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iographical Int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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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실교보살유혹도생지의(權實敎菩薩留惑度生之義)

1. 저자
인담印湛(생몰년 미상) 문헌 말미에 그가 설암雪巖 문인門人이라고 밝힌 점을 통해 그의 사승 관계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설암이라는 호를 사용한 조선 후기의 승려는 두 사람이 있으니, 석실 명안石室明安(1646~1710)과 설암 추붕雪巖秋鵬(1651~1706)이다. 여기서는 설암이 석실 명안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명안의 저작인 『백우수필百愚隨筆』 말미의 ‘문인門人’이라 된 부분에 ‘인담印湛’의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이며, 화엄학과 천태학의 교학적 배경에 의거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점 역시 명안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2. 서지 사항
경북 경주 함월산 기림사祇林寺, 1724년(경종 4) 간행. 목판본.
3. 구성과 내용
대승의 보살은 끝내 성불하지 않고 윤회를 거듭하면서 중생을 구제하는데, 이때 윤회의 동력인 미혹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것이 이 문헌의 내용이다. 이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화엄의 5교판敎判, 즉 소승교ㆍ대승시교ㆍ대승종교ㆍ돈교ㆍ원교 가운데, 대승의 보살이 등장하지 않는 소승교를 제외한 나머지 4교에서 보살을 윤회하게 만드는 미혹의 종류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전체 구성은 다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시교始敎의 관점을 설명하는 부분, 둘째 종교終敎의 관점을 설명하는 부분, 셋째 돈교와 원교의 관점을 설명하는 부분, 넷째 세 종류의 의생신意生身을 설명하는 부분, 다섯째 이러한 논의를 펼친 인담 자신의 동기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앞의 네 부분에서 인담은 주로 법장法藏의 『화엄일승교의분제장華嚴一乘敎義分齊章』, 자선子璿의 『기신론소필삭기起信論疎筆削記』, 징관澄觀의 『화엄경소華嚴經疏』 등을 인용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종의從義가 편찬한 『천태사교의과해天台四教儀科解』를 길게 인용하고 있다. 인담에 따르면, 보살이 윤회하는 데 남기는 미혹의 정체는 무명無明이 아닌 9품 수혹修惑 가운데 네 가지 구생혹俱生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