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法集別行錄節要幷入私記)』는 고려시대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 1158~1210)이 만년에 저술한 책이다. 당시 보통 근기의 선 수행자들의 잘못된 수행 풍토를 바로잡고 참된 수행의 방법을 제시하면서 한편으로는 교의(敎義)에 의지하여 배우는 교학자들에게 선종의 종지를 올바르게 이해시키기 위해 쓴 것으로, 지눌이 내세웠던 수행법의 총론적 지침서인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규봉 종밀(圭峰宗密)의 『법집별행록』의 핵심을 간추리는 것을 토대로 그 핵심에 대한 지눌 자신의 의견을 자세하게 논증하였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1486년 규봉암에서 처음 간행된 것을 기점으로 이후 마지막 판본인 1686년 징광사본까지 현재 전해오는 판본만 31종에 이를 정도로 전국 사찰에서 활발히 간행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송광사 소장 목판은 1608년에 중간(重刊)한 것으로, 완전한 상태로 보존되었다.
2. 저작자
지눌은 시호가 불일보조 국사(佛日普照國師)이고 자호는 목우자(牧牛子)이다. 25세에 개경 보제사에서 실시한 승선(僧選)에 합격한 뒤 창평 청원사에 주석할 때 『육조단경』을 읽다가 깨달음을 얻었으며, 28세에 하가산 보문사에서 이통현(李通玄) 장자의 『신화엄경론』을 보다가 더욱 밝게 깨닫고 원돈(圓頓)의 관문(觀門)에 잠심하였다. 31세에 팔공산 거조사에서 정혜결사를 맺었으며, 40세에 지리산 상무주암에서 은거하며 『대혜어록』을 읽다가 크게 깨달았다. 1200년에 조계산 송광사로 옮겨 결사를 지속하였고, 수행방법인 성적등지문(惺寂等持門), 원돈신해문(圓頓信解門), 경절문(徑截門)으로 일대 선풍을 진작하였다. 이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는 지눌이 입적하기 1년 전인 1209년에 저술하였다.
3. 구성과 내용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는 크게 서문과 본문으로 나뉜다. 서문에서는 당시 수행인들의 잘못된 수행 풍토를 들며 먼저 여실한 언교(言敎)에 의지하여 깨달음과 닦음에 대한 본말을 분명히 가려 수행할 것과 그런 뒤에 근기에 따라 경절의 방편으로써 지견(知見)의 병통을 씻어낼 것을 권하고 있다. 본문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은 종밀의 『법집별행록』의 주요 내용인 하택, 홍주, 우두, 북종 등 4종의 해행(解行)에 대하여 핵심을 간추리고 하택종의 해행을 으뜸으로 삼는 견해를 담았다. 둘째 단락은 『법집별행록』에서 종밀이 강요(綱要)로 내세운 ‘돈오점수(頓悟漸修)’에 대하여 청량 징관과 영명 연수, 종밀 이 3인의 돈점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끌어와 대조하고 논증하면서 당시 수행인들에게 돈오점수문을 따를 것을 권하였다.
셋째 단락에서는 『법집별행록』에서 베푼 오묘한 종지를 지눌이 다시 거들어 밝히고 있다. 오묘한 종지란 법에는 불변과 수연(隨緣)의 두 의(義)가 있고 수행인에게는 돈오와 점수 두 문이 있다는 것이다. 지눌은 이 주제에 대한 자세한 보충 설명으로, ‘영지(靈知)’가 곧 마음의 본성이고 그 마음에는 본래 진망(眞妄)의 분별이 없다는 것을 마니주의 비유를 통해 설파한다. 그리고 이 법을 깊이 신해(信解)하여 분별집착하는 견해를 깨뜨리고 이(理)와 사(事)의 수행을 함께 닦을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지눌은 이 단락에서 교를 배우는 이들을 향하여 교의(敎義)를 내려놓고 자기 마음에 현전하는 일념(一念)을 가지고 참구할 것을 권하는 ‘일념오수론(一念悟修論)’을 여러 경론과 어록을 인용하며 펼치고 있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이상의 세 단락에서는 모두 여실한 언교 즉, 체중현(體中玄)에 의지하여 깨닫고 닦는 방법이었다면, 마지막 넷째 단락에서는 빼어난 근기의 수행인이라면 구중현(句中玄)에 해당하는 활구(活句)를 가지고 화두 참상을 통해 지해(知解)의 열 가지 병통을 다 없애어 대자재(大自在)를 얻을 것을 권하고 있다.
4. 편찬과 간행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는 고려의 간행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조선조에는 1486년 무등산 규봉암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된 이래 마지막 간행본인 1686년 징광사본까지 200년 동안 모두 31종이 간행되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조선 중기 승가 이력과정이 확립되어 교육활동이 활발히 전개되는 가운데 이 책이 기본과정인 사집과의 한 과목으로 편성된 데 따른 수요의 증가로 전국의 주요 사찰에서 다른 사집과 과목과 함께 지속적으로 간행되었던 것이다. 1578년 오대산 월정사본까지의 9개 본은 주로 10행21자 계통이고, 1579년 지리산 신흥사본부터 1686년 징광사본까지는 이 송광사본과 같은 9행20자의 행격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1608년 9월 순천부 조계산 송광사에서 간행하였다는 간기가 실린 제75장b면의 연화질에는 대시주(大施主)에 성주(省珠) 외 3명을 비롯하여 61명의 시주자 명단이 있고, 각(刻)에 대사(大師) 태화(太華) 외 9명, 별좌에 능일(能日), 공양주에 윤눌(允訥), 연판에 의경(義冏), 알선(斡善)에 납자(衲子) 담현(湛玄)이 입질되어 있다.
집필자: 윤미란(동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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