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상도해제
1631년 청도 수암사(水巖寺)에서 간행한 법화경의 변상도로 4매로 구성되어 있다. 제1판은 석가오존도와 삼존도가 반곽씩 새겨진 도상이다. 오존도는 석가모니불이 가섭과 아난존자, 용왕과 용녀가 시립한 가운데 제자 사리불(舍利弗)에게 설법하고 있는 장면이다. 존상들은 온통 구름으로 싸여있고 본존 머리 위로 천개(天蓋)가 장엄하고 있다. 삼존도는 석가모니불과 협시보살이 대좌 위에 앉아 있으며 모두 원형의 두광과 신광으로 싸여 있다. 본존은 선정인(禪定印)을 취하고 있으며 좌협시보살은 오른손에 버들잎을 들고 있다. 이들은 역시 구름에 싸여 있으며 그 앞에는 한쌍의 봉황이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첨가되어 있다.
제2판은 제1판과 동일한 도상의 오존도와 보탑출현도(寶塔出現圖)가 새겨져 있다. 보탑출현도는 견보탑품(見寶塔品)에서 언급되어 있는 내용으로 다보불이 앉아 있는 다보탑이 땅속에서 오백유순 높이로 솟아올라 석가모니의 설법을 증명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화면 가득히 구름 속에 보탑이 솟아있고 사방에는 사천왕의 상반신을 작게 표현하여 다보탑의 높은 크기를 알려주고 있다.
제3판은 역경도(譯經圖)와 경패(經牌)가 새겨져 있다. 역경장면은 고승이 탁자 앞에 앉아 손에 붓을 들고 글을 쓰려는 모습으로 표현하였고, 그 앞에는 경전이나 소탑을 받쳐 들거나 합장한 승려와 대중들이 늘어서 있다. 역경승 뒷벽에는 산수화가 그려진 액자가 걸려있고, 신중들이 이 광경을 구름 속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
제4판은 위태천도(韋馱天圖)이다. 갑옷을 입고 새깃털을 꽂은 투구를 쓰고 화염 두광에 싸인 위태천이 합장한 팔 위에 보검을 얹어 놓은 전형적인 도상이다.
번각본이지만 변상도의 판각은 기량이 좋은 각수가 새긴 것으로 보이지만 인출 상태는 고르지 않다. 변상도의 제1판의 우하단에 ‘靈圭刻’이라 새겨져 있어 영규는 변상도 각수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제4판의 좌우 난 외에는 별도의 곽을 만들어 ‘化士乙民’, ‘刊太信’이라 새겨져 있다. 권말에는 ‘崇禎四年辛未夏 慶尙道淸道地九龍山水巖寺重刊’이라 간기가 기록되어 있고, ‘大化主乙敏, 각수는 계훈비구(戒熏比丘) 등 19명인데 이중 태신은 포함되어 있으나 영규는 보이지 않는다. 영규는 변상도를 판각한 각수로 볼 수 있다. 또한 뒷표지 내면에 ’강희이십오년병인육월일~~‘이라는 묵서가 있어 55년후인 1686년 후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