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자
허응 보우虛應普雨(1509?~1565) 호는 나암懶庵, 원택圓澤. 1530년(중종 25) 금강산으로 입산하여 참선에 몰두하였다. 1548년 문정왕후의 신임으로 봉은사奉恩寺 주지가 되고, 1550년 선교 양종을 부활시켰다. 1551년 승과를 설치하여 도첩제에 따라 승려 4천여 명을 선발하였다. 1565년 문정왕후가 승하하자 승직이 박탈되고 제주도로 유배되어 참형당하였다.
2. 서지 사항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海印寺, 1721년(경종 1) 간행. 목판본. 1권. 30.4×21.3cm. 규장각 이외 국립중앙도서관과 동국대학교 등에 소장되어 있다. 동국대소장본은 두 권인데 각각 상월 새봉霜月璽封의 서문(1721년)과 백곡 처능白谷處能의 발문(1642년)이 수록 되어 있다.
3. 구성과 내용
글의 앞뒤에 서문과 발문이 있고, 이본에 따라 한 두 편의 글이 더 수록되어 있다.
상월 새봉의 서문에 따르면, 만한 순학晩閑順學이 당시 총림의 증명 법사인 원관圓觀의 의궤를 얻었는데, 이는 바로 무심도인無心道人, 즉 보우가 같은 고을에 살던 백운 선자白雲禪子의 질문에 부처님과 조사의 말씀을 인용하여 대답한 것이었다고 한다. 보우가 이 글을 남긴 의도는 원관圓觀과 정관正觀, 그리고 편견偏見과 사견邪見의 두 갈래 길에 대하여 분명하게 지시해서 후대에 작관作觀하는 이들로 하여금 의심나는 일이나 막히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이며, 또한 재 지낼 때 쓰는 글의 차례도 하나하나 분석해서 훗날 불사를 지휘하는 이들로 하여금 다시는 의심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 하였다. 이에 순학 대사가 새봉 자신에게 내용을 검증, 교정하고, 그 전말에 대해 서문을 쓰라 부탁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본문은 책의 제목과 같으며, ‘조계허응당나암술曹溪虛應堂懶菴述’이라 하였고, 한문 현토체로 기록되어 있다. 사찰에서 행해지는 각종 의식의 관법觀法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인데, 수월도량水月道場에서 공화불사空花佛事를 하는 여환如幻한 빈주賓主가 꿈속에서 문답한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꿈속의 문답을 통해 도량 의식이 거행되는 순서를 밝힘으로써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토대에서 영가를 위한 의례를 설명하고 있다. 백곡 처능白谷處能의 발문에는, 이 책이 도량에서 거행하는 의식에 대한 가장 긴요한 것으로, 병란과 화재를 겪으며 인멸의 우려가 있던 차에 지선智禪 대사가 해인사에서 중간重刊한 것이라 하였다. 서문과 발문이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시점에 여러 차례 간행된 사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