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

원측圓測(613~696) 휘諱는 문아文雅, 원측은 자字. 신라 왕족 출신으로서 15세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경사京師의 법상法常과 승변僧辯 등에게 강론을 들었고, 정관正觀 연간(627~649)에 승적에 올랐다. 원법사元法寺에 머물면서 『비담론毗曇論』 등을 공부하였고, 현장玄奘이 귀국한 이후에는 신역 유식학 경론을 공부하였다. 칙명을 받아 서명사西明寺의 대덕이 되었고, 일조日照 삼장이 『밀엄경蜜嚴經』 등을 번역할 때 으뜸이 되었다. 또 부름을 받고 동도東都에 들어가 신역 『화엄경華嚴經』을 번역하였으나 마치지 못한 채 696년 7월 22일에 낙양洛陽의 불수기사佛授記寺에서 입적하였다.

『속장경』 제1편 41투 4책을 저본으로 하고, 『신수대장경』 제33권 수록본과 대조, 교감.

이 책은 『반야심경』에 대한 주석서이다. 원측에 따르면, 이 경은 삼시三時의 교설에 따를 때 제2시에 설해진 무상無相의 교敎에 해당하며, 이 경을 서분序分ㆍ정종분正宗分ㆍ유통분流通分으로 구분할 때 오직 정종분만 있다고 한다.
정종분에서는 관찰하는 지혜(能觀智), 관찰되는 경계(所觀境), 그 관찰에 의해 획득되는 과(所得果) 등을 설하기 때문에 경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이공二空의 이치를 증득한 반야의 작용으로 공空을 관하는 자리自利의 행과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利他의 행을 설한다. 두 번째, ‘색즉시공色卽是空’ 등 네 구에서는 공성空性에 대해 밝히고, ‘불생불멸不生不滅’ 등 여섯 구는 공상空相을 밝힌다. 세 번째, ‘이무소득고以無所得故’ 이하에서는 앞서 말한 관찰의 공능功能으로서 궁극에는 모든 두려움과 전도몽상 등을 떠나서 열반의 과 등을 획득하게 됨을 설한다.
원측은 삼성설三性說과 결부시켜 ‘공空’을 설한 뜻을 해석하는데, 학파별로 해석의 차이가 있음을 보이기 위해 청변淸辨과 호법護法의 학설을 자세히 소개하였다. 이 책은 유식학자들이 반야의 공사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 저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