 나를 해치고자 하다가 도리어 나의 발을 핥는구나.”
세존께서는 원래 축생의 말과 마음을 다 아시므로 그들을 위하여 법문을 설하시니, 물소가 다시는 물과 풀을 먹지 않고 목숨을 마쳐 도리천상에 태어난 뒤에 다시 세존께 내려와 무상묘법을 듣고 수다원과52)를 증득하였다.
14. 흰 개가 세존을 보고 짖음
0001_0072_a_01L『중아함경中阿含經』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사위국 도자기 만드는 장인의 집에 가시니 주인은 출타하고 없었다. 마침 그 집에 흰 개가 평상 위에서 밥을 먹다가 세존을 보고 내려와 짖으니 세존께서 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탐내는 업이 무거워서 금과 은과 돈과 보배에 탐착한 까닭으로 도리어 개가 되어 이곳을 지키는구나.”
개가 성을 내어 발악하다가 땅에 누워서 뒹굴었다. 주인이 이 개를 매우 사랑하여 집에 돌아와 개가 앓는 것을 보고 집사람에게 물으니 집사람이 그 사실을 말하였다. 도자기 만드는 장인이 성을 내어 세존께 그 까닭을 물으니 말씀하셨다.
“그 개는 너희 아버지였다. 네가 만약 믿지 않거든 집에 돌아가 개에게 이렇게 물으라. ‘전생에 나의 아버지였다면 일어나 밥을 먹고 금·은·보배 묻힌 곳을 가르쳐 주시오.’ 그러면 반드시 알 수 있을 것이다.”
장인이 곧 돌아와 세존의 말씀과 같이 했더니 개가 입으로 냄새를 맡으며 발로 후비므로 도자기 만드는 장인이 그곳을 파 보니 금·은·돈과 보배가 가득했다. 도자기 만드는 장인이 신심을 발하여 법을 물으니 낱낱이 대답하셨다. 그 주인이 몸을 마치도록 세존의 법을 믿어 물러나지 않았다.
15. 불 속의 아이를 구원해 주심
0001_0072_b_01L『경률이상經律異相』에 말씀하셨다.
참파국에 한 장자가 있는데 아들이 없었다. 그 부인이 태기가 있으니 장자가 크게 기뻐해 어쩔 줄 몰랐다.
남녀를 분간치 못하여 외도에게 가서 “아내가 밴 자식이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물으니 “여자다.”라고 대답하였다. 장자가 근심을 하니 한 친구가 말하기를, “어찌 세존께 묻지 않는가?” 하니 장자가 이 말을 듣고 세존 앞에 나아가 여쭈었더니 세존께서 “분명히 남자이니 의심하지 말라.”라고 하셨다. 그 후에 외도들이 듣고 의논하기를, “만약 우리의 말이 맞지 않다면 도리어 수치가 될 것이니 한 꾀를 쓰리라.”
약에 독을 섞어 장자를 주며 말했다. “이 약을 먹으면 아이가 순탄하게 나온다.”
장자가 기뻐 산모에게 주어 먹였더니 부인이 즉사하였다. 장자가 땅을 두드려 통곡하며 화장할 때 세존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저 부인의 화장소에 가서 외도들의 삿된 소견을 꺾어 버리겠다.” 하시고 대중을 거느리시고 화장소에 이르시니 장자가 말했다. “세존의 말씀에 거짓이 없다 하시더니 아이 엄마가 죽었으니 어찌 아이를 낳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그때 부인의 명한이 길고 짧음은 묻지 않고 다만 남자아이 낳을 것만을 묻지 않았는가? 장자야, 아들을 반드시 얻으리라.” 하시고 세존께서 지바카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불 속에 들어가 아이를 안아 오라.”
이때 지바카가 불 속으로 들어가니 송장이 불에 타서 아이 엄마의 배가 찢어지며 어린아이가 나오므로 지바카가 아이를 안아 세존께 올렸다. 세존께서 받아 장자에게 맡기고 말씀하셨다.
“중생의 수명은 정해짐이 없어 물 위에 뜬 거품과 같으니 만일 복이 두터우면 불이 그를 능히 태우지 못하고 물이 능히 그를 빠지게 하지 못하고 독한 기운이 능히 해치지 못하리라.”
장자가 외도들의 삿됨을 알고 그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곧 믿던 도를 버리고 세존께 귀의하니, 외도 무리들의 악한 이름이 멀고 가까운 곳에 전파되었다.
16. 늙은 걸인이 세존을 만남
0001_0073_b_01L『경률이상』에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왕사성에서 한 걸인을 만났는데, 호호백발에 꼬부라진 허리로 지팡이를 짚고 바가지를 들고 밥을 빌러 다녔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늙으신 분이여, 그 많던 재산 다 어디 두고 이처럼 밥을 빌러 다니시오?” 늙은 걸인이 울면서 목 메인 소리로 말씀드렸다. “이 늙은 걸인이 일찍이 외아들을 두었습니다. 기르면서 세상에 다시 없이 그를 어여쁘게 여겨 양육하였으며, 며느리를 얻은 뒤로 재산을 다 붙여 주었습니다. 그런 뒤에 자식이 못돼 구박이 아주 심해질 뿐 아니라 나를 문밖으로 내쫓고 문을 굳게 걸어 잠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여 거리로 다니면서 밥을 빕니다.”
세존께서 한 글을 지어 주고 말씀하셨다. “이 게를 외며 자식의 귀에 들리게 하면 저절로 허물을 뉘우칠 것이오.” 하시니, 그 게송에 이르기를,

자식을 낳고서 기쁜 마음 헤아릴 수 없었다.
자식을 위하여 재산을 모으려고 만반의 고통을 겪었도다.
자람에 양육하며 장가들여 영화를 보려 했더니
영화를 보기는커녕 자식에게 쫓겨나니
여든 살 늙은 몸이 길거리 방황하며
집집마다 비는 모습 참혹하다 내 신세여.
흰 눈이 흩날려서 몹시도 추운 때에
늙은 뼈에 사무치게 추운 것을 어떻게 견디리오.
사람마다 자식의 영화를 누리는데
나만 홀로 불효자식 탓에 어찌 이리 혹독한가.

걸인이 된 바라문이 이 글을 가지고 자식의 문 앞에 나가 남녀노소를 모아 놓고 이 글을 외우니, 그 자식이 부끄러운 생각이 나서 급히 그 아버지를 안아다가 목욕시키고 좋은 의복으로 갈아입힌 뒤 다시 집으로 모셔 매사에 모든 일을 아버지께 물어 집의 재산을 다스렸다.
17. 천제天祭를 지내다가 세존을 만남
0001_0074_b_01L『법구경法句經』에 말씀하셨다.
한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화묵이다. 온 나라가 삿된 도를 믿어 소와 양 등을 죽여 살생하기를 좋아하였다. 왕의 어머니가 병이 들어 백 가지 약이 효험이 없었다. 왕이 외도의 스승을 불러 치료 방법을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별자리가 계산법(度數)을 어겨 음양이 고르지 못해 삿된 귀신이 붙은 것입니다. 소 백 마리와 양 백 마리를 잡아 하늘에 제사 지내면 낫게 될 것입니다.”
왕이 옳게 여기고 소, 말, 돼지, 염소 4백 마리를 몰아 천제단 근처에 가서 죽이려 할 때 마침 세존께서 그것을 보시고 왕의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기시어 왕의 처소에 가 말씀하셨다.
“대왕의 어머니께서 병에 차도가 없어 소와 염소를 죽여 하늘에 제사 지낸다 하니, 이것은 얼음을 두드려 불을 얻고자 하는 것과 같다. 부자가 되고자 하면 보시를 하여야 되는 것이고, 오래 살고자 하면 어짊과 사랑을 닦아야 되는 것이며, 지혜를 얻고자 하면 학문에 힘써야 하는 것인데, 왕이 백 년을 천신을 위하여 소와 염소를 죽여 제사를 지내도 하루 어진 도를 닦는 것과 같지 않도다.”
세존께서 대광명을 놓으시니 천지가 다 비추었다. 왕이 참회하여 천제 지냄을 폐지하니 부인이 크게 기뻐하여 병환이 곧 나았다. 왕이 삼보를 믿어 십선도十善道로 백성을 다스리니 세상이 평화롭고 풍요로우며 나라가 태평하였다.
18. 도둑을 구원하심
0001_0075_a_01L『경률이상』에 말씀하셨다.
5백 명의 도적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물을 빼앗으니 사위국 왕이 군사를 일으켜 5백 도적을 잡아 거리에 나가 목을 베어 죽이려 하였다. 세존께서 아난다를 보내어 왕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온 백성의 어버이라. 백성 사랑하기를 자식같이 해야 하는데 어찌 5백 사람을 한때에 죽이려 하시오.”
왕이 그 까닭을 말씀드리고 또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의 도덕으로 이 도적들을 착한 사람으로 만드신다면 세존께 보내겠습니다.”
아난다가 돌아와 세존께 여쭈니 세존께서 다시 아난다를 보내어 왕에게 전하셨다.
“왕이 놓아 보내시면 그들을 교화하여 다시 백성들을 해치지 않게 하겠소.”
왕이 결박한 채로 도적들을 돌려보냈다. 이때 도적들이 세존을 뵙자 결박한 끈이 저절로 풀어졌다. 세존께서 도적들을 위하여 삼세의 인과법을 설하시고 또 정법을 설하시니, 도적들이 허물을 뉘우치고 죄업을 참회하고서 출가하기를 바랐다. 세존께서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라고 말씀하시니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다. 5백 도적이 세존의 제자가 됨에 지나간 허물을 고쳐 착하게 되니(改過遷善)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19. 아귀에게 밥을 베푸심
0001_0075_b_01L『면연아귀경免延餓鬼經』에 말씀하셨다.
아난다가 항하수 물가에 앉아 선정에 들었는데, 한 아귀가 몸과 머리가 길고 커서 태산과 같고 목구멍은 매우 작아 바늘구멍만 하고 피부와 살이 말라 그 형상이 극도로 쇠하며, 머리털이 말갈기같이 흩어지고 머리 위에 불꽃이 맹렬하며 입으로 불꽃을 뱉으며 털과 손톱이 길고 칼날 같았다.
아귀가 아난다에게 말하기를, “네가 삼일 후에 명이 다하여 아귀 가운데 태어나리라.” 하니 아난다가 “무슨 방도로 아귀의 괴로움을 면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니, 아귀가 대답했다. “항하사의 아귀와 바라문과 모든 선인들에게 먹을 것을 넉넉히 보시하면 그대가 긴 목숨을 얻을 것이다.”
아난다가 급하게 세존 앞에 나아가 이 사실을 말씀드리니,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근심하지 마라. 나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해 질 녘 황혼에 깨끗한 그릇에 밥을 한 술 담고 정화수를 밥 위에 부은 뒤 문 밖에 내어놓고 다음 진언을 외워라.”

무량위덕자재광명승묘력변식진언無量威德自在光明勝妙力變食眞言(한량없는 위덕과 자재광명의 빼어나고 묘한 힘으로 밥을 변화시키는 다라니)

나막 살바 다타아다바로기제 옴 삼바라 삼바라훔 (일곱 번)

시감로수진언施甘露水眞言(감로수를 베푸는 다라니)

나무 소로바야 다타 아다야 아다야 다냐타 옴 소로소로 바라소로 바라소로 사바하 (일곱 번)

일자수륜관진언一字水輪觀眞言(한 글자로 물을 살피는 진언)

옴 밤 밤 밤 밤 (일곱 번)

유해진언乳海眞言(진리의 젖을 드리는 진언)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밤 (일곱 번)

“이렇게 지송한 뒤 손가락을 일곱 번 튕기고 사방으로 흩으면 셀 수 없는 귀신 무리들이 주검을 면해 배부름을 얻고 하늘 위에 태어나게 된다.
만일 후세에 사부대중이 늘 이 진언을 외우고 셀 수 없는 귀신 무리에게 보시하면 그 공덕이 무량하며 나는 곳마다 얼굴빛이 곱고 수명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무량한 귀신 무리들이 항상 옹호하여 모든 재앙이 없을 것이다.”
20. 세존께서 어린아이를 구원하심
0001_0076_a_01L『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 말씀하셨다.
재석 장자가 다섯 살 난 아들에게 늘 ‘나무불 나무불’ 하라 가르쳤다.
그때 ‘산지대장귀신散脂大將鬼神’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어린아이를 잡아먹고자 하였다. 어린아이가 겁을 먹고 급히 “나무불 나무불”이라 외치니 귀왕이 입이 들러붙어서 능히 먹지 못하였다. 세존께서 천이통으로 이를 들으시고 곧 넓은 들로 나가서 백호상광을 놓으시니, 귀신왕이 다 큰 돌을 들어 세존께 던졌다. 세존께서 화광삼매에 드시어 불빛을 놓으시니 넓은 들에 불이 붙어 하늘에 가득하였다. 또 세존의 광명 가운데서 화신불이 어진 마음을 찬탄하였으나 귀신왕이 오히려 조복하지 않으므로 금강신이 금강저를 들어 귀신왕의 이마를 치려 하니 귀신왕이 그제서야 겁을 내어 아이를 안아 세존께 바치고 여쭈었다. “오직 세존은 자비로 저의 생명을 구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금강신이 귀신왕에게 분부해 말했다. “잔말 말고 너는 속히 삼보께 귀의하라. 만약 머뭇거리면 네 머리를 부수어 가는 티끌처럼 만들 것이다.”
귀신왕이 합장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저는 항상 사람을 죽여 그 정기를 먹고 살아가는데, 이제 사람을 해치지 말라 하시면 저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이제부터 만세에 이르도록 나의 제자들에게 분부하여 매번 공양할 때 비구들마다 밥을 덜어 놓고 이렇게 외우게 하리라.

너희 여러 귀신의 무리들아.
내가 지금 너희에게 베풀어 주니
일곱 밥알이 시방에 두루하여
온갖 귀신들은 공양하여지이다.

옴 시리시리 사바하 (세 번)

이와 같이 외우게 되면 나의 법력으로 너희들이 배부를 것이다.”
귀신왕이 그제서야 조복하고 삼보에 귀의하는 계와 오계를 받았다.
21. 귀신의 어미가 자식을 찾음
0001_0077_a_01L『잡보장경雜寶藏經』에 말씀하셨다.
대귀신왕이 있으니 이름이 반사가이다. 그 아내가 5백 귀신 자식을 낳았으니 모두 장사의 힘을 가졌다. 그 귀신의 막내 자식이 가장 면모가 단정하므로 귀신의 어미가 애지중지하였다. 5백 귀신의 자식과 그 어미가 흉악하고 요망스럽고 사나워 인간세상에 돌아다니며 어린아이들을 잡아 그 정기를 먹으니, 백성들이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자식을 잃고 슬피 우는 소리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이 자식을 잃은 사람들이 세존께 나아가 슬피 울며 말씀드렸다. “세존의 대자비 덕택으로 나라 안에 다시 그러한 일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허락하시고 귀신왕의 5백 자식 가운데 제일 사랑하는 막내 자식을 데려다 세존의 발우 밑에 감춰 두었다. 귀신의 어미가 어린 자식이 간 곳을 알지 못하여 귀신의 모자가 7일 동안 온 천하 지방을 낱낱이 다니며 아무리 찾아도 자식 간 곳을 알지 못했다. 귀신 어미가 크게 근심하여 식음을 전폐하니, 한 귀신이 말했다. “석가세존께서는 일체 지혜가 구족하시니 어찌 가서 묻지 않는가?” 귀신 자식의 어미가 이 말을 듣고 세존 처소에 가서 “자식 간 곳을 알도록 해 주십시오.” 하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5백 자식 가운데 한 자식이 없어졌는데 무엇을 근심할 것인가. 지금 세간에 사람들은 어떤 이는 외아들만 있고 또 어떤 이는 네 다섯 형제가 있는데 너희들이 죽여서 잡아먹으니, 그 자식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귀신 어미가 세존 앞에 빌며 말씀드렸다. “제 자식만 찾아주시면 다시는 사람 사이에서 어린아이들을 잡아먹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 발우를 여시니 귀신 어미가 제 자식이 있는 것을 보고 기뻐해 아무리 데려가려고 온 힘을 다해도 털끝도 옮길 수 없었다. 그 5백 자식들이 기계를 차리고 줄을 매어 온 힘과 신통을 다하여도 털끝 하나도 꼼짝하지 않으므로 귀신 어미가 애걸복걸하며 비니, 세존께서 귀신 어미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삼귀의, 오계를 받아 목숨이 다하도록 산목숨을 죽이지 않는다면 너희 자식들을 돌려보내 주겠다.”
귀신 어미가 애걸하며 비니, 세존께서 곧 삼귀의, 오계를 주시고 그 자식을 돌려보내며 말씀하시기를, “네가 가섭불 때 갈기왕의 딸이 되었을 때 음욕을 끊지 못하므로 이와 같이 귀신의 과보를 받았으니, 지금부터 범행을 깨끗이 지니며 살생을 엄히 금해 끊으면 해탈을 얻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22. 용왕의 어려움을 구원하심
0001_0078_a_01L『해룡경海龍經』에 말씀하셨다.
수미산의 철자수 나무에 금시조가 있었는데, 향수해 바다의 모든 용을 잡아먹고 생활하였다. 흡기 용왕과 대흡기 용왕, 능파 용왕과 무량색 용왕 등이 세존께 나아가 여쭈었다. “향수해 가운데 무수한 용의 무리가 있는데 혹은 큰 종자도 있으며 혹은 작은 종자도 있습니다. 태·란·습·화로 태어나는 네 가지 무리의 금시조가 있어 항상 용과 용의 처자를 잡아먹으니 세존의 대자비력으로 저희의 고통을 면하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입으시던 가사를 벗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든 용의 무리들이 이 가사 조각을 나누어 늘 몸에 지니면 금시조의 환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모든 용왕의 무리들이 ‘이 작은 가사로 한량없는 용왕의 무리들이 어찌 다 나누어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니, 세존께서 타심통으로 아시고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런 생각을 짓지 말라. 삼천대천세계의 용의 무리들이 다 나누어 각기 뜻대로 가사를 가져가도 이 가사는 조금도 모자람이 없고 가사는 가사대로 전과 같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용의 무리들이 크게 기뻐하여 나누어 가지니, 과연 모자람이 없고 가사도 전과 같이 상함이 없었다. 용왕의 무리들이 기뻐하여 여러 용이 소리를 같이해 세존의 덕행으로 교화시킴을 찬탄하고 세존께 삼귀의, 오계를 받으며 정법을 옹호하기를 발원하였다.
23. 30만 인이 옮기지 못하는 바위를 발로 옮기심
0001_0078_b_01L『열반경涅槃經』에 말씀하셨다.
쿠시나가라성 가운데 30만 명의 많은 힘센 장사들이 살았는데,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고자 하여 사라쌍수 사이로 가신다는 말씀을 듣고 힘센 장사들이 세존 가시는 길 도로를 고치고 있었다. 산과 같은 큰 바위가 길을 가로막고 있으므로 많은 힘센 장사들이 철사를 바위에 걸고 죽을힘을 다해 바위를 끌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세존께서 힘센 장사들의 아만을 꺾어 주시고자 한 사문의 모습으로 그 장사들의 처소에 가셔서 힘센 장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조그마한 어린아이들이 무엇을 하는가.”
장사들이 이 말을 듣고 분한 마음이 하늘을 찌르듯이 해서 소리쳐 말했다. “어디서 온 사문이 이 같은 말을 하는가.”
사문이 말하기를, “30만 명이 이 조그만 돌을 끌지 못하니 어찌 아이가 아니겠는가.” 하니 여러 장사들이 크게 소리쳤다. “이 사문이 큰 힘이 있도다. 그러나 만약 이 바위를 옮겨 놓지 못하면 우리 손에 죽을 것이다.” 사문이 발가락 둘로 바위를 이리 저리 둥글 굴려 한 손으로 들어 허공에 던지니 힘센 장사들이 크게 놀라 세존께 삼귀의, 오계를 받았다.
  1. 1)육수六銖 : 아주 작은 무게.
  2. 2)자마금신紫磨金身 : 자색을 띤 순수한 황금색의 몸. 자마금, 자마황금, 염부단금.
  3. 3)진묵겁전眞墨劫前 : 티끌 수 아득한 겁 전.
  4. 4)연여輦轝 : 수레.
  5. 5)미증유未曾有 :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
  6. 6)건척健陟 : 범어로 kaṇṭhaka. 싯다르타 태자가 타던 말. 출가 시 이 말을 타고 마부를 데리고 밤중에 성을 탈출하여 고행림苦行林으로 들어감.
  7. 7)화광동진和光同塵 : 빛을 누그러뜨려 티끌과 같이 함.
  8. 8)신칙申飭 : 단단히 타일러 경계함.
  9. 9)주달奏達 : 임금에게 아룀.
  10. 10)정거천淨居天 : 깨끗한 곳에 머무는 하늘.
  11. 11)청파聽罷 : 듣기를 다 마침.
  12. 12)정거천주淨居天主 : 깨끗하게 머무는 하늘의 왕.
  13. 13)소쇄掃灑 : 비로 쓸고 닦아 청소함.
  14. 14)천촉喘促 : 숨을 몹시 가쁘게 쉬고 헐떡거림.
  15. 15)목불인견目不忍見 : 눈앞에 벌어진 상황 따위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음.
  16. 16)위의威儀 : 위엄이 있고 엄숙한 태도나 차림새. 예법에 맞는 몸가짐.
  17. 17)채운彩雲 : 고운 빛깔 구름.
  18. 18)표연飄然히 : 바람에 나부끼는 모양이 가볍게. 훌쩍 나타나거나 떠나는 모양이 거침없이.
  19. 19)체읍涕泣 : 눈물을 흘림.
  20. 20)상사相師 : 상을 보는 전문가, 스승.
  21. 21)친림親臨 : 임금이 몸소 나옴.
  22. 22)교칙敎勅 : 가르침이나 명령을 내리는 조서, 분부.
  23. 23)일산日傘 : 햇빛을 가리기 위해 세우는 양산.
  24. 24)엽사獵師 : 사냥꾼.
  25. 25)왕석往昔 : 옛날.
  26. 26)안상서보安詳徐步 :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걷다.
  27. 27)계중명주髻中明珠 : 상투 속 밝은 구슬.
  28. 28)보관영락寶冠瓔珞 : 보배 관과 구슬 목걸이.
  29. 29)외연단좌巍然端坐 : 우뚝이 높은 곳에 단정히 앉음.
  30. 30)파리한 : 몸이 마르고 낯빛이나 살색이 핏기가 전혀 없이 수척한.
  31. 31)나라연那羅延 : 천상의 역사力士로서 불법을 지키는 신. 입을 다문 모습을 하고 절 문의 오른쪽에 있으며, 그 힘의 세기가 코끼리의 백만 배나 된다고 한다.
  32. 32)수달 장자須達長者 : 수닫타 장자.
  33. 33)기타림祗陁林 : 제타 숲.
  34. 34)예택穢澤 : 더러운 못, 진흙 뻘.
  35. 35)공장工匠 : 조각 장인.
  36. 36)방불彷佛 : 부처님과 비슷함.
  37. 37)범음梵音 : 브라흐만의 소리.
  38. 38)원문은 ‘오십년五十年 병오丙午’로 되어 있다. 50년은 계묘癸卯해이고 병오丙午해는 53년이다. 여기서는 간지를 따라 53년으로 수정하였다.
  39. 39)정법안장正法眼藏 :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부처의 깨달음을 이르는 말. 진리를 볼 수 있는 지혜의 눈으로 깨달은 비밀의 법이라는 뜻이다.
  40. 40)열반묘심涅槃妙心 : 열반의 절묘한 깨달음의 불심.
  41. 41)사라쌍수娑羅雙樹 : 석가모니가 열반할 때 사방에 한 쌍씩 서 있었던 사라수沙羅樹. 동쪽의 한 쌍은 상주常住와 무상無常을, 서쪽의 한 쌍은 진아眞我와 무아無我를, 남쪽의 한 쌍은 안락安樂과 무락無樂을, 북쪽의 한 쌍은 청정淸淨과 부정不淨을 상징한다.
  42. 42)유사有司 : 중생衆生, 유정有情과 같은 뜻이다.
  43. 43)무생인無生忍 : 무생법인無生法忍. 남이 없는 법인.
  44. 44)자수용삼매自受用三昧 : 삼매왕삼매三昧王三昧, 자증삼매自證三昧. 불법의 공덕이나 이익을 스스로 받아 그 즐거움을 음미하는 깨달음의 경지.
  45. 45)보화 선사普化禪師 : 진주 보화鎭州普化(?~861). 당대 스님. 마조의 문하. 보화종의 개조. 진주는 주석지명. 반산 보적의 교화를 받고 깊이 깨달음. 성품이 기이하여 북지北地를 떠돌면서 목탁을 두드리고 ‘명두래야타明頭來也打 암두래야타暗頭來也打’라 하며 걸식했다고 함. 한때 임제 의현과 사귀고 임제를 도와 교화에 힘씀.
  46. 46)종의宗義 : 종지宗旨. 종문宗門의 교의敎義의 취지. 주장이 되는 요지나 근본이 되는 중요한 뜻.
  47. 47)『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 : 생각을 한곳으로 집중해서 부처님의 상호 장엄을 관찰하는 삼매의 경.
  48. 48)보안보살普眼菩薩 : 넓은 눈 보살.
  49. 49)적정삼매寂靜三昧 : 평온하고 고요한 삼매.
  50. 50)중양절重陽節 : 세시 명절의 하나로 음력 9월 9일을 이르는 말. 이날 남자들은 시를 짓고 각 가정에서는 국화전을 만들어 먹고 놀았다.
  51. 51)會麽. 一人傳虛, 萬人傳實 : 『용성대종사전집』에는 없는 내용. 학담 역서, 『선으로 본 붇다의 생애』, p.415 참고.
  52. 52)수다원과須陀洹果 : 초기불교 수행 단계인 사향사과四向四果의 첫 번째 단계. 수다원과 또는 예류과預流果를 얻었다는 것은 그 수행자가 비로소 성자의 흐름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깨달음으로 향하는 흐름에 갓 합류한 경지, 성자의 대열에 갓 들어선 자로서의 과보를 받았음을 말하는 것이다. 수도修道의 과정에 들어선 지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