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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침론(金剛針論)

1. 개요
이 논은 법칭(法稱)이 저술하고 법천(法天)이 한역한 『금강침론(金剛針論)』이다. 산스크리트어로 Vajrasūcī라고 한다. 브라만교의 4성제도를 비판하고 불교가 주장한 4성의 평등을 선양한다.
2. 성립과 한역
법칭(法稱, Dharmakīrti)의 저술을 중국 북송(北宋)시대에 법천(法天)이 973년에 부주(鄜州)의 포진(浦津)에서 한역하였거나, 또는 988년에 한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와 이역본은 알려진 바 없다.
4. 구성과 내용
총 1권으로 구성된 이 논은 브라만교의 4성(姓) 제도를 비판하면서 불교가 주장한 4성의 평등을 선양한다. 저자가 법칭(法稱, Dharmakīrti)이라고 되어 있으나, 범본에는 마명(馬鳴, Aśvaghoṣa)이라 이라 되어 있다. 불교 논리학자 법칭의 저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 마명이라는 점 역시 동명(同名) 이인(異人)이거나 제삼자가 지은 뒤 마명에게 가탁(假託)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불소행찬(佛所行讚)』의 저자 마명과 동일인의 저서로 간주된다. 마명은 1세기 후반에서 2세기 초반을 살았던 인물이므로 그 성립 시기 역시 1세기 후반에서 2세기 초반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성립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바즈라수치카 우파니샤드이다. 브라만교는 베다에서부터 브라만, 크샤트리야, 바이쉬야, 슈드라의 4계급을 설정하여 그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즈라수치카 우파니샤드에서는 “참된 브라만이 누구인가?”라고 물은 뒤, 범(梵)과 합일한 사람만이 진정한 브라만이라고 말한다. 바즈라수치카 우파니샤드의 입장은 4성의 평등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교도의 반론을 초래하였는데, 이 불전은 그 같은 브라만교의 입장을 비판하고 4성의 평등을 주장한다. 범본과 대조해 볼 때 범본에 있는 서문이 빠져 있고, 서술의 순서도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일치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바즈라수치카 우파니샤드의 논리 전개를 따라가면서 바즈라수치카 우파니샤드에서 참된 브라만이 아니라고 부정한 것을 불교적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부정하는 부분이다. 총체적으로 “무엇을 브라만이라 하는가?”라고 물은 뒤, 일곱 가지 질문을 하면서 그 일곱 가지가 모두 진정한 브라만이 아님을 말한다. 첫째 생명이 브라만이 아님을 베다, 마누 법전 등의 문헌을 근거로 설명한다. 둘째 족생(族生)이 브라만이 아님을 신화, 마누 법전 등과 당시의 사회상을 들어서 설명한다. 셋째 신체가 브라만이 아님을 설명한다. 신체가 브라만이라면 브라만의 시체를 태우는 것도 죄가 된다는 점을 들어 반박한다. 넷째 지식이 브라만이 아님을 인도의 여러 문헌과 학파를 언급하며 설명한다. 다섯째 습속이 브라만이 아님을 설명한다. 여섯째 행위가 브라만이 아님을 설명한다. 일곱째 4베다가 브라만이 아님을 설명한다. 그 다음, 바즈라수치카 우파니샤드에 없는 증보(增補) 부분이다. 앞 부분은 브라만교의 입장이 잘못임을 지적한 것이라면 여기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브라만은 어떤 존재인지를 밝힌다. 이는 다시 여섯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앞 부분의 논의에 대한 결론으로서 모든 성전(聖典)을 들면서 진정한 브라만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 “모든 번뇌를 여의고 뛰어난 행을 잘 닦으며, 위의(威儀)에 흠이 없으며, 계행이 갖추어지고, 모든 감각 기관을 잘 조복하여 번뇌를 끊으며, 나도 없으며 남도 없어서 모든 집착을 떠나며, 3독(毒)을 멀리 여의는 사람을 참된 브라만이라 이름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브라만관은 “범(梵)과 합일된 사람이 진정한 브라만”이라고 말하는 바즈라수치카 우파니샤드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둘째 슈드라가 4성(姓) 중에서 맨 뒤에 위치함이 신분의 비천함을 뜻하지 않음을 예를 들어서 설명한다. 셋째 마누 법전을 들어 브라만의 성교(性交)가 성을 확정하는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넷째 성인들의 예를 들어, 결국 덕행으로써 브라만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따라서 4성(姓)의 적용법은 부정확한 것임을 밝힌다. 다섯째 리그 베다의 원인가(原人歌)를 인용하면서 4성의 차별은 잘못임을 비판한다. 리그 베다의 원인가는 “브라만은 범천(梵天)의 입에서 태어났고, 크샤트리야는 범천의 팔에서 태어났으며, 바이쉬야는 범천의 허벅지에서 태어났으며, 슈드라는 범천의 발에서 태어났다.”라고 하였다. 이를 직접 인용한 뒤, 그 반대 논리를 전개한다. 4성이 모두 범천으로부터 태어난 것이라면 아버지는 같은데 아들은 다른 것이 되니, 그 같은 주장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브라만, 크샤트리야, 바이쉬야, 슈드라, 모두 성행위를 하여 태생(胎生)한 것이니, 범천에게서 태어났다는 베다의 내용이 틀렸다는 것이다.
이 논서는 체계화된 대승의 교리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그 발상이 대승적 자각(自覺)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대승 불교가 교리적 체계를 확립하기 이전의 사상적 배경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 논은 불교의 평등주의적 입장을 천명한 매우 귀중한 문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