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선가귀감(언해)』는 청허 휴정(淸虛休靜)의 『선가귀감』 한문본과 달리 상하 2권으로 나누어 한자 원문 아래 한글로 구결을 달고 원문과 주석을 언해한 것이다. 현재 송광사 소장 『선가귀감(언해)』 목판은 금화도인(金華道人) 의천(義天)이 언해한 1569년 보현사(普賢寺) 원간본을 부휴 선수가 교정하여 1610년 전라도에서 복각한 판이다. 『선가귀감』 한문본보다 더 많은 원문과 주석이 언해된 점이 주목된다.
2. 저작자
청허 휴정(淸虛休靜, 1520~1604)의 속성은 최씨, 자는 현응(玄應), 이름은 여신(汝信), 호는 청허 또는 서산(西山)이며, 별호는 묘향산인(妙香山人) 등이다. 10세 전후로 양친를 모두 여의는 등 유년기부터 무상(無常)을 몸소 느끼며 살다가 부용 영관(芙蓉靈觀)의 법문을 듣고 감명받아 숭인(崇仁) 문하로 출가하였다. 1549년(명종 4) 선과(禪科)에 응시한 뒤 선교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에 올랐다. 임진왜란을 맞아 73세로 묘향산에 주석하고 있었는데 왕의 청으로 8도 16종 도총섭(都摠攝)의 지위를 맡아 전공을 세웠고, 왕은 보답하고자 ‘국일도대선사선교도총섭부종수교보제등계존자(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尊者)’라는 호를 내렸다. 사명 유정, 편양 언기(鞭羊彦機) 등의 제자를 배출했다. 『청허당집』 7권 등을 남겼다.
3. 구성과 내용
『선가귀감(언해)』는 청허 휴정(淸虛休靜)의 『선가귀감』 한문본과 달리 상하 2권으로 나누어 구결을 달고 본문과 주석을 언해한 것이다. 반엽 9행 17자 형태에 본문의 원문은 대자(大字)로, 원문과 주석의 언해는 소자(小字) 쌍행으로 표기하였다. 원문 한자에 음을 달지 않고 한자 아래 구결만 붙였고, 행을 바꾸어 한 칸 아래 원문과 주석을 언해하였다. 원문 언해에 이어지는 평(評), 송(頌) 등의 주석 부분은 흑어미를 붙여 구분한 다음에 언해하였다. 『선가귀감(언해)』는 『선가귀감』 한문본의 내용보다 더 많은 원문과 주석이 실려 있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방점과 ‘ㅿ’, ‘ㆁ’ 등이 혼용되어 표기된 것 등 16세기 중엽 언해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4. 편찬과 간행
송광사에 현존하는 『선가귀감(언해)』 목판은 1610년(광해군 2)에 판각된 것으로 결판 없이 완질이다. 권하 말미에 “萬曆三十八年庚戌三月日全羅道 開刊”의 판각 시기와 전라도만 새기고, 지명과 사찰명을 판각하지 않고 묵등(墨等)으로 남겨 두었다. 권상 말미에는 공양 대시주 김량(金良)과 보시 대시주 박일년(朴一年) 등 70여 명의 시주자가 새겨져 있다. 권하 말미에는 교정(校正)에 대선사 부휴 선수(浮休善修, 1543~1615)를 비롯하여 연판(鍊板), 각수(刻手), 소목(燒木), 숙두(熟頭), 공양주(供養主) 등에 26여 명의 인명과 수연보무(隨緣報務)에 박수복(朴守伏)과 화주(化主)에 이경춘(李景春) 등이 새겨져 있다. 이외에도 전체 67장에 이르는 각 장 난외마다 시주자 인명이 새겨져 있다. 1608년 송광사에서 간행한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와 『선원제전집도서』 등에 각수로 참여한 태화(太華)가 간행질에서 확인되기에 1610년 『선가귀감(언해)』도 송광사에서 판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광사 소장판 이외에 조선시대에 간행된 『선가귀감』 언해본은 권하 말미에 금화도인(金華道人)의 발문이 남아 있는 판본이 현전한다. 발문에는 ‘고인(휴정)이 처음 발췌하고 후인(제자들)이 편집해 차례를 매긴 것을 금화도인 자신이 언해하고 쓴 것[古人草創之 後人編次之 今余譯書之 願共諸衆生同入大覺海 金華道人拜手謹題]’으로 기록되어 있다. 금화도인은 1572년 전라도 신흥사(臣興寺)에서 간행한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의 등재본(登梓本)을 쓴 두류산 금화도인 의천[隆慶五年辛未三月日 頭流山金華道人義天書]과 1618년 송광사에서 간행한 『선가귀감』 한문본에 수록된 사명당 유정(惟政, 1544~1610)이 1579년 구결(口訣)하고 쓴 발문에 나오는 ‘(『선가귀감』의) 교정을 맡은 벽천 의천[門人碧泉禪德義天校之]’과 동일 인물로 추정하고 있다. 송광사 『선가귀감(언해)』 목판이 금화도인이 언해한 원간본과 거의 동일한 점으로 보아, 부휴 선수의 교정을 거쳐 금화도인 의천의 발문을 제외하고 복각했음을 알 수 있다. 원간본의 형태가 사주쌍변이고 흑어미인 것에 비해 복각본의 형태는 사주단변에 흑어미와 화문어미가 혼입된 차이가 나타난다.
집필자: 서수정(동국대)
참고문헌
문화재청‧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2015), 『한국의 사찰문화재: 2014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 4 전라남도_2, ㈜조계종출판사.
小河 寬和(2016), 「일본에서의 『선가귀감』 간행과 그 영향」, 동국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송일기(1991), 「삼가귀감의 서지학적 연구-선가귀감의 성립과 관련하여」,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김영배(1992), 「선가귀감 언해본 해제」, 『동악어문논집』 27, 동악어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