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자
태현太賢(생몰년 미상) 태현의 이름에 대해 『삼국유사』를 포함한 한국과 중국의 문헌들에서는 대현大賢이라 칭하는 경우가 많고, 일본의 주석서에서는 태현太賢이라 표기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원측의 고족인 도증道證의 제자이다. 그가 경주 남산南山의 용장사茸長寺에 머물 때 1장 6척의 미륵보살 석상 주위를 돌면 석상도 태현을 따라 얼굴을 돌렸다는 기록과 경덕왕景德王 천보天寶 12년(753) 여름 큰 가뭄이 들었을 때, 태현이 『금광명경金光明經』을 강의하면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자 대궐의 우물물이 높이 솟구쳤다는 기록이 전한다.
2. 서지 사항
『속장경』 제1편 35투 2책 수록본을 저본으로하여 『신수대장경』 제38권 수록본과 대조, 교감.
3. 구성과 내용
태현은 단권인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藥師瑠璃光如來本願功德經』을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고적기』만을 상ㆍ하 두 권으로 나누었다. ‘본원약사경’이라는 경명은 현장玄奘 번역의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을 줄인 것이고, 여기에 ‘고적古迹’이라는 명칭을 붙여 ‘본원약사경고적’이라고 한 것이다. 태현에 따르면 이역본異譯本으로 『십이신장요익유정결원신주경十二神將饒益有情結願神呪經』, 『발제일체업장경拔除一切業障經』 등이 있는데, 태현이 의거한 경전은 현장 번역본이라고 했다.
『본원약사경』은 항상 보시와 지계 등의 선을 행하고 약사여래를 염송한다면 현세에 이익을 얻고, 장차 약사여래의 세계에 왕생하여 즐거움을 누릴 것이라고 설하는 경전이다.
태현은 먼저 경명을 해석하고 나서 어떤 가르침에 속하는가를 밝히고, 본문을 해석하는 순서로 그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 태현은 이 경의 종지는 여래의 인과이고, 경의 대의는 중생이 약사여래에게 귀의하여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해석한다. 또 이 교설은 만수실리보살曼殊室利菩薩에게 직접 대승인과의 덕을 설했기 때문에 돈교에 속하고, 약사정토를 바로 드러내어 설했기 때문에 요의대승了義大乘이라는 것이다.
유식학자인 태현이 『본원약사경』을 요의대승이라고 판석한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태현은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대승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본 것이다. 이러한 태현의 보살정신은 신라 불교의 실천적 전통에 닿아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