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묵암집(默庵集)』은 부휴계(浮休系) 적전(嫡傳) 묵암 최눌(默庵㝡訥, 1717~1790)이 남긴 시(詩)와 문(文)을 문인(門人) 와월 교평(臥月敎泙, 1760~1832)이 수집·정리하여 1801년(순조 1)에 간행한 문집이다.
2. 저작자
묵암 최눌의 휘(諱)는 최눌(㝡訥), 자(字)는 이식(耳食), 호(號)는 묵암(默庵)이다. 1717년(숙종 43) 전라남도 흥양(興陽)에서 태어났다.
1730년(영조 6) 14세에 징광사(澄光寺)에서 출가하여, 1734년(영조 10) 18세에 만리(萬里)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1735년(영조 11) 19세부터는 4~5년간 풍암 세찰(楓巖世察, 1688~1767)에게 경전을 배웠다. 이후 호암 체정(虎巖體淨, 1687~1748) 등 여러 종장(宗匠)에게 가르침을 받고, 명진(明眞)에게서 선지(禪旨)를 얻었으며, 영해 약탄(影海若坦, 1668~1754)의 문하에서 수행에 정진하였다. 1743년(영조 19) 27세에 풍암 세찰에게 돌아가 대광사(大光寺) 영천암(靈泉庵)에서 입실(入室)하였다. 1750년(영조 26) 34세에 송광사에서 영해 약탄을 위해 법회를 열었고, 1759년(영조 35) 43세에 풍암 세찰을 위해 송광사에 재회를 시설하였다. 그후 1765년(영조 41) 49세에는 백암 성총(栢庵性聰, 1631~1700)의 비석을 세우기 시작하여 이듬해에 완성하였다. 1770년(영조 46) 54세에는 표충사(表忠祠) 원장(院長)에 부임하였다. 1790년(정조 14) 송광사 보조암(普照庵)에서 입적하였다. 세수는 74세, 법랍은 54세였다.
삼장(三藏)에 통달하였으며 백가(百家)에도 뛰어났다. 내외의 잡저(雜著) 10여 권을 저술하였다고 전해진다. 그중에서 『화엄품목(華嚴品目)』과 『제경회요(諸經會要)』는 현전하고 있다. 문인으로는 봉암 낙현(鳳巖樂賢), 와월 교평 등 10여 명이 있다.
3. 구성과 내용
『묵암집』은 양주익(梁周翊, 1772~1802)의 서문, 권초(卷初)·권중(卷中)·권후(卷後)의 본문, 묵암 최눌과 봉암 낙현의 행장, 와월 교평과 지족거사(知足居士)의 발문으로 총 3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초 묵암대사시초(默庵大師詩抄)에는 오언절구(五言絶句) 41수, 칠언절구(七言絶句) 84수, 오언사운(五言四韵) 19수, 칠언사운(七言四韵) 9수 총 153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사대부와 교유한 시, 여러 스님들과 교유한 시, 각처의 정취를 읊은 시 등의 주제로 구분된다. 그중에서 「여러 석사의 시에 화운하다[和諸碩士韵]」, 「불사암에서 유교와 불교가 서로 만나다[不思庵儒釋相會]」의 시에서는 유불(儒佛)의 학문적 교류 속에서 그것들이 화합되지 않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처음 연담옹에게 드리다[初呈蓮翁]」 등의 시는 연담 유일(蓮潭有一, 1720~1799)과의 친분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삼가 병신년 국휼에 차운한다[謹次丙申國恤韵]」를 통해 국왕을 부모에 비유하며 영조 승하를 애도하는 태도를 살펴볼 수 있다.
권중 묵암집서신(黙庵集書信)에는 사대부 및 스님들과 나눈 총 16편의 편지글이 수록되어 있다. 「김상국에게 올리다[上金相國]」, 「김정랑에게 올리다[上金正郞]」 등의 글은 김상복(金相福, 1714~1782)과 김상숙(金相肅, 1717~1792) 등 당대 저명한 사대부와 친분 및 학문적 교감을 나누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목되는 점은 여러 글에서 유교와 불교의 가르침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별지로 올리다[上別紙]」 등과 같은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후 묵암집소문(黙庵集䟽文)에는 소(疏), 권선문(勸善文), 상량문(上樑文), 서(序), 제문(祭文), 상소(上疏) 등 총 17편의 다양한 유형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축원(祝願)을 위한 소문, 봉갑사(鳳岬寺) 불화(佛畫) 제작, 백암 성총 비석 건립, 송광사(松廣寺) 영자전(影子殿) 건립을 위한 권선문과 상량문을 비롯하여 상은(尙隱) 등 여러 스님들에게 보내는 서문, 측신(厠神)을 위한 제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폐지상소(癈紙上疏)」가 주목되는데, 해당 상소문에는 지역(紙役) 부담의 과중함을 14개의 조목으로 열거하여 그 폐단을 해결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4. 편찬과 간행
『묵암집』의 편찬과 간행은 문집에 수록된 「묵암화상문집간각후발(默庵和尙文集刊刻後䟦)」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본래 묵암 최눌의 시문은 내외(內外)의 잡저(雜著) 10권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10권 중 6권이 유실되었고, 이에 제자 와월 교평이 남은 4권에 수록된 글을 수집·정리하여 1801년 3권 1책의 『묵암집』으로 간행하였다.
집필자: 김선기(순천대)
참고문헌
『동사열전(東師列傳)』
『묵암집(默庵集)』
『조계고승전(曹溪高僧傳)』
김용태(2010), 『조선후기 불교사 연구』, 신구문화사.
김종진(2015), 「무용당유고無用堂遺稿 해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무용당유고』, 동국대학교출판부.
문화재청‧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2015), 『한국의 사찰문화재: 2014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 4 전라남도_2, ㈜조계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