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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선의(說禪儀)

1. 저자
청허 휴정淸虛休靜(1520~1604) 속성은 최崔, 속명은 여신汝信, 아명은 운학雲鶴, 자는 현응玄應. 부용 영관芙蓉靈觀을 전법사傳法師로 하여 계를 받았다. 남원 땅을 지나다가 닭이 홰를 치며 길게 우짖는 소리를 듣고서 대오하였고, 만행에 힘써 관동 지방을 유람하고 서울로 올라와 승과에 응시하여 중선으로부터 시작하여 마침내 선교양종판사에 이르렀다. 이후 묘향산, 지리산, 금강산을 편력하였다. 팔도십육종도총섭을 맡아 의승군을 지휘하여 국난 극복에 크게 기여하였다. 선을 중심으로 하면서 염불과 정토와 주력 등 제반 수행을 긍정하였으며, 70여 명의 사법 제자를 배출하여 조계선맥의 근간을 형성하였다.
2. 서지 사항
경기도 삭녕 수청산 용복사龍腹寺, 1634년(인조 12) 개간. 목판본. 불분권 1책. 32.1×20.7cm.
3. 구성과 내용
『설선의』에 해당하는 짤막한 내용에 이어 부록으로 〈동국제산선등직점단東國諸山禪燈直點壇〉이 수록되어 있다. 『설선의』는 선원에서 선사의 법어를 듣는 과정이 부처의 법문을 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음을 자세히 보여 주는 내용이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법어가 진행되는 장소의 주변을 여법하게 장식하고, 대중이 각자 자리를 정하여 앉는다. 이때 의식의 집전자는 세존이 설산의 보리도량에 앉아 정각을 성취한 모습을 기술한다. 이는 방장실에 앉아 있는 선사가 부처와 동일한 깨달음을 얻었음을 함축한다. 지신地神과 공신空神은 세존의 법어를 듣도록 제천을 불러 모은다. 세존은 묵연히 앉아 있다. 문수가 세 차례 북을 치고 세 범천왕梵天王이 세존을 찬탄한다. 그래도 세존은 묵연히 앉아 있다. 당사堂詞가 방장실에 다녀오면 문수가 다시 세 차례 내림북을 친다. 세 광천왕光天王이 부처님께 법을 청하는 게송을 읊는다. 문수와 교진여憍陳如는 번갈아 일곱 번 종을 치고, 북을 여덟 번 친다. 이어서 찬탄의 게송을 읊는다. 그런 후에 대중은 합송으로 부처님을 청하는 예를 세 번 올린다. 이제 다섯 번 내림북을 친다. 그러면 세존이 방장실의 자리에서 일어나 양구良久한다. 이어서 다섯 번 올림북을 친다. 세존이 문을 나서서 열 걸음 걷고 멈추면, 주위의 대중은 산화공덕의 예를 올린다. 세존이 사자좌 옆에 서면 대중은 사자좌에 오르도록 게송을 읊는다. 세존이 사자좌에 오르면 차를 바치고 차를 드실 것을 청한다. 대중은 개경게開經偈를 읊는다. 문수가 퇴槌를 치고 법어를 청취할 것을 말한다. 다시 추를 세 번 친다. 그러면 대중이 질문을 한다. 첫째의 질문에 세존은 양구를 하고, 둘째의 질문에 세존은 불자를 치켜들며, 셋째의 질문에 세존은 게송을 읊는다. 이후부터 대중과 세존의 문답이 진행된다. 문답이 끝나면 문수가 퇴를 치고 찬탄을 한다. 다시 퇴를 세 번 치면 세존은 사자좌에서 내려와 방장실로 돌아간다. 대중은 게송으로 찬탄한다. 이로써 법어를 설하는 의식은 끝이 난다.
위에 기술한 의식 절차로부터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 부처는 선사와 비슷한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당시에 선사들이 부처와 같은 정도로 존경받았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