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상도해제
경기도 삭령(朔寜) 용복사(龍腹寺)에서 개판한 법화경 변상도이다. 이는 대자암본 변상도(1422년) 계열의 도상으로 2매의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판에는 산화(散華)와 위태천(韋馱天)이 새겨져 있다. 산화는 도안화된 8개의 작은 꽃송이가 화면에 흩어져 있는 모양이다. 위태천은 갑옷을 입은 무장형이고 합장한 팔 위에 보검을 얹어 놓았고, 머리에는 새깃털을 꽂은 투구를 쓰고 그 주위를 활활 타오르는 화염 광배가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다. 위태천의 크기와 형태, 얼굴 표정, 갑옷의 구성과 천의(天衣)의 흐름, 화염광배 등 세부 표현이 안심사본(1405년)의 위태천을 비롯한 대자암본 계열 및 안심사본 계열의 위태천과 동일한 형상이다.
제2판은 석가삼존도를 중심으로 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이다. 삼존은 원형의 두광과 신광에 싸여 대좌 위에 앉아 있고 그 주위에 십대제자, 보살중, 제석천, 사천왕, 팔부중 등의 권속들이 배치된 구도이다. 존상들은 3단으로 배치되는데 가장 위쪽에는 천개(天蓋)와 보수(寶樹), 그 아래에 팔부중 중 6위 등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중단에는 석가모니불과 좌우 협시보살 사이에 사천왕, 십대제자, 보살의 일부가 배치되어 있고, 하단에는 대좌 좌우에 서있는 가섭과 아난 그리고 보살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본존과 협시보살은 화면의 중심부에 원형 두광 속에 나란히 않아 있는데 본존은 설법인(說法印)을 짓고 있으며 좌우협시보살은 합장하며 설법을 듣고 있는 형상이다. 주위에는 서광(瑞光)과 구름으로 설법을 장엄하고 있으며 전체 도상은 넝쿨무늬를 넣은 변란(邊欄)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영산회상도는 대자암계 변상도의 번각본이다. 각선은 깔끔하고 유연한 편이지만 사각형에 가까운 존상의 얼굴과 일직선으로 표시한 눈매 등에서 번각본의 특징이 드러난다. 책에는 권1 말에 시주질과 연화질 1매가 있고 이어서 후쇄묵서 시주질도 1장 덧붙여져 있다. 이 책에는 간기가 없으나 변상도 난외에 ‘化主惠淳 刊字法哲’이라 새겨져 있어 경기도 삭령 용복사 간행본임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