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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수경(禪文手鏡)

1. 저자
백파 긍선白坡亘璇(1767~1852) 전북 무장(현 고창)에서 출생, 속성은 이李, 본관은 전주. 18세가 되던 정조 8년 4월에 출가하였고, 24세가 되던 정조 15년에 화엄종장 설파 상언雪坡尙彦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49세에 이르기까지 화엄강석에서 학인들을 지도했고, 64세 이후에는 순창 구암사로 옮겨 선강법회禪講法會에 힘썼다. 저서로는 『정혜결사문』ㆍ『법보단경요해』 등이 있다.
2. 서지 사항
전남 장성 백양산 운문암雲門庵, 1827년(순조 27) 개간. 불분권 1책. 목판본. 26.6×19.0cm.
3. 구성과 내용
이 책은 백파 당시까지 선가에 읽혀 오던 선 문헌 중 중요한 주제를 26개 조항으로 요약하고, 그에 대한 백파 자신의 해설을 붙인 것이다. 활용된 자료는 진각 혜심의 『선문염송집』, 구곡 각운의 『선문염송설화』, 백파 자신이 지은 『선문염송집사기』와 『선문오종강요사기』, 환성 지안의 『선문오종강요』, 진정 천책에 가탁된 『선문강요집』, 그리고 『경덕전등록』, 『육조단경』 등이다.
이 중에서도 백파는 『임제록』에 등장하는 소위 ‘임제삼구’를 기준으로 선 문헌에 나오는 대화와 언구의 깊이를 평가하여 조사선을 최고로 치는 임제종의 가풍을 선양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본분本分과 신훈新熏, 향상向上과 향하向下, 도중사途中事와 가리사家裏事, 잡아들임과 놓아줌, 체體와 용用, 삼현三玄과 삼요三要, 사료간四料揀과 사빈주四賓主 등을 짝지우면서 임제종이 선종의 적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육조단경』과 『금강경』에 등장하는 각종 사안들을 평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평가적 분석은 초의 의순과 추사 김정희의 비평을 낳게도 했고, 향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조선에 전래되는 선종 내의 독서 전통을 알 수 있고, 한편 선 문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