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몽산화상법어약록』(이하 ‘『법어약록』’으로 칭함) 언해본은 남송(南宋)에서 원대(元代) 사이에 활동한 몽산 덕이(蒙山德異, 1231~?)의 어록으로 몽산의 6편의 법어와 나옹의 법어 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광사의 언해본은 기존에 전해지던 언해본을 바탕으로 1577년 송광사의 상황에 맞추어 새롭게 언해 및 간행한 것으로, 16세기 송광사 주변 지역의 국어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2. 저작자
『법어약록』은 남송에서 원대 사이에 활동한 몽산 덕이의 어록이다. 몽산은 임제종(臨濟宗) 양기파(楊岐派)의 승려로, 출생 이후 여러 불교와의 인연이 있었고, 34세에 출가하여 환산 정응(皖山正凝, 1191~1274), 고섬 여영(孤蟾如瑩), 설암 조흠(雪巖祖欽, 1215~1287), 석범 유연(石帆惟衍) 등의 고승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몽산은 고려의 왕실 인사와 관료, 고승, 거사들과 교류하였고 이 과정에서 그의 저술이 우리나라에 전해지게 되었다. 그의 저술은 조선시대 활발하게 간행 및 유통되었고, 우리나라 불교 사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에서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언해본은 조선 전기 혜각존자(慧覺尊者) 신미(信眉)가 역결(譯訣)하였는데, 송광사 언해본은 기존의 언해본을 바탕으로 1577년 송광사 내에서 새롭게 언해 및 편찬된 것으로 보인다.
3. 구성과 내용
『법어약록』은 「시고원상인(示古原上人)」, 「시각원상인(示覺圓上人)」, 「시유정상인(示惟正上人)」, 「시총상인(示聰上人)」, 「무자십절목(無字十節目)」, 「휴휴암주좌선문(休休庵主坐禪文)」의 6편의 법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각오선인법어(示覺悟禪人法語)」가 합본되어 있다.
앞의 4편의 법어는 몽산이 제자로 추정되는 상인에게 내린 법어이고, 후반부의 2편은 수행 과정의 지침서에 해당된다. 「시고원상인」은 화두참구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이것을 이겨내는 방법, 공부와 깨달음에 대한 법어이다. 「시각원상인」은 몽산이 각원상인에게 참선은 조사관을 뚫어야 하는 것으로, 조주(趙州, 778~897)와 승려의 문답인 ‘狗子還有佛性也無’와 ‘州云無’의 의미, 옛 성인들의 본보기를 잘 살필 것을 알려주고 있다. 「시유정상인」은 오조 법연(五祖法演, ?~1104)의 말을 들어 공부할 것이며, 참구할 것과 화두에 드는 과정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에 대해 설하고 있다. 「시총상인」은 황벽 희운(黃檗希運, ?~850)과 백장 회해(百丈懷海, 720~814), 마조 도일(馬祖道一, 709~788)의 이야기와 암두 전활(巖頭全豁, 828~887)과 덕산 선감(德山宣鑑, 782~865)의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공부할 때는 화두를 챙길 것을 설하고 있다. 「무자십절목」은 무자화두(無字話頭)를 참구할 때 점검하기 위한 질문을 담고 있고, 「휴휴암주좌선문」은 좌선의 의미를 분석한 것이다. 「시각오선인법어」는 나옹 혜근(懶翁惠勤, 1320~1376)이 제자 각오선인에게 내린 법어이다.
4. 편찬과 간행
『법어약록』 언해본은 1459년에서 1467년 사이 왕실에서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간본을 시작으로 총 11종이 전하고 있다. 11종은 8행본계 6종과 7행본계 5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송광사 언해본은 7행본 계통으로 유일하게 15자 형태를 취하고 있다. 송광사본은 기존에 전해지던 언해본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본문은 대자, 언해문은 소자쌍행(小字雙行)으로 본문과 언해문 사이에는 ‘○’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한자에 한글음을 병기하고, 한글로 구결을 달았으며 언해문도 같은 방식으로 서술하였다. 한자음은 동국정운식 한자음을 사용하지 않고, 당시 사용하던 한자음을 달았으며, 전라도 지방의 방언을 사용하고 있다. 송광사의 언해본은 기존의 전해지던 판본을 바탕으로 송광사의 상황에 맞게 언해 및 편찬한 것으로 보이며, 16세기 후반 전라도 지역에서 사용한 국어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집필자: 김은진(동국대)
※ 목판 사항
언해본 『몽산화상법어약록』은 대부분 1판4면의 형태이며 1판만 1판2면으로 제작되었다. 총 17판으로 완전한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한 면만 새겨진 판은 (5 · 6, ×), (46 · 45, ×), (48 · 47, ×), (54 · 53, ×)판으로 4판이다. 목판의 크기는 세로 18.3-19.8cm, 가로 69.4-71.2cm, 두께 2.1-3.3cm이다. 목판의 무게는 2.23-3.61kg으로 평균 3.02kg이다. 목판의 마구리는 장부가 노출되지 않게 결합한 상태로, 못을 이용해 고정하였다. 마구리 측면에는 내용을 나타내는 ‘六’, ‘六段十八妝’의 표시가 있다. 판의 상태는 전체적으로 균열이 있으며, 충해와 글자 손상이 일부분에 나타나고 있다. (김은진(동국대) 정리)
참고문헌
김무봉(2002), 『(역주)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사업단(2015), 『한국불교전서 편람』, 동국대학교출판부.
문화재청‧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2015), 『한국의 사찰문화재: 2014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 4 전라남도_2, ㈜조계종출판사.
송일기(2021), 『조선 사찰본 서지 연표』, 현재기록유산보존연구원.
김은진(2022), 「조선시대 사찰본 『몽산 어록』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