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성선사어록龍城禪師語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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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선사어록龍城禪師語錄
[표지]
- 용성선사어록龍城禪師語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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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上卷 정오正誤
하권下卷 정오正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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昭和十六年
佛紀二九六八年
辛巳孟秋
- 용성선사어록龍城禪師語錄
- 三藏譯會 藏板
- 용성당 대선사龍城堂大禪師 진영眞影
전서前序
- 山河의 靈異磅軋之氣가 鍾於人하여 各有天分이니 初無界於南北이다. 慧識超越之龍城禪伯이 道經俱足하여 施倫述作하신데, 尤妙敍事하고 體格寧하여 奇於平囿하고 巧於樸要이니, 所能言者는 盡于是耳이다.
- 사람에게는 산하대지의 신령하고 왕성한 기운이 모여서 각각 천부적인 재능이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사람에게 남과 북의 경계는 없다. 지혜와 식견이 뛰어난 용성龍城 선사께서 선禪과 교敎를 구족하시어 불조佛祖의 말씀과 선사 자신의 견처見處를 전하는 어록語錄을 대중들에게 베풀어 주셨는데, 특히 서사가 절묘하고 문체는 편안하다. 평범한 내용에서는 기교 있게 서술하시고, 근본적인 종지宗旨에서는 정교하게 서술하셨으니,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실로 이 어록에서 다하였다.
- 經目之珍하니 不一諸書하여 分爲之贊인데, 佇思其奧하니 庶幾求遺珠者이니, 雖非言象所宣이지만 足爲嚆矢矣리니, 叢林中에 法幢可竪이고 慧燈可續이리다. 楞嚴의 論例가 元無無依而造論者니 何有無依而造論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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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을 진중하게 일독一讀하였는데 어록의 모든 글들이 천편일률적이지 않았다. 글마다 불조의 말씀이나 일화에 대한 선사 자신의 찬贊을 나누어 실으셨는데, 그 찬의 오묘한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잃어버린 진주를 거의 찾은 것이었다.
비록 불조의 각처覺處가 언어적 표현에 의해서 알려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이 어록의 말씀이 깨달음의 효시嚆矢가 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따라서 총림에 법당法幢은 세워질 수 있고 혜등慧燈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능엄경楞嚴經의 논서論書인 기신론起信論의 사례1)가 원래 근거가 없이 논서를 짓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어떻게 근거 없이 논서나 어록을 짓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 斷絶世諦면 松風과 水月에도 必有更增精彩이니, 獨樹花發之句는 是不過詞人寫景이다. 苟欲引觸聖人之道하면 如是分明이니, 爲禪家秘妙也에는 則物與象을 本不必拈來니, 一下金剛이어도 可進得善因果하여 種種淨通이다.
- 세상의 이치를 단절하면, 소나무에 부는 바람이나 물에 비친 달에도 반드시 더욱더 늘어난 정채精彩가 있게 된다. 그러므로 ‘홀로 있는 거목에 꽃이 피었다’는 ‘독수화발獨樹花發’2) 같은 글귀는 문장가가 경치를 묘사한 글에 불과할 뿐이다. 진실로 성인의 도를 이끌어 마음으로 감촉하고자 하면 이와 같이 분명해진다. 따라서 ‘선가禪家의 비밀이며 현묘’라고 하는 것에는 특별한 사물이나 현상을 본래 잡아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금강저를 한 번 내려치기만 해도 훌륭한 인과因果를 얻어 갖가지 청정한 융통자재에 나아갈 수 있다.
- 因文以起意하고 信葺以賦形인데 毫剛하고 墨柔하여 枯潤이 相生하여 精美無窮하다. 棲之岩壑은 馨別蘭藏하고 落霞浮浦하며 名狀聲色은 迨有過之致하고 上精進之役하시어, 有不可量古春寶罏와 香盤舊篆이시니, 譬如瑞蓮之出火坑하여 夬見正果가 是眞道場하시니, 一線明이 在前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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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04_b_01L문장으로 생각을 일으키시고 글로 내용을 구성하시는 데 있어, 붓끝은 굳세고 먹물은 부드러워 무미한 내용과 윤색된 문장이 서로 도드라지게 상생해서 정묘한 아름다움이 무궁하구나!
거처하는 바윗골은 난향을 머금은 듯 향기가 특별하고, 노을이 저 멀리 포구를 물들인다. 이름과 용모, 음성과 안색에는 뛰어난 풍치가 있는데다가 정진에 힘쓰는 것을 숭상하셨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술이 담긴 보배술독과 향로소반의 오래된 전각篆刻 같은 적정寂靜을 지니셨다. 마치 불구덩이에서 피어난 상서로운 연꽃처럼 수행으로 얻은 과위果位가 진실한 도량임을 명쾌하게 보이셨으니, 한줄기 광명이 앞에 있을 따름이다.
- 正一品 輔國崇祿大夫로 行吏曺判書 判義禁府事 弘文館提學인데, 仍帶가 輔德 單付都承旨 檢校直提學 獨辦內務府事 議政府參政 度支部大臣 原任 奎章閣提學 兼 侍講院日講官인 八十一 春에 海塷堂 金聲根이 序하다.
- 정일품 보국숭록대부輔國崇祿大夫로 행行 이조판서·판의금부사·홍문관제학을 역임하였는데, 잉대仍帶는 보덕輔德·단부單付도승지·검교檢校직제학·독판내무부사·의정부참정·탁지부대신·원임原任 규장각제학 겸 시강원일강관이었던 해로당海塷堂 김성근金聲根이 81세 봄에 서문을 쓰다.
목차目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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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05_b_01L전서前序
용성선사어록龍城禪師語錄 상권
제1장 선지식 참문(參問知識章)
제2장 기연문답(機緣問答章)1. 경자년(1900)
2. 신축년(1901)
3. 임인년(1902)
4. 계묘년(1903)
5. 갑진년(1904)
6. 을사년(1905)
7. 병오년(1906)
8. 정미년(1907)
9. 무신년(1908)
10. 기유년(1909)
제3장 제종諸宗의 연원(諸宗淵源章)제1절 불조佛祖의 상전相傳에 대한 통론
제2절 오종五宗의 연원淵源에 대한 별론1. 임제종의 연원과 지류
2. 조동종의 연원과 지류
3. 운문종의 연원과 지류
4. 위앙종의 연원과 지류
5. 법안종의 연원과 지류
제4장 낙소만화(落笑謾話章)1. 선과 교의 심천을 논함
2. 종사宗師가 보이신 체중현體中玄의 모양을 논함
3. 체중현이 불법의 지견을 잊지 않았음을 논함
4. 구중현句中玄을 논함
5. 현중현玄中玄을 논함
6. 삼요三要를 논함
7. 잘못 인식하는 것이 병임을 논함
8. 삼승三乘의 계차階次에 대한 총론1) 일법一法의 근기에 따른 차별
2) 성문승聲聞乘을 논함
3) 연각승緣覺乘을 논함
4) 불佛·보살승菩薩乘을 논함9. 교외의 선종을 논함
10. 수행을 권유함
11.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논함
12. 미혹과 깨달음(迷悟)을 논함
13. 친절한 공부의 증오처證悟處를 논함
14. 직절直截하게 전변을 거양함
제5장 선병 총론(總論禪病章)제1절 12종의 선병을 각각 밝힘1. 교내敎內와 교외敎外를 논함
2. 부사의한 법계의 무장애한 지혜의 병을 논함
3. 유무有無의 병을 논함
4. 무심無心의 병을 논함
5. 평상平常의 병을 논함
6. 이치理致의 병을 논함
7. 의근意根으로 헤아리는 병을 논함
8. 눈썹을 올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병을 논함
9. 일없이 상자 속에 안주하는 병을 논함
10. 화두가 제기된 곳에서 알아맞히려고 하는 병을 논함
11. 인용해서 증명하려는 병을 논함
12. 미혹으로 깨달음을 기다리려는 병을 논함
13. 결론
제6장 낙초담화(落艸談話章)제1절 샛별을 보고 도를 깨침을 논함1. 개별적 답변 21종
2. 거듭 추궁하고 점검함
3. 지당한 답변제2절 임종臨終의 증험을 논함
제3절 변하는 것은 오직 식識임을 논함
제4절 불조佛祖의 안신입명安身立命을 논함
제5절 주문呪文의 신통변화를 논함
제6절 정토淨土를 논함
제7절 정토의 구품九品을 논함
제8절 십념왕생十念往生을 논함
제9절 참선자의 임종 후에 대하여 논함
제10절 인도 승려와 강주講主와의 문답
제11절 ≺월보月報≻의 기사를 논함
제12절 송유宋儒의 제현諸賢이 공자의 도를 깊이 탐구하지 않았음을 논함
제7장 미혹迷惑과 마장魔障의 식별(辨惑辨魔章)제1절 범부는 습기習氣로 인하여 미혹하게 됨을 논함
제2절 오온五蘊을 논함
제3절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논함
제4절 식識을 전환하여 부처가 됨을 논함
제5절 범부와 성인의 같고 다름을 논함
제6절 선악善惡으로 본성을 분별함을 논함
제7절 범부와 성인이 둘이 아님을 논함
제8절 마도魔道를 논함
제9절 마왕魔王을 논함
제10절 마魔의 종류를 모두 밝힘
제11절 마가 도덕을 해치는 이유를 논함
제12절 마가 해를 가할 수 없음을 논함
제13절 결론
제8장 외도(外道章)제1절 20종의 외도를 논함
제2절 오음五陰과 깨달음의 총론1. 색음色陰의 10종을 각각 밝힘
2. 수음受陰의 10종을 각각 밝힘
3. 오음의 이유에 대한 총괄적 대답
4. 외도의 이유를 각각 밝힘1) 외도가 내세운 무인無因을 논함(1) 근본 무인을 내세움
(2) 지말 무인을 내세움2) 외도의 원상圓常을 논함(1) 생멸을 제거하여 상주常住라고 헤아림
(2) 생멸을 보존하여 상주라고 헤아림
(3) 신식神識을 집착하여 상주라고 헤아림
(4) 행음行陰을 집착하여 상주라고 헤아림3) 외도가 일부분은 상주常住라고 하고 일부분은 무상無常이라고 함을 논함(1) 자타自他의 상주와 무상
(2) 겁괴劫壞의 상주와 무상
(3) 본성의 괴壞와 불괴不壞, 상과 무상을 내세움
(4) 행음은 상으로 색음·수음·상음은 무상으로 내세움4) 외도가 내세운 외변을 논함(1) 삼제三際에 의하여 세운 유변론
(2) 견문見聞에 의하여 세운 유변론
(3) 피아彼我에 의하여 세운 유변론
(4) 생멸生滅에 의하여 세운 유변론5) 외도가 내세운 네 가지 전도는 허상임을 논함(1) 만물의 변화를 관찰
(2) 무無에 대한 집착
(3) 유有에 대한 집착
(4) 유무有無의 교란에 대한 집착6) 외도의 유상심에 대하여 논함(1) 색신色身의 고집固執
(2) 공空과 색色은 아我에 속함
(3) 색色이 아我에 속함
(4) 사구四句를 헤아림7) 외도가 내세운 단멸을 논함
8) 외도가 내세운 구비俱非를 논함
9) 외도의 사후 단멸에 대하여 논함
10) 외도의 열반을 논함
11) 외도가 내세운 명제冥諦를 논함
12) 외도가 자체를 신아神我라고 집착함을 논함
13) 외도가 담식湛識을 자성이라고 집착함을 논함
14) 외도가 유정有情·무정無情이라고 집착함을 논함
15) 외도가 물과 불을 숭배하는 것을 논함
16) 외도가 단멸공斷滅空에 집착함을 논함
17) 외도가 식원識元을 원정圓精이라고 집착함을 논함
18) 외도가 식음을 원명이라고 여김을 논함
19) 외도가 편진에 집착함을 논함
20) 외도가 환유幻有와 공적에 집착함을 논함
제9장 선종 임제파臨濟派 강의(禪宗臨濟派講義章)제1절 황벽黃檗 대사의 60통방痛棒
제2절 임제臨濟 조사의 보청普請에 관한 강화
제3절 황벽 대사와 임제 조사가 문답한 괭이에 관한 강화
제4절 빈주賓主가 역연歷然하다는 것에 대한 강화
제5절 임제의 무위진인無位眞人에 관한 강화
제6절 임제 조사께서 문에 들어서면 바로 할을 하신 것에 관한 강화
제7절 진주鎭州에는 큰 무가 생산된다는 화두에 관한 강화
제8절 한 해가 다 가도 돈을 사르지 않는다는 것에 관한 강화
제9절 조주趙州 선사와 달아나는 토끼에 관한 강화
제10장 선문강화(禪門講話章)제1절 선화禪話의 누설
제2절 강화講話1. 교리적인 의미
2. 선적인 의미제3절 조주 선사의 무자無字 화두
제4절 계교計校와 사량思量을 책망
제5절 본화本話를 거양함1. 도솔래의兜率來儀
2. 견명성오도見明星悟道
3. 주행칠보周行七步
4. 주행칠보에 제기한 운문 선사의 염송
5. 다자탑전분좌多子塔前分座
6. 염화미소拈花微笑
7. 쌍부雙趺
8. 세존승좌世尊陞座
9. 효모설법孝母說法
10. 승의勝義
11. 입문入門
12. 저자猪子
13. 정법定法
14. 오통五通
15. 탑묘塔廟
16. 양구良久
17. 지시指屍제6절 미처 못한 한마디 강화
제7절 나옹懶翁 선사의 공부십절목工夫十節目에 대한 답변
용성선사어록龍城禪師語錄 하권
제11장 상당법문(上堂法門章)1. 하동河東 쌍계사雙溪寺 대웅전
2. 동국제일선원東國第一禪院 하안거 결제結制 기간
3. 동국제일선원 동안거 결제일
4. 경성京城 중부동中部洞 각황사覺皇寺
5. 경성부 대사동大寺洞 조선불교임제종朝鮮佛敎臨濟宗 중앙교당 개교일
6. 재차再次
7. 삼차三次
8. 만일참선결사회萬日參禪結社會 창립시
9. 도봉산道峰山 망월사望月寺
10. 천성산千聖山 내원사內院寺
제12장 노파심老婆心의 설화(老婆說話章)제1절 심성(論心性)
제2절 성상性相의 상대相對
제3절 성상性相의 절대絶對
제4절 성상性相의 상대相對와 절대絶對
제5절 진리에 의지하여 건립된 천지만물
제6절 건립되는 원인
제7절 마음이 부처
제8절 마음과 부처의 의미
제9절 마음 그대로가 부처
제10절 단멸론斷滅論의 배척
제11절 유아독존唯我獨尊
제12절 멸종주의滅種主義
제13절 겸선주의兼善主義
제14절 적멸주의寂滅主義
제15절 육도윤회六途輪廻
제16절 방내方內와 방외方外
제17절 공자의 도
제18절 노자의 도
제19절 생멸生滅하는 것은 진제眞諦가 아님
제20절 방내方內와 방외方外의 광협廣陜
제21절 석존의 도
제22절 미오迷悟
제23절 대뇌大腦와 소뇌小腦로 진망眞妄을 가림1. 제2의 사람은 없음
2. 전기의 비유
3. 전기의 비유는 적합하지 않다는 변론
4. 신경의 발현에는 적합하지 않은 비유가 있다는 변론
5. 바람과 달의 비유
6. 바람과 달은 적합한 비유가 아니라는 변론
7. 유형인지 무형인지 분별하기가 어려움
8. 뇌와 신경을 분별하기가 어려움
9. 번개와 물의 비유는 적합하지 않음
10. 기氣와 지각知覺에는 다른 점이 있다는 변론
11. 원인에 대해 힐문하며 변론함제24절 각성覺性의 소재所在
제25절 육체의 원인
제26절 수태受胎의 이유
제27절 생사의 인연
제28절 용모의 미추美醜
제29절 신체가 오는 곳
제30절 부처님이 대비大悲로 중생을 제도하심
제31절 화복禍福은 문이 없음
제32절 처자와 보배의 허무함
제33절 심성心性이 쾌활하도록 꿰뚫을 것을 권함
제13장 여러 선사들의 사조寫照를 찬송(讚諸禪師寫照章)1. 인파仁坡 대선백大禪伯 영찬影贊
2. 신해信海 대선백 영찬
3. 허주虛舟 대선백 영찬
4. 순화淳化 선사 영찬
5. 월곡月谷 선사 영찬
6. 보명普明 선사 영찬
7. 덕봉德峰 선사 영찬
8. 진곡震谷 선사 영찬
9. 응허應虛 선사 영찬
10. 봉암逢庵 화상 진찬眞贊
11. 제허霽虛 화상 진찬
12. 응해應海 화상 진찬
13. 응해應海 화상 사십구재 영단에서
14. 달마達摩 조사 절로도강도찬折蘆渡江圖贊
15. 용성龍城 대선사 사조 자찬自贊
부록附錄1. 종파를 분별하는 설說
2. 총독부에서 조선의 종파를 물은 것을 인연하여 말로 한 변론辨論
3. 만일참선결사회 창립기
4. 활구참선만일결사 발원문
5. 건백서建白書
6. 제2차 일문·한문 건백서 번역
7. 애국설愛菊說
8. 송정松亭
9. 응해應海 화상에게 보낸 답신
10. 선학원禪學院의 여러 화상들께
11. 선사의 몽불수기夢佛授記에 관한 기록
12. 선사의 사리舍利 인연기
13. 가요歌謠1) 세계기시가世界起始歌
2) 중생기시가衆生起始歌
3) 중생상속가衆生相續歌
4) 입산가入山歌
5) 권세가勸世歌14. 게문偈文
15. 수연시壽宴詩 원운原韻
16. 선농관禪農觀
용성선사어록 후서後序
발문跋文
용성선사어록龍城禪師語錄 상권
문인門人 동산 혜일東山慧日 찬집撰集
금천今天*
✽
옮김
제1장 선지식 참문(參問知識章)
- 世尊應化二千八百九十一年甲子是歲五月八日에師ㅣ降誕于朝鮮全羅南道南原郡下磻巖面竹林里하니號靜愼齋諡忠肅諱莊之第二十世孫也요貫은水原白南賢之長子요母는密陽孫士衡之女也一夜에母夢見一僧이法服燦爛으로入室하고仍孕之하야十朔而誕焉하니初無口言하고厭聞腥嚊러라. 己巳是歲에師ㅣ六歲니隨父釣魚하야見生者而盡放之하니此乃慈悲熏習之餘力也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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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 응화應化 2891년3) 갑자 5월 8일에 선사께서 조선 전라남도 남원군 하반암면 죽림리4)에서 호는 정신재靜愼齋, 시호는 충숙공忠肅公, 휘자諱字가 장莊인 백장白莊5)의 제20세손으로 강탄降誕하셨다.
본관은 수원水原이고 백남현白南賢의 장자이시며 모친은 본관이 밀양密陽으로 손사형孫士衡의 여식이시다. 어느 날 밤에 어머니가 꿈에서 찬란한 법복을 입은 어떤 스님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선사를 잉태하셨고 열 달이 지나 탄생하셨다.
어려서부터 말이 없었고 비린내 맡기를 싫어하셨는데, 선사께서 여섯 살인 기사년에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가서는 살아 있는 물고기를 보면 모두 놓아주셨다. 이것은 훈습된 자비의 여력인 것이다.
- 庚午是歲에師ㅣ八歲니一日에從書生하야聞聞有胡僧이在太白하니蘭若去天이三百尺이로다此僧年紀那得知오手種靑松今十圍之詩句하고心甚欣然하야感覺淸高之氣味하고常願從如是塵外之師友러라.
-
선사께서 여덟 살인 신미년6) 어느 날 선비로부터,
“듣건대 어떤 서역승西域僧이 태백산에 있는데
아란야阿蘭若는 하늘에서 3백 자 떨어져 있구나.
이 서역승이 몇 살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손수 심은 푸른 소나무가 이제 열 아름이 되었구나!”7)
라는 시구를 듣고 마음이 너무나 기쁘면서 청아하고 숭고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이와 같이 세속을 벗어난 스승과 벗을 따르기를 항상 원하셨다.
- 平素에性甚好施러니家中에有雇人하니其弟患惡疾하야無衣無住하야裸飢로在土窟中이어늘師ㅣ常分家糧而暗恤之하니父母ㅣ知而奇之하다. 壬申是歲에師ㅣ九歲니賦八竹扇詩曰大撓八竹扇하니借來洞庭風이로다.
-
0001_0015_b_01L평소에 성품이 남에게 베풀어 주기를 매우 좋아하셨다. 집에 한 머슴의 동생이 악질을 앓고 있는데 의복도 없고 거처도 없이 헐벗고 굶주린 채로 토굴에서 살고 있었다. 선사께서는 늘 집에 있는 양식을 가져다가 아무도 모르게 그를 도와주셨다. 나중에 부모님이 알고 기특하게 여기셨다.
선사께서 아홉 살인 임신년에 팔죽선八竹扇8)에 관한 시를 읊으셨다.
“팔죽선 크게 흔들어
동정호 바람 빌린다.”
- 又見村童이摘花하고賦之曰摘花手裏動春心이라하니라.
-
또 동네 아이들이 꽃을 따는 것을 보고는,
“꽃을 꺾은 손길마다
춘심이 움직이네!”
라고 읊으셨다.
- 丁丑是歲에師ㅣ十四歲니一日에潛出去南原郡鮫龍山城德密庵이러니父母知而强挽還家하다. 己卯是歲에師ㅣ十九歲니往慶尙南道陜川郡伽倻山海印寺極樂殿하야禮師華月和尙而剃髮得度時에依相虛慧造律師하야受沙彌十戒爲僧하고過數月後에往義城郡孤雲寺하야首謁水月長老하고問生死大事하며無常이迅速하니如何見性이닛고?
-
선사께서 열네 살인 정축년 어느 날에 남원군 교룡산성에 있는 덕밀암德密庵으로 몰래 출가하러 떠나셨는데 부모님이 아시고는 강제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열여섯 살9)인 기묘년에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 극락전에 가서 스승이 되실 화월華月 화상께 예를 드리셨고 삭발득도하실 때는 상허 혜조相虛慧造 율사로부터 사미십계를 받아 승려가 되셨다.
그 후 몇 달이 지난 뒤 의성군 고운사에 가서 수월水月 장로10)를 처음으로 알현하고 물으셨다.
“생사의 일대사가 무상하여 신속합니다. 어떻게 하여야 견성할 수 있겠습니까?”
- 水月和尙曰去聖時遙에魔强法弱하며宿業障重하야善弱難排니誠禮三寶하며勤誦大悲神呪하면自然業障消滅하고心光透漏하리라. 自此로不輟禮誦하다.
-
수월 화상께서 대답하셨다.
“성인의 시절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마魔는 강대하고 불법은 미약하며, 숙세의 업장이 두터워서 연약한 선업으로는 제거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삼보께 지성으로 기도하고 「천수대비신주」를 부지런히 염송하면 업장이 자연히 소멸되어 심광心光이 번뇌를 꿰뚫고 지나갈 것이다.”
이때부터 기도와 염송을 잠시도 멈추지 않으셨다.
- 後至楊州郡普光寺兜率庵하야忽然自疑云山河大地와萬像森羅가皆有根源이라. 所謂人者는以何로爲根고更疑我此覺知之根이在甚處오? 又念從甚處起오? 如是疑情이至第六日하야一念子如桶底脫相似하야不可口議心思也러라.
-
그 후 양주군 보광사普光寺 도솔암兜率庵에 이르러서 홀연히 “산하대지와 삼라만상이 모두 근원이 있다. 그렇다면 소위 사람은 무엇이 근원인가?”라는 의심이 저절로 일어났다.
계속해서 “내가 이처럼 지각하는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또한 생각은 어디에서 일어나는 것인가?”라고 의심하셨다.
이와 같은 의정疑情이 6일째에 이르렀을 때에 일념一念이 마치 칠통 밑이 빠져 버리는 것과 같았는데 입으로 말할 수도 마음으로 헤아릴 수도 없었다.
-
頌曰
五蘊山中尋牛客이獨坐虛堂一輪孤를方圓長短誰是道오一團火炎燒大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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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온의 산속에서 소를 찾던 나그네가
텅 빈 집에 홀로 앉으니 일륜一輪이 고고하구나!
모나다 둥글다 길다 짧다, 그 누가 말하는 것인가?
하나의 불덩어리가 대천세계를 태우는구나!”
라고 게송을 읊으셨다.
- 後至金剛山表訓寺하야參禮無融禪師하고具述前緣한대問曰能知一念子如桶底脫相似者是甚麽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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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16_a_01L그 후 금강산 표훈사에 이르러서 무융無融 선사를 참례하고 전에 경험한 기연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다.
무융 선사께서 물으셨다.
“일념이 마치 칠통 밑이 빠져 버린 것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놈은 무슨 물건인가?”
- 師ㅣ默然無對라. 無融云不道不是나更參話頭하야사始得다. 自此로更參無字話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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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께서는 말없이 가만히 있은 채 대답하지 못하셨다. 무융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말하지 못하는 것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화두를 참구해야 옳다.”
이로부터 다시 무자화두無字話頭를 참구하셨다.
- 復還楊州郡普光寺兜率庵하야失笑하니古所謂去年貧은未是貧이라無立錐地러니今年貧이始是貧이라錐也無라하심이正謂此也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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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군 보광사 도솔암으로 다시 돌아오니 자신이 한심하여 실소失笑가 터져 나왔다.
고인이 말씀하신,
“작년의 가난은 아직 가난한 것이 아니었다,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었지만.
금년의 가난이 비로소 가난한 것이다,
송곳마저 없기에.”11)
라고 하신 것은 바로 선사 자신을 말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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頌曰
排雲擭霧尋文殊타가 始到文殊廓然空을 色色空空還復空이오 空空色色重無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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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헤치고 안개를 걷으면서 문수를 찾다가
비로소 문수에 이르니 넓고 텅 빈 듯이 공하구나!
색은 색이고 공은 공이여, 다시 공으로 돌아가고
공은 공이고 색은 색이여, 거듭하여 무진하구나!”
라고 게송을 읊으셨다.
- 師年二十一歲에梁山郡佛寶宗刹通度寺金剛戒壇에서依禪谷律師하야受比丘戒及菩薩戒하니此則七佛庵大隱律師의正脈也니라. 上智異山金剛臺하야冬安居하고至順天郡漕溪山松廣寺三日庵하야夏安居하다餘暇에披閱傳燈錄이라가至月似彎弓하고小雨多風處하야忽然打失臭孔하니日面佛月面佛話와無字話意旨가煥然明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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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의 나이 스물한 살에 양산군 불보종찰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선곡禪谷 율사로부터 비구계와 보살계를 받으셨는데, 이것은 칠불암 대은大隱 율사의 정맥이었다.
지리산 금강대에 올라가서 동안거를 나시고 순천군 조계산 송광사 삼일암에서 하안거를 지내시면서 여가를 이용하여 『전등록傳燈錄』을 열람하시다가,
“달이 당겨진 활과 같으니
비는 적게 내리고 바람은 많이 불 것이다.”12)
라는 구절에 이르러 홀연히 악취 나는 근식根識을 깨부수니,13) 일면불월면불日面佛月面佛 화두와 무자화두의 근본 뜻이 환하게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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還歸海印寺할새 頌曰
伽倻名價高靑丘, 明心道師幾往來. 矗矗奇巖疊鱗高, 密密柏樹相連靑. 無限白雲滿洞鎻, 洪鐘轟轟碧空衝. 回首看山醉流霞, 倚樹沉眠日已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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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로 다시 돌아오셔서,
“가야산의 명성과 평판이 청구靑丘에 높으니
마음 밝힌 도사들이 얼마나 왕래하였던가!
우뚝 솟은 기암은 비늘처럼 포개어져 있고
빽빽한 잣나무는 서로 이어져 푸르구나.
무한한 흰 구름은 골짜기마다 가득하고
크게 울리는 범종 소리는 푸른 하늘에 사무친다.
고개 돌려 산을 보다가 저녁노을에 취해서
나무에 기대어 깊이 졸다 보니 해는 벌써 기울었네!”
라고 게송을 읊으셨다.
- 後還松廣寺甘露庵하야依湖鵬講伯하야看起信法華了하다. 後與禪伯三十三人으로過夏于智異山上禪庵하고依谷城郡泰安寺水鯨講伯하야看禪要書狀하고往上無住하야冬安居하고依淸華山石橋律師하야聽受梵網經四分律하고共三十三道友로夏安居于此山하고更依松廣寺湖鵬講伯하야華嚴經을看了하고依海印寺月華講伯하야看拈頌하고依大乘寺月華講伯하야看華嚴十地하고兼學緇門하다.
- 0001_0016_b_01L그 뒤에 송광사 감로암甘露庵으로 돌아가서 호붕 강백湖鵬講伯에게서 『대승기신론』과 『묘법연화경』을 배우셨다. 그 뒤 선백禪伯 33인과 함께 하안거를 지리산 상선암上禪庵에서 나시고 곡성군 태안사 수경水鯨 강백에게서 『선요』와 『서장』을 배우시고, 상무주암에 가서 동안거를 나시고 나서 청화산의 석교石橋 율사에게서 『범망경』과 『사분율』을 배우셨다. 33명의 도반들과 함께 하안거를 이 청화산에서 나시고는 다시 송광사 호붕 강백에게서 『화엄경』을 배우셨고, 해인사 월화月華 강백에게서 『선문염송』을 배우고, 대승사에서 월화 강백에게서 『화엄경』의 「십지품」과 『치문』을 배우셨다.
- 一日에講主和尙이問云驢事未去에馬事到來意旨作麽오? 師答云長安大道亂如絲하니人去人來終不休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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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강주 화상께서 물으셨다.
“당나귀의 일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말(馬)의 일이 도래한다는 뜻이 무엇인가?”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장안의 큰 길은 실처럼 어지러워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끝내 멈추지 않습니다.”
- 護明禪師問曰明明百草頭에明明祖師意라하니作麽生會오? 師云四佛山中에花紅柳綠하니任君遊去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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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護明 선사께서 물으셨다.
“밝고 밝은 온갖 풀잎이 밝고 밝은 조사의 뜻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사불산에는 꽃은 붉고 버들은 푸르니 스님의 마음 가는 대로 즐기십시오.”
- 又問如何是露地白牛오? 師云兩角四足이甚分明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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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으셨다.
“무엇이 노지露地에 있는 백우白牛인가?”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뿔 두 개와 다리 네 개가 참으로 분명합니다.”
- 又問如何會得고? 師云用會作麽오.
-
다시 물으셨다.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앎을 어찌하여 사용하겠습니까.”
- 往金溝郡龍眼臺하야參道植禪師하니一日에問曰汝見臨濟老漢麽아? 師ㅣ喝한대道植이便棒하다. 師ㅣ又喝한대道植이又棒하다師ㅣ不覺起來云這老漢이一場敗闕了也라하고拊掌呵呵大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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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군金溝郡 용안대龍眼臺로 가서 도식道植 선사를 참방하셨는데, 어느 날 도식 선사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임제臨濟 늙은이를 보았는가?”
선사께서 ‘할喝’을 하시자, 도식 선사께서 지체 없이 주장자를 내려치셨다. 선사께서 또다시 ‘할’을 하시자, 도식 선사께서도 또다시 주장자를 내려치셨다. 선사께서 슬며시 일어나면서 말씀하시기를,
“이 늙은이가 한바탕 낭패하고 말았구나!”
라고 하시고는 “하하하!” 하며 크게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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更還曹溪山松廣寺三日庵하야夏安居了하고秋九月에過洛東江時에偶然頌曰
金烏千秋月, 洛東萬里波. 漁舟何處去, 依舊宿蘆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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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송광사 삼일암으로 다시 돌아가서 하안거를 나시고는 가을 9월에 낙동강을 지나가시다가 우연히 게송14)을 읊으셨다.
“금오산 천년의 달이요,
낙동강 만 리의 물결이구나!
고깃배는 어디로 갔는가?
예전대로 갈대꽃밭에 머무는구나!”
제2장 기연문답(機緣問答章)
1. 경자년(1900)
- 世尊應化二千九百二十七年師三十七歲庚子八月에策杖遊方할새到內浦天藏庵하니有漢禪者ㅣ問從甚處來요? 師ㅣ竪起拳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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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17_a_01L세존 응화 2927년 선사께서 서른일곱 살인 경자년 8월에 주장자를 짚고 제방을 유행하다가 내포內浦 천장암天藏庵에 도착하셨다.
한 선자禪者가 물었다.
“어디에서 오시오?”
선사께서 주먹을 들어 세우셨다.
- 禪者ㅣ又擧起枕子問曰是甚麽오? 師ㅣ云枕子도也不識이로다.
-
선자가 목침을 들면서 다시 물었다.
“이것이 무엇이오?”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목침도 알지 못하는구려.”
- 禪者ㅣ移却枕子하고又問是甚麽오? 師云枕子니라.
-
선자가 목침을 치우고는 재차 물었다.
“이것은 무엇이오?”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목침이오.”
- 翌日에到定慧寺修德庵하니慧月禪師ㅣ問曰從甚麽處來오? 從天藏庵來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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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정혜사 수덕암에 도착하셨다.
혜월慧月 선사께서 물으셨다.
“어디에서 왔는가?”
“천장암에서 왔습니다.”
- 慧月이擧起枕子問曰這箇是甚麽오? 師云枕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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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월 선사께서 목침을 들면서 물으셨다.
“이것이 무엇인가?”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목침입니다.”
- 慧月이又移却枕子問曰正當恁麽時하야如何得고? 師云此是諸佛이放光明處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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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월 선사께서 목침을 치우고는 다시 물으셨다.
“바야흐로 이와 같은 경우에 처해서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이것은 모든 부처님들께서 광명을 발하신 곳입니다.”
- 冬에還松廣寺曺溪峰土窟하야冬安居하다. 辛丑春二月에到海印禪社하야問霽山曰喚作枕子則觸이요不喚作枕子則背ㅣ니道道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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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에 송광사 조계봉에 있는 토굴로 돌아가서 동안거를 나시고 이듬해 신축년 봄 2월에 해인선사海印禪社에 도착하시어 제산霽山15)에게 물으셨다.
“목침이라고 부르면 걸려드는 것이고, 목침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등지는 것이다. 말해, 어서 말해 보게.”16)
- 霽山이擲下枕子어늘師ㅣ又云喚作山河則觸이요不喚作山河則背ㅣ니道道하라. 霽山이默然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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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산이 목침을 던져 버리자, 선사께서 재차 물으셨다.
“산하라고 부르면 걸려드는 것이고, 산하라고 부르지 않으면 등지는 것이다. 말해, 어서 말해 보게.”
제산은 말없이 잠잠하였다.
2. 신축년(1901)
- 辛丑四月에往通度寺玉蓮庵하야依東隱講伯하야看拈頌하다冬十月에星州郡修道庵하야冬安居하고壬寅二月에往求禮郡華嚴寺塔殿하야過夏러니滿空이從內浦而來어늘師ㅣ問曰禪德이路遠에無路毒之患이며侍者는幾人乎아? 滿空이云我無侍者하며亦無路毒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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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4월에 통도사 옥련암玉蓮庵으로 가시어 동은東隱 강백께 『선문염송』을 배우셨다. 겨울 10월에 성주군星州郡 수도암修道庵에서 동안거를 나시고, 임인년 2월에 구례군 화엄사 탑전塔殿에 가서 여름을 지내고 계셨다.
만공滿空이 내포에서 왔는데 선사께서 물으셨다.
“선덕은 먼 길에 노독路毒으로 인한 고통은 없었으며 시자는 몇 명이오?”
만공이 대답하였다.
“나는 시자도 없고 노독도 없습니다.”
- 師云太孤生이로다. 空이返問曰如何支對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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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지나치게 고루한 사람이구려.”
만공이 반문하였다.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 師云困眠打睡無巧竗ㅣ라時來風送滕王閣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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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께서 말씀하셨다.
“피곤하면 잠잘 뿐 묘책은 없다오.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바람이 등왕각滕王閣으로 보낸다지요.”17)
- 一日에與鳳城으로過法堂할새師ㅣ呼云和尙아. 鳳城이應諾이어늘師云爲釣義龍이러니跛鼈이出頭來로다.
-
어느 날 봉성鳳城과 함께 법당을 지나가다가 선사께서,
“화상和尙아!”
하고 부르셨다.
봉성이 바로 대답하자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의룡義龍을 낚시질하였더니 절름발이 자라(跛鼈)가 걸리는구나!”
- 師ㅣ又呼和尙아. 鳳城이無語어늘師云不識玄旨하고徒勞念靜이로다.
-
0001_0017_b_01L선사께서 다시,
“화상和尙아!”
하고 부르셨다.
봉성이 말이 없자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현묘한 뜻을 알지 못하고 헛되이 생각만 고요히 하려 애쓰는구나!”
3. 임인년(1902)
- 壬寅九月에往順天仙巖寺七殿하야冬安居하고
- 임인년 9월에 순천 선암사 칠전七殿에 가시어 동안거를 보내셨다.
4. 계묘년(1903)
- 癸卯二月에上毘盧庵하야設禪會하다. 一日에錦峰講伯이問趙州戴履意旨作麽오? 師云門前一株松이여烏去鵲來니라.
-
계묘년 2월에 비로암에 올라가 참선법회(禪會)를 개설하셨다.
어느 날 금봉錦峰 강백께서 물으셨다.
“조주가 신발을 머리에 이고 나간 뜻이 무엇이오?”18)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문 앞에 있는 한 그루 소나무에 까마귀가 날아가자 까치가 앉습니다.”
- 癸卯九月에往香山이라가到釋王寺하야聞北地擾亂하고向金剛山佛地庵하야冬安居하고
- 계묘년 9월에 묘향산에 가다가 석왕사釋王寺에 도착해서 북방 지역이 혼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금강산 불지암佛地庵으로 향해 가서 동안거를 보내셨다.
5. 갑진년(1904)
- 甲辰二月에往寶盖山聖住庵하야創禪會하다. 一日에無休가自稱見性이어늘師云吾聞見性之人은百千公案을一串都穿이라하니不落十種病하고趙州道無意旨作麽오速道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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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2월에 보개산寶盖山 성주암聖住庵에 가시어 참선법회(禪會)를 창설하셨다. 어느 날 무휴無休가 자신은 견성하였다고 떠벌리자 선사께서 물으셨다.
“나는 견성한 사람은 백천 공안을 한 꼬챙이로 모두 꿰뚫는다고 들었다. 열 가지 병통19)에 떨어지지 말고 조주가 ‘무無’라고 말한 뜻이 무엇인지를 어서 일러 보라.”
- 無休無答이어늘師ㅣ喝云此是增上大妄語人이니日後에不作這般見解어다.
-
무휴가 대답이 없자 선사께서 ‘할喝!’을 하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증상만增上慢으로 대망어인大妄語人이다. 오늘 이후로는 이런 견해를 내어서는 안 된다.”
- 一日에上堂良久에卓柱杖三下云會麽아? 縱你會得인달有甚用處리요. 便下座하다.
-
어느 날 상당上堂하여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세 번 내리치시고는,
“알겠는가? 설사 그대들이 알았다 하더라도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라고 하고는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一日에上堂良久에擊柱杖一下云勞煩大衆하얏다하고便下座하다.
-
어느 날 상당하여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한 번 내리치시고는,
“대중들을 수고롭고 번거롭게 하였다.”
라고 하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一日에謂俊禪子曰馬大師不安이어늘院主問曰和尙이近日에尊候如何닛고? 師曰日面佛月面佛이라하시니於此에若會得이면天下人이奈何你不得하리니切須參究어다.
-
어느 날 준 선자俊禪子에게 말씀하셨다.
“마조馬祖 대사가 병석에 누워 있는데, 원주가 화상께서는 요즘 법체가 어떠하냐고 물으니, 대사께서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라고 하셨다. 여기에서 만약 알 수 있다면 천하의 그 누구도 자네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니 간절하게 참구하여야 한다.”
- 一日에謂正禪子曰昔에僧이問趙州호대如何是祖師西來意닛고? 州云年盡不燒錢이라하시니若於此에有疑不忘이면自然有透脫之期하리라.
-
어느 날 정 선자正禪子에게 말씀하셨다.
“옛날에 어떤 승려가 조주에게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냐고 물었는데, 조주가 한 해(年)가 다 저물어도 돈을 사르지 않겠다고 대답하셨다.20) 여기에 의심을 두어서 잊지 않으면 자연히 벗어나 깨달을 날이 있을 것이다.”
- 一日에上堂良久에拈柱杖告衆云大衆이來這裡하야討箇甚麽오各自歸堂點檢看하라하고便下座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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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18_a_01L어느 날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들어 보이고는 대중들에게,
“대중들은 이 속에 이르러 이것이 무엇인가를 탐구해 보라.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점검해 보라.”
라고 하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一日에上堂良久에告衆云淸空이無際하고白雲이封關커늘水聲이鳴耳하니敢何煩諭아. 以柱杖으로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어느 날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있다가 대중들에게 말씀해 주셨다.
“맑은 하늘은 끝이 없고 흰 구름은 한가로우며 물소리는 귓가에 울리는데, 어찌 감히 번거롭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고는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一日에有一禪子問曰趙州道無意作麽오? 師云無니라.
-
어느 날 어떤 선자가 물었다.
“조주 선사께서 ‘무’라고 말씀하신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무!”
- 禪子ㅣ云若道此事댄一一自己胸襟流出이어늘師返以趙州의言으로答之어뇨? 師ㅣ答云汝喚作甚麽하야作趙州오?
-
선자가 말했다.
“만약 이 일을 말한다면,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의 흉금에서 흘러나오는 것인데, 선사께서는 본래로 되돌아가서 조주의 말로써 대답하시는군요.”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그대는 무엇을 조주라고 부르는 것인가?”
- 禪子ㅣ更問如何是趙州道無意오? 師ㅣ答云無ㅣ니라.
-
선자가 다시 물었다.
“무엇이 조주가 ‘무’라고 말한 뜻입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무!”
- 一日에上堂告衆云文殊大士는是恒沙菩薩之首어니因何起佛見法見하고貶向二鐵圍山間고? 是大不然하다何者오? 起本無起요滅本無滅이니幾多黃鶯兒여片片黃金甲이니라.
-
어느 날 상당하여 대중들에게 말씀해 주셨다.
“문수대사殊大士21)는 항하의 모래 수 같은 보살들의 상수上首이신데 무엇 때문에 부처의 견해와 법의 견해를 일으켜 두 철위산 사이에 떨어졌겠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은 것이다. 어째서인가? 생기生起하는 것은 본래 생기함이 없고 소멸하는 것은 본래 소멸함이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꾀꼬리여,
깃털마다 황금 갑옷이구나!”
- 卓柱杖一下云會則直下會取요擬議則差之千里니라. 會麽아? 釋迦所說法을阿難이摠結集이니라.
-
주장자를 한 번 우뚝하게 세우고 말씀하셨다.
“안다면 당장 여기서 알 것이고, 헤아린다면 어긋남이 천 리일 것이다. 알겠는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은
아난존자가 모두 결집하셨다.”
- 一日에陞座告衆曰喚作柱杖子則觸이요不喚作柱杖子則背니到此田地하야如何道得고? 或有不顧性命底漢子ㅣ出來하야奪却柱杖子하고掀倒禪床이면我向彼云喚作山河則觸이요, 不喚作山河則背ㅣ니到者裏하야如何道得고? 衆皆無語어늘退出柱杖하고便下座하다.
-
어느 날 법좌에 오르시어 대중들에게 말씀해 주셨다.
“주장자라고 부르면 걸려드는 것이고 주장자라고 부르지 않으면 등지는 것이다. 이런 처지에 놓여서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어쩌면 목숨을 돌보지 않는 녀석이 나와서 주장자를 빼앗고 선상을 뒤엎는 일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그 놈에게 ‘산하라고 부르면 걸려드는 것이고 산하라고 부르지 않으면 등지는 것이다. 다다른 곳이 여기라면 어떻게 대답하겠느냐’고 물을 것이다.”
대중들이 모두 말이 없자 주장자를 물리고는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一日上堂良久에拈柱杖告衆曰半月日에又食半月餠하니與月與餠으로相去多少오? 衆皆無答이어늘自代云今日이七月十五日이니라하고便下座하다.
-
어느 날 상당하여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잡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보름날에 또한 보름달 같은 둥근 떡을 먹고 있는데 달과 떡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대중들이 모두 대답이 없자 스스로 대신 말씀하기를,
“오늘이 7월 15일이다.”
라고 하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을사년(1905)
- 乙巳九月에創觀音殿於寶盖山하고著禪門要旨一卷이러니俄而見失하다. 一日에喫粥次에海峰이問云粥熱耶아口熱耶아? 師云粥熱이니라.
-
0001_0018_b_01L을사년 9월에 보개산寶盖山에 관음전22)을 창건하고 『선문요지禪門要旨』 한 권을 저술하였는데 금세 소실되고 말았다.
어느 날 죽을 들고 계신데 해봉海峰이 물었다.
“죽이 뜨겁습니까, 입이 뜨겁습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죽이 뜨거운데.”
- 海峰이無語어늘還別堂이러니性空禪師가難曰意謂粥熱之答이甚不合於理也ㅣ라하노라. 師ㅣ答云會麽아? 打空에鳴角角이요擊錚에不聞聲이니라.
-
해봉은 말이 없었다. 별당으로 돌아왔는데 성공性空 선사께서 힐난하여 말씀하셨다.
“죽이 뜨겁다고 한 대답은 이치에 심히 맞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네.”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알겠는가?
허공을 후려치니 꿩 울음소리가 나고
징을 때리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 上石臺하야創禪會하고乙巳冬十月에與天圓道友로論至德山托鉢話鍾未鳴鼓未擊處하야問師曰師到當時면作麽生答得他오? 師ㅣ云食時已晩에肚裏甚飢하야腸鳴이太甚호라하다.
-
석대石臺에 올라가서 참선법회(禪會)를 창설하고 그해 겨울 10월에 도반인 천원天圓과 법담을 나누다가 덕산德山의 탁발23) 화두인 ‘종도 아직 울리지 않았고 북도 아직 치지 않았다’는 내용에 이르러 천원이 선사에게 물었다.
“자네가 이런 처지에 놓인다면 어떻게 그에게 대답하겠는가?”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공양 시간이 너무 늦어 버려서 배가 매우 허기지니까 창자 소리가 너무나 심하네.”
- 一日에與天圓道友로論至先師無此語有此語하야師ㅣ云先師ㅣ有此語여千年枯木에花爛熳이요先師ㅣ無此語여雲山海月을都抛却이니라.
-
어느 날 도반인 천원과 법담을 나누다가 ‘조주 대사께서는 이런 말씀이 없으셨다, 이런 말씀이 있으셨다’24)고 하는 것에 이르러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조주 대사께서는 이런 말씀이 있으셨다고 하는 것이여,
천년 고목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것이고,
조주 대사께서는 이런 말씀이 없으셨다고 하는 것이여,
구름이 흘러가는 산과 바다 위에 뜬 달을 모두 던져 버리는 것이다.”
- 乙巳十一月에上京城하사入望月寺하야陞座良久에拈柱杖告衆曰會麽아? 柱杖子無節目하니一任商量하노라하고便下座하다.
-
을사년 11월에 경성京城에 올라가서 망월사望月寺에 가셨다.
법좌에 올라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잡고 대중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알겠는가? 주장자에는 구질구질한 마디가 없으니까 헤아리는 대로 내버려 두겠다.”
라고 하고는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除夜上堂에拈起柱杖云今日이臘月三十日이니大衆은明得甚麽오道道하라.
-
섣달 그믐날 밤에 상당하여 주장자를 집어 세우고 말씀하셨다.
“오늘은 납월 30일이다. 대중들은 무엇을 분명히 했는가? 말하라, 어서 말해 보라.”
- 良久에云矗矗奇巖은層鱗高하고密密松栢은相連靑이로다無限白雲이滿洞鎖한대洪鍾이穿雲碧空衝이로다. 卓柱杖一下하고便下座하다.
-
잠시 있다가 말씀하셨다.
“우뚝 솟은 기암은 비늘처럼 포개어져 있고
빽빽한 잣나무는 서로 이어져 푸르구나.
무한한 흰 구름은 골짜기마다 가득하고
크게 울리는 범종 소리는 푸른 하늘에 사무친다.”
주장자를 한 번 곧추세우고는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병오년(1906)
- 丙午正月十四日에尙宮林氏來어늘信託曰海印藏經板莊飾이多有脫落하니幸望檀越에誠力하노라. 得內幣金六千圓하야丙午春三月에到海印寺하다.
-
병오년 정월 14일에 상궁 임씨가 찾아왔는데 믿고 부탁하면서 말씀하셨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경판 모서리 장식이 대부분 떨어지거나 빠졌습니다. 단월의 정성과 힘을 바랍니다.”
조선의 화폐 6천 원을 시주 받았다.
병오년 봄 3월에 해인사에 가셨다.
- 一日에陞座告衆曰諸大德아. 放捨世緣하고弊衣破衲으로飄泊於天涯地角하니爲甚麽事오? 以柱杖으로擊香臺云若也學佛인댄者箇便是니라.
-
어느 날 법좌에 올라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대덕들이여, 세상의 인연을 모두 놓아 버리고 해진 옷이나 누더기를 걸치고서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떠돌아다니는데, 무슨 일을 위해서인가?”
주장자로 향로 받침대를 치면서 말씀하셨다.
“만일 부처를 배우는 것이라면 이것이 바로 부처이다.”
- 又以柱杖으로打茶器云若也學法인댄者箇便是니라. 拈起柱杖云若也學僧인댄者箇便是라하고擲下柱杖而便下座하다.
-
다시 주장자로 다기를 치면서 말씀하셨다.
“만일 불법을 배우는 것이라면 이것이 바로 불법이다.”
주장자를 집어 세우고는 말씀하셨다.
“만일 승僧을 배우는 것이라면 이것이 바로 승僧이다.”
주장자를 던져 버리고 곧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一日에陞座告衆曰古云若一向擧揚宗乘인댄法堂裏에草深一丈이라하니是故로按下雲頭하야指示箇入路하노라.
-
어느 날 법좌에 올라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고덕古德께서, ‘만약 한결같이 종승宗乘25)만을 높이 들어 올린다면 법당 안에 풀이 한 길이나 더 자랄 것이라’고 말씀하였다. 그래서 미혹의 구름은 눌러 두고 저 들어갈 길을 지시해 주겠다.”
- 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只從這裏入이어다. 會麽아會得인달有甚長處리요. 縱你能所俱忘이라도 塚上에生芝草요又會得南泉道底라도擬心에已在鐵圍城이니라.
-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며 말씀하셨다.
“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알겠는가? 안다고 한들 무슨 장점이 있겠는가. 설사 그대들이 능소能所26)를 함께 잊는다고 하더라도 무덤에는 풀이 자랄 것이고, 또 남전南泉의 말을 알았다고 할지라도 헤아리는 마음은 이미 철위성鐵圍城에 있을 것이다.”
- 喚侍者云看看하라. 我眉毛가落地去也로다하고便下座하다.
-
시자를 불러,
“자세히 살펴보아라, 내 눈썹이 땅에 떨어졌구나.”
라고 하고는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上白蓮庵하야夏安居할새一日에陞座告衆曰今日大衆이喫飯了하고又喫茶하니與趙州茶로是同是別가道道하라. 衆皆無答이어늘喚侍者云點茶來하야各與一盞茶하라.
-
백련암에 올라가 하안거를 보내다가 어느 날 법좌에 올라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대중들이 밥을 먹고 나서 또 차를 마시던데, 조주趙州의 차와 같았는가? 달랐는가? 일러보라, 어서 일러 보라.”
대중들이 모두 대답이 없자 시자를 불러서 말씀하셨다.
“차를 끓여서 각각 한 잔씩 주어라.”
- 打床一下云趙州來也로다하고便下座하다.
-
법상을 한 번 치며,
“조주가 왔느니라.”
라고 하고는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一日에陞座良久에以柱杖으로三度振下云會麽아? 後是主山이恁麽高하고前是案山이恁麽低로다. 莫輕說莫輕說하라. 雲門乾屎橛이요山僧瞎驢糞이니라.
-
어느 날 법좌에 올라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세 번 내려치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뒤에는 주산主山이 이처럼 높고 앞에는 안산案山이 이같이 낮구나! 함부로 말하지 말라. 함부로 말하지 말라. 운문의 ‘마른 똥막대기’27)이고, 산승의 ‘눈먼 당나귀의 똥’이다.”
- 一日에陞座告衆云山僧이從來로不會禪이라 冬至寒食一百五로다. 九光樓下에淸水流하고 伽倻山上에白雲飛로다. 夜來下雨至於今하니 應知農家에喜又忙이로다.
-
0001_0019_b_01L어느 날 법좌에 올라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산승이 이제까지 선禪을 알지 못했네.
동지에서 한식은 백오 일이로다.
구광루九光樓 아래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가야산 정상에는 흰 구름이 나는구나.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비가 내리니
농가가 기쁘면서 바쁜 줄을 알겠구나.”
- 打床一下云大德아欠小箇什麽오無事하니珍重하라.
-
법상을 한 번 치며 말씀하셨다.
“대덕들이여, 모자람이 있는가? 별일 없이 잘 가시오.”28)
- 丙午九月에往茂朱郡德裕山護國寺하야開禪會하고
- 병오년 9월에 무주군 덕유산 호국사護國寺에 가서 참선법회(禪會)를 개설하셨다.
8. 정미년(1907)
- 丁未三月에於舊基에新創禪院하고額法泉庵이라하다.
- 정미년 3월에는 덕유산 옛 절터에 선원을 새로 창건하고 법천암法泉庵이라는 편액扁을 거셨다.
- 丁未九月에到淸國北京하야遊覽諸大寺刹하고掛單於衆芳橋觀音寺하니一僧이問曰如何是安身立命處오? 師云觀音院裏에好米飯이니라.
-
정미년 9월에 청나라 북경에 도착해서 여러 대사찰을 유람하고 중방교衆芳橋 관음사에 머무르셨다.
어떤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안신입명安身立命하는 것입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관음원은 쌀밥이 좋더군요.”
- 僧이云吾不問飯하니如何是安身立命處오? 師云又有好菜니라.
-
승려가 말했다.
“나는 밥에 대해 묻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안신입명하는 것입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게다가 반찬도 좋더군요.”
- 有一僧이自鴻蘆而來하야問如何是諸佛住處오? 師云你是何方人고?
-
어떤 승려가 홍로鴻蘆에서 와서 물었다.
“무엇이 제불께서 머무는 곳입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당신은 어느 지방 사람입니까?”
- 曰南方人이니라. 師ㅣ云吾曾聞南方好山水하니是否아?
-
“남방 사람입니다.”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남방이 산수가 훌륭하다고 예전부터 들었는데 그렇습니까?”
- 僧이云是니라. 師ㅣ云好地方이로다.
-
승려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좋은 곳입니다.”
- 僧이問如何是安身立命處오? 師ㅣ云丹鳳이棲碧梧니라.
-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안신입명하는 것입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붉은 봉황새가 벽오동에 앉습니다.”
- 一日에有僧이從盛京省長安寺來어늘師ㅣ云你從長安來하니應知長安事로다. 敢問大禪德하노니長安路頭在甚麽處오? 僧이無答하다.
-
어느 날 어떤 승려가 성경성盛京省 장안사長安寺에서 왔다.
선사께서 물으셨다.
“당신은 장안에서 왔으니 장안의 일을 잘 아실 것입니다. 감히 대선덕大禪德께 묻겠습니다. 장안의 길은 어디에 있습니까?”
승려는 대답이 없었다.
- 有一僧이自寶陀山來어늘師云寶陀山이在甚麽地方고? 僧이云在南海中이니라.
-
어떤 승려가 보타산寶陀山에서 왔다.
선사께서 물으셨다.
“보타산은 어느 지방에 있습니까?”
승려가 대답하였다.
“남쪽 바다에 있습니다.”
- 師云寶陀山景이如何오? 僧이云只是海光이接天이니라.
-
선사께서 물으셨다.
“보타산의 경치는 어떻습니까?”
승려가 대답하였다.
“오직 바다의 푸른빛이 하늘에 닿아 있을 뿐입니다.”
- 師云觀音菩薩이在其中이라하니是否아? 僧이云是니라.
-
선사께서 물으셨다.
“관음보살이 그 안에 계신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
승려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 師云靈感이自在라하니是否아? 僧이云是니라.
-
선사께서 물으셨다.
“영험한 감응이 자재하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
승려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 師云請示樣子하노라. 僧이無答이어늘師云不識玄旨하면徒勞念靜이로다.
-
선사께서 물으셨다.
“관음보살의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승려가 대답이 없자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현묘한 뜻을 알지 못하면 한낱 생각만 고요하려고 애를 씁니다.”
- 有一僧이自蘇州而至어늘師ㅣ問南方佛法이如何오? 僧이云常憶江南三月裏, 鷓鵠啼處百花香.
-
0001_0020_a_01L어떤 승려가 소주蘇州에서 왔다.
선사께서 물으셨다.
“남방의 불법은 어떠합니까?”
승려가 대답하였다.
“강남의 3월을 항상 생각하면
자고새가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롭다.”
- 僧이返問東國佛法이如何오? 師云佛法이大有ㅣ나只是牙痛이니라.
-
승려가 반문하였다.
“동국 조선의 불법은 어떠합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불법이 매우 왕성하여 오직 이가 아플 뿐입니다.”
- 僧이云牙痛가心痛가? 師喝한대僧이云好好相問하노라. 師ㅣ以坐具로便打하다.
-
승려가 물었다.
“이가 아픕니까, 마음이 아픕니까?”
선사께서 ‘할喝!’을 하자 승려가 말하였다.
“더할 나위 없이 서로 물었습니다.”
선사께서 좌복으로 곧바로 후려치셨다.
9. 무신년(1908)
- 戊申春二月에至通州華嚴寺하니有一僧이問師曰你那常住寺之謂也受戒乎아? 師云本國通度寺金剛戒壇에서受戒니라.
-
무신년 봄 2월에 통주通州 화엄사로 가셨다.
어떤 승려가 물었다.
“당신은 어느 상주常住절을 의미한다.에서 수계하였습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우리나라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수계하였습니다.”
- 僧이云吾國淨戒가何時에入汝國乎아? 我聞之호니朝鮮僧侶가但受沙彌戒爲僧하고未聞受大戒者호라.
-
승려가 물었다.
“우리나라의 정계淨戒가 언제 당신 나라에 전해졌습니까? 내가 듣기에는 조선의 승려들은 다만 사미계를 받아서 승려가 되었을 뿐이고 대계大戒29)를 받았다는 말은 아직까지 들은 적이 없습니다.”
- 師ㅣ呵呵大笑云空中日月이汝國之日月乎아? 夫佛法者는天下之公道也라以天下之公道로何局於中土乎아? 國是大國이나人是小人也ㅣ로다. 然이나中則無定이니汝國을南看則在北하고北看則在南이라. 東西도亦然하니中憑何立이리요? 若輕人則有無量無邊罪하리라. 會麽아.
-
선사께서 ‘하하하!’ 하고 크게 웃고는 말씀하셨다.
“허공의 해와 달이 당신 나라의 해와 달인가? 대체로 불법이란 천하의 공도公道이다. 천하의 공도를 어찌하여 중토中土(중국)에만 국한하는가? 국가는 대국이지만 사람은 소인이로구나. 설령 그렇다 해도 중토의 중中은 고정된 것이 아니니, 당신 나라를 남쪽에서 보면 북쪽에 있고 북쪽에서 보면 남쪽에 있지 않느냐. 동쪽과 서쪽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중中이 무엇을 근거하여 성립될 수 있겠느냐. 만일 사람을 업신여긴다면 한량없고 끝이 없는 죄가 있을 것이다. 알겠는가?
- 日照扶桑國 江南海岳紅 莫問同與別 靈光今古通이라.
-
해가 부상국扶桑國30)을 비추니
강남의 바다와 산이 붉어지네!
같음과 다름을 묻지 마소.
영묘한 빛은 고금에 통한다네.
- 我國戒法이師師相傳호대百餘年前에金潭大隱兩長老가於東國第一禪院에誓祈七日하시니有一道祥光이注大隱頂上故로設大小戒壇하니如中國之古心律師之例ㅣ也니라.
- 우리나라의 계법은 스님들께서 서로 전하셨다. 백여 년 전에 금담金潭 장로와 대은大隱 장로 두 분이 동국제일선원에서 서원을 세우고 7일간 기도를 하셨는데 한 줄기 상서로운 광명이 대은 장로의 정수리에 쏟아지는 감응이 있었다. 그래서 대계와 소계의 계단을 개설하신 것이니 중국의 고심古心 율사의 경우와 같다.”
- 戊申春二月晦日에還歸京城한대有一信士ㅣ問曰塵境이俱寂時如何닛고?
-
무신년 봄 2월 그믐날에 경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떤 거사가 물었다.
“진경塵境이 모두 적멸할 때는 어떠합니까?”
- 師ㅣ云塵境이雖俱寂이나煩惱暗相起ㅣ니라. 慾念及煩惱가 種種致心障이로다. 藏識久習種이여 根入深堅固로다. 若不轉離却이면 終身不見道하리라.
-
0001_0020_b_01L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진경이 모두 적멸해도
번뇌가 암암리 서로 일어난다.
욕심과 번뇌가
갖가지 마음의 장애를 초래한다.
장식31)의 오래 훈습된 종자여
근입根入이 너무나 견고하구나!
만약 변화시켜 여의지 못하면
종신토록 도를 보지 못하리라.”
- 以柱杖으로作打勢云墮也破墮也破커라. 又云是墮澄湛中이니恐雜毒이入心일가하노라. 古云棒打石人頭하야嚗嚗論實事ㅣ로다. 今人이不薦棒頭旨하고以知痛癢者로爲心하나니悲夫哉저.
-
주장자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말씀하셨다.
“떨어지면 또한 깨부수고, 떨어지면 또한 깨부수어라.”
거듭하여 말씀하셨다.
“맑고 고요함 속에 떨어진 것이라서 잡스러운 독이 마음에 들어갈까 염려스럽구나! 고덕께서 ‘몽둥이로 석인石人의 머리를 때리고 역정을 내시면서 실제로 있는 일을 문제 삼아야 한다’32)고 말씀하셨는데, 요즘 사람들은 몽둥이의 본뜻은 알지 못하고 아픔만을 아는 놈이 마음이라고 하니 슬프구나!”
- 又云如黑漆桶이處於黑夜하야初無二色이요卽無二見이로다. 旣無二見인댄一切를摠不分揀하리니當以金剛之棍棒으로打破漆桶하야生光케하야사始得다.
-
재차 말씀하셨다.
“마치 새까만 칠통이 깜깜한 밤에 놓인 것처럼 본디 두 가지 색이 없으니, 곧 두 가지 견해가 없다네. 이미 두 가지 견해가 없기 때문에 일체를 모두 분간하지 않을 것이다. 금강 같은 곤봉으로 칠통을 때려 부수어 빛을 발하게 하여야 옳다.”
- 又云得善用心的이나得正悟難이오得正悟難이나打脫見地難이오得打脫見地難이나不走作難이니라.
-
다시 말씀하셨다.
“마음을 잘 쓰는 것을 얻었더라도 바른 깨달음을 얻기는 어렵고, 바른 깨달음을 얻었더라도 견지見地를 벗어나기 어렵고, 견지를 벗어났더라도 본래의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어렵다.”33)
- 又云或有發明而息業養神者하며或有入手而未得親證者하며或有發憤而求妙悟者하며或稍有省發而硏窮古人公案者하며或有厭煩而求靜者하나니此是日用中點檢之事也ㅣ니라.
-
또다시 말씀하셨다.
“혹은 깨달아 밝혀서 업을 쉬고 정신을 함양하는 경우가 있고, 혹은 손에 거머쥐기는 했지만 몸소 증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혹은 분발하여 미묘한 깨달음을 구하는 경우가 있고, 혹은 조금 분별을 내어 고인의 공안을 궁리하는 경우가 있으며, 혹은 번거로움을 싫어해서 고요함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평소에 점검해야 할 일이다.”
- 有人이以持呪로自矜이어늘師ㅣ云呪者는元是衆生諸佛의金剛心印之本心本性也ㅣ라. 無我無所하며無相無性하며無佛無衆生하나니故로趙州云佛之一字를吾不喜聞이라하시니라.
-
어떤 사람이 다라니 지송을 한다고 자기 스스로 자랑하였다.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다라니란 원래 중생과 제불의 금강 같은 심인心印으로 본심이며 본성이다. 아我도 없고 아소我所도 없으며,34) 성性도 없고 상相도 없으며,35)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다. 그래서 조주 대사께서는, ‘부처’라는 한 단어마저 듣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10. 기유년(1909)
- 己酉春三月에往海印寺願堂하야創彌陀會한대
- 기유년 봄 3월에 해인사 원당암願堂庵에 가셔서 미타회를 창설하셨다.
- 一日에禪院大衆이請法於師어늘師陞堂告衆云昔에趙州謂諸人曰老僧이昨到鴻山하니有僧이問鴻山호대如何是祖師西來意닛고? 山이云與我過床子來하여라하니若是本分宗師댄須以本分事로接人하야사始得다하시니時에有僧이問趙州호대如何是祖師西來意닛고? 州云庭前栢樹子라하엿시니大衆은作麽生會趙州意오? 卽此栢樹子會耶아? 離此栢樹子會耶아? 若道卽此栢樹子會댄不合覺鐵嘴云先師는無此語니莫謗先師好라하며若道離此栢樹子會댄不合法演和尙云頻呼少玉無他事라只要郞君認得聲으로至庭前栢樹子하니大衆은作麽生會오道道하라.
-
0001_0021_a_01L어느 날 선원대중들이 선사께 법을 청하므로 선사께서 법좌에 올라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에 조주 대사께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노승이 어제 위산山에 갔었는데, 어떤 승려가 위산에게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냐고 물으니 위산이 자기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였는데, 만일 본분종사本分宗師라면 본분사로 사람을 제접하여야 옳다.’
그때 어떤 승려가 조주 대사에게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냐고 물으니까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36)라고 대답하셨다.
대중들은 조주 대사의 뜻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이 잣나무에 다가가서 이해하는가? 이 잣나무를 떠나서 이해하는가? 만약 이 잣나무에 다가가서 이해한다고 말하면 철취鐵嘴37)인 혜각慧覺이 ‘입적하신 우리 스승께서는 이 말씀이 없으셨으니 우리 스승의 훌륭하심을 비방하지 말라’고 말한 것에 부합하지 못하고, 만약 이 잣나무를 떠나서 이해한다고 말하면 법연法緣 화상이, ‘소옥少玉38)이를 자꾸 부르지만 다른 일이 아니고 오직 낭군이 소리를 알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말한 것에 부합하지 못한다. ‘뜰 앞의 잣나무’에 대해서 대중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일러 보라, 어서 일러 보라.
- 又此離卽外에別有道理可得麽아? 欲識不招無間業인댄 莫謗如來正法輪이어다. 良久에拈起柱杖云會麽아? 者柱杖子는不從這裏來니라. 若不從這裏來면又從甚麽處來오? 庭前栢樹子니라.
-
또한 이 떠나감과 다가감 외에 별도로 있는 도리를 얻을 수 있는가?
무간지옥의 업을 초래하지 않는 것을 알고자 하면
여래의 바른 법륜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집어 세우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이 주장자는 이 속에서 오지 않는다. 만약 이 속에서 오지 않는다면 다시 어디에서 왔는가? ‘뜰 앞의 잣나무’이니라.”
- 又上堂良久에拈柱杖告衆曰南泉斬猫意旨作麽오速道하라. 雖然如是나還有爲南泉出氣者麽아? 以柱杖으로作打出勢하고喝一喝하다.
-
또39) 상당하여 조금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들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남전南泉이 고양이 목을 친 뜻이 어떠한가? 어서 일러 보라.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남전이 화풀이를 한 것이 있지는 않은가?”
주장자로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할喝!”
을 하셨다.
- 又上堂告衆云昔에南泉, 歸宗, 麻谷, 三人이同去禮拜忠國師할새於地上에畫一圓相云道得則去하리라하니大衆은作麽生會오? 卽道得道不得이라도但不會南泉意오? 道得道不得外에別有一句可商量麽아. 又却不是也니라. 歸宗은坐圓相하니歸宗意는作麽生會며麻谷은作女人拜하니麻谷意는又作麽生고?
-
또 상당하시어 대중들에게 말씀해 주셨다.
“옛날에 남전南泉, 귀종歸宗, 마곡麻谷 세 사람이 혜충 국사慧忠國師께 예배를 드리러 함께 가다가 땅바닥에 일원상一圓相을 그리고는 말하기를,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겠다’고 하셨다.
대중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말을 하든 말을 하지 않든 간에 남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말을 하든 말을 하지 않든 간에 이외에 별도로 있는 일구一句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맞지 않는다. 귀종은 동그라미에 앉았는데 귀종의 뜻은 어떻게 이해할 것이고, 마곡은 여인처럼 절을 하였는데 마곡의 뜻은 또한 어떠한가?”
- 良久에云明添千日暗添漆이라. 古洞深雲이凍不開로다.
-
0001_0021_b_01L잠시 있다가 말씀하셨다.
“밝음을 천 개의 태양에 첨가하고
어둠을 칠통에 더하는 것이다.
오래된 골짜기의 짙은 구름은
얼어서 개이지 않는다.”
- 打柱杖一下云松栢靑桃李紅이요. 杜鵑啼月上東이로다.
-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말씀하셨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푸르고
복숭아꽃과 자두꽃은 붉다.
두견새가 우니
달이 동녘에서 떠오르는구나!”
- 師又云昔에雲盖寺化僧이以化緣次로下山이러니有官人이問曰從何而來오? 僧이云從雲盖寺來니다. 官人이曰有甚麽事耶아? 僧云欲盖瓦하노라. 官人이曰旣是雲盖댄又盖瓦作麽오? 僧이無答하니官人이不施하다. 今問大衆하노니如何答得他오?
-
선사께서 재차 말씀하셨다.
“옛날에 운개사雲盖寺 화주승化主僧이 화주 인연을 받기 위하여 산을 내려갔다. 어떤 관리가 어디에서 오셨냐고 물으니, 화주승이 운개사에서 왔다고 대답하였다. 관리가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으니, 화주승이 기와를 얹으려 한다고 대답하였다. 관리가 이미 구름으로 기와를 얹었는데 다시 기와를 얹는 것은 어째서냐고 물었다. 화주승이 대답하지 못하자 관리가 시주하지 않았다. 지금 대중들에게 묻겠다. 무엇이라고 그에게 대답해야 하겠는가?”
- 衆皆無答이어늘師云官人은白雲으로爲盖하고流川으로作琴하야自有檢人之手段이어니와化僧은果然虛頭漢이로다. 大衆은試道看하라.
-
대중들이 모두 대답이 없자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관리는 흰 구름으로 기와를 얹고, 흐르는 냇물로 거문고를 연주하니, 자신에게 사람들을 점검하는 수단이 있었지만 화주승은 과연 거짓말쟁이구나. 대중들은 시험 삼아 일러 보라.”
- 良久에高聲叫云要一箇人也難得이로다. 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잠시 가만히 있다가 큰소리로 고함치셨다.
“한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구나!”
법상을 한 번 치고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受性周尼請하야參證壇於藥水庵이러니一日陞座良久에以柱杖으로三度振下云今日大衆이同會道場하야畵就佛像하니作麽生畵得고速道하라. 須彌로爲筆하고虛空으로爲紙하고大地로爲墨하야能畵得他否아? 獐毛爲筆하고楮皮로爲紙하고硯滴으로爲水하고烟炭으로爲墨하고將膠綵하야能畵得他否아? 縱得三十一相이나梵音一相을作麽生畵得고?
-
성주性周 비구니의 청을 받아 약수암藥水庵에 증명으로 참석하셨다. 그날 법좌에 올라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세 번 내려치고 말씀하셨다.
“오늘 대중들이 도량에 함께 모여 불화를 그렸는데 어떻게 그렸는가? 어서 일러 보라. 수미산으로 붓을 만들고 허공으로 종이를 만들며 대지로 먹을 만들어서 저 불화를 그릴 수 있었는가? 노루의 털로 붓을 만들고 닥나무껍질로 종이를 만들며 연적으로 물을, 그을음으로 먹을 만들어 아교와 채색으로 저 불화를 그릴 수 있었는가? 설령 그대들이 31상은 그렸다 해도 범음梵音 1상을 어떻게 그리겠는가.”
- 良久에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南山白額千尋尾오 東海赤梢三尺嘴로다. 夜半相逢笑一場하니 大家唱歌囉囉哩로다. 玉獜이撞折兎兩角하니 木馬脚有四蛇足이로다. 騫然哮吼震乾坤하니 驚得石牛頭頸縮이로다.
-
잠시 있다가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고 말씀하셨다.
“남산의 흰 호랑이는 꼬리가 천 길이고
동해의 붉은 문어는 부리가 석 자구나!
한밤중에 서로 만나 한바탕 웃으니
여러 사람들이 랄랄라 노래 부르네!
옥린玉獜이 토끼의 두 뿔을 부러뜨리고
목마木馬의 다리에는 네 개의 사족蛇足이 있네!
비상하듯이 포효하여 천지를 진동시키니
석우石牛가 놀라서 목이 움츠러드는구나!”
- 南泉이問佛佛不相見이라하니旣是不相見인댄何名佛佛이며旣言佛佛인댄何道不相見고? 師ㅣ便下一喝하다. 南泉이又云莫如此指示하고以言說로分明解說看하라.
-
0001_0022_a_01L남전南泉40)이 물었다.
“부처와 부처가 서로 만나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미 서로 만나지 못했다면 왜 부처와 부처라고 부르며, 이미 부처와 부처라고 부른다면 왜 서로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오?”
선사께서 곧바로 ‘할!’을 한 번 하였다. 남전이 재차 물었다.
“그와 같이 지시해 주지 말고 언설로 분명하게 해설하여 주시오.”
- 師ㅣ云古云口似鼻孔이好라하며又云在鼻尖上이라하니早已說了說盡也ㅣ어니와公은向甚麽處하야下口오? 師ㅣ又云旣是不相見인댄誰知此事며誰道此說고? 又如此說話는又從甚麽處來오? 試道看하라.
-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고덕께서 입은 콧구멍과 비슷한 것이 좋다고 하고 또 입이 코끝에 있다고 하셨으니, 진작부터 해설해 버려서 해설이 다했는데 스님은 어디를 향해서 말을 하시는가?”
선사께서 거듭 말씀하셨다.
“이미 서로 보지 못했다면 누가 이 일을 알 것이며 누가 이 설명을 하였겠소? 이와 같은 이야기는 또한 어디에서 나왔겠소? 시험 삼아 일러 보시오.”
- 南泉이以手로指坐具云這箇便是니라. 師ㅣ以手로移却坐具云正當恁麽時하야作麽生道오? 南泉이云一物不漏하니我無答話分하노라.
-
남전이 손으로 좌복을 가리키며 말하셨다.
“이것이 바로 그것이오.”
선사께서 손으로 좌복을 밀쳐 버리고 말씀하셨다.
“이런 경우에 처해서는 어떻게 말하겠소?”
남전이 대답하였다.
“한 물건도 빠뜨리지 않았으니 나는 대답할 말이 조금도 없소이다.”
- 晦玄이問昔에道場和尙이十年을坐道場호대伽藍神이不見이라하니爲什麽不見고? 師云余近日非但事煩이라我又不是善知識故로不會하노라.
-
회현晦玄이 물었다.
“옛날에 도량道場 화상이 십 년 동안 도량에 앉아 있었는데도 가람신이 도량 화상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보지 못한 것입니까?”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요즘 용무가 번잡할 뿐만 아니라 나는 선지식이 아니라서 모르겠네.”
- 晦玄이云莫謙讓하야사好타. 師ㅣ呵呵大笑하다.
-
회현이 말하였다.
“겸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사께서 크게 웃으셨다.
“하! 하! 하!”
- 晦玄이云滿天星散時에如何오? 師ㅣ云莫禪床放尿하야사始得다.
-
회현이 물었다.
“하늘에 가득 찬 별들이 사라질 때 어떻게 합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선상에다 오줌을 갈기지 않아야 한다.”
- 孤輪獨照時에如何오? 師ㅣ云誰道言明이리요. 道了코將柱杖하야打地三下하다.
-
“달이 홀로 비출 때에 어떻게 합니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누가 밝다는 말을 하겠는가.”
말을 마치시고 주장자로 땅을 세 번 내려치셨다.
- 晦玄이問法眼이云若見諸相非相이면卽不見如來라하니此意作麽生고? 師ㅣ云鉅解秤鎚ㅣ니라. 晦玄이問鉅解秤鎚意作麽오師ㅣ便歸祖室하다.
-
회현이 물었다.
“법안法眼 대사께서 ‘만약 모든 상相을 상相이 아니라고 보면 여래를 보지 못한다’41)고 말씀하셨는데 이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저울추를 크게 풀어 헤친 것이다.”
회현이 물었다.
“저울추를 크게 풀어 헤친다는 뜻은 무엇입니까?”
선사께서 곧바로 조실방祖室房으로 돌아가셨다.
- 南泉이問到水窮山盡處하야作麽오? 師云退步退步하라.
-
남전이 물었다.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한 곳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해야 하오?”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뒤로 물러나시오, 뒤로 물러나시오.”
- 又問退步意旨作麽오? 師ㅣ云 四五百條花柳巷이요 二三千處管絃樓ㅣ니라.
-
0001_0022_b_01L재차 물었다.
“뒤로 물러선다는 뜻은 무엇이오?”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사오백 개의 길이 화류花柳의 거리이고
이삼천 개의 처소가 관현管絃의 기루妓樓이다.”
- 南泉이又問昔에有一婆子供僧이러니一日에令一女子로往檢抱腰云當恁麽時하야如何오? 庵主云古木이倚寒巖하니三冬에無暖氣ㅣ니라. 婆子ㅣ不肯云十年을養一箇俗漢이라하고便逐之하니子到當時면如何答得他오? 師云但撫背三下니라.
-
남전이 또 물었다.
“옛날에 어떤 노파가 승려를 봉양하다가 하루는 한 여자에게 가서 점검하게 했는데, 허리를 껴안으면서 이럴 때에는 어떠하냐고 묻게 하였다. 암주는 고목이 차디찬 바위에 기대니 겨울 석 달 내내 온기가 없다고 말했다. 노파가 수긍하지 않으면서 ‘십 년 동안 일개 저속한 놈을 공양했다’고 하며 당장 승려를 쫓아냈다. 스님이 이런 경우에 처한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소?”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거리낌 없이 등을 세 번 어루만져 주겠소.”
- 又云石筍이穿開古路苔니라.
-
재차 말씀하셨다.
“석순石筍이 이끼 낀 옛길을 뚫어 통하게 하는 것이오.”
- 入大寂光殿하야陞座良久에告衆曰山僧이不啻根鈍知淺이라近日에事煩하야佛法에頓無情況이어니敎我說什麽法고? 我ㅣ有眼如盲하며有耳如聾하며有鼻如塞하며有口如啞하며有身如古木하며有意如寒灰하니敎我說什麽法고? 設余眼不盲耳不聾鼻不塞口不啞身不古木意不寒灰인달敎我說什麽法고? 道道하라.
-
대적광전에 가서 법좌에 올라 잠시 가만히 있다가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산승이 근기가 아둔하고 지식이 천박할 뿐만 아니라 근래에 용무가 번잡하다 보니 경황이 없는데 갑자기 나에게 무슨 법을 설해 달라고 하는가?
나는 눈은 있으나 보지 못하고, 귀는 있으나 듣지 못하고, 코는 있으나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입은 있으나 말하지 못하고, 몸은 있으나 고목과 같고, 의식은 있으나 식은 재와 같은데 나에게 무슨 법을 설해 달라고 하는가?
설사 내가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리고, 코는 냄새 맡고, 입은 소리를 내고, 몸은 고목이 아니고, 의식은 식은 재와 같지 않다고 한들 나에게 무슨 법을 설해 달라고 하는가? 일러 보라, 어서 일러 보라.
- 余抑不得已하야說少許法하야通箇消息하리라. 楞嚴經에云호대決擇眞妄하야以爲密因이라하시니諸人은作麽生會오? 學道人이若馳求心과知見情量心이不歇하면是爲邪見이요不名修學也니라.
- 내가 단지 그만둘 수가 없어서 조금 법을 설하여 이 소식消息을 알려 주겠다. 『능엄경』에서 진심과 망심을 결택하여 밀인密因42)을 삼으라고 하셨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도를 배우는 수행자가 만약 치달아 구하려는 마음과 분별하는 마음으로 헤아리는 마음을 쉬지 않으면 삿된 견해가 되어 수행자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다.
- 昔에世尊이在靈山會上坐獅子座하사百萬億大衆이圍繞러니世尊이忽無去處어늘人天百萬億菩薩衆海ㅣ各以天眼으로觀察十方호대罔知世尊去處러라. 彌勒이觀察四衆하며亦自決疑하야問文殊한대文殊ㅣ引古決疑하시니此事는非天眼으로所可知也ㅣ니라.
- 옛날에 세존께서 영산회상의 사자좌에 앉으시니 백만억 대중들이 둘러쌌다. 세존께서 홀연히 가신 곳 없이 사라지시니까, 인간과 천상의 백만억 보살 대중들이 각각 천안天眼으로 시방세계를 살펴보았으나 세존께서 계신 곳을 알지 못했다. 미륵보살이 사부대중을 살펴보며 스스로 의혹을 해결하고 문수보살에게 물었는데 문수보살이 고사古事를 인용하여 의혹을 해결하셨으니, 이 일은 천안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擧如此等話四五則然後에拈起柱杖하고良久에云人人箇箇壁立千仞이라到這裏하야討箇甚麽오? 士人은讀詩書學禮義하고農人은日出而作하고日入而息하며鑿井而飮하고耕田而食하며工人은出自家兩隻手하야巧作千般奇物하고商人은行商也行商하고坐商也坐商하나니敎我說什麽法고會麽아? 不塗紅粉也風流니라.
-
0001_0023_a_01L이와 같은 등등의 설화 네다섯 가지를 말씀해 주신 연후에 주장자를 집어 세우고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말씀하셨다.
“사람들마다 각각 천 길 낭떠러지에 서 있다. 여기에 이르러 무엇을 검토하겠는가. 선비는 시서詩書를 읽고 예의를 배우며, 농부는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면서 우물을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서 먹으며, 기술자는 자신의 양손을 움직여서 천 가지 기이한 물건을 솜씨 있게 만들어 내며, 상인 가운데 행상行商은 길을 다니며 장사하고 좌상坐商은 가게에 앉아서 장사하는데, 나에게 무슨 법을 설해 달라고 하는가. 알겠는가?
연지와 분을 바르지 않아도 아름답다.
- 然이나從上諸聖이困五道歷四生이爲此事也ㅣ시며畢竟悟得底도亦悟此事也ㅣ며今日大衆이同會道場도亦爲此事也ㅣ니라. 會麽아? 添脂着粉也無妨이니라.
-
그러나 위로부터 모든 성인들께서 오도五道43)에서 고생하고 사생四生44)을 겪은 것이 이 일 때문이고, 필경에 깨달은 것도 이 일을 깨달은 것이며, 오늘 대중들이 도량에 함께 모인 것도 이 일을 위해서이다. 알겠는가?
연지를 바르고 분을 발라도 무방하다.
- 良久에擧起柱杖하야拈放背後云會麽아?
-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장자를 들어 세우고 나서 등 뒤에 놓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
良久에 云
伽山巍巍兮, 白雲片片. 麥穗重重兮, 鶯歌滑滑. 綠樹風淸兮, 芳草烟生.
-
잠시 있다가 게송을 읊으셨다.
“높게 솟은 가야산이여,
흰 구름이 조각조각 떠 있네!
넘실대는 보리 이삭이여,
꾀꼬리 노랫소리 꾀꼴꾀꼴!
푸른 나무 맑은 바람이여,
방초 향기 연기처럼 피어나네!”
-
良久에吟古頌云
鐵牛對對黃金角, 木馬雙雙白玉蹄. 爲愛雪山香草細, 夜深乘月過前溪.
玉獜帶日離霄漢, 金鳳含花下彩樓. 野老不嫌公子醉, 相將携手御街遊.
-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덕의 게송을 읊으셨다.
“한 쌍의 황금 뿔을 가진 철우鐵牛와
두 쌍의 백옥 발굽을 가진 목마木馬가
설산의 여린 향초를 사랑하여
깊은 밤에 달을 타고 앞개울을 건너는구나!
옥린玉獜은 해를 머금고 하늘을 떠났고
금봉황은 꽃을 물어다가 경축 누각에 떨어뜨리네!
촌로村老는 공자公子가 술에 취해도 싫어하지 않고
재상과 장군은 손을 맞잡고 대궐 길을 거니네!”45)
제3장 제종諸宗의 연원(諸宗淵源章)
제1절 불조佛祖의 상전相傳에 대한 통론(通論佛祖相傳)〔호은 화상虎隱和尙의 질문(虎隱和尙問)〕
- 詳夫此道는本無傳受無傳受언만威音이出世에惑亂人이不少로다然이나傳而無傳이요無傳而傳이라道火에不曾燒却口니라.
- 0001_0023_b_01L자세하게 설명하면 일반적으로 이 도는 본디 전해 주거나 전해 받는 것이 없다. 전해 주고 전해 받는 것이 없건만은 위음왕불威音王佛46)이 세상에 출현하여 사람들을 현혹하고 소란하게 한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전수傳受하되 전수함이 없고, 전수함이 없되 전수되는 것이다. 불을 말하더라도 그 불이 입을 태워 버린 적은 없었다.47)
- 古云威音王以前에卽得이어니와威音王以後에無師自悟난盡是天然外道라하시니由此觀之컨대威音은乃多劫之前祖요諸佛은劫劫相傳之派也ㅣ며又釋迦는禪敎之源也ㅣ오諸祖는禪敎之派也ㅣ니라.
-
고덕께서 말씀하셨다.
“위음왕불 이전에는 괜찮았지만 위음왕불 이후에는 스승이 없이 스스로 깨달은 자는 모두 이치상 당연히 외도이다.”
이것에 의해 살펴볼 것 같으면, 위음왕불은 다겁多劫 이전의 조불祖佛이고, 제불은 겁마다 서로 전수한 유파流派이다. 아울러 석가모니는 선과 교의 근원이고 모든 조사는 선과 교의 유파이다.
- 佛祖出世에化度無方하시니就此化跡하야有多種權變하니何者오臘月八夜에見明星悟道하시고自知此道가未至臻極하사遊行數十日에見眞歸祖師하시고始悟祖宗云者是也ㅣ니라. 旣曰塵墨劫前에早成正覺인댄不合今日之新成이니一人이傳虛에萬人이傳實이니라.
- 부처와 조사가 세상에 출현하여 교화하고 제도하는 데에는 일정한 방법이 없다. 이 교화의 발자취에 나아가면 여러 가지 방편이 있는데 어째서인가? ‘납월 팔일 밤에 샛별을 보며 도를 깨달았으나 이 도가 아직 궁극에 이르지는 못했음을 스스로 아시고 수십 일을 유행하시다가 진귀 조사眞歸祖師를 친견하고서야 비로소 조사의 종지를 깨달으셨다’48)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진묵겁塵墨劫 전에 일찍이 정각을 성취하였다면 금일에 새로 성취하였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한 사람이 거짓을 전하면 만 사람은 진실로 여겨 전하는 것이다.
- 問世尊이菩提樹下에始成正覺하사說華嚴大經하시니此經이說理未盡耶아何故로更說別傳心印也오?
-
묻기를,
“세존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처음으로 정각을 성취하시고 『화엄대경』을 설하셨는데, 이 경에서 진리를 미진하게 설하고 있습니까? 무슨 이유로 다시 별도로 심인心印을 전수했다고 말합니까?”
- 答達人分上에는鶯吟鷰語와街談閒話ㅣ無非格外禪旨온況華嚴大經乎아? 十地菩薩이於無障碍法界智에騰騰任運하며任運騰騰이나然이나未能透脫法界量故로云三賢은猶未明斯旨어니와十聖인달那能達此宗가하시며佛云四十九年間에未曾說一字ㅣ라하시니此是敎外別傳之旨也ㅣ니라.
-
대답하기를,
“통달한 사람의 분상에서는 꾀꼬리 울음소리와 제비 울음소리며 항간의 소문과 잡담이 격외의 선지禪旨가 아닌 것이 없는데, 하물며 『화엄대경』의 말씀이겠는가. 십지十地보살이 장애가 없는 법계의 지혜에서 걸림 없이 자유자재自由自在하고 조작 없이 방심방임放心放任하며, 조작 없이 방임방일하고 걸림 없이 자유자재하다. 그러나 아직 법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래서 ‘삼현三賢도 이 뜻을 아직 밝히지 못하고, 십성十聖49)이라 할지라도 어찌 이 종지를 통달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며, 부처님께서는 ‘49년 동안 일찍이 한 글자도 설한 적이 없다’고 하신 것이다. 이것이 교설에 의하지 않고 별도로 전수한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종지이다.
- 釋迦는實無恁麽傳心하시고迦葉은實無恁麽受者也ㅣ니라. 第一處傳心者는疑是殺人刀大機耶아第二處傳心者는疑是活人劒大用耶아? 金剛圈栗蕀蓬을誰能呑透哉아呑透了也ㅣ어니와還我呑透處看하라.
-
0001_0024_a_01L석가모니는 진실로 이와 같이 전수하신 마음이 없으시고 가섭은 진실로 이와 같이 전수받은 마음이 없다.
마음을 전수한 제1처는 사람을 죽이는 칼의 대기大機인가를 의심하고, 마음을 전수한 제2처는 사람을 살리는 칼의 대용大用인가50)를 의심한다. 탈출이 불가능한 감옥인 금강권金剛圈과 삼킬 수 없는 율극봉栗棘蓬51)을 누가 삼키고 뚫고 지나가겠는가. 삼키고 뚫고 지나가 버렸더라도 내가 삼키고 뚫고 지나간 곳을 살펴보라.
- 世尊이拈花에迦葉이微笑하시니是閒拈花閒微笑耶아是單拈花單微笑耶아? 不道不是나早是蹉過了也ㅣ니라然이나萬朶千花紛紛下하니拈花微笑也是常이니라.
-
세존께서 꽃을 들자 가섭이 미소를 지었는데, 일없이 그저 꽃을 들고 일없이 그저 미소를 지은 것인가? 별도로 일부러 꽃을 들고 별도로 일부러 미소를 지은 것인가? 말을 해도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수없이 흩날리는 꽃송이마다
염화미소 한결같구나!
- 第三處傳心者는世尊이入涅槃에加葉이遶棺三匝하시니咄漏逗不少로다. 然이나若知迦葉三匝하면何處에更有黃面老리요? 世尊이槨示雙趺하시니只許老胡知ㅣ오不許老胡會ㅣ니古所謂錯錯다. 犀因翫月生角이요象被雷驚花入牙ㅣ니라. 會麽아鵲巢樹下니라. 此ㅣ所謂敎外別傳之心印也ㅣ니라.
-
마음을 전수한 제3처는 세존께서 열반에 드셨을 적에 가섭이 둘러싸인 관을 세 번 돈 것이다. 이런(咄)! 허물이 적지 않구나. 그러나 만일 가섭이 세 번 돈 것을 안다면 어디에 다시 황면노자黃面老子가 있겠는가. 세존께서 관 밖으로 양발을 내어 보이셨으니, 다만 황면노자가 알려 주시는 것만 허용되고 황면노자가 터득하신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고덕이 말씀하신 ‘잘못하면 어긋난다’는 것이다.
무소가 달을 보면 달그림자 뿔에 어리고
코끼리가 천둥에 놀라면 꽃잎이 상아에 붙는다.
알겠는가? 까치 둥우리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교외별전의 심인心印이다.”
- 問曰其諸宗深淺을可得聞乎아? 答曰自世尊迦葉으로至于中華六祖히如甁注甁하야全無他事也ㅣ나然이나至中華初祖達摩之時하야有得皮得肉得髓之說하고至四祖道信之時하야有牛頭空宗之說하고至五祖弘忍之時하야有性宗相宗之分하고至六祖慧能之時하야有殺活分傳之談하고又有知解之辨하며轉下하야有五宗分化하니曰臨濟曰雲門曰曺洞曰鴻仰曰法眼也ㅣ시니從此로禪家之弊生이多端이라可謂分虛空作兩段者也ㅣ니라.
-
묻기를,
“그 여러 선종의 심천深淺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대답하기를,
“세존과 가섭으로부터 중국의 육조 혜능慧能에 이르도록 병의 물을 병에 부은 것과 같아서 다른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중국의 초조인 달마 시대에 이르러서는 피부를 얻은 자, 근육을 얻은 자, 골수를 얻은 자라는 설52)이 있었다. 4조 도신道信 시대에 이르러서는 우두 법융牛頭法融의 공종空宗의 설이 있었고, 5조 홍인弘忍 시대에 이르러서는 성종性宗과 상종相宗으로의 분파가 있었다. 육조 혜능 시대에 이르러서는 살인도殺人刀와 활인검活人劍의 도가 나뉘어 전수되었다는 설이 있었고, 아울러 지해知解로 변론하는 종53)도 있었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다섯 종파로 분화되었는데 임제臨濟, 운문雲門, 조동曹洞, 위앙仰, 법안法眼이다. 이로부터 선가의 폐해가 일어나는 단서가 많게 되었으니 허공을 갈라서 양단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空宗者는說諸法이如幻하나니卽是空相을未離者也ㅣ오. 相宗者는我心本淨이猶如明鏡이나然이나爲妄所覆不現이라하야向靜勝處하야看心看淨하나니是는斥妄謀眞之相宗也ㅣ오.
- 0001_0024_b_01L공종空宗은 모든 법이 환영과 같다고 설명하니, 즉 이것은 공상空相을 아직 여의지 못한 것이다. 상종相宗은 내 마음이 본래 청정한 것은 밝은 거울과 같다. 그러나 망상에 덮여 나타나지 못한다. 그래서 고요함을 으뜸으로 삼아 마음을 살피고 청정함을 살피니, 이것은 망상을 배척하고 진성을 도모하는 상종相宗이라고 한다.
- 知解宗者는水性은是濕이요火性은是熱이요風性은是動이요人性은是知ㅣ니此靈覺之知는貪嗔邪見之時와對緣寂然之時에皆有此知故로曰人性이니是는無知而知라. 知體本空故로曰空寂이요知體昭靈故로曰靈知니而此空寂靈知가是佛眞體라更無別法이니荷澤之宗이如此也ㅣ니라.
- 지해종知解宗은 물의 본성은 축축한 것이고, 불의 본성은 뜨거운 것이며, 바람의 본성은 움직이는 것이고, 사람의 본성은 지각知覺하는 것인데, 이 신령스럽게 지각하는 인지認知는 탐하고 성내며 어리석은 견해를 낼 때도, 반연을 대하거나 고요할 때에도 모두 이 인지가 있으므로 사람의 본성이라고 한 것이다. 이것은 인지가 없어도 아는 것이어서, 인지의 본체는 본래 공하므로 공적空寂이라고 하고 인지의 본체는 밝고 신령스러우므로 영지靈知라고 한다. 이 공적영지가 부처의 진체眞體라서 다시 별도의 법은 없다. 하택종河澤宗이 이와 같은 것이다.”
제2절 오종五宗의 연원에 대한 별론(別明五宗淵源)
1. 임제종의 연원과 지류(臨濟宗淵源支流)
- 六祖正傳南岳懷讓禪師난悟得第一句宗旨하사說似一物이라도卽不中이라하시니雲從龍兮여風從虎로다. 大家如是若承當하면洞庭一夜秋風起로다.
-
육조를 직계로 계승하신 남악 회양南嶽懷讓 선사는 제1구의 종지를 깨달아서 ‘설사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습니다’54)라고 하셨다.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
여러 사람들이 이와 같이 안다면
동정호에 어느 날 밤 가을바람이 일어나리라.
- 馬駒踏殺天下人이라一喝이震動絶狐踪이로다. 百丈은耳聾하고黃蘗은吐舌하니從此로一喝이分照用이로다.
-
망아지55)가 천하 사람들을 밟아 죽이고
‘할!’ 한마디에 여우의 자취가 끊어졌네!
백장百丈은 귀가 먹고
황벽黃檗은 혀가 빠져버렸으니
이로부터 일할一喝이
조照와 용用56)을 분명하게 가렸다.
- 黃蘗이三度行棒하니臨濟了知無多子로다. 大愚筋下築三拳하니佛法的的大意로다.
-
황벽이 세 번 방망이를 휘두르니
임제는 번다할 것이 없음을 알았다.
대우의 옆구리에 주먹을 세 번 날리니
불법의 확실한 큰 뜻이구나!
- 月照長空하고風生萬籟로다. 大海에龍吟霧起하고高山에虎嘯風生이로다.
-
달이 가없는 하늘을 비추고
바람이 온갖 소리를 만드는구나!
큰 바다에 용이 우니 안개가 일어나고
높은 산에 범이 우니 바람이 일어나네!
- 撥開向上一竅하니千聖齊立下風이로다. 臨機縱奪自由하니迅電機鋒霹靂이로다.
-
향상向上의 비결 하나를 다스려 여니
천 명의 성인들이 가풍 아래 가지런히 서는구나!
근기에 따라 여탈與奪이 자재하니
번개처럼 빠른 기봉機鋒57)이 벽력 같구나!
- 操金剛王寶劒하야掃除竹木精靈하고奮獅子全威하야震裂狐狸心膽이로다.
-
금강왕의 보검을 장악하여
대나무와 나무의 정령을 쓸어버리고
사자의 위엄을 빼앗아
여우와 이리의 심장과 간담을 찢어 버리는구나!
- 探竿影草兮여南北東西無不到로다. 一喝不作一喝用兮여三世古今無不共이로다.
-
탐간探竿과 영초影草58)여,
동서남북 이르지 않는 곳이 없으며
한번 할喝 하지만 일할一喝의 작용으로 그치지 않음이여,
삼세와 고금에 함께하지 않음이 없구나!
- 或作靑天霹靂하며或作平地波濤로다.
-
어떤 경우는 푸른 하늘에 날벼락이 되고
어떤 경우는 평지에 파도가 되는구나!
- 收放自在兮여無位眞人是甚麽오乾屎橛이로다.
-
거두거나 놓는 것이 자재함이여,
무위진인無位眞人59)이 무엇인가?
마른 똥막대기로구나!
- 或賓主或料揀兮여三玄三要로辨正眼이로다.
-
때로는 빈주賓主60)이고
때로는 요간料簡61)이며
삼현三玄62)과 삼요三要로 바른 눈 가진 자를 분별하는구나!
- 正法眼藏兮여瞎驢邊滅却이라하니
-
정법안장이여,
눈먼 나귀한테서 소멸되어 버렸구나!
- 此宗大略은正明機用이나然이나世人只知喝聲高하고不知臨濟根株深이로다. 咄喚甚麽하야作機用最初及末后也ㅣ리요且置是事어다.
- 이 임제종의 대요는 기용機用63)을 바르게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다만 할의 소리가 높은 줄만 알았지 임제의 뿌리가 깊은 줄은 알지 못하는구나! 이런(咄)! 무엇을 기용의 최초구最初句 또는 말후구末后句라고 부르겠는가. 이 일은 잠시 접어 두자.
2. 조동종의 연원과 지류(曺洞宗淵源支流)
- 六祖傍傳靑原行思禪師난悟得第二句宗旨하사
- 육조를 방계로 계승하신 청원 행사靑原行思 선사는 제2구의 종지를 깨달았다.
- 聖諦도不爲라하니無見頂露오不落階級이라하니劫外靈枝로다.
-
성스러운 진리도 위하지 않았다고 하니
정수리를 드러낸 것을 보지 못하고
수행 차제次第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니
겁을 벗어난 신령스런 가지이다.
- 盧陵米價作麽오하니老靑原沒縫罅로다. 太平治業無常하니野老家風至淳이로다. 只管村歌社飮이어니那知舜德堯仁이리요.
-
노릉陵의 쌀값은 얼마냐고 물으니
노련한 청원은 틈새가 없었다.
태평성대의 치적은 무상하니
촌로의 가풍은 지극히 순박하도다.
오직 마을에서 노래 부르고 사당에서 술을 마시니
순임금의 덕이나 요임금의 인을 어찌 알겠는가.
- 石頭路滑兮여蒼天噓噓로다. 高高山頂立하며深深海底行이로다.
-
석두石頭로 가는 길은 미끄러우니,
푸른 하늘도 헉헉거리고
높고 높은 산 정상에 서며
깊고 깊은 바다 밑을 걸어가도다.
- 丹霞燒却木佛하니院主鬚眉墮落이로다. 何不早道恁麽兮여脫得鼻孔雲巖老로다.
-
단하丹霞가 목불木佛을 태워 버림이여,
원주의 수염과 눈썹이 떨어져 나갔다.
어찌 일찍이 이와 같이 말한 적이 없었겠느냐고 함이여
콧구멍을 벗어난 운암雲巖 노인이로다.
- 邈得師眞洞山老ㅣ여渡水에方得契如如로다. 爭解恁麽道여五更鷄唱家林曉ㅣ오. 爭肯恁麽道ㅣ여千年鶴與雲松老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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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곁을 멀리 떠난 동산洞山이여,
물을 건너다가 비로소 여여如如에 계합하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어찌 이해하겠냐고 하겠는가?
오경五更에 닭이 우니 집집마다 새벽이요,
이렇게 말하는 것을 어찌 수긍하겠는가?
천년을 사는 학이 구름과 소나무와 같이 늙어 가는구나.
- 寶鑑이澄明驗正偏이요玉機轉側에看兼到로다.
-
보감寶鑑이 맑고 밝아
정正과 편偏64)을 증험하고
옥으로 된 베틀이 잘 돌아가니
겸중도兼中到를 살펴본다.
- 門風이大振兮여跬步綿綿이로다. 父子變通兮여聲光이浩浩로다.
-
가풍이 크게 진작됨이여,
종종걸음으로 면면한 것이고
아버지와 아들이 잘 변통하며,
소리와 광명이 넓고 넓다.
- 橫抽寶劒하야斬諸見之稠林하고妙協弘通하야截萬機之穿鑿이로다.
-
마음대로 보배 검을 뽑아 들어
모든 견해의 빽빽한 숲을 베어 내고
기묘하게 서로 맞아 널리 통하니
만 가지 천착을 끊어 낸다.
- 正不坐正이라全理卽事오偏不坐偏이라全事卽理로다.
-
정正은 정에만 앉아 있지 않으니
완전한 이理가 바로 사事이고
편偏은 편에만 앉아 있지 않으니
완전한 사事가 바로 이理이다.
- 正中來兮여旱地蓮花朶朶開로다. 兼中至兮여水到瀟湘一片靑이로다. 兼中到兮여雲山海月을都抛却이로다.
-
정중래正中來여,
가문 대지에 연꽃이 송이송이 피어나고
겸중지兼中至65)여,
물이 소상강瀟湘江에 도달하니 온통 푸른빛이다.
겸중도兼中到여,
구름 낀 산과 바다에 뜬 달을 모두 던져 버린 것이다.
- 三種渗漏와四賓主와功勳五位와君臣五位等으로善接三根하시니
-
삼종삼루三種渗漏와 사빈주四賓主와
공훈오위功勳五位66)와 군신오위君臣五位67)등으로
세 가지 근기를 능숙하게 제접하였네.
- 此宗大略은不過偏正賓主等法으로要明向上一路니然이나把斷家風하며不通水泄이로다. 見聞이匪及하고心迹이俱消ㅣ로다. 蒼龍이蛻骨하고玉鳳이生雛로다. 淸風이隨棹滿하고明月이逐水來로다.
-
이 조동종의 대요는 편정偏正과 빈주賓主 등의 법을 벗어나지 않고 향상일로向上一路를 밝히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풍을 단절되게 하였고 유통되지 못하여 물이 다 새어 버렸다.
견문이 미치지 못하고
마음과 자취가 함께 사라졌다.
창룡蒼龍이 허물을 벗고
옥봉玉鳳이 메추리를 낳는구나!
맑은 바람은 노를 따라 가득하고
밝은 달은 물을 쫓아서 오는구나!
3. 운문종의 연원과 지류(雲門宗淵源支流)
- 馬祖傍傳天王道悟禪師는悟得師姑女人做라箇箇鼻頭向下垂로다.
- 마조 도일馬祖道一 조사를 방계로 계승한 천왕 도오天王道悟68) 선사는 ‘비구니는 여인이다’라는 것을 깨닫고 ‘누구나 코는 아래로 드리워져 있다’고 말하였다.
- 快活兮여甘苽는徹蔕甘이요苦苦兮여黃連은連根苦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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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활함이여,
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고
괴로움이여,
깽깽이풀은 뿌리까지 쓰다.
- 推出枕子兮여元來로這箇無節目이로다. 龍潭老龍潭老여父子元來無二로다. 任性浮沈逍遙兮여但盡凡心聖解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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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를 꺼내 놓음이여,
이것은 원래 마디나 옹이가 없고
용담龍潭이여, 용담이시여,
부자父子는 원래 둘이 없다.
본성대로 부침하고 소요함이여,
단지 범부의 마음을 다하면 성인임을 알 것이다.
- 德山老德山老여誰敢當頭覷着이리요. 托鉢放身出來라가却被雪峰折挫ㅣ로다. 會得末后三年限하니附掌呵呵有來由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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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德山이여, 덕산이시여,
누가 감히 정면에서 엿보겠는가.
공양하러 발우를 들고 주의해서 나오다가
뜻밖에도 설봉雪峰에게 좌절을 당했네.
말후구를 삼 년 만에 터득하니
손뼉 치며 ‘하하하!’ 웃을 수 있었구나!
- 雲門老雲門老여劒鋒에有路하고銕壁이無門이로다. 柱杖子化爲龍하야呑却乾坤無餘로다. 鉢裏飯桶裏水오南山雲北山雨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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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雲門이여, 운문이시여,
칼끝에는 길이 있고
철벽에는 문이 없다.
주장자가 용으로 변화하여
천지를 남김없이 삼켜 버렸네.
발우 속의 밥이고 통 속의 물이며
남산의 구름이고 북산의 비로구나!
- 或叫鑑或叫咦여多口阿師下嘴難이로다.
-
어떤 때는 감鑑이라 하고
어떤 때는 이咦라 함이여
다구아사多口阿師69)의 문하에서는
말 붙이기가 어렵구나.
- 日日是好日兮여風來樹點頭요江南三月裏에百花爛熳開로다.
-
날마다 좋은 날이여,
바람이 불어오니 나무가 흔들리고
강남의 삼월에는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 函盖乾坤하고截斷衆流하고隨波逐浪하니元無軌則이로다. 凡聖이無路하고情解不通하니
-
상자와 뚜껑이 하늘과 땅처럼 딱 맞고
모든 망상을 한꺼번에 잘라 버리며
물결 따라 모든 가르침을 베푸니
원래 궤칙이 없구나.
범부와 성인의 길은 없고
정이나 이해로는 통달하지 못한다.
- 此宗大略은不及思量이라人難淡泊이로다. 咄問曰此宗用法式이與臨濟宗으로近似어늘何故로次在曺洞宗下오? 答曰以用法式으로看之則應在曹洞之上이나然이나今以淵源支流로爲列故로列在曹洞之下니南岳靑原이同師六祖故也ㅣ니라
-
이 운문종의 대략은 생각이 미치지 못하여서 사람이 발붙이기가 어렵다. 이런(咄)!
묻기를,
“이 운문종이 사용하는 법식이 임제종과 근사한데 무슨 이유로 조동종 아래에 두었습니까?”
대답하기를,
“사용하는 법식으로 살펴보면 조동종 위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연원과 지류로 배열하므로 조동종 아래에 나열하여 둔 것이다. 남악 회양과 청원 행사가 함께 육조 혜능을 스승으로 모셨기 때문이다.”
4. 위앙종의 연원과 지류(潙仰宗淵源支流)
- 百丈傍傳潙山禪師는
- 백장 회해百丈懷海 대사를 방계로 계승한 분은 위산 영우潙山靈祐 선사이다.
- 擧起一星火兮여緣來時理自彰이로다. 蹋倒淨鉼兮여雷震鼓動四百州로다.
-
하나의 작은 불꽃을 일으킴이여,
인연이 올 때에 이치가 저절로 드러난다.
정병을 차서 넘어뜨림이여,
중국 전역에 우레가 진동하고 북이 울린다.
- 樹倒藤枯兮여呵呵大笑로다. 脇下書字는頭角이崢嶸이요室中驗人은獅子腰折이로다.
-
나무가 쓰러지고 등나무가 시들음이여,
‘하하하!’ 하고 크게 웃는다.
옆구리 아래에 쓴 글자는
두각을 드러냄이고
방에서 사람을 시험함은
사자의 허리를 꺾음이다.
- 三種生圓相等兮여殺活奇權이手端開로다. 師資互驗兮여體用을雙辨이로다.
-
세 가지로 원상을 그려 냄이여,
살활殺活의 뛰어난 방편이 손끝에서 열리었고
스승과 제자가 서로 시험함이여,
체體와 용用을 쌍으로 밝히었네.
- 展坐具推枕子揷鍬立擧鍬行하니
-
좌복을 펴고
베개를 밀쳐놓으며
가래를 꽂아 세워 놓고
가래를 들어 땅을 갈았네.
- 此宗大略은擧緣明用하고忘機得體也ㅣ니라. 要識潙仰宗麽아斷碑는橫古路하고鐵牛는眠小室이로다.
-
이 위앙종의 대요는 인연을 제시하여 용用을 밝히고 근기를 잊어 체體를 얻는 것이다. 위앙종을 알고자 하는가?
부서진 비석은 옛길에 흩어져 있고
철우鐵牛는 작은 방에서 자고 있다.
5. 법안종의 연원과 지류(法眼宗淵源支流)
- 雪峰傍傳玄沙禪師는
- 설봉 의존雪峰義存 대사를 방계로 계승한 분은 현사 사비玄沙師備 선사이다.
- 出嶺趯着脚指頭하야回頭에頂見太陽紅이로다. 萬里神光이頂後相이라遠山이無限碧層層이로다. 玄沙三種病人話兮여透出雲門六不收로다.
-
산고개를 넘다가 발끝이 돌부리를 찼네.
고개를 돌려 산꼭대기에 태양의 붉음을 보았네.
만 리의 신비로운 풍광은 정수리 뒤의 형상이고
먼 산들은 무한하게 펼쳐져 층층이 푸르다.
현사의 삼종병인三宗病人70)에 대한 화두여,
운문의 육대六大로는 수용하지 못한다71)는 화두보다 뛰어나다.
- 羅漢淸凉大法眼이여一雙靈釰掛靑天이로다. 汝是慧超兮여江國春風吹不起ㅣ라鷓鵲啼在深花裏로다.
-
나한羅漢과 청량원淸凉院의 대법안大法眼이여,
한 쌍의 영검靈劒이 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것이다.
그대들은 지혜가 뛰어나다고 함이여,
강국江國에는 봄바람이 불어도 일어나지 않아서
자고새가 깊은 꽃 속에서 울고 있다.
- 曺溪一滴水兮여冷冷嗽齒寒이로다. 桃花流出洞門來하니千峰嶷然色轉新이로다.
-
조계의 한 방울 물이여,
냉랭하여 양치하는 이가 시리다.
복사꽃이 동네 입구까지 흘러나오고
천 개의 봉우리 높이 빼어나서 정경이 더욱 새롭다.
- 萬像之中에獨露身이여輕輕道着이云하니離念見佛이오破塵出經이로다. 現成家業을誰立門庭고日逐舟行江練淨이요春隨草上曉痕靑이로다.
-
만 가지 형상 가운데 홀로 몸을 드러냄이여,
매우 경솔하게 말할 따름이다.
망념을 여의고 부처를 보는 것이며
번뇌를 부수고 경전을 내는 것이다.
현성現成의 가업을 누가 종문에 세웠는가?
달이 배를 따라 움직이니
강물은 누인 명주처럼 맑고
봄이 풀잎을 따르니
새벽에 더 푸르구나.72)
- 撥不撥을聽叮嚀하라. 三徑就荒歸便得하니舊時松菊尙芳馨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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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상을 뽑아내거나 뽑아내지 않거나
들으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세 갈래 길이 황야로 나아가니 돌아가기만 하면
예전의 소나무와 국화는 여전히 향기롭다.
- 髑髏는常于世界하고鼻孔은摩觸家風이로다. 風柯月渚는顯露眞心하고烟靄雲林은宣明妙法이로다.
-
0001_0027_a_01L
해골은 항상 세상에 상존常存하고
콧구멍은 가풍을 만지고 건드린다.
바람 부는 나뭇가지와 달 비치는 물가에는
참마음이 나타나고
자욱한 안개와 구름 낀 숲에는
묘법이 환하게 밝다.
- 此宗大略은三界唯心이나然이나喚什麽하야作唯心고切勿妄作穿鑿이어다.
- 이 법안종의 대략은 ‘삼계가 오직 마음뿐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유심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절대로 망령되게 천착하지 말라.
제4장 낙소만화73)(落笑謾話章)
1. 선과 교의 심천을 논함(論禪敎深淺)
- 大抵佛敎는爲萬代依憑하사諄諄然如老婆心切하시고諸祖는在卽時度脫하사轟轟然如雷震霹靂하시니
- 대체로 부처님 가르침은 여러 세대가 의지하므로 간곡하게 말하는 간절한 노파심과 같고, 여러 조사는 그때 그 자리에서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므로 우르릉 쾅쾅거리는 천둥 번개와 같다.
- 敎門에는以金剛般若로爲入大乘之初門하고華嚴法華로爲究竟標月之指하며禪門에는以華嚴法華로爲入道之初門하고以三處傳心으로爲敎外密傳之旨하시니佛祖深恩을曷勝道哉아?
- 교종敎宗에서는 『금강경』의 반야사상이 대승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이 되고 화엄사상과 법화사상은 궁극적으로 달을 드러내는 손가락이 된다. 선종禪宗에서는 화엄사상과 법화사상이 도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이 되고 삼처전심三處傳心이 가르침 밖에서 은밀하게 전한 종지宗旨가 된다. 부처님과 조사의 깊은 은혜를 어떻게 말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2. 종사가 보이신 체중현體中玄74)의 모양을 논함(論宗師示體中玄樣子)
- 大手宗師가上堂唱道之時에或竪起柱杖云此一條柱杖上에三世諸佛과歷代祖師가放大光明하사建大法幢하시며擊大法鼓하시며雨大法雨하시니汝等은作麽生會오速道하라하신.
-
0001_0027_b_01L유능한 종사들이 상당하시어 도를 언급하실 적에 어떤 경우에는 주장자를 세우시며 말씀하셨다.
“이 하나의 주장자에 삼세의 제불과 역대의 조사가 위대한 광명을 놓으셔서 대법의 당간을 세우시고 대법의 북을 울리시며 대법의 비를 내리셨다. 그대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어서 일러 보라.”
- 如此等類가皆擧唱華嚴不思議法界解脫境界니如云無邊刹境自他身心이不隔於毫端이요十世古今始終이不離於當念하야時無碍處無碍延促無碍小小無碍大大無碍한所謂體中玄이是也니라.
-
이와 같은 사례가 모두 화엄의 불가사의한 법계의 해탈경계이다. “끝없는 국토에서 자신과 타인의 몸과 마음이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고, 십세十世의 고금古今과 시종始終이 지금 이 순간의 한 생각을 벗어나지 않는다.”75)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시간에 걸림이 없고 공간에 걸림이 없으며, 길고 짧음에 걸림이 없고, 지극히 작은 것에도 걸림이 없으며 지극히 큰 것에도 걸림이 없다. 이른바 체중현體中玄이 이것이다.
3. 체중현이 불법의 지견을 잊지 않았음을 논함(論體中玄未忘佛法知見)
- 然이나此法界無障碍解脫知見을未能透脫故로佛이訶責云見法身을如隔羅見日이라하며同安詳察禪師云三賢은尙未明斯旨어니와十聖인달那能達此宗가하시며古云透網金鱗은猶滯水어니와回途石馬라사出紗籠이라하나니라. 咄.
-
그러나 이 법계에 걸림이 없는 해탈지견解脫知見은 아직 꿰뚫어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꾸짖어 책망하셨다.
“법신을 본다는 것은 비단으로 얼굴을 막고 해를 보는 것과 같다.”
동안 상찰同安詳察 선사가 말씀하셨다.
“삼현三賢도 이 뜻을 아직 밝히지 못하고, 십성十聖이라 할지라도 어찌 이 종지를 통달할 수 있겠는가.”76)
고덕이 말씀하셨다.
“그물을 뚫고 지나간 금잉어는 여전히 물에 정체되지만 돌아오는 석마石馬는 현판을 덮어씌운 비단포를 벗어난다.”77)
쯧쯧(咄)!
4. 구중현句中玄을 논함(論句中玄)
- 故로宗師家에已唱底庭前栢樹子와狗子無佛性과一口汲水盡西江水와東山水上行等이皆打破無障碍法界佛之知見이니所謂庭前栢樹子는龍藏에所未有底라하시며又云無事閒來江上望하니數株寒栢이倚斜陽이라하니라. 咄.
-
그래서 종사들께서 ‘뜰 앞에 잣나무(庭前栢樹子)’, ‘개는 불성이 없다(狗子無佛性)’, ‘한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신다(一口吸盡西江水)’,78) ‘동산이 물위로 간다(東山水上行)’79)고 이미 언명하신 등등이 모두 걸림이 없는 법계의 부처의 지견을 타파하신 것이다. ‘뜰 앞에 잣나무’라 말하는 것은 용궁의 대장경에도 있지 않은 것이다.
또 말씀하셨다.
“일없이 한가하게 강물을 바라보니 몇 그루 쌀쌀한 잣나무가 석양에 의지하고 있다.”80)
쯧쯧(咄)!
5. 현중현玄中玄을 논함(論玄中玄)
- 然이나脫灑之見을未忘故로宗師家에서或良久棒喝擊禪床擧拂子等이如擊石火熌電光하야不及思量也ㅣ니라. 咄.
-
그러나 해탈지견은 아직 잊지 못했다. 그래서 종사들께서 경우에 따라 잠시 가만히 있고, 주장자를 휘두르시고, 할을 하시고, 선상禪床을 내려치시고, 불자拂子를 들기도 하는 등의 기용機用이 전광석화와 같아서 생각으로 헤아리는 것이 미치지 못한다.
쯧쯧(咄)!
6. 삼요三要81)를 논함(論三要)
- 然이나古所謂螳螂이前途走어늘黃雀이逐後飛로다園中挾彈子여不覺露濕衣이라하니故로此三句가在三句內하면遣病之談이어니와在三句外하면全提此事也ㅣ니라.
- 그러나 고덕께서 ‘사마귀가 길 앞에서 가고 있고 참새가 그 뒤를 쫓아 날고 있는데 동산에는 새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슬에 옷이 젖는 줄 알지 못한다’고 말씀하신 것과 같다. 그래서 이 삼구三句가 삼구 안에 있으면 병을 떨쳐 내는 이야기이지만 삼구 밖에 있으면 이 일을 완전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 僧이問前山巖額에還有佛法也無ㅣ닛가答云有하니라. 問如何是佛法이닛고? 答云石頭小底는小하고大底는大라하며
-
승려가 묻기를,
“앞산의 바위에도 역시 불법이 있습니까?”
대답하기를,
“있다.”
다시 묻기를,
“어떤 것이 불법입니까?”
대답하기를,
“돌이 작은 것은 작고 큰 것은 크다.”
- 如何是道오答云墻外底니라. 如何是大道잇고? 答云大道는通長安이라하니라.
-
“어떤 것이 도입니까?”
대답하기를,
“담장 밖에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대도大道입니까?”
대답하기를,
“대도는 장안長安으로 통해 있다.”
- 或有問余曰如何是坦路오? 余答云長安大道正如髮하니笙歌妙舞唱太平이니라. 問如何是陜路오? 余曰山寂寞水澄澄한대無鬚猢猻이倒上樹ㅣ니라.
-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탄탄대로입니까?”
내가 대답하기를,
“장안의 대도는 흡사 머리카락과 같은데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고 아름답게 춤을 추니 태평가를 부르는 것이다.”
다시 묻기를,
“어떤 것이 좁은 길입니까?”
내가 대답하기를,
“산은 적막하고 물은 청정한데 수염 없는 원숭이가 거꾸로 매달려서 나무를 올라가는 것이다.”
- 上來所擧因緣이簡易明白하니會麽아戰穴相鬪一畝地에三蛇九鼠共相和니라.
-
위에서 열거한 인연들은 간략하여 쉽고 명백하다. 알겠는가?
구멍을 경쟁하여 한 이랑의 땅을 서로 다투는데
세 마리의 뱀과 아홉 마리의 쥐는 함께하여 서로 평온하구나.
7. 잘못 인식하는 것이 병임을 논함(論錯認成病)
- 宗師家에或恐學者가滯在無心是道가하야云莫道無心道하라. 無心이猶隔萬重關이라하며
-
종사들께서 어떤 경우에는 공부하는 사람이 ‘무심無心이 도’라는 것에 체류할까 염려하여 말씀하셨다.
“무심이 도라고 말하지 말라. 무심도 오히려 만 겹의 관문이 막고 있다.”
- 或恐學者가滯在平常是道가하야云莫道平常是道하라. 擬心에已在鐵圍城이라하며
-
어떤 경우에는 공부하는 사람이 ‘평상이 도’라는 것에 막힐까 염려하여 말씀하셨다.
“평상이 도라고 말하지 말라. 헤아리는 마음이 이미 철위성에 있다.”
- 或恐學者가滯在無心一邊平常一邊일가하야云爛泥에有刺하며笑中에有刀라하며
-
어떤 경우에는 배우는 사람이 한편으로는 무심에, 한편으로는 평상에 막힐까 염려하여 말씀하셨다.
“부드러운 진흙 속에는 가시가 있고 웃음 속에는 칼이 있다.”
- 或恐學者가滯在所緣일가하야云雖然月照落萬浦나元來로不是衆流呑이라하며
-
어떤 경우에는 배우는 사람이 인연의 대상에 막힐까 염려하여 말씀하셨다.
“달이 모든 포구에 비추어 떨어지지만 많은 강물이 원래 삼키는 것은 아니다.”
- 或恐學者가滯在最初句가하야云到頭霜夜月이任運落前溪라하시니種種應變을不可具陳也로다. 咄.
-
어떤 경우에는 배우는 사람이 최초일구最初一句에 막힐까 염려하여 말씀하셨다.
“마침내 서리 내리는 밤에 달이 자재하게 앞개울에 떨어진다.”
그때그때의 기회에 따라 다양하게 적절히 처리하신 일화들을 일일이 다 진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쯧쯧(咄)!
- 太平이不是干戈致라不許將軍致太平이니라.
-
태평은 무기가 가져오는 것이 아니니
장군이 태평을 가져온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8. 삼승三乘의 계차階次에 대한 총론(總論三乘階梯)
-
有人이問曰三乘階梯가因何而有也오?
答曰余以譬喩로發明호리라. 如人이上山에達其足達其腰達其頂者所見이各異인달하야三乘差別도亦復如是하니라.
-
0001_0029_a_01L어떤 사람이 묻기를,
“삼승의 계차가 무엇 때문에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내가 비유로 설명하겠다. 사람이 산을 오를 적에 산 입구에 도달했느냐, 산 중턱에 도달했느냐, 산 정상에 도달했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각각 다른 것처럼 삼승의 차별도 그와 같은 것이다.”
1) 일법一法의 근기에 따른 차별(論一法隨機成差)
- 經에云一切賢聖이皆以無爲法으로而有差別이라하시니此無爲法이在聲聞하야난爲四諦하고在緣覺하야난爲十二因緣하고在菩薩하야난爲六度하고在佛하야난爲一佛乘爲最上乘하나니法本無二언만人根이自有等差하니라. 咄. 無爲法者는其擔板乎저.
-
경전에서 ‘모든 현인과 성인이 모두 무위법을 가지고 차별을 둔다’82)고 하셨다. 이 무위법이 성문승聲聞乘에 있어서는 사성제四聖諦가 되고 연각승緣覺乘에 있어서는 십이인연법十二因緣法이 되고 보살에 있어서는 육바라밀六波羅蜜이 되며 부처에 있어서는 일불승一佛乘이 되며 최상승最上乘이 된다.
법에는 본래 둘이 없지만 사람의 근기에는 자연적으로 차별이 있다.
쯧쯧(咄)!
무위법이란 널빤지를 짊어진 것이구나!
2) 성문승聲聞乘을 논함(論聲聞乘)
- 有人이問余曰這箇柱杖子가是有也否아? 余云是空이니라. 彼返問曰柱杖子現有어날汝何道無오? 余將火燒却散了코問曰汝敢道有也否아? 彼가方知柱杖이元來空하고深入靑山白雲頭하야不肯回頭塵世間하나니是聲聞乘人의悟我空偏眞之理하야自謂得成無上道也니라.
-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묻기를,
“이 주장자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내가 대답하기를,
“공空이다.”
그가 반문하기를,
“주장자가 현재 있는데 당신은 왜 없다고 하는가?”
내가 불을 붙여 태우고 재를 뿌리면서 묻기를,
“그대는 감히 있다고 말하겠는가, 그렇지 않다고 하겠는가?”
그가 비로소 주장자가 원래 공空임을 알고 흰 구름이 노니는 청산에 깊이 들어가서는 티끌 같은 세상을 돌아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성문승의 수행자는 아공我空이라는 한쪽으로 치우친 진리의 이치를 깨닫고는 자신이 무상도無上道를 성취하였다고 말한다.
3) 연각승緣覺乘을 논함(論緣覺乘)
- 有人이問余曰這箇柱杖이是有也否아余答云余見空華하라是有也否아? 彼가方知柱杖이是幻有라萬像森羅亦如然이로다. 塵世에曾無留一念하야深入亂山千萬疊하야隱迹松巖經千劫하나니是緣覺乘人이悟十二因緣幻有하야自謂得成無上道也니라.
-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묻기를,
“이 주장자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내가 대답하기를,
“내가 허공 꽃을 보고 있는데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그가 비로소 주장자가 허깨비처럼 있는 것이며 삼라만상도 그와 같은 것임을 알았다. 티끌 같은 세상에 일념도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산이 어지럽게 펼쳐진 천만 겹 봉우리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자취를 소나무와 바위에 감추고 천겁을 지냈다. 그러므로 연각승의 수행자는 십이인연법이 허깨비처럼 있는 것임을 깨닫고는 자신이 무상도를 성취하였다고 말한다.
4) 불佛·보살승菩薩乘을 논함(合論佛菩薩乘)
- 有人이問余曰這箇柱杖이是有也否아? 余答云當處卽空이니非但柱杖子라四大五蘊과萬像森羅와情與無情이當處卽空하며,
-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묻기를,
“이 주장자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내가 대답하기를,
“당처當處가 바로 공이다.83) 주장자뿐만 아니라 사대四大와 오온五蘊, 지만상地萬像과 천삼라天森羅, 유정有情과 무정無情이 지금 그 자리에서 공하다.”
- 又世出世一切諸法이當處卽空하야相亦空空亦空이라. 空虛寂處常光明이니라. 然雖如是나坐看白雲이終不竗라無生이那能達此宗가.
- 아울러 세간과 출세간의 일체 모든 법이 지금 그 자리에서 공하여 상相도 공하고 공空도 공하다. 공하고 텅 비어서 적멸한 곳에 항상 광명이 있는 것이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앉아서 흰 구름을 보는 것이 마침내 신묘하지 않은데 무생無生이 어떻게 이 종지를 통달할 수 있겠는가.
- 大丈夫漢이到此任麽田地하야轉得身하면可謂是法이住法位하야世間相이常住니此ㅣ合論佛菩薩乘이니라. 菩薩者는此云覺有情이니大悲殊勝故로但不守本分하고向變化無方處하야轉得身吐得氣하야濟益群品이니라.
-
0001_0030_a_01L대장부가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 몸을 다시 전향할 수 있으면 존재가 존재의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 세간의 형상이 상주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불승과 보살승을 합하여 논의한 것이다. 보살이란 각유정覺有情이라고 하는데, 대자대비가 수승하므로 다만 본분만을 지키지 않고 변화무쌍한 곳을 향하여 몸을 전향하고 기력을 발휘하여 중생을 제도하고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9. 교외의 선종을 논함(論敎外禪宗)
- 有人이問余曰汝道하라這箇柱杖이是有也否아? 余答曰是柱杖子也ㅣ니別無道理可商量이니라. 此是禪宗家에擧唱宗乘이나然이나放惡嗅不少하니切不可穿鑿이어다.
-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묻기를,
“그대는 이 주장자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를 일러 보라.”
내가 대답하기를,
“주장자이다. 별도의 도리가 없다는 것은 헤아려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선종가에서 종지를 제시하거나 언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악취를 뿜음이 적지 않으니 절대로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된다.
- 路逢劒客須呈劒하고不是詩人莫獻詩니라.
-
길에서 검객을 만나면 반드시 칼을 드려야 하고
시인이 아니면 시를 바쳐서는 안 된다.
- 余는臨濟下三十七代孫也ㅣ라. 禪師遷化後距今一千四十七年也ㅣ니先師在世時에天下衲僧이望風而歸之하야決擇諸佛正法眼藏하니從此로宗風이大振이라.
- 나는 임제 선사의 37대손이다. 선사께서 천화遷化하신 뒤로 지금과 1천47년이 떨어져 있다. 조사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는 천하의 납승들이 가풍을 흠모하고 귀의하여 제불의 정법안장을 결정하여 지녔으므로 이로부터 종풍이 크게 진작되었다.
- 始說三玄三要와四料揀과四喝과四賓主等法하사驗天下衲僧眼目하시니當時에若非出格高眼衲僧이면承當者ㅣ幾稀哉저. 我等이生于千載之下하야若不發揚先師之宗風이면余道不孝莫大ㅣ라하노라.
- 처음으로 삼현삼요三玄三要와 사료간四料揀과 사할四喝과 사빈주四賓主 등의 법을 설명하시어 천하 납승들의 안목을 시험하셨으니, 당시에 만일 격을 뛰어넘은 높은 안목의 납승이 없었다면 알아차리는 자가 거의 드물었겠구나! 우리들이 천여 년이나 뒤에 태어났지만 조사의 종풍을 드날리지 못한다면 나는 불효가 막대하다고 하겠다.
- 先師云大凡擧揚宗乘인댄一句中에須具三玄하고一玄中에須具三要하야有權有實하며有照有用이라하시니現前大衆은急宜參究어다.
-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일반적으로 종지를 선양하려면 일구一句 가운데에 반드시 삼현을 갖추어야 하고 일현一玄 가운데에 반드시 삼요를 갖추어야 권지權智도 있고 실지實智도 있으며 조기照機도 있고 용기用機도 있다.”84)
현재 앞에 있는 대중들은 서둘러 마땅히 참구해야만 할 것이다.
- 獅子窟中에無異獸하고象王行處에絶狐踪이니라. 爲報四海人하노니寸陰을莫虛送하라. 收因結果時에路頭黑漫漫이니라.
-
사자 굴 속에는 다른 짐승이 없고
코끼리 왕이 가는 곳에는 여우의 자취가 끊어진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촌음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
원인을 간수하여 과보가 결실될 때에
길이 깜깜하고 끝이 없을 것이다.
- 山僧이自到空門裏로眞如覺性이本淸淨하야了知生死無干涉하노라. 困思天竺雨前茶하고渴憶洞庭霜後橘이로다.
-
산승이 스스로 공문空門에 이르러서
진여의 각성覺性이 본래 청정하여
생사에 간섭됨이 없음을 뚜렷이 알았다.
피곤하면
천축天竺의 곡우穀雨 전의 차를 생각하고
목마르면
동정洞庭의 상강霜降 후의 귤을 생각하라.
10. 수행을 권유함(論勸修)
- 普勸同胞等하노니勤修道業하야免墮惡趣어다. 命不可延이요時不可待니早早發心하야急宜參究어다. 汝身은頑而無情이나汝心은明然不昧하니是箇甚麽物고如是參究하야一切時中에惣如是하면如老鼠가入牛角하야自有倒斷하리라. 昔에慈明禪師夜欲將睡면引錐刺之曰古人爲道에廢寢忘饌이어니汝將何人고하시니願諸同胞난切須在意어다.
-
도업을 부지런히 닦아 육악취六惡趣에 떨어지는 것을 면하라고 동포에게 널리 권고한다. 생명은 연장할 수 없고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빨리 발심하여 서둘러 참구해야 마땅하다.
그대의 몸은 우둔하고 무정하지만 그대의 마음은 밝아서 어둡지 않은데, 이것이 무슨 물건인가? 이와 같이 참구해야 한다. 하루 스물네 시간 동안 바쁘게 이와 같이 참구하면 늙은 쥐가 쇠뿔에 들어가서 스스로 길이 끊기는 곳에 도달하는 것처럼 된다.85)
옛날에 자명慈明 선사는 밤에 잠이 오려고 하면 송곳으로 찌르면서 “옛 사람들은 도를 위해서 침실을 폐쇄하고 음식을 잊었는데, 너는 지금 무엇 하는 사람인가?”라고 하셨으니, 모든 동포들이 간절하게 반드시 마음에 새기기를 바란다.
11. 일대사인연을 논함(論一大事因緣)
- 有人이問曰佛云諸佛世尊이爲一大事因緣하야出現於世라하시니那箇是一大事因緣고? 余良久에喝一喝云會麽아? 我此一喝이能殺能活하며能縱能奪하며有時에亦能悟却天下人하며有時에亦能迷却天下人하며有時에迷悟를雙放하며有時에迷悟를雙收하나니如同神變하야不可一定也ㅣ니라會麽아? 此是諸佛世尊이爲一大事因緣하사徹骨徹髓底爲人之樣子也시니라.
-
0001_0031_a_01L어떤 사람이 묻기를,
“부처님께서 ‘제불과 세존께서 일대사인연을 위해서 세상에 출현하셨다’86)고 하셨는데 무엇이 일대사인연인가?”
내가 잠시 있다가 ‘할喝!’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알겠는가? 나의 이 일할一喝은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으며, 방임할 수도 있고 구속할 수도 있으며, 어떤 때에는 천하 사람들을 깨닫게 할 수도 있고 어떤 때에는 천하 사람들을 미혹하게 할 수도 있으며, 어떤 때에는 미혹과 깨달음을 쌍으로 놓아주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미혹과 깨달음을 쌍으로 거두어들이기도 한다. 신통 변화와 같아서 일정하지 않다. 알겠는가? 이것이 제불과 세존께서 일대사인연을 위하여 골수에 사무치도록 사람을 위하신 모습이다.”
12. 미혹과 깨달음을 논함(論迷悟)
- 在達人分上하야는一切所作所爲가不是他物이라. 如析栴檀에片片栴檀이니騰騰任運하야逍遙度日이어니와在迷人分上하야는無非生死業緣이니如云生不知來處를謂之生大오死不知去處를謂之死大니生死關竅를若不打破則業波漫天에三途長沸하야衆生의苦海가無量하리니豈得安睡而空過哉아.
-
통달한 사람의 분상에 있어서는 모든 작위적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른 물건이 아니다. 전단향을 쪼개면 한 조각 한 조각이 전단향인 것과 같다. 걸림 없이 자유자재自由自在하고87) 소요逍遙하면서 나날을 보낸다.
미혹한 사람의 분상에 있어서는 태어나고 죽게 되는 업의 인연이 아닌 것이 없다. 태어나되 온 곳을 알지 못하면서 태어남이 위대하다고 말하고, 죽되 갈 곳을 알지 못하면서 죽음이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88)과 같다. 생사生死의 관문이나 통로를 타파하지 못한다면 업의 물결이 천지에 가득하고 삼악도가 끊임없이 들끓어서 중생의 고해가 한량이 없을 것인데, 어떻게 편안하게 잠을 자면서 헛되이 보낼 수 있겠는가.
13. 친절한 공부의 증오처證悟處를 논함(論親切做工夫證處)
- 無異禪師云做工夫호대最要緊處가是箇切字니切字最有力하니라. 不切則懈怠生하고懈怠生則放逸縱意하야靡所不至하리라. 若用心이眞切하면放逸懈怠가何繇得生이리요. 當知하라切之一字는當下超善惡無記三性하나니用心이甚切則不思善하며用心이甚切則不思惡하며用心이甚切則不落無記니라. 話頭切이면無掉擧하고話頭切이면無昏沈하나니切之一字가是最親切句니라. 用心이親切則無間隙故로魔不能入하며用心이親切하야不生計度有無等則不落外道라하시니,
-
0001_0031_b_01L무이無異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공부를 하는 데 가장 요긴한 것이 이 ‘간절할 절切 자’이다. 간절하다는 말이 가장 힘이 있다. 간절하지 않으면 나태함이 일어나고 나태함이 생기면 제멋대로 방일하여 이르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다. 만약 공부에 마음을 쓰는 것이 진실로 간절하다면 방일이나 나태가 어찌 부산하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 간절하다는 말은 바로 그 자리에서 선과 악 그리고 무기無記의 삼성三性을 초월한다. 마음을 쓰는 것이 매우 간절하면 선을 생각하지도 않고, 마음을 쓰는 것이 매우 간절하면 악을 생각하지도 않으며, 마음을 쓰는 것이 매우 간절하면 무기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화두가 간절하면 도거掉擧도 없고 화두가 간절하면 혼침昏沈도 없다. 간절하다는 말이 가장 친절한 글귀이다. 마음을 쓰는 것이 친절하면 틈이 없기 때문에 마귀가 침입할 수 없고, 마음을 쓰는 것이 친절하여 유무有無 등을 생각으로 헤아리지 않으니, 즉 외도에 떨어지지 않는다.”89)
- 千疑萬疑가只是一疑니라. 如看無字話어던就無字上하야起疑情하고如看庭前栢樹子話어던就庭前栢樹子上하야起疑情호대疑情이如大火聚하야不容絲毫情量이어다. 若以聰明意識으로計較思量則轉不相應하리라.
- 천만 가지 의심이 다만 하나의 의심일 뿐이다. 만약 ‘무자無字’ 화두를 참구한다면 단지 ‘무자’에서 의정疑情을 일으키고, 만약 ‘뜰 앞에 잣나무’ 화두를 참구한다면 단지 ‘뜰 앞에 잣나무’에서 의정을 일으켜야 한다. 의정은 커다란 불덩어리처럼 터럭만큼의 헤아림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만약 총명한 의식으로 계교하거나 사량한다면 오히려 상응하지 못할 것이다.
- 修行人이不惜身命하고向上玄關을要求透得호대如飢思食하며如渴思水하며如兒憶母하며如雞抱卵하며如猫捕鼠하야緊緩得中이니라.
- 수행자는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향상의 현관玄關을 뚫기만을 요망해야 한다. 굶주릴 때 밥을 생각하듯이 하고, 갈증이 날 때 물을 생각하듯이 하며, 어린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듯이 하고, 암탉이 알을 품듯이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해서 긴장과 이완이 적절해야 한다.
- 若能如是用功하면行住坐臥一切處가摠是疑情이라惺惺然寂寂然하야大千沙界가都是疑情이라. 不覺에到水窮山盡處와結角羅紋處와心識路絶處하면自然得箇出身活路하리니大丈夫漢의一大事因緣을豈非了畢哉아.
- 이와 같이 공부할 수 있으면 다니거나 머무르거나 앉거나 눕거나 하는 모든 것이 모두 의정이고, 의식이 또렷하면서 고요하여 대천세계의 모래 수만큼의 세계가 모두 의정이다. 부지불식간에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한 곳이나 고양이의 윤곽과 비단 무늬를 그린 곳이나 마음과 의식의 길이 끊어진 곳에 이르면 자연히 몸을 벗어나는 살 길을 얻게 될 것이다. 어찌 대장부의 일대사인연을 끝낸 것이 아니겠는가.
- 古云孤輪이獨照江上靜하니自笑一聲에天地驚이라하며又云水窮山盡疑無路터니柳暗花明又一村이라하니好好哥哥로다.
-
고덕이 게송을 읊었다.
“달이 홀로 강 위를 비추어 고요하니
자신의 웃음소리 하나에 천지가 놀라는구나!”90)
또다시 읊었다.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하여 길이 없다 싶었는데
버들이 짙푸르고 꽃이 화사하니 역시 한 마을이 있구나!”91)
하하 허허!
14. 직절하게 전변을 거양함(直截擧揚轉辨)
- 雖然如是나咄. 敢保老兄이未徹在하노니會麽아! 停車坐愛楓林晩하니霜葉이紅於二月花니라. 措大家가緣何不識自家珍하고幾年甘作途中客고? 三界安眠無事하니風淸月明我家로다.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쯧쯧(咄)! 노형들께서는 아직 철저하지 못하다는 것을 감히 보장하겠다. 알겠는가?
수레를 멈추고 단풍나무 숲의 석양을 가만히 감상하니
서리 맞은 단풍잎이 2월의 꽃보다 붉구나!92)
조대가措大家93)들이
무슨 이유로 자기 집 보물을 알지 못하고
몇 년 동안 길 위에 나그네가 되는 것을 달게 받는가?
삼계에서 편안히 잠을 자며 아무 일이 없으니
바람이 맑고 달이 밝은 나의 집이구나!
- 昔에僧이問趙州호대離四句絶百非時에如何닛고? 師云老僧은不與麽道라하시니,
-
옛날에 승려가 조주 선사께 여쭈었다.
“사구四句94)를 여의고 백비百非95)를 끊을 적에는 어떻게 합니까?”
조주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산승은 대답하지 않겠다.”
- 會中에還有知得者麽아? 若也會得인댄天下人이奈何他不得하리라. 衆中에還有轉身出路者麽아試道看하라. 如無어든山僧이註破去也리라. 者僧이寒灰古木之上에雖有千尺寒松이나且無抽條石筍故로趙州云老僧은不與麽道라하시니四句百非가如大火聚하야四面에皆不可入이요又四句百非가如淸凉池하야四面에皆可入이니라.
-
법회 대중 중에 아는 자가 있는가? 만일 터득한다면 천하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대중 가운데 몸을 돌려서 벗어날 길이 있는 자가 있는가? 시험 삼아 일러 보라. 없다면 산승이 설명해서 밝혀 주겠다.
이 승려에게는 식어 버린 재와 말라비틀어진 고목 위에 천 자나 되는 쓸쓸한 소나무는 있지만 가지가 움트는 석순은 없다. 그래서 조주 선사께서 노승은 한마디 말도 주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사구와 백비는 커다란 불덩어리 같아서 사면으로 모두 들어갈 수 없고 아울러 사구와 백비는 맑고 시원한 연못 같아서 사면으로 모두 들어갈 수 있다.
- 喝一喝云直下承當이라도也是不丈夫이며直下不承當이라도也是不丈夫며又直下道船子下楊州라도亦也是不丈夫이니라. 然이나認得箇本分太平이라도也是不丈夫니本分이那能達此宗가? 春入園林에百花爭姸이라十字街頭에圓轉不觸이어다.
-
‘할!’을 한 번 하고 말씀하셨다.
“바로 이 자리에서 수긍하더라도 대장부가 아니고 바로 이 자리에서 수긍하지 못하더라도 대장부가 아니며, 아울러 바로 이 자리에서 ‘배가 양주楊州로 내려갔다’고 말하더라도 대장부가 아니다. 그러나 이 본분이 태평함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해도 대장부가 아닌데, 본분이 어떻게 이 종지를 통달할 수 있겠는가.
봄날 정원에 들어가니
온갖 꽃들이 아름다움을 다투고
네거리 큰길에서
둥글게 빙빙 돌아도 부딪치지 않는구나!”
제5장 선병 총론(總論禪病章)
-
有人이問曰凡看話에有幾種禪病乎아?
答曰看話之時에但只疑情이如大火聚하야不容思惟卜度則自然一心이獨露하야積劫迷雲이如風捲烟하고人人本具底慧月이卓爾現前하리니,
-
어떤 사람이 묻기를,
“대체적으로 화두를 간함에 있어서 몇 종류의 선병이 있습니까?”
대답하기를,
“화두를 간할 때에 오직 의정疑情이 커다란 불덩어리와 같아서 사유나 헤아림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자연히 일심만이 홀로 드러나서 여러 겁 동안 쌓인 미혹의 구름은 바람이 연기를 거두어 가듯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본래 갖춘 지혜의 달이 탁월하게 앞에 나타날 것이다.
- 到恁麽田地하야水不自洗하고刀不自割하고眼不自見하고心不自看이라. 唯一眞在니彌滿淸淨하야中不容他也ㅣ니라. 永嘉云大千沙界海中漚오一切聖賢이如電拂者ㅣ正謂此也ㅣ시니라.
- 이와 같은 경지에 이르면 물은 물 자체를 씻지 못하고 칼은 칼 자체를 베지 못하며, 눈은 눈 자체를 보지 못하고 마음은 마음 자체를 보지 못한다. 오직 진면목 하나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청정함이 가득하여 그 안에는 다른 어떠한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영가永嘉 대사께서 ‘대천세계의 모래 수만큼의 세계는 바다의 물거품이고, 일체 현인과 성인은 번개가 번쩍이는 것과 같다’96)고 하신 것이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 然이나猶一線道欠哉저. 古云神光이不眛하야萬古徽猷니入此門內에莫存知解라하시니知之一字가是衆禍之門이라百千障道之門이從此而起也니라.
- 그러나 여전히 한 가닥 도가 모자라는구나! 고덕께서 ‘신령스런 광명이 어둡지 않아 만고에 아름다운 법도이니, 이 문 안에 들어올 때에는 지해知解를 두지 말라’97)고 하셨다. ‘지知’, 이 한 단어가 모든 재앙의 문이라서 백천 가지로 도를 장애하는 문이 이로부터 생기는 것이다.
- 從知解上하야有義路理路聞解思想之病하고從義路理路聞解思想하야有思議不思議之病하고從思議不思議하야有四路葛藤之病하니曰有心求, 曰無心得, 曰言語造, 曰寂默通者ㅣ是也니라.
- 알음알이로부터 의미와 이치, 견문과 사상의 병이 있고, 의미와 이치, 견문과 사상으로부터 사량思量하거나 사량하지 못하는 병이 있으며, 사량하거나 사량하지 못하는 병으로부터 네 가지 갈등의 병이 있게 된다. 유심으로 구하는 것과 무심으로 얻는 것, 언어로 조작하는 것과 침묵으로 통달하는 것이 네 가지 갈등이다.
- 從此四路葛藤하야有十種禪病하니, 曰有無會, 曰眞無會, 曰道理會, 曰意根下卜度, 曰揚眉瞬, 目處挅根, 曰語路上作活計, 曰颺在無事匣裏, 曰擧起處承當, 曰文字中引證, 曰將迷待悟等이是也니라.
- 0001_0033_a_01L이 네 가지 갈등으로부터 열 가지 선병이 있게 된다. 유와 무로 이해하는 것, 진무眞無로 이해하는 것, 도리로 이해하는 것, 의근意根으로 헤아리는 것, 눈썹을 올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곳에서 근본을 헤아리는 것, 언어로 살 궁리를 모색하는 것, 표류하다가 일없이 상자 속에 안주하는 것, 화두가 제기된 곳에서 알아맞히려 하는 것, 문장에서 깨달음을 이끌어 내는 것, 미혹으로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 등이 열 가지 선병이다.”98)
제1절 12종의 선병을 각각 밝힘(別明禪病十二節)
-
問曰話有多種이어늘何故로特擧無字하야標列十種禪病乎아?
答曰擧一全收라不可致疑也니라.
-
묻기를,
“화두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슨 까닭으로 특별히 ‘무자화두’를 들어서 열 가지 선병을 표준으로 나열한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하나를 들면 전체가 수용된다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1. 교내와 교외를 논함(論敎內敎外)
-
問曰十種禪病理由를可得聞乎아?
答曰此十種禪病이在敎內하야는全是不思議無障碍法界智어니와在敎外하야는通是一種大病也니라. 余以管見으로一一分釋호리라.
-
묻기를,
“열 가지 선병의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대답하기를,
“이 열 가지 선병이 교리 안에서는 전부 부사의不思議한 장애가 없는 법계의 지혜이지만 교리 밖에서는 전부 하나의 큰 병일 따름이다. 내가 좁은 견해로나마 일일이 분석하겠다.”
2. 부사의한 법계의 무장애한 지혜의 병을 논함(論不思議法界無障碍智病)
- 或有人이看話之時에趙州道無意旨作麽오? 如是密密思惟하며綿綿觀察하야察而復觀타가忽然失笑云我此自性이本來空寂하며無漏智性이恒然不眛하야無盡妙用이隨緣自在로다. 風柯月渚는現露眞心하고翠竹黃花는宣明妙法이로다. 微塵裏에轉大法輪하고一毫端에現寶王刹이로다. 雖然如是나此人은法界無障碍智가在心作障故로未免參意死句之病也ㅣ니라.
-
0001_0033_b_01L어쩌면 사람들이 화두를 참구할 적에 ‘조주 선사가 무無라고 말한 주요한 취지가 무엇인가?’와 같이 면밀하게 사유하고 면밀하게 관찰하여 분명히 알고 또한 관조하다가 홀연히 자기도 모르게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이 자성自性이
본래부터 공적空寂하고
번뇌가 없는 지성智性이
항상 어둡지 않아
끝이 없는 묘용이
인연을 따라 자재하구나!
바람 부는 나뭇가지와 달이 비치는 물가는
진심眞心을 나타내는 것이고
푸른 대나무와 노란 꽃은
묘법妙法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구나!
미진 속에서도
위대한 법륜을 굴리고
터럭 끝에서도
보배의 왕국을 나타내는구나!”
비록 그렇다고는 해도 이 사람은 법계에서는 장애가 없는 지혜이지만 마음에 있어서는 장애가 되므로 뜻을 참구하는 사구死句의 병을 면하지는 못한 것이다.
3. 유무의 병을 논함(論有無之病)
- 或有人이看話之時에忽然失笑云趙州道無者는對有佛性而言也니何者오? 趙州道有者는意云此一靈眞性이周遍法界하야獨露當當하야無有身心之足累故로云一滴이混千江이라하고趙州道無者는何者오? 意云諸法性空하야無一法이本有어니佛也性也心也者를何可論之리요. 一鎚로開衆竅라할새故로揀云非有無之無라하며,
-
어쩌면 사람들이 화두를 참구할 적에 홀연히 자신도 모르게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주 선사가 ‘무’라고 말한 것은 불성이 있다는 것과 대조하여 말한 것이다. 왜냐하면 조주가 ‘유’라고 말한 것은 이 신령스런 참다운 성품 하나가 법계에 두루 보편하고, 홀로 드러나 당당하여서 몸과 마음이 족히 누를 끼칠 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물 한 방울이 천 개의 강물에 섞인다고 말한 것이다.
조주가 ‘무’라고 말한 것은 어째서인가? 모든 존재의 본성이 공하여 그 어떠한 존재도 본래부터 있는 것이 없는데 ‘부처이다’, ‘본성이다’, ‘마음이다’ 하는 것을 어떻게 논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쇠뭉치 하나로 많은 구멍을 터놓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있다’, ‘없다’의 ‘무’가 아니라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4. 무심의 병을 논함(論無心病)
- 或有看話之時에商量云趙州道無意者는心境이本空하야無所染着함이譬如兒孩가見人空解笑하고弄物不知名이라하니此는認得箇無心道理하야而生解者也오.
-
0001_0034_a_01L혹은 사람들이 화두를 참구할 적에 생각으로 헤아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주가 ‘무’라고 말한 의미는 마음과 경계가 본디 공하여 물들어 집착할 것이 없다. 마치 갓난아기가 사람을 보면서 의미 없이 웃을 줄 알고,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저 무심의 이치를 인식하여 알음알이를 내는 것일 뿐이다.
5. 평상의 병을 논함(論平常病)
- 或有看話之時에商量云趙州道無意者는山但山水但水라狗子는但喚作狗子라하나니此는認着平常道理하야而生解者也오.
-
혹은 화두를 참구할 적에 생각으로 헤아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주가 ‘무’라고 말한 의미는 산은 단지 산일 뿐이고 물은 단지 물일 뿐이라서 개는 단지 개라고 할 따름이다.”
이것은 평상의 이치를 인식하여 알음알이를 내는 것일 따름이다.
6. 이치理致의 병을 논함(論道理病)
- 或有看話之時에商量云趙州道無意를旣不許有無會眞無會댄應須妙會니何者오? 止止不須說하라. 我法이妙難思라할새故로揀云不得作道理會라하며,
-
혹은 화두를 참구할 적에 생각으로 헤아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주가 ‘무’라고 말한 의미는 이미 유무로 이해하는 것이나 진무眞無로 이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절묘하게 이해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것이 무엇인가?”
그만두라, 그만두라. 말할 필요가 없다. 나의 법은 미묘하여 생각으로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치로 이해하는 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7. 의근으로 헤아리는 병을 논함(論意根下卜度病)
- 或有看話之時에商量云旣不許有無會, 眞無會, 竗會댄何者ㅣ是趙州道無意오? 是人眼目이定動하야冷坐搜究에千思萬慮가紛飛不定故로揀云不得向意根下卜度이라하며,
-
혹은 화두를 참구할 적에 생각으로 헤아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유무로 이해하는 것이나 진무로 이해하는 것이나 절묘하게 이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조주가 ‘무’라고 말한 의미인가?”
인간의 안목은 틀림없이 움직여서 고요하게 가만히 찾거나 연구하면 천 가지 생각과 만 가지 사념이 어지럽게 날아서 결정되지가 않는다.
그래서 의근으로 예측하거나 헤아려서는 안 된다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8. 눈썹을 올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병을 논함(論揚眉瞬目病)
- 或有看話之時에商量云趙州道無意를旣不許一切道理卜度인댄當觀密作用等句로爲證據라하야以揚眉瞬目으로爲己能할새故로揀云不得向揚眉瞬目處하야垜根이라하며,
-
혹은 화두를 참구할 적에 생각으로 헤아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주가 ‘무’라고 말한 의미는 이미 모든 이치나 예측과 사량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은밀한 작용 등을 증거로 관찰해야 마땅하다.”
눈썹을 올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삼는다.
그래서 눈썹을 올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곳에서 근본을 헤아려서는 안 된다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9. 일없이 상자 속에 안주하는 병을 논함(論無事匣裹病)
- 或有看話之時에商量云趙州道無者는是無爲無事底天眞本面目을一印印破하야頓放諸人面前이니有甚麽參究之價値也리요. 碧松深澗에閒閒自在하며魚村酒肆에任意逍遙하야樂着無爲故로揀云不得颺在無事匣裏라하며,
-
혹은 화두를 참구할 적에 생각으로 헤아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주가 ‘무’라고 말한 것은 작위가 없고 일이 없는 천진한 본래면목에 하나의 도장을 찍는 것처럼 갑자기 모든 사람들의 면전에 내어놓는 것이다. 무슨 참구할 가치가 있겠는가.”
푸른 소나무 깊은 골짜기에서 한가로이 자재하고
어촌의 주막에서 마음대로 소요하며
작위가 없는 무위를 즐기는구나!
그래서 표류하다가 일이 없이 상자 속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10. 화두가 제기된 곳에서 알아맞히려고 하는 병을 논함(論擧起處承當病)
- 或有看話之時에商量云旣不許無爲無事會댄以大死之人이却活노爲好消息이라하며擊禪床擧拂子等과幷古人向上擧揚機關을我也會, 我也承當故로揀云不得向擧起處承當이라하며,
-
혹은 화두를 참구할 적에 생각으로 헤아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작위가 없고 일이 없는 것으로의 이해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크게 죽는 사람이 오히려 사는 것으로 좋은 소식을 삼는다.”
선상을 치거나 불자를 드는 따위와 고인이 향상일로로 제기한 기관을 나도 이해했으며 나도 알아맞혔다고 여긴다.
그래서 화두가 제기된 곳에서 알아맞히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11. 인용해서 증명하려는 병을 논함(論引證病)
- 或者는種種古人文字中引證故로揀云不得向古人文字中引證이라하며,
- 어떤 사람은 다양한 고인의 문장 중에서 깨달음을 인용한다. 그래서 고인의 문장 중에서 깨달음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12. 미혹으로 깨달음을 기다리려는 병을 논함(論將迷待悟病)
- 或有看話之時에商量云吾是迷人이不知佛祖之玄關이라하야急急然如救頭燃하야以求悟證之心이在前作障故로揀云不得將迷待悟라하시니라.
-
혹은 화두를 참구할 적에 생각으로 헤아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미혹한 사람이라서 부처님과 조사들의 현묘한 관문을 알 수가 없다.”
다급하게 서두르는 것이 머리에 붙은 불을 끄는 것과 같아서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장애가 된다.
그래서 미혹으로 깨달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13. 결론(結勸)
- 古云凡看經敎와及古德入道因緣호대心未明了하야覺得迷悶沒滋味가如咬鐵橛相似時에正好着力이니第一에不得放捨話頭어다乃是意識이不行하며思想이不到하야絶分別滅義路處에驀然觸發하면如忘忽記하며如睡夢覺이니라.
-
0001_0035_b_01L고덕이 말씀하기를,
“대체로 경전의 가르침과 고덕들이 깨달음에 들어가신 인연을 살펴보는데도 마음이 아직 명료하지 못하여서 미혹하고 혼미하다. 그러므로 재미가 없는 것이 마치 쇠붙이나 나무껍질을 씹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바로 힘을 다하기에 좋은 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두를 놓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의식이 실행되지 않고 생각이 이르지 않아서 분별이 끊어지고 의의意義가 소멸된 곳99)이기 때문에 한눈팔지 않고 곧장 화두를 촉발하면, 잊은 것이 홀연히 기억나는 것 같고 잠을 자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을 것이다.”
제6장 낙초담화100)(落艸談話章)
제1절 샛별을 보고 도를 깨침을 논함(論見星悟道)〔12종 질문(摠問十二)〕
- 問曰世尊이臘月八夜에見明星悟道라하시니悟箇是甚麽오? 是常耶아? 是斷耶아? 是理耶아? 是氣耶아? 是因緣耶아? 是自然耶아? 是四諦耶아? 是十二因緣耶아? 是六度耶아? 是一佛乘耶아? 是最上乘耶아? 是格外耶아?
-
묻기를,
“세존께서 납월 팔일 밤에 샛별을 보시고 도를 깨달으셨다고 하는데 깨달으신 것이 무엇입니까? 상주常住입니까? 단멸斷滅입니까? 이理입니까? 기氣입니까? 인연입니까? 자연입니까? 사성제四聖諦입니까? 십이인연입니까? 육바라밀입니까? 일불승一佛乘입니까? 최상승最上乘입니까? 격외格外입니까?”
1. 개별적 답변 21종(別答二十一節)
- 答曰否라. 何者오? 天地成壞와四時之變易과萬物之變遷과三世之流轉이種種虛幻不眞하나니汝敢道是常耶아. 汝身이若常인댄無常殺鬼가念念不停하야命若朝露하니汝敢道是常耶아.
-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다. 어째서인가? 천지의 완성과 붕괴, 사계절의 변화, 만물의 변천, 과거·현재·미래 삼세三世의 유전流轉 등은 갖가지로 허망하여서 진실하지 않은데 그대가 감히 상주하는 것이라고 말하겠는가.
그대의 몸이 설령 상주하더라도 무상한 살귀殺鬼가 한시도 멈추지 않아 목숨이 아침 이슬과 같은데 그대가 감히 상주한다고 말하겠는가.
- 汝心이若常인댄喜怒哀樂과生住異滅이變態無常하니汝敢道常耶아? 汝性이若常인댄亘古亘今토록凝然不變하야生理斷絶이요.
-
0001_0036_a_01L그대의 마음이 설령 상주하더라도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喜怒哀樂)과 일어남·머무름·달라짐·사라짐(生住異滅)이 변화하는 형태로서 무상한데 그대가 감히 상주한다고 말하겠는가.
그대의 본성이 만일 상주한다면 예로부터 지금까지 응축되어서 불변할 것이므로 생성하는 이치가 단절되었을 것이다.
- 若空이是汝性則長空不有요若湛이汝性則長湛不濁이요若善이汝性則長善不惡이요若惡이汝性則長惡不善하리니聖人은永作聖人하고凡夫난永作凡夫하야乃至窮劫이라도無有一人이發菩提心者하리라.
- 만일 공이 그대의 본성이라면 언제까지나 텅 비어서 있음이 되지 않고, 만일 맑음이 그대의 본성이라면 언제까지나 맑아서 탁하게 되지 않을 것이며, 만일 선함이 그대의 본성이라면 언제까지나 선해서 악하게 되지 않고, 만일 악함이 그대의 성품이라면 언제까지나 악해서 선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성인은 영원히 성인이 되고 범부는 영원히 범부가 되어서 겁을 다함에 이르더라도 단 한 사람도 보리심을 발하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 古云眞性甚深極微妙하야不守自性隨緣成이라하시며又一切諸法이若斷인댄天地萬物과四大五蘊과情與無情이皆歸斷滅하야極於虛無하리니此是外道之見解也니라.
-
고덕께서 말씀하기를,
“진실한 본성은
매우 심오하고 지극히 미묘하여
자성을 지키지 않고
인연을 따라 이루어진다.”101)
또한 일체 모든 법이 만일 단멸이라면 천지와 만물, 사대四大와 오온五蘊, 유정물有情物과 무정물無情物 등이 모두 단멸로 돌아가니 허무만이 지극할 것이다. 이것은 외도의 견해이다.
- 古云虛而靈하고寂而妙라하니汝敢道斷耶아理無自理라因心立理하니本絶理稱이라. 汝敢道理耶아? 氣有多般하니所謂虛靈知覺之氣와空氣電氣水氣等이라. 本絶諸氣어니汝敢道氣耶아? 因緣은和合而成者니本絶因緣이어니汝敢道因緣耶아? 自然은恃天眞이라性非自然이어니汝敢道自然耶아? 四諦者은一曰苦諦요二曰集諦요三曰滅諦요四曰道諦니盖苦諦는是果요集諦는是因이라.
-
고덕께서 “텅 비었으면서도 신령스럽고 고요하면서도 미묘하다.”102)라고 말씀하였는데,
“그대가 감히 단멸이라고 말하겠는가.
이치에는 자체의 이치가 없어서 마음을 의지하여 이치가 세워진다. 본디 이치라는 명칭도 끊어져 버렸는데 그대가 감히 이치라고 말하겠는가.
기氣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른바 허령虛靈하며 지각하는 기와 공기, 전기電氣, 수기水氣 등등이다. 본디 모든 기를 끊어 버렸는데 그대가 감히 기라고 말하겠는가.
인연은 화합하여 성립되는 것이다. 본디 인연을 끊어 버렸는데 그대가 감히 인연이라고 말하겠는가.
자연은 천진天眞을 의지한다. 본성은 자연이 아닌데 그대가 감히 자연이라고 말하겠는가.
사성제의 첫 번째는 고제苦諦이고 두 번째는 집제集諦이며 세 번째는 멸제諦이고 네 번째는 도제道諦이다. 대체적으로 고제는 결과이고 집제는 원인이다.
- 三界苦海가惟身口意所集이니欲除苦果댄先斷集因이니라又滅諦는是果요道諦는是因이니由修道因하야斷苦果之集因하고證寂滅之妙果也니라因果倒置者는使世人으로先知怖果絶因也니라原非灰心滅諦어니汝敢道四諦耶아.
-
삼계의 고해가 오직 신구의身口意 삼업에 의해 집적되는 것이므로 고제인 결과를 제거하고자 하면 먼저 집제인 원인을 끊어야 한다. 그리고 멸제는 결과이고 도제는 원인이다. 수도修道하는 원인에 따라 결과인 고제의 원인인 집제를 끊고 적멸의 묘과를 증득하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도치된 것은 세상 사람들이 먼저 공포의 결과를 알아서 그 원인을 끊어 내도록 하는 것이다. 원래 식은 재 같은 마음이 멸제가 아닌데 그대가 감히 사성제라고 말하겠는가.
- 十二因緣者는一切衆生이於可愛境에由無知故로起貪着하나니無智者는是無明이요貪着者는是行이요了別境者는是識이요識具諸蘊者은是名色이요名色所依根者는是六處요六處和合이是觸이요能領觸者는是受요欣然受者는是愛요愛增者는是取요引後業者는是有요諸蘊起者는是生이요諸蘊變熟者는是老요諸蘊滅壞者는是死요意識이不平等相應受者는是憂요憂極哀泣者는是悲요五識不平等相應受者는是苦요心憔悶者는是惱니本絶無知어니汝敢言十二因緣耶아?
- 0001_0036_b_01L십이인연은 일체중생이 사랑할 만한 경계에 대해서 무지無知하기 때문에 탐착을 일으킨다. 지혜가 없는 것이 무명無明이고, 탐착하는 것이 행行이고, 경계를 뚜렷하게 분별하는 것이 식識이고, 식으로 모든 온蘊을 갖추는 것이 명색名色이고, 명색이 의지하는 근본이 육처六處이고, 육처가 화합하는 것이 촉觸이고, 촉을 깨달을 수가 있는 것이 수受이고, 기쁘게 수용하는 것이 애愛이고, 애가 증가하는 것이 취取이고, 후생의 업을 이끌어 내는 것이 유有이고, 모든 온蘊이 생기하는 것이 생生이고, 모든 온이 변화하여 성숙하는 것이 노老이고, 모든 온이 소멸하여 사라지는 것이 사死이고, 의식이 불평등하게 상응하여 수용되는 것이 우憂이고, 근심이 극에 달하여 슬퍼하며 우는 것이 비悲이고, 전오식前五識이 불평등하게 상응하여 수용되는 것이 고苦이고, 마음이 초조하며 답답한 것이 뇌惱이다. 본디 무지無知를 끊어 버렸는데 그대가 감히 십이인연이라고 말하겠는가.
- 本無修證이어니敢言六度耶아? 佛佛不相見이어니敢言佛乘耶아? 非識所知요非智所及이라不及之者는是甚麽物고? 原非名言이어니誰言最上乘이리요? 本絶格內어니誰敢言格外리요? 然則世尊이悟箇甚麽오? 莫是纖塵不立하며寸草不生麽아? 莫是刀不自割하며眼不自見하며水不自洗麽아? 莫是無心麽아? 莫是平常心麽아? 總不如是니라.
-
본디 수행하거나 증득하는 것이 없는데 감히 육바라밀이라고 말하겠는가.
부처와 부처가 서로 보지 못했는데 감히 불승佛乘이라고 말하겠는가.
식으로 알 수도 없고 지혜로 미칠 수도 없는 것이 무슨 물건인가? 원래 이름도 언어도 아닌데 누가 최상승이라고 말하겠는가.
본디 격내格內를 끊어 버렸는데 누가 격외格外라고 말하겠는가.
그렇다면 세존께서 깨달으신 것이 무엇인가?
미세한 티끌도 서지 못하며
한 치의 풀도 자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칼은 칼 자체를 베지 못하며
눈은 눈 자체를 보지 못하며
물은 물 자체를 씻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무심이 아닌가?
평상심이 아닌가?
모두 이와 같지 않다.”
2. 거듭 추궁하고 점검함(轉轉推檢)
- 問總不如是者댄是甚麽物고? 汝離却語默動靜하고道將一句來하라.
-
질문하기를,
“모두 이와 같지 않다면 도대체 무슨 물건입니까? 그대는 말과 침묵, 동작과 정지靜止를 여의고서 한마디로 말해 보시오.”
3. 지당한 답변(答得處甚諦當)
- 答曰道者야山僧은汝爾로不與麽道호리라. 問曰作麽生道오? 答曰如未會댄更參三十年하야사始得다.
-
대답하기를,
“도자道者103)여, 산승은 그대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묻기를,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대답하기를,
“만일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면 30년은 더 참구해야 한다.”
제2절 임종의 증험을 논함(論臨終辨驗)
- 丙辰春三月에上堂에有人이問曰凡人臨終에善惡二道를如何辨得고? 答曰人之生也에以地水火風四大로合成此身也니故로名爲生也오人之死也에而地水火風四大가皆失故常也니故로名有死也니라.
-
병진년 봄 3월에 상당하셨는데 어떤 사람이 묻기를,
“일반 사람이 임종할 적에 선도善道와 악도惡道104)를 어떻게 분간할 수 있습니까?”
대답하기를,
“사람이 태어날 적에는 흙·물·불·바람 사대四大가 화합하여 이 몸을 이루었다. 그래서 ‘태어남’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람이 죽을 적에는 흙·물·불·바람 사대가 모두 과거의 항상성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人之肉體的內外臟腑난如時鍾之全體機關하며人之呼吸息은如時鍾之鍾線이自有去來달하니鍾錘가一停에百機가俱停하고人息이一息에萬機가俱息하나니衆生之生이止此而已也니라.
- 사람 몸의 내외 장부는 괘종시계의 기관 전체와 같고, 사람이 내쉬고 들이쉬는 호흡은 괘종시계의 추가 추간 거리를 저절로 ‘왔다 갔다’ 하는 것과 같다. 시계추가 한번 멈추면 모든 시계장치가 다 멈추고, 사람의 호흡이 한번 멈추면 모든 신체기관이 다 멈춘다. 중생들의 삶이 여기에서 마칠 뿐이다.
- 又心有二義하니一曰眞明心이요二曰肉團生滅心이니眞明心者는不生滅之謂也오肉團心者는魂魄之精也니魂爲陽하고魄爲陰하나니儒之所謂聖人之心이有七竅三毛者此也니라.
- 마음에는 또한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진명심眞明心이고 다른 하나는 육단생멸심肉團生滅心이다. 진실하며 밝은 마음인 진명심은 생멸하지 않음을 의미하고, 생멸하는 육체의 마음인 육단심은 혼백魂魄의 정수이다. 혼은 양이고 백은 음이다. 유교에서 성인의 마음이 칠규삼모七竅三毛105)에 있다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 又魂之精은風火之氣也니凡人之死也에風火二大가先去上昇하고魄之質은地水之氣也ㅣ니凡人之死也에離此冷塊諸不淨物而已니儒之所謂魂昇魄降者ㅣ此也며釋之所謂三魂이渺渺歸何處오七魄이茫茫去遠鄕者是也ㅣ니라.
- 0001_0037_b_01L혼의 정수는 바람과 불의 기운으로 일반 사람이 죽을 적에 바람과 불, 이 두 가지 요소가 먼저 상승하여 떠나간다. 혼의 바탕은 흙과 물의 기운으로 일반 사람이 죽을 적에 이 차디찬 덩어리인 부정물不淨物을 여읠 뿐이다. 유교에서 ‘혼은 상승하고 백은 하강한다’고 말하는 것이 이것이며, 불교에서 ‘삼혼三魂은 어디로 아득히 끝이 없이 돌아가고 칠백七魄은 먼 고향으로 끝이 없이 보이지 않게 떠나가는구나!’106)라고 말하는 것이 이것이다.
- 夫人之善惡二業으로六途昇降이昭然明白하야微毫不隱이로되而人自昧하니甚可憐愍이로다. 夫人之命終後에第一點溫度落處로驗之則無不了知하리니何也오? 夫本命由緖가元離識心이니,
-
대체적으로 사람은 선과 악, 이 두 가지 업에 의해서 육도六道에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것이 뚜렷하고 명백하여 추호도 숨김이 없는데 사람들 자신이 어리석을 따름이니 참으로 가엾이 여길만하다.
대체로 보면, 사람은 목숨이 끊어진 뒤에 첫 번째로 체온이 떨어지는 곳에서 선업과 악업을 판단하면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어째서인가? 무릇 본래 목숨이 유래한 실마리가 원래 식심識心을 떠나기 때문이다.
- 如龍昇降에雲霧가自然護從인달하야心識所向에風火二大가自然從之而離體去散하나니善業者는溫度가自臍輪으로至于頂하고惡業者는溫度가自臍輪으로至于足掌하나니四支가厥冷하야漸漸捲來어든以溫度最後落處로看驗也니라.
-
마치 용이 승천하거나 내려올 때에 운무가 자연히 보호하며 따르는 것처럼 심식이 향하는 곳으로 바람과 불, 두 가지 요소가 자연히 심식을 따라가서 몸을 떠나며 흩어진다.
선업은 체온이 배꼽에서부터 정수리까지 도달하고 악업은 체온이 배꼽에서부터 발바닥까지 도달하는데, 사지가 뻣뻣해지면서 차가워져서 점점 체온을 거두어들이면 체온이 가장 늦게 떨어지는 지점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 所以然者는何오? 如以濁水로貯於衆器하야置之靜室하야不動不撓則濁者自下하고淸者는自上하나니器者는譬衆生之根이요水者는譬衆生之心識이요濁者는譬衆生之惡業이요淸者은譬衆生之善業이요自下者는譬衆生之惡道受生이요自上者는譬衆生之善道受生이니라.
- 이유가 무엇인가? 마치 탁한 물을 여러 그릇에 담아서 고요한 방에 놓아두고 움직이거나 흔들지 않으면 탁한 것은 저절로 아래로 내려가고 맑은 것은 저절로 위로 올라가는 것과 같다. 그릇은 중생의 근기를 비유하고 물은 중생의 심식을 비유하며, 탁한 것은 중생의 악업을 비유하고 맑은 것은 중생의 선업을 비유하며, 저절로 내려가는 것은 중생이 악도에서 태어나는 것을 비유하고,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중생이 선도에서 태어나는 것을 비유한다.
- 又如以絲로繫於鳥足이면隨其絲之輕重長短하야飛擧遠近하나니鳥者는譬衆生之識也요絲者난譬衆生之業也요絲之長短輕重者는譬衆生業之厚薄也니業厚者는溫度가捲下하고業薄者는溫度가捲上하나니,
- 0001_0038_a_01L또는 마치 실을 새의 다리에 묶으면 그 실의 가볍고 무거움, 길고 짧음에 따라 날아가는 것이 멀거나 가까운 것과 같다. 새는 중생의 식을 비유하고 실은 중생의 업을 비유하며, 실의 길고 짧음과 가볍고 무거운 것은 중생의 업의 두터움과 얇음을 비유한다. 업이 두터운 자는 체온이 아래에서 거두어지고, 업이 엷은 자는 체온이 위에서 거두어진다.
- 溫度가至臍輪落者는人道에受生也요溫度가至上丹田落者는畜道에受生也요溫度가至下丹田落者는餓鬼趣에受生也요溫度가至足掌落者는地獄趣에受生也ㅣ니라.
- 체온이 배꼽에 이르러서 떨어지는 자는 인간세계인 인도人道에 태어나는 것이고, 체온이 단전 위에 이르러서 떨어지는 자는 축생세계인 축도畜道에 태어나는 것이고, 체온이 단전 아래에 이르러서 떨어지는 자는 아귀세계인 아귀취餓鬼趣에 태어나는 것이고, 체온이 발바닥에 이르러서 떨어지는 자는 지옥세계인 지옥취地獄趣에 태어나는 것이다.
- 又自臍輪으로至中脘胸部하야溫度가落者는諸天趣에受生也요自面部로至頂上하야溫度가終者는佛祖聖人의解脫自在하야攝化歸證者也니如足下無絲하야鳥飛遠近에縱橫이無碍也니라.
- 아울러 배꼽에서부터 위가 있는 중완中脘과 가슴 부분에 이르러서 체온이 떨어지는 자는 모든 천상세계인 천취天趣에 태어나는 것이고, 얼굴 부위로부터 정수리에 이르러서 체온이 마치는 자는 부처와 조사와 성인들이 해탈 자재하여 중생을 거두어 교화하고 증득에 돌아가는 것이다. 마치 새의 다리에 실이 없어서 새가 멀고 가까운 곳을 종횡으로 걸림 없이 날아다니는 것과 같다.”
제3절 변하는 것은 오직 식識임을 논함(論所變惟識)
- 問曰凡人이歸寂之時에前路가茫茫하야未知何往이니那箇是善道現前이며那箇是惡道現前乎아? 答曰善惡二道가惟識所變이니識浪이淸者는靈識이上天하야化生諸天하고識浪이濁者는靈識이沈下하야化生地獄하나니라.
-
묻기를,
“일반 사람들이 적멸寂滅로 돌아갈 적에 앞길이 끝이 없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어디에 왕생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어떤 것이 선도가 현전한 것이고 어떤 것이 악도가 현전한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선도와 악도는 오직 식識에 의해서만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식의 물결이 맑은 자는 영묘한 식이 천상에 올라가서 모든 하늘에 화생化生하고, 식의 물결이 탁한 자는 영묘한 식이 아래로 가라앉아 지옥에 화생하는 것이다.”
제4절 불조佛祖의 안신입명을 논함(論佛祖安身立命)
- 淸濁이俱空하고識心이頓淨하야上不見天堂하고下不見地獄하며中不見諸聖하며五蘊이本空하며六塵이非有하며不出不入하며不定不亂하야,
- 0001_0038_b_01L맑음과 탁함이 모두 공하고 식심이 홀연히 청정하여 위로는 천당을 보지 않고, 아래로는 지옥을 보지 않으며, 가운데로는 모든 성인을 보지 않는다. 오온五蘊이 본디 공하고 육진六塵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않고, 안정하지도 산란하지도 않다.
- 禪性이無住라離住禪寂하며禪性이無生이라離生禪想하야本不恁麽하며亦不不恁麽하야無上大涅槃이圓明常寂照而已이니此是佛祖의安身立命之處也니라.
- 선禪의 본성은 안주하는 것이 없어서 선의 적정寂靜에 안주하는 것도 여의고, 선의 본성은 생하는 것이 없어서 선의 정려靜慮를 생하는 것도 여읜다. 본래 이렇게 하지도 않으며 또한 이렇게 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무상無上의 위대한 열반이 뚜렷이 밝아 언제나 고요히 비출 뿐이다. 이것이 부처와 조사가 몸을 편안히 하고 천명을 세우는 곳이다.
- 昔者에一道人이云若人이臨命終時에若一毫라도凡聖情量이未盡이면入驢胎馬腹裏去也라하며又有一道人이云若一毫凡聖情量이淨盡이라도未免驢胎馬腹裏去也라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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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도인이 말씀하기를,
“만일 임종할 때에 터럭만큼이라도 범부니 성인이니 하며 헤아리는 망정이 아직 다하지 못했다면 나귀의 태반과 말의 배 속에 들어갈 것이다.”107)
또 어떤 도인이 말씀하기를,
“설령 범부니 성인이니 헤아리는 터럭만큼의 망정마저 깨끗하게 다 없앴더라도 나귀의 태반과 말의 배 속에 들어가는 것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108)
제5절 주문呪文의 신통변화를 논함(論呪通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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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經有呪誦儀軌之法하니呪有神通變化之理乎아?
答曰呪者는諸佛之語시라如軍中之軍號也ㅣ니惣持萬法에竗義莫測이니라. 然雖如是나難得其人이니縱有無價超世之劍이라도非其掀天動地之英才면把得便用者ㅣ幾稀哉저. 故로云千兵은易得이어니와一將은難求라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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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기를,
“경전에 주문을 염송하는 의궤에 관한 방법이 있는데 주문에는 신통변화의 이치가 있습니까?”
대답하기를,
“주문은 모든 부처님의 말씀이시다. 군대의 군사 암호와 같은 것이다. 주문은 만법을 모두 굳게 지니고 있으므로 그 미묘한 의미를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그 사람을 얻기가 어렵다. 설령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검이 있을지라도 그 사람이 천지를 뒤엎을 만한 영재가 아니라면 검을 쥐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드물 것이다. 그래서 ‘병사 천 명은 얻기가 쉽지만 장수 한 명은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 又呪則心呪니惟精惟一하야念玆在玆하야念誦不忘則一心이獨露하리니自然心光이虛靈하야體絶偏圓하야折合神用去也리라. 然이나乃至始終히一心不亂하야莫取諸相하라. 一念取着하면爲魔所攝하야喪失身命而必自棄也無疑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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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39_a_01L또한 주문은 마음의 주문이다. 오직 정밀하고 오직 순일하게 이 주문만을 한결같이 생각하여 염송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 일심이 홀로 드러날 것이다. 자연히 마음의 광명이 텅 빈 듯이 영통하고 신체가 치우침과 원만함을 뛰어넘어 신비스런 작용에 딱 들어맞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심이 산란하지 않고 그 어떤 상도 취해서는 안 된다. 한 순간이라도 상을 취하면 마魔에게 포섭되어 몸과 목숨을 상실하고 반드시 자신을 버리고 돌보지 않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呪無神通變化하며亦非無神通變化者ㅣ니惟在誠心至切이니라. 如至孝之人이侍墓三年에白鶴이呈祥하며靈芝가聳地하며瑞氣가盤桓하나니元非白骨之所爲라是誠心至孝之所感이니呪亦如是니라.
- 주문에는 신통변화가 없으며 또한 신통변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직 정성스런 마음의 지극한 절실함에 있을 뿐이다. 마치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 3년 동안 시묘侍墓를 하니까 백학이 길조를 나타내고, 영지가 땅에서 솟아오르듯이 상서로운 기운이 머무르는 것과 같다. 원래 하얀 뼈다귀에 의해 행해진 것이 아니라 정성스런 마음의 지극한 효성에 의해 감응된 것이다. 주문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제6절 정토를 논함(論淨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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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佛有極樂淨土之說하니是疑夫哉ㅣ저. 是眞實有也否아?
答曰極樂云者는是無上淸淨法身之樂이니人人箇箇의自家屋裏方寸之事라不是他物也ㅣ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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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기를,
“불교에는 극락정토의 설이 있는데 의심스럽군요. 진실로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극락이라고 하는 것은 무상의 청정한 법신의 즐거움이다. 누구나 각각 자신들의 집 안에 있는 마음의 일이지, 다른 물건이 아니다.”
제7절 정토의 구품九品을 논함(論淨土九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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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極樂之說이有九品蓮臺之說하니但以心淸淨者로謂極樂者는其謬甚矣인저.
答曰汝는但逐言詮이오不達其理로다衆生心中에有九品之惑故로隨其惑之漸淸하야有九品蓮臺之說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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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39_b_01L질문하기를,
“극락의 설에는 구품연대九品蓮臺109)라는 주장이 있는데도 다만 마음이 청정한 것만을 극락이라 하는 것은 오류가 매우 심합니다.”
대답하기를,
“그대는 다만 말의 절차만을 쫓고 그 말의 이치는 통달하지 못하였다. 중생심에 구품의 미혹이 있다. 그래서 그 미혹이 점점 청정해짐을 따라서 구품연대의 주장이 있는 것이다.
- 盖心淸淨者는本也요報土極樂者는末也ㅣ니但修其本이언정莫其末也ㅣ니譬如濁水가漸淸에影像이漸現인달하야諸佛淨土도亦然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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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마음이 청정한 것이 근본이고, 수행 과보인 보토報土의 극락은 말단이다. 다만 그 근본은 닦을지언정 그 말단은 근심해서는 안 된다.
비유하면, 탁한 물이 점점 맑아지면 비치는 영상이 점차 나타나는 것과 같이 제불의 정토가 또한 그러한 것이다.
- 水淸者는本也니喩衆生心也요水濁者는末也니喩衆生業惑也요水漸淸者는喩衆生之業惑이漸消也요影像이漸現者는喩報土九品蓮臺가漸現也니라.
- 물이 청정한 것은 근본으로 중생심을 비유하고 물이 혼탁한 것은 말단으로 중생의 미혹한 업을 비유하며, 물이 점점 맑아지는 것은 중생의 미혹한 업이 점점 소멸하는 것을 비유하고 비치는 영상이 점차 나타나는 것은 보토의 구품연대가 점차 나타나는 것을 비유한다.
- 心水淸而報土極樂이自至요心水濁而六途五蘊이自現하나니夫三界六途는惟識所變이요諸佛淨土도惟心所現이니라.
- 마음의 물이 청정하면 보토의 극락이 저절로 도래하고, 마음의 물이 혼탁하면 육도와 오온이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다. 무릇 삼계와 육도는 오직 식識에 의해서만 변하게 되는 것이고 제불의 정토는 오직 마음에 의해서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 纖塵不立하며寸草不生하야絶諸待對하며中道不須安하야轉身一步則可謂無上大涅槃이圓明常寂照하리니有甚麽論天堂極樂也리요
- 미세한 티끌도 서지 못하고 한 치의 풀도 자라지 못하여 모든 상대적 개념을 끓어 버렸고 중도中道에 안주할 필요도 없어서 몸을 돌려 한 걸음 내디디면 무상의 위대한 열반이 뚜렷이 밝아 언제나 고요히 비출 것인데, 무엇을 천당이니 극락이니 하며 논할 것이 있겠는가.
- 生則從證起化하고滅則攝化歸證而已니言其證則三世諸佛이口掛壁上하고語其化則從空放下에變化自在하며大用이無方이니라.
- 태어나면 깨달음에 따라 교화를 일으키고, 입멸入滅하면 교화를 거두어 깨달음에 돌아갈 따름이다. 그 깨달음에 대해 말하면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이 입을 벽에 걸어 놓은 것이고, 그 교화에 대해 말하면 허공에서 뛰어내리는 것이므로 변화는 자재하고 대용大用은 일정한 방식이 없다.”
제8절 십념왕생을 논함(論十念往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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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敎有十念往生之說하니其理如何오?
答曰獅子는咬人이요韓獹는逐塊ㅣ니不知理之所從하고但逐言詮이是也라.
-
질문하기를,
“교리에 아미타불을 열 번 염불하면 왕생한다는 십념왕생의 주장이 있는데 그 이치가 어떠합니까?”
대답하기를,
“사자는 흙덩이를 던진 사람을 물고 영리한 사냥개는 흙덩이를 쫓는다고 하는데, 이치가 나아가는 곳은 알지 못하고 다만 말의 논리만을 쫓으니 바로 그것이다.
- 前에不云乎아六途五蘊이惟識所變이니如人夜夢에見種種諸相호대或見日月이明朗하며大地가平坦하며山水가華麗하야花柳는粧於萬壑하고牟麥은富於千種하며又種種奇物이紛然間錯하나니是人夢識所變이라亦非外來者요.
- 0001_0040_a_01L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육도와 오온이 오직 식에 의해서만 변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이 밤에 꿈을 꿀 적에 여러 가지 많은 형상을 보게 되는데, 어떤 때는 해와 달이 밝게 빛나고, 대지가 평탄하고 산수가 화려하며, 꽃과 버들이 모든 골짜기를 곱게 치장하고, 밀과 보리가 넓은 들판을 풍요롭게 하며, 아울러 갖가지 기이한 사물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는 것을 본다. 이것은 사람의 꿈속의 식이 변화된 것이지 밖에서 온 것이 아니다.
- 又見黑雲이滿天하며大風이暴起하며惡獸가趕來하며見種種惡物等相하나니是亦夢識所變이라不由他物所干也ㅣ니라. 而人이報緣遷謝之日과一念終命之時에見種種物相과六途五蘊이現前者는皆識之所變也니라.
-
또는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큰 바람이 사납게 불며 사나운 짐승이 뒤쫓아 오는 것을 보기도 하고 갖가지 악한 사물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꿈속의 식이 변화된 것이지 다른 사물의 관여에 기인된 것이 아니다.
사람이 과보의 인연으로 받은 수명이 사라지는 날이나, 일념 사이에 목숨이 끝마치는 때에 갖가지 사물의 형상이며 육도와 오온이 앞에 나타남을 보는 것은 모두 식에 의해서 변화된 것이다.
- 到恁麽田地하야繫念一處하야但念彌陀하야全注一心則識浪이頓靜하야變念令淨하리니前所謂心水淸而報土極樂이自至者ㅣ此之謂也니라.
- 이와 같은 상황에 이르러 생각을 한곳에 매어 두고 오직 아미타불만을 생각하며 일심을 온전히 기울이면 식의 물결이 순간적으로 고요해져서 변화하던 생각을 청정하게 할 것이다. 앞에서 마음의 물이 청정하면 보토의 극락이 저절로 이른다고 말한 것이 이것을 의미한다.
- 然이나有人이命終之時에一心不亂하야至十念者ㅣ誠不易也ㅣ니라若不然者ㅣ면如人이命終之時에識浪이競起하며三尸九蟲이變態無常하야或現蓮臺來迎하며或現宮殿樓閣하야以千形萬態로誘引亡者神識하야咸入惡趣하나니三界苦海를何時出頭也리요? 是亦痛歎處也로다.
- 그러나 사람이 목숨을 마칠 때에 일심이 흐트러지지 않아서 아미타불을 열 번 염송하는 십념十念에 이르는 것은 진실로 쉽지가 않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사람이 목숨을 마칠 때에 식의 물결이 경쟁하듯이 일어나고 삼시구충三尸九蟲110)이 변화시키는 형태가 무상하여 어떤 경우에는 연화대로 맞이하러 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궁전과 누각을 나타내기도 하는 등등의 천만 가지 형태로 망자亡者의 신령스런 식을 모두 악취에 들어가도록 유인할 것이니 삼계의 고해를 언제 벗어나겠는가. 이것 또한 통탄할 일이다.”
제9절 참선자의 임종 후에 대하여 논함(論參禪人臨終後如何)
-
問曰念佛之人은仗佛加被之力하야必獲淨土之報어니와參禪之人은若今生에未得見性成佛則死後에則如何哉리요? 必墜輪回也無疑로다.
答曰咄哉라惑之甚也여. 汝不得輕發妄言하라. 自誤는猶可어니와又瞎却無量衆生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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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기를,
“염불하는 사람은 부처님의 가피력에 의지하여 반드시 정토의 과보를 얻겠지만 참선하는 사람이 만일 금생에 견성성불見性成佛을 얻지 못한다면 사후에 어떻게 됩니까? 반드시 윤회에 떨어질 것임에는 의심할 바가 없습니까?”
대답하기를,
“가련하구나, 미혹의 심함이여! 그대는 망언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자신을 그르치는 것은 그래도 괜찮지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생들의 눈을 멀게 할 것이다.
- 盖參禪者는三世諸佛之母니三世佛祖皆因禪定하야親證此心也시니라. 故로我本師釋迦世尊이入雪山하사六年坐不動도修此禪也며達摩祖師가於小林窟에九年面壁도修此禪也며以至於天下老和尙히皆修禪定之人也니現今傳燈廣燈繼燈祖燈等錄에所載諸禪師行狀을汝曾見也未아.
- 대체적으로 참선은 삼세의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이다. 삼세의 부처와 조사가 모두 선정을 의지해서 이 마음을 몸소 깨달으셨다. 그래서 우리의 본사 석가세존께서 설산에 들어가셔서 6년 동안 좌정하여 움직이지 않으셨던 것도 이 선정을 닦은 것이고, 달마 조사께서 소림굴에서 9년 동안 면벽面壁을 하셨던 것도 이 선정을 닦은 것이며, 천하의 노화상들까지 모두 선정을 닦으신 분들이다. 현존하는 『전등록傳燈錄』, 『광등록廣燈錄』, 『계등록繼燈錄』, 『조등록祖燈錄』 등등의 기록에 기재되어 있는 여러 선사들의 행장을 그대는 아직도 본 적이 없는가.
- 然이나禪有多般하니如華嚴之法界三觀과一眞空絶相觀二理事無碍觀三周遍含容觀圓覺之靜幻寂三觀과一泯相澄神觀二理事無碍觀三絶對靈心觀天台之空假中三觀과幷水觀火觀日沒觀白毫觀等은通稱觀禪이니全無參究之力하고但以心으로澄神凝寂觀之하야久久純熟則自然生滅이虛寂하고心光이虛靈하리라單復十二코사方成大覺이니非若祖宗門下에所示直截本源이니라.
- 그러나 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화엄종의 법계삼관法界三觀111)첫째 진공절상관眞空絶相觀, 둘째 이사무애관理事無碍觀, 셋째 주변함용관周遍含容觀과 『원각경』의 정환적靜幻寂 삼관三觀112)첫째 민상징신관泯相澄神觀, 둘째 이사무애관理事無碍觀, 셋째 절대영심관絶對靈心觀과 천태종의 공가중空假中 삼관三觀 113)및 정토종의 수관水觀, 화관火觀, 일몰관日沒觀, 백호관白毫觀 등의 십육관법114) 등등을 관선觀禪이라고 통칭하는데, 전혀 참구하는 힘은 없고, 다만 마음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지극히 고요하게 관하는 것으로 오랫동안 순숙하면 자연히 생멸은 텅 비고 고요해지며, 마음의 빛은 텅 비고 영묘해진다. 오로지 열두 번을 반복하여야 비로소 대각을 성취하니까 조사의 문하에서 보인 바로 생사윤회의 근원을 끊는 직절본원直截本源과는 같은 것이 아니다.
- 夫祖師關者는非念佛觀相之可比也라才參一念에見解斯亡하야碧眼達摩祖師也黃頭佛也라도容身無地온況乎十二部分敎也며又況極樂天堂과地獄幷三世因果之說也리요.
- 무릇 조사관은 염불이나 관상법觀相法이 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우 한 순간 동안만이라도 참구하면 견해가 없어져서 벽안碧眼달마 대사과 황두黃頭부처님라 하더라도 몸을 용납할 곳이 없는데, 하물며 십이부의 교설115)을 용납하겠는가. 또한 하물며 극락, 천당, 지옥의 교설이나 삼세인과三世因果의 교설을 용납하겠는가.
- 盖念不如觀요觀不如參이니라何者요? 念者는念佛也니雖千念萬念이라도但動念而念이니如石上水轉하야一念一轉이며乃至萬念萬轉이니何時에一念子ㅣ如桶底脫相似也리요? 全無參究之力故也니라.
- 0001_0041_a_01L대체적으로 염불하는 것은 관법하는 것만 못하고 관법하는 것은 참선하는 것만 못하다. 어째서인가? 염불은 부처님을 염송하는 것이다. 설령 천만 번을 염불하더라도 다만 생각을 움직여서 생각하는 것이므로 돌 위에서 물방울이 구르는 것처럼 일체가 될 수 없다. 한 번 염불하는 것은 한 번 물방울이 구르는 것이고 또한 만 번 염불하는 것은 물방울이 만 번 구르는 것인데, 언제 일념이 칠통 밑이 쑥 빠지는 것과 같아지겠는가. 참구하는 힘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觀者난如念佛로大相不同하야凡人入觀之時에便是澄神凝寂之勢가自然現前하나니久久不移하면起滅卽盡하야體露眞常하야圓明無際니라.
- 관법은 염불과는 조금도 비슷하지 않고 아주 다르다. 일반 사람들이 관법에 들어갈 때에, 바로 맑은 정신과 지극히 고요한 자세가 자연히 현전하는데, 오랫동안 변함이 없으면 생각이 일어나거나 사라지는 것이 곧바로 다 없어져서 본체가 진실하고 한결같음을 드러내어 뚜렷하게 밝은 것이 끝이 없다.
- 然이나與祖關參究로大相不同하니譬如濁水ㅣ漸淸에澄湛이漸現인달하야雖湛性이頓現이라도濕性은難明이요又至正覺하야는單復十二하야사方成正覺하나니全無參究之力故也니라.
- 그러나 조사관의 참구와는 조금도 비슷하지 않고 아주 다르다. 비유하면 탁한 물이 점차로 맑아지면 청정함이 점차로 나타나는 것처럼 비록 맑은 본성이 홀연히 나타나더라도 물의 습한 본성은 밝히기가 어렵고, 또한 정각에 이르기 위해서는 오로지 열두 번을 반복하여야 비로소 정각을 성취한다. 전혀 참구하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 祖關은如利斧로斫伐樹根하며又如壯士가輪刀上陣이니但只疑情이如大火聚어니那容計較思惟와得失是非와階級漸次也리요.
- 조사관은 예리한 도끼로 나무의 뿌리를 자르는 것과 같고, 또는 장수가 칼을 휘두르며 전쟁터를 누비는 것과 같다. 오직 의정疑情이 커다란 불덩어리와 같은데 헤아림과 생각함, 얻음과 잃음, 옳음과 그름, 단계와 점차를 어찌 용납하겠는가.
- 才參一念에頓超三乘一乘之見解也니라. 惺惺然寂寂然無時間斷則不歷僧祗하고頓成正覺하야直至佛祖向上一竅이리니,
- 겨우 한순간 동안만이라도 참구하면 홀연히 삼승과 일승의 견해를 초월할 것이다. 의식이 또렷하면서 고요하여116) 잠시라도 끊어짐이 없으면 아승지겁을 겪지 않고도 홀연히 정각을 성취하여 곧장 부처와 조사의 ‘향상의 통로’117)에 도달한다.
- 凡情으로莫謗佛祖向上玄關이어다. 前不云乎아? 三界惟識所變이라하니惟此祖關은破惡覺惡知見之器杖也라. 識情을飜破어니三界가那有리요,
- 범부의 식정識情으로 부처와 조사의 향상의 현묘한 관문을 비방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삼계는 다만 식에 의해서 변화된 것일 뿐이라고 하니, 오직 이 조사관만이 나쁜 지각知覺과 나쁜 지견知見을 타파하는 기구이다. 식정識情을 뒤엎고 타파했는데 삼계가 어찌 있겠는가.
- 淨土穢土를一鎚粉粹하고轉身一路에自由自在하나니何患乎輪廻也리요? 三界安眠無事하니明月淸風我家니라.
-
정토와 예토穢土를 한 방으로 분쇄하고 몸을 향상일로向上一路로 돌려서 자유자재한데 윤회를 어찌 근심하겠는가.
삼계에서 편안히 잠자며
아무 것도 일삼지 않으니
밝은 달 맑은 바람이 부는
나의 집이다.”
제10절 인도 승려와 강주와의 문답(論印度僧及講主問答)
- 有一講主問曰聞和尙說法하니甚是不可思議라生佛이再來인듯하니除三世諸佛의所說種種語句와擊禪床擧拂子良久棒喝과語默動靜外에道將一句來하라.
-
어떤 강주가 묻기를,
“화상의 설법을 매우 불가사의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살아 있는 부처님이 다시 오신 듯합니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여러 가지 구절과 선상禪床을 치거나 불자拂子를 들며, 잠시 가만히 있거나 방망이를 휘두르거나 할을 하는 것과 말하거나 침묵하고 움직이거나 정지하는 것을 제외하고서 한 말씀 하여 보십시오.”
- 師竪起拳頭云汝道하라. 是古佛古祖底아? 是龍城底아? 此是語아? 此是默가? 此是動가? 此是靜가? 座主無語어늘師高聲曰速道速道하라. 講主가佇思어늘師叱曰甚分明하니毫釐有差하면天地懸隔이니라.(其後에太虛別云毫釐無差라도天地懸隔也라하노라.)
-
선사께서 주먹을 세우시며 말씀하기를,
“그대는 일러 보시오. 고불古佛입니까? 고조古祖입니까? 용성입니까? 이것은 말입니까? 이것은 침묵입니까? 이것은 동작입니까? 이것은 정지입니까?”
강주가 말이 없었다. 선사께서 고성을 지르셨다.
“어서 일러 보시오, 어서 빨리 일러 보시오.”
강주가 우두커니 생각하는데 선사께서 꾸짖기를,
“매우 분명한 것이므로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만큼 멀리 떨어지게 됩니다.” (그 뒤에 태허太虛 스님118)이 분별하여 “털끝만큼의 차이가 없더라도 하늘과 땅만큼 멀리 떨어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 一日에印度僧達摩波羅者가至어늘師出迎之할새至華月樓하야印度僧善英語者故使英語者通譯也師問曰自本師釋迦牟尼佛로至于師히至於幾代乎아? 波羅云印度佛法이幾百年以來로或存或無故로不知也하노라.
-
어느 날 인도 승려 달마바라達磨波羅119)가 방문한 적이 있었다. 선사께서 나가서 환영하시고 화월루華月樓로 안내하였다.인도 승려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어서 영어를 하는 사람이 통역을 하게 하였다.
선사께서 묻기를,
“본사 석가모니부처님으로부터 스님에 이르기까지 몇 대가 됩니까?”
달마바라가 대답하기를,
“인도의 불법이 몇 백 년 동안 존재했다가 또는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모르겠습니다.”
- 師又問本師釋迦降誕之後로至今幾千年乎아波羅云至今二千五百年이니라. 師云不然하다距今二千九百四十年이니佛之降生이諸經에互說不同이나同史證據가自在하고亦合經意니라. 此方亦有上統和尙之說이나不可取信也니라.
-
선사께서 다시 묻기를,
“본사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강탄降誕하신 이후로 지금까지 몇 천 년입니까?”
달마바라가 대답하기를,
“지금까지 2천5백 년입니다.”
선사께서 말씀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9백40년입니다. 부처님의 강탄에 대하여 여러 경전의 주장이 서로 같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역사적 증거와 같고 아울러 경전의 뜻에도 부합합니다. 이곳에도 예로부터 정통의 학설로서 화상과 동일한 설이 있기는 하나 채용하기에는 믿을 만하지 못한 것입니다.”
- 次日에宴會於惠泉舘할새禪敎碩德과信徒等이同會于一席이러니師ㅣ問達摩波羅曰佛所說八萬法藏中에最省要一句를道將來하라. 波羅曰勤勤不息하야以不休腦니勤之又勤이면無事不辦이니라. 又古今事業家가以腦不息으로成大事業이니라.(其後에太虛別云我一句道하리니汝受何處오?)
-
이튿날 혜천관惠泉館에서 연회를 가졌는데 선교의 덕이 높은 스님들과 신도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선사께서 달마바라에게 물으셨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팔만대장경』 가운데 가장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한 구절을 말씀해 주십시오.”
달마바라가 대답하였다.
“매우 부지런히 하고 쉬지 않아 머리를 쉬지 않아야 합니다. 부지런히 하고 또 부지런히 하면 갖추지 못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고금古今의 사업가가 머리를 쉬지 않았기 때문에 큰 사업을 성취한 것입니다.” (그 뒤에 태허가 따로 “내가 한마디 말하겠다. 그대는 어디에서 받았는가?”라고 하였다.)
- 師知彼一凡類僧이나然이나更竪起拳頭問曰這箇是甚麽오? 波羅가佇思計較祗對云師看電燈否아? 機關를恁麽用則光發하고恁麽用則光滅하나니라. 師笑而歸하다.
-
선사께서는 그가 한낱 평범한 부류의 승려임을 아셨지만, 다시 주먹을 세우시며 물으셨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달마바라가 골똘하게 생각하고 헤아리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다.
“선사께서는 전등을 보고 계십니까? 스위치를 이렇게 하면 불이 켜지고, 이렇게 하면 불이 꺼집니다.”
선사께서 웃으시면서 자리에 앉으셨다.
제11절 ≺월보月報≻120)의 기사를 논함(論月報)
- 余中霄月明에四隣이寂寂이라. 頹臥窓下하야閱覽月報라가至一講主의論三界惟心萬法惟識之說하야不覺絶倒로다.月報十三號
- 내가 한밤중에 달빛은 밝고 사방은 고요해서 창 아래에 누워 ≺월보≻를 훑어보다가 어떤 강주가 ‘삼계가 오직 마음일 뿐이고 만법이 오직 식識일 뿐이다’121)라는 말씀을 논한 것에 이르러 나도 모르게 배꼽을 움켜잡고 포복절도하였다.≺월보≻ 13호
- 彼云心是意의心이요識是意의識이라하니非但禪不必明了라敎理에도亦不明了로다何者오? 三界惟心과萬法惟識이豈意識之心이리요? 所謂三界惟心者는乃一眞心也오非意之心也니三界가全是惟心大光明體故也니라.
- 그 강주가 “마음은 의식의 마음이고 식은 의식의 식이다.”라고 하였는데, 다만 선禪에만 명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리 또한 명료하지 못하다. 어째서인가? ‘삼계유심과 만법유식’이 어찌 의식의 마음이겠는가. 이른바 ‘삼계가 오직 마음일 뿐이다’라는 것은 유일한 진심眞心이지 의식의 마음이 아니다. 삼계가 온전히 유심의 대광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故로云通玄峰頂은不是人間이라. 心外에無法하니滿目靑山이라하며又云風柯月渚는顯露眞心하고翠竹黃花는宣明妙法이라하시니라.
-
0001_0042_b_01L그래서 말씀하기를,
“통현봉通玄峰의 정상은
인간 세상이 아니고
마음 밖에는 법이 없으니
눈에 청산이 가득하네.”122)
또한 말씀하기를,
“바람 부는 나뭇가지와 달 비치는 물가는
진심眞心을 나타내는 것이고
푸른 대나무와 노란 꽃은
묘법妙法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구나!”123)
- 又萬法이惟識者는山河大地와森羅萬像과一切諸法이唯八識所變故로云이니非如他處에意識之例也니라. 又錯認丹霞頌云隨聲逐色이라하니頌意가果若是乎아?
-
또는 ‘만법이 오직 식일 뿐이다’라는 것은 산하대지와 삼라만상과 일체제법이 오직 제8아뢰야식이 변화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의식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같지 않다.
또 단하丹霞 선사의 게송을 잘못 이해하여 “소리를 따르고 형색을 좇는다.”라고 말했는데 게송의 의미가 과연 이와 같겠는가.
- 諸祖之頌이有多般하니或頌惟心惟識者하며或但頌惟心者하며或但頌惟識者하니丹霞는但頌惟心也시니라.
- 여러 조사들의 게송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은 유심과 유식을 함께 읊은 것이고, 어떤 것은 다만 유심만을 읊은 것이며, 어떤 것은 다만 유식만을 읊은 것이다. 단하 선사는 다만 유심만을 읊으신 것이다.
- 所謂靈然不涉去來今하니三界都盧一点心이로다.可知也 檻外桃花春蝶舞하고門前楊柳曉鶯吟者는不是隨聲逐色之謂也라是塞眼非色이요滿耳非聲也니라.
-
“영묘한 마음이
과거, 현재, 미래를 섭렵하지 않으나
삼계가 모두
한 점 마음뿐이다.유심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울타리 밖 복사꽃에는
봄 나비가 춤을 추고
문 앞 버들에는
새벽 꾀꼬리가 울고 있네.”124)
라고 말한 것은 소리를 따르고 형색을 좇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눈에 아른거리지만 형색이 아니고, 귀에 가득하지만 소리가 아닌 것이다.
- 又心外에無色이라色全是心이니檻外桃花春蝶舞요心外無聲이라聲全是心이니門前楊柳曉鶯吟이로다. 是渾天地歌舞요盡世界風流어늘是講主가不知謾解하니甚可噫也로다.
- 또한 마음 밖에는 형색이 없으니까 형색이 온전히 마음이라서 울타리 밖 복사꽃에는 봄 나비가 춤을 추고, 마음 밖에는 소리가 없으니까 소리가 온전히 마음이라서 문 앞 버들에는 새벽 꾀꼬리가 울고 있는 것이다. 온 천지가 노래하며 춤추고 온 세계가 풍류인 것이다. 강주가 제멋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 참으로 한탄스럽구나!
- 又錯認馬祖의所示大梅因緣云大梅問馬祖如何是佛祖師云卽心卽佛月報十六號佛是覺義라하니此是敎義요非宗師示法之樣子也니라. 譬之於水컨댄不論動靜淸濁하고但云水라하나니有甚閑話於其間哉리요.
- 또 마조馬祖 대사께서 보이신 대매大梅와의 인연을 잘못 알고 말하기를,대매가 마조 대사께 무엇이 부처이며 조사냐고 여쭈니, 마조 대사께서 ‘지금 그대로의 마음이 바로 부처’125)라고 말씀하셨다. ≺월보≻ 16호 “부처는 깨닫는다는 의미이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교리적인 의미이지 종사가 법을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이것을 물에 비유하면 움직임이나 고요함, 맑음이나 흐림 등은 논하지 않고 오직 물만을 말하는 것인데, 그 사이에 무슨 군더더기 말이 있겠는가.
- 大凡宗師示法이如倚天長劒하며如擊石火閃電光이어든承當者如電光裡穿針相似하나니那時에何得貶眼看이리요.
- 대체로 살펴보면 종사들께서 법을 보이시는 것은 하늘에 기대 놓은 장검과 같고 돌을 맞부딪쳤을 때의 불빛이나 번쩍이는 번개의 불빛과 같다. 가르침을 받아서 감당하는 자는 번갯불이 번쩍이는 순간에 실을 바늘에 꿰는 것과 같다. 그때에 어찌 깜박이는 눈으로 살펴볼 수 있겠는가.
- 不論本覺始覺하며不論眞覺妄覺하며又不論性相體用本末하고但云卽心卽佛이라하시니如百萬斤金剛鐵鎚로頓放大梅面前則肩擔走了百千萬億恒沙世界之外하야少無疲惱하나니,
- 0001_0043_a_01L본각本覺이나 시각始覺126)도 논하지 않고 진각眞覺이나 망각妄覺도 논하지 않으며 아울러 본성本性이나 현상現相, 본체나 작용, 근본이나 말단 등도 논하지 않고, 다만 ‘지금 그대로의 마음이 바로 부처’라고 말할 뿐이다. 마치 백천 근이나 되는 금강철추를 대매의 면전에 느닷없이 내려놓자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백천만억 항하사 세계의 밖으로 달아나더라도 조금도 피로함이 없는 것과 같다.
- 這野狐精靈之輩가豈能鑽龜打瓦哉리요近來에或有以昭昭靈靈目前鑑覺으로爲道者多하니是甚可憐愍者也로다.
- 그러니 여우처럼 영리한 무리들이 어떻게 거북이 등껍질을 태워 미래를 예언하거나 기왓장을 던져서 깨지는 모양으로 점을 칠 수가 있겠는가. 근래에 매우 밝고 영묘하여 바로바로 거울처럼 지각하는 것을 도라고 여기는 자들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다.
- 又錯認南泉和尙의見此一株花如夢相似之語하야自將誤解云時人이見花看花하고見竹看竹하야如夢中人이瞪瞳怳惚相似함으로因物見性을不能하고那此妙理를能悟하리오하니又南泉意는未夢見在로다還會得南泉意旨麽아? 不惜眉毛하고爲爾註釋호리라.
-
또 남전南泉 화상의 ‘이 한 그루 꽃을 꿈처럼 본다’127)는 말을 잘못 알고서는 자신의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말하기를,
“요즈음 사람들이 꽃을 보면 꽃을 살펴보고, 대나무를 보면 대나무를 살펴보는데, 꿈속의 사람이 눈동자를 똑바로 뜨고 보며 황홀해 하는 것과 같으므로 사물에 의거하여 본성을 보는 것에도 능하지 못한데 어떻게 이 묘한 이치를 깨달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남전의 뜻은 꿈에도 보지 못한 것이다. 남전의 주된 뜻을 알겠는가? 사소한 것이지만 문제로 삼지 않고 그대들을 위해서 쉽게 해설하겠다.
- 如夢相似者는以無心으로解道함이如夢相似할새是猛手毒棒으로換却眼晴耶아? 指庭前一樹花者는莫是牧丹麽아? 咄不要註脚하노라. 余如此註脚者도亦不得已之事也ㅣ니라.
- ‘꿈과 같다’는 것은 무심으로 도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꿈과 같으므로 사나운 손과 혹독한 방망이로 눈동자를 바꾸어 버려야 하는 것인가? 뜰 앞에 있는 한 그루 꽃을 가리킨 것은 모란이 아닌가? 이런(咄)! 주해註解는 필요하지 않다. 내가 이와 같이 주해하는 것 또한 부득이한 일일 뿐이다.
- 昔에佛日禪師가見碧巖錄하시고瞎却後人眼睛이라하야擊碎板本이나已布天下에何也오? 後萬松覺雲等諸師가依碧巖錄하야著錄이나,
- 과거에 불일 종고佛日宗杲 선사께서 『벽암록』을 보시고 후학들의 눈동자를 멀게 할 것이라고 하시면서 판본을 부숴버렸으나, 이미 세상에 유포되어 버렸으니 어찌하겠는가. 후대에 만송 행수萬松行秀,128) 각운覺雲 등등 여러 선사들이 『벽암록』에 의거하여 저술하였다.
- 然이나文義深廣하야難以解得일새邪師之輩가各出一隻手하야以聰明意識으로畵蛇添足云那句는是三玄이요那句는是三要라하야曲註邪解가滔滔漫漫하니此之邪見으로能免生死乎아?
- 그러나 문장의 의미가 심오하고 광대하여 이해하기가 어려우므로 사특한 스승의 무리들이 제각각 한쪽 손을 내어 총명한 생각으로 사족을 붙여, ‘어떤 구절은 삼현三玄이고 어떤 구절은 삼요三要라’고 하여서 왜곡된 주석과 사특한 해석이 넘쳐났다. 이러한 사특한 견해로 생사를 면할 수 있겠는가.
- 無一念參究之心이어니那時에透得祖關乎아? 自肯會禪門語句나除去覺雲說話와白波私記면矇然不曉也ㅣ며又除去體用機用等語句면又却不知也리니莫道自肯하라.
- 0001_0043_b_01L한순간도 참구하는 마음이 없는데 언제 조사관을 뚫을 수 있겠는가. 곧잘 자신이 선문禪門의 어구를 터득했다고 하지만 각운의 『선문염송설화禪門拈頌說話』나 백파白波의 사기私記를129) 제거하면 눈뜬 소경처럼 밝지 못할 것이고, 또한 본체와 작용, 대기大機와 대용大用 등의 어구를 제거하면 뜻밖에도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은 터득했다고 감히 말하지 말라.
- 又諸方參學道人을言必則無識이라하니上古佛祖聖人도亦若是乎아? 又諸方參學道人이盡其無識哉아? 如月報十六號中以最昧之心으로亂筆編成하야以六種之語句로猛斥禪宗의參學道人하니如人이唾空에還墮己身은必難免也리라.
- 또 제방에서 참학學參하는 도인들에 대하여 말을 할 때마다 반드시 무식하다고 하는데, 상고上古의 부처와 조사와 성인들 역시 이처럼 무식했겠는가. 그리고 제방에서 참학하는 도인들이 자신들의 무식을 없애려 하겠는가. 예를 들면 ≺월보≻16호 중에는 가장 우매한 마음으로 되는 대로 어지럽게 기술한 한 편의 글에서 여섯 가지 어구로 선종의 참학하는 도인들을 맹렬히 배척했는데, 마치 사람이 공중에 침을 뱉는 것과 같아서 도리어 자신의 몸에 떨어지는 것은 틀림없이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 文殊云若人이靜坐一須臾하면勝造恒沙七寶塔이니寶塔은畢竟에碎爲塵이어니와一念正心은成正覺이라하니是着眼之處也ㅣ라하노라.
-
문수보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시기를,
“만일 사람이 한순간만이라도
적정寂靜하게 좌선하면
항하강의 모래만큼
칠보탑을 조성하는 것보다 수승하다.
칠보탑은 결국에는
부서져서 티끌이 되지만
한 생각 바른 마음은
정각을 이룰 것이다.”130)
이것이야말로 착안해야 할 도리이다.
제12절 송유宋儒의 제현이 공자의 도를 깊이 탐구하지 않았음을 논함(論宋儒諸賢不深究孔子之道)
- 自來程朱諸賢이處於孔子之學하야, 眛於孔子之道也ㅣ니盖孔子之道는仁也오非敬也니라. 所謂仁者는天地之根이며生命之元이니何者오?
- 본래 정자程子와 주자朱子를 비롯한 제현들이 공자孔子의 학문을 전공하면서도 공자의 도에는 어둡다. 대체적으로 공자의 도는 인仁이지 경敬이 아니다. 이른바 인이란 천지의 근본이고 생명의 근원이다. 어째서 그러한가?
- 仁者를譬之於杏仁桃仁컨댄皮는在表하고肉은在皮內하고骨은在肉裏하고仁은在骨中하야點在中央하고仁有兩片하야以混屯皮로裹之하고仁心은在混屯皮內兩片之中間最深密處하니,
- 인仁을 행인杏仁과 도인桃仁131)에 비유하면, ‘껍질’은 겉표면에 있고, ‘과육’은 껍질 안에 있으며, 견고한 속 열매인 ‘심’은 과육 속에 있고, 씨인 ‘인仁’은 심 가운데에 있으며, 점 같은 배아인 ‘씨눈’은 중앙에 있다. 인仁에는 두 조각이 있는데 씨껍질인 ‘혼돈피混沌皮’로 인을 감싸고 있고, 씨의 정수인 ‘인심仁心’은 혼돈피 안의 두 조각 중간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 있다.
- 仁之兩片을以混屯皮로裹之者는譬天地未分前混屯一氣太極之謂也요仁之兩片은譬陰陽二氣之謂也니二氣分而淸濁이開焉하나니淸者는陽也니象天也요濁者는陰也니象地也니라.
-
0001_0044_a_01L인仁의 두 조각을 혼돈피로 감싸고 있다는 것은 천지가 아직 분화되기 전의 혼돈한 일기一氣인 태극太極의 의미를 비유하고, 인仁의 두 조각은 음과 양 이기二氣의 의미를 비유한다.
음과 양 이기가 분화될 적에 청탁淸濁이 여기에서 열리게 된다. 청한 것은 양으로 하늘을 본뜬 것이고, 탁한 것은 음으로 땅을 본뜬 것이다.
- 其中仁心者는卽仁之最精要者也ㅣ니仁之兩片은有少許傷處라도能有發生之力이어니와心之最緊處가有小傷處면仁部全體가腐敗하나니라.
- 그 가운데에 인심仁心은 바로 씨인 인仁의 가장 정묘한 요체이다. 인仁의 두 조각은 약간의 상한 곳이 있더라도 발아하는 힘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인심의 가장 요긴한 곳에는 조금이라도 상한 곳이 있으면 씨인 인仁 전체가 부패한다.
- 仁種을植于厚土면乘陽而發生하야和氣融融하나니此는比仁之仁也요生而漸長하야夏日에極盛하나니此는比仁之禮也요長而爲變하며熟而爲果하나니此는比仁之義也요果熟爲藏하며收氣根株하나니此는比仁之智也요遇四季之月而執於中道하야不失交遞하나니此는比仁之信也니라故로仁者는最中心最精密處라非徒博愛之謂仁也니라.
- 종자인 인仁을 기름진 토양에 심으면 양기를 타고 발생하여 온화한 기운이 화창하게 되는데, 이것은 본성인 인仁의 인仁한 마음을 비유한다. 발생하여 점점 생장하여 여름철에 극히 무성하게 되는데, 이것은 본성인 인仁의 예禮한 마음을 비유한다. 생장하면 변화하고 숙성하면 열매가 되는데, 이것은 본성인 인仁의 의義한 마음을 비유한다. 열매가 성숙하면 저장하게 되며 기운을 뿌리에 거두어들이는데, 이것은 본성인 인仁의 지智한 마음을 비유한다. 사계절의 마지막 달132)을 만나면 중도를 잡아서 서로 갈마드는 것을 잃지 않는데, 이것은 본성인 인仁의 신信한 마음을 비유한다. 그래서 인仁은 가장 중심이면서 가장 정밀한 것이다. 다만 차별 없이 사랑하는 박애博愛만을 인仁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 由此觀之컨댄仁者는卽心也니仁學仁工은卽孔子之道也요敬學敬工은非孔子之道也니此所以處於孔子之道하야眛於孔子之道者는程朱諸賢也니라.
- 이로 말미암아 살펴보면 인仁은 바로 마음이다. 인仁을 배워서 인仁에 능숙해지는 것이 바로 공자의 도이지 공경을 배워서 공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공자의 도가 아니다. 이것이 공자의 도에 처해 있으면서도 공자의 도에 어두운 자들이 정자와 주자를 비롯한 제현들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 此是天下之公論이요非一人之造邪也니汝知之否아? 敬學敬工은是嚴肅之貌라以肅敬으로通於理學之大體乎아? 通人達士는自照看하라.
- 이것은 천하의 공론이지 한 사람이 지어낸 사특한 견해가 아니다. 그대들은 인仁을 알겠는가? 공경을 배워서 공경에 익숙해지는 것은 엄숙한 모습인데, 엄숙한 공경으로 성리학性理學의 요체를 통달할 수 있겠는가. 정통한 사람이나 통달한 선비는 스스로 관조해 보라.
- 然則佛儒道同乎아? 同異는在人이니故로涵虛云通天下一道也며工變化一氣也며均萬物一理也라하시니라. 所謂仁者는從何以有也요? 轉轉推窮則玄之又玄하야不可口議心思也로다.
-
그렇다면 불교와 유교와 도교가 같은가? 같거나 다름은 사람에 있다.
그래서 함허 득통涵虛得通 대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천하를 통섭하는 것은 하나의 도道이고
변화에 능숙한 것은 하나의 기氣이며
만물을 균등히 하는 것은 하나의 이理이다.”133)
소위 인仁이란 무엇을 바탕으로 하여 있는 것인가? 이리저리 추궁해 보면 현묘하고 또 현묘하여 말로 논의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 佛이云空生大覺中이如海一漚發이요有漏微塵國이皆依空所生이로다. 想澄成國土요知覺은乃衆生이라하시니由此觀之컨댄天地及虛空과萬物衆生이皆我覺性之建立也니是는佛深而儒淺也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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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44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허공이 대각 가운데에서 생겨나는 것이
바다에서 물거품 하나가 일어나는 것과 같고
번뇌가 있는 미진의 국토는
모두 허공을 의지하여 생겨난 것이다.
생각이 엉기면 국토가 되고
지각이 작용하면 중생이 된다.”134)
이로 말미암아 살펴보면 천지와 허공, 만물과 중생은 모두가 나의 각성覺性이 건립한 것이다. 그래서 불교가 심오하고 유교가 천근淺近한 것이다.
- 孔子曰二三子야以我로爲隱乎아? 吾無隱乎爾乎저하시니惟仁心이淨裸裸赤灑灑하야無處不現之謂也요百姓이日用而不知也라하시니此는惟仁心全體가頭頭現前호대而百姓이日用而不知之謂也요夫子ㅣ三月忘味하시고顔淵이不改其樂하시고曾點이舞詠而歸라하시니此는住仁心하사混然蕩蕩하야無爲自樂之謂也오.
- 공자께서 “그대들은 내가 숨긴다고 여기는가? 나는 그대들에게 숨기는 것이 없다.”135)라고 하셨는데, 오직 인심仁心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본래 모습 그대로여서 드러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백성은 날마다 쓰고 있으면서도 알지를 못한다’136)고 하는데, 이것은 오직 인심 전체가 모든 종류의 여러 가지 사물의 앞에 드러나 있어서 백성들이 날마다 쓰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공자는 석 달 동안 음식의 맛을 잊었고 안연은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으며 증자는 춤추고 노래하면서 돌아갔다고 하는데, 이것은 인심에 안주하여 혼연히 광대하고 끝이 없는 무위無爲의 자연스런 낙樂임을 의미한다.
- 寂然不動하야感而遂通이라하시니惟此仁心之體는寂然不動하야非耳目之所到也로되仁心之用은應緣無窮하야感而遂通之謂也니라.
-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다가 감응하면 수순하여 통한다’137)고 하는데, 이것은 오직 인심의 본체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아서 귀나 눈이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인심의 작용은 인연에 순응함에 있어 무궁하여 감응하게 되면 수순하여 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孔子曰朝聞道면夕死라도可矣라하시니果求何道哉오? 然이나動靜이一源이며體用이一貫이니通而言之하면惟此仁心仁學仁工而已요非敬學敬工也니라.
- 공자께서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더라도 괜찮다.”138)라고 하셨는데 진정 무슨 도를 구하셨겠는가. 그러나 움직이는 것과 정지靜止하는 것이 하나의 근원이고 본체와 작용이 하나의 관통이다. 통괄적으로 공자의 도를 말하자면, 이것은 오직 마음을 인仁하게 하고 인仁을 배우고 인仁을 능숙하게 하는 것일 뿐이다. 공경을 배우고 공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 程朱난於孔子之道外에別立門風하야主敬學敬工하니是는程朱之道요非孔子之道也니라. 自宋以來로天下儒生이皆學程朱하고不學孔子故로程朱之學이燦然興於世하고孔子之道가沒於暗黑호대無人覺得者하니余雖學佛者나長嘆不已하노라.
- 정자와 주자는 공자의 도 밖에 별도로 문파와 학풍을 세워서 공경을 배우고 공경을 능숙하게 하는 것을 주장하므로 정자와 주자의 도이지 공자의 도가 아니다. 송나라에서부터 천하의 유생들이 모두 정자와 주자를 배우고 공자는 배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자와 주자의 학문은 찬란하게 세상에 유행하고, 공자의 도는 암흑 속으로 사라져 버렸는데도 깨닫는 사람이 없다. 비록 내가 불교를 배우고 있는 사람이지만 긴 탄식을 멈출 수가 없다.
- 佛云孔子를五地聖人이라하시고孔子指佛하사謂西方大聖이라하시니迷人은雲山이各異어니와聖人은霄壤一處로다. 貧道가常見程朱之毁佛하고疑訝常滯러니一夕頓釋하니欣幸을可量가不覺縷縷하노라.
- 0001_0045_a_01L불교에서는 공자를 십지十地 가운데 오지五地의 성인이라 하고 공자는 부처를 가리켜 서역의 대성인이라 하셨다. 미혹한 사람에게는 구름과 산이 각각 다르지만 성인에게는 하늘과 땅이 동일한 장소이다. 빈도가 평소에 정자와 주자가 불교를 폄훼하는 것을 보면서 의아하여 항상 막혔었는데, 어느 날 저녁에 홀연히 풀렸으니 그 기쁨과 다행을 헤아릴 수 있었겠는가. 나도 모르게 이야기가 누누하게 길어졌다.
제7장 미혹迷惑과 마장魔障의 식별(辨惑辨魔章)
제1절 범부는 습기習氣로 인하여 미혹하게 됨을 논함(論凡夫因習成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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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人이問曰所謂凡夫者는因何以有耶오? 本有今有耶아? 本無今有耶아?
答曰水之結氷也에水本無氷이언마는因寒成氷하고人之結惑也에心本無惑이언마는因習成惑하나니라. 夫孔夫子는以四大五蘊으로爲自身相하고以六塵緣影으로爲自心相하나니譬如太末蟲파리이處處能緣호대不能緣於火焰之上인달하야未緣於般若之上도亦復如是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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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묻기를,
“소위 범부라는 것은 무엇에 의해서 있는 것입니까? 본래 있는 것이라서 지금 있는 것입니까? 본래 없는 것인데 지금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물이 얼음으로 결빙되는 것은 물에는 본디 얼음이 없지만 추위 때문에 얼음이 되듯이, 사람이 미혹에 결박되는 것은 마음에는 본디 미혹이 없지만 습기 때문에 미혹해진다. 대체적으로 공자도 사대四大와 오온五蘊을 자신의 신체의 모습이라고 여기고 육진六塵이 반연한 영상을 자신의 마음의 모습이라고 여겼지만, 태말충太末蟲파리이 어디든지 붙을 수 있어도 불꽃 위에는 붙을 수 없는 것처럼 반야般若 위에서는 반연하지 못하는 것이 또한 그와 같다.”
제2절 오온五蘊을 논함(論五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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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五蘊者는何謂也오?
答曰汝之肉體的根識所緣이眼識等六是色蘊也오. 六根眼耳鼻舌身意이對境에心常領納曰是受蘊也오. 聞說醋梅에口中生涎하고思蹋懸崖에足心이酸澀曰是想蘊也오. 念念遷謝不住할새曰是行蘊也니라. 識有八種하니曰眼識曰耳識曰鼻識曰舌識曰身識曰意識曰末那耶識曰阿賴耶識이니譬如大樹컨댄樹之枝葉者를曰六識이요樹之身株者를曰第七末那耶識이요樹之根者를曰第八阿賴耶識이니라. 阿賴耶識者는湛然如虛空하야十方三世에都無空缺處하나니亦曰心王識이며亦曰根本無明妄識也ㅣ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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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45_b_01L질문하기를,
“오온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그대의 육체적인 육근六根과 육식六識이 반연하는 것이 색온色蘊이고, 육근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이 대상인 육경六境을 상대할 적에 마음이 항상 받아들이는 것이 수온受蘊이고, 식초나 매실을 말하는 것을 들으면 입안에 침이 생기고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을 생각하면 발바닥 한가운데에 쥐가 나는 것이 상온想蘊이고, 생각마다 매번 변천하거나 시들어지는 것이 행온行蘊이다.
식온識蘊에는 여덟 종류가 있다.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 말나식末那識, 아뢰야식阿賴耶識이다. 큰 나무에 비유하자면 나무의 가지와 잎은 전육식前六識이고 나무의 둥치는 제7말나식이고 나무의 뿌리는 제8아뢰야식이다. 아뢰야식은 허공처럼 깊고 고요하여 시방삼세 그 어디에도 비거나 빠져 있는 곳이 없으므로 심왕식心王識139)이라고도 하고 근본무명根本無明의 망식妄識140)이라고도 한다.”
제3절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논함(論阿賴耶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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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阿賴耶識을如何辨得其體오?
答曰凡夫之人은難辨其體니譬如大海에風息浪靜하면水體湛澄이나微細流注는隱隱不息하며又如風息太虛에人不見塵이라가淸陽이上升에光線이入于窓隙이면擾擾然不住하나니阿賴耶識도亦然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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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기를,
“아뢰야식은 그 실체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습니까?”
대답하기를,
“범부인 사람들은 아뢰야식의 실체를 식별하기가 어렵다. 비유하면 대해에 바람이 그치고 물결이 고요하면 물의 실체가 깊고 고요하나 미세한 흐름은 은은하게 흘러 잠시도 쉬지 않는 것과 같고, 또는 허공에 바람이 잠잠해지면 사람들이 먼지를 보지 못하다가, 밝은 태양이 떠올라 햇빛이 창틈으로 들어오면 먼지가 어지럽게 움직여서 잠시도 머무르지 않음을 보는 것과 같다. 아뢰야식 또한 그와 같다.”
제4절 식識을 전환하여 부처가 됨을 논함(論轉識成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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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凡夫修道에棄識成佛否아?
答曰轉識成佛이요非棄識成佛也니라. 譬如蟲化爲蟬에轉蟲成蟬이요非棄蟲質而成蟬也ㅣ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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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기를,
“범부가 도를 닦으면 식을 버리고 부처가 됩니까?”
대답하기를,
“식을 전환하여 부처가 되는 것이지 식을 버려서 부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유하면 굼벵이가 매미로 변태하는 것처럼 굼벵이가 변화하여 매미가 되는 것이지 굼벵이의 근본바탕을 버려서 매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5절 범부와 성인의 같고 다름을 논함(論凡聖同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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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凡聖之性이是同가是別가?
答曰譬之如水컨댄淸濁은不同이나濕性은一也달하야凡與聖之性도亦復如是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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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기를,
“범부와 성인의 본성은 같은 것입니까? 다른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비유하면 물과 같다. 물이 청탁淸濁은 같지 않더라도 습한 본성은 하나인 것처럼 범부와 성인의 본성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제6절 선악으로 본성을 분별함을 논함(論善惡辨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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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性是惡耶아善耶아?
答曰譬之如水컨댄水有淸濁動靜等相이나濕性은本無動靜淸濁等相하나니人性도亦復如是하니라.
問曰前哲이云言必則性善이라하시니疑是性善乎저.
答曰孟子之言性善者는非徒博愛之謂也라有天然本有之善하며有觸機感發之善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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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46_b_01L질문하기를,
“본성은 악한 것입니까? 선한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비유하면 물과 같다. 물에는 맑음과 흐림, 움직임과 고요함 등등의 다양한 상태가 있지만, 물의 습한 본성에는 본래 움직임과 고요함, 맑음과 흐림 등의 상태가 없다. 사람의 본성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질문하기를,
“전대의 철인들이 말을 할 때마다 반드시 ‘본성은 선하다’고 말했는데도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의심하십니까?”
대답하기를,
“맹자가 본성이 선하다고 말한 것은 한갓 박애만을 말한 것이 아니다. 천연적으로 본유本有한 선이 있고 기연機緣을 만나면 감응하여 일어나는 선이 있다.
- 天然之善者는仁也ㅣ니言杏仁桃仁之例也니라. 人之性最精密者를是謂之仁이니儒家所謂仁性者는佛之所謂第八含藏種子識也라此識을亦名阿賴耶神識이니,
- 천연의 선은 인이다. 살구씨와 복숭아씨를 예로 들어 말할 적에 사람의 본성의 가장 정밀한 것을 인이라고 했다. 유가에서 인성仁性이라고 하는 것은 불교에서 제8함장종자식第八含藏種子識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식을 또한 아뢰야신식阿賴耶神識이라고도 부른다.
- 廣劫無明諸業善惡을咸藏此識中이라가緣會之處에自然機發하나니觸機感發之善如三歲小兒가遊戱水火之邊이라가或墮落水中하며或投入火中이면勿論善惡人하고突然叫呼而急救하고又如美人이當面이면勿論善與惡人하고淫機가內發하며如可愛之境에愛心將發하고如可惡之境에惡心이將發하나니,
- 광겁의 무명과 제업諸業의 선악이 이 식 가운데에 모두 갈무리되어 있다가 인연이 모이는 곳에서 자연히 기미가 일어나는 것이다.기연을 만나면 감응하여 일어나는 촉기감발觸機感發의 선이다. 마치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물가나 불 주변에서 즐겁게 놀다가 물속에 빠지거나 불 속에 뛰어들면 선인이든 악인이든 막론하고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로 부르면서 황급하게 구조하는 것과 같고, 또는 아름다운 여인이 바로 눈앞에 있으면 선인이든 악인이든 막론하고 음탕한 조짐이 안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으며, 사랑스러운 대상에는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나려는 것과 같고, 가증스러운 대상에는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려는 것과 같다.
- 當此之時하야善是性이可乎아? 惡是性이可乎아? 嗔是性이可乎아? 喜是性이可乎아? 轉轉妄想이라夢幻泡影이니라.
- 이러한 경우를 만나서 ‘선은 본성이다’라는 것이 옳은가, ‘악은 본성이다’라는 것이 옳은가, ‘화는 본성이다’라는 것이 옳은가, ‘기쁨은 본성이다’라는 것이 옳은가? 망상을 전전하는 것이라서 꿈이고 환상이며 물거품이고 그림자일 따름이다.
- 大抵凡夫는以善惡으로爲自家固有之物이로되以非善非惡之時에는墮在無記識中하야惛惛沈沈하나니甚可憐㦖이로다. 善惡無記는元非道性이라是戱論也ㅣ니라.
- 대체적으로 범부는 선이나 악을 자기 자신의 고유한 실물이라고 여기므로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경우에는 무기식無記識에 떨어져 버려서 혼미하고 몽롱해지니, 참으로 불쌍하고 가엾구나! 선과 악 그리고 무기는 원래 도의 본성이 아니다. 부질없이 희론하는 말장난일 뿐이다.”
제7절 범부와 성인이 둘이 아님을 논함(論凡聖不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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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凡之與聖이相去多少오?
答曰悟則佛이요迷則凡이니迷悟間隔할새所以로有凡聖之別也니라. 迷悟若無면凡聖이一致也니라. 然이나譬之於水컨댄波則是水오水則是波라波外無水하며水外無波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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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47_a_01L질문하기를,
“범부와 성인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대답하기를,
“깨달으면 부처이고 미혹하면 범부이다. 미혹함과 깨달음의 간격이 범부와 성인의 구별이 있는 원인이다. 미혹함과 깨달음에 간격이 없다면 범부와 성인은 일치한다. 그러나 범부와 성인을 물에 비유하면 물결이 바로 물이고, 물이 바로 물결이라서 물결 밖에는 물이 없고, 물 밖에는 물결이 없다.”
제8절 마도魔道를 논함(論魔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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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人이問曰魔道者는何謂也오?
答曰衆魔者는樂生死之謂也니斷人慧命하며破壞善法하며貪着五欲하며又有三種之惡하니若以惡으로加己면還以惡으로報하며人不害己호대無故加惡하며人來恭敬供養호대不念報恩하고返而害之하나니例如普通凡夫컨댄三界之中에惟魔王이最甚極惡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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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묻기를,
“마도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마의 무리는 생사를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지혜를 끊고 선법을 파괴하며 오욕락을 탐착한다. 또한 마도에는 세 가지의 악이 있다. 만일 악을 자신에게 가하면 역시 악으로 대갚음하고, 타인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도 이유 없이 악을 가하고, 타인이 와서 공경하고 공양하는데도 은혜를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다. 보통의 범부를 예를 들어 말한다면 삼계에서는 오직 마왕이 가장 최고로 극악하다.”
제9절 마왕魔王을 논함(論魔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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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魔王者는誰也오?
答曰大抵有世界하면有六途하고有六途하면有善惡하고有善惡이면有邪正하나니此는無窮劫不易之正理也ㅣ니라. 無始劫來에相續하야魔王은不可計數어니와今以慣讀者로言之호리라. 欲界色界之中에別有世界하야建立魔宮하니縱橫이八千由旬이요宮墻이七重이라一切莊嚴이猶如下天하니魔王波旬이居之하야令其魔衆으로遊戱娛樂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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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47_b_01L질문하기를,
“마왕은 누구입니까?”
대답하기를,
“대체적으로 세계가 있으면 육도六途가 있게 되고, 육도가 있으면 선악이 있게 되고, 선악이 있으면 바른 일과 사악한 일이 있게 된다. 이것은 무궁한 겁에 걸쳐 바뀌지 않는 바른 이치이다.
무시겁無始劫으로부터 상속된 마왕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지만 평소에 읽은 것으로 지금 말해 보겠다. 욕계와 색계 가운데에는 마왕의 궁전이 건립된 세계가 별도로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팔천 유순由旬이고 궁전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일체의 장엄이 하급의 천상과 같다. 마왕파순魔王波旬이 그 궁전에 기거하면서 마의 무리가 오락과 환락을 즐기면서 놀도록 한다.”
제10절 마魔의 종류를 모두 밝힘(總明魔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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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魔有幾種乎아?
答曰魔本無魔라好事有障이盡是魔也ㅣ니라. 魔有二種하니曰內魔曰外魔라. 內魔者는五陰魔와煩惱魔와散亂魔와淫魔와貪魔와嗔魔와喜魔와悲魔와得少自足魔와勝解魔와慢魔와起心魔와天魔也不起心魔와陰魔也或起或不起魔와戱論魔撥無因果魔ㅣ니凡人이有八萬四千塵勞故로有八萬四千自心魔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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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기를,
“마에는 몇 종류가 있습니까?”
대답하기를,
“마에는 본래 마가 없어서 좋은 일에 장애가 있는 것이 모두 마이다. 마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내마內魔와 외마外魔이다. 내마는 오음마五陰魔, 번뇌마, 산란마散亂魔, 음욕마, 탐욕마, 진에마瞋恚魔, 희락마喜樂魔, 우비마憂悲魔, 적은 것을 얻고도 자족하는 마, 수승한 이해를 내는 마, 교만마, 마음을 일으키는 마,천마天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마,음마陰魔 마음을 일으키거나 일으키지 않는 마,희론마戱論魔 인과를 무시하는 마이다. 범인에게 팔만사천의 번뇌가 있으므로 팔만사천의 자기 마음의 마가 있다.
- 外魔者는古云壁隙動風이요心隙魔侵이니心若不起하면爭如之何오하시니願諸修道之人은如木人이逢花鳥에莫懼莫歡인달하야安住不動을如須彌山이어다. 或有陰魔하며或有天魔하며或着鬼神하며或遭魑魅하며或山精妖怪가惱亂行人하야破壞道業하나니切須注意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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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48_a_01L외마는 고덕께서 ‘벽 틈으로 움직이는 바람처럼 마음의 틈으로 마가 침입하니까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마가 어찌하겠는가’라고 하셨다. 모든 수도하는 사람들은, 나무로 만든 사람의 형상이 꽃이나 새를 만나면 두려워하는 것도 없고 기뻐하는 것도 없는 것처럼 안주하여 동요하지 않는 것이 수미산과 같기를 기원한다.
음마가 있기도 하고 천마가 있기도 하며, 귀신에 홀리기도 하고 도깨비를 만나기도 하며, 산의 정령이나 요괴가 행인을 번민하고 산란하게 하는데, 모든 마가 도업을 파괴하니까 매우 주의해야만 한다.”
제11절 마가 도덕을 해치는 이유를 논함(論魔害道德理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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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何故로諸魔가破壞道業고?
答曰經云汝輩修禪하야飾三摩地하야正定十方菩薩과及無漏大阿羅漢으로悟四諦空變化無雙能動天地名阿羅漢心情이通闊하야當處湛然하면一切魔王과諸凡夫天이見其宮殿이無故崩裂하며大地가振圻하며水陸이飛騰하야無不驚慴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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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기를,
“무슨 이유로 모든 마가 도업을 파괴합니까?”
대답하기를,
“경전에서, ‘너희들이 선禪을 수행하여 삼마지三摩地정정正定를 장엄하여서, 시방의 보살과 번뇌가 없는 대아라한사제와 공을 깨달아서 변화가 무쌍하고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을 아라한이라고 명명한다.처럼 심정이 관통하고 광활하여 일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깊고 고요하면, 일체의 마왕과 모든 범부와 천인들은 마왕의 궁전이 이유 없이 붕괴되고 균열되며 대지가 진동하고 갈라지며 바다와 육지가 급히 솟아오르니 놀라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凡夫는昏暗하야不覺舛訛어니와彼等은咸得五種神通하고惟除漏盡이니戀此塵勞하면如何令汝로摧裂其處케하리요. 是故로鬼及天魔와魍魎妖精이於三昧時에僉來惱汝하리라하고又云汝等一人이發眞歸元하면十方虛空이悉皆消殞하리니云何空中에所有國土ㅣ而不振裂이리요하니라.
- 범부는 어리석어 변천의 원인을 깨닫지 못하겠지만, 저 마왕과 귀신들은 모두 다섯 가지 신통은 얻었고 다만 누진통漏盡通만을 얻지 못하였기에 이 번뇌의 세계를 연모하는 것인데 어찌 그대가 그들의 처소를 부수도록 놓아두겠는가. 그래서 귀신과 천마와 도깨비와 요괴와 정령들이 삼매를 닦을 때에 몰려와서 그대를 괴롭히는 것이다’141)라고 하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너희들 가운데 한 사람만이라도 진성眞性을 발명하여 근원에 돌아가면 시방의 허공이 모두 다 소멸할 것인데, 어찌 허공 속에 있는 국토가 무너지지 않겠느냐’142)고 하셨다.”
제12절 마가 해를 가할 수 없음을 논함(論魔不能加害)
- 又云彼諸魔가雖有大怒나彼는塵勞中也오汝는竗覺中也라如風吹光하며如刀斷水하야了不相觸하며汝는如沸湯하고彼는如堅氷이라煖氣漸隣하면不日消殞하리라. 徒恃神力하야도但爲其客이라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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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말씀하기를,
“저 모든 마가 설령 크게 화를 내는 것이 있더라도 저들은 번뇌 안에 있는 것이고 너희들은 묘한 깨달음 속에 있는 것이라서, 바람이 빛 속에서 부는 것과 같고 칼이 물을 베는 것과 같아서 마침내 서로 부딪치지 않으며, 너희들은 끓는 물과 같고 저들은 꽁꽁 언 얼음과 같아서 따뜻한 기운이 점점 가까워지면 머지않아 녹아 소멸할 것이다. 한갓 신통력을 믿더라도 다만 그 신통력은 방편이 될 뿐이다.”143)라고 하셨다.
제13절 결론(結勸)
- 願諸修道之人은切須在意어다. 如油入麵에終不可出이요一入邪路에難可出頭ㅣ니라.
- 모든 수도하는 사람들이 간절하게 마음에 두기를 바란다. 기름이 밀가루에 들어가면 끝내 나올 수가 없는 것처럼 사특한 길에 한번 들어서면 벗어나기가 어렵다.
제8장 외도(外道章)
제1절 20종의 외도를 논함(論外道二十大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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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外道種類가有幾種差別乎아?
答曰外道之極證者ㅣ有二十大種하야於恒沙外道에以爲上首하나니今總大義하야略以辨明호리라. 古今無量盡世界에諸外道等이於佛法中에勤修道業이라가不得正覺하고從岐路以出하야自成一家하나니彼等도亦有徒衆하야各各自謂得成無上正道라하나니라. 咄哉라外道ㅣ여. 可謂蟲生於穀하야害穀者蟲也니諸魔外道가皆從佛法中流出이나然이나節節害佛者는卽魔外也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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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49_a_01L묻기를,
“외도의 종류는 몇 가지로 구별합니까?”
대답하기를,
“외도 중에서 도를 극진하게 증명한 것이 크게 스무 종류가 있는데, 항하강 모래만큼의 외도 중에서 상수上首가 된다. 지금 대의를 총괄하여 대략적으로 밝히도록 하겠다.
고금의 무한한 세계에 여러 외도들이 불법 가운데서 도업을 부지런히 수행하다가 정각을 얻지 못하여서 샛길로 빠져나와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 저들도 역시 따르는 무리가 있어서 각각 자신들이 최상의 정도正道를 성취하였다고 주장한다. 한심하구나! 외도들이여. 그야말로 벌레는 곡식에서 나왔는데 곡식에 해를 주는 것이 벌레이다. 모든 마와 같은 외도가 다 불법에서 흘러나왔는데 구구절절이 불법을 해치는 것이 바로 마와 같은 외도이다.”
제2절 오음五陰과 깨달음의 총론(總論五陰幷覺道)
- 譬如有山하니曰五陰山이오五陰山外에又有一山하니其名曰大覺山이라. 是山이峭絶하야敻無人烟하며四面이鐵壁에着足無路호대惟有五陰山하야路通一線하니此山이自平陸으로至絶頂히相去五百里라. 其正面中心으로有一路하야貫通大覺山하고左右橫面으로有五十岐路하니路甚險惡이라多有虎穴毒蛇하야箇箇遭他喪身失命하나니라.五百里者는喩五陰者오五十岐路者는喩五陰中에各有十陰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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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면 오음산五陰山이라는 산이 있고 오음산 너머에 다시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을 대각산大覺山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이 대각산은 산비탈의 경사가 깎아지른 듯이 가팔라서 까마득한 시간 동안 사람이 살았던 자취가 사라졌으며 사면이 철벽이어서 발을 디딜 길조차 없다.
오직 오음산에만 통로가 하나 있는데, 오음산은 평지로부터 정상까지의 거리가 5백 리나 된다. 그 정면 한가운데에 대각산으로 통하는 길이 하나 있는데, 좌우 옆면에는 50개나 되는 갈림길이 있다. 길이 매우 험하고 대부분 호랑이 굴과 독사가 있어서 어느 길이나 들어가는 그곳에서 몸과 목숨을 잃는다.5백 리는 오음을 비유한 것이고 50개의 갈림길은 오음 가운데에 각기 10음씩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1. 색음色陰의 10종을 각각 밝힘(別明色陰十種)144)
- 一色陰이消殞에十境이發現이라陰覆妙明故로云陰也以禪定修進功能으로曾未所見之奇境이發現하니라. 或身能出礙니山河石壁이不能障碍故며或體拾蟯蛔니其身內徹이如琉璃하야無所毁傷故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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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_0049_b_01L하나의 색음이 사라지면 열 가지 경계가 나타나는데묘용을 가리고 덮으므로 음陰이라고 한다. 선정을 닦은 공능으로 전에 본 적이 없는 기이한 경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몸이 장애물을 출입할 수 있는데, 산과 물과 석벽은 장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몸에서 요충과 회충을 집어내기도 하는데, 유리처럼 그의 몸이 투명하여 손상이 없기 때문이다.
- 或聞空中說法이니內外虛徹하야五神七識이皆失故常하야互爲賓主故며或現佛境이니心境靈悟의所染으로心光硏明하야照諸世界故며,
- 어떤 경우에는 허공에서 설법하는 소리를 듣는데, 안과 밖이 텅 비고 사무쳐서 오신五神145)과 칠식七識146)이 모두 원래 그대로 변하지 않는 성질을 잃고 서로 손님과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부처의 경지를 나타나는데, 마음과 대상이 영묘한 깨달음에 물들므로 마음의 빛이 궁구하고 밝혀 모든 세계를 비추기 때문이다.
- 或空色이如寶니抑伏雜想하야制心勝托하야用力이超越故며或暗室이如晝니密澄其見하야所觀이洞幽故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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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는 허공의 빛깔이 칠보와 같은데, 혼잡한 생각을 억누르고 항복시켜 마음을 제어하고 수승하게 의탁하여 노력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어두운 방이 대낮과 같은데, 그 보는 것을 정밀하게 맑게 하여 관찰하는 것이 유현幽玄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 或火燒刀斫에曾無所覺이니五塵幷消하며四大排遣하야純覺遺身故며或洞觀世界하야成佛國이니欣厭凝想하야想久化成故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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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는 불로 지지고 칼로 베어 내도 전혀 느껴지는 것이 없는데, 다섯 가지 오진五塵인 대상이 소멸되고 사대가 배척되어서 순일한 지각이 몸을 잊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세계를 불국토로 꿰뚫어 보는데, 좋아하거나 싫어해서 생각이 응어리지고 그 생각이 오래되다 보니 변화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或中夜見隔하야遙見遠方에見聞이無碍이니硏心窮遠하야逼迫精神하야遺身而出하야冥有所至故也니라. 自此以後로魔事漸發이니或見善知識의形體變移하야種種遷改니此名邪心이含受魑魅니或遭天魔하며或遭鬼魅也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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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는 한밤중에 막힌 것 너머를 보기도 하고, 멀리서 먼 곳을 보기도 하여 보고 듣는 데에 장애가 없는데, 마음을 끝까지 깊게 연구하여 정신을 핍박하니까 몸을 버리고 벗어나 그윽하게 이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이후로는 마의 일이 점점 일어난다. 어떤 경우에는 선지식의 형체가 변천하여 갖가지로 변화하는 것을 보는데, 이것은 사특한 마음이 도깨비를 받아들인 것이며, 어떤 경우에는 천마를 만나거나 또는 유령이나 요괴를 만나기도 한다.
2. 수음受陰의 10종을 각각 밝힘(別明受陰十種)
- 一受陰이消殞에外境十魔가撓害니라.
- 하나의 수음이 사라지면 바깥 경계에서 열 가지 귀가 소란을 피우면서 해를 끼치는데
- 註受者는以領納으로爲義니已破色陰하야內外虛融이나受陰을未破故로如壓人手足이完然하며見聞이不惑호대心觸客邪하야不能撓動인달하니라. 色陰盡者는能離形碍하고受陰盡者는卽能離身하야出入自由하나니라.
- 0001_0050_a_01L주석 : 수受는 ‘받아들임’으로 의미를 삼는다. 이미 색음이 파괴되어 버려서 안과 밖이 허공처럼 융화融和하지만 수음을 아직 파괴하지 못한 것이, 마치 가위눌린 사람이 손발은 온전한 것과 같으며, 보고 듣는 것은 미혹하지 않으나 마음이 객진번뇌를 접촉하여 움직일 수 없는 것과 같다. 색음이 다 없어진 사람은 형체의 장애를 여읠 수 있고, 수음이 다 없어진 사람은 곧 몸을 여의어 출입이 자유로울 수 있다.
- 以禪定修進功德으로受陰이消時에心能離身하야出入自由하나니到恁麽田地하야는或發無窮悲하야觀見蚊蝱이라도猶如赤子하야心生憐愍하야不覺流淚하나니悲魔가入心故며或生無限勇하야其心猛利하야志齊諸佛하나니狂魔가入心故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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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을 닦은 공덕으로 수음이 소멸될 때에 마음이 몸을 여의어 출입이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게 되면, 어떤 경우에는 무궁한 자비심이 일어나서 모기나 등에를 보더라도 갓난아기처럼 여겨져서 마음에 연민이 일어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데, 비마悲魔가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무한한 용기가 일어나 그 마음이 맹렬하고 날카로워 의지가 모든 부처님과 동일한데, 광마狂魔가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或生大枯渴이니定强智劣하야而受陰이未盡故로進無新證하고色陰이已消故로退失舊居하야盡無所依故며或疑極證하야不求昇進하나니知足魔가入心故며,
-
어떤 경우에는 큰 고갈枯渴이 일어나는데, 선정은 강력하고 지혜는 나약하여 수음을 아직 다 없애지 못했으므로 나아가도 새로운 증득이 없고, 색음은 이미 소멸해 버렸으므로 물러나도 예전의 거처가 없어져 전혀 의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궁극의 증득을 얻었다는 생각이 일어나 수행 단계의 상승을 구하지 않는데, 지족마知足魔가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或失守生憂하야不欲生活하나니愁魔가入心故며或生喜心하야不能自禁하나니喜魔가入心故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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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는 마음을 지키는 것을 망실하여 우울함이 일어나 살려고 하지 않는데, 우수마憂愁魔가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기뻐하는 마음이 일어나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데, 희락마喜樂魔가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或生大我慢이니不禮塔廟하며摧毁經像하며布告世人曰此是金銅이며或是土木이며經是紙墨이니肉身이眞常이어늘不自恭敬하고却崇土木이實爲顚倒라하나니大我慢魔가入心故며,
- 어떤 경우에는 커다란 아만이 일어나 불조의 탑묘塔廟에 예를 드리지 않으며 경전이나 불상을 비방하고 파괴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불상은 금동이거나 또는 토목이고, 경전은 종이와 먹물일 뿐이다. 육신만이 진실하고 상주하는 것인데 자기 자신을 공경하지 않고 오히려 토목을 숭상하니 참으로 거꾸로 뒤바뀐 것이다.”라고 널리 알리는데, 대아만마大我慢魔가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或生無量輕安이니輕淸魔가入心故며或得其虛明性하야歸向永滅하야撥無因果하나니空魔가入心故며或昧其虛明하야深入心髓하면其心生愛하야愛極發狂하야便爲貪欲하나니欲魔가入心故也니라.此下想, 行, 識陰은定中十種天魔와竝諸鬼魔가種種方便으로萬端妖惑하나니文煩不錄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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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는 한량없는 경쾌함과 편안함이 일어나는데, 호경청마好輕淸魔가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의 텅 비고 밝은 본성을 얻어 영원한 적멸寂滅로 돌아가 인과를 무시하고 돌아보지 않는데, 공마空魔가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의 텅 비고 밝은 본성에 맛들여147) 마음과 골수에까지 깊이 들어가면 그 마음에 애착이 생기고, 애착이 극에 달하면 발광하여 바로 탐욕이 되는데, 욕마欲魔가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이하의 상음想陰, 행음行陰, 식음識陰은 선정 중에 열 가지 천마와 모든 마들이 다양한 방편으로 미혹하게 하는 것이 끝이 없다. 글이 번거로워 기록하지는 않는다.
3. 오음의 이유에 대한 총괄적 대답(總答五陰理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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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曰前所擧二十大種外道를可得聞乎아?
答云色陰이消者는身能出碍하고色陰者는根身色相也受陰이消者는卽能離身하야出入自由하고受陰者는領納前境也想陰이消者는夢想이消滅하고寤寐恒一하야覺明虛靜이猶如晴空하고,想陰者는不動妄習이晝則成想하고夜則成夢也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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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기를,
“앞에서 열거한 스무 종류의 큰 외도에 대해서 들을 수 있겠습니까?”
대답하기를,
“색음이 소멸된 사람은 몸이 장애를 벗어날 수 있고,색음은 육근의 신체와 물질의 형상이다. 수음이 소멸된 사람은 곧 몸을 떠나서 출입이 자유로울 수 있고,수음은 앞에 있는 대상인 육경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음이 소멸된 사람은 꿈과 생각이 소멸하여 깨어 있거나 자고 있거나 항상 한결같아 깨달음의 밝음이 텅 비고 고요한 것이 맑게 갠 하늘과 같고,상음은 움직이지 않는 망습妄習이 낮에는 생각이 되고 밤에는 꿈이 되는 것이다.
- 行陰이消者는卽歸元澄之本하야而遷流相盡하고識陰이消者는成大圓覺海也니라. 戒環師云行陰은爲世間遷流之體性이며擾動生機之綱紐며補特자조자조酬業之深脈이라能隱晦性天하고馳逸六根하야汨擾內湛하야爲浮塵根의究竟樞穴行陰也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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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음이 소멸된 사람은 곧 원래 맑은 근본으로 돌아가서 변천하고 유전하는 형상을 다 없애고, 식음이 소멸된 사람은 대원각해大圓覺海를 성취한다.
계환戒環 대사께서 ‘행음은 세간의 변천하고 유전하는 체성體性이고, 요동하는 삶의 기틀의 강령綱領이며, 생사의 주체인 보특가라補特伽羅자주자주 육도를 취하는 것이다.가 업을 따르는 깊은 명맥命脈이라서, 본성의 천연에 숨어서 시기를 기다리다가 육근으로 치달릴 수가 있어 안의 고요함을 혼란하게 요동하여 부진근浮塵根148)의 구경의 추혈樞穴행음이 된다.
- 故로行陰盡者는生機綱紐ㅣ倏然墮裂하며補特深脈이感應懸絶하야而性天이將大明悟하며六根이無復馳逸이라하며又云涅槃性天이爲五陰에所覆하야昏如長夜라하시며又云行爲行陰也萬化生滅之根元故로其相이披露하면卽十二類生之元을無不現見이라하시니라.
- 그러므로 행음이 다 없어진 사람은 삶의 기틀인 강령이 갑자기 부서지며 보특가라의 깊은 명맥이 감응하는 것이 아주 끓어져서 본성의 하늘이 장차 크고 밝아질 것이며 육근이 다시 치달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또한 ‘열반 본성의 하늘이 오음에 덮여 장구한 밤처럼 어둡다’고 말씀하셨고, 또한 ‘행음은 천변만화와 생멸의 근원이므로 그 형상이 나타나면 십이유생十二類生의 근원을 분명하게 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하셨다.”
4. 외도의 이유를 각각 밝힘(別明外道因由)
- 盖世人이惟修禪定하야精進不退則色受兩陰이頓消하고行元이明露하나니到恁麽田地하야便生狂解하야成二十種外道하나니不知行元이虛妄하며又不知八識이爲生命之由緖하나니라.
- 대개 세상 사람들이 오직 선정을 닦아 정진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색음과 수음은 홀연히 소멸되고 행음의 근원이 밝게 드러난다. 이러한 상태에 이르러서 곧 허황된 견해가 일어나 스무 종류의 외도가 이루어진다. 행음의 근원이 허망임을 알지 못하고 아울러 제8식이 생명이 유래하는 단서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1) 외도가 내세운 무인無因을 논함(論外道立無因)
(1) 근본 무인을 내세움(立本無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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只在者裏하야立二無因論하나니라.
一者난是人이生基已破하고根離區穴故로眼根也眼根이淸淨하야洞見群生의業流灣環하야生此死彼者를無不了知호대八萬劫前後事는冥然不知故로自謂八萬劫前에一切群生이無因自有라하야立本無因論하나니由此計度하야度는恃也亡失正見하고墮落外道하며,
-
이 ‘무인’은 이론에 있어서는 다만 두 개의 무인론이 수립되었다.
첫째는 사람이 태어나는 토대가 이미 무너져 버렸고 육근이 구혈區穴을 여의었다.안근眼根 그래서 안근이 청정하여 중생들의 업의 흐름이 굽이쳐 돌아가는 것을 꿰뚫어 보아 여기서는 태어났다가 저기서는 죽는 것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그러나 팔만 겁 전후의 일은 아득하여 알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팔만 겁 이전에는 일체중생들이 원인이 없이 저절로 존재했다고 말하여 ‘근본에는 원인이 없다’는 이론인 ‘본무인론本無因論’을 내세웠다. 이로 말미암아 헤아리고 믿어탁度(헤아리다)은 시恃(믿다, 의지하다)이다. 정견을 잃어버리고 외도에 떨어졌다.
(2) 지말 무인을 내세움(立末無因)
- 二者는是人이知人生人하며悟鳥生鳥하며烏난從來로黑하며鵲은從來로白하며人天은本竪하고畜生은本橫하고白非洗成이오黑非染造라八萬劫中에無復改移하야一切物象이皆然히末無因者라하며末亦無成이라하야由此計度하야亡失正知見하나니是第一外道의立無因論이니라.
-
둘째는 사람이, 사람은 사람을 낳음을 알고 새는 새를 낳음을 알며, 까마귀는 본래부터 검고 백조149)는 본래부터 희며, 인간과 천인은 본래 서서 다니고 축생은 본래 기어 다니며, 흰 것은 세척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검은 것은 염색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임을 안다. 팔만 겁이 지나더라도 거듭 변천하는 것이 없으니 일체 만물이 모두 그와 같다. 따라서 말단에는 원인이 없는 것이고 말단은 또한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이로 말미암아 헤아리고 믿어 바른 지견을 잃어버렸다.
이것이 첫 번째로 외도가 세운 무인론無因論이다.
2) 외도의 원상圓常을 논함(論外道立圓常)
(1) 생멸을 제거하여 상주常住라고 헤아림(撥生滅計常)
- 或有撥生滅而計常하니窮心境性二處ㅣ無因故며想陰盡者는依心境二法하야修觀故로因此功力能知二萬劫中事也
- 어떤 사람은 생멸을 제거하여 상주를 헤아리는 것이 있다. 마음과 대상의 본성, 이 두 곳에 원인이 없음을 궁구했기 때문이다.상음이 다 없어진 사람은 마음과 대상, 두 가지 법에 의지하여 관을 닦는다. 그래서 이 공력으로 2만 겁 가운데의 일을 알 수 있는 것이다.
(2) 생멸을 보존하여 상주라고 헤아림(存生滅計常)
- 或生或滅而計常이니謂衆生이依地水火風하야而生滅이언졍四性元은常住不滅하야諸法生滅이咸皆體常故며窮四大元하야常修習故로能知四萬劫中事也
- 생하기도 하고 멸하기도 하여 상주를 헤아린다. 중생이 지·수·화·풍을 의지하여 생멸을 하더라도 사대의 본성과 근원은 상주하여 불멸하니, 모든 존재가 생하거나 멸하는 것이 다 모두 본체가 상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사대의 근원을 궁구하여 항상 닦고 익힘으로 4만 겁 가운데의 일을 알 수 있는 것이다.
(3) 신식神識150)을 집착하여 상주라고 헤아림(執神識計常)
- 或認第八神識而計常이니不知八識이根本無明故ㅣ며依八識修習故로能知八萬劫中事也
- 어떤 사람은 제8신식을 인식하여 상주를 헤아리는데 제8식이 근본무명根本無明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제8식을 의지하여 닦고 익히므로 8만 겁 가운데의 일을 알 수 있는 것이다.
(4) 행음行陰을 집착하여 상주라고 헤아림(執行陰計常)
- 或起邪見而計常이니妄謂流轉生滅이皆屬想陰이어늘今已永滅하면則不生滅이自然屬行陰이라하니不知行陰이是生滅之元故라. 是第二外道의立圓常論也ㅣ니라.
-
어떤 사람은 사특한 견해를 일으키어 상주를 헤아린다. 유전하는 생멸이 모두 상음想陰에 속하는데, 지금 이미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면 생멸하지 않는 것은 자연적으로 행음에 속할 것이라고 망령되게 말한다. 행음이 생멸의 근원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두 번째로 외도가 세운 ‘두루 상주한다’는 원상론圓常論이다.
3) 외도가 일부분은 상주常住라고 하고 일부분은 무상無常이라고 함을 논함(論外道立一分常立一分無常)
(1) 자타自他의 상주와 무상(計自他常無常)
- 或立計自爲常하고計他無常이니錯認第八湛識하야爲究竟神我云我之湛性은遍十方界하야凝然不滅이어든一切衆生이皆我之湛性中에自起滅이라하나니以八識神我로計自爲常하고以一切群生으로計他無常故ㅣ며,
- 어떤 사람은 자신은 상주라고 헤아리고 타인은 무상이라고 헤아리는 이론을 내세우는데, 제8담식第八湛識을 구경의 신神 같은 아我로 잘못 인식하여, “아我의 맑은 본성은 시방세계에 두루 있고 응고되어 소멸하지 않는데도, 일체중생이 모두 아我의 맑은 성품 가운데서 스스로 생기하고 소멸한다.”라고 말한다. 제8식의 신神 같은 아我로써 자신은 상주라고 헤아리고, 일체중생이 생사함으로 타인은 무상이라고 헤아리기 때문이다.
(2) 겁괴劫壞의 상주와 무상(立劫壞常無常)
- 或不劫看其心하고遍觀十方恒沙國土하야起分計니是人이坐八識神我하야遍觀國土에劫壞處를名究竟無常種性하고以劫不壞處를名究竟常性故며,
- 어떤 사람은 그의 마음은 살펴보지 못하고 시방의 항하강 모래 수만큼의 국토를 두루 관찰하고서 구분을 지어 헤아린다. 이것은 사람이 제8식의 신아神我에 앉아 국토를 두루 관찰하면서 겁이 흘러 무너지는 곳은 ‘구경의 무상한 종류의 본성’이라 부르고, 겁이 흘러도 무너지지 않는 곳은 ‘구경의 상주하는 본성’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3) 본성의 괴壞와 불괴不壞, 상과 무상을 내세움(立性壞不壞常無常)
- 或一性에起二計니是人이別觀호대我心이精細微密함이猶如微塵하며流轉十方호대性無改移하야能令此身으로卽生卽滅이라하나니其不壞性은是我常性이요一切生死가從我流出은是無常性故也ㅣ며,
- 어떤 사람은 하나의 본성에서 두 가지 추측을 일으킨다. 아심我心이 정교하고 치밀하며 은미한 것이 미진微塵과 같아서 시방 세계에 유전하여도 본성에는 천변이 없어 이 몸이 그 자리에서 생하게도 하고 그 자리에서 멸하게도 할 수 있다고 사람이 분별하여 관찰한다. 그 무너지지 않는 본성은 ‘아我의 상주하는 본성’이고 일체의 생사가 아我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은 ‘무상한 본성’이기 때문이다.
(4) 행음은 상으로 색음·수음·상음은 무상으로 내세움(立行爲常以色受想爲無常)
- 或謬於四陰하야起分計니幻陰이一體ㅣ며遷流一相이어늘行陰의常流遷을計爲常性하고色受想已滅者를計爲無常이니是第三外道의立一分常論이니라.
-
어떤 사람은 네 가지 음陰에 대해 잘못 이해하여 구분을 지어 헤아린다. 허깨비 같은 음이 하나의 몸이고, 천변하며 유전하는 음이 하나의 형상인데도, 행음이 항상 유전하며 천변하는 것을 상주하는 본성이라 헤아리고, 색음·수음·상음이 이미 없어져 버린 것을 무상이라고 헤아린다.
이것이 세 번째로 외도가 세운 ‘일부분은 상주하고 일부분은 무상하다’는 일분상론一分常論이다.
4) 외도가 내세운 외변을 논함(論外道立有邊)
(1) 삼제三際에 의하여 세운 유변론(依三際立邊論)
- 或依三際하야起邊計論이니因行陰之遷流하야計三際호대過者는已滅하고來者는未見故로名有邊이요現在는相續故로名無邊이라하니不知眞際에本無邊際故ㅣ며,
- 어떤 사람은 과거, 현재, 미래 삼제에 의거하여 ‘끝이 있나 없나’를 헤아리는 변계론邊計論을 일으킨다. 행음이 천변하며 유전하는 것을 인하여 삼제를 헤아리는데, 과거는 이미 사라져 버렸고 미래는 아직 보지 못했으므로 끝이 있는 유변有邊이라 부르고, 현재는 상속하므로 끝이 없는 무변無邊이라 부른다. 진제眞際에는 본래 끝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2) 견문見聞에 의하여 세운 유변론(依見聞立邊論)
- 或依見聞하야立邊計論이니是人이八萬劫中에見有衆生하고八萬劫前後에는寂無見聞하야以有見聞處로計爲無處하고有衆生處는計爲有邊이니得八識妄定하야了八萬劫事故며,
- 어떤 사람은 견문에 의거하여 변계론을 세운다. 사람이 8만 겁 안에서는 중생이 있는 것을 보나 8만 겁 이전이나 이후에는 적멸해서 보거나 듣는 것이 없다. 보고 듣는 것이 있는 곳을 무변이라 헤아리고 중생이 있는 곳은 유변이라 헤아리는데, 다만 제8식의 망령된 선정을 얻어 8만 겁까지의 일만을 알기 때문이다.
(3) 피아彼我에 의하여 세운 유변론(依彼我立邊論)
- 或依彼我하야立邊計論이니我得周遍知하야得無邊性故로知一切人性이乃是同體언만은彼諸衆生이不了하니彼我相異하야我是無邊이요彼是有邊故ㅣ며,
- 어떤 사람은 피아에 의거하여 변계론을 세운다. 아我는 두루 아는 주변지周遍知를 얻어서 끝이 없는 본성인 무변성無邊性을 얻었으므로 모든 사람의 본성이 동체임을 알지마는 저 모든 중생들은 동체임을 알지 못하니 피아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아我는 무변이고 피彼는 유변이다.
(4) 생멸生에 의하여 세운 유변론(依生滅邊論)
- 或依生滅하야立邊計論이니以生으로爲有邊하고以滅로爲無邊故ㅣ니是第四外道의立有邊論이니라.
-
어떤 사람은 생멸에 의거하여 변계론을 세운다. 생을 유변이라 하고 멸을 무변이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네 번째로 외도가 세운 유변론有邊論이다.
5) 외도가 내세운 네 가지 전도는 허상임을 논함(論外道立四顚倒虛)
(1) 만물의 변화를 관찰(觀物變化)
- 或觀物變化하고遂生異解ㅣ니謂一切法이亦生亦滅하며亦有亦無하며亦增亦減이라하야亂言無定故며,
- 만물의 변화를 관찰하고는 마침내 기이한 견해를 일으킨다. 일체의 법이 생하기도 하고 멸하기도 하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한다고 하여 말이 혼란스럽고 일정함이 없기 때문이다.
(2) 무無에 대한 집착(執無)
- 或觀心執無니一切問答에惟答一字하야但言其無故며,
- 어떤 사람은 마음을 관찰하고는 무에 집착하여 일체의 문답에서 오직 한 글자로만 대답하는데 그 무無만을 말하기 때문이다.
(3) 유有에 대한 집착(執有)
- 或觀心執有니所有問答에惟答一字하야但言其有故며,
- 어떤 사람은 마음을 관찰하고는 유에 집착하여 일체의 문답에서 오직 한 글자로만 대답하는데 그 유有만을 말하기 때문이다.
(4) 유무有無의 교란에 대한 집착(執有無矯亂)
- 或有無를俱見하야境多差互할새凡有所答에亦有卽是亦無며亦無之中에不是亦有라하야一切矯亂하야無容窮詰하나니是第五外道의立四顚倒矯亂偏計虛論이니라.
-
어떤 사람은 유와 무를 함께 보아서 경계가 많아 서로 엇갈린다. 대체적으로 ‘있기도 하는 것이 바로 없기도 하는 것이고, 없기도 하는 것 가운데에 있기도 하는 것이 아니다’151)라고 대답하는 것이 있는데, 모든 것을 교위矯僞하고 교란攪亂하여 끝까지 캐어묻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것이 다섯 번째로 외도가 세운 ‘네 가지 전도된 주장으로 교란하는 두루 계교만 하는 허망한 이론’인 변계허론遍計虛論이다.
6) 외도의 유상심에 대하여 논함(論外道有相心)
(1) 색신色身의 고집(固執色身)
- 或固執色身하야云色是我라하며,
- 어떤 사람은 물질적인 육체인 색신色身을 굳게 집착하여, “색신이 아我이다.”라고 말한다.
(2) 공空과 색色은 아我에 속함(空色爲我有)
(3) 색色이 아我에 속함(色屬我) }合釋
(3) 색色이 아我에 속함(色屬我) }合釋
- 或謂我圓이含徧國土라하야云色이爲我有라하며云色이屬我라하며,
-
(2)와 (3)을 함께 해석하겠다.
어떤 사람은 아我의 원만함이 국토를 포함하여 두루 퍼져 있다고 하여, “색이 아我의 소유이다.”라고 하며, “색이 아我에 속한다.”라고 한다.
(4) 사구四句를 헤아림(計四句)
- 或復我가依行中하야相續할새云我가在色이라하야自謂死後有相이라하나니如是色受想에各計四句故로有十六相하니此四句가有六十二見之本이니라. 或計有爲無爲諸法이畢竟幷驅하야不相凌滅이라하나니是第六外道의立五陰中에死後有相이라하난心顚倒論이니라.
-
0001_0054_b_01L어떤 사람은 아我가 행음을 의지하는 가운데 상속하니, “아我가 색에 있다.”라고 말하여서 자신은 “죽은 뒤에도 형상이 있다.”라고 한다. 이와 같이 색음, 수음, 상음에 각각 사구四句로 헤아리므로 십육상이 있게 되니, 이 사구가 육십이견의 근본이 된다.
어떤 사람은 유위와 무위의 모든 법이 필경에는 함께 달리면서 서로 능멸하지 않는다고 헤아린다.
이것이 여섯 번째로 외도가 세운 ‘오음 가운데 죽은 뒤에도 상相이 있다’고 하는 마음이 전도된 심전도론心顚倒論이다.
7) 외도가 내세운 단멸을 논함(論外道立斷滅)
- 或謂色受想이滅則行亦滅이라하야如木成灰어니死後에焉有諸相이리요하나니是第七外道의立五陰中에死後無相하난心顚倒論이니라.
-
어떤 사람은 색음, 수음, 상음이 소멸하면 행음 또한 소멸하는 것이 나무가 재가 되는 것과 같은데, 어떻게 죽은 뒤에 여러 형상이 있겠느냐고 말한다.
이것이 일곱 번째로 외도가 세운 ‘오음 가운데 죽은 뒤에는 상이 없다’는 심전도론이다.
8) 외도가 내세운 구비俱非를 논함(論外道立俱非)
- 或謂色受想이滅故로見有非有며遷流爲相故로觀無非無라하야於四陰中에皆生計執하며又有無俱非라하야虛實失措하나니是第八外道의立五陰中에死後俱非라하난心顚倒論이니라.
-
어떤 사람은 색음, 수음, 상음이 소멸하므로 유는 유가 아니라고 보고, 천변하며 유전하여 상이 되므로 무는 무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여서 사음 가운데서 모두 헤아려 집착함을 일으키며 또한 유와 무가 모두 아니어서 허虛와 실實을 종잡을 수가 없다.
이것은 여덟 번째로 외도가 세운 ‘오음 가운데 죽은 뒤에는 모두 아니다’라는 구비俱非의 심전도론이다.
9) 외도의 사후 단멸에 대하여 논함(論外道立死後斷滅)
- 或計身滅하며欲界人天或欲盡滅하며初禪天也或苦盡滅하며二禪天也或極喜滅하며三禪天也或極捨滅하야謂七際事相이皆現前消滅에更不復生이라하나니四禪天也是第九外道에立五陰中에死後斷滅이라하는心顚倒論이니라.
-
어떤 사람은 몸이 소멸하거나욕계의 인간과 천인이다. 혹은 욕계가 다 소멸하거나초선천初禪天 혹은 고苦가 다 소멸하거나이선천二禪天 혹은 극희極喜가 소멸하거나삼선천三禪天 혹은 극사極捨가 소멸한다고 헤아려서 칠제七際152)의 일과 상이 모두 현전에서 소멸하고는 다시 회복하여 생하지 않는다고사선천四禪天 말한다.
이것이 아홉 번째로 외도가 세운 ‘오음 가운데 죽은 뒤에는 단멸한다’는 심전도론이다.
10) 외도의 열반을 논함(論外道涅槃)
- 或以欲界로爲轉依處하며或以初禪離憂와二禪離苦와三禪極喜와四禪極捨로卽轉移處라하니此는迷有漏하야爲究竟無漏ㅣ니是第十外道의立五陰中에五現涅槃하는心顚倒論이니라.
-
어떤 사람은 욕계를 전환하여 의지하는 곳인 전의처轉依處153)로 삼으며, 혹은 초선천에서 근심을 여의므로, 이선천에서 괴로움을 여의므로, 삼선천에서 지극히 기쁘므로, 사선천에서 불고불락不苦不樂인 지극한 사捨이므로 바로 전의처라고 한다. 이것은 번뇌가 가득한 유루천有漏天을 구경의 무루천無漏天으로 헷갈린 것이다.
이것은 열 번째로 외도가 세운 ‘오음 가운데 다섯 곳이 열반을 나타낸다’는 오현열반五現涅槃인 심전도론이다.
11) 외도가 내세운 명제冥諦를 논함(論外道立冥諦)
- 或錯認第八湛識하야以冥諦로爲究竟法而生解者며,
- 어떤 사람은 제8담식을 잘못 인식하여 명제冥諦154)를 구경법으로 여기는 견해를 내는 것이다.
12) 외도가 자체를 신아神我라고 집착함을 논함(論外道執自體神我)
- 或以第八湛識으로爲自體神我하야云一切物象이皆自我湛識流出이라하야謂我能造天地萬物이라하나니摩醯首羅와及現今所謂耶和華類等이是也ㅣ니라.
- 0001_0055_b_01L어떤 사람은 제8담식을 자신의 본체인 신아神我로 여겨서, 일체 만물과 그 변화 현상이 모두 자아인 담식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라고 하며, 내가 천지와 만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대자재천에서 만물을 주관하는 마혜수라摩醯首羅와 오늘날의 기독교 계통의 창조신인 여호와 등의 무리가 그것이다.
13) 외도가 담식湛識을 자성이라고 집착함을 논함(論外道執湛識爲性)
- 或以第八湛識으로爲所依하야謂此湛識이能生我와及天地萬物이라하야以湛識으로爲常性하고以現前生滅로爲無常性하나니自在天類가是也ㅣ니라.
- 어떤 사람은 제8담식을 소의처所依處로 여겨서, 이 담식이 나와 천지만물을 생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담식을 상주하는 본성인 상성常性으로 여기고, 현전의 생멸을 무상성無常性으로 여긴다. 자재천왕自在天王의 무리가 그것이다.
14) 외도가 유정有情·무정無情이라고 집착함을 논함(論外道執情無情)
- 或謂識體有知하야而一切法이由知變起라하야遂立異解云一切草木이與人無異故로草木이爲人하며人이死에還成十方草木이라하나니婆吒와霰尼等類가是也ㅣ니라.
- 어떤 사람은 식識 자체에 앎이 있어서 일체 존재가 이 앎을 말미암아 변화하고 생기한다고 한다. 마침내 기이한 견해를 세워서, 일체 초목이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므로 초목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죽어서 도로 시방의 초목이 된다고 말한다. 바타婆吒와 산니霰尼155) 등의 무리가 그것이다.
15) 외도가 물과 불을 숭배하는 것을 논함(論外道崇水火)
- 或有崇水事火者하니三迦葉과諸外道之類ㅣ是也니라.
- 어떤 사람은 물을 숭배하고 불을 섬기는 것이 있는데, 세 명의 가섭迦葉과 여러 외도들의 무리가 그것이다.
16) 외도가 단멸공斷滅空에 집착함을 논함(論外道執斷空)
- 或執斷空하야爲實者하니無想天中에諸舜若多外道等이是也니라.
- 어떤 사람이 영원히 의지할 것이 없다는 단멸공을 실체라고 집착하는 것이다. 무상천無想天 중에 여러 순야다舜若多 외도들이 그것이다.
17) 외도가 식원識元을 원정圓精이라고 집착함을 논함(論外道執識元爲圓精)
- 或依識陰하야觀圓常하며執識元하야爲圓精하야遂欲固保其身하나니長壽仙等이是也니라.
- 어떤 사람은 식음識陰을 의지하여 원만하고 상주하는 것156)을 관찰하면서 식의 근원을 원만하고 정미한 본성으로 집착하여 마침내 그의 몸을 견고하게 보존하고자 한다. 장수선인長壽仙人인 아사타阿斯陀 등이 그것이다.
18) 외도가 식음을 원명이라고 여김을 논함(論外道以識陰爲元命)
- 或以識陰으로爲命元하야而互通三際니識陰이若盡하면我命이亦盡이라誰證眞常이리요하야故로於定中에化諸欲境하야固留塵惱하나니因是邪思하야感生天魔也니라.
- 어떤 사람은 식음을 생명의 근원인 명원命元으로 여겨서 삼제三際에 서로 통하므로, 식음이 만약 다 없어지면 아我의 생명 또한 다 없어지는데, 누가 참으로 상주하는 진상眞常을 증득하겠는가. 그래서 선정 중에서 모든 욕계의 경계로 변화되어 번뇌의 세계에 굳게 머물려고 한다. 이 사특한 생각으로 말미암아 천마로 태어나는 것이다.
19) 외도가 편진에 집착함을 논함(論外道執偏眞)
- 或證偏眞하야纏空趣寂者ㅣ며,
- 어떤 사람은 치우친 진제眞諦를 증득하여 공에 속박되고 적멸열반에 나아가는 것이다.
20) 외도가 환유幻有와 공적에 집착함을 논함(論外道執幻有空寂)
- 或自謂圓融淸淨이라未離識情하고以此로爲深竗라하야立爲果證者는是定性聲聞과及緣覺也ㅣ니라. 上已陳二十種魔境은皆是識情으로錯解佛之圓竗하야自謂得成無上道也ㅣ니라.
-
어떤 사람은 자신이 원융하고 청정하다고 말하지만, 식정을 아직 여의지 못한 채 이것을 깊고 미묘하다고 여겨 과지果地인 증득이라고 내세우는 자는 소승의 과지만을 증득한 정성성문定性聲聞과 정성연각定性緣覺이다.
위에서 이미 진술한 20가지 마의 경계는 모두 식정識情을 불과佛果의 원묘圓妙로 그릇되게 이해하고, 자신이 궁극의 깨달음인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성취하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제9장 선종 임제파臨濟派 강의(禪宗臨濟派講義章)
제1절 황벽黃蘗 대사의 60통방(黃蘗六十痛棒)
- 師陞講壇하사振威一喝云要會得佛法的的大義麽아? 須是勇猛漢이라사始得다. 昔에臨濟祖師問佛法的的大義라가被黃蘗三度六十賜棒하시니大衆은如何會得這棒고?
-
용성 선사께서 강단에 오르셔서 위엄스럽게 일할一喝을 떨치시고 말씀하셨다.
“불법의 밝게 빛나는 대의를 알고자 하는가? 반드시 용맹한 놈이어야 알 수 있다.
옛날에 임제 조사께서 불법의 밝게 빛나는 대의를 물으셨다가 황벽 대사에게 세 번이나 60방망이를 맞으셨는데, 대중들은 어떻게 이 방棒을 이해하고 있는가?
- 是一條白棒麽아? 是無來處棒麽아? 是換却眼睛棒麽아? 是觸令返玄棒麽아? 是接掃從正棒麽아? 是靠玄傷正棒麽아? 是辨驗虛實棒麽아? 是指示無指示棒麽아? 驢年이라사始得다.
- 나의 아무것도 없는 무의미한 방인가, 온 곳이 없는 근거가 없는 방인가, 눈동자를 바꾸어 버리는 방인가, 명령을 들이받아서 현묘한 선지禪旨에 돌아가게 하는 방인가, 제접提接으로 쓸어버려서 바른 길을 따르게 하는 방인가, 현묘한 선지도 저버리고 바른 길도 해치는 방인가, 허와 실을 변별하여 증험하는 방인가, 지시하거나 지시가 없는 방인가. 나귀해라야 터득할 수 있다.
- 當時에若非沒量大力者면喝似雷奔하고棒似雨滴이라도奈何爾不得하리라. 衆中에還有承當者麽아? 速速出來看하라. 若欲擬議댄星飛火散하리라. 黃蘗老婆를大愚撓舌이로다.
-
당시에 만약 헤아릴 수 없는 큰 힘을 지닌 자가 아니면, 할喝을 우레처럼 지르고 방棒을 비처럼 후려치더라도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중 가운데에 오히려 알아차린 자가 있는가? 어서 빨리 나와 보라. 만약 헤아리려 한다면 별똥별처럼 빠르게 떨어지거나 불에 타서 재로 흩날릴 것이다.
황벽 대사의 노파심에 대해 대우大愚 선사가 혓바닥을 마구 놀리고 말았구나.
- 蒼藤六十似枯枝이라了知佛法無多子로다. 月照長空하고風生萬籟로다. 大愚肋下三拳하니佛法的的大義로다. 捋虎鬚를見也麽아? 眞箇雄雄大丈夫로다.
-
푸른 등나무 60방은
말라 죽은 나뭇가지와 같고
불법을 분명하게 아는 것은
자제子弟가 많지 않다.
달은 끝없이 긴 하늘을 비추고
바람은 온갖 소리를 만들어 낸다.
대우 선사의 옆구리에
세 번 주먹을 먹인 것은
불법의 밝게 빛나는 대의이다.
호랑이 수염을 만져 보았는가
진정으로 위풍당당한 대장부구나!
- 棒下無生忍은當機不讓師니如今에還有見臨濟老漢者麽아? 九包之雛는不在籬邊之下하고千里之駒는不處群羊之中이니라.
-
방을 후려칠 때의 생멸이 없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감당하는 근기들은 스승에게 사양하지 않는데, 요즘 임제 늙은이를 본 자가 있는가?
아홉 가지 특징을 갖춘 봉황157)은
울타리 주변에서 놀지 않고,
천 리를 달리는 말은
양의 무리 속에서 거처하지 않는다.
- 我臨濟之祖師는道出常流라千聖이齊立下風이언니豈可以凡小情量으로擬議哉리요? 打柱杖兩下하고喝一喝云須知這一喝하야사始得다. 然雖如是나此是建化門接引之事라時淸에不要太平歌니라하시고便下座하다.
-
우리 임제 조사께서는 그 도가 평범한 유파를 벗어나서 많은 성인이 가풍 아래에 나란히 서 있는데, 어떻게 범부와 소인이 식정의 사량으로 헤아릴 수 있겠는가.”
주장자를 두 번 내리치시고는 일할一喝을 하시고 말씀하셨다.
“반드시 이 일할을 알아야만 된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이것은 교화의 문을 건립하여 중생을 인도하는 일일 뿐이다.
시대가 청아하니
태평가도 부르지 말라.”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제2절 임제臨濟 조사의 보청普請158)에 관한 강화(臨濟赴普請話)
- 大抵宗師相見이如釼鋒이相拄하며如兩將이對戰하야似擊石火閃電光이어니那容貶眼看이리요.
- “대체적으로 종사들께서 서로 만나시는 것은 칼과 봉이 서로 부딪치는 것과 같고 두 장수가 맞서 싸우는 것과 같아서 부싯돌의 불꽃과 번개의 섬광과 같은데, 어떻게 비평하는 눈으로 보는 것이 용납되겠는가?
- 昔에臨濟가赴普請鋤地次에見黃蘗來하고拄钁而立하니負衝天之意氣하며設陷虎之機關이로다如項羽가見秦皇而彼를可取라하며如猛將이上陣에威風이凜凜하며釼光輝日이라全涉運爲가眞箇雄雄大丈夫로다.
- 0001_0057_b_01L옛날에 임제 선사께서 보청으로 김매는 들에 나가셨을 적에 황벽 대사가 오시는 것을 보고는 큰 괭이에 기대어 섰다. 하늘을 찌르는 의기를 짊어진 것이고 호랑이를 함정에 빠뜨리는 장치를 설치한 것이 항우가 진시황을 만나서 그를 잡을 수 있었던 것과 같고 용맹한 장수가 출정할 때에 위풍이 늠름하고 검광이 해를 빛나게 하는 것과 같아서 전체적인 동작이 진정으로 위풍당당한 대장부였다.
- 蘗이云這漢이困耶아하니言似溫厚나何其來言이不豊也오? 各設陷虎之機關이니是笑中에有刀로다.
-
황벽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이놈아, 피곤하냐?’
말은 온후한 것 같으나 황벽 대사가 걸어 온 말이 어찌 성대하지 않겠는가. 특별히 호랑이를 함정에 빠뜨리는 장치를 설치한 것이니, 미소 속에 칼이 있는 것이다.
- 臨濟云钁也未擧언니困箇什麽오하니是淸風이拂하고明月이照로다. 鑿井而飮하고耕田而食이로다. 钁頭에自有無生樂이라全涉運爲那何妨가是可謂賊身이現露로다.
-
임제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괭이도 아직 들지 않았는데 피곤하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시원한 바람이 불고 밝은 달이 비추는 것이며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갈아서 밥을 먹는 것이다. 괭이에는 자연히 무생락無生樂이 있는데 전체적인 동작이 어찌 방해가 되겠는가. 그야말로 도적의 몸을 드러낸 것이다.
- 蘗이便打하니棒頭에有眼明日月이라要識眞金火裏看이로다. 臨濟接住棒送倒云하니猛虎共鬪勢不休로다. 英雄은終是英雄漢이라.
-
황벽 대사께서 바로 한 방을 후려치셨다.
방망이에 눈이 있는데 밝기가 해와 달이고, 진짜 금인가 식별하고자 불 속에서 보는 것이다.
임제 선사께서 확실하게 받아 쥐신 방망이를 돌려드리면서 황벽 대사를 넘어뜨리셨다. 맹렬한 호랑이가 서로 싸우면 그 기세가 멈출 줄을 모르고, 영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웅일 따름이다.
- 蘗이喚維那維那야扶起我하라. 維那近前扶云和尙아爭容得者風顚漢의無禮오하니倒須別人救라遠山이碧層層이로다. 爭容風顚漢이여猶在度頭岸이로다.
-
황벽 대사께서 외치셨다.
‘유나維那159)야! 유나야! 나 좀 부축해서 일으켜다오.’
유나가 다가와서 부축하며 말했다.
‘큰스님, 어찌하여 이 미친놈의 무례함을 받아 주시는 것입니까?’
넘어지면 다른 사람이 도와주어야 한다. 먼 산은 겹겹이 푸를 따름이다. 어찌 미친놈을 받아주겠는가. 오히려 나루터가 있는 것이다.
- 便棒維那兮여細草含烟遍山綠이로다. 秋月春花無限意여箇中眞箇有誰知오. 火葬活埋兮여蒼天噓噓로다. 大洪云推倒扶起는萬古風規오火葬活埋는諸方榜樣이나正眼觀來컨댄未免一時埋却이라하니,
-
일어나자마자 유나를 한 방 후려갈기심이여,
하찮은 풀들이 안개를 머금으니 온 산이 푸르다.
가을 달과 봄꽃의 무한한 뜻을
이 가운데 확실하게 그 누가 아는 자가 있겠는가.
화장을 하거나 산 채로 묻어 버리는 것이여,
푸른 하늘이 쉬쉬하는 것이다.
대홍大洪이 말했다.
‘밀어 넘어뜨리거나 부축하여 일으키는 것은 만고의 풍속이고 규범이며, 화장하거나 산 채로 묻어버리는 것은 제방의 본보기지만, 정안正眼으로 살펴본다면 아직 한순간에 묻혀버리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다.’
- 那箇是正眼고速來道看하라. 喝一喝云山僧이旣臨講席故로不得已說ㅣ老婆하니雖則百孔千瘡이나請君容恕하노라. 打柱杖一下云一拳으로碎倒黃鶴樓하고一脚으로踢飜鸚鵡洲로다.
-
어떤 것이 정안인가? 어서 일러 보라.”
“할!”
할을 한 번 내지르시고 말씀하셨다.
“산승이 이미 강연하는 자리에 나와 버려서 부득이하게 한 말들이라서 노파심일 뿐이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백 개의 구멍과 천 개의 부스럼이 있는 결점투성이니 여러분들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한 주먹으로 황학루黃鶴樓160)를 때려 부수고
한 발로 앵무주鸚鵡洲161)를 차서 뒤엎어 버린다.”
- 又打一下云有意氣時에添意氣하고不風流處에也風流로다하고便下座하다.
-
다시 한 번 주장자를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의지와 기개가 있을 때에
의지와 기개를 더하고
풍치가 없어 멋스럽지 않은 곳이
또한 풍치가 있어 멋스러운 것이다.”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제3절 황벽 대사와 임제 조사가 문답한 괭이에 관한 강화(黃蘗臨濟問答钁頭話)
- 師陞講堂하야拈起柱杖云這箇柱杖子를甚處得來오? 擲下背後하고展開兩手云還我柱杖子來하야라. 良久에云明添千日暗添漆이라. 古洞深雲이凍不開로다.
-
선사께서 강당에 오르셔서 주장자를 집어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이 주장자가 어디서 왔는가?”
등 뒤로 던져 버리시고 양손을 펼치시며 말씀하셨다.
“나에게 주장자를 가져오라.”
잠시 가만히 계시고는 말씀하셨다.
“밝음을 천 개의 태양에 더하고
어둠을 칠흑에 더하는 격이다.
구름이 깊은 오래된 골짜기는
굳게 얼어서 풀리지 않는다.
- 昔에臨濟祖師因普請次하야黃蘗이見師空手하고乃問钁頭在什麽處오하니這箇钁頭는是諸人普請受用底一物이라. 穩穩當當하며密密綿綿하야絲髮不漏하나니這一物을誰能會오? 楚山이無限謾崢嶸이로다.
-
옛날에 임제 조사께서 보청을 하실 적에 황벽 대사께서 조사가 빈손인 것을 보시고 물으셨다.
‘괭이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 괭이는 모든 사람들이 보청으로 노동하면서 사용하는 하나의 물건이라서 온당하고 면밀하여 털끝 하나도 새지 않으니 이 한 물건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초楚나라 산들이 한없이 높고 험준함을 기만하는 것이다.
- 臨濟云有一人이將去了也라하니放下一物處에寂然天地空이로다. 黃蘗이竪起钁頭云祗這介를天下人이拈掇不起라하니咄惟有這箇在로다. 然이나秤頭에不許蒼蠅坐라踏着秤錘堅似鐵이라.
-
임제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가지고 갔습니다.’
한 물건을 내려놓은 곳은 고요하여 천지가 텅 비어진다.
황벽 대사께서 괭이를 세우시며 말씀하셨다.
‘오직 이것은 천하 사람들이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쯧쯧. 오직 이것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저울은 파리가 앉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저울추를 밟아 보니 견고함이 무쇠와 같다.
- 臨濟就手掣得柱杖竪立云爲什麽하야却在某甲手裏오하니可謂賊是小人이나智過君子로다. 這箇物은佛佛이相傳하며祖祖ㅣ拈弄이어니何特拈掇不起哉리요? 會麽아? 常憶江南三月裏에鷓鵲啼處百花香이로다.
-
임제 조사께서 다가가서 손으로 주장자를 뺏어 세우시고는 말씀하셨다.
‘그런데 어찌하여 제 손안에 있습니까?’
도적을 소인이라고 말할 만하나 지혜는 군자보다 뛰어나다. 이 물건은 부처와 부처가 서로 전하고 조사와 조사가 가지고 놀았는데, 어찌 특별히 제기할 수 없겠는가. 알겠는가?
언제나 강남의 삼월을 생각하면
자고새와 고니가 곳곳에서 울고
온갖 꽃들이 향기롭다.
- 黃蘗이云吾宗이到汝大興이라하니是甚閒家具오鎭州出大蘿蔔이니라하시고便下座하다.
-
황벽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종풍이 그대에 이르러 크게 흥기하겠구나!’
이 무슨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살림살이인가.
진주鎭州에서는 큰 무가 생산된다.”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제4절 빈주賓主가 역연歷然하다는 것에 관한 강화(賓主歷然話)
- 上堂良久에云昔에臨濟會下에有普化克符兩上座하야一日相見에齊下一喝이어늘,
-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옛날에 임제 조사 회상에 보화普化와 극부克符 두 상좌上座162)가 있었는데, 어느 날 서로 마주치자 일제히 일할一喝을 질렀다.
- 有僧이擧似臨濟云未審커라還有賓主也無닛가? 臨濟云賓主歷然이라하시니諸人은還知麽아? 那箇是主며那箇是賓고? 北山이揷天兮여雲擁而玉이요漢江이軸地兮여月和而金이로다.
-
어떤 승려가 임제 조사께 이 일을 제시하면서 말하였다.
‘아직 상세히 모르겠습니다. 그런대로 손님과 주인인 빈주가 있는 것입니까?’
임제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빈주가 뚜렷하다.’
여러분들은 그런대로 알겠는가? 어떤 것이 주인이고 어떤 것이 손님인가?
북산北山이 하늘 높이 솟음이여,
구름이 감싸니 옥玉이 되고,
한강漢江이 대지 가운데로 흐름이여,
달빛이 어리니 금金이 되는구나!
- 一切平常이皆具殺活照用이어늘何須特地雷喝이리요. 不塗紅粉也風流로다. 然이나若非先祖之恁麽出世면生而知此者幾稀哉저.
-
모든 평상시의 움직임이 전부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지혜의 작용을 갖추었는데 구태여 우레 같은 할喝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고운 분을 바르지 않아도 그대로 멋이 나네.
그러나 만일 선대의 조사들께서 이처럼 세상에 나오신 것이 아니라면 살면서 이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 然則兩下一喝이互爲賓主는則不無어니와喚甚麽하야作賓主리요?
- 그렇다면 두 상좌가 일할을 지른 것이 서로 손님과 주인이 되는 것이 없지는 않지만, 무엇을 빈객으로 주인으로 불러야 하는가?”
- 高聲一喝云會麽아? 我此一喝이能殺能活하며能縱能奪하며亦能悟却天下人하며亦能迷却天下人하며悟中에有迷하며迷中에有悟하며迷悟를雙放하며迷悟를雙收하나니直須和座掇却이라도亦是犯手傷鋒이니라. 咄侍者야看看하야我眉毛가落地去也로다하고便下座하다.
-
고성으로 할을 한 번 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나의 이 일할이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으며, 방임할 수도 있고 구속할 수도 있으며, 아울러 천하 사람들을 깨우칠 수도 있고 천하 사람들을 미혹시킬 수도 있으며, 깨달음 가운데 미혹이 있게도 하고 미혹 가운데 깨달음이 있게도 하며, 미혹과 깨달음을 쌍으로 놓아 버리기도 하고 미혹과 깨달음을 쌍으로 거두어들이기도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좌복을 빼앗더라도 칼끝에 손을 다친 것이다.
쯧쯧. 시자야, 살펴보아라. 내 눈썹이 땅에 떨어져 버렸다.”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제5절 임제의 무위진인無位眞人에 관한 강화(臨濟無位眞人話)
- 師陞講壇하사連呼兩云釋迦는說五十五位하시고臨濟는說無位眞人하시니好與二十棒이로다. 更有一棒하니分明着眼看하야라.
-
0001_0059_a_01L선사께서 강단에 오르셔서 연달아 혀를 차는 소리를 두 번 내뱉으시고는 말씀하셨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55위를 설하셨고 임제 조사께서는 모든 범주를 뛰어넘은 무위진인에 대해 설하셨으니, 스무 방을 후려쳐 주어야 좋겠다. 다시 한 방이 있으니 분명하게 착안하여 보아라.”
- 高聲一喝云無位眞人出入處에六門常放紫金光이로다. 眉分八字眼欲開ㅣ라鼻頭元來向下垂로다. 打床一下云無位眞人이是什麽오? 乾屎橛이라하시니若非臨濟之收放活殺縱奪之手段이면誰信乾坤呑吐之客이리요?
-
고성으로 할을 한 번 하시고는 말씀하셨다.
“무위진인이 출입하는 곳에는
육문六門이 항상 자금색 광명을 발한다.
눈썹은 여덟 팔 자八字처럼 나뉘어 있고
눈은 늘 떠 있고자 하며
코는 원래 아래로 드리워져 있다.”
법상을 한 번 치시고는 말씀하셨다.
“무위진인이 무엇인가? 마른 똥막대기라고 하지만, 만약 임제 조사의 거두어들이거나 놓아 버리기도 하고 살리거나 죽이기도 하며 방임하거나 구속하기도 하시는 방편이 아니라면, 그 누가 천지를 삼키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는 나그네를 믿겠는가.
- 然이나卽此而會라도不會臨濟意오離此而會라도不會臨濟意오恁麽而會라도不會臨濟意이니會麽아? 水田에飛白鷺하고夏木에囀黃鸝니라.
-
그러나 이에 다가가서 깨닫더라도 임제의 뜻은 깨닫지 못할 것이고, 이에 떨어져서 깨닫더라도 임제의 뜻은 깨닫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깨닫더라도 임제의 뜻은 깨닫지 못할 것이다. 알겠는가?
논에는 백로가 날아다니고
한여름 나무에는 꾀꼬리가 지저귄다.
- 昔에有一婆子하야參瑯瑘禪師하야參此話러니一日에呈投機頌云吾有一無位眞人하니三頭六臂努力嗔이로다. 一璧華山分兩路하니萬年流水不知春이라하니諸仁子는作麽生會오?
-
옛날에 어떤 노파가 낭야瑯瑘 선사에게 참학하여 이 화두를 참구하였었는데, 어느 날 화두에 계합한 게송을 상신上申하였다.
‘나에게 하나의 무위진인이 있는데
머리 셋에 여섯 팔뚝으로 애써 성을 낸다.
하나의 벽옥화산碧玉華山에
두 갈래로 갈라진 길이 있으니
만년을 흐르는 물이
봄이 온 줄을 알지 못한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 無常世間이迅速難追하야石火電光과逝波殘照로不足爲喩니今日雖存이나明亦難保니라. 諸仁子야奮發大勇하며長起難遭之想하야參箇話頭호대以悟로爲則이니라.
-
무상한 세상이 신속하여
따라잡기가 어려움을,
부싯돌 불꽃, 번개의 섬광, 흐르는 물결, 석양의 노을로도
비유로 삼기에 부족하다.
오늘은 설령 살아남더라도
내일은 역시 보장하기 어렵다.
여러 수행자들이여, 분발하여 큰 용기를 내고 언제나 만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키어 이 화두를 참구하되 깨달음으로 법도를 삼아야 한다.”
- 師竪起柱杖云海天이碧如藍한대日輪이紅又盤이로다桂棹兮蘭檣으로擊空明兮여. 溯流光이로다. 打柱杖一下하고便下座하다.
-
선사께서 주장자를 세우시고는 말씀하셨다.
“수평선에 닿아 있는 하늘은 쪽보다 푸르고
붉은 태양은 쟁반보다 둥글구나.
계수나무 노와 목련 삿대로163)
물속에 비친 달그림자를 저으며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제6절 임제 조사께서 문에 들어서면 바로 할을 하신 것에 관한 강화(臨濟入門便喝話)
- 師陞講壇하사拈起柱杖하고良久云昔에臨濟祖師凡見僧入門하시고振威一喝하시니大衆은作麽生會오? 有時一喝은提金剛之寶釼하고有時一喝은縱象王之威猛하고有時一喝은如探竿影草하고有時一喝은如空中八達하야八面上下無不圓通은古人이已道어니와今日에還有承當者麽아?
-
선사께서 강단에 오르셔서 주장자를 집어 들고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옛날에 임제 조사께서는 평소에 납자가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시면 위엄스럽게 일할을 떨치셨다. 대중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어떤 때의 일할은 금강보검을 걸어 놓고 어떤 때의 일할은 코끼리 왕의 위엄스런 용맹에 맡겨 두며, 어떤 때의 일할은 탐간探竿이나 영초影草와 같고 어떤 때의 일할은 허공의 팔달八達과 같아 팔방과 상하로 두루 통하지 않음이 없다는 것은 고덕들께서 이미 말씀하셨는데, 금일에 그런대로 깨달아 감당한 자가 있는가?”
- 高聲一喝云千鉤之弩는不爲鳥鼠而發機하나니速速出來道看하라. 我此恁麽提持라도世尊의三處傳心하신正法眼藏臨濟宗風이滅却無餘온況乎東說西說而亂道耶아.
-
고성으로 할을 한 번 하시고는 말씀하셨다.
“천균千鈞이나 되는 쇠뇌는 새나 쥐 때문에 발사하지 않는다. 어서 빨리 나와서 일러 보라. 내가 이것을 이와 같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세존께서 삼처전심三處傳心하신 정법안장正法眼藏과 임제의 종풍이 남은 것이 없을 정도로 소멸되어 버린 것인데, 하물며 말을 바꿔 가며 이렇게 저렇게 말하여 도를 어지럽히는 것이겠는가.”
- 良久에云漢陽城裏에水東流니라. 然이나山僧이不得已하야畵蛇添足하야露箇消息하리라喝!
-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한양성漢陽成 안에는 물이 동쪽으로 흐른다.
그러나 산승이 부득이하여 뱀을 그리면서 발을 덧붙이듯이 이 소식에 대해 드러내겠다.”
“할!”
- 一喝云這一喝이能殺能活하며能縱能奪하며有時에亦能悟却天下人하며有時에亦能迷却天下人하며有時에迷悟를雙收하며有時에迷悟를雙放하며有時에如大火聚하야四面이皆不可入이며有時에如淸凉池하야四面이皆可入이며有時에透天透地하며透古透今하며透佛透祖하며乃至透入塵塵刹刹하며,
-
할을 한 번 내지르시고 말씀하셨다.
“이 일할은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으며, 방임할 수도 있고 구속할 수도 있으며, 어떤 때에는 천하 사람들을 깨우칠 수도 있고 어떤 때에는 천하 사람들을 미혹시킬 수도 있으며, 어떤 때에는 미혹과 깨달음을 쌍으로 거두어들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미혹과 깨달음을 쌍으로 놓아 버리기도 하며, 어떤 때에는 커다란 불덩어리와 같아서 사면으로 모두 들어갈 수가 없고 어떤 때에는 청량한 연못과 같아서 사면으로 모두 들어갈 수가 있으며, 어떤 때에는 천지를 꿰뚫고 고금을 꿰뚫으며 부처와 조사를 꿰뚫고 나아가 낱낱의 티끌 속에 국토마다 꿰뚫고 들어간다.
- 或大地가粉碎하고虛空이撲落하며或如春雷之轟轟하야變化魚龍하며或如吹毛之利釼하야魔佛이膽喪하나니三玄三要四料揀四喝八棒十智同眞等天下老和尙의所受用底가不出於此이니라.
-
어쩌면 대지를 분쇄할지도 허공을 쳐서 떨어뜨릴지도 모르며, 어쩌면 봄철의 우르릉 쿵쾅거리는 우레와 같아서 물고기를 용으로 변화시킬지도, 예리한 취모검吹毛劍과 같아서 마귀와 부처가 용기를 잃을지도 모른다.
삼현三玄과 삼요三要, 사료간四料揀, 사할四喝과 팔방八棒, 십지十智와 동진同眞 등등 천하의 노화상들께서 수용하셨던 것이 이것을 벗어나지 않는다.”
- 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咄是甚閒家具오看하라. 我眉毛가落地去也로다. 復打一下云淸川은瀝瀝漢陽樹요芳草는萋萋鸚鵡洲니라. 諸仁子야切莫鑽龜打瓦어다. 臨濟一喝을無人會라. 千古令人轉生惱로다. 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0001_0060_a_01L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치시고는 말씀하셨다.
“쯧쯧! 참으로 쓸모없는 살림살이구나! 살펴보라. 내 눈썹이 땅에 떨어져 버렸다.”
다시 한 번 법상을 치시고는 말씀하셨다.
“비 개인 강가164)에는 한양성의 숲이 뚜렷하고
향기로운 풀들이 앵무섬에 무성하구나!
여러 수행자들이여, 절대로 거북이 등껍질을 태우거나 기왓장을 깨뜨리듯이 헤아려서는 안 된다.
임제의 일할을 터득한 사람이 없어서
천고千古에 변함없이
사람들이 번뇌에 전생轉生하는구나!”
법상을 한 번 치시고는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제7절 진주鎭州에는 큰 무가 생산된다는 화두에 관한 강화(鎭州出大蘿蔔頭語)
- 甲寅春二月에上堂하야竪起柱杖云昔에僧이問趙州호대承聞하니和尙이親見南泉이라하니是否니까? 師云鎭州에出大蘿蔔頭라하니這僧이非不知趙州가承嗣南泉하야爲天下所聞이언마는恁麽出頭來하니不是好心이로다.
-
갑인년(1914) 봄 2월에 상당하셔서 주장자를 세우시고는 말씀하셨다.
“옛날에 승려가 조주 선사께 물었다.
‘듣자오니, 스님께서 남전南泉 선사를 친견하셨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
조주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진주에는 큰 무가 나온다네.’
이 승려가 조주 선사가 남전 선사의 뒤를 이어서 천하에 알려지게 된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니건마는 이렇게 나왔으니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 諸人은還知大蘿蔔頭麽아? 若也會得이면天下人鼻孔을都穿却了也어니와其或未然인댄不用鑽龜打瓦하고急須參究호대,
- 여러분들은 그런대로 큰 무의 화두를 알겠는가? 만약 터득한다면 천하 사람들의 콧구멍을 모두 꿰뚫어 버리겠지만, 혹시 아직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거북이 등껍질을 태우거나 기왓장을 깨뜨리듯이 헤아리는 것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급히 참구를 해야 한다.
- 不得向聖妙地上하야揑目生花하며不得向平實地上하야認奴作郞하며不得向光境門頭하야弄粥飯氣하며不得向無事甲裏하야畏刀避箭하며不得向葛藤窠窟裏하야說黃道黑道하고如實參究호대纔擧에箭沒石이니라.
-
다만 성스러운 묘한 경지를 지향하여 눈을 눌러 헛꽃을 생해서도 안 되고, 평범한 실체의 경지를 지향하여 노비를 주인으로 인식해서도 안 된다. 찬란한 경지의 문을 향하여 죽과 밥의 기운을 사용해서도 안 되고, 일 없는 갑옷 속을 향하여 칼을 두려워하거나 화살을 피해서도 안 된다. 갈등의 굴속에서 길일이나 흉일을 말해서도 안 된다.
여실하게 참구하는데 화두를 들자마자 화살이 바위에 박히듯이 해야 한다.
- 爲報參學人하노니莫將驢鞍橋하야喚作阿孃頷이어다. 然則風柯月渚는現露眞心하고翠竹黃花는宣明妙法이니是大蘿蔔頭意旨麽아? 曰否라. 一滴이混千江하고一鎚로開衆竅니是大蘿蔔頭麽아? 曰否라.
-
0001_0060_b_01L참구하는 학인들에게 알리겠다.
당나귀의 안장을
아버지의 턱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바람 부는 나뭇가지와 달 비치는 물가는 참마음을 드러내고 푸른 대나무와 노란 꽃은 미묘한 법을 널리 밝힌다는 것이 큰 무 화두의 주된 뜻인가? 아니다.
물 한 방울이 천 개의 강물에 섞이고 한 번 울려 여러 구멍을 열리게 한다는 것이 큰 무 화두의 주된 뜻인가? 아니다.
- 入牛俱不見이라正是月明時니是蘿蔔頭麽아? 曰否라. 止止不須說하라. 此法이竗難思니是大蘿蔔頭麽아? 曰否라. 山但山水但水라蘿蔔은但喚作蘿蔔이니是大蘿蔔頭麽아? 曰否라.
-
사람과 소를 모두 보지 않아야 바로 달이 밝은 때라고 하는 것이 무 화두의 주된 뜻인가? 아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말할 필요가 없다. 이 법은 미묘하여 생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큰 무 화두의 주된 뜻인가? 아니다.
산은 다만 산이고 물은 다만 물이다. 무는 다만 무라고 부를 뿐이라는 것이 큰 무 화두의 주된 뜻인가? 아니다.
- 然則大蘿蔔頭意旨는作麽오? 曰汝道하라. 何故로一介蘿蔔頭를亂秤兩三斤고踏着秤鎚堅似鐵이라. 無鬚猢猻이倒上樹니라하시고便下座하다.
-
그렇다면 큰 무 화두의 주된 뜻은 무엇이라 말해야 하는가? 그대들은 무슨 까닭으로 하나의 무 화두를 저울로 두 근이니 서 근이니 하며 어지럽게 하는가.
저울추를 밟으니 무쇠처럼 단단하고
수염 없는 원숭이는 거꾸로 매달려 나무를 오른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제8절 한 해가 다 가도 돈을 사르지 않는다는 것에 관한 강화(年盡不燒錢話)
- 上堂良久에云昔에僧이問趙州호대如何是祖師西來意닛고? 州云年盡不燒錢이라하시니,
-
상당하셔서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옛날에 승려가 조주 선사께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조주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한 해가 다 저물어도 돈을 사르지 않겠다.’
- 作麽生折合去오? 回天關轉地軸하야以晝爲夜하며以夜爲晝라도未夢見趙州在오透頂透底하며透天透地하야呑吐乾坤이라도驢年이라사始得다.
- 어떻게 해야 합치하는 것인가? 하늘의 관문과 지구의 축을 회전시켜 낮을 밤으로 만들고 밤을 낮으로 만들더라도 아직까지 조주가 있는 곳을 꿈에서도 본 적이 없고, 꼭대기와 밑바닥을 꿰뚫고 하늘과 땅을 꿰뚫어서 건곤乾坤을 삼키거나 토할지라도 나귀해라야 조주의 뜻에 합치할 수 있다.
- 會則直下會取어니와若也未會則如實參究호대纔擧에箭沒石이니라. 然雖如是나山僧이不惜眉毛하고爲你提出호리라良久에打柱杖一下云會麽아?
-
깨닫는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깨달아 취할 수 있지만, 만약 아직 깨닫지 못했다면 여실하게 참구하는데 화두를 들자마자 화살이 바위에 박히듯이 해야만 한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산승이 눈썹을 애석해하지 않고 그대들을 위하여 말을 꺼내도록 하겠다.”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는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 北山이巍巍兮여白雲이片片이로다. 麥穗重重兮여鶯歌滑滑이로다. 綠樹風淸兮여芳草烟生이로다.
-
북산北山이 크고 높게 솟아 있으니
흰 구름이 조각조각 떠 있고
보리 이삭이 거듭 겹치어 넘실대니
꾀꼬리 울음소리가 매끄럽다.
푸른 나무에 바람이 시원하니
향기로운 풀들이 연기처럼 자라난다.
- 德山之棒과臨濟之喝과普化之振鈴入市가皆徹證無生이나然이나眞怪哉라平地上波濤로다.
-
0001_0061_a_01L덕산德山의 방과 임제의 할과 보화普化 선사가 요령을 흔들면서 저자에 들어갔던 것이 모두 생멸이 없는 법인을 철저하게 증득하신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괴이하구나! 평지에서 파도를 일으킨 것이다.
- 只管材歌社飮이어니那知舜德堯仁이리요? 歸馬華山之陽하고放牛桃林之野로다.
-
다만 들에서 흥얼거리고
사당에서 술을 마시니
순임금의 덕이나 요임금의 인을 어찌 알겠는가.
말은 화산華山의 남쪽으로 돌려보내고
소는 도림桃林의 들판에 놓아준 것이다.
- 問爾하노라. 汝作麽生會오? 莫是目視雲漢麽아? 咄ㅣ切忌錯會어다. 坐看白雲이終不妙니無生이那能達此宗가桶裏水鉢裏飯이라鎭州蘿蔔이最可宜니라하시고便下座하다.
-
그대들에게 묻겠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눈으로 은하수를 보는 것이 없는가? 쯧쯧, 절대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된다.
앉아서 흰 구름을 보니
마침내 미묘하지 않은데
생명이 없는 무정물이
어떻게 이 종지를 통달할 수 있겠는가.
물통 속에는 물이 있고,
발우 속에는 밥이 있다.
진주의 무가 가장 당연하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제9절 조주趙州 선사와 달아나는 토끼에 관한 강화(趙州走兎話)
- 好타諸仁子야. 昔에趙州和尙이出遊할새因適値兎走하야僧이問和尙은是善知識이어니爲甚麽하야兎兒가走却이닛고? 趙州云老僧이曾爲多殺生이라하시니大衆은作麽生會오? 若一毫擬議思量이면驢年이이라사始得다. 會麽아? 倚松閒持數卷經하고笑問客從何處來오?
-
“훌륭하다, 여러 수행자들이여.
옛날에 조주 화상께서 두루 유행하실 적에, 마침 토끼가 달아나는 것을 마주침으로 인하여 승려가 물었다.
‘화상께서는 선지식이신데, 무엇 때문에 토끼가 달아나는 것입니까?’
조주 화상께서 대답하셨다.
‘노승이 일찍이 많은 살생을 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일 털끝만큼이라도 헤아리거나 사량하면 나귀해라야 될 것이다. 알겠는가?
소나무에 의지하여
한가롭게 서너 권 경전을 지니고
웃으면서 나그네들에게 묻는다
어디에서 오느냐고.
- 世人이擧皆是墮在佛法窠窟하야頭出頭沒하나니何時에夢見趙州리요? 衆生心識이如太末蟲하야處處能緣하나니三世諸佛과歷代祖師와河沙藏經이總是魔說이며是生死根本이니라.
- 세상 사람들이 거의 다 불법의 굴속에 떨어져 있으면서 머리만이 출몰하는데, 언제 꿈에서라도 조주를 보겠는가. 중생의 심식이 파리와 같아서 곳곳마다 반연할 수 있으므로 삼세의 제불과 역대의 조사와 항하사 같은 대장경이 모두 마귀의 설이고 생사의 근본이다.
- 故로趙州云佛之一字를吾不喜聞이라하시니라會麽아? 有一人은斫伐香木하야造佛像하고又有一人은斫伐香木하야作糞機하면於意云何오? 失其木性則一也오?
-
0001_0061_b_01L그래서 조주 화상께서 말씀하셨다.
‘불佛이라는 한 글자를, 나는 듣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알겠는가? 어떤 한 사람은 향나무를 베어 불상을 조성하고, 또 다른 사람은 향나무를 베어 똥치는 도구를 만든다면, 의견이 어떠한가? 그것의 본성을 잃은 것은 매한가지다.
- 有一人은作善生天堂하고又有一人은作惡生地獄하면於意云何오? 善惡이雖殊나其輪迴則一也니라. 勿論佛祖及世間法하고有理路義路와及分別全體가是生死也니라. 故로六祖云佛說一切法이爲度一切心이라我無一切心커니何用一切法이리요하시니라.
-
어떤 한 사람은 선을 지어 천당에 태어나고, 또 다른 사람은 악을 지어 지옥에 태어났다면, 의견이 어떠한가? 선악은 비록 다르지만 그들이 윤회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부처와 조사 및 세간의 법은 물론이고 이치의 길과 의미의 길 및 분별이 있는 전체가 생사이다. 그래서 육조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일체 법을 설하신 것은 일체의 마음을 제도하기 위해서인데, 나에게는 일체의 마음이 없으니 일체의 법을 어찌 쓸 필요가 있겠는가.’
- 然이나諸法皆空之處에性自神解하야不同木石하니라. 聖人은以無生滅之身으로普入世間하야廣度衆生하사熾然常說이나未曾說一字시니라.
- 그러나 모든 존재가 모두 공한 곳에서 본성이 저절로 신령스럽게 알아서 목석과는 같지 않다. 성인은 생멸이 없는 몸으로 세상 사이로 두루 들어가 중생을 널리 제도하여서 활기차게 언제나 설법하지만 일찍이 한 글자도 설한 적이 없는 것이다.
- 然則趙州意은作麽生고? 月到中秋滿이오風從八月凉이니是趙州意麽아? 陶潛은彭澤에惟栽柳오潘岳은河陽에祗種花니是趙州意麽아衲僧巴鼻徒穿鑿이오平實商量累祖宗이니是趙州意麽아? 趙州兎關을無人會라野草閑花滿地愁로다.咄ㅣ莫道純朴無爲하야사好타하시고便下座하다.
-
그렇다면 조주의 뜻은 어떠한가? 달은 한가위에 이르러 가득 차고 바람은 8월부터 서늘해지는 것이 조주의 뜻인가? 도연명은 팽택彭澤에 오직 버드나무만을 심고 반악潘岳은 하양河陽에 오직 꽃만을 가꾸었던 것이 조주의 뜻인가? 납승이 코를 비틀어 쥐는 것은 다만 천착일 뿐이고 평범한 실체를 상량하는 것은 조사의 종지에 누를 끼친다는 것이 조주의 뜻인가?
조주의 토끼 조사관을
깨달은 사람이 없어서
들풀과 들꽃이
대지에 가득한 시름이다.
쯧쯧! 소박하고 꾸밈이 없는 것이 무위無爲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야 좋은 것이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제10장 선문강화(禪門講話章)
제1절 선화禪話의 누설(禪話漏說)
- 世尊이未離兜率하사已降王宮하시며未出母胎하사度人已畢하삿다.兜率은欲界六天中第四天인대此地球에서相去가三千三百五十二萬里라世尊이此天에서衆生을度生하신故로云爾
-
0001_0062_a_01L
세존께서는
도솔천兜率天을 아직 떠나지도 않으셨는데
이미 왕궁에 내려오셨고
어머니 태 속에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으셨는데
이미 중생 제도를 마치셨다.
도솔천은 욕계 육천 가운데 제4천인데 이 지구에서 3천352만 리가 서로 떨어져 있다. 세존께서 이 도솔천에서 중생을 제도하셨기 때문에 이처럼 말한 것이다.
제2절 강화講話
1. 교리적인 의미(敎意)
- 世尊者는十號에一이시며大覺의表號시니福慧兩足하사世에所尊함이되는연고시니라. 兜率을離하지아니하심은一月이在天함과如하고임히王宮에降하심은月이在天하야影을千江에留함과如하고母胎에出치아니하시고度人을已畢하심은乾坤을把定함에誰가蒙恩치아니하리요?
- ‘세존世尊’이란 열 가지 명호 가운데 하나이시고 대각大覺을 표명하는 이름이다. 복과 지혜, 두 가지를 구족하셔서 세상(世)으로부터 존경(尊)을 받기 때문이다. ‘도솔천을 떠나지 않으심’은 하나의 달이 하늘에 있음과 같고, ‘이미 왕궁에 내려오심’은 달이 하늘에 있어서 달의 그림자를 천 개의 강물에 남겨 둠과 같으며, ‘어머니 태 속에서 나오지 않으시고 중생 제도를 이미 마치심’은 건곤을 단단히 장악함에 누가 은혜를 입지 않았겠는가.
- 又大體外에大化의用이無하고大化의用外에大體가無함이로다. 用이繁興하되恒常如하고智가周鑑하되恒常靜함이로다無邊自他가毛端에隔하지아니하고十世古今이當念을離치아니함이로다.
- 또한 큰 본체 밖에 큰 교화의 작용이 없고, 큰 교화의 작용 밖에 큰 본체가 없음이로다. 작용이 번창하되 항상 여여如如하고 지혜가 두루 살펴보되 항상 적정寂靜함이로다. 끝이 없는 자타自他가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이고 십세十世165)와 고금이 지금 이 자리의 생각인 당념當念을 여의지 아니함이로다.
- 此에四法界가有하니地球와日月星辰의大라도當處가元來空한것이요芥子와微塵의小라도元來有가아니니大小의空이無碍함과如하야理와理가元是無碍한것이며,
- 여기에 사법계가 있다. 지구와 일월성신日月星辰처럼 아무리 크더라도 당처가 원래 공한 것이고, 겨자와 미세한 티끌처럼 아무리 작더라도 원래 있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공空이 걸림이 없음과 같아 이理와 이理가 원래 걸림이 없는 것이다.
- 大에小가有한지라無邊巨刹이極히小하야보히지아니하는微塵裏로드러가고小에大가有한지라볼수업는極微塵裏에無邊巨刹를抱容하나니是는小緣起의事가無碍한것이요.
- 0001_0062_b_01L큰 것에 작은 것이 있는 것이라서 끝없는 거대한 국토가 지극히 작아 보이지 않는 미세한 티끌 속으로 들어가고, 작은 것에 큰 것이 있는 것이라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미세한 티끌 속에 끝없는 거대한 국토가 포용된다. 이것은 작은 연기의 사事가 걸림이 없는 것이다.
- 大海에霖함에滴滴이皆滿하고一塵의性이空함에法界를全收한것이니是는理와事가無碍한것이며,
- 큰 바다에 장맛비가 내림에 빗방울마다 모두 바다에 차고, 하나의 티끌의 본성이 공함에 법계를 완전히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이理와 사事가 걸림이 없는 것이다.
- 大相의本位를動치아니하고內가無한微塵裏로入하며小相의本位를動치아니하고無邊巨刹를抱容하나니是는大緣起의事와事가無碍한것이라.
- 큰 형상이 본래 자리를 움직이지 아니하고 안이 없는 미세한 티끌 속으로 들어가며, 작은 형상이 본래 자리를 움직이지 아니하고 끝없는 거대한 국토를 포용한다. 이것은 큰 연기의 사事와 사事가 걸림이 없는 것이다.
- 又小와小가無碍하며大와大가無碍하나니故로未離兜率云云은處가無碍함을表示한것이요未出母胎云云은時가無碍한것을表示한것이니延促이無碍한것이며古今始終이無碍한것이며事事가無碍한大總持門을表現함이니라.
- 또한 작은 것과 작은 것이 걸림이 없고 큰 것과 큰 것이 걸림이 없다. 그러므로 도솔천을 떠나지 않음 운운한 것은 공간이 걸림이 없음을 표시한 것이고, 어머니 태 속에서 나오지 않음 운운한 것은 시간이 걸림이 없음을 표시한 것이니, 길고 짧음이 무애無碍한 것이고 고금古今과 시종始終이 무애한 것이며 사사事事가 무애한 대총지문大總持門을 표현함이다.
2. 선禪적인 의미(禪意)
- 禪이엇지意리요但借用而已며禪이엇지意가아니리요但借用而已니라. 超脫不思議法界總持因陀羅網門하면小分이나相應할가鳥가虛空에飛함에跡을可尋할수업고羚羊이角을掛함에朕跡이了沒함과如하도다.
- 선이 어찌 의미가 있겠는가. 다만 차용했을 뿐이고, 선이 어찌 의미가 없겠는가. 다만 차용했을 뿐이다. 불가사의한 법계의 총지總持인 인다라망경계문因陀羅網境界門166)을 초월하면 작은 부분이나 상응할까? 새가 허공에서 날아다님에 발자취를 찾을 수 없고, 영양이 뿔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음에 자취가 조금도 없음과 같도다.
- 故로云縱을掃하고跡을滅하야根蔕조차除하야사火裏에蓮花가處處에開한다하며網을透한金鱗은오히려水에滯하거니와頭를回하는石馬라사紗籠에出함이라하시며三賢은오히려斯旨를明하지못하거니와十聖인들엇지能히此宗을達한다하리요하니라.
- 0001_0063_a_01L그러므로 “흔적을 쓸고 자취를 없애고 근본마저 제거하여야 불 속에서 연꽃이 곳곳마다 피어난다.”라고 하시고, 또한 “그물을 뚫고 지나간 금잉어는 오히려 물에 막히지만, 머리를 돌려 선회하는 석마石馬라야 우리에서 벗어난다.”라고 하시며, “삼현은 오히려 이 종지를 밝히지 못하였는데 십성인들 어찌 능히 이 종지를 통달한다고 하겠는가.”라고 하신 것이다.
- 木女는笙을吹하고露柱는歌를唱하고燈籠은起하야舞하는도다. 西山이巍巍兮여碧聳하고漳水가澄澄兮여色이練하도다.
-
목녀木女는 생황을 불고
노주露柱는 노래를 부르며
등롱燈籠은 일어나 춤을 추는구나.167)
서산西山이 외외巍巍함이여,
푸르름이 높이 솟고
장수漳水가 징징澄澄함이여,
물빛이 하얗구나!
- 有時에露柱를喚하야燈籠을作하며燈籠을喚하야露柱를作하는도다. 玉鳳과金鸞을分疏하야下하지못하는도다.
- 어떤 때에는 노주露柱를 등롱燈籠이라고 부르고, 등롱을 노주라고 부르는구나. 옥봉玉鳳과 금란金鸞을 분간해 놓지 못하는구나.
- 風이靜하니江이練과如하고雨가晴하니山이暮코저하는도다. 兩岸에陜蘆花여明月의光이皎皎하는도다만일圓成이라固執할진댄依舊히夢에顚倒하리라. 天이逈하니鳥飛가遠하고山이高하니曙色이新하도다.
-
바람이 고요하니
강물이 표백함과 같고
비가 개니
산이 저물고자 하는구나.
강 언덕 양쪽에 좁은 갈대 꽃밭이여,
밝은 달빛이 교교하도다.
만일 원만히 이루었다고 고집할진댄
예전처럼 꿈속에서 거꾸러지리라.
하늘이 요원하니
새가 나는 것이 멀고
산이 높으니
새벽 하늘빛이 새롭도다.
- 此는如今에下根의人을爲하야句句히曲盡이漏說한것이라會麽아? 畵餠을打破하고도라오니金剛腦後에鐵이로다. 又會麽아? 水田에飛白鷺하고夏木에囀黃鸝하는도다. 咄ㅣ䲶鴦을繡出하야君을조차看케하려니와金針을把하야사람의게度與치못하도다.
-
이것은 요즘에 하근기의 사람들을 위하여 구구하게 곡진히 누설한 것이다. 알겠는가.
그림의 떡을 타파하고 돌아오니
금강 같은 뇌 뒤에 철이도다.
또한 알겠는가?
논에는 백로가 날아다니고
여름의 무성한 나무에는 꾀꼬리가 지저귄다.
쯧쯧!
원앙을 수繡를 놓아
님을 좇아 보게 하려 하지만
금바늘을
사람에게 건네줄 수가 없구나!
제3절 조주 선사의 무자無字 화두(趙州無字話)
- 僧이問趙州호대狗子도還有佛性也無닛가? 州云無니라.
-
승려가 조주 선사께 물었다.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 선사가 대답하셨다.
“없다.”
제4절 계교計校와 사량思量을 책망(責計校思量)
- 這箇無字話난金剛圈과如하야透키難하며栗棘蓬과如하야呑키難하도다. 現今慚愧가無한者들이恒常眼目이定動하야內心으로혜아리되佛性이有라고하는것은一切衆生이靈覺性이有함을指한것이요.
- 이 무자 화두는 금강의 우리와 같아서 뚫기가 어렵고 밤송이와 같아서 삼키기가 어렵도다. 요즘 부끄러움이 없는 자들이 항상 안목이 일정하게 움직여서 내심으로 헤아리되, ‘불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일체중생이 신령스런 각성覺性이 있다’고 함을 가리킨 것이다.
- 趙州無라고答한것은諸法이本空한性을直指한것이라. 諸法이本空한것은是가本來無한것이다. 然則這裏에何가有하리요? 纖塵을立할수업고寸草도生할수업거던엇지佛과衆生과諸差別等의名相이有하리오.
- ‘조주가 없다’고 대답한 것은 제법의 본래 공한 본성을 바로 가리킨 것이다. 제법이 본래 공한 것은 본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속에 무엇이 있으리오. 가는 티끌을 세울 수 없고 한 치의 풀도 날 수 없는데, 어찌 부처와 중생과 여러 차별 등의 명상名相이 있으리오.
- 無佛性則眞空性理가獨存한것이니其體가虛空과如히周遍含容한것이오有佛性則靈覺性이孤明한것이니其體가煌朗하야無量日月의光明으로比對키難한것이다.
- 불성이 없다면 참으로 공한 본성의 이치가 홀로 존재하는 것이니, 그 실체가 허공처럼 두루 함유하고 수용하는 것이며, 불성이 있다면 신령스런 각성이 홀로 밝은 것이니, 그 실체가 매우 밝아서 무량한 해와 달의 광명으로도 비교하거나 대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 一毛端에寶王刹을現하고微塵裡에大法輪을轉하는것이다. 無邊刹境自他가毛端에隔한것이아니오十世古今始終이當念을離한것이아니다.
- 하나의 털끝에 보왕寶王의 국토를 나타내고 미세한 티끌 속에서 대법륜을 굴리는 것이다. 끝없는 국토와 경계, 자신과 타인이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십세와 고금과 시종이 당념當念을 여읜 것이 아니다.
- 色色이如來色이오聲聲이如來聲이다風柯月渚는眞心을現露하고翠竹黃花는妙法을宣明한것이다하니이것은法界無障碍智慧에滯在한病이라這箇無字을엇지透得한것이라하리오.
- 0001_0064_a_01L모습마다 여래의 모습이고 소리마다 여래의 소리이다. ‘바람 부는 나뭇가지와 달 비치는 물가는 참마음을 드러내고, 푸른 대나무와 노란 꽃은 묘법을 널리 명백하게 한 것이다’라고 하니, 이것은 법계에 장애가 없는 지혜에 체류하는 병이다. 이 무자를 어찌 환하게 깨달은 것이라고 하리오.
- 又一種人은佛法知見을打破하고雲霄外에獨出하야無爲自樂으로宗을삼나니이것은灑落知見에滯在한病이라這箇無字를엇지透得한것이라하리오.
- 또 어떤 종류의 사람은 불법의 지견을 타파하고 하늘 끝 밖으로 홀로 벗어나서 무위의 자락自樂으로 종지를 삼나니, 이것은 초연한 지견에 체류하는 병이다. 이 무자를 어찌 환하게 깨달은 것이라고 하리오.
- 又一種人은灑落窠窟을打破하고須彌頂上最極頂에草庵을結하고佛을訶하며祖를訶하나니이것은尊貴한知見에滯在한것이라這箇無字를엇지透得한것이라하리오.
- 또 어떤 종류의 사람은 초연의 소굴을 타파하고 수미산 정상처럼 최고의 정상에 초가집을 짓고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꾸짖으니, 이것은 존귀한 지견에 체류하는 것이다. 이 무자를 어찌 환하게 깨달은 것이라고 하리오.
- 又一種人은烏黑鵲白하며冬寒夏熱로宗을삼나니이것은平常에滯在한것이라엇지這箇無字를透得할것이리요.
- 또 어떤 종류의 사람은 까마귀는 검고 백로는 희며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다는 것으로 종지를 삼나니, 이것은 평상에 체류하는 것이다. 어찌 이 무자를 환하게 깨달은 것이리오.
- 又一種人은人人箇箇히壁立千仞이니前來種種의說話를總히關係한것이업다하니이것은虛遠하야辨白이無한것으로宗을삼나니엇지這箇無字을透得한것이라하리오.
- 또 어떤 종류의 사람은 누구나 제각각 천 길 절벽에 서 있으니 전해 오는 갖가지 설화를 모두 관계하는 것이 없다고 하니, 이것은 영원히 텅 비어서 변명이 없는 것으로 종지를 삼나니, 어찌 이 무자를 환하게 깨달은 것이라고 하리오.
- 故로古人이云透網金鱗은猶滯水어니와回頭石馬라사出紗籠이라하며又云坐看白雲이終不妙라無生이那能達此宗가하며又云莫道無心이云是道하라無心이猶隔萬重關이라하며又云莫道平常이云是道하라擬心에猶在鐵圍城이라하며又云雖然月在落萬浦나元來로不是衆流呑이라하며又云到頭霜夜月이任運落前溪라하니然則這箇無字意旨를作麽生會오.
-
그래서 고인이 말씀하셨다.
“그물을 뚫고 지나간 금잉어는 오히려 물에 막히지만 머리를 돌려 선회하는 석마石馬라야 우리에서 벗어난다.”
또 말씀하셨다.
“앉아서 살펴보니 흰 구름이 마침내 미묘하지 않다. 생멸이 없는 것이 어찌 능히 이 종지를 통달하겠는가.”
또 말씀하셨다.
“무심이 도라고 말하지 말라. 무심이 오히려 만 겹의 관문만큼이나 떨어져 있다.”
또 말씀하셨다.
“평상심이 도라고 말하지 말라. 마음을 헤아림에 오히려 철위성에 있다.”
또 말씀하셨다.
“비록 달이 일만 포구에 떨어짐이 있으나 원래 많은 강물이 삼킨 것이 아니다.”
또 말씀하셨다.
“서리가 내리는 밤에 달이 자재하게 앞개울에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 무자의 의도를 어떻게 깨달을 것인가?
- 古人이云螳螂이前途走어늘黃雀이逐後飛로다園中挾彈者가不覺露濕衣라하니病을遣하며病을破하난것이라엇지穿鑿함이이와갓치甚한고此等計校思量으로엇지無字意旨를少分이나悟得함이잇스리오.
-
고인이 말씀하셨다.
“사마귀가 앞길에 걸어가거늘 참새가 뒤를 쫓으며 날고 있도다. 숲 속에 사냥꾼이 이슬에 옷이 젖는 줄을 모르도다.”
병을 쫓아내고 병을 타파하는 것이다. 어찌 천착함이 이와 같이 심한고. 이런 등등의 계교와 사량으로 어찌 무자의 주요한 뜻을 조금이나 깨달아 얻음이 있으리오.
- 月中에桂를斫却하면淸光이應當히更多할지라하니咄此等說話여亦二十棒을下하리로다. 爲甚如此오這箇無字를會하는人이無한지라엇지이러타시商量을亂雜히하는고會麽아? 波前水後난古人이曾道니라.
-
0001_0064_b_01L달 가운데에 계수나무를 잘라 버리면 깨끗한 달빛이 응당히 더욱더 많아질 것이라고 하니, 쯧쯧! 이런 등등의 설화 또한 20방을 때려 주겠다.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은고? 이 무자를 터득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어찌 이렇듯이 상량을 난잡하게 하는고. 알겠는가? ‘물결 이전’과 ‘물 이후’는 고인이 벌써 말씀하신 것이다.
제5절 본화本話를 거양함(擧本話)
1. 도솔래의兜率來儀168)
1) 본칙화두本則話頭 거론(擧本話)
- 世尊이未離兜率하사已降王宮하시고未出母胎하사度生已畢하삿다.
- 세존께서는 도솔천兜率天을 아직 떠나시기도 전에 이미 왕궁에 내려오셨고, 어머니 태 속에서 아직 태어나시기도 전에 이미 중생 제도를 마치셨다.
2) 강화講話
- 古云未離兜率이시여一月이在天이오已降王宮이시여影含衆水로다. 未出母胎시여把定乾坤이오度人已畢이시여誰不蒙恩고하시니,
-
고덕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도솔천을 떠나시지 않음이시여,
하나의 달이 하늘에 있는 것이고,
이미 왕궁에 내려오심이여,
달그림자를 여러 강물이 머금은 것이다.
아직 어머니 태 속에서 나오시지 않음이여,
건곤乾坤을 틀어잡은 것이고,
이미 중생 제도를 마치심이여,
그 누가 은혜를 입지 않겠는가.”
- 月體가毫末도動치아니하고千江有水千江月이니眞性體도亦然하야一步도動치아니하고無盡化用을起하야十方法界에隨緣降誕하사有緣衆生을濟度하심이一月이在天에影含衆水와如함이니本體를離한用이無하고用을離한本體가無하도다.
- 달의 본체가 털끝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천 개의 강에 물이 있으니 천 개의 강에 달이 있게 되었다. 참된 본성의 본체 또한 이와 같아서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지만 다함 없는 변화작용이 일어나서 시방법계에 인연 따라 강탄하여 인연 있는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하나의 달이 하늘에 있으므로 여러 강물이 달그림자를 머금는 것과 같다. 따라서 본체를 여읜 작용이 없고 작용을 여읜 본체가 없다.
- 未出母胎前에乾坤을把定하고古今을定하야釼이長空에倚함과如하고其聲이霹靂과如하니誰가蒙恩치아니하리오함인가.
- 아직 어머니 태 속에서 나오시기도 전에 건곤을 틀어잡고, 고금을 평정하여 칼이 가없이 넓은 하늘에 기대어 있는 것과 같고 그 소리는 우레 같은데, 그 누가 은혜를 입지 않겠느냐고 한 것이다.
3) 종지宗旨 제시(提宗)
- 咄ㅣ莫魑魅魍魎이好이니라. 良久에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會麽아? 白鷺下田千點雪이오黃鶯上樹一枝花로다.
-
쯧쯧! 도깨비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백로가 밭에 내려앉으니 천 송이 눈이고
꾀꼬리가 나무에 날아오르니 한 떨기 꽃이구나!”169)
2. 견명성오도見明星悟道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臘月八日夜에見明星悟道하삿다.
- 세존께서 섣달 초여드렛날 밤에 샛별을 보시고 도를 깨달으셨다.
2) 강화講話
- 大衆아會麽아? 天眞竗性은因緣이아니나時節因緣이到來하면其理가自彰이니라. 古云一見明星夢便迴하니千年桃核에長靑梅로다. 雖然不是調羹味나曾與將軍止渴來라하시니,
-
대중들이여, 알겠는가? 천진天眞의 미묘한 본성은 인연이 아니지만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그 이치가 자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고덕께서 말씀하셨다.
“샛별을 한번 보자마자 꿈에서 깨어나니 천년의 복숭아씨에 푸른 매실이 자라고 있구나! 비록 적절한 국 맛은 아니지만 장군에게 갈증이 그치도록 준 적이 있다.”
- 甚히奇怪하도다. 人人箇箇本是具足커늘明星보고悟得하얏다하니참奇怪하도다. 千年桃核에靑梅가長하니참奇怪하도다. 千年桃核靑梅로써美羹을作할것이아니나昔에將軍이軍卒의口渴을免케하엿도다.
- 0001_0065_b_01L참으로 기괴하구나! 누구나 각각 본디부터 구족하였는데, 샛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니 참으로 기괴하구나! 천년이나 묵은 복숭아씨에 푸른 매실이 자란다고 하니 참으로 기괴하구나! 천년이나 묵은 복숭아씨의 푸른 매실로 맛있는 국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옛날에 장군이 군졸들의 갈증을 면하게 하였다.
- 世尊의見明星悟道가本無所悟나三界苦海出沒하는衆生을解脫케하엿도다.
- 세존께서 샛별을 보시고 도를 깨달으신 것에는 본디 깨달은 것이 없으나, 삼계의 고해에 출몰하는 중생들을 해탈하게 하셨다.
3) 종지 제시(提宗)
- 大衆아如上解得이甚是奇怪나皆成死語라未免生死毒發이니라. 良久에高聲振喝云會麽아? 滔滔長江崑底流요重重峰巒이連天秀이니라.
-
대중들이여, 위와 같이 깨쳐 아는 것이 참으로 기특한 일이지만 모두 죽은 말이 되기 때문에 아직 생사의 독이 뿜어져 나옴을 면하지는 못한 것이다.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고성으로 할을 떨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도도한 장강長江은
곤륜산 아래로 흐르고
겹겹이 포개진 산봉우리는
하늘에 닿아 수려하구나.”
3. 주행칠보周行七步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初生下時에周行七步하시고目顧四方하시며一手指天하시고一手指地하사云天上天下에惟我獨尊이라하삿다.
- 세존께서 갓 탄생하셨을 때에 일곱 걸음을 두루 걸으시고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시고는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시고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시면서 “천상과 천하에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라고 말씀하셨다.
2) 강화講話
- 世尊이六牙白象을乘하시고王宮에降誕하시니此는人人의生相地時節을示한것인가? 一手指天一手指地는人人의生生地樣子을示한것인가? 惟我獨尊이라하시니人我之我을提示한것인가? 法身之我를提示한것인가? 人我之外에別로히法身의大我가업는것인가? 但只天上天下에惟我獨尊을道得코저함인가?
- 0001_0066_a_01L세존께서 상아가 여섯 개인 흰 코끼리를 타시고 왕궁에 강탄하셨는데, 이것은 사람마다 형상이 태어난 시기를 보인 것인가?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시고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셨는데, 사람마다 생생한 모습을 보인 것인가?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고 하셨는데, 인아人我170)의 아我를 제시한 것인가, 법신法身171)의 아我를 제시한 것인가? 인아의 밖에 별도로 법신의 대아大我가 없는 것인가? 다만 천상과 천하에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것을 깨달아 알고자 하는 것인가?
3) 종지 제시(提宗)
- 咄ㅣ莫將閒學解하야埋沒佛祖意어다. 會麽아? 柳烟은垂處綠하고花雨는晩枝紅이니라. 打柱杖一下하다.
-
쯧쯧! 하찮은 학문의 이해로 부처와 조사의 뜻을 매몰시켜서는 안 된다. 알겠는가?
버드나무 안개로 드리운 곳마다 푸르고
꽃을 피우는 비로 때늦은 가지마다 붉구나.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셨다.
4. 주행칠보周行七步에 제기한 운문雲門 선사의 염송拈頌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雲門이拈云我到當時런들一棒打殺하야與狗子喫却하야貴圖天下太平일냇다하시니라.
-
운문 선사께서 주행칠보周行七步를 집어내어 말씀하셨다.
“내가 당시에 있었다면 한 방에 때려죽여 개에게 먹어 버리도록 주어 천하의 태평을 도모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다.”
2) 강화講話
- 咄ㅣ我在當時하야見雲門의恁麽道런들以棒打之하야使泥牛로吐血하며木馬로哮吼랫다. 何者오? 雲門氣勢가甚大하야一口에呑却佛祖하고一拳으로碎倒乾坤이나要且落處컨댄落在無佛法道理이니可謂無佛處稱尊이로다.
-
쯧쯧! 내가 당시에 거기 있어서 운문의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면, 방망이로 그를 때려죽여서 진흙소가 피를 토하고 목마木馬가 사납게 울도록 했을 것이다.
어째서인가? 운문의 기세가 매우 커서 한입으로 부처와 조사를 삼켜 버리고 한주먹으로 건곤을 부수고 거꾸러뜨리고 있으나, 대략 낙처落處를 구하면 불법이 없는 도리에 떨어져 있으니 부처가 없는 곳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 世尊恁麽出來가有何罪過오春圻百花를君知否아? 樹樹皆生新歲葉하고花花爭發去年枝호대不用纖毫强氣力이니라. 然이나以雲門邊으로看之則亦有深意로다. 何者오? 太平不是干戈致라不許將軍致太平이니라.
-
0001_0066_b_01L세존께서 이처럼 세상에 오신 것이 어찌 잘못이 있겠는가.
봄철의 땅에서 피는 온갖 꽃들을
그대는 아는가?
나무마다 모두 새해의 잎들이 생장하고
꽃마다 지난해의 가지에서 다투어 피건만
가는 터럭만큼도
강제적인 기력은 쓰지 않는다.
그러나 운문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역시 깊은 뜻이 있다. 어째서인가?
태평은 무기가 가져오는 것이 아니니
장군이 태평을 가져온다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3) 종지 제시(提宗)
- 然이나世尊雲門이各有出身活路하니會麽아? 以柱杖으로打三下云落霞孤鶩齊飛하고秋水長天一色이로다. 良久에橫按柱杖云會麽아? 明月은松間照오淸川은石上流를
-
그러나 세존과 운문이 각각 몸을 벗어나는 활로가 있다. 알겠는가?
주장자를 세 번 내려치시고는 말씀하셨다.
“낮게 깔린 저녁노을에
외로운 기러기가 가지런히 날고
가을 물빛과
가없이 넓은 하늘이 한 빛깔이구나.”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가로로 뉘이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밝은 달이 소나무 사이에서 비치고
맑은 내가 돌 위로 흐른다.”
5. 다자탑전분좌多子塔前分座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在多子塔前하사爲人天說法이러니迦葉이後到어늘世尊이遂分座令坐하시니大衆이罔措러라.
- 세존께서 다자탑 앞에서 인간과 천인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셨는데 가섭이 늦게 도착하였다. 세존께서 즉시 좌구를 나누어 앉게 하시니까, 대중들이 너무 당황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고 갈팡질팡하였다.
2) 강화講話
- 人人이盡有一坐具地하니此座가世尊에當한것인가? 迦葉에當한것인가? 世尊이迦葉의게最初傳心한것이니大衆作麽生會오? 而今講家에云但殺無活이라하니欲識不招無間業인댄莫謗如來正法輪이어다. 然則殺人刀大機라할것인가此事는不在口皮邊照顧이니라.
-
0001_0067_a_01L사람마다 다 하나의 좌구坐具172)가 있는데, 이 좌구가 세존에게 합당한 것인가, 가섭에게 합당한 것인가? 세존께서 가섭에게 최초로 마음을 전하신 것이다.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 강론하는 사람들이 ‘다만 죽이기만 하고 살리는 것은 없다’고 말하는데, 무간지옥의 업을 초래하지 않는 것을 알고자 한다면 여래의 바른 법륜을 비방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사람을 죽이는 살인도殺人刀의 대기大機라고 할 것인가? 이 일은 구피변口皮邊173)으로 살펴보는 것에 있지 않다.174)
3) 종지 제시(提宗)
- 會麽아? 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古木皮脫鹿角生이오棕櫚葉散夜叉頭니라.
-
알겠는가?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고목이 껍질을 벗으니 사슴뿔이 나오고
종려나무 잎이 흩어지니 야차의 머리가 나타난다.”
6. 염화미소拈花微笑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在靈山說法하시니天雨四花어늘世尊이遂拈花示衆하신대迦葉이微笑어시늘世尊이云吾有正法眼藏하야付囑摩訶迦葉이라하시다.
-
세존께서 영산회상에서 설법을 하시고 있는데 하늘에서 네 가지 꽃이 비처럼 떨어졌다. 세존께서 즉시 꽃을 집어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니 가섭이 미소 지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있는데 마하가섭에게 부촉한다.”
2) 강화講話
- 世尊이拈花에迦葉이微笑하시니是閑拈花閒微笑耶아? 是但拈花但微笑耶아? 是活人劒大用耶아? (此是第二處傳心이니라)
- 세존께서 꽃을 집어 보이시자 가섭이 미소 지었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는 염화이며 아무런 의미가 없는 미소인가? 그저 꽃을 집어 든 것뿐이며 그저 미소를 지은 것뿐인가?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活人劍의 대용大用인가? (이것이 두 번째로 마음을 전한 장소이다.)
3) 종지 제시(提宗)
- 橫按柱杖云嬌梵波提長吐舌하니底事分明向誰說고會麽아? 鶴有九臯難翥翼이오馬無千里謾追風이니라.
-
주장자를 가로로 누이고 말씀하셨다.
“교범바제嬌梵波提175)가 감탄하여 길게 혀를 내두르고
일의 전말이 분명한데 누구를 향해 말씀하신 것인가?
알겠는가?
학이 우거진 숲에 있어서 날아다니기가 어렵고
말이 천 리가 없어서 천천히 바람을 쫓아간다.”
7. 쌍부雙趺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在娑羅雙樹間하사入般涅槃이已經七日이라大迦葉이後至하사繞棺三匝한대世尊이槨示雙趺하시니迦葉이作禮어늘大衆이罔措러라.
- 세존께서 사라娑羅나무 두 그루 사이에서 반열반般涅槃에 드신 지 이미 7일이 지나서야 가섭이 늦게 도착하여 관을 세 바퀴 돌자 세존께서 관에서 양 발등을 내어 보이셨다. 가섭이 예배를 드리니 대중들이 너무 당황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고 갈팡질팡하였다.
2) 강화講話
- 大衆아世尊이槨示雙趺하시니明暗이相參하고殺活이全機라靈源이湛寂하고妙體가圓明함을提示함인가? (此是第三處傳心이니라)
- 대중들이여, 세존께서 관에서 양 발등을 내어 보이시니, 밝음과 어둠이 서로 관여하고 죽임과 살림이 기機176)를 완전히 갖추어서 영묘한 근원이 담적湛寂하고 미묘한 본체가 원명圓明함을 제시하는 것인가? (이것이 세 번째로 마음을 전한 장소이다.)
3) 종지 제시(提宗)
- 打柱杖三下云人皆苦炎熱이로되我愛夏日長이로다熏風이自南來하니殿閣에生微凉이로다. 會麽아? 一曲兩曲無人會라雨過夜塘秋水深이로다.
-
주장자를 세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모두 찌는 더위를 힘들어하지만
나는 여름의 태양이 긴 것을 좋아한다.
훈훈한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니
전각에 미미한 시원함이 이는구나.
알겠는가?
한두 곡조도 아는 이가 없으니
비가 그친 밤의 연못에 가을 물이 깊구나.”
8. 세존승좌世尊陞座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陞座하시고大衆이集定이어시늘文殊白槌云諦觀法王法하라法王法이如是이삿다. 世尊이便下座하시다.
-
세존께서 법좌에 오르시니 대중들이 모여 선정에 들어 있는데, 문수가 의미 없는 종을 치고는 말씀하셨다.
“법왕의 법을 자세히 살펴보니, 법왕의 법이 이와 같았다.”
세존께서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2) 강화講話
- 大衆아世尊이不下一言이어시늘文殊가如是宣言하시니莫是笑中에有刀하고爛泥에有刺麽아? 言似溫厚나其意가不豊하니是誠何心고? 世尊이便下座하시니其意가亦不無로다.
- 대중들이여, 세존께서는 한마디 말씀도 하시지 않으셨는데 문수가 이와 같이 의견을 공표하니, 웃음 속에 칼이 있고 진흙 속에 가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은 온후하지만 그 의미가 성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진실로 무슨 마음인가? 세존께서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는데 그 의미가 또한 없는 것이 아니다.
3) 종지 제시(提宗)
- 大衆아文殊은恁麽道하고世尊이恁麽下하시니可謂甘苽는徹蔕甘하고黃連은連根苦로다. 打柱杖一下云會麽아? 靑天에轟霹靂이오平地에起波濤로다.
-
대중들이여, 문수는 이와 같이 말하고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내려오셨으니, ‘단 오이는 꼭지까지 달고 황련黃連은 뿌리까지 쓰다’고 할 만하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맑은 하늘에 벼락이 치고
평평한 땅에 파도가 일어난다.”
9. 효모설법孝母說法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在忉利天하사爲母說法하시고及辭天界下時에蓮華色比丘尼가以神通力으로變作轉輪王身하야先見世尊이어늘世尊이乃呵云汝雖見吾色身이나不見吾之法身이로다. 須菩提는岩下宴坐로되却見吾之法身이니라.
-
세존께서 도리천忉利天에 계시며 어머니께 설법을 하시고서 천계를 이별하고 내려오실 때에 연화색蓮華色 비구니가 신통력으로 전륜왕의 몸으로 변화하여 세존을 먼저 뵈었다. 이에 세존께서 꾸짖어 말씀하셨다.
“너는 비록 나의 형색인 몸은 보았으나 나의 법신은 보지 못하였다. 수보리는 바위 아래에서 좌선하고 있지만 오히려 나의 법신을 보았다.”
2) 강화講話
- 大衆아世尊의恁麽道가甚히奇怪하다法身을見이라하니作麽生見고? 古德云不可以有心으로見하며不可以無心으로達하며不可以識으로識하며不可以智로知라하시니見箇什麽오? 無明實性이卽佛性이오幻化空身이卽法身이라如是히見가?
- 대중들이여,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다. 법신을 보았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보는 것인가? 고덕께서 말씀하시기를, “유심으로도 볼 수 없고 무심으로도 통달할 수 없으며, 식으로도 인식할 수 없고 지혜로도 알 수 없다.”라고 하셨는데 무엇을 보는 것인가? 무명無明의 있는 그대로의 본성이 바로 불성이고 허깨비의 헛된 몸이 바로 법신이다. 이와 같이 보는 것인가?
3) 종지 제시(提宗)
- 咄ㅣ三十二相이오紫磨金容이라百千種好요萬德通光이니爾何處에見法身고喝一喝不道不是나切莫造次어다. 會麽아? 明明百草頭에明明祖師意이니라.
-
쯧쯧! 부처의 삼십이상이고 자마금紫磨金불상의 용모이며, 백천 가지 종호種好이고 온갖 덕과 모든 광명일 따름인데, 그대들이 어디에서 법신을 보겠는가.
“할!”
옳지 않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절대로 경솔하게 해서는 안 된다. 알겠는가?
명명백백한 온갖 풀잎마다
명명백백한 조사의 뜻이다.
10. 승의勝義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因波斯匿王이問勝義諦中에有眞俗諦否닛가? 若言其無댄智不應二오若言其有댄智不應一이니一二之義가其義云何닛고하야佛言大王아汝於過去龍光佛所에曾問此義하고即今問我라我今無說하고汝亦無聞하니無說無聞이是名一義二義니라.
-
세존께 바사닉왕波斯匿王이 여쭈었다.
“승의제勝義諦 안에도 세속제世俗諦177)가 있습니까? 만약 그것이 없다고 말하면 지혜는 당연히 둘이어서는 안 될 것이고, 만약 그것이 있다고 말하면 지혜는 당연히 하나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나와 둘의 도리는 그 의미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당신은 과거 용광불龍光佛 처소에서 이 의미를 여쭌 적이 있었고 지금 나에게 묻고 있는데, 나는 지금 말할 것이 없고 당신 또한 들을 것이 없습니다. 말할 것이 없고 들을 것이 없는 것을 하나의 의미이며 둘의 의미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2) 강화講話
- 此話의意旨가作麽오? 波斯匿王의問意則眞勝義諦中에無世俗諦則智가應當眞諦俗諦之二를照치못할것이오若道勝義諦中에俗諦가有라할진댄智가應當中道의一이아니니一二之義가云何오.
- 이 화두의 주요한 뜻이 무엇인가? 바사닉왕이 질문한 의미는 진실한 승의제 안에 세속제가 없다면 지혜가 응당 진제와 속제, 이 둘을 비추지 못할 것이고, 만일 승의제 안에 속제가 있다고 말하면 지혜가 응당 중도의 하나가 아니니, 하나와 둘의 의미가 어떠하냐는 것이다.
- 世尊이答하사대汝가過去龍光佛所에此義을問하고卽今에問我하니師資幷存故로有二義오我今無說하고汝亦無聞하니說聽俱泯故로一義라하시니,
- 세존께서 대답하신 것은, 당신이 과거 용광불 처소에서 이 의미를 물었었고 지금 나에게 물으니, 스승과 제자가 함께 존재하므로 둘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내가 지금 설할 것이 없고 당신 또한 들을 것이 없으니 설함과 들음이 함께 없어졌으므로 하나의 의미라는 것이다.
- 敎意는若是어니와宗師家에서引而爲話者는其意가何在오? 摩醯首羅의三隻眼目이八面通透하야縱橫幷別也難分이라는말인가.
- 교리적인 의미는 이와 같지만, 종사가宗師家들이 인용하여 화두를 삼은 것은 그 뜻이 어디에 있는가? 마혜수라摩醯首羅의 세 개의 눈이 팔방으로 철저히 이해하는데, 세로줄로도 가로줄로도 함께 떨어져 있어 구분하기가 어렵다178)는 말인가?
- 世尊曰汝曾問龍光하고今問我하니無說無聞이是一義二義라하시니釋迦眞身이分身十方하야前後中際也難分이라는말인가? 此箇因緣을深透하면可謂大丈夫漢에能事畢已니라.
-
0001_0069_b_01L세존께서 “당신이 용광불에게 여쭌 적이 있었고 지금 나에게 묻지만, 말할 것도 없고 들을 것도 없는 것이 하나의 의미와 둘의 의미이다.”라고 대답하셨는데, 석가모니의 진신眞身이 시방으로 몸을 나누어서 앞에 뒤에 중간에 있으니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말인가?
이것의 인연을 깊이 꿰뚫으면 대장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해 마쳤다고 할 만하겠다.
3) 종지 제시(提宗)
- 柱杖으로打床三下云會麽아? 日月은光天德이오山河는壯帝居를太平을何以報오? 萬國이盡歡呼이니라. 又打床一下云佛祖由來事는掉頭吾不知를三春向陽坐하니岩間盛放花를午睡가方正濃하니山鳥又一聲을
-
주장자로 법상을 세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일월은 빛나는 하늘의 덕이고
산하는 강건한 임금의 거처이다.
태평성대를 어떻게 보답하겠는가.
모든 나라가 모두 다 환호하는구나.”
다시 법상을 한 번 내려치고 말씀하셨다.
“부처와 조사가 유래하는 일은
나는 모르겠다며 머리를 가로젓고,
춘삼월에 양지에 앉으니
바위 사이에 꽃이 만발하고,
낮잠이 한참 쏟아지는데
산새가 또한 가끔씩 운다.”
11. 입문入門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一日에見文殊在門外立하시고乃云文殊文殊야何不入門內오? 文殊曰世尊이시여我不見一法在門外어니何以敎我入門이닛고?
-
세존께서 어느 날 문수가 문밖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이에 말씀하셨다.
“문수여, 문수여. 왜 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가?”
문수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하나의 법도 문밖에 있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무엇 때문에 저에게 문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십니까?”
2) 강화講話
- 世尊이一日에見文殊在門外하시고此를因하야法界性을弄現코저하심이니然則門之一字는法界體性門을指摘함인가? 世尊은門內를主張하시고文殊는門外를主張함인가? 文殊曰一法도門外를不見이라하시니若法界性인댄本無內外하며亦無出入이니時淸에物物盡同風이라詎出輪王一化中이리오.
-
0001_0070_a_01L세존께서 어느 날 문수가 문밖에 있는 것을 보시고 이것을 인하여 법계의 본성을 잘 드러내고자 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문’이라는 한 글자는 법계의 실체인 본성의 문을 지적하는 것인가? 세존께서는 문 안을 주장하시고 문수는 문밖을 주장하는 것인가?
문수가 ‘하나의 법도 문밖에 있음을 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만일 법계의 본성이라면 본디 안과 밖이 없고 아울러 나가고 들어감이 없다.
시대가 청평淸平하여
문물文物179)이 모두 풍속이 서로 같은데
어떻게 전륜성왕의
한결같은 교화 속에서 벗어나겠는가.
3) 종지 제시(提宗)
- 大衆아世尊은恰似히門內를主張하시고文殊는門外를主張한듯하나其實은一法界大總相體性은本無內外하며亦無出入함을主張함과如하니道道하라. 喝一喝云古澗寒泉水여冷冷齒根寒이로다. 其味最苦毒이여箇箇飮者死로다. 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會麽아? 踏看秤鎚堅似鐵이니라.
-
대중들이여, 세존께서는 흡사 문 안을 주장하시고 문수는 문밖을 주장한 듯하나, 그 실제는 일법계대총상一法界大總相의 체성體性은 본디 안과 밖이 없으며 아울러 나가고 들어감이 없음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일러 보라.
“할!”
일할을 내지르시고 말씀하셨다.
“오래된 골짜기의 차가운 샘물이여,
너무나 차서 이뿌리까지 시리구나.
그 맛이 가장 쓰고 독함이여,
누구나 마신 자는 죽는구나.”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저울추를 밟아 보니 무쇠처럼 단단하구나!”
12. 저자猪子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一日에見二人이舁猪子過하시고乃問云者箇是什麽오? 二人曰佛具一切智로되猪子도也不識이로다. 世尊이云也須問過호라.
-
세존께서 어느 날 두 사람이 돼지를 마주 메고 지나가는 것을 보시고 물으셨다.
“이것이 무엇인가?”
두 사람이 말했다.
“부처님은 일체의 지혜를 구족하셨다고 하던데 돼지도 모르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저 물어야 하는 것이다.”180)
2) 강화講話
- 大衆아世尊의恁麽問이非不知猪子나但就猪子上하야活弄이니此는影草之手端이며設陷之機關也니라. 二人도亦能向虎口中하야有奪食之手段이라. 尋常道出云佛具一切智로되猪子도也不識이로다하니世尊은向無固無必上하야緩緩向道호되也須問過라하시니亦有出身之活路耶아?
-
0001_0070_b_01L대중들이여, 세존께서 이와 같이 물으신 것이 돼지를 모르시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돼지에 나아가 쾌활하게 가지고 노시는 것이니, 이것은 영초影草의 수단이고 함정을 설치한 기관이다.
두 사람 역시 호랑이 입속에서 음식을 빼앗는 수단을 가지고 있어서 평소처럼 말하기를, “부처님은 일체지를 구족하셨다고 하던데 돼지도 모르십니까?”라고 하였고, 세존께서는 고집도 없이 기필期必도 없이181) 천천히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그저 물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으니, 또한 몸을 벗어나는 활로가 있는 것인가?
3) 종지 제시(提宗)
- 好타諸仁子야門外勝景을看不足하야獨對亂山吹一曲이로다. 這一曲을誰能會오? 洞庭湖心이오靑山脚이니라. 會麽아? 鉅解秤鎚니라.
-
좋다, 여러 수행자들이여,
문밖의 뛰어나게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높고 낮게 어지러이 솟은 산들을 홀로 마주하여
한 곡조를 읊조린다.
이 한 곡조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동정호의 마음이고 청산의 다리이다.
알겠는가?
저울추를 크게 풀어 헤치는 것이다.
13. 정법定法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因外道問昨日에說何法이닛고? 曰說定法이니라. 外道云今日에說何法이닛고? 曰不定法이니라. 外道云昨日에說定하시고今日에何說不定이닛고하야曰昨日定今日不定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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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께 외도가 물었다.
“어제는 무슨 법을 말씀하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정해진 법인 정법定法을 말했다.”
외도가 물었다.
“오늘은 무슨 법을 말씀하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정해지지 않은 부정법不定法을 말했다.”
외도가 물었다.
“어제는 정법을 말씀하시고 오늘은 왜 부정법을 말씀하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제는 정법이고 오늘은 부정법이다.”
2) 강화講話
- 大衆아外道活計는只有斷常而已이니盖法無定相이라. 邪人이說正法하면正法이悉歸邪하고正人이說邪法하면邪法이悉歸正은理之常然이니라. 世尊이騎賊馬趕賊人은古人이已道어니와今日大衆은如何會得고?
-
0001_0071_a_01L대중들이여, 외도의 살림살이는 다만 단견斷見과 상견常見만이 있을 뿐이다. 대체적으로 법에는 정해진 모양이 없어서 사특한 사람이 바른 법인 정법正法을 말하더라도 정법이 모두 사악한 법으로 돌아가고, 바른 사람이 사법邪法을 말하더라도 사법이 모두 정법으로 돌아가는 게 이치의 당연한 모양이다.
세존께서 도적의 말을 타고 도적을 뒤쫓는다는 것은 고덕들께서 이미 말씀하셨는데 오늘 대중들은 어떻게 깨달았는가?
3) 종지 제시(提宗)
- 雖是善因이나殃招無間이니會麽아? 平地上에死人이無數하니又透過荊棘林하야사是好手니라. 打柱杖一下云會麽아? 五月江深草閣寒이니라.
-
비록 선한 인因이지만 재앙으로 무간지옥을 초래한다. 알겠는가? 평지 위에서 죽은 사람이 무수하나 그렇지만 가시나무 숲을 뚫고 지나가야 뛰어난 사람이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오월에 강물은 깊고 초가집은 춥다.”
14. 오통五通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因五通仙人이問佛有六通하고我有五通하니如何是那一通이닛고? 佛이召仙人아仙人아仙人이應諾이어늘佛云那一通을你問我아?
-
세존께 다섯 가지 신통을 갖춘 오통선인五通仙人이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섯 가지 신통182)이 있으시고 나는 다섯 가지 신통183) 있는데, 무엇이 그 한 가지 신통입니까?”
부처님께서 선인을 부르셨다.
“선인이여!”
선인이 ‘예’라고 응답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한 가지 신통을 그대는 나에게 물은 것이오?”
2) 강화講話
-
講話
慚愧타仙人이여. 汝의道通神通依通報通妖通等有漏五通으로엇지佛의無漏六通에比對하리요? 汝의五通은精妙識情이融通하다하나遠近間에限定이잇스니螢光이太陽에比準함은遠矣삿다.
- 부끄럽다, 선인이여. 그대의 도통道通·신통神通·의통依通·보통報通·요통妖通 등의 번뇌가 있는 유루오통有漏五通을 어찌 부처님의 번뇌가 없는 무루육통無漏六通에 비교하겠는가. 그대의 오통은 정묘精妙한 식정識情으로 융통하기는 하지만 신통에는 심천의 차이가 있는데, 반딧불을 태양에 비교하는 것은 그 차이가 심하구나!
- 世尊이急呼曰仙人아하시니一聲迅雷가能使伏蟄으로驚動케함이로다. 仙人이應諾하니大衆은着眼看하라. 會麽아? 吐出明珠更不差로다. 那一通을你問我耶아하시니殺人에須見血이오爲人에須爲徹이니라.
-
0001_0071_b_01L세존께서 급히 ‘선인아!’ 하고 부르시니, 그 일성一聲이 우레처럼 신속하여 겨울잠에 들어 있는 만물도 놀라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인이 ‘예’ 하고 응답하였는데, 대중들은 눈여겨보아라. 알겠는가?
밝은 구슬을 토해 내니
더 어긋나지는 않는구나.
‘그 한 가지 신통을 그대는 나에게 물은 것이냐’고 하셨는데,
사람을 죽인다면 반드시 피를 보아야 하고
사람을 위한다면 반드시 철저하게 해야 한다.
3) 종지 제시(提宗)
- 大衆아作麽生會오? 古云斫却月中桂하면淸光이應更多라하니此則少分相應否아? 打柱杖一下云五月江城落梅花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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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이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덕께서 말씀하셨다.
“달에 있는 계수나무를 베어 버리면
맑은 달빛이 반드시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것이면 조금이라도 상응하겠는가?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오월의 강가 성안에는
매화꽃이 떨어진다.”
15. 탑묘塔廟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世尊이與阿難으로行次에見一塔廟하시고世尊이作禮어시늘阿難이云此是何人塔廟닛고? 世尊이云是過去諸佛塔廟니라. 阿難이云是何人弟子닛고? 世尊이云是吾弟子니라. 阿難이云應當如是리다.
-
세존께서 아난존자와 함께 유행遊行 도중에 한 탑묘를 보시고는 세존께서 예배를 드리셨다. 아난존자가 물었다.
“이것은 누구의 탑묘입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과거 여러 부처님들의 탑묘이다.”
아난존자가 다시 물었다.
“누구의 제자입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나의 제자이다.”
아난존자가 말하였다.
“당연히 그와 같습니다.”
2) 강화講話
- 世尊이過去諸佛塔廟에禮拜하시니過去諸佛邊으로看破하면過去佛은主가되고現在佛은賓이되는것인가? 世尊서過去佛을我의弟子라하니世尊邊으로看破하면世尊은主가되고過去佛은賓이되는것인가? 阿難이應當如是라하니阿難邊으로看破하면過去佛과現在釋迦佛이賓이되고阿難은主가되는가?
- 0001_0072_a_01L세존께서 과거 여러 부처님들의 탑묘에 예배하셨는데 과거 여러 부처님들의 입장에서 간파한다면, 과거 부처님은 주인이 되고 현재 부처님은 손님이 되는 것인가? 세존께서 과거 부처님을 나의 제자라고 하셨는데 세존의 입장에서 간파한다면, 세존은 주인이 되고 과거 부처님은 손님이 되는 것인가? 아난존자가 당연히 그와 같다고 했는데 아난존자의 입장에서 간파한다면, 과거 부처님과 현재의 석가모니부처님은 손님이 되고 아난존자는 주인이 되는 것인가?
3) 종지 제시(提宗)
- 大衆아會麽아? 明月이照兮여淸風이拂하고淸風이拂兮여明月이照로다打柱杖一下云白鷗는波萬里이오黃鶴은月千秋로다落日歸西客이登臨興不休로다
-
대중들이여, 알겠는가?
밝은 달이 비추니 맑은 바람이 털어 내고
맑은 바람이 털어 내니 밝은 달이 비춘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흰 갈매기는 만 리萬里의 물결이고
노란 학은 천추千秋의 달이다.
해 질 녘에 서쪽으로 돌아가는 나그네는
산에 오르거나 물에 가거나
흥취가 그치지 않는구나.”
16. 양구良久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
- 昔에世尊이因有外道不問有言不問無言이니다하야世尊이良久하신대外道讚歎云世尊이大慈大悲하사開我迷雲하야令我得入이니다. 外道去後에阿難이問佛云外道가有何所證이관대而言證入이닛고? 佛云如世良馬가見鞭影而行이니라.
-
옛날에 세존께 외도가 물었다.
“말이 있는 것도 묻지 않겠고 말이 없는 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 한참 동안 가만히 계시었다.
외도가 찬탄하며 말했다.
“세존께서 대자대비하시어 나의 미혹한 구름을 열어 내가 깨달아 들어가게 해 주셨습니다.”
외도가 떠나간 뒤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외도가 무엇을 깨달은 것이 있기에 ‘깨달아 들어갔다’고 말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치 세상의 좋은 말이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리는 것과 같다.”
2) 강화講話
- 古今天下外道의所見이有無一二斷常에透過한者無故로自己의淺見을가저詰問한것이니彼外道가自謂호대問無에必答有하고問有에必答無하리니此兩端을同時詰問이면爾時世尊이雖有智巧나必不奈何라하야故作此問이로다. 世尊이默然良久하시니會麽아? 靑蛇寶劒이匣中吼라光射斗牛冷生光이로다. 定古定今無人會라一聲迅雷動天地를.
-
0001_0072_b_01L고금에 천하의 외도의 소견에는 있음(有)과 없음(無), 같음(一)과 다름(二), 단멸(斷)과 상주(常)를 뚫고 지나간 자가 없다. 그래서 자기의 얇은 소견으로 트집을 잡아 따지고 물은 것이다. 저 외도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없다고 물으면 틀림없이 있다고 대답할 것이고, 있다고 물으면 틀림없이 없다고 대답할 것이니까 이 양단을 동시에 트집 잡아 묻는다면, 그때에는 세존께서 비록 정교한 지혜가 있더라도 틀림없이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처럼 질문을 한 것이다.
세존께서 말없이 한참 동안 가만히 계셨는데 알겠는가?
청사靑蛇의 보검이 칼집에서 울고 있으나
그 빛이 북두성과 견우성에 비치어
싸늘하게 검 빛이 일어난다.
고금을 통해 살펴보니 터득한 사람이 없어서
우레처럼 신속한 일성으로
천지를 진동시킨다.
3) 종지 제시(提宗)
- 大衆아世尊이不下一言이어시늘古今批判商量이甚多하니便見氷消瓦解로다. 汝道하라. 世尊이良久耶아? 默然耶아? 趺坐耶아? 指示耶아? 無指示耶아? 切莫穿龜打瓦어다.
-
대중들이여, 세존께서는 한마디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데 고금을 통하여 비판과 상량이 매우 많았으나 얼음이 사라지듯 기와가 조각나듯이 바로 산산이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대들은 일러 보라. 세존께서 한참을 가만히 계셨던 것인가? 말없이 계셨던 것인가? 가부좌하고 계셨던 것인가? 가리켜 보이셨던 것인가? 가리켜 보이지 않으셨던 것인가? 절대로 거북이 등껍질을 갈라지게 하거나 기왓장을 깨뜨리며 사량 분별을 해서는 안 된다.
- 外道云開我迷雲하야令我得入이라하니悟箇什麽오? 阿難이云有何所證고하니外道야汝無愧否아? 打床一下云棒頭有眼明日月이라要識眞金火裏看이니라.
-
외도가 ‘나의 미혹한 구름을 열어 내가 깨달아 들어가게 해 주셨다’고 말했는데, 깨달은 것이 무엇인가? 아난이 ‘무엇을 깨달은 것이 있느냐’고 여쭈었는데, 외도여 그대는 부끄러움이 없는가?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는 말씀하셨다.
“방망이 끝에 눈이 있는데 해와 달처럼 밝고
진짜 금을 알고자 하면 불 속에서 살펴보라.”
- 古云良馬는已隨鞭影去어늘阿難이依舊世尊前이라하니可與一棒이로다. 世尊云如世良馬가見鞭影而行이라하니那箇是見鞭處오? 世尊이若眞實爲人인댄外道語未了에猛打一棒하며阿難이恁麽問時에便與一頓棒하야사始得다會麽아? 水田에飛白鷺요夏木에囀黃鸝니라.
-
고덕께서 “좋은 말은 채찍 그림자를 보고 이미 달려갔는데, 아난은 예전처럼 세존 앞에 있구나.”라고 말씀하시니 한 방 후려칠 만하다.
세존께서 ‘세상의 좋은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려간다’고 하셨는데, 무엇이 채찍을 본 것인가? 세존께서 만일 진실로 사람을 위하신다면 외도가 말을 끝내기 전에 사납게 한 방 후려쳤어야 하고, 아난이 그렇게 물었을 때에 곧바로 한 방을 때려 주셨어야 된다.
알겠는가?
물이 늘 있는 논에는 백로가 날아들고
여름의 무성한 나무에는 꾀꼬리가 지저귄다.
17. 지시指屍
1) 본칙화두 거론(擧本話184))
- 世尊이因七賢女가遊屍多林할새一女가指屍謂姊曰屍在者裏나人向甚處去오? 中有一姊云作麽作麽오? 諸姊가諦觀코各各契悟하야感帝釋散花云惟願聖姊는有何所須닛고? 我當終身供給호리다.
-
세존께서, 일곱 명의 현녀賢女가 시체를 버리는 숲인 시다림屍多林을 거닐다가 한 현녀가 시체를 가리키며 현녀들에게 말했다.
“시신은 여기에 있는데 사람은 어디로 간 것인가?”
가운데 있던 한 현녀가 말하였다.
“어째서인가? 어째서인가?”
모든 현녀들이 자세히 살펴보고는 각각 깨달음에 계합하였다.
감동한 제석천이 꽃을 뿌려 주면서 말하였다.
“성스러운 현녀들에게 무엇인가 필요한 것이 있기를 오직 바랍니다. 내가 반드시 생명이 다할 때까지 공급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女云我家에四事七寶가皆具足하니惟要三般物하노라. 一要는無根樹子一株요二要는無陰陽地一片이요三要는叫不響山谷一所니라.
-
현녀가 대답하였다.
“우리 집에는 사사四事와 칠보七寶가 모두 구족되어 있기 때문에 오직 세 가지 물건만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뿌리 없는 나무 한 그루이고, 둘은 음지와 양지가 없는 땅 한 조각이며, 셋은 소리쳐도 메아리가 울리지 않는 산골짜기 한 곳입니다.”
- 帝釋云一切所須는我悉有之호대若三般物인댄我實無得호라. 女云汝若無此댄爭解濟人이리요帝釋이遂同往白佛하니佛言하사대憍尸迦야我大弟子漢도悉皆不解此義호대惟有諸大菩薩이라야乃解此義니라.
-
제석천이 말하였다.
“요구하는 온갖 것은 내가 다 가지고 있는데, 이 세 가지 물건이라면 나에게는 진실로 없습니다.”
현녀가 말하였다.
“당신에게 만약 이것이 없다면 어떻게 사람들을 해탈하게 해서 구제하겠습니까.”
제석천이 결국 부처님께 함께 가서 아뢰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憍尸迦185)여, 나의 대제자인 아라한도 모두 다 이 뜻은 이해할 수 없고, 오직 여러 큰 보살들이 있어야 이 뜻을 이해할 수 있다.”
2) 강화講話
- 我宗門中에妄加註釋을大忌하나니會麽아? 屍在者裏에人去何處오? 古云在鼻孔上이라하며又太近故로不知라하니此가國土가有할가? 正報가有할가? 旣無依正인댄佛眼으로能覷否아? 又作麽作麽오하니山矗矗水澄澄이라鳥聲喧花爛熳이로다. 咄ㅣ早是註釋了也니라. 無根樹一株와無陰陽地一片과不響山谷一所는面目이現在하니敢何撓舌이리요?
-
우리 종문宗門에서는 함부로 주석註釋을 가하는 것을 가장 꺼리는데, 그렇더라도 알겠는가?
‘시신은 여기에 있는데 사람은 어디에 갔느냐’고 하니, 고덕께서 “콧구멍 위에 있다.”라고 하시고, 또는 “너무 가깝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라고 하시는데, 여기에 국토가 있을까? 정보正報186)가 있을까? 이미 의보와 정보가 없는데 부처의 눈으로 엿볼 수가 있는가?
또 ‘어째서인가? 어째서인가?’라고 하니,
산은 높이 솟아 삐죽삐죽하고
물은 깊어 참으로 맑으며
새는 울음소리가 떠들썩하고
꽃은 활짝 피어 아름답다.
쯧쯧! 벌써 주석해 버린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 한 그루와 음지와 양지가 없는 땅 한 조각과 메아리가 울리지 않는 산골짜기 한 곳은 그 면목이 나타나 있는데, 어찌 감히 혀를 놀리겠는가.
3) 종지 제시(提宗)
- 好타諸仁者야豈不見道아? 昔에普化聖師가振鈴入市云明頭來明頭打하고暗頭來暗頭打하고四方八面來旋風打하고虛空來連架打라하니可與無根樹等으로和會否아? 以柱杖으로打床云山頭에石矗矗이요岩下에水澄澄이니라.
-
좋다. 여러 수행자들이여, 어찌 도를 보지 못하겠는가.
옛날에 보화普化 성사聖師께서 요령을 흔들며 저잣거리에 들어가면서 말씀하셨다.
“밝음으로 오면 밝음으로 치고
어둠으로 오면 어둠으로 치며
사방팔면으로 오면 회오리바람으로 치고
허공으로 오면 도리깨로 친다.”
뿌리 없는 나무 등과 일치점을 찾을 수 있는가?
주장자로 법상을 치시고 말씀하셨다.
“산꼭대기는 바위가 높이 솟아 삐죽삐죽하고
바위 아래에는 물이 참으로 맑고 깨끗하다.”
제6절 미처 못한 한마디 강화(一片殘話)
- 上堂良久에以柱杖으로三度振下云要會麽아? 雷門이一震에四海八方이全渠力이로다. 故로昔에普化尊者振鈴入市云明頭來明頭打暗頭來暗頭打四方八面來旋風打虛空來連架打라하니.
-
상당하시여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세 번 내려치시고는 말씀하셨다.
“알고자 하는가?
우레가 한번 진동하니 천하의 모든 곳이 그 힘을 온전히 한다.
그러므로 옛날에 보화普化 존자께서 요령을 흔들며 저잣거리에 들어가면서 말씀하셨다.
밝음으로 오면 밝음으로 치고
어둠으로 오면 어둠으로 치며
사방팔면으로 오면 회오리바람으로 치고
허공으로 오면 도리깨로 친다.”
- 大衆은作麽生會오? 大衆이默然이어늘又云臨濟使人으로捉住云總不伊麽來時에如何오? 化云來日大悲院裏에有齋라하니又如何會得고? 若也會得인댄天下人이奈爾何不得호리라.
-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중들이 침묵하니까 다시 말씀하셨다.
“임제 선사께서 시자로 하여금 멱살을 틀어잡고 ‘어찌 되었든 간에 그렇게 오지 않을 적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어보게 하였더니, 보화 존자께서 ‘내일 대비원大悲院에 재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자, 어떻게 깨달아 알 것인가? 만약 깨달아 안다면 천하 사람들이 그대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 又以柱杖으로空中에畵圓相하고裂破하야如是三回하고云萬古碧潭空界月를再三澇漉始應知로다. 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주장자로 허공에 일원상을 그리고는 깨뜨려 버렸다. 이와 같이 세 번을 하시고는 말씀하셨다.
“영원히 푸른 못에
허공의 달은
두세 번 건져 봐야 비로소 안다.”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師問諸方호대參究는要透祖關이니趙州道無意旨作麽오? 不落十種病하고道將一句來하라.
-
선사께서 제방의 선사들에게 물었다.
“화두참구는 조사의 관문을 뚫어야 하는데, 조주가 무無라고 말한 의도는 무엇입니까? 열 가지 병에 떨어지지 말고 한마디로 일러 보십시오.”
-
慧月禪師答曰喝 我此一喝이是耶非耶?
師點檢 一擧兩得이로다.
-
혜월慧月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할! 나의 이 일할이 옳은 것입니까, 그른 것입니까?”
선사께서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고 점검하셨다.
-
滿空禪師答曰 僧問趙州狗子還有佛性也無州云無
師點 無孔鐵鎚耶
-
만공滿空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승려가 조주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고 물으니, 조주가 ‘없다’고 대답하였다.”
선사께서 ‘구멍이 없는 쇠망치’라고 점검하셨다.
-
寒巖禪師答曰 近日鄙爾壁上에掛二猿二猪畵러니人皆稱名畵라貴院大衆은一次來玩이如何오?
師點檢 天然有在로다.
-
한암寒巖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근래에 내 방 벽에 원숭이 두 마리와 돼지 두 마리의 그림을 걸어 놓았더니 사람들이 모두 명화라고 칭찬합니다. 귀 선원貴禪院의 대중들이 한번 와서 감상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선사께서 ‘천연天然에서 살고 있다’고 점검하셨다.
- 師自代云 瓟花穿籬出하야臥在麻田上이니라.
-
선사 자신이 대신 대답하셨다.
“울타리를 헤치고
하얀 박꽃이
삼밭에 누워 있다.”
제7절 나옹懶翁 선사의 공부십절목工夫十節目에 대한 답변(懶翁禪師工夫十節問答)
-
一問盡大地人 見色不超色 聞聲不越聲 作麽生 超聲越色去
師答曰月色和雲白이오松聲帶露寒이라良哉觀世音이여全身入荒草로다.
-
0001_0074_b_01L첫 번째 질문.
대부분 대지의 사람들은 형색을 보면 형색을 초월하지 못하고, 소리를 들으면 소리를 초월하지 못한다. 어떻게 소리를 초월하고 형색을 초월하는가?
선사의 답변.
달빛이 흰 구름을 따르고
소나무 바람 소리가 찬 이슬을 데려온다.
거룩하십니다, 관세음이시여,
온몸으로 잡초 속에 들어가시는군요.
-
二問超聲色 要須下功 作麽生 下箇正功
師答曰但盡凡情이연정別無聖解니라.
-
두 번째 질문.
이미 소리와 형색을 초월했으면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떻게 바른 공부를 해야 하는가?
선사의 답변.
다만 범부의 식정識情을 다 없앨 따름이고 별도의 성스러운 이해 따위는 없다.
-
三問旣得下功 須要熟功 正熟功時 如何
師答曰但且依舊연정莫論熟不熟이니라.
-
세 번째 질문.
이미 공부를 얻었으면 공부를 익숙하게 해야 한다. 공부가 한창 익숙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선사의 답변.
다만 예전대로만 하고 익숙하다거나 익숙하지 않다거나 하고 논해서는 안 된다.
-
四問旣能熟功 更加打失鼻孔 打失鼻孔時 如何
師答曰有什麽鼻孔拈得來하시오.
-
네 번째 질문.
이미 공부를 익숙하게 할 수 있다면 더욱더 콧구멍을 두들겨 부수어 잃어버려야 한다. 콧구멍을 두들겨 부수어 잃어버렸을 때에는 어떻게 하는가?
선사의 답변.
무슨 콧구멍이 있는지 잡아 비틀어 가져오라.
-
五問鼻孔打失 冷冷淡淡 全無滋味 全無氣力意識不及 心路不行時 亦不知有幻身在人間 到這裏是甚時節
師答冷淡無味之說은是甚麽家具오?
-
다섯 번째 질문.
콧구멍이 없어져 버리면 모든 것에 냉담해져서 전혀 재미가 없고 전혀 기력이 없다. 의식이 이르지 않고 마음이 행해지지 않을 때에는 허깨비 같은 몸이 인간 세상에 있다는 것도 역시 모른다. 여기에 이르는 것은 무슨 시절인가?
선사의 답변.
냉담하여 재미가 없다는 말은 무슨 살림살이인가?
-
六問工夫旣到 動靜無間 寤寐恒一 觸不散 蕩不失 如狗子 見熱油鐺相似 要舐又舐不得 要捨又捨不得時 作麽生合殺
師答曰要合麽作오?
-
여섯 번째 질문.
공부가 이미 도달했으면 움직이거나 정지하거나 간에 간단이 없고, 자고 있거나 깨어 있거나 항상 여일하여서 접촉해도 산란되지 않고 소탕해도 상실되지 않는다. 마치 개가 뜨거운 기름 솥을 보고 있는 것과 같아서, 핥으려 해도 핥을 수 없고 포기하려 해도 포기할 수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부합하는가?
선사의 답변.
무엇에 부합하고자 하는가?
-
七問驀然到得 如放百二十斤擔子相似 啐地便折 嚗地便斷 時 那箇是儞自性
師答曰虛聲이로다.
-
일곱 번째 질문.
갑자기 도달하고야 마니, 마치 120근이나 되는 짐을 내려놓은 것과 같아서, 꾸짖으면 바로 부러지고 역정을 내면 바로 끊어질 때에는 어떤 것이 그대의 자성自性인가?
선사의 답변.
헛소리이다.
-
八問悟自性 須知自性本用 隨緣應用 作麽生是本用應用
師答曰卽今語默動靜이是本用가是應用가?
-
여덟 번째 질문.
이미 자성을 깨달았으면 자성의 본래작용이 인연을 따라 응용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본래작용의 응용인가?
선사의 답변.
지금 말하거나 침묵하고, 움직이거나 정지하는 것이 본래작용인가, 감응작용인가?
-
九問旣知性用 要脫生死 眼光落地 作麽生脫
師答曰要脫作麽오?
-
아홉 번째 질문.
이미 자성의 작용을 알았으면 생사를 해탈해야 한다. 안광眼光이 땅에 떨어질 때에 어떻게 생사를 해탈하는가?
선사의 답변.
무엇을 해탈하고자 하는가?
-
十問旣脫生死 須知去處 四大各分 向甚麽處去
師答曰瓟花穿籬出하야臥在麻田上이니라.
-
열 번째 질문.
이미 생사를 해탈하였으면 가는 곳을 알아야 한다. 사대四大가 따로따로 나뉘어 어디로 가는가?
선사의 답변.
울타리를 헤치고
하얀 박꽃이
삼밭에 누워 있다.
용성선사어록龍城禪師語錄 하권
제11장 상당법문(上堂法門章)
1. 하동 쌍계사 대웅전河東雙溪寺大雄殿
- 陞堂良久에將柱杖子하야拈放背後云會麽아? 良久에還拈柱杖云柱杖子도也不識이로다. 復擧起柱杖云大衆아看看하라. 擲下柱杖云阿嗟阿嗟山僧이柱杖子를失却了也로다하고便下座하다.
-
승당陞堂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등 뒤에 놓아두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다시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셨다.
“주장자도 알지 못하는구나.”
다시 주장자를 들어 세우고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자세히 보아라.”
주장자를 내던져 버리고 말씀하셨다.
“아차, 아차! 산승이 주장자를 잃어버렸구나.”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上堂云天下太平하고大王長壽하고人民安樂하나니大衆은欠小箇甚麽오? 無事하니珍重하라하고便下座하다.
-
상당하시어 말씀하셨다.
“천하는 태평하고 대왕은 장수하며 백성은 안락한데, 대중들은 모자라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 일도 없으니 진중하라.”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上堂良久에云昔에百丈이上堂에以柱杖으로打散大衆了코復召云是甚麽오하시니大衆은作麽生會오? 自代云雲去靑山露오月來松色新이로다. 咄ㅣ脚跟猶在니라.
-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옛날에 백장百丈 선사께서 상당하셨을 적에 주장자로 대중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시고는 다시 불러서 ‘무엇이냐’라고 말씀하셨는데,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께서 대신 말씀하셨다.
“구름이 걷히니 청산이 드러나고
달빛이 비취니 솔빛이 새롭구나!
쯧쯧! 발뒤꿈치가 여전히 남아 있다.
- 又睦州가上堂에以柱杖으로打散大衆了코召云大衆아하니衆皆回首어늘高聲叫云月似彎弓하니小雨多風이라하시니大衆은作麽生會오?
- 0001_0076_b_01L또 다시 목주睦州 선사께서 상당하셨을 적에 주장자로 대중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시고는 ‘대중들이여’ 하고 부르셨다. 대중들이 모두 머리를 돌려 바라보자 큰소리로 외치시기를, ‘달이 당겨진 활과 같으니 비는 적고 바람은 많을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自代云落花寂寂啼山鳥요楊柳靑靑渡水人이니라. 良久에云會麽아? 五月江深草閣寒이니라. 莫道沒朕迹하야사好타하고便下座하다.
-
당신께서 대신 말씀하셨다.
“낙화가 적적寂寂하니 산새가 울어 예고
버들이 청청靑靑하니 사람이 물 건넌다.”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오월에는 강물은 깊고 초가집은 쌀쌀하다. 나의 발자취가 없다고도 말하지 않아야 좋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2. 동국제일선원 하안거 결제結制 기간(東國第一禪院結夏時)
- 上堂良久에拈起柱杖云會麽아? 世尊은拈花하시고山僧은拈柱杖하니與昔日世尊底로是同가是別가? 良久에放下柱杖云江城五月에落梅花니라. 以柱杖으로打床一下하시고便下座하다.
-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세존께서는 꽃을 드셨고 산승은 주장자를 들었는데, 옛날에 세존께서 하신 내막과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내려놓고 말씀하셨다.
“강성 땅 오월에는 매화꽃이 떨어진다.”187)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上堂良久에擧麻三斤話하고問大衆云會麽아? 海天空闊月上東하니誰在滔天浪裏回오? 花蔟蔟錦蔟蔟이요南枝竹北枝木이니라.
-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마삼근麻三斤’188) 화두를 거론하시고 대중들에게 물으셨다.
“알겠는가?
광활한 수평선 하늘에
달이 동녘에서 떠오르니
무엇이 하늘에 가득 차 있고
파도 속에서 맴돌고 있는가?
꽃이 떨기떨기 피어난 것이
비단이 무리를 진 것처럼 아름답고
남쪽 가지는 대나무처럼 잘 자라고
북쪽 가지는 나무처럼 더디게 자라듯이
사람의 처지는 가지각색이다.”
- 又云麽會아? 鬼爭漆桶을無人會라百衲禪僧이遭錮路로다. 爲君通一線하노니作麽生通고? 尋芳不覺醉流霞라倚樹沈眠日已斜니라하고便下座하다.
-
재차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귀신들이 칠통을 다투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고
누더기를 걸친 선승이 막다른 길을 만난 것이다.
그대를 위해서 한 가닥 길을 이어 놓을 것인데
어떻게 지나가겠는가?
꽃을 찾다가 모르는 사이에
흐르는 노을에 취하고
나무에 기대어 깊이 잠들어
해는 이미 기울었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3. 동국제일선원 동안거 결제일(同禪院冬安居日)
- 上堂告衆云世人이皆道此月을謂十月이라하며又道今日을謂半月이라하니會麽아? 其結冬也에滴水定凍이요其解冬也에細草香新이로다. 人蔘은味甘而生津이오苦練은味苦而殺蟲이로다. 最好雙溪竹露茶여可笑昔年趙州老로다. 打柱杖三下하고便下座하다.
-
상당하시어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달을 시월이라고 말하고 아울러 금일을 보름이라고 말한다. 알겠는가?
그날이 동안거 결제일이면
떨어지는 물방울도 분명히 얼며
그날이 동안거 해제일이면
여린 풀도 향기가 새롭다.
인삼은 맛이 달아서 진기를 나게 하고
소태나무는 맛이 써서 벌레를 죽인다.
가장 훌륭한 쌍계사 죽로다竹露茶여,
과거의 조주 늙은이도 가소롭구나!”
주장자를 세 번 내려치시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경성 중부동 각황사京城中部洞覺皇寺
- 陞座良久에竪起柱杖云會麽아? 莫道附物明心하며托事顯理하라. 放下一切心하며拈却一切眼하면方與自己心으로通하며與萬像體로合하리라. 擧柱杖하고作打散勢云大衆이來這裏하야討箇什麽오? 便下座하다.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만물에 가까이 가서 마음을 밝히고
만사에 의탁하여 이치를 드러낸다고
말하지 말라.
일체의 마음을 내려놓고
일체의 눈을 집어내면
비로소 자기의 마음과 통하고
만상의 실체와 융합할 것이다.”
주장자를 들고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시늉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대중들이 여기에 와서 ‘이것이 무엇인가’ 하고 탐구하겠는가.”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拈起柱杖云會麽아? 者柱杖子가在天成象하고在地成形하고在山爲猛虎하고在水作蛟龍하나니大衆은且道하라. 在山僧手裏하야는作什麽物고? 山深雲深夜亦深이라. 月落三更穿市過니라. 打柱杖一下하고便下座하다.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이 주장자가,
하늘에 있으면 법도가 되고
땅에 있으면 형체가 되며
산에 있으면 맹호가 되고
물에 있으면 교룡蛟龍이 된다.
대중들은 아쉬운 대로 말해 보라. 산승의 손안에 있어서는 무슨 물건이 되는가?
산이 깊고 구름이 깊으며
밤도 또한 깊은데
달이 한밤중에 지면서
저잣거리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堂良久에拈起柱杖云好타諸仁者냐要會麽아? 門外勝景을看不足하야獨對亂山吹一曲이로다. 這一曲을誰能會오洞庭湖心이오靑山脚이니라. 吽吽鉢吒鉢吒又摘楊花摘楊花로다. 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0001_0077_b_01L승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좋다, 여러 수행자들이여. 알고자 하는가?
문밖의 뛰어나게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높고 낮게 어지러이 솟은 산들을 홀로 마주하여
한 곡조를 읊조린다.
이 한 곡조를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동정호의 마음이고
청산의 기슭이다.
훔 훔 발타 발타
버들강아지 따서
버들강아지 따서 날리는구나!”
법상을 한 번 치시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橫按柱杖云到這裏하야討箇什麽오? 所以로道호대言前에薦得이라도猶是滯殼迷封이요句下에精通이라도未免觸道成滯라하시니.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가로로 놓고 말씀하셨다.
“여기에 이르러서 ‘이것이 무엇인가’ 하고 탐구하겠는가.
말하기 이전에 깨닫더라도
여전히 껍질에 갇혀 미혹하게 봉쇄되어 있는 것이고
언구를 말하자마자 정통하더라도
길에서 서로 부딪쳐 막힘이 되는 것을 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까닭이다.189)
- 且道하라. 大衆은到這裏하야如何則是오? 莫是目視雲漢麽아? 坐看白雲이終不妙라無生이那能達此宗가.
-
우선 말해 보라. 대중들은 여기에 이르러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겠는가?
눈으로 구름을 보는 놈이 아닌가?
앉아서 보니, 흰 구름이 마침내 묘하지 않은데
생명이 없는 것이 어떻게 이 종지를 통달할 수 있겠는가.
- 昔에僧이問乾峰호대十方薄伽梵의一路涅槃門이라하니涅槃路頭는在什麽處오? 乾峰이以柱杖으로劃地一下하니乾峰意는作麽生고? 萬年松逕에雪深覆니라.
-
옛날에 승려가 건봉乾峰 190)화상에게 물었다.191)
‘시방十方이 바가범薄伽梵192)의 열반문으로 가는 하나의 길이라고 하는데 열반의 길이 어디에 있습니까?’
건봉 화상이 주장자로 땅에 선 하나를 그었는데 건봉 화상의 뜻이 어떠한가?
만년의 소나무 숲길에
눈이 깊이 덮고 있다.
- 雲門이云我一條柱杖子가跳上天하야蹴着帝釋鼻孔하고下來하야東海鯤魚를打一捧하니雨似盆傾이라하니雲門意는作麽生고, 匝地韶光이一雷殷이라無限魚龍이上天來니라.
-
이에 대해서 운문 선사가 말씀하셨다.
‘나의 이 한 자루 주장자가 뛰어올라 천상에 올라가서는 제석천의 콧구멍을 밟아 뭉개 버리고, 내려와서는 동해의 곤어鯤魚를 한 방에 때려죽이는 것이 비가 물동이를 엎는 것과 같다.’
운문 선사의 뜻은 어떠한가?
도처에 아름다운 봄빛이 있는 것은
우레가 한 번 울리는 것이고
어룡들이 하늘로 올라오는 것은 끝이 없다.
- 此二大老의雖是善揚涅槃宗旨나然이나山僧은卽不然하니라. 會麽아? 倚松閒持數卷經하고笑問客從何處來오? 倚柱杖하고便下座하다.
-
이 두 분 대노사大老師께서 열반의 종지를 훌륭하게 선양하기는 하셨지만 산승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알겠는가?
소나무에 기대 앉아
경전 서너 권을 한가로이 지니고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어디에서 오느냐고 웃으면서 묻는다.”
주장자에 의지하여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5. 경성부 대사동 조선불교임제종 중앙교당 개교일(大寺洞朝鮮臨濟宗中央敎堂開敎日)
- 壬子四月八日上堂良久에拈起柱杖云會麽아? 天下太平하고大王長壽하고人民安樂하나니大衆은作麽生會오? 太平이不是干戈致라不許將軍致太平이니라. 打柱杖云會麽아? 佛與衆生을吾不識이라年來宜作醉狂僧이로다. 有時無事閒眺望하니遠山雲外碧層層이로다.
-
임자년(1912) 4월 초파일에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천하는 태평하고 대왕은 장수하며 백성은 안락한데,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태평은 무기가 가져오는 것이 아니니
장군이 태평을 가져오겠다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주장자를 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부처와 중생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근년 이래에
술 취한 미친 중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따금 아무 일 없이 한가하게 바라보니
멀리 있는 산이
구름 너머에서 겹겹이 푸르다.”
6. 재차再次(又)
- 善知識아試道看하라. 金剛圈栗棘蓬을誰能呑透者오? 呑透了也어니와還我呑透處看하라. 喝一喝하다.
-
“선지식들이여, 시험 삼아 말해 보라. 금강의 우리와 밤송이를 누가 삼키거나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자인가? 삼켜 버리고야 말았으며 뚫고 지나가고야 말았으니, 다시 내가 삼키고 뚫고 지나간 곳을 살펴보라.”
“할!”
7. 삼차三次(又)
- 臨濟云大凡一句中에須具三玄하고一玄中에須具三要하야有權有實하며有照有用이라하시니大衆은作麽生會오? 自代云戰穴相鬪一畝地에三蛇九鼠共相和니라하고便下座하다.
-
“임제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대체적으로 한 어구 안에 반드시 삼현三玄을 갖추어야 하고 한 현玄 안에 반드시 삼요三要를 갖추어야 방편지혜도 있고 진실지혜도 있으며 관조지혜도 있고 활용지혜도 있게 된다.’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사께서 대신 말씀하셨다.
“구멍 하나를 경쟁하려고
한 이랑의 땅에서 서로 다투는데
뱀 세 마리와 쥐 아홉 마리는
함께 서로 평화롭게 지낸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8. 만일참선결사회 창립시萬日參禪結社會創立時갑자년(1924) 10월 15일 선사의 세납 61세이다.(甲子十月十五日師ㅣ六十一歲也)
- 陞座良久에以柱杖으로打床三下云會麽아? 道峰山裏水流東이니라. 良久에云大衆이來此하야爲什麽事오? 爲學佛耶아? 爲學法耶아? 爲學僧耶아? 打床一下云渴飮古澗寒泉水하고坐看深處白雲起로다.
-
0001_0078_b_01L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로 법상을 세 번 내려치시고는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도봉산에서 물은 동쪽으로 흐른다.”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대중들은 무슨 일을 위하여 여기에 왔는가? 부처를 배우기 위함인가? 불법을 배우기 위함인가? 승려를 배우기 위함인가?”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목이 마르니 오래된 골짜기의 차가운 샘물을 마시고
앉아 살펴보니 깊은 계곡에서 흰 구름이 일어난다.
- 又擧大衆아十五日已前에는與大衆으로上載하고十五日已後에는與大衆으로下載하노니會麽아? 打床一下云遠望東湖春水綠하니分明白鳥見兩三이로다.
-
또한 모든 대중들이여, 15일 이전에는 대중과 함께 실었고 15일 이후에는 대중과 함께 내린다. 알겠는가?”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동쪽 호수를 멀리서 바라보니
봄날의 물은 푸르고
선명한 백조가 두서너 마리 보인다.”
- 又擧昔에趙州會上에有一僧이辭어늘趙州云有佛處에不住하고無佛處에急走過하야三千里外에若逢人이어든莫錯擧라하시니.
-
또 거론하시기를,
“옛날에 조주 선사 회상에서 어떤 승려가 하직 인사를 드리는데 조주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부처가 있는 곳에는 머무르지 말고, 부처가 없는 곳은 빠르게 지나가며, 삼천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든 잘못 거론해서는 안 된다.’
- 今日山僧은卽不然호리라. 有佛處에合掌하고無佛處에瞌睡하고三千里外에若逢人이어든好安排호리라. 爲甚如此오? 打床一下云萬丈峰頭石이오道峰山下泉이로다.道峰山有萬丈峰也
-
오늘 산승은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부처가 있는 곳에서는 합장하고, 부처가 없는 곳에서는 졸며, 삼천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면 안배를 잘하겠다.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이 하는 것인가?”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만장봉萬丈峰 꼭대기의 바위이고
도봉산道峰山 아래의 샘물이다.”도봉산에 만장봉이 있다.
- 又擧昔에南泉會下에養猫兒이러니隣床絶脚이라因此有爭이어늘南泉이遂提起猫兒하고因問大衆云有道得者면救猫兒요不道得者면斬却하리라. 大衆이無語어늘南泉이遂斬却하시다.
-
또 거론하시기를,
“옛날에 남전 화상 회하에서 고양이를 길렀는데, 근처에 있는 평상의 다리를 부러뜨렸고 이 일로 인하여 다툼이 일어났다. 남전 화상께서 마침내 고양이를 잡아 들고 대중들에게 물으셨다.
‘한마디 말할 수 있는 자가 있으면 고양이를 구할 것이고 말할 수 있는 자가 없으면 베어 버리겠다.’
대중들이 말이 없자 남전 화상께서 결국 베어 버리셨다.
- 後에趙州가入參이어늘擧前話코問云爾在當時면如何道得고? 趙州가便脫草鞋하야於頭上에戴去하니南泉이龍頭蛇尾로다. 若要頭正尾正인댄須斬却趙州하야사始得다. 然이나趙州戴履意旨가作麽오?
-
뒤에 조주가 들어가 배알하는데 앞의 이야기를 거론하시고 물으셨다.
‘자네가 당시에 있었다면 어떻게 말하겠는가?’
조주가 바로 짚신을 벗어 머리에 이고 나갔다. 남전 화상이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말씀하셨다. 만약 머리도 올바르고 꼬리도 올바르기를 바란다면 모름지기 조주를 베어 버려야 한다. 그러나 조주가 짚신을 머리에 인 의도가 무엇인가?
- 塵積爲山山爲高하고蒸發成水水爲深이니라. 打柱杖一下云會麽이䲶鴦池上에兩兩飛하고鳳凰樓下에雙雙渡니라.
-
티끌이 쌓여 산이 되고
그 산은 더욱 높아지고
수증기가 일어나서 물이 되고
그 물은 더욱 깊어진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원앙새들은 연못에서 쌍쌍이 날아오르고
봉황새들은 누각 아래로 쌍쌍이 지나간다.”
- 說看話法하고良久에打床一下云會麽아? 海天碧於藍한대日輪紅於盤이로다. 桂棹兮여蘭檣擊이요空明兮溯流光이로다하고便下座하다.
-
화두를 간看하는 법을 설명하시고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수평선 하늘은 쪽보다 푸르고
붉은 해는 쟁반보다 둥글다.
계수나무 노와 목련 삿대로
물속에 비친 달그림자를 저으며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9. 도봉산道峰山 망월사(道峰望月寺)
-
陞座良久에拈柱杖云颯颯寒風數日餘하니無限松栢色轉新이로다하고打床一下하다.
又有一人은持戒生天하고又有一人은破戒入地獄하며又有一人은不犯不持하며不在這裏하면又如何오橫斷萬里鐵하고踏斷流水聲이니라. 打床一下云會麽아? 橫擔柱杖天外去하니流水三山是我家로다.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셨다.
“휘익휘익 찬바람이 여러 날 부니
끝없이 이어진 송백나무 숲이
그 빛깔이 더욱더 새롭구나!”
법상을 한 번 내려치셨다.
“또한 어떤 사람은 계를 수지하여 천상에 태어나고, 또한 어떤 사람은 파계하여 지옥에 들어가며, 또한 어떤 사람은 파계하지도 않고 수계하지도 않는다. 이 속에 있지 않다면 또한 어떻게 하는가?
만리철萬里鐵193)을 가로로 자르고
흐르는 물소리를 밟아 끊는다.”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주장자를 비껴 메고 하늘 밖으로 떠나니
흐르는 물과 세 개의 산이 나의 집이구나!”
- 說梵網經盜戒云凡夫는盜有하고外道는盜斷常하고小乘은盜空하고藏敎菩薩은盜眞諦하고通敎菩薩은盜俗諦하고別敎菩薩은盜中諦하고惟有圓敎菩薩이라야一心三觀에十法界無障碍나然이나擧實而論컨댄一切諸佛도亦是究竟大盜니라. 時에立繩이云和尙아下座하소서. 師打床一下하고應諾而下座하다.
-
『범망경梵網經』의 투도계를 설명하면서 말씀하셨다.
“범부는 소유물을 훔치고, 외도는 단견과 상견을 훔치고, 소승은 공견空見을 훔치며, 장교藏敎의 보살은 진제眞諦를 훔치고, 통교通敎의 보살은 속제俗諦를 훔치고, 별교別敎의 보살은 중제中諦를 훔치는데, 오직 원교圓敎의 보살이어야 일심으로 삼관三觀을 하여서 십법계十法界에 걸림이 없다. 그러나 진실을 들어 논한다면 일체의 제불 또한 필경에는 대도大盜이다.”
그때에 입승立繩이 말하였다.
“화상이시여, 법좌에서 내려오소서.”
선사께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요구대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上堂良久에拈起柱杖하야拈放背後云會麽아? 千山鳥飛絶이요萬頃人蹤滅이로다. 打床一下云孤舟簔笠翁이獨釣江上雪을하고便下座하다.
-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들어 등 뒤에 내려놓으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모든 산에는 새의 비상이 끊겼고
모든 들에는 사람의 자취가 사라졌다.”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외로운 배에 삿갓 쓴 노인이
홀로 눈 내리는 강에서 낚시를 한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拈起柱杖云我有眼如盲하며有耳如聾하며有口如啞하니敎我說什麽法이며又有眼能見하며有耳能聞하며有口能言인들敎我說什麽法고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金趐展翊에大震龍宮이로다. 卽說梵網經淫戒諸相而此乃衆生之咎를佛雖能說이나佛亦有咎라하고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나는 눈이 있으나 소경과 같고, 귀가 있으나 귀머거리와 같으며, 입이 있으나 벙어리와 같은데, 나에게 무슨 법을 설하라고 하는가? 눈이 있어 볼 수 있고, 귀가 있어 들을 수 있으며, 입이 있어 말할 수 있은들 나에게 무슨 법을 설하라고 하는가?”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금시조가 날개를 펴니
용궁이 크게 진동한다.”
『범망경梵網經』의 음계淫戒에 관한 모든 계상을 설하시고 나서 ‘중생의 허물을 부처가 말할 수는 있으나 부처 또한 허물이 있다’고 말씀하시고,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拈起柱杖云有知底人도着衣喫飯하며無知底人도着衣喫飯하니니到這裏하야如何檢得來오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落花寂寂啼山鳥오楊柳靑靑渡水人이로다.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유식한 사람도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무식한 사람도 옷을 입고 밥을 먹는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해야 점검할 수 있겠는가?”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낙화가 적적寂寂하니 산새가 울어 예고
버들이 청청靑靑하니 사람이 물을 건넌다.”
- 又擧有僧이問趙州호대狗子還有佛性也아無잇가? 州云有니라하고又有一僧이問趙州云狗子還有佛性也無잇가? 州云無니라하니頭尾不相稱이何若是乎아? 打床一下云打着靑山脚하니東海擧頭起로다. 會麽아? 水前波後는古人이曾道니라.
-
어느 날 거론하시기를,
“어떤 승려가 조주 선사께 물었다.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조주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있다.’
또 다시 어떤 승려가 조주 선사께 물었다.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조주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없다.’
머리와 꼬리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데 어찌하여 이와 같은 것인가?”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청산의 기슭을 내려쳤는데
동해 전체에 물결이 일어난다.
알겠는가?
‘물 이전, 물결 이후’라는 것은
고덕께서 벌써 말씀하셨다.”
- 又擧昔에斷橋和尙이問高峰云正睡着時에我昔一覺主人公이在甚處하야安身立命고하니大衆은會麽아? 打床一下云打破金剛腦後鐵하니一片爲水一片山이로다.
-
0001_0080_a_01L어느 날 거론하시기를,
“옛날에 단교斷橋 화상이 고봉高峰 화상께 물었다.
‘한참 잠들어 있을 때에, 제가 이전에 지각하던 주인공이 어디에 있어야 몸을 편안하게 하고 목숨을 세울 수 있습니까?’
대중들은 알겠는가?”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금강 같은 뇌 뒤에 있는
쇠를 때려 부수니
한 조각은 물이 되고
한 조각은 산이 되었다.”
- 古人云死句下에薦得하면自救不了오活句下에薦得하면佛祖爲師라하시니如實參究하야사始得다. 說看話決疑論하고良久에打床一下云一拳倒黃鶴樓하고一踢蹋飜鸚鵡洲로다. 又打一下云有意氣時에添意氣하고不風流處也風流니라하고便下座하다.
-
“고덕께서 말씀하셨다.
‘사구死句 아래에서 깨달으면
자신도 구제할 수 없고
활구活句 아래에서 깨달으면
부처와 조사의 스승이 된다.’
그러므로 여실히 참구하여야 된다.”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194)을 설하시고 나서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한 주먹으로 황학루를 거꾸러뜨리고
한 발길질로 앵무주를 밟아 뒤집는다.”
또 다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의지와 기개가 있을 때에 의지와 기개를 더하고
풍류가 아닌 곳이 또한 풍류이다.”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拈柱杖畵圓相云會麽아? 靑雲生晩谷하고白鳥下洲니라.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 이런 모양의 원상圓相을 그리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청운이 해 질 무렵 계곡에서 일어나고
백조가 길게 뻗은 모래톱에 내려앉는다.”
- 又畵圓相云會麽아? 玉獜撞折兎兩角이니라.
-
다시 ‘’ 이런 모양의 원상을 그리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옥린玉獜이 토끼의 두 뿔을 들이받아 부러뜨린다.”
- 又畵圓相云會麽아? 木馬却有四蛇足이니라.
-
다시 ‘’ 이런 모양의 원상을 그리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나무말이 네 개의 뱀 다리를 가지고 있다.”
- 又畵圓相云會麽아? 驀然哮吼震乾坤이니라.
-
다시 ‘’ 이런 모양의 원상을 그리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느닷없이 포효하여 건곤을 진동시킨다.”
- 又畵圓相云會麽아? 驚得石牛頭頸縮이니라.
-
다시 ‘’ 이런 모양의 원상을 그리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돌 소의 목이 움츠러들도록 놀라게 할 수 있다.”
- 打柱杖一下하다又昔에趙州和尙이遊山할새兎兒가走却이어늘僧이問和尙은是善知識이어늘因甚하야兎兒가走却이닛고, 師云老僧이曾殺生호라하니會麽아? 趙州兎關을少人知라盡道此話純朴語로다. 倚松閒持數卷經하고笑問客從何處來오.
-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셨다.
“또 옛날에 조주 화상께서 산천을 유행하실 적에 토끼가 달아나니까 승려가 물었다.
‘화상께서는 선지식이신데 무엇 때문에 토끼가 달아나는 것입니까?’
조주 화상께서 대답하셨다.
‘노승이 전에 살생을 한 적이 있다.’
알겠는가?
조주의 토끼관(兎關)을
아는 사람이 그다지 없구나.
모두들 이 화두를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말씀이라고만 말한다.
소나무에 기대 앉아
경전 서너 권을 한가로이 지니고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어디에서 오느냐고 웃으면서 묻는다.”
- 又僧이問明超和尙호대虎生七子하니那箇是無尾닛고? 師云第七子無尾니라하니會麽아? 一二三四五六七이여目光如電牙如劒이로다. 哮吼一聲弄爪牙하니百獸戰慄盡喪膽이니라.
-
“또 승려가 명초明超 화상에게 물었다.
‘호랑이가 새끼 일곱 마리를 낳았는데 어떤 놈이 꼬리가 없습니까?’
명초 화상께서 대답하셨다.
‘일곱 번째 새끼가 꼬리가 없다.’
알겠는가?
일, 이, 삼, 사, 오, 육, 칠이여,
안광은 번개 같고 이는 칼날 같다.
한번 포효하며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니
모든 짐승들이 떨면서 혼비백산한다.”
- 陛座良久에打柱杖三下云古聖悟道今日是오今日依前古聖來로다. 今日不來古不往하니白雲流水共徘徊를打床一下云昔에世尊이臘月八夜에見明星悟道라하니大衆은作麽生會오? 山頭白雲白又白이오巖下靑松靑又靑이로다. 新婦騎驢歸去後에黃河九曲帶一靑이로다. 廣說見明星悟道話題하고便下座하다.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세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고성古聖께서 오도하신 것이 오늘이고
오늘 예전대로 고성께서 오셨다.
오늘에 오신 것도 아니고
옛날에 가신 것도 아니다.
흰 구름과 흐르는 물이 함께 배회하는구나!”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옛날에 세존께서 섣달 초여드렛날 밤에 샛별을 보고 도를 깨달으셨다.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산꼭대기 흰 구름은 너무나 희고
바위 밑에 푸른 소나무는 너무나 푸르다.
신부가 나귀 타고 돌아간 뒤에
황하의 아홉 구비가 한층 선명하다.”
샛별을 보고 오도하신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설하시고 나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拈起柱杖하야畵圓相云南山白額千尋尾오.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 이런 모양의 원상을 그리시고 말씀하셨다.
“남산의 늙은 호랑이는 꼬리가 천 길이다.”
- 又畵圓相云東海赤梢三尺嘴이니라.
-
다시 ‘’ 이런 모양의 원상을 그리시고 말씀하셨다.
“동해의 붉은꼬리잉어 아가리가 석 자이다.”
- 又畵圓相云夜半相逢笑一場이오.
-
다시 ‘’ 이런 모양의 원상을 그리시고 말씀하셨다.
“한밤중에 상봉하여 한바탕 웃는 것이다.”
- 又畵圓相云大家唱歌囉囉哩니라.
-
다시 ‘’ 이런 모양의 원상을 그리시고 말씀하셨다.
“대가들이 ‘랄랄라’ 노래 부른다.”
- 廣說梵網經妄語戒相하시고拈起柱杖云玉獜帶日離霄漢하고金鳳含花下采樓니라. 野老不嫌公子醉하야相將携手御街遊니라. 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범망경梵網經』의 망어에 관한 계상戒相을 자세히 설하시고 나서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옥린은 해를 거느리고 하늘을 떠나고
금봉황은 꽃을 물고 누각으로 내려온다.
촌로는 공자公子가 술에 취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재상과 장수는 손을 잡고 대궐로 통하는 길에서 노닌다.”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竪起柱杖云昔에踈山禪師가手執木蛇러니僧問和尙手裏者是什麽物고? 踈山이云曹家女니라하니大衆은作麽生會오? 師云孝順之道는今古常然이니라. 會麽아? 毒龍潛處水偏淸하니九五盡時又逢春이니라.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옛날에 소산踈山 선사195)께서 손으로 나무 뱀을 잡고 있었는데 승려가 물었다.
‘화상의 손안에 있는 것은 무슨 물건입니까?’
소산 선사께서 대답하셨다.
‘조가曹家네 여인196)이다.’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효순孝順의 도는 지금이나 옛날이나 한결같다.
알겠는가?
독룡이 숨어 있는 곳은 물이 유난히 맑고
구오九五197)가 다할 때에 다시 봄을 만난다.”
- 打床一下하다. 自古及今으로自言知道者가擧皆是若非認得箇本來空寂이면便是昭昭靈靈이오又若非非有非無면認得箇跡絶로爲極則하야以虛爲實하나니吾佛正法眼藏을安可得哉리오? 可謂正法末世가是也니라. 大衆아離却上來諸病하고分明道出하야사始得다.
-
0001_0081_a_01L법상을 한 번 내려치셨다.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도를 안다고 말하는 자들은 거의 모두가, 저 본래공적本來空寂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바로 소소영영昭昭靈靈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또는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라고 알고 있다면 저 자취가 끊어진 것을 지극한 법칙으로 여겨서 허무를 실체로 삼고 있는 것이니, 우리 부처님의 정법안장을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정법의 말세가 이것이다. 대중들이여, 위의 모든 병통을 떠나서 분명하게 말을 해야 비로소 도를 알 수 있는 것이다.”
- 打柱杖一下云一口吸盡西江水여萬丈深潭窮到底로다. 略約不似趙州橋라淸風明月安可比아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한번 벌린 입으로
서강의 물을 빨아들여 다 마심이여,
만 길이나 되는 깊은 연못을
다하여 밑바닥까지 이른 것이다.
외나무다리는 조주교趙州橋198)와 같지 않으나
청풍과 명월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竪起柱杖云黃金寶衣安眠이卽是耶아? 十字街頭에提水放火가卽是耶아? 家有白澤圖면必無如是怪오家無白澤圖면必無如是怪니라.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황금보배 옷을 입고 편안히 잠을 자는 것이 옳은 것인가? 네거리 한가운데서 물을 끌어올리고 불을 지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 집에 『백택도白澤圖』199)가 있으면 틀림없이 이와 같은 괴상한 일은 없을 것이고 집에 『백택도』가 없으면 틀림없이 이와 같은 괴상한 일은 없을 것이다.”
- 打床一下云會麽아? 道峰山容非人巧라靑松老石幾多般고九包繡成能奇竗라. 飛過南山鳳林歸니라. 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도봉산 계곡은 사람의 기교가 아니라서
푸른 소나무며 기암괴석이 얼마나 많은가.
아홉 겹으로 수를 놓아
기묘함을 이룰 수 있었는데
남산을 날아 지나가서
봉림鳳林으로 돌아간다.”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打柱杖三下하고擧楞嚴經云諸可還者는自然非汝어니와無可還者는非汝而誰오하시니大衆은作麽生會오?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세 번 내려치시고 나서 『능엄경楞嚴經』의 경문을 들어 말씀하셨다.
“『능엄경』에서 ‘모든 돌려보낼 수 있는 것은 자연히 네가 아니지만, 돌려보낼 수 없는 것은 네가 아니면 누구인가?’200)라고 하시는데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打柱杖一下云百雜碎로다. 然이나暗還黑月하고明還日輪이라日輪은作麽生還고? 道道하라. 層巖層石奇怪危라龍蟠虎踞幾多般고淸溪幽竹山窓下에松間透日照庭心이니라. 廣說圓覺經普眼章後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온갖 자질구레한 것들이다. 그러나 어둠은 어둡게 이지러진 흑월黑月로 돌려보내고 밝음은 태양으로 돌려보내는데 태양은 어떻게 돌려보내는가? 어서 일러 보라.
겹겹이 포개어진 암석이 기괴하고 위태로워
용이 서리고 범이 걸터앉은 듯한
웅장한 산세가 얼마나 많은가.
맑은 계곡이 흐르는 고요한 대숲의
산으로 난 창가 아래에
소나무 사이로 투과한 햇빛이
뜰 한가운데를 비춘다.”
『원각경圓覺經』의 「보안보살장普眼菩薩章」을 자세히 설하신 뒤에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上堂良久에拈起柱杖云如來는以三密加持로普攝衆生이어니와山僧은以柱杖子로接引四衆하나니要麽會아? 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六種震動이로다. 放下柱杖하고便下座하다.
-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여래는 삼밀가지三密加持201)로 널리 중생을 섭수하시지만 산승은 주장자로 사부대중을 인도하고 있다. 알고자 하는가?”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구나.”202)
주장자를 내려놓으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良久에竪起柱杖云這一條柱杖子가在天하야는成像하고在地하야는成形하고在山하야는爲猛虎하고在水하야는爲蛟龍하나니在山僧手裏하야는作什麽오? 打柱杖一下云年盡不燒錢이니라. 廣說遺敎經하시고便下座하다.
-
법좌에 오르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이 한 자루 주장자가
하늘에 있으면 법도가 되고
땅에 있으면 형체가 되며
산에 있으면 맹호가 되고
물에 있으면 교룡蛟龍이 되는데
산승의 손안에 있으면
무슨 물건이 되는가?”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한 해가 다 가더라도 돈을 사르지 않는다.”
『유교경遺敎經』을 자세히 설하시고 나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陛座拈起柱杖良久에又放下柱杖云樹頭春色新이오巖下鳥聲亂이니라. 會麽아? 打柱杖一下云夜來風雨急터니碧潭魚生角이니라. 說禪家龜鑑若干後打柱杖一下하고便下座하다.
-
법좌에 오르시어 주장자를 집어 들고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다시 주장자를 내려놓으시고 말씀하셨다.
“나무 꼭대기에는 봄빛이 새롭고
바위 아래에는 새소리가 요란하다.
알겠는가?”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간밤에 비바람이 거세더니
푸른 연못에 물고기가 뿔이 돋았다.”
『선가귀감禪家龜鑑』을 약간 설하신 뒤에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竪起柱杖云天下泰平하고大王長壽하고人民安樂이라無事하니珍重하라. 打柱杖一下云要會此意麽아? 孤雲生峰頂하고落日下平楚니라.
-
법좌에 오르시어 주장자를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천하는 태평하고
대왕은 장수하고
백성은 안락하여
아무 일도 없으니 진중하라.”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이 뜻을 알고자 하는가?
외로운 구름은 봉우리 끝에서 일어나고
지는 해는 평지 숲으로 떨어진다.”
- 又拈彌陀經하야示大衆云會得這箇意麽아? 靈然不涉去來今하니三界都盧一点心이라欄外桃花春蝶舞하고門前楊柳曉鶯吟이로다. 打柱杖云奉爐神이着鉄袴어늘打一棒하니行一步로다. 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0001_0082_a_01L다시 『아미타경阿彌陀經』을 집어 대중에게 보이시면서 말씀하셨다.
“이 뜻을 아는가?
신령하게 과거·현재·미래의 삼세를 건너지 않으니
욕계·색계·무색계의 삼계가 전부 한 점 마음이다.
난간 너머 복사꽃에는
봄 나비가 춤을 추고
대문 앞에 버들에는
새벽 꾀꼬리가 지저귄다.”
주장자를 한 번 치시고 말씀하셨다.
“향로를 받든 신이 무쇠바지를 입었는데
한 방 후려치니 한 걸음 내딛는다.”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上堂良久에云會麽아? 道峰石多路轉深이라古巖之上一梵刹이로다. 落落靑松山與水여有時月照有時風을拈起柱杖하야指東指西云會麽아? 東高三尺이오西闊八尺이로다. 以柱杖으로打床一下云露柱抽橫骨하고虛空弄爪牙로다.
-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도봉산은 바위가 많아서 길이 더욱 깊으며
오래된 바윗돌 위에 범찰梵刹 하나가 있다.
낙락落落한 푸른 소나무와 산과 물에
때로는 달이 비추고
때로는 바람이 스친다.”
주장자를 집어 들어 동쪽을 가리키다가 서쪽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동쪽은 높이가 석 자이고 서쪽은 넓이가 여덟 자이다.”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노주露柱는 치골을 뽑아내고
허공은 발톱과 이빨을 드러낸다.”
- 又拈柱杖云莫守寒岩異草靑하라坐看白雲終不妙이니라. 橫按柱杖云橫擔柱杖天外去하니流水三山是我家로다.
-
다시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셨다.
“차가운 바위에 진귀한 식물이 푸르다고
지켜서는 안 된다.
앉아서 살펴보니
흰 구름이 결국에는 미묘하지 않더라.”
주장자를 가로로 놓아두고 말씀하셨다.
“주장자를 비껴 걸치고 하늘 밖으로 떠나니
흐르는 물과 세 개의 산이 나의 집이다.
- 又識得柱杖子하면周匝有餘오識得柱杖子하면天地懸殊니可謂一不得二不成이로다. 會麽아? 碧波深處白鷗白하니又見東山片月生이로다. 打柱杖一下하고便下座하다.
-
또한 주장자를 인식하여 알면 둘레가 남음이 있고 주장자를 인식하여 알면 하늘과 땅처럼 현격하게 다르니, 그야말로 하나일 수도 없고 둘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알겠는가?
푸른 파도가 깊은 곳에서는
흰 갈매기가 더욱 하얗고
다시 동쪽 산을 바라보니
조각달이 솟아오른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上堂良久에云自古及今에與大衆으로同條生同條死하나니會麽아? 雙栢鵲巢無人會라. 長使世人尋不住를峰頭白雲白又白이오岩下靑松靑又靑을打柱杖一下하고便下座하다.
-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중과 같은 가지에서 살고, 같은 가지에서 죽는다. 알겠는가?
두 그루 잣나무에 있는
까치집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영원히 세상 사람들이
찾기만 하고 머무르지 못하게 되는구나.
봉우리 끝에 흰 구름은
하얗고 또 하얗고
바위 아래에 푸른 소나무는
푸르고 또 푸르구나.”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0. 천성산 내원사(千聖山內院庵)
- 上堂良久에拈起柱杖云昔에趙州和尙이遊山할새兎兒가走去어늘有僧이問趙州호대和尙은善知識이어늘兎兒가何以走去닛고? 州云吾曾爲殺生乎라하시니作麽生會오? 打柱杖一下云趙州兎關無人會라千古令人轉生勞로다.
-
상당하시어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옛날에 조주 화상께서 산천을 유행하실 적에 토끼가 달아났는데, 어떤 승려가 조주 화상께 ‘화상은 선지식이신데 토끼가 어찌하여 달아나는 것이냐’고 물었다. 조주 화상께서 ‘내가 이전에 생명을 죽였기 때문이네’ 하고 대답하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조주의 토끼관을
터득한 사람이 없어서
사람들이 천고에 수고롭게 윤회전생輪廻轉生한다.”
- 又拈柱杖云要會此意麽아? 洞口連平野하고樓臺隱小岑을居僧懶不掃하니落花滿庭心이로다. 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다시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이 뜻을 알고자 하는가?
산문의 어귀는 평야로 이어졌고
누각은 작고 높은 산에 숨어 있구나!
기거하는 승려가 게을러서 쓸지 않으니
떨어진 꽃잎이 뜰 안에 가득하다.”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上堂拈起柱杖云善知識아如何是千聖山境고? 重重峯巒勢崔嵬하니萬朶芙蓉揷天空이로다. 狂奔怒波打石頭하니飜轉眞珠百萬斛이로다. 如何是山中人고? 痴嬴居僧不會禪이라有時瞌睡有時嘯로다.
-
상당하시어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씀하셨다.
“선지식아,
무엇이 천성산의 경계인가?
중첩한 산봉우리 그 형세가 우뚝우뚝 높이 솟으니
일만 송이 연꽃이
무한히 열린 하늘에 꽂혀 있다.
미쳐 날뛰는 성난 파도가 바위를 때리니
뒤집히어 구르는 진주가 백만 섬이다.
무엇이 산중의 사람인가?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거주승이 선을 터득하지 못하여
때로는 졸리어서 토끼잠 자고
때로는 일이 없어 휘파람 분다.”
- 打柱杖一下云會麽아? 雲在嶺頭閒不輟이오水流澗下太忙生이로다. 打床一下하고便下座하다.
-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시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구름은 산꼭대기에 있어 끊임없이 한가롭고
물은 골짜기 아래로 흘러 몹시 바쁘다.”
법상을 한 번 내려치시고 이윽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 陞座竪起柱杖云會麽아? 山頭白雲白又白하고岩下靑松靑又靑을數條綠水穿石去어늘古洞之上一梵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