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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광불화엄경입법계품(大方廣佛華嚴經入法界品)

1. 개요
이 경은 『화엄경』 「입법계품」의 이역본 가운데 하나로서, 53선지식 가운데 41번째의 마야부인에서부터 50번째의 덕생동자와 유덕동녀까지의 10선지식이 등장한다. 그러나 마야부인은 단지 다음의 선지식을 지시하고만 있으므로, 실제로는 9선지식의 설법이 수록되어 있다. 이 경은 당(唐)의 지파가라(地婆訶羅) 삼장이 수공 원년(685)에 역출한 것으로, 법장에 따르면, 이는 기존의 60권본 『화엄경』「입법계품」에서 번역이 결락된 부분을 보충한 것이다.
2. 성립과 한역
법장(法藏, 643~712)의 『화엄경탐현기(華嚴探玄記)』 권1 중 『화엄경』의 여러 가지 번역본을 설명하는 부분에 이 경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법장에 따르면, 『화엄경』 전체를 번역한 최초의 경인 60권본 『화엄경』은 불타발타라(佛馱跋陀羅)가 진(晉) 의희(義熙] 14년(418)에 번역을 시작하여 원희(元熙) 2년(420)에 번역을 마쳤고, 이후 영초(永超 2년(421)에 이 번역본을 범본과 대조해서 교감했는데, 이때 「입법계품」 가운데 마야부인 이후부터 미륵보살 이전까지의 8, 9지(紙)의 경문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범본을 당대(唐代)의 일조(日照)삼장, 즉 지파가라(地婆訶羅)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법장이 직접 이를 교감하였고, 빠진 부분에 대해서는 사문 도성(道成*‧복례)復禮)등과 함께 번역하여 보충하였다고 한다. 현재 이 경을 60권본 『화엄경』 권57 「입법계품」의 해당부분과 대조해보면, 독립된 경을 만들기 위해 제일 앞에 첨가한 “(爾時)” 등의 문구를 제외하면 나머지 경문이 60권본 『화엄경』과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이 경을 역출한 지파가라(地婆訶羅)(613~687, Divakara)는 중인도 사람으로, 일조日照라고 불린다. 삼장(三藏)에 널리 통하였고 오명五明에도 밝았다. 고종(高宗) 희봉(儀鳳)(676~678) 초년初年에 당에 들어와 인도 중관학파의 새로운 학설을 소개하였는데, 이는 구마라집(鳩摩羅什) 이래의 삼론(三論)과 대비하여 신삼론(新三論)이라고 불린다. 측천무후의 수공(垂拱) 연간(685~688)에 이 『화엄경입법계품華嚴經入法界品』을 비롯한 『불정최승다라니경(佛頂最勝陀羅尼經)』ㆍ『대승현식경(大乘顯識經)』 등의 18부 34권을 역출하였다. 수공 3년(687) 12월 동태원사(東太原寺)에서 입적하였으니, 향년 75세였다.
3. 주석본과 이역본
이 경에 대한 독립적인 주석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이 경은 『화엄경』「입법계품」의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이 「입법계품」의 이역본으로는 먼저 서진(西秦)의 성견(聖堅)이 번역한 『라마가경(羅摩伽經)』 3권, 당대(唐代) 반야(般若)가 번역한 『대방광불화엄경입부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40권, 당대 불공不空(705~744)이 번역한 『대방광불화엄경입법계품사십이자관문大方廣佛華嚴經入法界品四十二字觀門』 1권 등이 있다. 이 중 반야가 번역한 경만 「입법계품」의 전체 내용을 다루고 있고, 이 경을 포함한 나머지는 모두 「입법계품」 가운데 일부 내용만을 다루고 있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은 전체 1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경은 『화엄경』「입법계품」의 이역본으로서, 「입법계품」 가운데서 마야부인 이후부터 미륵보살 이전까지의 선지식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선지식은 ①마야부인(摩耶夫人), ②천주광동녀(天主光童女), ③동자의 스승인 변우(遍友), ④선지중예동자(善知眾藝童子), ⑤현승우바이(賢勝優婆夷), ⑥견고해탈장자(堅固解脫長者), ⑦묘월장자(妙月長者), ⑧무승군장자(無勝軍長者), ⑨시비최승바라문(尸毘最勝婆羅門), ⑩덕생동자(德生童子)와 유덕동녀(有德童女)로서, 「입법계품」의 53선지식 가운데 41번째부터 50번째에 해당한다.
이 경은 “이때 마야부인이 다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로 시작되지만, ①마야부인의 설법은 소개되지 않고, 다만 마야부인이 선재에게 다음 선지식인 천궁(天宮)의 천주광동녀를 찾아가라는 내용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실질적인 설법의 내용이 나오는 천주광동녀의 가르침부터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②선재는 마야부인의 지시를 따라 천궁에 이르러 천주광동녀를 만나는데, 이 동녀는 선재에게 자신이 무애념청정장엄(無礙念淸淨莊嚴)이라는 보살의 삼매를 얻었으며, 이를 통해 과거 무수한 겁 동안 여러 부처님들이 행한 일들을 모두 걸림 없고 남김없이 기억할 수 있음을 설한 뒤, 가비라성(迦毘羅城)의 변우(遍友) 선지식을 찾아가라고 말한다.
③이후 선재는 천궁에서 내려와 가비라성에 사는 변우(遍友)에게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배우고,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묻는데, 변우는 단지 같은 성에 있는 선지중예동자에게 가서 ‘자字에 대한 지혜’를 배우라고만 설한다.
④선지중예동자는 자신이 선지중예(善知眾藝)라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다고 설한 뒤, 선재를 위해 ‘사십이자모법문(四十二字母法門)’을 설명해준다. ‘사십이자모법문’이란 범어의 42가지 자모(字母)에 입각하여 각각의 의미를 논하는 것을 말한다. 선지중예동자는 가령 ‘아(阿) 자를 창(唱)할 때는 반야바라밀문에 들어가게 되니 이를 보살위덕각별경계(菩薩威德各別境界)라고 이름한다’라고 하는 등, 42가지 자를 창할 때 들어가는 경계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다. 이후 선재에게 마갈타국(摩竭提國)의 현승우바이를 찾아가라고 설한다.
⑤현승우바이는 무의처도량(無依處道場)이라는 보살의 법문을 얻어 이를 스스로도 이해하고 남을 위해서도 설해준다고 얘기한 뒤, 남방의 옥전(沃田)이라는 성의 견고해탈장자를 찾아가라고 설한다.
⑥견고해탈장자는 무착청정념(無著淸淨念)이라는 보살의 해탈을 얻어 법원(法願)이 충만하여 시방의 부처님 계신 곳에서 다시 바라는 것이 없다고 설한 뒤, 같은 성의 묘월장자를 찾아가라고 설한다.
⑦묘월장자는 정지광명(淨智光明)이라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음을 설한 뒤, 남방의 출생(出生)이라는 성의 무승군장자를 찾아가라고 설한다.
⑧무승군장자는 무진상(無盡相)이라는 보살의 해탈을 얻어 한량없는 부처님을 친견하고 무진장(無盡藏)을 얻었음을 설한 뒤, 같은 성의 남쪽에 있는 취락(聚落)에 사는 시비최승바라문을 찾아가라고 설한다.
⑨시비최승바라문은 성원어(誠願語)라는 보살의 법문을 얻었는데,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보살들이 이 말(誠願語)을 통해 무상보리에 이르기까지 퇴전하지 않는다고 설한 뒤, 남방의 묘의화문(妙意花門)이라는 성에 사는 덕생동자와 유덕동녀를 찾아가라고 설한다.
⑩덕생동자와 유덕동녀는 환주(幻住)라는 이름의 보살의 해탈을 증득했는데, 이 청정한 지혜를 통해 세간이 모두 환(幻)과 같이 머문다는 것을 관찰한다고 설한다. 이후 덕생동자와 유덕동녀가 자신들이 증득한 보살의 해탈을 설하고 나자, 여러 선근(善根)의 힘이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선재의 몸을 유연하고 광택있게 만드는 것으로 이 경이 마무리된다.
5. 가치
법장에 따르면, 이 경은 60권본 『화엄경』「입법계품」 가운데 번역이 빠진 8, 9지(紙)분량의 내용을 지파가라 삼장이 소장하고 있던 범본을 번역하여 보충한 것이며, 이와 동시에 별행본으로 독립적으로 유통된 것이다. 이는 80권본 『화엄경』이 번역되던 695년~699년 이전인 685년에 지파가라를 중심으로 법장 등이 번역작업에 참여하여 완성된 것으로, 60권본 『화엄경』 텍스트의 번역과정과 범문 대조작업, 그리고 결락부분의 보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 문헌이다.
6. 연구서 및 참고문헌
법장의 『화엄경탐현기』(『大正藏』 권35)에 따르면, 이 경은 60권본 『화엄경』「입법계품」 가운데 번역이 빠진 8, 9지(紙)분량의 내용을 지파가라 삼장이 소장하고 있던 범본을 번역하여 보충한 것이며, 이와 동시에 별행본으로 독립적으로 유통된 것이다. 이는 80권본 『화엄경』이 번역되던 695년~699년 이전인 685년에 지파가라를 중심으로 법장 등이 번역작업에 참여하여 완성된 것으로, 60권본 『화엄경』 텍스트의 번역과정과 범문 대조작업, 그리고 결락부분의 보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 문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