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상도해제
1477년에 번각된 화암사 법화경을 다시 번각한 판본이다. 도상은 2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판에는 산화(散華)와 위태천(韋䭾天), 제2판에는 영산회상도가 판각되어 있다. 산화는 화암사본과 같은 도안화된 꽃 외에도 줄기까지 달린 큼직한 꽃송이들이 함께 곁들여져 변화를 주고 있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무장형의 위태천의 모습은 화암사본과 마찬가지로 투구 위에 새 깃털이 꽂혀 있고, 주위에 화염광배가 둘러져 있다. 합장한 팔 위에 보검을 얹어 놓은 자세와, 양 어깨 및 신체 주위로 천의(天衣)가 휘날리고 있는 모습도 동일하다.
제2판의 도상은 당초문 난곽이 둘러진 화면 안에 원형 광배를 뒤로 한 석가모니삼존불이 나란히 앉아 있고 주위에 십대제자, 보살중, 제석천, 사천왕, 팔부중 등의 권속들이 배치된 영산회상도이다. 존상들은 3단으로 배치되는데 가장 위쪽에는 본존 위의 보개(寶蓋)와 보수(寶樹), 그 사이로 본존에서 퍼져나오는 서광으로 장엄되어 있고, 그 아래로 팔부중의 6위와 용왕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중단에는 석가모니삼존불과 사천왕, 십대제자, 보살의 일부가 배치되어 있고, 하단에는 대좌 좌우에 가섭과 아난, 그리고 보살들과 제석천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본존과 협시보살은 화면의 중단에 나란히 않아 있는데 본존은 설법인(說法印)을 짓고 있으며 좌우협시보살은 합장하며 설법을 듣고 있다. 하단에는 본존의 대좌 앞에 보탑이 솟아있고 좌우에 가섭과 아난존자가 합장하며 서 있다. 협시보살 아래에도 보살들이 합장하며 나란히 서서 설법을 듣고 탑이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산화가 표현된 제1장 아래에 곽을 만들어 ‘大施主張嗣南 輥糚’이라고 변상도 시주자를 표기하였다. 본존을 비롯한 각 존상들의 얼굴은 뺨이 각지고 이목구비는 형식과되어 침울한 인상으로 보인다. 각선 역시 직선화되어 전체적으로 경직된 양상으로 보인다. 앞뒤표지가 모두 없고 권2도 뒷부분이 결실되어 있어 복장품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